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54)
1021화 Team Da-On (2)
2019년 11월 19일. 아부 다비, 아랍에미리트. 술탄 빈 자예드 더 퍼스트 스트리트 ? Zone 1 ? E22-02. 모함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Mohammed bin Zayed Stadium. Sultan Bin Zayed The First St – Zone 1 – E22-02 – Abu Dhabi ? U.A.E).
.경기 시작 2시간 전
대한민국 0 : 0 브라질
&Match-Up`s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4-3-3
GK ? 조현우 / GK ? 알리송
RB ? 김다온 / RB ? 다닐루
CB ? 김민재 / CB ? 마르퀴뇨스
CB ? 김영권 / CB ? 에데르 밀리탕
LB ? 정운 / LB ? 헤낭 로디
CM ? 정우영 / DM ? 파비뉴
CM ? 손준호 / CM ? 루이스 파케타
RAM ? 황희찬 / CM ? 아르투르 멜루
CAM ? 이재성 / RW ? 호드리구 고이스
LAM ? 손흥민 / LW ? 필리피 코치뉴
ST ? 황의조 / ST ? 히샤를리송
.
.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은 양 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게 되면서 성사가 되었다.
브라질 축구 국가 대표팀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이 있었고, 이후 중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치를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이 월드컵 예선 경기를 레바논에서 치른 후 일정이 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브라질축구협회는 이를 좋은 기회로 여겨 한국축구협회에 경기를 제안했다.
때마침 강한 파트너를 찾고 있던 한국은 [“중계권료를 넘기겠다.”]는 브라질축구협회의 제안을 수락, 홈으로 돌아오는 번거로움 없이 원정지와 그 주변에서 A매치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역사상 최초, 브라질 축구 협회의 제안으로 이뤄진 경기로 남게 되었다.
11월 A매치 일정을 발표하던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를 두고, [“지난 7년 동안의 성과가 밑바탕이 된 한국 축구의 달라진 위상을 설명하는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FIFA 랭킹 3위와 상대코자 경기가 펼쳐질 장소에 입성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 역시, 대한민국 대표팀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한다.
그것도, 매우 묘한 방식으로.
[네 슈팅이 결정적이었다니까.] [낄낄낄. 그건 그랬지.] [젠장. 너 때문에 우리가 곤란해졌다고.] [우리도 급했거든?] [에-이! 이게 누구야?!] [아, 여기 또 콥이 하나 더 있잖아.] [사람을 물건 취급하지 말아 줄래?] [물건 아닌데? 벌레였어.] [!@#$#@%!]웜업용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김다온이 복도에서 브라질 선수들과 만나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재 그의 곁에는 리버풀 소속의 파비뉴와 에데르송 베커가 있었고, 곧이어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불리는 마르퀴뇨스와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를 떠난 필리피 코치뉴가 합류했다.
그러다 잠시 뒤엔 아르투르 멜루가 다가와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는 모습이었는데, 사진은 아예 단체가 되어 버렸다.
어디까지나 친선 경기이기에 가능한 풍경이었지만, 그런 것치고도 김다온을 향한 브라질 선수들의 행동은 어딘가 특별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이를 부러움과 존경이 복잡하게 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자들이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이다.
“뭘 그렇게 보냐?”
“형. 저거 좀 봐.”
“……원래 저런데?”
“원래? 진짜?”
“어. 몰랐냐?”
“…….”
지금의 모습은 김다온과 줄곧 대표팀 생활을 해 왔던 이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한국보다 전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팀의 선수들은 김다온을 향한 동경을 감추지 않았고, 세계적인 팀의 선수들의 경우 김다온을 오랜 친구처럼 대했다.
공통점이라면 저렇게 하는 목적이 경기 후 김다온과 유니폼을 교환하기 위함이라는 거다.
쉽게 말해.
“저거 다 사전작업이야.”
“에?”
“유니폼 바꾸려고 사전작업하는 거라고. 쟤 한참 걸릴 거야. 얼른 가자.”
먼저 대답했던 황의조와 김다온을 둘러싼 이들의 본심을 알린 손흥민이 황인범을 이끄는 사이, 뒤에서 등장한 김영권이 활활 불타오르는 시선을 쏘고 있던 이강인의 뒤통수를 두드렸다.
찰싹-
“?!”
“뭐 하냐? 구멍 뚫리겠다.”
“……아, 네.”
“너도 인마, 저렇게 될 수 있어.”
“…….”
이강인은 ‘Goal.com’이 선정하는 NxGn(Next Generation) 2019년 버전에서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어느 정도의 공신력을 갖춘 미디어가 선정한 20세 이하의 축구 선수 중 28번째로 뛰어나다는 뜻이었고, 이는 [‘잘만 하면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다.’]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주목을 받아 왔고 스페인 진출 이후에도 또래보다 늘 앞서 나갔던 이강인.
언제 어떠한 순간에도 본인의 축구 실력에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그이지만, 김다온의 앞에 설 때마다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맹렬히 저항하곤 했다.
2001년생의 이강인은 올해 18살로, 아직 본인의 재능을 틔우지 못한 어린 선수다.
그리고 그와 같은 18살의 나이 때, 김다온은 덴마크 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후 클럽 레코드를 통해 SL 벤피카로 이적한 뒤 전(全) 유럽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의 주목 정도나 몸값만을 놓고 본다면, 이강인이 김다온보다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살이 되는 2012년 12월 19일이 되기 전까지, 김다온은 올림픽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메달을 따냈고 챔피언스리그에서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 개막 후 넉 달 만에 포르투갈 최고의 사이드백으로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또한 20살이 되기 전에 8,369만 유로의 이적료를 SL 벤피카에 안기며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과연 자신이 2년 안에 비슷한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막연하게 기대를 품다가도, 아직 발렌시아에서조차 확고히 주전을 꿰차지 못한 자신을 보고 있으면 감정이 복잡해지는 이강인이다.
게다가 과거 김다온이 지적했던 [“피지컬이 성장하지 않으면 고전할 수 있다.”]는 조언도 체감하는 중이다.
처음 발렌시아 1군 팀과 계약하고 라리가를 밟았을 때만 해도 적응하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믿었지만, 실제 이강인은 외부 평가와 현실의 괴리감에 혼란을 겪고 있다.
복도를 빠져나가기 전, 고개를 돌린 이강인이 다시 한번 김다온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상대는 지금, 자신이 손을 뻗을 수 없는 세계에 있다.
과연 자신이 저곳으로 갈 수 있을까?
이강인은 매우 불안했다.
‘발렌시아를 떠나야 하나?’
발렌시아는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을 위해 모든 것을 해 주었다. 지난 시즌에는 감독과 불화가 있을 때 원칙을 뒤엎고 선수의 편에 서는 모습도 보여 줬다.
그로 인해 스쿼드 내에서 따돌림을 받기도 하고 괴롭힘도 당해야 했지만, 이강인은 클럽이 자신을 위해 해 준 것들에 보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런 괴로움들을 견뎠다.
중요한 건, 괴로움을 견디는 일과 좋은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대표팀을 꿈꾸고 있거나 대표팀에 뽑힌 젊은 선수들은 본인이 더 나은 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일이 개인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린 공인(公人)이고, 그 위치에 걸맞은 행동과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어느 때보다 대표팀을 향한 쓴소리를 많이 이어 가고 있는 김다온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이강인은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분명 자신은 현실보다 훨씬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믿어 왔다.
“후우~”
머릿속이 복잡해져 길게 한숨을 내쉬는 이강인.
김다온이 의도했던 대로, 대한민국의 젊은 재능은 본인의 미래에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
***
.경기 시작 10분 전
대한민국 0 : 0 브라질
이번 A매치는 새로운 대한민국 대표팀 전체에 중요한 일전이었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상 전력의 80% 이상을 가동한 브라질을 상대로, 현(現) 대표팀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는 좋은 기회였는데, 풀백으로서의 내가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단 팀이 먼저다.
“쟤넨 강한 팀이지만, 우리도 강해.”
“…….”
“볼을 다룰 때 좀 더 집중하자. 목소리 더 크게 내고, 볼 가진 선수한테 수비가 붙이면 바로바로 알리고. 귀도 크게 열어. 무엇보다,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 해. 자, 그럼 가자. 한국!!”
“어-이!!”
파이팅을 다지는 마지막 스크럼 이후, 우린 손뼉을 치거나 하며 드레싱 룸을 빠져나갔다.
나흘 전 아르헨티나에 0:1로 패한 브라질 대표팀은 오늘 경기 승리로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중인데, 그런데도 일부 로테이션을 가져갔다는 건 우리를 한 수 아래로 본다는 증거였다.
FIFA 랭킹 3위와 18위의 대결이니만큼 브라질이 앞서는 것은 맞지만, 실제론 그것보다도 더 실력의 차가 벌어진 상태라고 보는 게 올바를 것 같다.
중앙 미드필드 자리만 빼고 나머지 모두 2018 러시아 월드컵 선발 명단과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후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 오는 브라질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한 후, 현우 형의 바로 뒤에 서서 호흡을 고른다.
강한 팀과 맞붙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찌릿찌릿한 느낌이 온몸에 전해져 오고 있는데, 덕분에 신체의 감각 전체가 몇 배는 더 예민해진 느낌이었다.
이를 제대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상태라 말하고 싶다. 감각이 예민해지면 질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제어권을 놓치게 되면 왜 이러나 싶을 만큼 실수를 자주 범할 수도 있다.
‘오늘은 완전히 다를 거야.’
벤투 감독님 부임 후, 대한민국 대표팀은 어지간해서는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앞두고 최소 30%까지 점유율의 하락을 예상한 벤투 감독님은,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이라는 기존엔 하지 않았던 전략을 도입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후방빌드업과 측면 풀백을 통한 빠른 공격이라는 기조는 놓치지 않았는데, 본인만의 색으로 충실히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라간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삐?익!
이곳 아랍에미리트 출신 주심의 휘슬로 전반전이 시작되고, 아니나 다를까 브라질 대표팀은 휘슬이 불림과 동시에 우리를 강하게 압박해 볼을 가져가려고 했다.
“민재!”
와중에도 침착하게 볼을 다루는 민재에게 소리쳐 패스를 요구한 뒤, 난 앞쪽에서 달라붙는 필리피 코치뉴를 보았다.
‘확인 완료.’
빠르게 주변 상황을 파악한 이후, 난 민재가 굴려 보낸 패스에 오른발을 슬쩍 가져갔다. 그러곤 터치가 이뤄지는 순간 발목을 움직여 공을 굴절시켰다.
툭-
방향이 바뀐 축구공은 거의 90도로 꺾이며, 코치뉴가 달려오던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코치뉴의 다음 동작을 예측, 공이 그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능숙하게 압박을 떨쳐 내었다.
{“오오오-!”}
중립 경기임에도 관중석은 빈자리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꽉 들어찼는데, 총 수용 규모가 42,056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 준 셈이었다.
관계자의 말론 U.A.E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경기를 해도 이 정도로 관중석이 차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이 대결은 주목받고 있다.
‘돌아나가 줘야지. 그렇지.’
팡-!
코치뉴를 따돌린 후 앞으로 나아가던 중, 시선이 마주친 후 사이드라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 희찬이에게 패스를 보낸다.
오늘 브라질 대표팀의 선발 왼쪽 풀백은 헤낭 로디(Renan Lodi)다.
18살의 나이에 브라질 아틀레치쿠 클럽에서 데뷔했고, 이후 팀이 세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공헌하며 브라질 세리 A 최고의 레프트백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지난여름엔 여러 유럽 클럽의 주목을 받았는데,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FC의 유혹을 뿌리치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듣기론 필리페 루이스가 로디를 자신의 후계자로 콕 집어 추천을 했다던데, 시메오네 감독님이 열렬한 구애를 했다고 한다.
화려한 기술과 빠른 스피드를 지닌 전형적인 브라질리언 풀백으로, 지금도 희찬이가 좋은 위치에서 출발을 끊었으나 여유 있게 추격한 후 커트를 해냈다.
‘이런!’
몰랐던 사실인데, 헤낭 로디는 3년 전부터 이미 나의 소셜미디어를 팔로우하고 있었다.
아까 경기 전에는 사인과 사진을 요청해 오기도 했고, 시메오네 감독님이 아직도 내 이야기를 한다며 자신과 자꾸 비교해 곤란하다고도 이야기했다.
제법 첫인상이 유쾌한 친구였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전반전 02분.
브라질이 빌드업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볼이 왼쪽으로 전달되었고, 파비뉴로부터 패스를 이어받은 로디가 망설임 없이 나와 스프린트 대결을 펼치려고 했다.
재빠르게 몸을 놀린 내가 속도 경쟁을 펼치려고 했지만, 점차 녀석의 어깨가 앞으로 나가려고 해 어쩔 수 없이 발을 뻗었다.
탁-
“!!”
볼만 정확히 건드린 태클로 클리어에 성공했고, 피치를 한 바퀴 구른 후 일어선 로디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닿는 감각도 없었어요.] [경기에나 집중해.] [넵.]로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실은 조금 아슬아슬했다.
과거의 습관 때문에 난 지금도 태클로 클리어를 가져가는 대신 속도 싸움을 펼치려고 했고, 먼저 자리를 선점한 후 볼을 여유 있게 따내는 게 본래 나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있는 힘껏 달렸음에도 로디에 뒤처질 뻔했고, 재빨리 계획을 바꿔 태클로 볼을 걷어 냈다.
“후우~ 역시.”
스리랑카/북한/레바논과 같은 팀을 상대할 땐 속도가 줄었다는 게 전혀 티가 나지 않았지만, 브라질을 만나니 대번에 그것이 실감되었다.
‘까딱하다간, 들통나겠어.’
만약 내가 오늘 코치뉴와 로디 등을 상대로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사람들은 다시 나의 발목 부상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집요하게 파고들 테고, 머잖아 내 속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낼 거다.
‘좋았어. 더 집중해 보자.’
찰싹-!
양손으로 두 뺨을 가볍게 두드린 후, 더 집중해서 수비에 힘쓰기로 하며 희찬이와 우영이 형의 수비 위치를 정돈했다.
“우영!! 좀 더 뒤로!!”
들통나느냐.
감추느냐.
이 두 가지의 결과물 사이에서 시작한 외줄 타기.
난 이것이 몹시 재미있다.
***
【같은 시각】 맨체스터 M3 7NH, 잉글랜드. 16 채플 스트리트. 시티스위트 아파트호텔.
대한민국과 브라질 대표팀의 A매치 경기는 이례적으로, ‘Sky Sports’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
.
(롭 호스론) – Sky Sports 코멘테이터
“Good Tackle of Da-On. 군더더기 없는 환상적인 수비였습니다.”
(개리 네빌)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는 지금 클럽과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위치에서 뛰고 있습니다. 센터백, 풀백. 이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스트라이커와 풀백입니다. 플레이 메커니즘의 공통점도 없고,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는 포지션들입니다. 다온은 여전히 풀백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보세요. 저런 태클을 할 수 있는 풀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재 PL 최고로 불리는 알렉산더-아놀드도 저런 수비는 할 수 없습니다.”
(롭 호스론)
“과거 인터뷰를 보면, 다온의 공격수 전환은 선수와 과르디올라 모두가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개리 네빌)
“전 그걸 믿지 않습니다. 그런 건 보통 감독의 선택입니다. 과르디올라는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주앙 칸셀루로 다온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거란 터무니없는 꿈을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풀백 다온은 대체 불가입니다.”
.
“…….”
개리 네빌의 날카로운 일침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마다, 과르디올라는 심장을 바늘로 찔린 것처럼 불편함을 느꼈다.
이런저런 사정을 떠나, 풀백 김다온이 스트라이커 김다온보다 훨씬 더 많은 매력을 내뿜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대체 불가라는 부분에서 큰 공감이 됐다.
올 시즌 공격수 김다온은 풀백에서 뛸 때보다 더욱 뛰어난 생산력을 보여 주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출전 경기 수(10경기)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14개)를 기록 중이고, 분당 공격 포인트로 기록을 환산하면 48.9분당 하나라는 믿기 힘든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대체 가능한 숫자일지도 몰랐다.
.
(개리 네빌)
“리버풀 경기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맨체스터 시티는 리버풀에 철저히 측면을 공략당했습니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앤드류 로버트슨이라는 두 명의 젊은 풀백이 시티의 풀백 라인을 완전히 압도해 버렸죠. 가뜩이나 리버풀엔 모.살라와 사디오 마네라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다온이 풀백으로 뛰었다면, 저는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고 믿습니다.”
(롭 호스론)
“오-! 다온이 아르투르 멜루로부터 볼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왼쪽으로 패스를 보냅니다. 피치를 완전히 갈라 버리는군요. 놀랍습니다. 쏜. 같은 토트넘의 동료인 다닐루를 마주합니다. 쏜. 속도를 붙이고 돌파하는군요. 쏜! 슈팅까지 연결해 봅니다만, 마르퀴뇨스가 발로 막아 냅니다.”
(개리 네빌)
“지금도 좀 보시죠. 수비진영에서 저렇게 전방으로 단숨에 정확한 패스를 찔러 넣습니다. 그의 시야와 기술은 두말할 것 없이 세계 최고예요. 과르디올라는 지금 그걸 썩히고 있는 겁니다. 단언컨대, 과르디올라는 지금 최악의 선택을…….”
.
딸깍.
해설을 더 듣기 힘들었던 과르디올라가 음소거 버튼을 눌러 경기만을 지켜본다.
지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다운 저력을 발휘 중인 대한민국 대표팀은 전반전 7분까지 브라질과 팽팽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물론 브라질은 80%의 전력 중에서도 최고의 선수들을 내보낸 게 아니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브라질은 브라질이다.
‘자넨 어김없이 빛나고 있군.’
풀백으로 뛰는 김다온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200%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과르디올라가 김다온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 모습 그대로였다.
반면, 스트라이커로서의 김다온은 채리티 실드에서의 결승 골 순간을 빼면 빛났던 적이 없다.
그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단순한 포지션 문제?
아니면?
“…….”
딸깍.
이번엔 아예 TV를 꺼 버린 과르디올라는 서재에 놓인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가 복잡하게 적힌 것들을 모조리 지워 버렸다.
현재 서재 바닥에는 찢겨진 종이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고, 축구 관련 서적과 전설들의 자서전 역시도 펼쳐진 채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닥치는 대로 자료를 찾고 또 본인의 경험을 끄집어내고 있는 과르디올라지만, 여전히 공격수 김다온을 최대치로 활용할 방법은 발견해 내지 못하고 있다.
위르겐 클롭이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활용한 방식을 모방하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겠지만,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지 못하는 이상 만족할 성과는 나오지 않을 거다.
기왕 자존심을 버리고 누군가의 것을 따라 해야 한다면, 철저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자는 게 과르디올라의 신념이다.
‘자넬 빛나게 만드는 건, 바로 나야.’
공격수 김다온에게 발롱도로를.
이는 과르디올라의 새로운 목표였다.
삑, 삑, 삑.
새하얀 화이트보드 위, 까만색 선과 동그라미들이 다시 꽉 채워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