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06)
973화 re – Pair (9)
.2019.02.03. 경기 결과(2018/19 EPL 25R)
맨체스터 시티 3 : 1 아스널
[후반기 패배가 없는 맨체스터 시티, 웨스트햄과 비긴 선두 리버풀을 승점 3점 차로 추격. – 맨체스터 이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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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경기 결과(2018/19 EPL 26R)
에버튼 0 : 2 맨체스터 시티
[전반과 후반 추가시간 각각 한 골. 뒷심과 집중력을 보여 준 맨체스터 시티가 에버튼의 안방에서 승리를 훔쳤다.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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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0. 경기 결과(2018/19 EPL 27R)
맨체스터 시티 6 : 0 첼시
[새해 첫 SIX IN THE CITY. 스탬퍼드 브리지 원정 패배를 설욕하며 연승을 이어 나간 맨체스터 시티. – 맨체스터 이브닝] [맨체스터 시티의 6:0 승리 이후 경계심을 드러낸 위르겐 클롭, “시티가 첼시를 상대로 그런 승리를 거뒀다는 건, 그들이 우승 후보 중 하나라는 증거. 현재 리그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팀.” – Sky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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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FA컵 경기에서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약간의 로테이션을 가용할 뜻을 드러낸 펩 과르디올라, “6일의 휴식 여부와는 별개로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몇몇 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승리고, 터무니없을 정도의 로테이션을 사용하진 않을 생각이다.” – 데일리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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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6. 경기 결과(2018/19 FA 컵)
뉴포트 카운티 0 : 5 맨체스터 시티
[필 포든 : 커리어 첫 해트트릭! 시티의 젊은 재능이 클럽을 다음 단계로 이끌다. – 데일리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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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경기 결과(2018/19 UCL)
샬케 2 : 3 맨체스터 시티
[역전! 맨체스터 시티 : 에데르송의 놀라운 골킥 하나가 맨체스터 시티에 승리를 안기다! – BBC] [경기가 끝난 후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나타난 펩 과르디올라. “오늘 샬케가 기록한 두 개의 득점은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심판이 좋지 못했음에도 역전을 이룬 선수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 BT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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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4. 경기 결과(카라바오 컵 결승)
맨체스터 시티 1 : 0 첼시
[Blue`s Delight : 후반 48분 베르나르두 실바가 기록한 결승 득점이 맨체스터 시티에 카라바오 컵 우승 트로피를 안겨다 주었다.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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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경기 결과(2018/19 EPL 28R)
맨체스터 시티 3 : 0 웨스트 햄
[2월 전승 : 2월,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맨체스터 시티가 리버풀을 승점 1점 차로 추격하며 역전 우승을 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더 선] [Premier League Monthly Award ? EPL 홈페이지]? Team of the Month : 맨체스터 시티
? Player of the Month : 올루프 뫼르크
? Manager of the Month : 펩 과르디올라
***
2019년 3월 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주니어 아카데미 피치.
순식간에 흘러간 2월, 나와 Team CFG 모두 약간의 변화를 겪었다.
우선 나의 경우, 볼을 가지고 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두 명의 트레이너가 함께했고, 도너 홀로한도 가끔 실내 훈련장을 찾아 한참을 관찰하다 돌아갔다.
그리고 Team CFG엔 새로운 인력이 합류했다.
본래 맨체스터 시티의 유스엔 특정한 요일마다 인스트럭터가 방문하곤 했는데, 그러한 혜택(?)을 2월부터 Team CFG도 받기 시작한 거다.
각각의 인스트럭터들은 디테일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는데, 훈련 방법이 참신하고 재미있어서 아이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그리고 나 역시, 색다른 훈련을 참고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허-! 저런 건 또 처음 보는군.”
“꽤 신선하죠?”
“젠장. 나도 이젠 퇴물이 됐어.”
“설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그야, 당연하지. 난 아직 쌩쌩하다고.”
“바로 그거거든요.”
“흥!”
“저는 좀 구경하고 올게요.”
금요일인 오늘 Team CFG의 훈련장엔, U-19 팀 전담 인스트럭터로 고용된 마티외 르블랑(Mathieu LeBlanc)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까지 무려 ‘클레르퐁텐’의 전속 코치로서 활약했고, 현재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의 기술적인 부분을 성장시켜 왔다.
특히 전술을 가르치는 훈련법에 관해서는 마에스트로(Maestro/거장)란 평가를 얻고 있었다.
지금도 르블랑은 작은 골대 두 개를 10m밖에 되지 않는 위치에 각각 세워 두고, 최소 세 번의 패스를 거친 후 슈팅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Okay, Stop!”
“…….”
“패스가 너무 많아! 패스를 하는 건 좋지만, 패스에는 의미가 있어야 해! 단순히 볼만 돌리는 건, 패스가 아니라고.”
올바른 지적이다.
패스의 목적은 전진이다.
패스 그 자체로 전진하든 아니면 패스를 발판 삼아 전진할 다른 방법을 찾든, 패스를 보낼 때는 반드시 전진이라는 단어를 함께 머릿속에 넣어 두고 있어야 한다.
심지어 백패스를 보낼 때도, 그다음은 전진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나도 훈련 때마다 아이들에게 그와 같은 부분을 강조했는데, 과연 그것이 오늘의 훈련과 맞물리며 어떠한 성장세를 만들지가 궁금했다.
“좋은 아이들이네요.”
“하하. 고마워요. 그런데.”
“?”
“어떤 부분이 말이죠?”
“전부요.”
일주일에 한 번 Team CFG를 찾는 인스트럭트마다, 아이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력과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훈련 태도를 포함한 인성과 성격에도 높은 평가를 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내가 칭찬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뻤다.
지금도 그랬다.
“훈련 몰입도가 정말로 좋아요.”
“집중만큼 중요한 건 없죠.”
“제 말이 그거예요. 특히 저 아프로 머리를 한 꼬마와 금발로 염색한 저 아이가 인상적이네요. 앨런이라고 했던가요? 저 아이도 대단해요. 질문이 끊어지지 않죠.”
르블랑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거론하며, 개별적인 피드백을 내게 전해 주었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상을 안겨다 준 친구들이 오늘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잘 거론되지 않는 아이들이 오늘도 별다른 인상을 안겨다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한 아이가 보이지 않네요.”
“아- 그 아이라면 지금 17세 팀과 있어요.”
“14살인데 말입니까?”
“특별한 케이스죠.”
“휘이- 정말 그러네요.”
현재 오게 매틴손만큼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없다. 지난달 첫 2주 동안 있었던 다섯 차례의 평가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끝에, 지난주부터는 U-17 팀 훈련에 참여 중이다.
어디까지나 일주일에 한두 번뿐이긴 하지만, 14살이 17살 형들과 함께 훈련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한 번쯤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내일은 이곳으로 올 거예요.”
“하하. 또 도와 달라는 말인가요?”
“일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죠.”
뻔뻔스럽게 공짜 수업을 요구하는 내게, 너털웃음을 터뜨린 르블랑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참 다행이에요.”
“뭐가 말이죠?”
“당신이 좋아 보여서요.”
“사과하시려고요?”
“하하. 아뇨. 사과라면 이미 충분히 받으셨을 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네. 정말 그래요.”
르블랑의 말대로, 나는 이미 숱한 사과를 받았다. 나와는 전혀 안면이 없으면서, 오직 프랑스인이라는 이유로 내게 큰 죄라도 진 것처럼 미안함을 표현해 왔다.
처음에는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들 그만 털어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과거에 머물 것만 같다.
“때때로, 우린 어떤 것들을 흘려보내야 하죠.”
“그게 비극적인 것이라도요?”
“네.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우리에겐 과거를 바꿀 능력은 없죠. 하지만,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는 있어요. 그게 인간이 특별한 이유이고 말이죠.”
고개를 끄덕인 르블랑이 다시 아이들에게 집중하기 위해 걸어가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나는 곁으로 굴러온 축구공 하나를 향해 왼발을 뻗어 보였다.
툭-
가볍게 축구공을 띄워 올린 후, 난 발을 번갈아 가며 한참 동안 발등으로 볼을 퉁겼다.
탁.
탁.
탁.
탁.
공은 내가 서 있는 반경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고, 볼을 튕기는 일이 살짝 지겨워지자 저 멀리에 놓여 있는 바구니를 슬쩍 확인한 후 다음 동작을 가져갔다.
오른발로 볼을 살짝 높게 띄운 뒤, 왼발을 땅바닥에 단단히 고정해 두고 몸을 눕히면서 발리를 시도했다.
파앙-!
백스핀을 감는다는 느낌으로 찬 축구공은 부드럽게 떠올랐고, 이후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다 볼을 집어넣는 바구니 안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그렇지!’
그런데.
“와아-!”
“엥?”
본의 아니게, 아이들의 훈련을 방해해 버린 것 같다. 양손을 들어 올린 르블랑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난 미안함에 사과하며 얼른 자리를 옮겼다.
전부 보고 있었던 건지, 프렛웰이 걸어오는 나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혼났군.”
“넵. 그러네요.”
“큭큭큭큭.”
머쓱하며 프렛웰의 곁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아이들의 훈련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그리고 잠시 뒤.
“그나저나.”
“?”
“멋진 킥이었네. 정확하더군.”
“하하. 감사해요.”
“그래.”
칭찬을 건네 오는 프렛웰의 주먹과 손을 툭 부딪치며, 나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던 왼쪽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
***
.2019.03.02. 경기 결과(2018/19 EPL 29R)
맨체스터 시티 2 : 0 AFC 본머스
[후반기 9승 1무. 파죽지세(破竹之勢)를 이어 나가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 OSEM(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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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3. 경기 결과(2018/19 EPL 29R)
에버튼 0 : 0 리버풀
[무승부,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에 선두 자리를 다시 빼앗기다. – 리버풀 에코]***
2019년 3월 4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해가 바뀐 이후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 나가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2019년에 치른 모든 경기에서 패배하지 않으며 2018년의 악몽을 점차 떨쳐 내고 있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카일 워커의 폼 회복과 함께, 왼쪽 풀백 자리를 번갈아 맡은 주앙 칸셀루와 올렉산드르 진첸코의 약진이 특히 눈부시다는 평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고민거리도 있다.
주로 미래에 관한 고민이다.
훈련을 끝낸 뒤, 펩 과르디올라의 사무실에 페란 소리아노와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있는 이유다.
“UEFA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
“클럽 내에 해킹된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나고 있어. 무엇을 해킹당했는지는 지금 조사 중일세. 한 달 안으로 확인이 될 거야. 어쩌면 영입 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면 말일세.”
“…….”
맨체스터 시티가 FIFA와 UEFA의 목표물이 된 계기는 2016년 11월에 일어난 유소년 불법 접촉 사건 때문이다.
당시 맨시티는 레드 스타 U-17 팀에서 뛰던 이반 일리치에게 푹 빠져 있었고, 그를 영입하기 위해 소속 클럽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선수와 가족에게 불법으로 접촉했다.
이는 유망주를 빼앗긴 레드 스타의 고발로 알려졌다.
UEFA는 이에 조사관을 파견, 8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맨체스터 시티가 불법 행위를 저질렀음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시티는 30만 파운드의 벌금과 함께 2019년 5월 31일까지 만 10세에서 만 18세 사이의 선수를 영입 혹은 등록하는 모든 행위 자체를 금지당했다.
본래 거기에서 끝나야만 했던 일이었지만, EPL 전체를 조사하던 UEFA의 하부 기관 중 하나가 해커를 통해 입수한 이메일 하나가 불씨를 다시 지피고 말았다.
“최악은 어떤 경우지?”
“……출전 금지.”
“챔피언스리그?”
“그러하네.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은 자네가 오기 전의 이야기야.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이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FIFA와 UEFA 모두 공소시효 기간을 5년으로 본다는 거야. 대중에게 비난은 받겠지만, 처벌 수위는 낮출 수 있어. 지금 위에서 열심히 관계자들과 만나는 중일세.”
“……영입에 지장은?”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여름에 당장 문제가 있진 않을 걸세. 일단 나는 2020년 겨울부터 1년을 보고 있어. 물론, 윗선은 그것마저도 일어나지 않게끔 만들려고 하지.”
“그렇군.”
맨체스터 시티는 현재 또 하나의 과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다온의 이탈과는 별개로, 오랜 기간 클럽을 이끌어 온 이들의 황혼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장 뱅상 콩파니는 이미 안더레흐트로의 이적이 결정됐다. 시티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콩파니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리고 페르난지뉴/다비드 실바/세르히오 아궤로 역시도 올 시즌 들어 부쩍 힘에 겨운 모습이다.
그래서 시티는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드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다수의 선수와 일찌감치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공격수 쪽도 보곤 있지만, 이전에 기존 선수의 방출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펩 과르디올라와 시티의 보드진은 다가오는 여름 센터백과 미드필드 포지션을 보강하고, 추후 이어지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공격수를 보강할 계획을 세웠다.
후보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 후 기량이 급성장한 로드리(Rodri),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브루누 페르난드스. SL 벤피카 최고의 유망주인 주앙 펠릭스와 후벵 디아스 등이었다.
외에도 PL에서 뛰고 있는 해리 매과이어와 오른쪽 풀백 백업을 맡아 줄 수 있는 아론 완비사카 역시도 지켜보고 있었다.
내년 시즌 김다온의 복귀가 예상된다지만, 스쿼드의 보강 없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사치였다.
“후우~”
무거운 소식을 접한 미팅을 끝마친 후, 생각에 잠긴 과르디올라가 창밖을 바라보다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엔, 과르디올라의 미래 구상이 적혀 있다.
‘풀백은 넷.’
지난 2월 6일, 맨체스터 시티는 토트넘 홋스퍼와의 긴 협상 끝에 최근 전혀 출전 기회를 잡고 있지 못한 키어런 트리피어를 1,600만 파운드로 영입하는 것에 성공했다.
기량적인 부분에는 다소의 의문이 있으나,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본 과르디올라의 요청으로 이뤄진 영입이었다.
맨체스터 시티로서도 이적료가 저렴하다는 점과 홈 그로운을 챙긴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풀백은 이제 충분해.’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상승세를 말하는 데 있어, 왼쪽 풀백으로 출전 중인 주앙 칸셀루를 빼놓을 수 없다. 올루프 뫼르크와 함께, 무패(無敗)의 일등 공신이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김다온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은 무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2월 한 달 동안 PL 전 경기에 출전하며 단점이 거의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늘 지적받아 온 수비력이 발전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고, 플레이메이킹에서 의외의 재능을 보여 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물론 김다온이 돌아온다면 칸셀루는 다시 백업으로 밀려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예상이다.
“…….”
이제, 펩 과르디올라의 시선은 조금 위쪽으로 향한다. 미드필드를 지나, 공격수들의 이름이 적힌 곳이다.
딸깍-
마커의 뚜껑을 입으로 연 과르디올라가 그것을 문 채로 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삑, 삑-
삑.
[‘Da-On’]놀랍게도, 현재 김다온의 이름이 적힌 위치는 세르히오 아궤로의 바로 아래였다.
잠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과르디올라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살짝 찌푸린 후 지우개를 집어 들고 이름을 지워 낸 뒤에 다시 펜을 움직였다.
그러자, 순서가 바뀌었다.
[‘Da-On’] [‘Kun’]김다온의 이름 아래 세르히오 아궤로의 이름이 적히고,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과르디올라가 눈을 감고 자신이 그리는 플레이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라는 포지션은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위치다.
공격수로서 당연히 득점을 올린다면 좋지만, 기본적으론 아래로 내려앉으며 미드필드가 되어 주고 때로는 측면으로 벌려 움직이며 윙과 끊임없이 스위칭도 해 주어야 했다.
굳이 페널티박스 안에 머무를 필요 없이, 박스 바깥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볼이 특정 지점에 도달했을 때 판단력을 발휘하여 박스 안으로 쇄도하면 된다.
사실상 볼 없이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셈으로, 세르히오 아궤로는 과르디올라로부터 이것을 배워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본인 스스로 3년만 일찍 과르디올라를 만났으면 더 좋은 선수가 되었을 거라 말했을 만큼, 아궤로는 과르디올라가 스트라이커에 부여한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He is Perfect.’
지난 수년 동안 김다온이 보여 준 능력은 과르디올라가 추구해 온 공격수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부합했다.
공간을 창출하고 또 그것을 지배해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김다온은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포지션이 풀백이라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바이에른 뮌헨 시절 그가 풀백이 아닌 중앙에서 뛸 때 보여 줬던 역량은 김다온이 어떠한 위치에서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김다온 스스로가 풀백이라는 포지션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생각이 미친 과르디올라가 즐거운 상상을 멈추고 눈을 뜨며 차가운 현실과 마주한다.
“…….”
과연 자신이 김다온에게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라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 김다온은 그것이 한 경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별다른 반발 없이 요청을 받아들일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이 쌓아 온 신뢰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한 시즌 통째를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어 달라 말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앞으로 영원히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어 달라고 부탁하게 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모든 건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야.’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향후 2년 정도는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을 마쳤다.
매 경기 12~14km를 달려온 김다온의 몸은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상태다.
하지만 스트라이커 포지션이라면 이를 8.5~11km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이는 그의 신체가 서서히 회복되어 마침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시선은 이제, 자신의 테이블 위로 향한다. 그는 그곳으로 곧장 걸어갔고, 서랍을 열어 꽁꽁 감춰 둔 서류 하나를 꺼내 들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전문의인 라몬 쿠가트와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가 각각 제출한 보고서다.
둘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김다온의 미래를 예측했다.
‘그런데, 결과는 같았지.’
라몬 쿠가트와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는 모두, 부상에서 복귀한 김다온의 신체적 능력이 가장 좋았을 때의 80~90%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찢어진 왼쪽 발목의 조직이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그것이 다른 신체의 수준으로 성장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1년 반에서 2년.
그동안, 김다온은 보호받아야 한다.
과르디올라가 이렇게 미래를 구상한 이유다.
‘자네를 잃을 순 없어. 두 번 다시는.’
가장 아끼는 제자이자 하나뿐인 뮤즈(Muse)이기도 한 이를 위해,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미움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김다온을 보호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두근거렸다.
공격수로서의 김다온.
과연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누구도 모르겠지.’
걱정과 우려, 불안과 초조,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 사이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긍정적인 요소에 하루를 맡긴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던 충격과 그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난 중년 남성은 현재, 살면서 단 한 번도 취해 본 적이 없었던 부드러운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르디올라는 오늘도.
‘기대하지. 돌아올 날을.’
강인한 모습으로 맨체스터 시티를 ONE TEAM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김다온이란, 그의 최고 선수 없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