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38)
1005화 Beginning (4)
2019년 9월 18일. 키이우 02000, 우크라이나. 벨리카 바실키우스카 거리, 55, 올림피스키 경기장.
.경기 시작 10분 전
샤흐타르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2-3-1
GK ? 에데르송 / GK ? 안드리 퍄토프
RB ? 키런 트리피어 / RB ? 세르기 볼바트
CB ? 김민재 / CB ? 세르기 크리우스토프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미콜라 마트비엔코
LB ? 올렉산드르 진첸코 / LB – 이스마일리
RCM ? 일카이 귄도안 / CM ? 타라스 슈테파넨코
LCM ? 로드리 / CM ? 알란 패트릭
CAM ? 케빈 더브라위너 / RAM ? 마노르 솔로몬
RW ? 리야드 마레즈 / CAM ? 마를루스
LW ? 라힘 스털링 / LAM ? 타이송
ST ? 김다온 / ST ? 주니오르 모라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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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감독이 두 명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나는 그들이 잘 아는 그 사람.
펩 과르디올라.
“말한 것처럼, 우린 중원에서 이중으로 압박한다.”
“…….”
“군도와 로드리는 여기. 케빈과…….”
그리고 다른 하는 바로.
탁.
“다온은 여기.”
“…….”
갑작스럽게 바뀐 훈련 분위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그것에 신경 쓸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정보가 밀려들어 왔다.
펩 과르디올라의 수업은 갑자기 진도(進度)가 몇 단계는 뛰어올랐고, 그것을 알아듣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김다온이 등장해서 과르디올라의 문장을 번역해 주었다.
분명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였음에도, 번역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만큼 과르디올라의 설명은 난해했다.
“우린 패배했다. 그것도 노리치에게.”
“…….”
“내 실수다. 인정하지. 난 신이 아니야. 그래서 종종 바보 같은 짓을 한다. 하지만 한 번이면 됐다. 중요한 건 그런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 거야. 그러기 위해 우린 지난 48시간 동안 새로운 축구에 관해 말해 왔고, 오늘 그것을 실천할 때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 우리가 오늘 보아야 하는 것은 작은 가능성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
많은 부분에 손질이 가해졌지만,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해 온 축구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전술이다.
기본적인 토대를 이해하는 이상, 실전에 들어섰을 때 방황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선수들은 언제나 과르디올라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한데 지금 이렇게 말을 해 줌으로써, 시티의 선수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좋아, 마무리하지. 다온?”
오늘 다비드 실바는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펩은 베테랑을 위해 휴식을 줬다.
그래서 오늘 교체 명단에는 에리크 가르시아라는 젊은 유망주가 포함되어 있다.
에리크 가르시아의 어깨에 손을 얹은 김다온이 스크럼을 짜도록 유도하며, 선수단을 하나로 모은다. 그는 오늘 경기 시티의 주장으로서, 보컬 리더 역할 역시 맡았다.
“우린 더 강해져야 해.”
“…….”
“지난번 경기 패배는 잊어버려. 중요한 건 우리가 과거에 어땠는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니까. 피치 위에서 많이 목소리를 내. 동료가 보지 못하는 곳을 대신 이야기로 알려 주고, 귀를 쫑긋 세워 그것을 들어. 오늘 우린 키이우에 있지만, 이곳에 맨체스터의 깃발을 꽂고 갈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우린 블루야. 경기장과 이 도시를 오늘 모두 파랗게 물들이자. 내가 One Team, 너희가 One Mind야. Okay, Let`s Go!! ONE TEAM!!!”
“ONE MIND!!!”
여기저기에서 커다란 목소리와 손뼉이 터져 나오고, 잔뜩 끌어 올려진 분위기 속에서 하나둘 드레싱 룸을 빠져나갔다.
이곳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의 원정팀 드레싱룸은 시설이 매우 열악했는데, 좁은 공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던 펩과 눈이 마주쳤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그 역시 같은 동작으로 내게 답했다.
다른 이야기는 필요치 않다.
이미 눈빛으로 대화했다.
“VAMOS!!”
드레싱 룸을 나서며 한 번 더 고함을 내지른 후, 나는 기다리고 있던 코치들과 차례대로 손을 마주쳤다.
오늘 나의 첫 번째 선발 출전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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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석) – SPORTV 캐스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9/20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경기를 지금부터 중계하겠습니다. 저는 SPORTV 캐스터 황은석. 그리고 곁에는 어김없이 정지현 해설위원님이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안녕하십니까.”
(황은석)
“네. 오늘은 김다온이 시즌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하는 날 아니겠습니까?”
(정지현)
“그렇습니다. A매치 주간이 끝나고 노리치 경기에서 결장하면서 다시 또 몸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바로 선발로 출전하면서 그것은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포지션은 풀백이 아닌 원톱인 걸로 보이죠? 키런 트리피어와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출전한 반면, 세르히오 아궤로는 벤치에 있습니다.”
(황은석)
“그렇습니다. 아마 많은 분께서 김다온 선수가 공격수로 출전했을 때 많이 놀라셨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벌써 프리미어리그에서만 세 골을 넣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출전 기회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건데, 오늘은 선발로 출전했으니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정지현)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김다온이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맨체스터 시티가 전혀 다른 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선수. 그게 바로 김다온의 진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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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여기 다온이 있습니다. 오늘은 캡틴 다온이로군요. 시즌 첫 선발 출장입니다.”
(클라이브 앨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선발 명단을 확인했을 때부터 경기가 시작되는 것을 기다리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올 시즌 다온이 시티의 전방에서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말로 뭐라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합니다. 과르디올라가 마침내 다온을 선발 명단에 포함했고, 교체로 출전하지 않을 때도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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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오늘 경기의 주심은 포르투갈 출신의 아르투르 디아스(Artur Dias)다.
그가 휘슬을 불어 경기를 시작했고, 먼저 선축을 가져간 샤흐타르가 후방으로 패스를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를 포함한 공격수들이 재빨리 압박을 가했다.
펩은 탐색전 단계부터 상대를 몰아붙이길 원했고, 전반전 3분 이내에 기선 제압을 완료하란 특명을 내렸다.
이를 예상하지 못한 타라스 슈테파넨코(Taras Stepanenko)가 패스 실수를 범했고, 단 11초 만에 볼의 소유권을 우리에게로 가져오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자 벤치에서 바로 박수가 나왔다.
“잘했어!! 이젠 볼을 지켜!!”
말했듯, 이번 시즌 우리를 상대하는 팀은 점유율 경쟁을 펼치려 하고 있다. 패배한 노리치 경기 때도 점유율은 53:47로 거의 박빙이었다.
전체 슈팅(23:7) 숫자와 유효 슈팅(9:3)의 숫자만 보면 우리가 압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케빈!”
오늘 나는 톱(Top)으로 출전했지만, 사실상의 프리롤이다. 피치의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고, 어떠한 플레이를 택할지도 전부 내 자유의지에 달렸다.
다만 수비 때는 펩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했는데, 그거야 함께 동의한 전술인 만큼 당연한 부분이다.
‘오른쪽이 헐거워.’
사전 분석한 내용에 따라, 나는 샤흐타르의 약점으로 판단되는 오른쪽 수비 방향으로 패스를 전달했다.
이스마일리가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사이드백으로 평가받는 것과는 달리, 세르기 볼바트(Sergiy Bolbat)는 다소의 허점이 있다.
펩은 일단 거기에서부터 균열을 만들길 원했고, 난 왼쪽으로 볼을 보낸 후 본래 케빈이 있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케빈은 볼의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럽게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향했고, 진첸코가 라힘에게 쏠릴 수비를 분산하기 위해 사이드라인을 따라 오버랩을 해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나 역시.
“……라힘!!”
샤흐타르의 수비는 아마 스털링이 세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가져갔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첫째, 오버랩 중인 진첸코에 패스하는 것,
둘째, 하프 스페이스로 볼을 보내는 것.
마지막 셋째, 직접 드리블을 하는 것.
하지만 난 거기에 네 번째 선택지를 추가키로 했고, 다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페널티 박스 안으로 냅다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연히 가까운 쪽 수비의 시선은 나의 움직임에 집중됐고, 그렇게 포켓(Pocket)에 있던 선수들을 박스 안으로 끌고 들어가게 되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 미리 자리 잡는 게 아니라, 박스 밖에서 안으로 쇄도하게 되면 이런 장점이 있다.
올바른 타이밍을 맞추는 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박스 밖의 수비를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제아무리 준비된 팀이라고 해도, 돌발 상황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타이밍을 어떻게 재느냐는 전적으로 선수 개인에게 달려 있었는데, 이번에는 운 좋게도 그것을 해낼 수 있었다.
내가 샤흐타르의 선수들과 함께 침투하면서 생긴 포켓의 공간으로, 로드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여 들어왔다. 다행히 라힘은 그를 발견했고, 굴러온 패스가 케빈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한다.
케빈에게 보내는 척하며 뒤쪽의 로드리를 겨냥한 것.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내는 페이크 동작을 건 것 역시, 저 두 사람의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재빨리 케빈에게 달라붙으려던 샤흐타르 선수들의 발이 얼어붙고, 박스 바로 앞에서 패스를 받아든 로드리에게 결정적인 슈팅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아니었다면 시티의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웠을 로드리의 가장 큰 장점은 패스에 있지만, 슈팅에도 일가견이 있다.
저 정도의 기회라면 틀림없다.
로드리라면 분명.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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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귄도안. 더브라위너. 그리고 다온. 좋은 전환 패스입니다. 왼쪽의 스털링. 진첸코가 뒤쪽에서 뛰어오고, 더브라위너가 패스를 받기 좋은 곳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중앙에서 쇄도가 있군요. 다온이 박스 안으로. 하지만 스털링. 더브라위너, 아니. 로드리에게 연결하는군요. 로드리. 로드리이이-!!”
.
촤라락-!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나 흘렀을까?
분명한 건 2분은 절대 아니란 거다.
길어 봤자 1분 몇 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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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경기 시작과 함께 터져 나온 맨체스터 시티의 득점입니다! One Nil, 맨체스터 시티의 리드. 단 1분 10초 만에 맨체스터 시티가 원정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합니다!”
(클라이브 앨런)
“환상적인 빌드업. 그리고 마무리였습니다. 더브라위너가 다온에게 패스를 보냈고, 그다음 선택지가 스털링 쪽이었다는 게 정말 훌륭했습니다. 패스를 주고 난 뒤 다온의 움직임을 좀 보시죠. 그는 바로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게 아니라, 일단 한 번 박스 밖에 머물고 수비가 자신을 신경 쓰도록 했습니다. 두 명의 선수가 그와 함께 딸려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로드리에게 득점 기회가 생겼습니다. 다온이 여느 공격수들과는 차별되는 이유입니다. 득점 본능은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를 이해하는 수준은 차원을 아득히 넘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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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케빈 더브라위너의 재치. 로드리의 환상적인 슈팅. 전부 좋았습니다만, 김다온이 정말 멋진 움직임을 보여 줬거든요? 볼 없는 움직임만으로 샤흐타르 수비가 네 명이나 달라붙게 했습니다. 슈팅 직전의 상황을 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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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의 빌드업이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샤흐타르가 너무 생각보다 쉽게 뚫렸다.
만약 강팀이었다면 훨씬 더 나은 대처를 보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박스 안 침투 후 다시 밖으로 빠져나오든가 하여 다음 계획을 진행해야 했을 수도 있다.
그 점은 살짝 아쉽다.
정말 아주 살짝.
“좋은데, Amigo? 좋은 슈팅이었어.”
“하하. 길이 뻔히 보이더라고.”
“셀레브레이션 할까?”
“아니, 좀 부끄러워.”
“Vamos. 빼지 말고.”
“그냥 다음에 할래.”
누가 모범생이 아니랄까 봐, 로드리는 셀레브레이션을 거부하며 그냥 기뻐하는 것에 만족했다.
저 커다란 몸뚱이로 어설프게 어퍼컷만 휘두르는 모습은 조금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평소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셀레브레이션 쪽에도 한 번쯤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로드리는 이미 최고의 동료이자 최고의 6번(DM)이었다.
“이제 시작이야!! 집중해!!”
“우리가 리드 중이거든?!”
“나도 알아!! 그러니까 집중해!!”
잔소리가 질색인 스털링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치지만, 나는 이 입을 절대 다물 생각이 없다.
앞으로도 계속, 난 올바른 일을 해 나갈 거다.
그게 조금 고리타분한 행동일지라도.
삐?익!
경기 극초반 리드를 잡아 가기 시작한 우리.
난 그 차이를 좀 더 벌려 볼 생각이다.
***
(스티브 바워)
“오-! 실수가 나왔습니다. 좋지 않습니다. 오늘 실수가 잦은 샤흐타르. 시티가 바로 역습에 나섭니다.”
.
.
.전반 40분
샤흐타르 0 : 3 맨체스터 시티
예상 밖에도,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맨체스터 시티라는 거함(巨艦)을 맞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감독 루이스 카스트로(Luis Castro)가 팀을 어떻게 지도했는지가 궁금할 만큼, 샤흐타르는 그들의 홈 경기장에서 실수를 쉬지 않고 연발했다.
지금도 마노르 솔로몬(Manor Solomon)의 패스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자, 결국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BOOOOOO-!!!”}
{“대체 뭣들 하는 거야?!?!”}
{“단체로 맛이 가 버렸잖아!!”}
{“BOOOOOO-!!!”}
빠르게 시작된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은 로드리를 거쳐 단번에 하프라인까지 내려온 김다온에게로 이어진다.
스트라이커가 공격형 미드필드와 동일선상에 있는 상황에 대해, 샤흐타르의 미드필드와 수비는 40분이 다 되어 가도록 대처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어설픈 포지셔닝은 또 하나의 화를 불러들였고, 오늘 이미 1개의 골과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리야드 마레즈에게 세 번째 공격 포인트를 추가할 기회를 헌납한다.
측면에서 대각선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 마레즈가 샤흐타르의 뒷공간으로 침투함과 동시, 알란 패트릭(Alan Patrick)의 압박에서 쉽게 벗어난 김다온이 패스를 밀어 넣는다.
대지를 가르듯 피치 위를 굴러간 축구공은 샤흐타르의 센터백 사이를 통과했고, 잠시 뒤 이는 마레즈의 발에 안착했다.
또 한 번 맞이하고 만 절체절명의 위기.
샤흐타르의 골키퍼 안드리 퍄토프(Andriy Pyatov)가 각도를 좁히고자 앞으로 튀어나온다.
마레즈의 드리블이 조금만 길게 나온다면, 몸을 날려 다이빙을 해 먼저 캐치하는 가능성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퍄토프의 모든 가정을 넘어선다.
유려한 기술을 보유한 알제리 대표 출신의 공격수는 축구공을 왼발로 살짝 걷어 올렸고, 두둥실 떠오른 축구공은 퍄토프의 머리를 넘어 떨어져 골대를 향해 튕겨 들어갔다.
황급하게 몸을 돌린 퍄토프가 어떻게든 실점만은 저지하려 달리고 또 몸도 날려 보지만, 그의 손은 축구공에 닿지 않는다.
삑-! 삐?익!!
.
(스티브 바워)
“마레에에에에즈-!! 환상적입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골!! 환상적인 칩샷으로 득점을 만들어 냅니다!! Incredible City가 돌아왔습니다!! 4:0!! 하지만 경기는 여전히 전반전입니다!!”
(클라이브 앨런)
“루이스 카스트로는 아마 당황스러울 겁니다. 이상할 정도로 많은 공간을 허락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건 시티가 잘하고 있는 겁니다. 계속해서 수비를 특정한 위치로 몰아 가둔 뒤에, 거기에서 만들어진 공간으로 선수를 침투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고 있습니다.”
(스티브 바워)
“기뻐하는 시티의 선수들. 그리고 이번 득점의 어시스트는 이번에도 다온입니다. 오늘만 벌써 두 개째로군요.”
.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계속된 득점에 순수하게 열광하다가도, 이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였나 싶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다만 분명한 건, 김다온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거다.
그는 현재 최대한 단순한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고 있었는데, 만약 샤흐타르가 좀 더 준비가 잘된 팀이었다면 더욱 복잡한 플레이를 요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샤흐타르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클럽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고, 굳이 그런 팀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김다온이었다.
확신할 순 없지만, 과르디올라는 현재까지 김다온이 뛴 거리가 4.0km를 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바르셀로나 시절 리오넬 메시가 한창 컨디션이 좋았을 때, 그의 경기당 평균 뛴 거리는 6.4km밖에 되지 않았다.
라리가 평균의 60% 수준이자, 부지런한 미드필드가 한 경기에서 뛰는 거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으름뱅이와도 같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기를 살펴보면, 그는 마치 피치 위 모든 곳에 있는 듯했다.
오늘의 김다온 역시 마찬가지다.
{“오오오-!!”}
승리를 포기하고 경기 자체를 즐기기 시작한 우크라이나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김다온은 지금도 가볍게 한 사람을 따돌리고 편안하게 반대로 전환하는 패스를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가히 달인(達人)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그에.
“풉-”
과르디올라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이를 드러낼 수는 없다.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는 행동이었고, 그래서 그는 고개를 숙이면서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치 생각하는 척, 터져 버린 웃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난 전반전. 사색의 길로 접어든 과르디올라의 머릿속은 맑게 개어 있었다.
***
작가의 말 ? 실제로 당시 샤흐트라는 홈 경기장임에도 낯부끄러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오죽하면 중계하던 BT Sports에서 프로팀이 맞는가 의심스럽다고 했을 정도였죠. 주인공 버프를 걸지 않은 건 아니지만, 팀 수준이 너무 낮았다고 봐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