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44)
1011화 Always
2019년 10월 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시즌 두 번째 A매치 주간에 들어선 가운데, 칼둔 알 무바라크는 전날 있었던 일을 수습코자 했다.
“모두가 걱정하고 있네.”
“…….”
“다들 자네와 다온의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이야기해. 알겠지만, 그건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닐세.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나는 팀의 회장으로서 그걸 수습해야만 하네. 그러니, 있는 그대로 말해 주게나.”
“…….”
어제, 맨체스터 시티는 울버햄튼을 상대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전반 초반부터 수비 진영에서 잦은 패스 실수가 나왔고, 공격 쪽에서도 부상으로 결장한 케빈 더브라위너의 공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김다온과 로드리의 활약으로 후반 중반 2:0으로 앞서 나갔지만,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치명적인 실책으로 아다마 트라오레에게 추격하는 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정확히 이때부터, 김다온은 과르디올라에게 수비를 교체해야 한다며 의사를 표시했다.
[“니코로는 안 돼요, 펩. 민재를 넣자고요.”] [“펩? 보셨죠? 완전히 넋이 나갔어요.”]하지만 과르디올라는 오타멘디가 아니라 미드필드와 공격을 차례대로 바꿨고, 김다온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어 갔다.
[“펩!! 왜 니코가 아니라 라힘이 빠지는 거죠?”] [“안 보여요?! 수비가 무너지잖아요!!”] [“Do Something!!!”]그러던 후반 40분, 과르디올라는 갑작스러운 부상자의 속출로 선발로 출전하게 된 김다온을 불러들였다.
3:1로 넉넉하게 앞서는 상황이었고, 경기 후 곧바로 한국으로 떠나게 될 김다온의 체력을 조금이나마 아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게 결국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전 뛸 수 있어요!!”] [“시끄럽고, 당장 들어가!”] [“여전히 절 못 믿네요! 네? 안 그래요?”] [“그래! 난 너를 믿을 수 없어!!”] [“그럼 차라리 절 내보내시지, 그래요?!”] [“뭐라고?!”]격양된 감정의 두 사람이 스페인어로 거칠게 대화를 주고받자, 황급히 달려 나온 맨체스터 시티의 코치진이 김다온과 과르디올라를 떼어 놓았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중계 카메라에 잡혔고, 유럽 축구계는 온통 김다온과 과르디올라의 관계에 관한 뉴스로 도배됐다.
시티에 있어, 이는 무척 심각한 문제였다.
“선수 교체는 제 영역입니다.”
“물론 나도 그걸 침범할 생각은 없네.”
“그러시겠죠. 이번엔 그가 선을 넘었습니다. 그뿐입니다.”
“…….”
이따금, 펩 과르디올라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벽을 상대에게 세울 때가 있다.
칼둔이 지금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순간이면 과르디올라와 정상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걸,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만남이 끝난다.
시티는 통상적인 대응을 할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교체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생긴 것뿐이라고 말이다.
대중은 그것을 믿지 않겠지만, 그들이 믿고 믿지 않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클럽이 그렇게 발표했다는 것 그 자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과 동시에 나태의 동물이다. 그들은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하나의 사실에 반박하기 위해 열 개의 증거를 들이밀어야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과거엔 그 귀찮음을 감수하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진짜 기자들이 많았지만, 현대로 접어들어서는 그렇지 않다.
칼둔은 진실을 대중으로부터 감추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진짜 걱정인 것은 클럽 내에서 어제의 일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때마침 A매치 주간이고, 당분간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이었다.
‘후우- 확실히, 수비가 문제였긴 해.’
과르디올라가 회장실을 빠져나간 뒤, 속이 탔던 칼둔은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달콤한 간식을 하나 꺼내 들었다.
아랍에미리트 출신답게 칼둔 역시 매우 단 디저트를 즐겼는데, 최근 건강 수치가 나빠지면서 당을 최대한 줄이려고 식단을 바꾸고 있었다.
하지만 큰 스트레스 앞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설탕이 잔뜩 묻은 젤리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낭패로군.’
김다온과 과르디올라의 다툼도 다툼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비진이 붕괴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전날 주앙 칸셀루가 Man of the Match에 선정되긴 했지만, 풀백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느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려웠다.
공격에서는 많은 힘을 보탰지만, 김다온 교체 후 시티가 울버햄튼에 허락한 세 번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는 전부 그가 뛰던 왼쪽 측면에서 나왔다.
하지만 더 심각한 건 중앙 수비였는데,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이번 시즌 내내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의 경기를 하고 있었다.
급기야 전날은 ‘BBC’로부터 [최악]이라는 짧은 평과 함께 평점 3점을 받았는데, 승리한 팀의 선수가 받은 평점이라곤 상상하기 힘든 수치였다.
칼둔의 생각에도 팀은 김민재를 투입했어야 했고, 그랬다면 훨씬 더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었을 거다.
뱅상 콩파니의 부재가 어느 때보다도 더 크게 느껴진다. 스톤스는 일러도 10월 말에야 복귀할 수 있고, 라포르트는 사실상 시즌 아웃으로 봐야 한다.
시티는 현재, 센터백이 필요하다.
본래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SL 벤피카의 후벵 디아스 영입에 근접했었지만, 외국인 슬롯이 가득 차 버린 클럽의 사정상 다른 선수를 떠나 보내야 영입이 가능했다.
그래서 심각한 고부갈등으로 독일로 돌아가길 원했던 자네를 뮌헨으로 판매할 계획을 꾸린 시티지만,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이적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만약 자네의 부상이 없었다면, 시티는 9월이 되기 전에 후벵 디아스를 스쿼드에 추가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오타멘디 역시 판매가 이뤄졌을 것이고, 페르난지뉴를 센터백으로 돌리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페르난지뉴는 김민재와 함께 유일하게 센터백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해 주는 남자이긴 했다.
“…….”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맨체스터 시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수비 라인을 갖췄다고 자랑할 수 있었다.
김다온-에므리크 라포르트-뱅상 콩파니-카일 워커로 구성된 포백은 철옹성 그 자체였고, 빌드업과 공격 가담 부분에서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위용을 보였었다.
그런데 현재, 시티의 수비는 노리치나 울버햄튼과 같은 클럽에 멀티골을 허락할 만큼 처참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격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부르지. 하지만 수비는…….’
공격은 팬을.
수비는 우승을.
구기 종목의 오랜 격언과도 같은 문장을 떠올린 칼둔의 머릿속은 점점 더 스트레스가 차오르고 있다.
그는 결국, 젤리 하나를 더 입 안으로 가져간다.
‘쓰군.’
설탕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분명, 칼둔의 입맛이 쓴 상태기 때문일 것이다.
***
【한국 시각】 2019년 10월 8일.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풋볼팬타지움.
한국으로 오는 내내, 내 기분은 썩 좋지 못했다. 이유는 물론 펩과 다툰 것 때문이다. 그는 뻔히 보이는 현상을 외면하는 이해하기 힘든 고집을 피웠다.
이틀 전 당시, 초반부터 니코의 경기력이 불안했다. 패스는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고, 수비 상황에서 올바르지 못한 위치에 머물 때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아는 그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그는 피치 위에서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펩은 끝까지 민재를 투입하지 않았다.
잘 뛰고 있던 라힘과 후반전 경기력이 살아난 군도를 빼 버리는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했고, 급기야 경기 종료 몇 분을 남겨 두곤 날 벤치로 불러들였다.
여느 때라면 나는 그 교체를 잘 받아들였겠지만, 이번만큼은 화를 참아 내기 힘들었다.
“최근 소속 팀에서…….”
“약간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뿐인데, 심각한 건 아닙니다. 다음 질문은요?”
현재 나는 파주 NFC에 입소하기 전 기자들의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다. 예상대로 울버햄튼전의 일이 가장 먼저 나왔고, 그다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곧 북한에 가시는데, 드셔 보고 싶은 음식이…….”
축구 선수를 취재하러 왔으면서 북한에서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묻는다고?
난 금세 기분이 상해 버렸다.
“저는 놀러 가는 게 아닌데요.”
“네? 아, 그, 그게.”
당황한 여기자가 시선을 회피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난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을 이어 나갔다.
“지금 질문은 스리랑카에 굉장히 무례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당장은 10일에 있을 경기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준비 중이고, 단 한 번도 원정을 관광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 가는 건 처음이긴 하지만, 어려운 평양 원정을 어떻게 뛸지…….”
현재 내가 잔뜩 날이 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금방의 질문은 정말 수준 이하의 것이었다.
금방 질문한 여기자 말고도 속으로 아차 하는 표정의 기자들이 많이 보였는데, 영양가 없는 질문이 온다면 직설적으로 그걸 지적해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다행히 이후엔 정상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졌고, 인터뷰를 마친 후에야 드디어 파주 NFC의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어쩐지, 힘이 쪽 빠지는 기분이 든다.
원래는 이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말이다.
‘에효- 어쩌겠냐.’
무거운 마음으로 숙소가 있는 건물까지 걸어가는 길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길게 느껴지고 있다.
***
2019년 10월 8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맨체스터 시티 U-15 팀의 감독 앤드류 버터리는 근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존의 자원에 Team CFG를 졸업한 아이들이 더해지면서, 잉글랜드에서 가장 강한 15세 이하 팀을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 17세가 되어서야 클럽에 입단할 거로 여겨졌던 조우진 역시, 부모님이 전격적으로 잉글랜드 이민을 결정하면서 12월 합류가 결정되었다.
때마침 1월부터는 일종의 챔피언스리그와도 같은 대회가 펼쳐질 예정이었기에, 대형 유망주로 평가받는 조우진의 가세는 팀에 커다란 보탬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어제오늘, 앤드류 버터리는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주제는 답하기 다소 난감한 것들이다.
바로.
“오늘도 펩이 오나요?”
“하하. 그건 나도 모르겠어.”
“꼭 오시면 좋겠어요.”
“나도 같이 기도해 줄게.”
“네!”
어제부터, 과르디올라가 U-15 팀이 훈련하는 장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본래 A매치 주간이면 아카데미를 방문하곤 했었지만, 되도록 훈련 시간은 피해 주었다.
그런데 어제는 훈련의 시작 때 등장해, 훈련이 거의 끝나 갈 무렵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이들은 펩 과르디올라라는 존재를 신기하게 여기고 그의 마음에 들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의욕은 화를 부르는 법. 전날 무리한 선수 하나가 오늘 근육통을 호소해 훈련을 빠지게 되었다.
다가오는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U-15 팀과 더비 경기가 있는지라, 앤드류 버터리는 자신의 팀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기를 원했다.
삐?익!
“좋아, 그만!! 다들 수고했어!! 이리로 모여!!”
천만다행히도, 오늘 훈련 때는 과르디올라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그에 다소 실망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덕분에 버터리는 예정대로 훈련을 이끌 수 있었다.
정리를 끝낸 후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챙긴 뒤, 앤드류 버터리는 본인도 퇴근코자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한데.
딸깍-
“워-우!!”
사무실의 불을 켜자마자, 그만 깜짝하고 놀라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자신의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맨체스터 시티 1군 팀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였다. 훈련장에 이어 사무실까지 무단으로 점검해 버린 거다.
그래서 버터리는 불쾌함을 담아, 그만의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이젠 아예 U-15팀의 감독이 되시려는 겁니까?”
“…….”
“1군 팀 자리가 공석이라면 시도해 보고 싶군요. 괜찮다면 자리를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퇴근을 서둘러야 해서 말이죠.”
“…….”
“…….”
버터리에게는 한없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책상에 팔꿈치를 얹은 채 생각에 잠긴 과르디올라는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참지 못한 버터리가 과르디올라를 무시하기로 한다.
책상의 앞으로 걸어간 그가 가방에 짐을 담고 있을 무렵, 석상과도 같았던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습니까?”
“기절한 게 아니었군요. 하마터면 누가 당신을 본뜬 인형을 놓아두었다고 생각할 뻔했습니다.”
“……재미있군요.”
그런 표정으로 재미있다고 말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거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버터리는 그것을 가까스로 참아 내며 머리를 사납게 헤집었다.
“후우- 다온에 관해서 물으시려는 겁니까?”
“비슷합니다.”
“그걸 왜 제게 물으시려는 거죠? 당신이 저보다 더 오랫동안 그를 봐 왔을 건데 말입니다.”
“지금의 그는 아니죠.”
“네??”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원인이 되었던 토트넘 홋스퍼와의 8강 1차전은 뼈아픈 실책으로 남아 있었다.
당시 그는 상당히 기묘한 용병술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며 탈락의 결정적 원인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당시 부침을 겪던 마레즈와 델프를 선발로 기용한 사실과 후반전 43분에야 팀의 핵심 선수를 교체로 투입한 것을 지적했는데, 모두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것이었다.
일정이 빡빡한 것도 아니었거니와 차라리 1차전을 버릴 생각이었다면 끝까지 뻔뻔하게 굴었어야 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당시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였고, 그것은 챔피언스리그 6회 우승이란 업적을 지닌 감독의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당시 과르디올라의 결정에 의문을 표하고는 한다.
어째서?
어째서 그는 그때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는 올바른 선택 중입니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말 그대롭니다. 문장 그대로요.”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이 최근 앤드류 버터리와 가깝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소 일주일에 한 번 김다온의 집에서 만났고, 늦은 시각까지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가진 생각을 교환했다.
Team CFG의 아이들이라는 공감대와 몇 달 전에 있었던 비밀스러운 일들이 겹쳐, 누구보다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처음엔 과르디올라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버터리지만, 그는 이내 속에 담긴 뜻을 알아챘다.
과르디올라는 지금.
‘의심하고 있군. 자기 자신을.’
시티의 사람 중 울버햄튼 전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의 언쟁을 모르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마다 서로 다른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버터리는 그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김다온이 직접 말을 해 줬기 때문이다.
앤드류 버터리도 울버햄튼 전을 시청했고, 수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당연히 과르디올라가 수비를 바꿀 거로 생각했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미드필드와 공격수 포지션에 변화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승점 2점을 거의 날릴 뻔했다.
후반 51분 아다마 트라오레의 헤더가 골대를 두들기지만 않았어도, 시티는 추가시간에만 2실점 하며 동점을 허락했을 거다.
이미 리버풀에 승점 3점이 뒤진 상황에서, 그 차이가 5점으로 벌어진다는 건 아무리 시즌 초반부라 하더라도 치명적이다.
“우선 당신의 질문에 먼저 답을 하자면.”
“…….”
“다온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자신을 위해서. 또 가족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시티를 위해서 늘 최고의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수비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또 당신에게 화를 낸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는 당신과 자신이 같은 것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화가 난 겁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가 아니고요. 제가 알기론, 두 사람은 이미 화해를 한 차례 하지 않았습니까. 안 그런가요?”
“맞습니다.”
선발출전 문제를 두고 다투었던 때, 김다온이 먼저 사무실을 찾아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과르디올라는 그것을 맞잡았고, 이후 김다온의 출전 빈도와 시간을 늘려 가는 것으로 그의 마음에 답했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축구를 위해 움직였다.
고민만 하던 전술을 기존의 것과 융합하는 훈련을 진행했고, 선수들을 향한 눈높이도 잔뜩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과르디올라는 울버햄튼 전에서 미드필드와 공격을 빼는 것을 더욱 낫다고 보았다.
당분간 맨체스터 시티가 나아갈 방향은 수비가 아닌 공격에 있었고, 한 경기에서 다수의 실점을 하더라도 그보다 한 골을 더 많이 넣어 승점을 챙기고자 했다.
그 역시, 이러한 뜻을 김다온이 이해해 줄 줄 알고 있었다. 한데 이틀 전 그런 일이 벌어졌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입히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는 과르디올라가 원치 않던 것이었다.
그저 예전처럼, 김다온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왜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뭐라고요?”
“왜 직접 그렇게 전달하지 않느냐고요. 다온이 그러더군요. 당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정말 꽝이라고. 하지만 무척 속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저, 완벽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이죠. 그의 말에는 애정이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앤드류 버터리는 마치, 연인의 싸움을 중재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같은 것을 바라본다고 믿었지만 사소한 일이 오해가 되어 틀어져 버린 관계. 한쪽은 상대에게 맞추고 있는 걸 알아주지 못해 토라졌고, 다른 한쪽은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중요한 건, 사실 둘이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거다.
“같은 곳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서 감독을 맡고 있죠? 매년 빅이어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
김다온은 팀이 자신을 중심으로 맞춰지는 것을 원치 않을 거다. 시티는 펩 과르디올라의 팀이고, 거기에 자신이 맞추는 것을 더 바랄 게 틀림없다.
그리고 자연스레 팀을 이끌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세요, 펩. 다온을 위해서가 아니고요. 그는 그런 당신을 존경하지 않을 겁니다.”
“……이해했습니다.”
“네. 그럼 전 이만 퇴근해도 될까요?”
“얼마든지.”
문을 나서고야, 버터리는 저곳이 자신의 사무실임을 깨닫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던 버터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두 사람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길 진심으로 바랐다.
다만 앞으론 이런 일은 없었으면 했다.
제3자로 끼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나저나, 여러 의미에서 엄청나군.’
과연 세상의 어떠한 축구 선수가 펩 과르디올라를 저 지경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것일까?
그건 리오넬 메시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차에 올라탄 순간, 버티리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불이라도 난 것처럼 윙윙 울려 대기 시작했다. 동시다발적인 알림과 메시지가 한꺼번에 도착한 탓이다.
“What the…….”
깜짝 놀란 버터리가 황급히 휴대전화를 만져 화면을 켜고, 그것을 본 그의 동공은 몇 배로 더 확대되었다.
‘……말도 안 돼.’
지금 막,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 뉴스 하나가 스페인에서 날아들었다.
***
[호르헤 메시, “빅이어 획득 여부와는 상관없이, 아들은 올 시즌이 끝난 후 바르셀로나를 떠나 맨체스터 시티로 합류하길 원한다.” – 마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