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20)
987화 re – Organization (13)
【4시간 뒤】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아카데미 스타디움.
.4쿼터 종료
맨체스터 시티 3 : 3 AFC 아약스
직무 정지를 당하면서 감독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김다온이 빠진 오늘, 상파울루의 감독 지오바니 안투네스는 4쿼터가 종료된 후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시시하군. 흥미가 떨어졌어.’
그는 내심 뭔가 신선한 부분을 기대했다.
아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을 말이다.
이번에 맨체스터로 날아온 상파울루의 U-14 팀엔 좋은 재능들이 많았고, 그 아이들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어 가는 게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들이 얻어 갈 건 자신감 외에는 없을 것 같다.
“…”
시선을 슬쩍 내린 안투네스가 경기에서 완전히 관심이 멀어진 팀을 바라본다.
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고 구매한 음식을 먹느라 여념이 없다. 1쿼터 초반 맨체스터 시티가 연이어 실점한 순간부터, 그들은 이미 승리를 자신한 것 같다.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지만, 안투네스는 딱히 아이들을 통제할 생각이 없었다.
“다니엘!”
“?”
“음료수 쏟겠다.”
“아-! 감사합니다!”
상파울루의 공격수 다니엘 아모림 다 소우자(Daniel Amorim da Souza)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음료수병을 집어 든다.
그제야 안심이 된 안투네스는 승부차기를 준비 중인 피치를 다시 바라보며, 곁에 있는 코치들과의 작은 내기를 생각했다. 어떠한 팀이 이길지를 두고, 돈을 걸기로 한 것이다.
흐름상 유리한 쪽은 맨체스터 시티다.
4쿼터 시작 전까지 1:3으로 뒤졌던 그들은 마지막 15분 동안 선전했고, 기어코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Vamos-! 이래서야 내기가 성립이 안 된다고.”
“어쩔 수 없잖아, 바니. 돈이 달린 문제야.”
“이런!”
일방적으로 맨체스터 시티 쪽에 돈이 몰리자, 안투네스는 내기를 포기하기로 한다.
혀를 찬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 AFC 아약스의 아무리초 반 악셀 동겐이 첫 번째 승부차기를 처리하기 위해 페널티 스팟의 앞에 섰다.
Team CFG의 골키퍼는 3, 4쿼터 실점없이 골문을 지킨 벤자민 잭슨이 맡았다.
‘예상대로라면 오른쪽. 저 아이는 습관이 있어.’
한 차례 대결을 가진 것만으로 AFC 아약스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지오바니 안투네스가 킥의 방향을 예측하고, 정확히 그의 생각대로 축구공은 키커 기준 오른쪽으로 향한다.
촤라락-!
‘역시 그렇군.’
본인의 예측이 맞이떨어진 것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것도 잠시, 안투네스는 그보다는 맨체스터 시티의 코치 중 누구도 이를 파악해 내지 못한 것에 실망한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승부차기가 시작되기 전, 골키퍼에게로 가 AFC 아약스 선수들의 습관을 알렸을 거다.
아무리초 반 악셀 동겐이 들어선다면 오른쪽. 프린스 아닝이나 예페 키에르가 키커로 나선다면 무조건 왼쪽으로 다이빙 하라고 말했을 거라는 뜻이다.
촤라락-!
{“와아-!”}
어느새 승부차기는 3:3까지 맞춰졌다.
이제 다음은 다시 아약스의 차례다.
‘저 녀석이라면… 장난이라도 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AFC 아약스의 네 번째 키커는 줄리안 딘 라이크호프(Julian Dean Rijkhoff)다. 제법 싹수가 보이는 공격수였지만, 건방지고 상대를 쉽게 얕잡아 보는 단점도 가졌다.
안투네스는 그러한 성격이라면 P.K를 성실하게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판단했고, 어쩌면 기행이 나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안투네스의 예측은 적중한다.
{“와아-!!”}
어이없게도 라이크호프는 파넨카(Panenka)를 시도했고, 기술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던 킥은 골키퍼가 한 차례 옆으로 다이빙을 했음에도 다시 잡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인상을 살짝 찌푸린 라이크호프가 멋쩍은 듯 돌아서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안투네스는 아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이들은 죄가 없지.’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상파울루의 사람들은 오만함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때때로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처럼도 비쳤는데, 실은 전부 실력에 기반한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된 솔직한 감정들이 영향을 준 탓이었다.
감독인 안투네스를 비롯, 상파울루의 아이 중 누구도 축구에 진심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삐-익!
맨체스터 시티의 네 번째 키커.
앨런 드레이크가 신중히 킥을 처리한다.
촤락-!
{“와-!!”}
완벽하게 골키퍼를 속이며 킥에 성공하자,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앨런 드레이크가 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모습은 제법 간절해 보이기까지 했다.
‘끝났군.’
라이크호프의 파넨카와 앨런 드레이크의 포효가 양 팀의 정신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안투네스는 상파울루의 다음 상대로 맨체스터 시티를 지목한다.
팅-!
{“오-!”}
{“와아아아-!!”}
AFC 아약스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섰던 제이든 바넬(Jaydon Banel)의 킥은 크로스바를 두들겼다.
마지막 키커와는 상관없이 승리를 결정지은 맨체스터 시티의 아이들과 코치들이 피치 위를 내달리며 준결승 진출을 기뻐하는 동안, AFC 아약스의 코치들은 상심한 아이들을 달랬다.
분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몇몇 아이들은 눈물을 흘렸는데, 그제야 주변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는지 줄라인 라이크호프가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저 아이는 본인의 파넨카 킥이 팀의 탈락에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음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거다.
‘아이를 망치는 건 늘 어른인 법이지.’
자신의 팀이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을 가볍게 웃어넘기며, 안투네스는 아이들에게 이만 숙소로 돌아갈 것을 이야기 했다.
당연하다는 듯 주변을 청소하기 시작하는 상파울루의 아이들. 그들은 축구장을 늘 깨끗이 해야 한다고 배웠다.
말끔해진 자리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나서야, 안투네스는 팀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우리가 이겼어.’
그는 이미, 결승 진출을 확신하고 있다.
***
2019년 4월 1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3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토트넘 홋스퍼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3-1-2
GK ? 에데르송 / GK ? 위고 요리스
RB ? 카일 워커 / RB ? 다닐루
CB ? 뱅상 콩파니 / CB ? 토비 알더베이럴트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얀 베르통언
LB ? 주앙 칸셀루 / LB ? 뱅자멩 멘디
DM ? 올루프 뫼르크 / RCM ? 델레 알리
RCM ? 다비드 실바 / CM ? 무사 시소코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LCM ? 잭 그릴리쉬
RW ? 베르나르두 실바 / AM ? 크리스티안 에릭센
LW ? 라힘 스털링 / RST ? 손흥민
ST ? 세르히오 아궤로 / LST ? 루카스 모우라
.
.
“좋아, 얘들아-! 집중!”
“…”
“지금부터 다들 저기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렴. 유니폼에 각자의 이름이 마킹되어 있을 거니까, 그것을 보고 찾아서 입으면 돼. 알겠지? 그리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거야. 이해했니?”
“Ne-!!”
“뭐라고??”
“하하. 신경 쓰지 마세요.”
“응?”
“Team CFG 방식의 대답이거든요.”
“오-!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아이들의 대답 방식에 당황했던 요한나가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저 아이들에겐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거예요.”
“네. 저도 그랬으면 해요.”
“당신이 뛰어 줬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그것도 마찬가지예요.”
“후후.”
전날 AFC 아약스와의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난 프렛웰에게 부탁해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 발표를 해 달라고 했다.
Team CFG는 오늘 이곳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게 될 토트넘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두 번째 경기의 볼보이들로 선정이 되었다.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사이드라인 바로 앞에서 직관할 수 있다는 뜻이었고, 생각대로 아이들은 크게 열광했었다.
“그럼 아이들을 맡길게요.”
“응? 당신은 경기를 보지 않나요?”
“알다시피, 재활 일정이 있거든요.”
“이 시간에 말인가요?”
“넵. 그래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참 힘든 일이네요.”
“하하. 세상에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던가요? 아무튼, 부탁해요. 말을 안 듣는 아이가 있다면, 언제든 제게 전화하시고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네. 그럴게요.”
아이들을 요한나와 프렛웰에게 맡기기로 하며, 나는 몸을 돌려 복도를 빠져나갔다.
지금 시각은 오후 6시.
서두르면 저녁 시간에는 늦지 않을 거다.
탁-
“후우~”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경기장 주변은 아직 한산한 편이었는데, 30분만 지나면 관중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힘들어진다.
복잡해지기 전에 경기장을 떠나기로 한 것은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
교차로에 멈춰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직 별 진척이 없는 Team CFG 복귀를 생각했다.
본래 FA는 빠르게 조사를 끝마치고 나의 복귀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느닷없이 FIFA와 UEFA가 끼어들게 되면서 일이 조금 복잡해졌다.
IFG를 비롯해 Team CFG가 참가한 모든 대회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FA 손을 떠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여전히 클럽은 [“처벌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나의 복귀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그들도 따로 답을 내려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Team CFG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빠?앙!!
“응? 이크!”
생각에 정신이 팔려 파란불로 바뀌었음에도 차를 출발시키지 않고 있었다, 뒤쪽에서 들려온 경적에 화들짝 놀라 얼른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그러곤 창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뻗어, 뒤쪽 차량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말이야.”] [“응?”] [“전술적인 부분이 조금…”] [“…”]전날 나를 대신해 경기를 지켜보고 온 요나스의 말에 의하면, 프렛웰의 전술적인 대처가 조금 아쉬웠다고 했다.
기본적인 틀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지만, 즉각적인 피드백과 전술 수정은 하프타임이 지나고서야 이뤄졌다면서 대처가 빨랐다면 더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갔을 거랬다.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두었으니 다행이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준결승 경기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상파울루는 오늘도 우디네세를 8:1이라는 큰 점수 차로 꺾으며, 종합전적 14:1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와 함께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어느 곳 하나, 빈틈이 보이지 않는 팀이다.
개개인의 기량 역시 출중하고 말이다.
대회 득점왕이 거의 확실시 되는 엔드릭 지 소우자(Endrick de Souza)와 에이스 지오바니 다 시우바의 경우, FC 바르셀로나로부터 영입 제안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AFC 아약스가 어떻게든 비벼 볼 수 있을 정도의 전력 차였다면, 상파울루는 최소 두 단계 이상 수준이 높다.
“… 빌어먹을.”
하필이면 가장 중요할 때 손발이 묶이고 말았다.
직무가 정지된 나는 Team CFG 접근 자체를 차단당했다. 클럽에 상주 중인 FA의 직원들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보니, 몰래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실 오늘 빠르게 경기장을 나선 것도, 내가 아이들과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기 때문이다.
꼭 죄인이 된 것만 같다.
‘아니, 죄인 맞나?’
쓰게 웃으면서 씁쓸한 입맛을 다신 나는,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교차로에서 핸들을 꺾었다.
***
【5시간 뒤】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
.
(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This is Unbelievable!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해냈습니다! 토트넘 홋스퍼가 맨체스터 시티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누르고!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을 확정합니다!”
.
“이건 말도 안 돼.”
“…”
“아까의 그건 득점이 맞았어. VAR. Bull Shit. 이건 농간이라고. 그것도 무려 두 개나.”
“…”
“… 괜찮아?”
괜찮냐고?
아니, 전혀.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를?”
“…”
깜짝 놀라는 진첸코를 거실에 남겨둔 채, 나는 테라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조금 전, 우리는 토트넘 홋스퍼에 원정골 득점에서 밀리며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했다. 결과적으로 1차전 1:0의 패배가 우리의 발목을 붙잡아 버린 셈이었다.
“후우~”
오늘은 참으로 기묘한 경기였다.
전반전 4분 만에 스털링의 득점으로 균형을 맞췄지만, 이후 6분 동안 흥민이 형에게 두 개의 실점을 허락했다. 잘 찬 슈팅들이었지만, 그 이전 일련의 과정들이 아쉬웠다.
평소의 시티였다면 절대로 나오지 않았을 자잘한 포지셔닝 실수와 실책이 단일 수비 포제션에서 몇 번이나 일어났다.
그리고 VAR을 통해 두 개의 득점을 취소당한 것도 컸다.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는 오프사이드가 맞았지만, 다른 하나는 동일선상으로 봐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결정타가 된 페르난도 요렌테(Fernando Llorente)의 득점 장면도 조금 이상했다.
흥민이 형의 코너킥 순간 동료들은 얼어 버린 것처럼 멈춰 섰고, 그 속에서 홀로 움직인 요렌테에게 헤더를 허락했다.
누군가 그들의 발목을 붙잡은 것 같았다.
마치, 우리의 탈락을 바란 것처럼 말이다.
‘… 이건 아니야.’
우리는 절대,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할 만한 팀이 아니다.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설 자격을 갖춘 팀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로 쿼드러플을 달성했고, 동시에 세계 최초로 참가한 모든 대회 무패(無敗) 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 역시도 달성했다.
그런데 고작 챔피언스 8강이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봐.”
“똥 같은 기분이야, 올렉스.”
“… 나도 그래.”
“우린 이겼어야만 했어.”
“… 그렇지.”
토트넘 홋스퍼는 분명 좋은 팀이다.
영국 연방에 큰 힘을 발휘하는 스코틀랜드 귀족 가문에 인수된 이후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지난겨울에도 잭 그릴리쉬를 영입하면서 아쉽다고 평가받은 중원을 보강했다.
하지만, 우리가 더 나은 팀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겠어. 이게 축구야.”
“나도 알아.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거야.”
“들어가자. 인터뷰를 봐야지.”
“응. 금방 갈게.”
나는 지금, 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내가 뛰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다.
실점 없이 토트넘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장담은 어려웠지만, 최소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씨팔. 씨이파알-!!!”
쿵-!
분을 못 이긴 나는 크게 소리를 내지르면서 발을 굴렀다. 패배가 확정된 순간부터, 왼쪽 발목은 시큰거리고 있었다.
“후우-”
팀을 떠나 있어야만 한다는 게, 지금보다 더 슬펐던 적은 없다. 월드컵에 이어 Team CFG. 그리고 오늘 챔피언스리그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되었나?
난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자기야.”
“…”
다시 한번 소리를 내지르려고 했을 때, 뒤쪽에서 아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그대로 앞으로 다가와 나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고, 앞쪽으로 둘렀던 손을 움직여 가슴을 토닥여 주기 시작했다. 그리곤 나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건네왔다.
“내년에 꼭 갚아 주자.”
“… 응.”
“자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야.”
“… 응.”
화가 약간 누그러지는 것을 느끼며, 아영이의 손등 위에 내 손을 가볍게 얹는다.
“화가 나서 그랬어.”
“나도 알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너무 싫어. 동료들이 피치 위에서 힘들어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게 너무 화나. 난 축구 선수인데, 어째서 오늘과 같은 날에 집에서 TV나 보고 있는 건지 한심해졌어. 미안해. 이런 말을 듣기 싫어하는 걸 아는데,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괜찮아. 난 아무렇지 않아.”
“진짜?”
“응.”
“고마워.”
“뭘. 당연한 거지.”
언제나처럼, 나는 이번에도 아영이에게 위로를 받았다. 그것 역시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얼른 이 감정을 털어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화가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난 그것을 감추기로 하며 아내와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진첸코는 소파에 앉아 TV를 바라보는 중이었고, 화면에서는 승장이 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진짜 싫다, 이거.”
“응. 나도.”
패배의 쓰라림과 울분을 느끼고 있는 진첸코와 나. 오늘 받은 이 상처를 치료하려면, 오직 단 하나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챔피언스 우승이라는 글자가 적힌 처방전이.
“내년에 다시 맨체스터로 가져오는 거야.”
“귀 큰 녀석 말하는 거지?”
“아니.”
“?”
“Everything.”
“하하. 그래-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
“…”
TV 속에 고정된 나의 눈은 지금의 모든 순간을 똑똑히 머릿속에 새기고 있었다.
오늘 우린, 챔피언스리그 경쟁에서 탈락했다.
***
작가의 말 ? 금일 오후 약물투여 일정이 있어서 본래 오후 업데이트 분량은 일요일인 내일 오후 업데이트 됩니다. 독자님들의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