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10)
977화 re – Organization (3)
2019년 3월 2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주니어 유스 피치.
오랜만에 Team CFG의 완전체가 갖춰졌다. 최근에는 몇 명씩 비어 있었는데, 오늘부터 당분간은 이 멤버 그대로 훈련을 진행하게 되었다.
보강도 있었는데, U-19와 리저브에서 각각 코치들이 충원되었다.
본래 일주일에 한두 번 훈련을 담당하던 인스트럭터들로, 제임스 윌콕스가 이번 대회를 위해 고용한 남자들이다.
“Stop!”
“…….”
“판단이 느려!”
휘슬을 불어 훈련을 멈춘 후, 한쪽으로 걸어가 조금 전까지 프랭크가 있던 자리에 섰다.
“앨런! 볼을 줘!”
팡-
탁-
축구공을 발밑에 놓아둔 후, 나는 직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아이들에게 전했다.
현재 팀은 9명씩 팀을 나눠 빌드업과 공격 전개를 진행 중이다. 골키퍼는 세워 두지 않았는데, 골키퍼들은 현재 지아코모와 함께 별도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틀 전 U-15 팀과 훈련하다 발목이 다친 선우는 별도의 공간에서 회복 훈련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볼을 받아 두고 뭔가를 하려면 너무 늦어!”
“…….”
“볼을 받아 두기 전에, 할 행동을 정해야 해! 무슨 말인지 이해해? 프랭크! 무리해서 패스를 바로 전달하지 마! 아까는 네게 더 많은 공간이 있었잖아!”
아이들은 습득력이 굉장하고, 그런 만큼 쉽게 기존의 것을 잊어버린다. 고작 며칠 U-15 팀과 함께했을 뿐인데, 오세이는 내가 바라는 것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뛰고 있었다.
외의 다른 아이들도 비슷하다.
U-13과 U-15 팀의 훈련 진도는 우리보다 더 빨랐는데, 중간 과정이 생략된 상태에서 참여하다 보니 감독들의 의도를 곡해해서 받아들이는 부분이 많았다.
“잘 들어! 패스의 목적은 전진이야! 하지만 그 말은, 패스를 앞으로 보내라는 뜻이 아니야! 볼을 쫓아서는 안 돼! 볼이 너희를 쫓게 만들어야지! 몇 번이나 말했던 거야! 무슨 뜻인지 기억해?”
“…….”
“대답해!”
“NE-!”
“좋아. 다시 해 보자. 프랭크! 넌 여기에! 그리고 살림은…….”
아이들의 위치를 조금 전과 같이 조절하며, 나는 번뜩이는 무언가를 피치 위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삑-!
***
【3시간 뒤】
@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철인이네요.”
“하하. 이제야 알았습니까?”
“이야기는 들었죠. 하지만 실제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요. 아까의 훈련 장면은 정말이지…….”
“대단했죠?”
“그 이상이었어요. 마치 펩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가 무척 기뻐하겠네요.”
시티의 리저브 팀 인스트럭터였던 알리스테어 케이든(Alistair Cadden)은 과르디올라의 훈련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는 때때로 리저브 팀 이하 코치들에게 훈련을 참관하게끔 했는데, 알리스테어 케이든 역시 몇 차례 1군 훈련을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그는…….”
“…….”
“그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어요.”
“……네. 그렇죠.”
입가에 미소를 드리운 헨리 애로스미스가 아이스박스 안에 들어 있던 맥주병 하나를 알리스테어에게 건넨다.
“언제나…….”
“?”
“언제나 그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죠.”
“언제나…… 말입니까?”
“믿을 수 없죠. 안 그렇습니까?”
“…….”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위대했다고 평가받는 선수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범인(凡人)의 범주를 가볍게 벗어나는 놀라운 기억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억력은 흔하게 쓰이는 그런 의미이기도 했지만, 이것은 그들의 영역에서 더욱 특별하게 발휘되었다.
“다온은 한 번 피치를 훑어본 것만으로, 다음 상황을 예측해 내곤 합니다.”
“그럴 리가…….”
“아니, 정말입니다.”
“…….”
“그는 모든 아이의 습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본 것만으로, 그 아이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는 겁니다.”
최근 몇 년, 김다온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탄탄한 수비력.
빠른 발.
번뜩이는 플레이.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김다온이라는 선수를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었고, 이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이유를 알려는 것을 포기한 채 그저 그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오늘, 알리스테어 케이든은 모두가 알길 원했던 비밀 일부분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감독으로서도, 다온은 이미 일류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네. 그래서 가끔은 하늘을 원망하게 됩니다. 코치로서 제가 지난 시간 동안 했던 노력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거든요.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얼른 그가 피치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요.”
보기 드문 열등감을 마주한 알리스테어 케이든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신이 오후에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재능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도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모습으로 말이다.
“대단한 남자입니다.”
“네.”
알리스테어의 말에 애로스미스가 동의를 표하며 맥주병을 들이밀자, 피식하고 웃어 보인 알리스테어가 식어 버린 병을 집어 들어 거기에 맞댔다.
띵-
갑작스럽게 살리에리가 되어 버린 두 남자. 이들은 김다온이 ‘선수’로 돌아가게 될 날이 머지않았음에 안도하며,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한 자신들의 재능을 교환했다.
그들의 모차르트가 본인의 집에서, 쉬지 않고 재활을 이어 나가는 동안 말이다.
맨체스터 최고의 부촌(富村) 알트링엄에 자리 잡은 저택 하나. 그곳에서 현재 김다온은 맨체스터 시티의 최근 경기를 시청하며, 빠르게 팀에 녹아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것도.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그렇지.’
뒤처진 진도를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으면서.
김다온의 재활은 늦은 밤까지 이어지고 있다.
***
2019년 3월 28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시즌 마지막 A매치 주간을 끝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어딘가 들뜬 모습들이다.
“3일인가? 4일?”
“3일 아니야?”
“아냐. 3월은 31일까지잖아. 그러니까 4일 뒤가 맞아.”
“대체 지금 무슨 이야기 중인 건데?”
“D-Day.”
“뭐??”
“D-Day! Da-On`s Day. 몰라?”
“???”
눈이 휘둥그레진 리야드 마레즈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베르나르두 실바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김다온의 복귀일을 멋대로 Da-On`s Day라고 명명한 그는 현재, 에데르송/주앙 칸셀루 등과 함께 복귀를 기념하는 깜짝 파티를 기획 중이다.
“걔는 무척 기계 같은 녀석이거든. 그날도 분명히…….”
정신이 완전히 팔린 베르나르두 테이블의 곁을 떠나며, 리야드 마레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고 자신의 테이블에 도착했을 때, 먼저 앉아 있던 카일 워커가 의자를 발로 밀어 슬쩍 내밀어 주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거기에 앉은 마레즈가 방금 들었던 것을 이야기한다.
오랜 기간 팀을 이탈한 선수가 복귀했을 때 당연히 모두가 반겨 주어야 했지만, 깜짝 파티까지 기획하는 건 너무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나도 돈을 냈는데?”
“……뭐?”
“20유로. 별로 안 들었어. 너도 할래?”
“…….”
워커의 대답은 마레즈의 입을 다물게 했다.
식당 한쪽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사이, 베테랑들이 모인 테이블에서는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뱅상 콩파니/다비드 실바/페르난지뉴/세르히오 아궤로가 모인 이 테이블의 근처로는 누구도 쉽게 다가설 수 없었고, 덕분에 이들은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시티의 유니폼을 벗게 될 뱅상 콩파니는, 자신의 후임으로 다비드 실바를 지목했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비드 실바를 보좌할 두 명의 부주장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본래는 페르난지뉴와 케빈 더브라위너를 부주장으로 추천하고자 했지만, 최근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대신해 김다온을 부주장에 임명하고 싶다며 콩파니를 찾았었다.
때마침 A매치 주간이 끼어버려 대화가 더 진행되지 않았었는데, 오늘 그 마무리를 하려는 것이다.
“Come on, 비니. 그가 적임자야.”
“내 생각도 그래. 다비드. 넌 어때?”
“다온이 부주장이 되면 편하긴 하겠지. 걔는 카리스마가 있으니까. 녀석에게 발언권을 준다면, 팀이 좀 더 정돈될 거라고 봐. 그런 뜻에서 나는 찬성이야.”
“봤지? 다비드도 괜찮다잖아.”
“…….”
“비니?”
사실 뱅상 콩파니는 누구보다 김다온을 자신의 후임으로 밀어붙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 주저하는 건, 그 정도의 부상 이후 팀에 돌아와 부주장직까지 맡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랑할 만한 거리는 되지 못했지만, 뱅상 콩파니는 누구보다 부상에 관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몇 주를 쉬게 되는 정도라면 모르지만, 3개월 이상 피치를 떠나 있게 되면 자신의 몸 이외의 것들을 신경 쓰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하물며 1년이라면?
“나라면 걱정 안 해.”
“진짜?”
“응. 우린 지금 다온에 대해서 말하는 거잖아. 걔는 언제 이곳을 떠나 있었느냐는 듯이 굴걸? Come on- 걔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래도?”
베테랑인 다비드 실바가 주장이 되고, 팀 내에서 가장 축구 실력이 좋은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가 부주장이 되는 그림은 실제로 가장 이상적이긴 했다.
“그래, 알겠어. 내가 졌어.”
“진즉 그랬어야지.”
“그럼? 누가 걔한테 말할 건데?”
“당연히 네가 해야지, 주장.”
“이럴 줄 알았어. 모두가 어떠한 일을 바라지만, 어려운 말을 하는 것은 싫어하지. 젠장. 너희 같은 이기적인 새끼들하고 지내는 것도 더는 사양이라고.”
“큭큭큭큭. 그러지 마, 비니, 우릴 사랑하면서.”
“도대체 누가 그러는데?”
“바로 네가. 작년, 키이우에서. 기억해?”
“…….”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마침내 4관왕을 차지했었던 날, 뱅상 콩파니는 파티 장소에서 시티의 모든 이들을 향한 사랑을 고백했다.
듣고 있던 몇몇 이의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콩파니 역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었다.
다만 그 대가는 치러야 했는데, 당시 상황을 휴대전화에 저장한 이들이 영상을 반복하며 두고두고 콩파니를 놀리는 데 사용해 버린 것이다.
“후우~ 젠장. 이젠 그것도 곧 끝이야.”
“…….”
“…….”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이야기가 테이블에 있는 동료들을 서글프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머쓱한 헛기침을 해 보인 콩파니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대화 주제를 전환한다.
그 역시 김다온의 복귀 환영식을 위해 돈을 낸 사람 중 하나였고, 주장이라는 이유로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남들의 열 배 가까운 돈을 뜯겼다.
맨체스터 시티의 주장으로 산다는 건, 별별 종류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인 거다.
“그래서? 이 중에 아직 돈 안 낸 사람은?”
“난 냈어.”
“나도.”
“난 50유로나 뜯겼어. 믿어져? 베르나르두 저 녀석 완전히 날강도라고.”
“가장 친한 친구의 복귀일이잖아. 그 정도는 봐주라고.”
“쯧.”
혀끝을 차는 세르히오 아궤로를 다비드 실바가 위로하고, 그것을 보며 낄낄대는 페르난지뉴를 뱅상 콩파니가 바라본다.
오랫동안 시티를 이끌어온 네 명의 베테랑.
이들은 이제 각자,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
“이 클럽은 이제 쟤네 거야.”
“응. 어처구니없게도 말이지.”
“지금 그 이야기, 10년 전에 우리가 들었던 말하고 완전히 똑같지 않아?”
“그거야 우리 윗대가 멍청해서 그랬던 거고.”
“쟤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그래- 틀림없이 그렇겠지.”
“…….”
“…….”
김다온의 복귀일이 가까워지면서 잔뜩 들뜬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하우스.
이곳에서 머무는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어 가겠지만, ‘전장에서의 자부심(Superbia n Proelio/작자 주 : 맨체스터 시티의 모토)’을 지키는 모습만큼은 잃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맨체스터 시티의 위대한 베테랑들이다.
“쟤네들은 잘할 거야.”
“응. 그렇고말고.”
오늘도 어김없이, 시티의 하루는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
※ The World Youth Cup(U-14)
-> 2019.03.31.~2019.04.30.
-> 중국은 대표팀이 참가
Group A. 맨체스터 시티/우디네세/안덜레흐트/중국
Group B. 아약스/상파울루/잘츠부르크/말뫼
Group C. 맨유/보카 주니어스/AS 모나코/헬싱보리
Group D. 벤피카/도르트문트/발렌시아/LA 갤럭시
***
2019년 3월 30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니어 유스 피치.
오늘로써, 난 길었던 재활과 이별한다.
물론 형식적이지만 말이다.
“…….”
“왼쪽!”
“!”
퍽-!
발등에 얹힌 축구공이 그대로 그물에 꽂히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 나는 로돌포를 보며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왼쪽!”
“!”
퍽-!
현재 나는 가상의 수비수를 설정해 둔 상태에서, 로돌파가 외치는 방향과는 별개로 날아오는 축구공을 받아서 몸을 돌린 뒤, 곧장 슈팅으로 이어 나가는 훈련을 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왼발로 슈팅을 가져가야 하는 때도 있었는데,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발목에 박혀 있던 고정물은 전부 제거된 상태다. 진통제도 따로 맞지 않았고,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어떠한 아픔도 없었다.
피치로 복귀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질수록, 환상통이라는 녀석은 거기에 짓눌려 사라지고 있다.
상상이 만들어 낸 녀석이라던 박사님들의 말이 옳았다. 과거 내가 느꼈던 통증 대부분은 거짓이었다.
퍽-!!!
“휘이~ 뭐야? 당장 복귀해도 되겠는데?”
“그런 소리 마, 베르. 난 아직 멀었어.”
“진짜? 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시끄러.”
퍽-!
베르나르두가 있는 곳으로 축구공을 걷어차 보지만, 철조망이 막아 줄 거라는 걸 알았던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것도.
“거기에서 음식 좀 처먹지 말아 줄래?”
“Amigo.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니야. Uncle Chang이 만든 최고의 차우멘이라고. 이 동네에서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먹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하고 그러는 거야?”
“멍청한 새끼.”
“낄낄낄낄. Vamos! 내가 보고 있다고!”
“음식 다 튀거든?!”
어제부터, 베르나르두는 나의 재활을 지켜보며 추임새를 보태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화할 상대가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30분 만에 생각이 바뀌는 마법을 경험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일일이 간섭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 녀석은 나의 부탁에도 떠나지 않고, 배까지 채워 가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심지어 한 시간 전에 경기까지 끝낸 녀석이 말이다.
곧장 퇴근하고 집으로 갔어도 될 텐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어코 여기로 온 녀석이 고맙다고 해야 할지.
“돌아서는 게 늦어!!”
“…….”
잠깐이지만 고맙다고 생각했던 것은 취소다.
저 녀석인 친구가 아니라 웬수다.
그렇게 약 한 시간가량 더 떠들어 댄 베르나르두가 디저트까지 몽땅 해치워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마지막 재활 과정도 끝을 맺게 되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
“네. 저보다는 당신이 더 수고했죠.”
“하하. 뭘. 모레였지?”
“네. 하필이면 만우절이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서 다들 지금 의심하고 있어. 베르나르두가 너를 위해 돈을…… 이크.”
“……Vamos. 이미 알고 있어요.”
“그래?”
“네.”
베르나르두가 무언가를 꽁꽁 감추는 걸 기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저 녀석은 나의 복귀일이 정확히 언제인지. 그리고 복귀일에 어떠한 경로로 출근할지를 열 번도 넘게 물어봤다. 너무 속이 뻔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녀석의 계획을 망가뜨려도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면 저 친구가 무척 슬퍼할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모았대요?”
“들은 건 얼추 2천쯤?”
“한 사람당 20유로인데요?”
“뭐, 사람을 가려서 적당히 더 받았다 하더라고.”
“저 바보 같은 녀석.”
도대체 무얼 할 속셈이길래 2천 유로나 되는 돈이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이 멍청한 데에 쓰였을 거란 부분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
“응? 안 씻고?”
“저치 보여요?”
“하하. 그래. 이해했어. 그럼 바로 집으로 돌아갈 거지?”
“넵. 올 때도 택시를 타고 왔는걸요.”
베르나르두가 나를 집으로 직접 태워다 줄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난 오늘 차를 몰지 않고 택시를 이용했다.
그리고 훈련을 위해 이곳으로 오면서도, 라커에 있는 짐을 전부 챙겨 왔다. 만약 베르나르두가 오늘도 날 괴롭히러 오지 않았다면, 녀석의 깜짝 파티를 망쳐 놨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하여간에,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티격태격하면서도, 난 사실 베르나르두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었다. 녀석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쭉 팀과 함께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이 녀석도 그걸 바라고 온 것은 아닐까?
“응? 그게 무슨 말인데??”
“……됐다. 그거나 처먹어.”
“응. 그런데, 이거 맛있다.”
“…….”
간식거리로 싸 온 반건조 곶감을 우물거리는 베르나르두를 보고 있으니, 이 녀석에게 속 깊은 생각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믿을 수 있는 성숙한 녀석인데, 왜 내 앞에선 이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탁-
탁-
“하아~ 어서 가자. 몸이 땀으로 다 젖었어.”
“응. 그래.”
“……저기, 베르.”
“??”
“벨트 착용해야지.”
“아, 맞다.”
“…….”
지끈거리기 시작한 관자놀이에 살짝 손을 얹으며, 스치는 주변의 풍경을 눈에다 담는다.
‘……드디어.’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집(Home)으로 돌아간다.
다양한 군상들이 있는 바로 그곳으로 말이다.
“저기, 베르.”
“응?”
나 없는 동안 클럽을 위해 헌신한 친구에게, 일상적인 모든 가벼운 마음을 집어던지고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해 본다.
“Obrigada. Amigo.”
“……De Nada. Amigo.”
“응.”
“그래. 저 길로 돌아가면 되지?”
“응. 그게 더 빨라.”
역시나, 이런 무거운 분위기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금방 웃음을 터뜨렸고, 서로의 어깨를 한 번씩 툭툭 밀쳐 내며 이전처럼 시답잖은 농담들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저 멀리에서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