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13)
980화 re – Organization (6)
조금 전에 끝난 카디프 시티와의 33라운드 경기는 시티의 3:0 승리로 끝이 났다.
팀은 프리미어리그 후반기 전승 기록을 이어 나갔고, 리버풀에 승점 단 1점을 앞선 리그 1위 자리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2시간이 지난 현재, ‘The World Youth Cup’의 4일 차 일정이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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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아카데미 스타디움.
.경기 시작 05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우디네세
&Match-Up`s Best Eleven
&Tactics : 4-4-2 Diamond
GK ? 애드리언 브라운
RB ? 피터 아서
CB ? 칼 해밀튼
CB ? 파히드 카드리
LB ? 에드워드 스눅
DM ? 프랭크 오세이
RCM ? 김현준
LCM ? 무하마드 살림
AM ? 앨런 드레이크
RST ? 김선우
LST ? 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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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상대하게 될 우디네세 칼초는 세리에 A를 대표하는 셀링 클럽(Selling Club) 중 하나다.
모조 우디네세가 인구 10만 명 정도에 불과한 소도시다 보니, 뛰어난 선수를 보유할 자금이 부족해 자연스레 육성-판매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현(現) 구단주 잠파올로 포초의 아들인 지노 포초가 1993년부터 우디네세의 스카우팅 시스템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들의 본격적인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빡빡한 자금 사정에도 불구 스카우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과감히 투자, 우디네세 칼초의 스카우트 수준을 빅리그 이상 가는 정도까지 끌어올렸다.
그런 우디네세 스카우트 시스템의 특징은 바로 ‘질보다는 양’이라는 것.
워크 퍼밋이 필요치 않은 세리에 A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 대륙을 막론하고 약간의 재능이 보인다고 하는 유망주들을 몽땅 클럽으로 쓸어 담았다.
그 결과, 오늘과 같은 라인업이 나오게 됐다.
“선발로 나선 11명의 국적이 8이야. 허-!”
“그게 포초 가문의 방식이죠.”
“아이들끼리 언어는 통한다던가?”
“뭐,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예요.”
“음-”
이번 ‘The World Youth Cup’에 참가한 우디네세팀은 Team CFG와 성격이 비슷했다.
우디네세 소속의 아이들 절반에다가, 스카우트망에 올린 선수들 절반을 끼워 넣어 대회에 출전시켰다. FIFA나 UEFA가 주관하는 공식적인 대회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네에서 모은 11명을 데리고도 출전 신청서를 낼 수 있는 대회니까 말이다.
“잘한다던 애가 쟤였나요?”
“44번. 그래. 저 녀석이야.”
사무엘 존 은와추쿠(Samuel John Nwachukhu)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2005년생 센터백이다. 우디네세 정식 유스 소속으로, 월반하여 U-17 팀에 합류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세리에 A의 유스 시스템은 17세를 기준으로 나뉘는데, 그 아래를 통틀어 유스라 칭하고 그 위를 프리마베라(Primavera)라고 이야기한다.
잉글랜드 방식으로 따지자면 리저브인 셈인데, 굳이 거기에 청춘이라는 의미를 붙였다는 건 이탈리아인다운 낭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재미있는 팀이었어요.”
“3-4-3을 쓰더군. 그것도 대단히 전통적인.”
“네. 오늘도 그럴 거라고 봐요.”
우리가 중국을 15:0으로 대파했었던 날, 우디네세 칼초는 RSC 안데를레흐트와 3:3 무승부를 거뒀다.
급조한 느낌이 강한 팀이라 조직력이 흔들릴 줄 알았는데, 개개인의 기량으로 안데를레흐트를 패배 직전까지 몰아넣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줬다.
“심지어, RSC는 더 강한 팀이 왔는데도 말이죠.”
“그렇다고 했었지.”
“네.”
작년 IFC에도 참가했던 RSC 안데를레흐트는 이번에 새롭게 영입한 유망주들을 추가하여 대회에 뛰어들었다.
목표가 우승이라고 할 만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는데, 첫 번째 경기에서 혼쭐이 나 버리고 말았다. 경기를 관찰한 헨리와 헨쇼의 말에 따르면, 그들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즉.
‘만만치 않은 상대야.’
우디네세가 강한 팀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나는, 경기를 준비하는 지난 사흘 동안 아이들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전술 이행을 부탁해 왔다.
전술 그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가 우디네세의 3-4-3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저는 이기고 싶어요.”
“자네는 늘 그랬지.”
“하하. 네. 피치 위에서는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나쁘지 않아. 중요한 건, 자네가 그것을 올바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전파했는가이지.”
축구를 즐기는 것과 올바른 태도를 지니는 것 못지않게, 나는 아이들의 승리욕과 경쟁심을 좋은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에 집중해 왔다.
때때로 어떠한 한국 감독들은 어린 나이에 승부욕을 지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을 하지만, 난 그걸 늘 개소리라고 여겨 왔다.
물론 지나친 승부욕은 독이 되기도 하지만, 승부욕 자체를 억누르려고 하는 건 종마(種馬)를 거세시키는 행위나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가 감독으로서 실격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앨런! 앨런!!”
“…….”
“Be Cool! Okay?”
“…….”
Team CFG 내에서 가장 경쟁심이 강한 앨런을 잔뜩 부추겼으면서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금은 약간 식혀 두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사흘 앨런에게 나는 계속해서 멋대로 날뛸 것을 요구했고, 아이는 신이 나서 훈련의 집중력을 높여 왔다.
이대로 계속 앨런을 놓아둔다면, 녀석은 자신의 승부욕을 멋대로 터뜨려 버릴 거다. 그것은 팀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 역시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살짝 억누르게 되면, 아이는 그것을 터뜨릴 순간까지 인내심을 발휘하게 된다.
스위치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바로 나.
감독이라는 자리에 있는 이유다.
‘후우~ 할 수 있어.’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 피치를 통제한다는 것. 이것은 Team CFG와 함께하면서 내가 배운 축구의 새로운 얼굴이다.
***
삑-! 삐?익!!
{“와아-!!”}
.
.
.1쿼터 08분 41초
맨체스터 시티 1 : 0 우디네세 칼초
“…….”
앨런 드레이크의 패스를 연결받은 김선우가 침착한 마무리를 보여 주면서, Team CFG가 오늘 경기의 선제골을 가져가게 되었다.
실점과 동시에, 우디네세의 감독 엘모 자릴리(Elmo Zarrilli)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진다.
‘……당했군.’
오늘 Team CFG는 다이아몬드 4-4-2를 약간 변형한 4-3-1-2와 같은 전술을 보여 주고 있다.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AM)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에게 자유로움을 더해 줌으로써, 3-4-3 포메이션이 지니는 근본적인 문제인 ‘수비수의 부족’을 멋지게 공략했다.
10번 위치에서 뛰는 선수가 공격에 가담해 순간적으로 4-3-3 전형을 만들게 되면, 3-4-3을 쓰는 팀은 수비수 하나가 공격수 하나를 마크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물론 중앙 미드필드나 측면 수비수가 수비에 가담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Team CFG가 빌드업을 하는 방식이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Team CFG는 양쪽 풀백을 높은 위치까지 끌어 올려 측면 미드필드의 발을 묶어 두는 한편, 세 명의 미드필드를 동시에 전진시킴으로써 중원 숫자의 우위를 확보했다.
우디네세 역시 공격수 세 명을 아래로 내리며 수비 보완에 나섰지만, 그렇게 하면 3-4-3을 쓰는 이유가 사라진다.
“가브리엘! 토마소!”
“?”
“상대가 볼을 잡았을 때, 중앙으로 내려와! 안드레아! 넌 계속 전방에 머물러! 마테오! 다니엘! 위치를 지켜! 너무 휘둘릴 것 없어!”
생각을 멈춘 엘모 자릴리가 목소리를 높여 빠르게 피드백을 진행한다.
이것으로 일단 급한 불 정도는 끌 순 있겠지만, 현재의 흐름을 뒤집지는 못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아직 경기의 3/4 이상이 남은 만큼, 흐름을 뒤집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대회에 참여한 모든 팀들이 그런 것처럼, 우디네세 역시 그들의 벤치에 비장의 카드를 숨겨 두었다.
“시모네. 이리 오렴.”
“…….”
“계획이 바뀌었어. 2쿼터에 바로 뛸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얼른 몸을 풀어 두렴.”
“네.”
이탈리아의 항만도시 몬팔코네(Monfalcone)에서 태어난 시모네 파푼디(Simone Pafundi)는 우디네세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다.
또래에 비해 월등한 기량을 지녔고, 불과 13살의 나이에 두 개의 단계를 월반하여 U-17 팀에 포함되었다.
이탈리아가 가장 사랑하는 판타지스타 유형의 10번으로, 심지어 왼발잡이기도 해 주변에서는 파푼디를 [“우디네세의 메시.”]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본래는 후반전에만 출전시키려고 했었지만, 1쿼터의 흐름이 심상치 않자 계획을 바꿨다.
‘좋은 팀이로군.’
빠른 피드백으로 Team CFG의 기세를 약간이나마 억누르긴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우디네세는 수비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선수 하나하나의 기량에서 밀린다는 게 눈에 잘 드러났고, 특히 중앙 미드필드의 역량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원숙한 플레이의 프랭크 오세이.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뽐내는 중인 앨런 드레이크. 이 두 명이 1쿼터의 차이를 만들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삑! 삐?익!
한 차례 골대가 팀을 구하며 1쿼터를 간신히 한 골 차로 마칠 수 있었던 우디네세.
엘모 자릴리는 팀의 스쿼드를 바꿔 나갔고, 2쿼터에서 뛸 11명을 우디네세 순수 유스로 채워 넣었다. 현시점 가장 강한 라인업이자, 가장 조직력이 뛰어난 구성이다.
아이들을 피치로 내보낸 뒤, 고개를 돌려 Team CFG의 진영을 보던 그는 선수의 구성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응? 없다고?’
2쿼터 Team CFG 진영에는 1쿼터 우디네세를 가장 힘들게 했던 네 명의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는 다른 아이들이 채워졌고, 현재 Team CFG의 라인업은 1.8군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엘모 자릴리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우릴 비웃는 건가?’
그는 김다온이 우디네세의 전력을 대단치 않다고 판단해 여유를 부린 거로 오해했다.
순식간에 전의가 피어오른 그는 얼굴을 굳혔고, 김다온이 있는 곳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것은, 이것이 기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전략에 의한 판단이었다는 거다.
현재 김다온은 Team CFG 선수들의 기량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어떠한 라인업으로 팀이 구성되었건 각자 다른 축구를 높은 수준으로 보여 줄 수 있다고 확신 중이었다.
오해에서 빚어져 불타올라 버린 승부.
물론, 그 감정은 다소 일방적이다.
***
.하프 타임
맨체스터 시티 1 : 1 우디네세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카데미 스타디움의 스카이 라운지석. 이곳은 시티의 관계자들이 경기를 보거나 기타 등의 이유로 모이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축구 클럽을 운영하다 보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할 때가 있는데, 아카데미 스타디움의 스카이 라운지보다 숨기 좋은 장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방문을 숨기고픈 한 남자가 주변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결과는 나빴지만, 내용은 훌륭했어.”
“그래. 운이 없었지.”
“그나저나, 놀라워. 수준이 높아.”
“이게 다온이 만든 팀인 건가?”
“…….”
카디프 시티와의 경기를 3:0 승리로 이끈 후, 기자회견과 정리까지 끝마친 펩 과르디올라가 코치들과 함께 저녁을 핑계로 스카이 라운지를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실내의 테이블 위에는 주문한 음식이 잔뜩 놓여 있었고, 질 좋은 스페인 산(産) 레드 와인 몇 병도 함께였다.
“그나저나, 후반전은 뭐였지? 4-3-3인가?”
“응? 4-1-4-1 아니었어?”
후반전 Team CFG의 전형을 두고 말이 이어질 무렵, 침묵하고 있던 과르디올라가 간단히 상황을 정리한다.
“3-4-3이었네.”
“뭐?”
“3-4-3이었다고. 13번 꼬마가 사실상 센터백 역할을 하더군. 보기에 따라서는 4-3-3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플레이만 놓고 보면 3-4-3이라고 부르는 게 옳아.”
“크흠, 그렇군.”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
2쿼터 Team CFG는 1쿼터와는 완전히 다른 축구를 선보였다. 1쿼터가 현재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었다면, 2쿼터는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였다.
클래식한 이탈리아 방식의 3-4-3 베이스 위에, 라볼피아나(Lavolpiana)와 인버티드 풀백이라는 현대 축구를 결합하여 멋진 중앙지향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중앙 미드필드 자리에 볼 키핑보다 부지런함이 돋보이는 선수들을 배치한 이유도, 풀백이 중앙으로 이동했을 때 발생하는 변수를 제어하기 위함이었다.
풀백의 전진으로 발생하는 수비적인 위험을 커버하고, 동시에 측면으로 퍼져 나가게 함으로써 공격진에 자리잡은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었다.
문전 앞에서의 아쉬운 마무리만 아니었다면, Team CFG는 최소 3:1로 앞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우디네세의 저 10번.”
“음- 좋은 녀석이더군.”
우디네세가 자랑하는 재능인 시모네 파푼디가 맨체스터 시티 코치들에 주목받는 사이, 펩 과르디올라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전반전에 본 장면을 재생했다.
김다온이 Team CFG에 접목한 축구는 자신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달랐는데, 하나같이 신선한 축구여서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물론 유소년 레벨의 축구 전술을 성인 축구 전술로 가져갈 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참고로는 쓸 수 있었다.
생각을 멈춘 과르디올라가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대체, 언제 이런 수준까지.’
17세 이하 레벨에서 전술을 또렷한 특징으로 보여 줄 수 있다는 건, 그 감독이 뛰어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은 피치 위에서 자주 본인의 역할을 잊어버리며, 그저 볼을 쫓아 달릴 때가 많아 전술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어쩌다 전술적으로 번뜩이는 움직임이 나오더라도, 그건 보통 국지적인 곳에서 엿보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Team CFG는 제대로 된 전술적 움직임을 30분 내내 보여 줬다. 아이들은 볼에 유혹되지 않고 각자의 임무에 집중했고, 스스로 잘 훈련된 상태임을 모두에게 보여 줬다.
특히 인내심이라는 측면에서는 놀라운 수준이었는데, 볼을 소유하겠다는 욕망을 참는다는 건 어지간한 20대 초반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데.
“뭐, 그래도. 이 경기는 우리가 이길 거야.”
“당연히 그렇겠지.”
“아니, 진짜로. 잘 뛰는 녀석들은 아직 피치에 나오지도 않았어. 특히 왼쪽에서 뛰었던 풀백 꼬맹이는 겨우 11살이지. 다온이 후반전에는 전력을 다할 거라고,”
꾸준히 Team CFG 경기를 지켜본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가 후반전의 우위를 예상하는 사이, 펩 과르디올라는 조용히 휴대전화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백룸에서 일하는 직원 중 하나의 번호로 향하는 메시지였고, 그 안에는 펜과 전술 노트를 가져 달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계속해서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영감을 전부 담아 둘 수 없던 과르디올라가 그것을 노트에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 것이다.
그토록 보고 싶지 않아 했던 감독 김다온의 모습.
하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봐.”
“응?”
“저기를 좀 봐.”
“?”
아예 의자 하나를 끌고 창가에 앉아, 다리를 꼰 과르디올라가 피치를 가끔 내려다보면서 펜을 전술 노트 위에 휘적이는 일을 반복한다.
아직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전반전에 보았던 모든 경기 내용이 생생히 그려지고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 역시, 김다온처럼 초인(超人)적인 수준의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
‘미드필드를 이런 구성으로 조합하면…… 음, 그럼 공격수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 주며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 과르디올라의 모습. 이는 맨체스터 시티의 코치들에겐 좋은 술안주게 되기에 충분한 멋진 광경이었다.
‘저걸 본 게 얼마만인지…….’
미소를 지어 보인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가 건배를 제안하고, 허공에서 부딪힌 다섯 개의 잔에 담긴 붉은 액체가 불빛에 반사되며 찰랑거렸다.
김다온이 팀에 복귀하고 사흘.
그들이 알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 아니, 펩 과르디올라 사단(師團)의 모습이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