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41)
1008화 Beginning (7)
2019년 9월 26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이번 시즌 우리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클럽의 킷(Kit) 제작 업체가 ‘나이키’에서 ‘푸마’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왜 중요했냐면 올해가 시티의 125주년이기 때문이었는데, 계약을 따내려는 기업 간의 경쟁이 물밑에서 상당히 치열하게 일어났었다.
맨유가 ‘아디다스’로부터 받은 7,500만 파운드(약 1,121억 원)를 넘어서는 8,000만 파운드(약 1,195억 원)를 제안한 ‘푸마’가 향후 10년간 총 8억 파운드를 투자키로 한 것이다.
클럽이 FFP의 압박에서 숨통을 틀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는데, 그래서 보드진은 ‘푸마’와의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기가 없는 날,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다.
“마음대로 제작해 주시면 돼요.”
“뭐든 괜찮나요?”
“네. 당신이 직접 커스텀한 유니폼이 다음 홈 경기부터 이곳에서 팔릴 예정이거든요. 하루에 100벌 한정이고, 총 1,000벌만 제작될 특별한 것이랍니다.”
“휘이-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를 데려올 걸 그랬어요.”
“당신의 감각을 믿겠어요.”
현재 내가 ‘푸마’와 함께 하려는 일은, 아무런 무늬도 없는 클럽의 홈/어웨이/써드 유니폼 세 벌을 멋지게 커스텀하는 일이다.
‘푸마’는 나와 베르나르두를 돕고자 각종 패치를 가져왔는데, 그중 눈에 띄는 하나가 있었다.
내가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자, 베르나르두와 ‘푸마’ 관계자의 표정이 엇갈린다.
“어, 오.”
“와-! 좋은 선택이에요.”
“음…… 그러니까…….”
“??”
베르나르두가 그만하라는 듯 제스처를 보내자, 자신을 레슬리 터너(Lesley Turner)라 소개했던 여성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지금 내가 집어 든 것은 SL 벤피카/바이에른 뮌헨/아틀레티코 마드리드/맨체스터 시티가 홈 경기장 반입 불가로 지정한 무늬의 패치였다.
“이게 뭔지 아세요?”
“네?”
“이건 욱일기라는 거예요. 저와 같은 한국인들은 전범기라고 부르죠. 아시아의 하켄크로이츠라고요. 한국을 침략해 식민지로 삼았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도 이걸 사용했죠.”
나의 설명에, 레슬리 터너가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만다.
그것을 신경 써 줄 생각이 별로 없었던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패치를 구겨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 던져 버렸다. 덕분에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이건 분명 ‘푸마’ 측의 잘못이다.
본인들이 계약한 클럽에서 반입 불가로 지정한 것들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을 기획했나 싶기도 하다.
분명한 건, 사색이 되어 버린 레슬리 터너는 기획자가 아니란 거다. 기획자는 아마도 지금 그녀의 시선을 받은 깡마르고 창백한 남성일 거라고 생각된다.
“잠깐 끊어.”
“네?”
“말했잖아! 끊어!”
“…….”
‘푸마’는 지금의 과정을 촬영해 본인들의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업로드할 계획이다. 그리고 우리 시티 역시, 클럽 ‘유튜브’ 채널에 같은 것을 업로드한다.
기획자인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우리 시티의 촬영팀을 돌아보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우린 저들의 명령을 들을 필요가 없다.
“진심이십니까? 계속 촬영하겠다고요?”
“사람들은 이걸 좋아할 거라고요.”
“뭐라고요?”
“이들을 봐주죠, 제이. 잠깐 끊어도 될 것 같아요.”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자신이 아닌 나의 말을 듣는 제이를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은 한층 더 매섭게 변한다.
보아하니, 좋은 상사는 아닌 듯했다.
“다시 처음부터 하죠. 이건 저희의 실수입니다.”
“그럼요. 아주 큰 실수죠.”
“…….”
“나이키나 아디다스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실수요. 이건 제 나라와 그리고 저를 모욕하는 거라고요. 그런데 고작 실수라는 말 한마디로 당신은 이걸 넘어가려고 하네요.”
사실, 본래는 이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일 생각은 아니었다. ‘푸마’가 준비한 패치에 욱일기가 있다는 건 전날 요나스가 보내 준 파일을 보고 바로 알아챘다.
하지만 그때 이렇게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식으로 수습해 버리면 평생 잘못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등. 난 지금껏 살아온 나라와 여행을 떠난 곳에서 숱한 인종차별을 겪었다. 심지어 그건 유명해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축구를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난 평범한 동양인이다.
“어디 출신이세요?”
“네?”
“어디 출신이냐고 여쭸어요. 보아하니, 잉글랜드 분은 아닌 것 같아서요. 억양으로 알아챘다고 해 두죠.”
“……이스라엘입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어떻게 말이죠?”
“당신 목걸이. 다윗의 별을 하고 있더군요. 아까 잠깐 봤죠. 당신은 나치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아돌프 히틀러라든가 그들이 만든 하켄 크로이츠를 보면 말이에요.”
“…….”
난 지금까지 본인을 소위 지성인(知性人)으로 칭하는 이들의 위선을 숱하게 겪어왔다. 그들은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주장하지만, 어디까지나 흑백에 한정된 것이다.
그들은 다른 곳에 있는 노란색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관심이 없으니 우리의 감정 역시도 무시한다.
축구로 명성을 얻게 된 후 가장 좋은 점은, 나의 감정을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거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전혀…….”
“요구 조건이 두 가지 있어요.”
“?”
이번 기획의 담당자인 사울 오피르(Saul Ophir)에게, 나는 두 개의 요구 조건을 알렸다.
첫째, 앞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욱일기를 모티브로 한 상품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 그리고 둘째, 내일 다시 촬영할 때 이곳에 있지 않을 것.
촬영은 저기에 있는 레슬리 터너가 진행할 것이고, 그녀의 이름이 꼭 가장 먼저 영상에 나타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내일이라면 그러니까…….”
“오후 3시가 좋겠네요. 가자, 베르.”
“큭큭큭큭. 당신 잘못 건든 거요.”
“거요? 말투가 그게 뭐야?”
“왜? 영화에서 보면 보통 이런 식으로 한마디를 한다고.”
“영화? 어떤 영화?”
“……전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푸마’는 내가 아닌 클럽과 계약했고, 나는 그들이 아닌 ‘아디다스’의 전속 모델이라 이렇게까지 할 권한은 없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물론, 그 말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저 남자 봤어? 완전 하얗게 질렸던데?”
“봤어. 멍청한 인간 같으니.”
“큭큭큭큭. 역시 넌 날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니까. 덕분에 진짜 재미있는 구경을 했다고.”
클럽이 ‘푸마’에 [“다온의 의견은 곧 클럽의 의견이니 그렇게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또 그 사람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면 말이다.
사실 전날 욱일기를 확인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은 페란 소리아노였다.
클럽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던 그를 말리고 내 생각을 말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이며 ‘푸마’의 클럽 의견을 전달한 것도 바로 그다.
의도를 가지고 명성을 사적으로 이용해 본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었다.
왜냐고?
‘그야.’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니까.
난 축구선수지만, 그 이전에 한국인이다.
“그럼, 이따가 봐.”
“그래. 알지? 와인은 안 돼.”
“한 잔인데도?”
“Vamos, Amigo. 모레가 시합이야.”
“그러지, 뭐. 그럼 선물은 없다?”
“Yup.”
베르나르두에 답한 후 차창을 올리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다. 내일 다시 촬영을 위해 이곳으로 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그것을 감수할 값어치는 넘치고도 남는다.
깜빡하기 전에, 난 페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멋지게 일을 처리했더군.
“죄송해요. 너무 거들먹거렸지 뭐예요.”
– 아니, 오히려 좋았네.
“정말요?”
– 그런 부분은 우리 쪽에서 전달하는 것보다 자네가 직접 말하는 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야. 그쪽은 걱정 말게.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감사드려요.”
– 뭘, 이런 걸로. 그럼.
-딸깍-
일상이라면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목요일 오후, 나는 무척 뜬금없는 곳에서 앞으로도 계속 최고의 위치에 머물러야 하는 동기부여를 느꼈다.
***
[PUMA X DA-ON & BERNARDO!!! : 푸마의 한정 디자인을 오는 10월 6일부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구매하세요!! – Puma 공식 홈페이지&소셜네트워크 계정/2019.09.27.(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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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우린 더 강해져야 한다.” – 맨체스터 이브닝/2019.09.27.(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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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 실바, “시티는 올 시즌 강력하지만 리버풀 수준은 아니다. 구디슨 파크에서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 Sky Sports/2019.09.27.(오후)]***
2019년 9월 28일. 리버풀 L4 4EL, 잉글랜드. 구디슨 로드, 구디슨 파크.
.경기 시작 2시간 전
에버튼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2-3-1
GK ? 에데르송 / GK ? 조던 픽포드
RB ? 카일 워커 / RB ? 셰머스 콜먼
CB ? 김민재 / CB ? 예리 미나
CB ? 페르난지뉴 / CB ? 마이클 킨
LB ? 주앙 칸셀루 / LB ? 뤼카 디뉴
DM ? 로드리 / CM ? 모르간 슈네데를랭
CM ? 일카이 귄도안 / CM ? 페이비언 델프
CM ? 케빈 더브라위너 / RAM ? 시오 월콧
RW ? 리야드 마레즈 / CAM ? 길피 시구르드손
LW ? 라힘 스털링 / LAM ? 히샤를리송
ST ? 김다온 / ST ? 도미닉 칼버트-르윈
.
.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상대해야 할 팀은 부진에 시달리는 에버튼 FC다.
현재 이들은 리그 15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시즌부터 약 2억 유로(약 2,662억 원)를 선수 영입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정에서의 부진이 거듭 이어지면서 감독 경질 이야기까지 솔솔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나름 홈에서는 저력을 보여 주는 팀이다. 약팀들만을 상대로 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2승을 거뒀다.
하지만 직전 라운드에서 승격팀 셰필드를 홈으로 불러들이고도 0:2의 패배를 당한 건, 에버튼의 현재 전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스쿼드의 수준이라든가 오랜 기간 PL에서 보여 준 모습을 생각했을 땐 복병으로 여겨야 하나, 실제론 약팀이라고 보는 게 맞는 시각이다.
그래서 펩도 이번 경기 때 밸런스보다는 공격에 좀 더 초점을 두었고, 내게도 중요한 임무를 한두 가지 부여했다.
{“가짜 파랑은 꺼져 버려!!”}
{“우리가 진짜 블루야!!”}
빠아앙-!
빵-! 빠앙-!
버스가 구디슨 파크로 들어서는 길, 주변을 둘러싼 에버튼의 팬들이 본인들이 진짜 블루(Blue)임을 주장한다.
“웃기고 있네, 토피 주제에.”
“토피?”
“응. 몰랐어?”
아직 EPL이 낯선 로드리를 위해, 포든이 에버튼의 애칭이기도 한 토피스(The Toffees)의 유례를 설명한다.
어디까지나 가설이긴 하지만, 버셀(Bussell)과 노블렛(Noblett)이라는 성을 지닌 두 명의 여성이 클럽 팬들을 위해 사탕(Toffee)을 만들어 판매한 것을 어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890년대 에버튼이 홈에서 경기를 치를 때면, 많은 이들이 간식으로 사탕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사탕 주제에 블루를 논하다니.”
“그냥 씹어 먹으면 그만인 거야.”
“오-! 그거 마음에 든다.”
“Hell Yeah.”
역사로만 따지자면 에버튼이 더 오래된 파랑인 것은 맞지만, 이들은 단 한 번도 스스로 블루라 칭한 적이 없다.
그리고 첼시 역시 파랑임을 주장하나, 그들의 역사는 우리 시티보다 십여 년이 뒤진다. 시티는 1894년 창단됐고, 첼시의 창단은 1905년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 것임에도 저런 이야기들을 한다는 건, 그냥 떠들고 싶은 거다.
“떠들어? 뭘?”
“여기가 본인들의 집이라고.”
“……그거 전의가 끓어오르는데?”
“그렇지? 그냥 박살 내는 거야.”
“마음에 드는 말이다.”
씨익 웃어 보인 로드리에게 비슷한 미소를 보여 주며, 난 시선을 창밖에 두었다.
‘……참 빨리도 오네.’
굼벵이처럼 나타난 지역 경찰들이 버스를 에워싼 군중을 정돈한다. 약 10분 동안 멈춰 섰던 버스는 드디어 출발할 수 있었고, 에버튼의 팬들은 여전히 야유를 이어 가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옆집에 사는 이들이다.
공식적으로 에버튼의 라이벌은 ‘머지사이드 더비(Merseyside Derby)’의 주인공인 리버풀이지만, 기본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맨체스터의 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종의 지역감정인 건데, 머지사이드 남자들은 맨체스터 남자들을 [“여자가 작물 짜서 판매한 돈에 기생하는 무능한 한량.”]이라 말하고 있다.
반대로 맨체스터의 남자들은 머지사이드의 남자들을 [“아내를 쥐여 패는 머저리 같은 어부.”]라고 불렀다.
뭐, 까마득한 오래전의 일이다.
삐-이!
취이익-!
마침내 버스가 우리를 경기장에 내려주고, 예정보다 20분 가까이 지체된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펩을 필두로 구디슨 파크에 발을 내디뎠다.
항구 도시 특유의 짠 내음을 잔뜩 들이키며, 난 조금 전까지의 환대를 멋지게 갚아 줄 계획을 세웠다.
‘더할 나위 없어.’
11월에 있을 안필드 원정 경기를 떠올리며, 나는 에버튼이 연패를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있는 힘껏 발버둥 쳐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더 괴롭혀 주길 기대하겠어.’
***
(데이비드 존스) – Sky Sports 프레젠터
“This is Saturday Football. 우린 지금 에버튼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조금 남았습니다만, 벌써 후끈한 소식이 있습니다. 네. 펩 과르디올라는 그들의 버스가 예정보다 20분가량 늦게 도착한 것을 두고 분명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에버튼이 의도를 가지고 버스가 늦게 도착하도록 만들었다는 거죠. 물론 에버튼은 그것을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펩 과르디올라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라고 말이죠. 이미 두 팀은 불이 붙었습니다. 기쁘게도, 오늘은 화끈한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
.
.경기 시작 40분 전
@ 에버튼의 감독실
2015년 올림피아코스 FC를 지도코자 피레아스로 향하기 전까지, 마르쿠 실바는 포르투갈을 떠나서 살아 본 경험이 없었다. 그는 리스본 출신이었고, 평생을 한 나라에서 살아갔다.
하지만 축구 감독을 직업으로 택하면서 삶에 변화가 찾아들었고, 그리스로 출발했던 여정은 그를 잉글랜드로 이끌었다.
에버튼 역사상 가장 젊은 감독이 된 마르쿠 실바의 별명은 ‘A Raposa(The Fox)’.
포지셔닝(Postioning)을 통한 위치이동과 짧은 패스를 중시하는 마르쿠 실바의 철학은 현대 축구의 흐름과 잘 어울렸는데, 문제는 에버튼의 스쿼드가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날드 쿠만/샘 알라다이스라는 전혀 다른 색을 지닌 두 명의 감독 아래에서 만들어진 선수단은, 마르쿠 실바의 축구에 필요한 핵심 포지션이 부족했다.
그나마 왓포드 FC 시절 함께한 히샤를리송(Richarloson)을 영입하며 입맛을 채웠지만, 여전히 에버튼은 마르쿠 실바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희망적인 건, 패배하는 경기에서도 몇 개의 희망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까지 간섭입니까?”
“그들을 화나게 하는 건 좋지 않아.”
“……작은 차이가 변수가 되는 법이죠.”
에버튼 FC의 기술 이사 마르셀 브랜즈(Marcel Brands)는 저조한 클럽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에 선수를 영입할 줄 알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단주인 파히드 모시리(Fahid Moshiri)가 구제불능으로 워낙에 유명했던지라, 그의 밑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능함을 입증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마르셀 브랜즈는 클럽의 무모한 구단주와 감독이 벌인 일을 추궁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버스 지연은 파히드 모시리가 계획하고 마르쿠 실바가 동의해서 벌어진 일이다.
어떻게든 승리하려는 노력에는 가산점을 주고 싶었지만, 마르셀 브랜즈는 건드려서는 안 될 상대를 건드린 것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 중이었다.
“건드려서는 안 될 상대?”
“펩. 그리고 다온.”
“…….”
“자네가 더욱 잘 알지 않나?”
GD 이스토릴 프라이아를 지도하던 시절부터, 마르쿠 실바는 김다온이 뛰는 팀을 상대로 단 한 차례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기록이었지만, 작년 월드컵에서의 부상으로 김다온의 모든 것이 대대적으로 회자(膾炙) 되면서 마르쿠 실바의 악연도 주목을 받았었다.
이를 기억하는 마르셀 브랜즈는 마르쿠 실바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파히드 모시리의 터무니없는 술수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쿠 실바는 오히려 뻔뻔한 모습이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동의했죠.”
“어째서?”
“말했지만, 작은 차이가 변수가 되는 법입니다. 팀이 승리할 확률을 단 1%라도 높일 수 있다면, 전 벌거벗고 춤이라도 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문장 그 자체로는 높은 평가를 하고픈 마르셀 브랜즈지만, 그는 여전히 오늘의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합을 앞두고 감독의 피로를 쌓이게 하는 건 무모한 짓이었고, 그는 나중에 더 대화하자는 말을 남기며 감독실을 나섰다.
“후우~”
절로 나오는 한숨.
이는 경기 전 김다온이 ‘Sky Sports’와 한 인터뷰 때문이다.
[“성대한 환영은 잘 받았다. 이젠 기쁜 마음으로 손님으로서 최선을 다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겠다.”]복귀 이후 전과 같은 퍼포먼스는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곤 하나, 31.8분당 하나의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인 김다온은 리그에서 가장 좋은 생산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시티의 경기를 볼 때면 오히려 클럽이 그의 페이스(Pace)를 쫓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기에 마르셀 브랜즈는 굳이 김다온과 맨시티가 껍질을 뚫고 나올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종목을 막론한 세계 최고의 선수가 어떤 경쟁심을 보이는지를 알고 있었다.
역경과 고난이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그들은 언제나 더 놀라운 결과를 보여 줬다.
‘하늘에 빌어야겠어.’
자신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杞憂)이기를 바라는 마르셀 브랜즈. 하지만 그는 애써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가는 노력에도, 가슴 속에서 굴러다니는 걱정을 잠재우지 못했다.
경기까진, 이제 약 30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