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15)
982화 re – Organization (8)
2019년 4월 6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퍼스트 팀 피치.
오늘 팀은 브라이튼과의 FA컵 준결승전을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클럽하우스는 텅텅 비었고, 그것은 곧 내가 비밀스러운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훈련을 도울 코치들도 팀과 함께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했지만, 내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봐. 센터백. 센터백. 이렇게 두 사람이 서 있을 거잖아.”
“그렇지.”
“네가 저기에서 이 사이로 돌아 뛰어 들어가면 되는 거야. 패스를 앞으로 밀어 줄 테니까, 받아 놓지 말고 바로 때리고.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
“응.”
“자, 그럼 해 보자.”
하루 전, 한국에서 나를 돕기 위한 특별 인스트럭터가 맨체스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MAA(Manchester Academy at Asia)로 새롭게 이름 지어진 한국 아카데미의 기술훈련 담당이자 나와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 온 권준 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형은 앞으로 6주 동안 우리 집에 머물면서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유용한 팁과 기술들을 훈련해 주기로 했다.
“후우- 후우-”
“……Go!!”
제자리에서 달리기하다가 준이 형의 신호에 맞춰 몸을 왼쪽으로 틀었다.
그러곤 가상의 센터백으로 가정한 두 개의 폴(Pole) 사이로 뛰어들었다. 미리 알려 준 대로 형은 패스를 보내왔고, 난 그것을 곧바로 걷어차 골대를 향해 밀어 보냈다.
“아-이 씨.”
“괜찮아. 바로 다시!”
“…….”
공격수로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지 한참을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것 중 펩의 축구와 어울리는 요소들을 선별해 내었다.
펩의 축구에서 스트라이커 포지션은 득점을 만들어 내는 위치가 아니다.
물론 득점은 돈과 같은 것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얼마든지 환영받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에 가담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주요한 역할이었다.
사실상의 전방 플레이메이커라고 보는 게 옳았는데, 단점은 대처가 되었을 때 팀 전체의 공격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쿤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마무리 능력에 기복이 있는 제주스나 스털링의 컨디션에 팀 공격력이 영향을 받는 이유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공격이 막힐 경우. 그러니까, 어떠한 이유에서든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몇 개의 기술을 연마하기로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슈팅.
난 이것을 더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퍽-
차캉-!
“그러치이-!”
“괜찮았어?”
“어, 근데 이렇게 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아.”
과거 한때, 나는 진지하게 준이 형을 대한민국 연령별 대표팀의 기술 코치로 추천했던 적이 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는 베리에이션(Variation/변형)을 만들어 나가는 준이 형의 창의력이 자라나는 어린 유망주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모든 연령별 대표팀 감독님이 준이 형의 합류를 거부했었다.
선출도 아니거니와 프리스타일/스트리트 축구를 통해 유명해진 ‘가짜 축구 코치’에게 자신의 선수들을 맡길 수는 없다며 역정을 냈었다.
당시 나는 무척 큰 상처를 받았고, 이후 준이 형을 한국 아카데미의 정식 기술 코치로 임명했다.
그 결과 현재는 외국 감독과 코치들마저도 감탄할 만큼의 훈련 세션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반대하던 감독들이 현재 소속된 팀에서 그것을 모방 중이다.
언제는 가짜라고 했으면서, 지금은 천연덕스럽게 태도를 바꾸곤 효과를 칭찬하는 데 여념이 없다.
구역질 날 만큼 이중적인 태도다.
“다음은 이렇게 가자. 성우야!”
현재 나의 요청으로 클럽하우스 출입이 허용된 한국인 인스트럭터들은 총 세 명이다.
메인인 준이 형을 비롯해, 윤성우와 노형태라는 20대 초반의 젊은 코치들이 함께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이들 모두 외부 인력이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의 식구다.
현재 MAA의 지분은 내가 약 35% 정도를 소유하고 있고, CFG가 마저 남은 65%를 갖고 있다.
즉 MAA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은 CFG의 직원인 셈이고, 같은 직장 상사를 둔 동등한 입장이라는 거다. 그래서 이들이 이곳에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분점(分店)에 있던 직원들을 본점(本店)으로 불러들인 것과 개념이 비슷했다.
“봐. 수비도 협력 수비를 하잖아.”
“응.”
“공격도 협력할 때가 있거든. 성우야, 네가 뒤에 좀 서 봐.”
성우를 뒤에다 둔 뒤, 준이 형이 몸을 기대면서 포스트(Post) 플레이 자세를 했다. 그러곤 손을 움직여 내게 패스를 보내 보라 했고, 난 그 말을 그대로 따랐다.
팡-
“봐~? 이렇게 네가 수비를 떨쳐 버리고 싶은데 제대로 안 될 때가 있잖아. 그럼 개인기 말고 수비를 다른 곳으로 밀어 보낼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간단하지. 패스.”
“어?”
“왜? 틀렸어?”
“아니, 아니. 아니. 아씨. 얘 너무 쉽게 맞추는데?”
“에~이. 애들이랑 비교하면 쓰나. 짬밥이 있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간단한 문제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볼이 중심이 된다.
과거 안드레이 피를로를 마크한 박지성 형님처럼 특수한 형태의 대인(對人) 수비를 펼칠 때도 있지만, 축구에서의 대인 방어는 99% ‘볼을 가진 상대를 상대로’ 이뤄진다.
수비수가 너무 가깝거나 수비수를 뚫어 내는 일이 어렵다면, 일단 패스를 동료에게 보내어 관심을 떨어트려 놓아야 한다.
볼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동이 쉬울뿐더러, 수비수가 볼이 있는 곳에 정신이 팔린 사이 위협적인 위치로 움직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그런 공격수들과 얼마나 많이 상대해 봤을 것 같나? 오프-더-볼을 통한 속임수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다.
“좋아. 자, 그럼 일단 이렇게 패스를 줘.”
팡-
“그리고 넌 오른쪽, 왼쪽 어디로든 움직여도 돼. 단, 저기에 세워 둔 핀들 보이지? 딱 저기까지만. 패스하고 저기까지 빠르게 움직이면, 내가 패스를 보낼게. 그럼 넌 마무리하면 돼.”
“오케이. 이해했어.”
“그래. 해 보자.”
사실 이미 전부 알고 있는 것이지만, 우선순위가 달라서 그랬던 건지 훈련하고 있는 모든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전이라면 반대의 상황을 가정한 정반대의 사고로 플레이를 했을 건데, 지금은 수비를 무너뜨리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게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론 재미있었다.
퍽-
차랑-!
“구웃-!! 다음엔, 바로 패스가 못 가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럼 네가 더 길게 뛰어 주면 돼.”
“오케이.”
Team CFG 훈련.
재활.
선수단 합류.
벤투 감독님 미팅.
그리고 오늘.
축구로 꽉 채워진 하루하루를 보내며 흘리고 있는 지금의 이 땀들이 정직하게 자라난 열매가 되어 돌아오리라는 걸, 나는 그걸 굳게 믿고 있었다.
“왼쪽!”
“아~! 아까 오른쪽이라며!!”
“아, 그랬나? 미안~”
“어우~ 진짜!!”
***
2019년 4월 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아카데미 스타디움.
.경기 시작 1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안데를레흐트
&Match-Up`s Best Eleven
&Tactics : 4-4-2 Diamond
GK ? 벤자민 잭슨
RB ? 피터 아서
CB ? 카이 드레이퍼
CB ? 크리스토퍼 디넘
LB ? 에드워드 스눅
DM ? 이프티카르 아프잘
RCM ? 김현준
LCM ? 무하마드 살림
AM ? 오게 매틴손
RST ? 로버트 킨
LST ? 숀 콜린스
.
.
The World Youth Cup 조별 예선 마지막 날, 오늘은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실험해 볼 좋은 기회였다. IFG에서 만난 안데를레흐트를 다시 만났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 형 때문이야.”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네가 나한테 같이 가자고 했잖아.”
“아니, 그러니까. 그런 건 왜 보여 줘 가지고.”
“야. 애들은 원래 정직한 거야, 인마.”
“쯧.”
오늘 나는 경기 전 Team CFG 최종 훈련을 앞두고 준이 형을 아이들에게 소개해 줬다.
당연히 한국에서 온 아이들은 준이 형을 알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에게 MAA의 기술 코치로 엄청난 것들을 할 줄 안다며 잔뜩 기대를 불어넣었다.
호기심 많은 사춘기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준이 형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어왔고, 거기에 신이 난 형은 이런저런 발재간을 보여 주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덕분에, 훈련은 약간 엉망진창이 됐다.
“야,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아, 몰라. 지면 책임져.”
“왜 그게 나 때문인 건데?”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물었다. 왜??”
유치한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와중 아이들을 그라운드로 내보낸 프렛웰이 안으로 들어왔다.
“재미있군. 한국인이 브라질인처럼 볼을 다루다니.”
[응? 응? 뭐라는 거냐?] [형 못생겼다고.] [아~ 그러지 말고.]기고만장해질 것이 훤히 보였지만, 난 어쩔 수 없이 프렛웰의 이야기를 그대로 통역해 주었다.
예상대로 준이 형은 잔뜩 어깨가 치솟았다.
하여간, 소름 돋을 만큼 정직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자네의 특별 담당인가?”
“네. 앞으로 6주 정도요.”
“그렇군. 가능하다면…….”
“?”
“가능하다면 우리 훈련도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봐 주겠나? 기존 코치들에게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얻게 될 거야.”
“진심이세요?”
“물론이지.”
[뭐? 이번에는 뭐라는 건데? 응? 응??]결혼하면 남자는 어른이 된다던데, 준이 형은 둘째가 세 살이 된 지금도 여전했다.
오히려 더 애가 되어 가는 것만 같다.
[진짜? 그래도 돼?] [엥? 진짜 하려고?] [뭐, 어때.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관광이나 쇼핑이야 남는 시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어차피 여기 별로 볼 것도 없다며?]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맨체스터를 욕한 것 같잖아.] [지루한 동네라고 말한 건 맞잖아.] [내 말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데?] [응? 아니야??]나는 분명 준이 형에게 맨체스터는 조용한 곳이라 축구에 집중하기 편하다고 말을 했다.
뮌헨이나 마드리드 같은 축구 열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축구 외의 즐길 거리는 조금 부족한 동네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만족해서 하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준이 형이 이렇게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곳 애들은 어느 수준인가 보고도 싶고.] [흐음- 꽤 한다?] [그렇겠지. 본고장 아니냐.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봐 둬야,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애들한테 말해 주기도 하지. 그리고 나도 자극도 좀 받고.]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긴 했지만, 준이 형도 나 못지않은 축구 중독이다. 하긴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과 같은 삶을 살아올 수 없었을 거다.
축구공 하나만 달랑 들고 세계 곳곳을 떠돌며, 프리스타일러로서 명성을 쌓고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결국은 그걸로 성공해 한국에 자신만의 아카데미를 차렸고, 나와 만난 후 손을 잡아 현재는 MAA의 기술 코치 겸 기술 이사라는 높은 위치에 올라섰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다.
실제로 난 그런 부분을 존경하고 있다.
“한데요.”
“오- 그거 잘 됐군, 그래.”
“네. 정말 그래요.”
“훈련에 재미도 더해질 거야. 나이를 막론하고, 그런 기술들을 배우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으니까.”
“그렇죠.”
남자아이들이 축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는 보통 화려한 기술에 끌려서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공터에 가면, 사포나 크로스오버를 연습하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당시 초등학교 감독들은 그러한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어쩌다 실전에서 개인기라도 펼치는 날이면, 경기가 끝난 뒤 무조건 얼차려를 받았다.
지금은 세대가 많이 변해 개인 기술을 권장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기술=기본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어쨌든, 준이 형이 가진 화려한 기술은 확실히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실전에서 역시.
“Boys! Listen Up!”
“…….”
안데를레흐트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팀 미팅에서 나는 주의 사항을 먼저 전달했다.
“오전에 있었던 일은 전부 잊어버려! 무슨 뜻인지 이해해? 그런 기술들을 하게 될 날은 오늘이 아니라고! 집중해! 우리는 이전까지 훈련해 왔던 대로 할 거니까.”
“…….”
“대답은?”
“Ne-!”
“좋아. 그럼 시작하자.”
첫 번째 우디네세와의 경기에서 3:3으로 비긴 안데를레흐트는 중국을 11:2로 제압하면서 골득실에 앞선 A조 2위로 올라선 상태다.
하지만 토너먼트 진출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경기 후 우디네세가 중국을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둘 것이 분명한 만큼, 안데를레흐트로서는 다음 단계 진출을 위하여 필승의 의지로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1쿼터부터,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할 거다.
“오늘 상대할 팀은 안데를레흐트야. 너희도 잘 기억하겠지? 몇 개월 전에 붙어 봤으니까. 그런데, 전보다 더 강해졌다고들 해. 그때 오지 못했던 애들도 왔고, 또 새로운 선수도 보강한 모양이니까.”
“…….”
“그리고 쟤네는 아직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어. 오늘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려고 하겠지. 처음부터 강하게 나올 거야. 우리가 볼을 잡았을 때, 바로 압박이 들어올 거라고. 자, 그럼 이제부터 여기를 한번 보자.”
탁-
탁-
화이트보드 위, 나는 붙어 있는 마그네틱을 이리저리로 움직이며 금세 전형을 만들었다.
오늘 우리는 평소와 같은 4-4-2 다이아몬드 형태로 나설 예정이지만, 이전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배리에이션을 더한 축구를 펼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형은 두 번째 우디네세 경기보다 첫 번째 중국과의 경기와 좀 더 흡사하다.
“우리는 일단 후방에서 볼을 돌릴 거야. 패스는 낮게 가져갈 거고.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지 않는 것에 집중할 거야. 벤자민과 카이가 빌드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 해. 그럼 여기에서 질문.”
“!”
“우리가 왜 후방에서 빌드업을 할까?”
화이트보드에서 눈을 떼어 아이들을 돌아본 순간, 나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처음엔 질문을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태반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이 시간만을 기다려 오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리고 답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런 태도를 얻길 원했던 나로서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사람인 이상 망각할 수 있고, 알고 있는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려면 계속해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마침내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진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아이들의 기본기가 되고, 거기에서 뻗어 나갈 가지들이 개성이란 이름으로 자라나서 곧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플레이로 정착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즐거운 거다.
“아프잘? 네가 대답해 봐.”
“상대를 끌어내려고요.”
“맞았어.”
아프잘이 정답을 말함과 동시에, 몇몇 아이들이 아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저건 경쟁심의 표출이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안데를레흐트는 굉장히 강하게 나올 거야. 전방에서부터 바로 압박하려고 하겠지. 그런 팀을 상대로 미드필드에서 빌드업을 하는 건 옳지 않아. 왜냐하면 많은 선수가 있을 테니까. 그래서 우린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면서 상대 공격수들을 끌어들일 거야. 그러면 여기에서 다시 질문.”
“!!”
“저요! 저!”
“Come on, 앨런 난 아직 질문도 안 했어.”
“하하하하.”
“……치.”
“다 들리거든?”
“……죄송해요.”
“좋아. 받아들일게. 아무튼, 다시 질문이야. 우리가 상대를 끌어들였다고 치자. 그럼 그다음은 어디로 볼을 보내야 할까? 좋아. 준이. 네가 대답해 봐.”
“공격수랑 미드필드 사이요.”
“이번에도 정답이야.”
오늘 우리가 안데를레흐트를 상대로 펼칠 축구는 일종의 더미(Dummy) 풋볼이다.
볼을 먹잇감으로 상정(想定)하고 달려들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역으로 공을 미끼로 삼아 안데를레흐트가 덫에 걸리기를 바라고 그물을 펼칠 생각이었다.
“프랭크. 넌 오늘 센터백 사이로 갈 필요는 없어.”
“Ne.”
“대신 평소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머물러 줘. 상대 공격수의 압박 위치와 미드필드 라인을 확인하고, 그 중간에 서 있으면 돼. 물론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얼마든지 센터백 위치까지 내려와도 되고. 무슨 말인지 알지?”
“Ne.”
프랭크 오세이가 안데를레흐트의 공격과 미드필드 사이에서 볼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그렇게 된다면 상대 진영은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컸다.
누가 프랭크를 압박해야 하지?
가장 가깝게 있는 선수?
아니면 협동해야 하나?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선택지가 안데를레흐트 아이들의 눈앞에 나타날 것이고, 당연히 그중 하나를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찰나에서 나타나는 망설임.
내가 노리는 건 바로 그거다.
“프랭크. 네가 볼을 잡으면 우선적으로 봐야 할 곳은 양쪽 풀백이야. 전방 압박을 벗긴 상태에서 네가 측면으로 크게 볼을 돌리게 되면, 상대는 당황할 거니까.”
“어…… 그러면 차라리 전환을 할까요?”
“그것도 좋지. 좋은 아이디어야.”
기쁘게 웃는 프랭크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 후, 나는 뒤이어 풀백들에게도 지시 사항을 전달해 나갔다.
“에디! 피터! 너희 둘은…….”
선발로 출전한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말하며, 나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어떻게 뛰어야 할지를 말해 주었다. 전이라면 좀 더 팀으로서 움직이게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Team CFG는 제법 오랜 기간 많은 유대를 쌓아 왔고, 이젠 굳이 하나로 엮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하나로 단단하게 뭉쳐 있다.
그러니, 난 팀이 아닌 개인을 더 돌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오게?”
“네.”
“날뛰고 오렴.”
“!! 네!!”
오게를 특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프리롤을 주었던 아이에게는 언제나 똑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아이들 역시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선수가 자유롭게 뛰어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뛰는 포지션이 어디고, 어떠한 위치가 주로 비게 될지도 말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오늘 오게의 아래에 설 살림과 현준이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팀과 전술이란 이런 거다.
모두에게 알려 주는 것.
전이라면 선수의 관점에서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같은 단어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뒤집히겠지.’
공격수로 뛰는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축구 상식은 새로운 관점 아래 재정립될 것이다.
그에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내가 좀 더 단단해져야 해.’
어느 때보다 피치 깊숙이 뿌리를 내리곤, 축구라는 녀석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자신감은 충분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지켜야 할 존재들이 있는 이상, 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