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3)
102화
FC 노르셸란 합류 초기, 모르텐 감독님이 내게 해주셨던 말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빨리 달리는 것과 빠른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축구선수이지 육상선수이냐는 말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몇 번 들어본 이야기였기에,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그냥 그걸 이 친구한테도 말해주고 싶다.
“빠르긴 하네.”
[??]“어, 들었어? 아무것도 아니야.”
[????]전반 2분, 난 금방 사디오 마네라는 녀석과 속도경쟁을 했었다.
사전 전력분석 때도 이 친구의 달리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법 빠르기는 했지만 대비하면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순간적인 반응속도 같은 것들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직 이 녀석은, 빠르게 달릴 줄은 알지만 그게 전부인 것 같았다.
‘자, 그럼 어디 한번 보여줄까?’
아까 복도에서 세네갈의 선수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피지컬 하나는 정말 굉장하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180cm 후반이나 190cm 초반인 것 같았는데, 성용이 형이 있어 비교가 쉬웠다.
또 아프리카인 특유의 신체 능력이 갖춰져 있을 것이기에, 덩치가 크다고 하여 무조건 느리다고만은 생각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약점이 있다.
일단 지금은, 그걸 알아나가는 단계다.
후방에서 패스가 돌아가고, 오늘은 태휘 형님이 오른쪽 창수 형 쪽에 붙고 영권이 형이 왼쪽으로 왔다.
그 이유는 영권이 형이 왼발을 참 잘 쓰기 때문인데,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와 있었던 난 형의 발밑으로 축구공이 향하는 걸 본 순간 곧장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여기!!!!”
이런 방식의 오버랩을 하자고 훈련 때 미리 말을 맞춰뒀었다.
영권이 형의 발을 떠난 패스가 곧장 내게 정확히 도달한다.
난 그것을 왼발로 받아 발밑에다 두었고, 자세를 낮추고 거리를 두는 살리우 시스(Saliou Ciss)를 바라봤다.
본래는 왼쪽 풀백이나 미드필드로 뛰는 선수인데, 세네갈의 오른쪽 풀백 자원이 만족스럽지 않아 두 명의 왼쪽 풀백을 선발로 투입했다고 들었다.
즉, 이 녀석은 인버티드다.
인버티드 윙어나 풀백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똑같은 반대 발의 수비수를 두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는 내가 왼발을 쓰도록 하는 수비자세를 취하고 있다.
골라인 쪽으로 움직이면 시스는 잘 못 쓰는 오른발을 써야 하지만, 그건 나 역시 왼발을 써야 해서 마찬가지다.
골라인 방향으로 치고 나가려는 것처럼 몇 번 페인팅을 주어보지만, 시스는 전혀 미동조차 없다.
확실히, 나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전달된 듯하다.
“다온!!”
“…….”
경기 초반인 것도 있고, 난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기보단 조금 더 상황을 살피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뒤에서 접근해 온 성용이 형에게 패스를 보냈는데, 형은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망설이지 않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오-!!”
딱 보기에도 묵직함이 느껴졌던 성용이 형의 슈팅은 그대로 세네갈의 골망 왼쪽 위 구석을 흔들어 버렸다.
방향전환을 한다고 생각한 골키퍼의 위치가 다소 오른쪽에 치우쳐져 있었다곤 해도, 지금의 슈팅은 정말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팀 모두에게, 크나큰 힘을 전달해 주었다.
역시, 성용이 형은 뭔가 한 방이 있다.
.
(서승철) – KBS 아나운서
“기성용 오른발로 슈우우웃-!!! 고올!!! 기성용 멋진 골이 터집니다!! 전반전 3분 만에 나온 골!! 용감하게 때린 슈팅이, 정말 총알같이 들어갔습니다!”
.
세레머니 후 자리로 돌아와 바라보는 세네갈 선수들의 얼굴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그들은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별한 위기상황도 아니었고, 골이 나올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저런 중거리 슛에 의한 득점은,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후, 주도권은 확실히 우리에게 쥐어졌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한 세네갈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그것은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성급함이 느껴지는 플레이들이었다.
현재 올림픽팀의 대표팀을 구성한 수비형 미드필드 아래의 선수들은, 나를 제외하면 경험이 꽤 쌓인 이들이다.
특히, 태휘 형님이 주는 안정감은 단연 돋보인다.
“영권!! 롱패스는 하지 마!!”
선제골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영권이 형이 내게 준 롱패스가 시발이 되었다지만, 태휘 형님의 가진 생각처럼 롱패스는 반대로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기가 쉬웠다.
상대의 압박이 강해진다고 해서 후방으로 볼을 돌리고 롱패스에 의존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모르는 사이에 라인은 자연스레 아래로 떨어져 내릴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대표팀은 성용이 형이 볼배급을 담당해주고 있고, 바로 앞에 있는 자철이 형이나 양쪽 윙어로 출전한 흥민이 형과 보경이 형 모두 탈압박에 능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도.
‘어설프다니까?’
가벼운 속임수 동작 한 번에, 사디오 마네가 가볍게 벗겨진다.
본인의 신체적인 역량에 의존한 축구를 하는 것 같은데, 난 그런 축복받은 몸을 가져보지 못해서 좀 더 복잡하게 축구를 한다.
단순하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헐크나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같은 선수들과 실전을 치르고, 연습 때면 호드리구나 니코를 상대해왔던 내겐 마네는 너무 쉬웠다.
결국, 뒤에서 다시 볼을 빼앗으려고 시도하던 사디오 마네가 내게 거친 태클을 가해왔다.
답답함을 참지 못했는지, 실린 힘이 꽤 컸다.
녀석의 몸뚱이에 밀린 나는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고, 한두 바퀴 더 글러간 뒤에 엉덩이를 대고 앉게 된 나는 조금 벗겨진 양말을 다시 무릎 아래까지 끄집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프리킥을 얻어낸 위치는 직접 슈팅을 시도하기엔 거리와 각도 모두 좋지 않았지만, 대신 크로스를 올려 다음을 바라보기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야, 재밌냐?”
“조금요?”
“쌔끼. 일어나자. 자.”
다가온 종우 형의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켜주고, 난 미리 약속되었던 대로 최후방 수비를 위해 센터서클 근처로 움직였다.
프리킥은 아마, 성용이 형이 차게 될 것 같다.
전반 5분, 아직 경기는 1/10도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
(서승철)
“기성용, 프리킥, 올려줍니다. 뛰어들면서- 슈웃-!! 고올-!! 지동원!!”
.
분명 쉽지 않은 상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우린 세네갈을 상대로 전반 10분도 되지 않아 두 골을 앞서나가게 되었다.
선제골을 허용했을 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그들이겠지만, 이제는 완전히 사정이 바뀌었다.
수비수들에게 불만을 표출해내는 골키퍼와 어쩔 거냐고 말하는 듯한 수비수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강찬일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확실히 아프리카 팀은 조직력이 모래알이다.
개인 기량으로 많은 것들을 커버하곤 있지만, 저들이 개인 기량 이상의 팀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저기에 있다.
그래서 감독님과 형들은 우리가 초반에 주도권을 가져온다면, 전력 이상으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거라고 말했다.
‘아~ 재미있다.’
하프라인 살짝 앞쪽에서 골을 넣은 동원이 형을 기다리며, 난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내밀었다.
“야! 이 형님이 너한테 이렇게 와야 하겠냐?”
“아- 어차피 올 거였잖아요?”
탁-!
앞으로 뻗은 손을 맞잡고 서로의 머리와 등을 토닥여 주는 우린, 분명 세네갈보다는 조금 더 끈끈해 보인다.
***
·전반 24분
대한민국 2 : 0 세네갈
오늘 이곳에는 무척이나 많은 축구 관계자들이 모였다.
잉글랜드 클럽의 스카우트는 물론이고,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오디션 현장에 빠지지 않으려는 이들이 오늘 리즈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전반 24분 만에 많은 것들을 목격했다.
잉글랜드 ‘더 코메트24’의 기자 마크 헤밍스(Mark Hemmings)는 기성용이 보여주는 플레이를 보며 EPL에서도 충분히 통할 자원이라 생각했고, 이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오늘 경기에 출전한 중앙미드필드 중 가장 기대를 모았던 셰이쿠 쿠야테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주변의 도움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플레이를 보여주진 못한 것이다.
물론 이 한 경기로 특정한 선수에 대한 모든 것들이 평가되지는 않는다.
축구를 하다 보면 가끔 실망스러운 하루도 있는 법이기에, 스카우트는 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경기장을 찾은 한 사람.
‘믿을 수 없군. 정말 반년 전과 같은 선수인가?’
김다온을 주목하고 있는 이 남자의 이름은 아이토르 베히리스타인(Aitor Begiristain)이다.
현역 시절에는 레알 소시에다드와 FC 바르셀로나에서 뛰었으며, 스페인 대표로도 A매치에 22번 참여했다.
은퇴 후에는 잠깐 스페인 TV의 코멘테이터로 활동하기도 했고, 2003년 현역 시절 몸담았던 FC 바르셀로나의 풋볼디렉터로 임명된 뒤, 2010년에는 사장 자리까지 올라선 유능한 인물이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로 직장을 옮긴 2012년 10월까지, 아이토르 베히리스타인은 단장 겸 사장으로서 무척 빼어난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는 과거, 김다온이 FC 노르셸란에서 뛰었을 때 스카우트의 추천으로 영상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저기 좀 봐, 치키잖아.”
“맨시티도 여길 왔다고?”
신장이 172cm에 불과했던 아이토르는 현역 시절부터 ‘작다’는 뜻의 치키(Txiki)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그는, 본명인 아이토르보다는 별명인 치키 베히리스타인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자주 불린다.
스카우트도 아니고 무려 맨시티의 단장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순간 관계자들의 사이에서는 이 장면이 단연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치키는 주변의 소란에는 신경을 끈 채, 오로지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의 머릿속은 몇 달 전, 자신의 오랜 친구와 나눈 대화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보게, 치키. 혹시 덴마크에서 뛰는 풀백을 알고 있나?”] [“덴마크? 놀르셸란의?”] [“그래. 역시, 자네도 아는군.”] [“스카우트가 메일을 보내놨더군. 아직 보진 않았어.”] [“그거 보지 말게. 분명 실망할 테니까.”] [“허-! 반대로 말하는 펩이 또 등장한 건가? 그렇다면 틀림없이 그걸 봐야겠군.”] [“이런! 자네는 날 너무 잘 알아서 탈이야.”]비록 근무하는 팀은 달랐지만, 둘은 여전히 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한 시간 뒤, 평소처럼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펩 과르디올라를 위해, 치키 베히리스타인은 전화를 끊자마자 스카우트가 보낸 영상을 40분 동안 시청했다.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펩 과르디올라가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힐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어때? 봤나?”] [“그래. 확실히, 재능이 있더군.”] [“재능? 하하. 겨우 그게 단가?”] [“뭐?”] [“이런, 치키! 잉글랜드로 가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닌가? 이보게, 친구!”]치키 베히리스타인은 이후 이어진 펩 과르디올라의 표현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극찬.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위해 뛰어주고 또 자신의 전술 철학과 맞는 선수에게만 칭찬의 말을 꺼내 들었다.
축구인으로서는 100점 만점이지만, 선수에게는 감독으로 함께 일하기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사람이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축구 철학이 워낙에 확고하다는 점과 인간관계를 다루고 또 유지하는 것에 서툰 그의 성격 때문이다.
그렇기에 펩 과르디올라가 FC 노르셸란에서 뛰고 있는 김다온을 극찬했다는 건, 무척이나 예외적인 일이었다.
[“자, 그려보게나. 그 꼬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이게 무슨 말이냐고? 녀석을 카푸처럼 키우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네. 오른쪽에서 뛰는 로베르토 카를로스처럼 만들고 싶다면 그것 역시 마찬가지야. 아니면 튀랑이나 아모로스와 같은 선수로 만들 수도 있어. 필립 람? 그건 말할 것도 없지!”]펩 과르디올라가 언급한 이름들은 전부 축구 역사에 남을만한 인물들이다.
카푸와 로베르토 카를로스는 면면이 화려한 브라질 대표팀의 풀백 중에서도 특출났던 이들이고, 릴리앙 튀랑(Lilian Thuram)은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고의 풀백으로 꼽힌다.
그리고 튀랑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80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풀백, 마누엘 아모로스(Manuel Amoros)다.
특히 아모로스는 당시 수비적인 역할만 부여받던 풀백의 틀을 깨고, 최초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전술적으로는 이전부터 풀백의 공격가담이 권장되어 온 것이 사실이나, 선수 개인적인 판단으로 골라인까지 침투하여 크로스를 올렸던 건 마누엘 아모로스를 시초로 봐야 했다.
단지 그가 유명세가 떨어지는 건, 풀백이란 포지션에 더해진 그와 함께했던 대표팀에서의 선수들 때문이다.
아모로스는 프랑스 대표팀에서 82경기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만 보고, 아모로스가 공격적인 재능이 부족했다고 말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에는 미셸 플라티니(Michel Platini)와 장-피에르 파뱅(Jean-Pierre Papin)이라는 득점을 책임져줄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대표팀의 아모로스는 클럽에서와는 전혀 달랐다.
가장 오래 뛴 모나코에서, 아모로스는 10년간 총 39골을 기록했다.
1980년대의 축구가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풀백으로서 시즌당 4골씩을 기록했다는 건, 실로 엄청난 것이다.
더군다나 아모로스는 좌우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그런 아모로스와 동시대에 뛴, 치키.
그는 이제 생각한다.
‘영입을 고려해봐야 하겠어.’
김다온의 현재 위치를 고려하면 즉각적으로 움직이진 않겠지만, 향후 2, 3년 동안은 맨체스터 시티의 레이더망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EPL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게 증명된다면, 김다온을 영입하는 움직임은 당연히 시작될 거다.
그것이 1년 후가 될지, 2년 후가 될지.
모든 건.
‘저 꼬마에게 달렸군,’
치키는, 김다온의 미래가 몹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