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1)
100화
(이후재)
“아, 대한민국. 선수교체가 있었습니다. 18번 김창수가 빠지고, 6번 윤석영이 그라운드에 투입됩니다. 그리고 15번 박종우를 대신해 21번 한국영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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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이 끝난 이후, 감독님은 팀에 변화를 주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우- 어디 보자.”
그리고 뉴질랜드 역시 세 명의 선수를 동시에 바꾸면서 팀에 변화를 주었는데, 어차피 오늘은 선수교체에 제한이 없어 명단에 있는 18명 전원이 경기에 뛸 것 같았다.
“형! 아까 말한 거 기억하죠?”
“…….”
엄지를 세워 보이는 태희 형에게, 나 역시 슬쩍 윙크를 보낸다.
후반전에는 오른쪽에서는 중앙으로 움직이는 빈도를 줄이고, 조금 더 사이드라인에 붙어서 플레이할 생각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쭉 해왔던 것이기도 하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플레이스타일을 다르게 가져가는 편이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에도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안다.
삐익-!!
후반전이 시작되고, 선축하게 된 뉴질랜드는 빠르게 볼을 전방으로 길게 보내어 경합 상황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뉴질랜드의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 볼 수 있는 크리스 우드(Chris Woo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인데,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해도 패스가 저러면 딱히 힘을 쓰기가 어렵다.
더구나 영권이 형이나 태휘 형님 모두 높이 장점이 있기에,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삑-!!
결국 크리스 우드가 헤딩 경합 과정에서 파울을 범했고, 공격권은 손쉽게 우리에게 다시 넘어왔다.
“아- 아파라. 완전 돌덩이네, 저 새끼.”
“엄살이에요?”
“죽을래?”
턱을 손으로 문지른 영권이 형이 내게 패스를 보내오고, 난 그것을 곧장 성용이 형에게 보내 공격을 준비하려고 했다.
이점은 섹시엔…… 아니. 종우 형이 있을 때랑은 약간 다른데, 국영이 형이랑 뛸 때 성용이 형은 공격적인 성향을 조금 죽이면서 수비와 빌드업에 더 충실했다.
종우 형이 정통 6번에 가깝다면, 국영이 형은 박스투박스 미드필드처럼 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재의 중원 구성조합은 석영이 형과 내가 좌우 풀백을 맡게 되었을 때의 상황과도 잘 맞는다.
성용이 형이 사실상 센터백 위치까지 내려와 주기 때문에 4-3-3에서 3-4-3으로 순간 전환이 가능했다.
석영이 형은 직선적인 오버랩을 즐기고, 공격을 나가는 풀백의 입장에서는 뒤에 수비수가 세 명이 있는 게 두 명이 있을 때보다 당연히 낫다.
그래서 난 패스를 보낸 후 전방의 사정을 살피면서 슬금슬금 나아갔고, 그러자 태희 형이 전반보다는 조금 더 중앙으로 좁히며 오버랩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줬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공간에 혹하지 말고, 볼의 흐름에 맞춰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올림픽팀은 벤피카보다는 전체적인 속도가 늦기 때문에, 무작정 전진을 택했다간 왕복 스프린트만 하는 꼴이 되기 딱 십상이다.
이건 답답하다거나 느리다고 말하는 게 아닌, 스타일이 다르다고 표현해야 옳다.
그리고 거기에 맞추는 게, 좋은 축구선수인 거고.
‘지금!’
지금까지는 축구공이 왼쪽에서 한참을 돌았었지만, 특별한 상황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후방으로 볼이 길게 빠졌다가, 다시 중앙을 거쳐 빌드업이 이뤄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일반적으로라면 자연히 볼의 흐름은 오른쪽으로 넘어오게 될 것이고, 만약 뉴질랜드가 이쪽에 힘을 쓴다면 다시 한번 허를 찌르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중앙미드필드 입장에서는 이런 볼 전환만으로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패스가 오든 혹은 그렇지 않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뉴질랜드의 수비가 나를 신경 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 오버랩의 판단 근거는 여기에 있었고, 난 전진을 통해 충분히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뉴질랜드의 왼쪽 라인과 중앙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에 크게 벌어져 버린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슛-!!”
그리고 그 공간에서, 자철이 형이 편안한 자세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종우 형과 함께 미드필드 구역을 정말 정신없이 뛰어다닌 자철이 형은, 후반전에도 국영이 형과 전반전처럼 뛰어줄 것이다.
{“아아아…….”}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는 슈팅.
그렇지만 여전히, 우린 참 잘하고 있다.
.
.
·경기종료
대한민국 3 : 0 뉴질랜드
[골] 석현준 : 전반 9분남태희 : 전반 37분(손흥민)
구자철 : 후반 19분(석현준)
***
고작해야 평가전일 뿐이었지만, 강찬일 호의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의문을 받았던 석현준과 남태희는, 자신들이 어째서 올림픽팀에 뽑혔는지를 한 경기 만에 증명해 냈다.
그리고 지금.
“어…… 일단은 메달이 목표이고, 전부 다치지 말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적장 닐 엠블렌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김다온의 앞에 많은 숫자의 기자가 모여 있다.
“아직 팀 경기력이 100%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시즌을 끝내고 온 시점이라 지친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또 상대도 마찬가지일 거라 힘내고 오겠습니다.”
“수고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김다온을 끝으로, 올림픽 대표팀 전원이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시합이 끝나고 피곤할 법도 했지만, 3 : 0의 승리 때문인지 선수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 보인다.
“이야~ 완전 아이돌이네, 진짜.”
“예쁘장하잖아. 요즘 여자애들이 딱 좋아하게 생겼지, 뭐.”
“쟨 누구랑 안 엮이나?”
“모르지 뭐. 그래도 보나 마나 잔뜩 달라붙을 거야.”
“한 번 후벼 파볼까?”
성심성의껏 사인을 이어나가는 김다온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대화를 나누는 기자들에게서, ‘일레븐풋볼’의 허성균 팀장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환멸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슬쩍 자리를 떴고, 흡연 부스로 가 연초에다 불을 붙였다.
딸깍, 딸깍-
“후우~”
허성균은 장철주의 부임 이후, 한국 축구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그 결론은 바로, 파격의 연속이었다는 거다,
처음에는 올림픽 대표팀을 이끈 강찬일에게 대표팀 직을 맡기는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지만, 삼파올리의 부임이 발표된 순간 그런 시나리오는 사실상 없던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삼파올리의 부임 후, 강찬일은 그와 내내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버린다. 라.’
오늘, 대한민국 올림픽팀이 보여준 축구 전술은 이전 지역 예선과는 전혀 달랐다.
어떤 사람들은 똑같은 4-3-3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올림픽팀의 축구는 A팀이 지금까지 보여준 전술과 거의 흡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내용만 놓고 보자면, 오히려 A팀의 것보다 더 완성도가 높았다.
‘……무엇 때문일까.’
축구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축구 기자가 된 허성균에겐, 오늘 올림픽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것투성이였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엔, 조심스러운 한 가지의 가설이 들어 있다.
‘풀백이 한 팀의 경기력을 책임 진다라. 그것도 대표팀 수준에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그는,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무료자판기 앞으로 다가가 커피 한 잔을 뽑았다.
“에이, 설마.”
그 조합이, 입 냄새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도 모르고.
***
2012년 7월 15일. 인천광역시 중구 공항로 272. 인천 국제공항.
경기 후 곧바로 런던으로 출국하게 된 우리에겐, 앞으로 꽤 빡빡한 일정이 펼쳐져 있다.
“화이팅-!!”
물론 그 전에, 연례행사와도 같은 사진 찍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협회에서는 이런 과정이 선수들에게 쓸데없는 피로를 준다고 하여 생략하길 원했지만, 언론사 쪽에서 실을 사진이 필요하며 아우성을 쳤다고 한다.
결국, 협회는 인터뷰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자- 가자!”
감독님의 목소리에 맞춰, 우리는 가방을 메고 비행기에 올라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이트의 앞에서 박태영 코치님이 여권을 우리에게 나눠주었고, 안에 끼워진 티켓을 꼼꼼하게 확인한 나는 대표팀 전용 캐리어를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아까 밖에서도 그랬지만, 게이트 안에서도 우리를 알아보고 온 팬분들이 사인을 요청해왔다.
경호원들이 곁에서 제지하고 있어 가까이 오지는 못하셨는데, 난 그것이 못내 미안하여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한두 분 정도만 사인을 해드리면 끝일 것 같다.
“야! 김다온! 얼른 와!”
“어, 어-! 저, 죄송해요. 지금 가요-!!”
어떻게든 한 분에게라도 더 사인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비행기에 탈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얼른 돌아가는 나를 끝까지 기다려준 건 자철이 형이었고, 어깨에 손을 얹어 온 형과 함께 나란히 복도로 들어섰다.
“맨체스터 말고 다른 데는 가봤냐?”
“아뇨. 맨체스터만 가봤어요.”
“야, 근데 넌 어떻게 독일에는 한 번도 안 오냐?”
“거길 제가 왜 가요?”
“야이, 씨. 넌 진짜.”
의리 없이 독일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며 서운해하는 자철이 형에게, 난 웃으며 다음에 꼭 기회가 있다면 가겠다고 했다.
가족과 지내는 나와는 다르게 혼자서 독일에 있는 형이다 보니, 사람이 늘 그리운 것 같다.
“과자~ 과자~. 누구 과자 가진 거 없냐?”
기내를 슬렁슬렁 움직이는 성용이 형이 과자를 찾아 나서는 사이, 좌석을 찾아간 나는 가방을 올려두고 자리에 앉았다.
내 파트너는, 국영이 형이다.
“형, 가방 올려 드려요?”
“어? 아, 아니야. 안 그래도 돼.”
“…….”
은근슬쩍 손에 쥔 무언가를 숨기는 형.
내가 볼 때, 그건 진통제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서, 난 형이 양말을 트레이닝복 바깥으로 잔뜩 올려서 신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우리도 훈련 때야 자주 저러고 다니기는 하지만.
‘뭔가 이상하네.’
보통 밖에서는 저런 패션으로 다니지 않는다.
지금 본 상황들을, 다른 누군가한테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2012년 7월 15일. 뉴캐슬어폰타인, 영국. 울싱턴, 뉴캐슬 국제공항(Newcastle International Air-Port. Woolsington. Newcastle upon Tyne. Newcastle, England)
12시간을 날아 도착한 영국 날씨는 무척이나 쾌청했다.
시간은 오후 2시.
그리고 오늘도, 시차의 마법은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자, 다들. 버스에 타자!”
“후아아아-암! 졸려.”
우리가 도착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공항 안에서부터 한국팬분들이 계속 근처를 따라다니고 계셨다.
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들어줬고, 피곤해 보이는 영권이 형은 넌 힘들지도 않냐면서 질문을 던져왔다.
“버틸 만한데요?”
“이야- 10대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자기도 22살이면서.”
“지금 뭐라 했냐?”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안 하긴, 이놈!”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어째서 난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항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진짜로 괴롭힌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냥 그것이 몹시도 궁금했다.
어쨌든 이제 이것으로 나의 한국일정은 몽땅 마무리되었다고 봐도 좋았는데, 올림픽이 끝나는대로 이곳에서 곧장 포르투갈로 날아갈 예정이다.
물론 나는, 합류 시점이 최대한 늦어지길 기대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아디다스’와 약속했던 대로 서울에서 사인회를 했고, 1년에 걸쳐서 방송될 광고 촬영도 끝마쳤다.
그날 찍었던 장면들이 총 3편으로 나뉘어 광고로 쓰일 거라고 하던데, 듣자 하니 꽤 유명한 사람들이 함께한다더라.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 일단 광고가 나오고 난 뒤에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버스에 올라타자.
“야, 야! 아까 그거 봤어?”
“뭐?”
“다온이 너, 아까 승무원한테 번호 받지 않았냐?”
“뭐?!”
어째서인지 형들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했다.
분명 난 아까, 승무원분한테 연락처를 받았다.
그런데 그걸 또 대체 언제보고.
하여간, 이런 데는 귀신같다.
“이 새끼! 배신자! 절로 꺼져!”
“아- 왜요! 안 가요!”
급기야 영권이 형은 옆에 앉은 나를 발로 밀기까지 했고, 어디선가 나타난 종우 형이 멋대로 손을 뻗어 내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형은 어렵지 않게, 주머니에서 쪽지를 찾아냈다.
“시간 되시면 잠깐 만나요. 정말, 팬입니다. 웃음. 쩜쩜. 하트.”
“…….”
“…….”
종우 형이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 주위에 찾아온 침묵.
여기에서 입 다물고 있는 게 올바른 판단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도저히 이걸 지적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다.
“아 무슨 국어책 읽어요?”
“야! 죽여, 이 새끼!”
“X나게 얄밉네. 진짜.”
“아악-!! 살려, 사람 살려어~!!”
주변에서 날아든 주먹과 팔꿈치가 사정없이 몸 여기저기를 찜질하는 동안, 저기 저곳에 있는 국영이 형은 꽁꽁 언 플라스틱 물병을 발목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저거, 분명.’
아무래도, 난.
“윽-!!”
“야!! 아프지!! 어?! 아프다고 말해!! 너가 아프다고 해야, 내가 좀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까!!”
“아- 좀, 그만 해요. 섹시천사!!”
“내가 그 말 하지 말랬지! 내가 그 말 하지 말래찌!!”
참고로, 섹시 천사는 부산 아이파크 팬분들이 종우 형한테 붙여준 별명이다.
부끄러운 별명을 부른 것에 발끈한 종우 형이 더욱 열심히 날 짓눌러 오고 있었지만, 내가 한 행동은 그런 형을 바라보면서 느끼하게 윙크를 찡긋 보내주는 일이었다.
“오우- 섹쉬~”
그리고 이 장면을 근처에서 지켜보던 태휘 형님이 말하길.
“야, 넌 진짜 애가 매를 번다.”
“쿡-! 한 개도 안 아프……!! 아아! 항복! 항복!!”
본래 성격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포르투갈에서 지내면서, 친구들에게 많이 물이 든 것 같다.
이래서,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
‘걔네들. 잘 있겠지?’
나중에 호텔에 들어가는 대로, 친구들에게 한 번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팀 향후 일정.
2012.07.19. PM 02:30 VS 세네갈(평가전)
2012.07.26. PM 02:30 VS 멕시코(본선 1차전)
2012.07.29. PM 05:15 VS 스위스(본선 2차전)
2012.08.01. PM 05:00 VS 가봉(본선 3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