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18)
985화 re – Organization (11)
【3시간 뒤】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아카데미 스타디움.
.1쿼터 00분 00초
맨체스터 시티 0 : 0 AFC 아약스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2-3-1/4-2-3-1
GK ? 애드리언 브라운 / GK ? 찰리 셋포드
RB ? 피터 아서 / RB ? 디야 예로무니
CB ? 카이 드레이퍼 / CB ? 올리비에 아에르센
CB ? 크리스토퍼 디넘 / CB ? 마테야 밀로바노비치
LB ? 트리스탄 화이트 / LB ? 프린스 아닝
RCM ? 프랭크 오세이 / RDM ? 실바노 부스
LCM ? 무하마드 살림 / LDM ? 율리앙 브란데스
RAM ? 김선우 / RAM ? 예페 키에르
CAM ? 오게 매틴손 / CAM ? 가브리엘 미세후이
LAM ? 앨런 드레이크 / LAM ? 아무리초 반 악셀 동겐
ST ? 숀 콜린스 / ST ? 요람 부하우트
.
.
에디의 부상으로, U-15팀에서 뛰던 가빈 고든(Gavin Gordon)이 Team CFG에 임시로 합류했다.
20명 만으론 대회의 규정대로 경기를 소화할 수 없어서 이뤄진 결정이었고, 덕분에 약간의 숨통은 트였지만 합류한 지 하루밖에 안 되는 선수를 당장 피치로 투입하는 것은 무리였다.
일단 1쿼터 분위기를 파악하게 만든 후, 2쿼터와 3쿼터에 가빈을 투입해 보려고 한다.
‘승부는 처음과 끝이야.’
오늘 나는 1쿼터와 4쿼터에 가장 좋은 호흡을 보여 준 11명을 투입할 생각이다. 그래서 중간 쿼터에는 다소 수비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중요한 건 AFC 아약스의 생각이다.
과연 언제 힘을 줄지.
일단 명단만 놓고 보면, AFC 아약스에서 가장 잘하는 11명이 선발로 나선 상태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어, The World You Cup 토너먼트 첫 번째 경기를 시작했다. 선공은 AFC 아약스가 가져갔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면서 우리의 빈틈을 찾으려고 한다.
후방 빌드업을 주도하는 건, 2005년생의 실바노 부스(Silovano Vos)다.
본래 저 자리는 키안 핏츠-임(Kian Fitz-Jim)의 것이었지만, 2003년생인 관계로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한 상태라 실바노 부스가 8번(CM)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저 아이는 AFC 아약스가 자랑하는 ‘원더 키드’ 중 하나다. 어지간해서는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평이다.
“뚫렸어-!”
“침착해!!”
지금도 실바노 부스는 오게와 앨런의 협력 수비를 능숙하게 벗겨 내며 전진에 성공했다.
순간적으로 진영 한쪽이 허물어졌고, 난 뛰쳐 나가려던 살림에게 자리를 지킬 것을 요구하며 AFC 아약스의 공격을 지연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실바노 부스는 내 생각보다 영리했다. 미드필드가 전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자마자, 앞을 살피는 것을 포기하고 직접 드리블을 시작했다.
전진하는 방법을 아는 친구다.
“젠장. 카이!!”
실바노 부스가 하프라인을 통과함과 동시에, AFC 아약스의 공격진이 일사불란하게 달려 나갔다.
잘 훈련된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으로, AFC 아약스의 공격진은 Team CFG의 수비에 혼란을 안겨다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볼을 가진 선수는 자유를 얻는다.
본인에게 달라붙을 수도 있었던 수비가 움직이는 동료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 보니, 한결 편안히 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거다.
하지만 우리 역시, 못지않게 잘 훈련되어 있다.
개개인의 기량도 많이 발전했다.
동요하는 수비를 빠르게 안정시킨 카이가 디넘과 트리스탄을 움직여 한쪽을 먼저 틀어막았고, 그와 동시에 프랭크 오세이가 포지셔닝을 통해 중앙을 선점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실바노 부스가 패스를 보낼 수 있는 곳은 왼쪽 측면뿐이다.
팡-
얼핏 순조롭게 빌드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위험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흐름대로 AFC 아약스가 딸려 온 것에 불과하다.
아무리초 반 악셀 동겐에게 패스가 이어짐과 동시에, 우린 물고기를 몰 듯 상대를 한쪽으로 몰아 사이드라인 아웃을 이뤄 냈다.
결과적으론, 지연에 성공한 셈이다.
“오게! 앨런!”
“…….”
“…….”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나의 수신호를 이해한 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빌미를 제공할 필욘 없어.’
현대 축구에서 압박은 키워드가 아닌 기본적인 옵션이 되고 있다. 이 말은 즉, 더는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피치 어디에서도 압박이 이뤄지는 장면을 본다.
그래서 감독은 탈(脫)압박에 능한 선수를 피치 중요포지션에 배치하는 한편, 압박 전후 상황에서 이뤄지는 공수 전환 속도를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그런 결과, 탈압박에 능한 상대를 굳이 압박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전술로 자리매김을 했다.
볼을 능숙하게 만드는 선수에게 달라붙는 대신, 적절한 위치를 먼저 선점하고 지켜 상대의 플레이를 유도해 내는 것이다. 우린 그것을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고 부른다.
조금 전 카이가 디넘과 트리스탄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나, 프랭크가 중앙에 자리를 튼 것 모두 포지셔닝이었다.
AFC 아약스는 강한 상대지만, 말한 것처럼 우리도 많이 성장했다.
“달려들지 마! 침착하게 자리를 지켜!”
예전이었다면 쉽게 당황했을 아이들이 냉정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며, 난 성장(成長)이란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아진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다.
***
.1쿼터 종료
맨체스터 시티 0 : 0 AFC 아약스
해당 연령대에서는 보기 드문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상파울루 팀 선수단이 관중석에 앉아 해당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남미 팀 특유의 특성이 잘 나타난 모습이다.
“지오! 쟤네들을 어떻게 생각하니?”
“재미없는 축구를 해요.”
“하하. 확실히 정돈되어 있기는 하지. 하지만 저런 것도 필요하단다. U-20 팀에 합류한 순간부터 너희들도 저런 식의 플레이를 배우게 될 거야.”
브라질에는 70개가 조금 못 되는 프로 축구 클럽이 존재하고, 리그는 1부에서 5부까지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클럽은 6단계로 유스를 나누는데, 10세 이하를 시작으로 U-12/U-14/U-16/U-18/U-20의 총 여섯 개의 팀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경제력과 축구 환경의 한계상, 유럽처럼 유스를 운영하고 있진 못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대체로 방치되며, 축구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브라질 유스 시스템을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적자생존(適者生存).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만 명에 가까운 어린 유망주가 클럽 입단을 위해 문을 노크하는 브라질 축구 클럽은 언제나 ‘살아남을 수 있는’ 타고난 재능을 기다려 왔다.
잠재력이 아닌 철저히 실력에 초점을 맞춰, 한 달 간격으로 테스트해 잔류와 퇴출을 결정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아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을 시행하지만, 이 혜택을 받는 비중은 0.0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이역만리 먼 맨체스터까지 날아온 상파울루의 소년들은 브라질에서도 선택받은 아이들이 모인 팀이라는 뜻이었다.
특히 조금 전 지오라는 애칭으로 불린 2006년생 소년 지오바니 엔리케 아모림 다 시우바(Giovani Henrique Amorim da Silva)의 경우, 제2의 네이마르가 될 거란 평을 들었다.
2006년생으로 U-12 팀에서 뛰어야 함에도 불구, 단계를 뛰어넘은 것엔 전부 이유가 있다.
“잘 봐 둬라, 얘들아. 저 두 팀 중 하나가 너희와 붙게 될 거니까. 뭐, 물론. 우리가 이기겠지만 말이야.”
“하하하하.”
“헤헤헤헤.”
상파울루의 감독 지우베르투 안투네스(Gilberto Antunes)가 던진 한마디에, 팀의 코치들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Group B 세 경기를 3승 16득점 2실점으로 통과한 팀답게, 자신감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이를 방심한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안투네스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이 아이들에게 있어 축구는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일 뿐만 아니라, 본인과 가족을 먹여 살려 줄 삶의 유일한 희망이다.
‘배부른 저 아이들과는 다르지.’
브라질 남자아이 중 90% 이상이 7살이 됨과 동시에 유스팀의 문을 두드린다.
언젠가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클럽에 입단한 것만으로 당장의 굶주림을 피할 수 있다. 브라질은 하루 6달러도 안 되는 생활비로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하는 빈곤층이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다.
오늘 부진하면 내일 굶는다는 두려움.
이것은 상파울루가 강한 이유였다.
‘흠- 2쿼터에 대거 변화를 주는 건가?’
필드플레이어 전체가 바뀐 Team CFG의 모습을 보며, 지우베르투 안투네스는 곧 시작될 두 번째 쿼터를 기다리기로 했다.
***
.2쿼터 00분 00초
맨체스터 시티 0 : 0 AFC 아약스
처음 이러한 컨셉으로 IFG가 열렸을 때, 대회에 참가했던 감독들은 [“로테이션으로 인한 전력 격차까지 고려해야 해서 우리에게도 신선한 대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어린아이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규칙이었지만, 출전 시간의 제한은 감독에게도 좋은 공부 거리가 되었던 것 같다.
나와 같은 경우야 Team CFG가 첫 감독 경험이었으니, 이러한 방식의 로테이션을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건 내가 유리해.’
2쿼터 시작과 동시에 6명의 선수를 교체한 AFC 아약스의 벤치를 바라보며, 나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생각을 했다.
전술 변화 없이 선수를 바꾼 것만으로, 똑같은 팀의 축구는 꽤 많이 달라진다.
삐-익!
2쿼터의 선축은 우리가 가져간다.
현재 볼은 아프잘의 발밑에 있다.
“옆에 있어, 아프잘. 침착하게 해.”
생각해 보면, 한국에 있을 땐 이유 없이 화내는 감독님들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괜히 위축되곤 했고, 플레이를 하기 전 먼저 감독님의 눈치를 봤다.
언제부터인가는 그게 참 싫어졌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잘못한 게 있다면 천천히 그것을 알려 주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그런 실수를 통해, 아이들은 성장한다.
가끔 목청을 높여야 하는 순간도 존재했지만, 그건 화를 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미르! 17번 옆에 있어! 가빈! 초조해하지 마! 자리를 지켜! 결국엔 쟤네가 와!”
감독이 되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다는 건, 생각하는 기물(器物)로 체스를 두는 것과 비슷했다. 내가 의도하는 바를 설명하지만, 결국 그것은 생각하는 기물에 의해서 결정된다.
때로는 오해나 곡해가 생겨 의도하지 않은 대로 경기가 풀려 나가기도 하며, 때로는 정확히 무언가가 맞아떨어져 거기에서 큰 희열을 느낀다.
특히 지금처럼 최선이 아닌 차선의 전력으로 플레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어째서 펩이 노후를 유스팀 감독을 맡는 것으로 정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반년 전만 해도 지금 피치에서 뛰는 10명(가빈 고든 제외)을 투입했다면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색이 다른 10명이 만들어내는 화음(和音) 역시, 지금은 제법 그럴듯하게 바뀌었다.
아니.
오히려 신선하다.
“공 있는 쪽으로 가. 지금은 더 밀어붙여도 돼. 좋아, 로비! 바로 그거야. 우진아! 로비를 도와!”
본래부터 로비는 빠르고 재기 넘쳤지만, 내가 감독이 된 후 로테이션으로 밀려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로비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충격요법으로 다뤘었다.
몇 번 보여 준 적 없는 엄한 모습으로, 게으른 선수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실제론 이보다 훨씬 더 강한 어조였고, 저 아이는 눈물을 찔끔했다.
하지만 나는 저 아이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고, 실제로 이후 로비는 수비를 시작했다.
지금 로비가 해낸 인터셉트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다.
“VERY GOOD-!! 바로 그거야!!”
AFC 아약스의 왼쪽 풀백을 순간적으로 압박한 로비가 파이널써드 위치에서 볼을 가로챘다. 흔히 펩이 말하는 100% 지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펩의 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은 수비수라면 절대, 저 위치에서 볼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반대로 말해 공격하는 쪽에서는 저 위치에서의 인터셉트는 곧 기회로 이어진다는 뜻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
수비에 성공한 로비에게, 나는 자유를 잔뜩 부여했다. 그토록 갈망해 온 자유를 얻은 소년은 억누르고 있던 본성(本性)을 마음껏 발휘한다.
어째서 시티의 제안을 받지 못했는지가 궁금할 정도의 로비는 공격적인 상황에서 당장이라도 베어 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지금도 아이는 AFC 아약스의 왼쪽 진영을 허물어 버린 후,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낸 멋진 크로스를 띄워 올렸다.
팡-!
{“아-!”}
{“우오-!”}
타이밍을 잘 포착한 골키퍼의 펀칭이 아니었다면, 뒤쪽에서 기다리던 선우가 마무리했을 거다.
아쉬워하는 로비.
걸렸다는 느낌이다.
“로비!”
“?”
“Good Job! 다음엔 좀 더 넓게 보도록 하자!”
“??”
현재 내가 가리킨 곳엔, 2선에서 뛰어들고 있는 두 명의 아이가 있었다.
사실 지금은 크로스보다는 컷백(Cut Back)이 훨씬 더 좋은 상황이었고, 이는 내가 지금까지 가르쳐 온 Team CFG의 축구와도 훨씬 더 부합했다.
하지만, 나는 로비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더 칭찬할 뿐이다.
“계속 그렇게만 해. 알겠지?”
“Yes!”
“Yes가 아니라 뭐지?”
“?! Ne!!”
“Good. 좋았어. Let`s Go. 지금은 정말 좋았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법. 정말 그런 것이라면, 나는 피치 위에서 고래를 다루는 조련사가 되겠다.
AFC 아약스라는 강팀을 상대로, 아이들은 오늘도 무럭무럭 성장하는 중이다.
***
【같은 시각】
@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대체로 평범한 하루, 그 평범함을 깨트린 것은 프런트오피스를 찾은 한 명의 방문객이었다.
“폴 베스트라고요?”
“그렇습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전혀. FA의 사람입니까?”
“그렇습니다. 망나니로 유명하죠.”
“…….”
프리미어리그에서 종사하는 사람 중, ‘FA의 망나니’가 의미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는 없다.
하등 능력 없는 귀족 가문의 천덕꾸러기가 FA에 취업한 것을 두고, 관계자들은 ‘FA의 망나니’라는 말로 설명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들을 골칫거리로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 FA 내에서 세력이 있습니다.”
“왜 하필.”
“?”
“왜 하필 다온인 겁니까?”
“그건 제 실수 때문입니다, Mr. 무바라크.”
“…….”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칼둔 알 무바라크가 클럽을 찾은 퍼거스 윌모트를 쳐다본다.
“실수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퍼거스 윌모트는 조만간, 폴 베스트가 공문을 보내와 김다온의 Team CFG 지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거라고 했다.
사유는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이었고, 시티가 FA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도 일이 처리되고 나면 ‘The World Youth Cup’은 끝난 뒤일 것이다.
악명 높은 영국 공무원들의 일 처리 속도 못지않게, FA의 일 처리 역시 상당히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제아무리 맨체스터 시티가 정식으로 항의를 한다고 해도, 하루 이틀 안에 일이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이기로 유명한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은, 무의미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조금 더 생산적인 부분을 신경 쓰기로 했다.
바로, 퍼거스 윌모트 말이다.
“어째서 여길 찾아오신 겁니까?”
“그 질문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퍼거스 윌모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내부를 걸었다.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편안한 걸음이었고, 그는 곧 창가의 앞에 섰다.
“저는 다온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랍니다.”
“……팬이신 겁니까?”
“네. 처음 그를 본 것은 2012년입니다. 당시 그는 벤피카 소속이었고, FC 바르셀로나와 경기를 치렀죠. 그때 리오넬 메시는 축구의 신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푹 빠져 있었죠.”
“그러다 새로운 사랑에 빠졌군요.”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김다온이 메이저(Major)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너무나도 유명한 페이스북 댓글 때문이다.
변방의 아시아 선수가, 단숨에 중심 무대로 뛰어들었다.
당시 캄노우에 있었던 퍼거스 윌모트는 김다온이 망신당하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였고, 건방진 꼬마가 현실을 깨닫기를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경기가 끝났을 때, 퍼거스 윌모트는 김다온에 푹 빠져 버린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파괴적이죠.”
“제 생각도 같습니다.”
“하하. 저는 음지에서 그 누구보다 다온을 응원했습니다. 언젠가 그를 PL에서 보길 원했죠. 그리고 마침내 그가 도착했습니다. 지난 시즌 시즌권 명단에 제 이름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고맙습니다.”
퍼거스 윌모트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홈 경기를 관전했다. 그리고 시티가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모든 경기의 현장에 있었다.
그에게 있어, 김다온은 꿈에 그리던 선수였다.
붉은 것(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최고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조리 바꿔 버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Team CFG가 중요하다는 걸 압니다.”
“…….”
“당신이 왜 그가 감독이 되는 걸 허락했는지도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와 같은 사람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상당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사를 했죠.”
“이해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내부고발자가 있다는 뜻이었지만, 칼둔은 그것을 추궁할 생각을 포기했다.
당장 중요한 일도 아닐뿐더러, 결과적으로는 김다온에게 좋은 방향으로 흐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 누구도, 자신의 최애가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최애를 다치게 한 이를 향해 날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다.
“제가 다온을 다시 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믿겠습니다.”
“그러셔도 좋습니다. 다만, 제게도 시간은 필요합니다. 최소 열흘은 말입니다. 폴 베스트가 일을 벌이기까지는 나흘이 걸렸지만, 그걸 수습하려면 최소 두 배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선제공격이 중요한 법이죠.”
최소 준결승 경기가 끝날 때까진 김다온이 Team CFG를 지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FA는 김다온을 소환해 라이선스 없이 감독한 부분을 인터뷰할 것이며 Team CFG와 연관된 관계자들 역시 FA에서 나올 감독관과의 인터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겠지만, 폴 베스트는 김다온을 소환했다는 사실만으로 명성을 얻을 게 틀림없다.
애초부터, 그가 바라던 것이니까 말이다.
“다온을 잠깐 Team CFG에서 제외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굳이 먹잇감을 줄 필욘 없죠.”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AFC 아약스와의 첫 번째 경기가 끝난 후, 김다온은 잠정적으로 Team CFG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
이틀 뒤 FA의 관계자들이 왔을 때, 김다온이 감독직에서 물러났다고 한다면 라이선스 문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잃게 된다.
미디어는 자연히 관심을 끌 것이고, 폴 베스트의 동기부여 역시 상실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퍼거스 윌모트가 FA 내부에서 폴 베스트를 끌어내리는 일을 실행하게 될 거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저도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론 가까이 지내도록 하죠.”
“하하. 지켜보도록 하죠.”
“네.”
퍼거스 윌모트와의 작별 시간, 칼둔 알 무바라크는 예기치 않게 다가온 인연을 FIFA와 UEFA의 수사로부터 달아날 수단으로 사용키로 한다.
그리고 맨체스터의 오래된 귀족 가문 자제 역시, 오늘의 인연을 자신의 최애에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코자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바퀴벌레 같은 녀석 같으니.’
폴 베스트의 처리가 먼저였다.
.
.
.경기 결과
맨체스터 시티 2 : 2 AFC 아약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