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55)
1022화 Team Da-On (3)
대표팀에서 만나 조언을 구해 오는 모든 풀백에게, 나는 언제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곤 했다.
무슨 뜻이냐고?
예를 들어, 풀백 자원을 국내파로 한정해 보자.
오른쪽은 이용/김문환, 왼쪽은 김진수/홍철 정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대표팀에 뽑힐 자격을 갖춘 풀백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한계가 명확하기도 하다.
우선, 이들은 플레이메이킹과는 거리가 멀다. 측면의 공간으로 침투해 크로스를 올릴 수는 있지만, 공격적인 부분에서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이들의 장점을 살리려면 필연적으로 자원이 소모됐는데, 오버랩을 통한 크로스 외 다른 방법으로의 공격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전술적으로 제한이 생겼다.
그렇다고 크로스가 수준급이냐고?
애석하게도, 그런 건 아니다.
물론 이따금 왼쪽 측면에서는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 킥(Kick)만을 놓고 보면, 김진수/홍철이 정운보다 더 좋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삼파올리 감독님 아래에서도 그리고 벤투 감독님 아래에서도 앞의 두 사람이 2순위로 밀린 건, 그들이 현대 축구가 요하는 풀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풀백이란 포지션은 헌신적이어야 하고, 모든 포지션 중에서 누구보다 많이 뛰며 누구보다 많이 생각하고 또 누구보다 똑똑해야 한다.
그렇기에, 모두가 풀백으로 뛰는 것을 두려워한다.
전력 차이가 큰 상대를 만날 때면 잡아먹거나 잡아먹히거나 둘 중 하나고, 전력 차이가 크지 않을 땐 실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게 너무 좋다.
SL 벤피카로 이적해 조르제 제주스 감독님을 만난 이후부터, 피치에 설 때면 언제나 특별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로 인해 차이가 만들어지고, 나로 인해 팀이 승리했다.
피치 위에 섰을 때 바로 곁에 있는 흰색 선 앞 지역은 나의 전장(戰場)이었다.
“……민재!!”
사이드라인을 등진 채 주변을 살피고 있던 나.
큰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간다.
팡-
.
.
.전반 15분
브라질 0 : 0 대한민국
아직 맨시티에서는 이런 식으로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지만, 지난 월드컵 때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플레이는 대표팀의 주요한 공격 루트 중 하나였다.
우리가 센터백을 하프라인 부근까지 끌어올리고 민재가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쳐 패스를 받았을 때, 갑작스럽게 내가 앞으로 뛰어나가면 앞으로 볼이 전달되었다.
이러한 플레이가 펼쳐지는 조건은 상대 풀백이 전진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때마침 헤낭 로디가 나와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와 있었다.
갑작스러운 나의 오버랩에 브라질의 왼쪽 수비가 허점을 드러내고, 굳이 속도 경쟁을 펼칠 생각이 없었던 난 바로 중앙을 겨냥한 얼리크로스를 띄워 보냈다.
그곳에는 박스로 쇄도 중인 의조 형이 있었는데, 에데르 밀리탕(Eder Militao)이 오늘 본 그 어떠한 모습보다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팡-!
{“아-!”}
만약 밀리탕만 통과했더라면, 의조 형의 쇄도에 맞춰진 정확한 크로스가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벌써 리옹에서 6골을 기록한 의조 형은 내 크로스를 간단히 득점으로 연결했을 것이다. 제아무리 알리송 베커가 대단하다지만, 우리 대표팀의 공격수도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골키퍼와 5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의 단독 기회를 놓칠 리 없다.
.
(롭 호스론) – Sky Sports 코멘테이터
“밀리탕의 좋은 클리어. 다온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밀리탕을 다급하게 만들었습니다.”
(개리 네빌)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다온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걸작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옵니다. 많은 볼 터치를 가져가지만 언제나 간결한 동작으로 다음 단계로 진행시킵니다. 그는 아는 거예요. 어떠한 식으로 플레이해야 승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 말입니다. 모든 상황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자신인 주도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 때 다온의 판단은 대부분이 옳습니다.”
(롭 호스론)
“개리 네빌 해설의 극찬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럴 만도 합니다. 다온이 오른쪽에서 브라질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치치 감독은 마르셀루와 같은 선수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오른쪽에서 코너킥이 주어지고 흥민이 형이 킥을 처리하러 움직이는 사이, 나는 수비 위치로 이동하며 금방 패스를 보내 준 민재와 손을 마주쳤다.
“패스 좋았어.”
“어.”
펩과 함께하며 ‘빌드업이 가능한’ 센터백으로 변모 중인 민재는 점차 완전체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함께한 누구와도 다른 유형으로서, 시티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로 믿고 있다. 이를 확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녀석이 누구보다 승리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펩이 리버풀 전에서 자신을 제외했던 날, 민재는 클럽하우스에 남아 늦은 시각까지 웨이트를 하고 비디오를 돌려봤다.
모두가 민재를 시티의 네 번째 센터백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본인은 자신이 펩의 첫 번째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볼 때면 언제나, 난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Team CFG의 아이들도 그랬지만, 한국 사람은 종종 자신감과 거만함을 혼동한다.
거만은 자신이 가진 것 이상으로 본인을 생각할 때 발생한다. 하지만 민재는 본인이 정확히 어떠한 위치인지를 알고 있다.
흥민이 형이 띄운 코너가 박스 안으로 향하고, 많은 사람 사이에서 불쑥 솟아오른 민재가 거기에 머리를 가져간다. 경쟁자가 있었지만, 저 친구가 압도적이다.
퉁-!
{“!!!”}
{“우오오오-!!”}
다양한 의미에서 많은 이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든 헤더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높이 떠오른 볼을 알리송 베커가 뛰어올라 품에 감싸 안았다.
득점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장면에 민재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쥔다.
“나이스 플레이-!!”
그래서 난 그런 녀석에게, 진심을 듬뿍 담아 좋은 플레이였다며 박수를 보내 주었다.
‘후우~ 그래도 아쉽게 됐어.’
브라질은 우리의 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본인들의 방식대로 경기를 이끌려 하고 있다. 전형적인 강팀의 모습으로, 이런 점은 대표팀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런 브라질을 상대로,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나일 수도.’
괜히 의식되기 시작한 왼쪽 발목을 슬쩍 내려다보며, 나는 부디 이러한 방식으로 끝까지 잘 해낼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간결함이란 가면 뒤에 숨어서 말이다.
내 달리기는 여전히 전과 같지 않다.
.
.
.경기 결과(친선 경기)
브라질 2 : 1 대한민국
[골] 손흥민 : 후반 23분(황희찬)김다온 ? 94분 출전
***
[분패(憤敗). 잘 싸웠다! 대한민국! – OS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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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상대로도 단단했던 포백. 문제는 미드필드에 있었다. – 서울스포츠]?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대한민국의 포백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때의 단단함을 보여 줬다. 그러나 미드필드는 분명히 문제였다.
선발로 출전한 정우영, 손준호는 수비적으론 괜찮았어도 공격에서는 자주 맥을 끊었다. 이에 파울루 벤투 감독은 후반 26분 손준호를 빼고 황인범을 투입하며 변화를 주었지만, 공격에서의 답답함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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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크게 드러난 기성용의 공백. 파울루 벤투, 과연 대처법은 있는가? – 스포츠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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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동아시안 컵 대회를 통해 중앙 미드필드 자원을 발굴하겠다고 밝힌 파울루 벤투. “현대 대표팀의 공격과 수비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대부분이 젊고 빅리그나 그에 준하는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다.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동아시안 컵에서 많은 선수를 테스트해 볼 것.” – 풋볼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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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의 평가전 감상을 남긴 치치. “월드컵 준우승 당시의 전력이 많이 남아있는 팀답게, 우리로서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특히 한국의 수비를 공략하는 부분에 애를 먹었다. 물론 네이마르가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았던 건, 오늘 브라질의 왼쪽 라인이 많은 것을 배웠을 거라는 부분이다.” – 풋볼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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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을 다시 풀백으로? – Sky Sports]***
2019년 11월 20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전날 아부다비에서 평가전을 끝마친 직후, 난 이번에도 민재/흥민이 형과 함께 맨체스터로 돌아왔다.
이번 브라질전은 팬들에게도 또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호평을 받았는데, 베이루트에서 아부다비로 이어지는 일정이라든가 경기 내용 자체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디어 일부는 내가 레바논전 직후 쓴소리를 한 게 도움이 되었다고 했지만, 거기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기 후 형들이나 감독님이 똑같은 말을 한 것으로 봐선, 내 의도에서 더해진 부수적인 효과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도 같다.
“헤이. 경기 잘 봤어.”
“젠장. 혹시 내기했어?”
“물론. 당연히 브라질의 승리에 걸었지.”
“그래- 넌 어떻게 뭐라 못하겠다.”
지금 내게 인사를 걸어온 사람은 에디로, 녀석은 이번 브라질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다.
뜻밖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브라질 대표팀에서 가장 포화된 포지션이 바로 골키퍼다.
알리송 베커와 에디 말고도, 발렌시아 CF의 주전 골키퍼 네투(Neto)라든가 브라질 세리 A 최고의 골키퍼로 분류되는 베테랑 카시우(Cassio)와 웨베르통(Weverton)이 있다.
물론 이들보다는 에디가 더 좋은 골키퍼인 것은 사실이지만, 치치는 기본적으로 골키퍼가 빌드업에 관여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수비를 이끌어 주길 원한다.
그래서 지난 2019 코파 아메리카 브라질에서도, 알리송에 밀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역시 대단했어.”
“뭐가?”
“네 플레이 말이야. 애들이 완전 쩔쩔매던데?”
“운이 좋았지.”
“운?? 하-! 그건 걔들을 오히려 비참하게 만드는 거야. 멜루가 완전히 네게 홀딱 빠져 버렸다고.”
“남자의 애정은 싫은데.”
“큭큭큭. 또 그 소리.”
에디의 앞에서 태연한 척 말을 하곤 있지만, 사실 몇 번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다.
후반전 교체로 출전한 윌리앙은 코치뉴보다 훨씬 더 많이 뛰어다니는 유형이었고, 여기에 중앙 미드필드들이 자꾸 멜루를 놓치면서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은, 헤낭 로디가 교체되었다는 거다.
로디를 대신해 출전한 이메르송 로얄(Emerson Royal)은 공격면에서 크게 뒤떨어졌고, 덕분에 몇 번의 위기 상황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몇 번이나 녀석의 크로스에 감사를 표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뭐가?”
“어째서 공격수로 뛰는 거야?”
“…….”
“물론 이야기야 들었지. 팀의 풀백이 포화라고. 그런데 그거 알아? 난 그게 개소리라고 생각해. 주앙이 잘하는 건 맞아. 하지만 너랑 비교하면? 걔한테는 미안하지만, 확실히 수준의 차이가 나. 골키퍼인 내가 누구보다도 그걸 잘 체감한다고.”
우선 다행이라면, 지금 이곳에 주앙이 없다는 점이다. 이틀 전 룩셈부르크 원정을 끝낸 주앙은 어제 잉글랜드에 도착한 나와는 다른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리고 불행이라면, 에디의 말에 반박할 그럴듯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Vamos. 우린 친구잖아. 그리고 시티를 다음 단계로 올려 두자고 맹세한 사이기도 해. 그러니까, 내게도 진짜 이유를 말해 주지 않겠어? 이번 시즌 내내 펩이나 너나 모두 이상하다고.”
“진짜? 난 똑같은데.”
나의 시치미에 뿔이 난 에디가 포르투갈어 몇 마디를 내뱉으며 손을 휘저었다.
대충 서운하단 의미다.
“……조금만 기다려 줘.”
“응?”
“지금은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됐어.”
“그 말은?”
에디는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달리 말을 더하진 않았다.
그저 내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해석하며, 때가 될 때를 기다리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난 그에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러곤.
“혹시 너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전부.”
“전부라고?”
“응. 원래는 반반 정도였는데, 어제 경기를 보고 나서는 다들 다른 이유를 추측하기 시작했어. 어쨌든 난 네 편에 서겠지만, 앞으로 꽤 질문을 받게 될 거야.”
“…….”
선수단 전원이 나의 공격수 출전을 의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비로소 증명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다.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빠를 뿐.
‘아니. 우리가 느렸던 걸까?’
풀백이 아닌 공격수로 뛰는 것을 두고, 펩과 내가 그렸던 그림은 분명히 똑같았을 거다.
하지만 그림을 완성하려면 많은 과정이 필요했고, 온전치 못한 상태로 거기까지 도달하는 일은 처음에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예상이 연달아 빗나가며,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가 닥쳤다고 말할 수 있다.
과연 내 발목 상대가 이전의 80%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어쩌면 앞으로도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밝히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동료들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외부로 이야기가 유출되고 시끌벅적한 상황이 펼쳐질 거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이점이 사라져버린다.
축구 외적인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라, 피치에서 내가 얻어 갈 수 있는 것들을 말하는 거다. 이번 브라질 대표팀도 거기에 위축되어 내게 수를 먼저 보여 주고 말았다.
난 풀백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가장 좋았던 그곳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러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 속에서도 난 여전히 최고이길 바란다.
펩 역시 마찬가지.
우리는 이를 위해 내가 공격수로 뛰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여겨, 함께 의견을 나누고 비밀을 간직하기로 했던 거다. 내 발목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로 알려져야 한다.
그런데, 이젠 시간이 없다.
‘길어야 6주.’
박싱데이가 끝나는 6주 정도가,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마지노선이다.
***
2019년 11월 2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오늘까지 A매치 회복 기간을 가진 맨체스터 시티는 내일부터 다가오는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경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아직 리그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선두가 리버풀이라는 사실과 두 경기 상대가 실수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승점 4점은 겉으로 보기보다 더 큰 격차였다.
한 번의 실수는 곧, PL 우승 좌절을 의미했다.
“쓰리백이라고? 이 시점에 말인가?”
“그래.”
“……수비는 어쩌고?”
“그것도 생각해 왔어.”
“…….”
평범한 미팅이 될 거로 생각했던 시티의 스태프 상당수가 깜짝 놀라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선 과르디올라가 전술 보드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움직인다.
머지않아, 새하얀 바탕에 파란 글씨가 채워진다.
그리고 경악은 한층 더해졌다.
“올렉스라고?”
“그래.”
펩 과르디올라는 대(對) 첼시전을 앞두고, 3-4-3으로의 포지션 변환을 꾀하고 있었다.
그리고 쓰리백의 왼쪽 스토퍼에, 진첸코를 놓아두었다.
“너무 무모한 게 아닌가?”
“그럴 수도. 하지만 이건 최종 형태야.”
“??”
“자네들이 올렉스가 왼쪽 스토퍼로 뛸 수 있도록 훈련해 줬으면 하는군. 만약 그가 불만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하지.”
“잠깐, 잠깐. 그럼 이건 뭔가?”
“일단 첼시 전은 이거야.”
삑, 삑.
파란 글씨 아래, 검은색 글자가 다시 쓰인다.
“민재, 지뉴, 존. 일단 이렇게 세 사람이 쓰리백을 설 거야. 난 지뉴를 조금 앞으로 전진시킬 생각이네. 역습 상황이 아니라면, 사실상 포백을 쓰는 것과 같아. 그리고 중앙은 로드리와 케빈이 설 거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설명을 이어나가는 펩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티의 스태프들 다수는 말문을 잃어버렸다.
왜냐하면 현재 과르디올라가 설명하는 축구는 너무나도 무모하고, 너무나도 큰 위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카를레스 플랜차르트는 과르디올라의 생각에 동의를 표현했다.
“카를레스?”
“어차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어. 리버풀전이 이미 그걸 증명하지. 리크가 돌아오면 다를 거라고? 그건 누가 보장하지? 그때 이미 우린 승점이 10점 이상 뒤처져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할 수도 있지. 마치, 지난 시즌처럼 말이야.”
“…….”
“보게나. 다온은 신이 아니야. 그는 이제 겨우 부상에서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단계지. 난 사실 그가 이 정도로 한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해. 우린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하네. 그리고 내겐 이것이, 우리의 다음으로 보이는군.”
“…….”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가 과르디올라의 생각에 동의를 표현하자, 일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오랫동안 펩 과르디올라의 사단이 가져온 방식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색다른 시도가 클럽의 축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이유는 바로, 모두가 더는 시티의 전력이 압도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현재 유럽 최고의 팀은 리버풀이다.
그리고 시티는 그들을 꺾어야 한다.
‘드디어 시작하는군.’
계속되는 과르디올라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들으며, 미소를 한쪽 손으로 가린 플랜차르트는 이렇게 생각했다.
모 아니면 도.
시티는 이 변화로 모든 것을 가져갈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실패의 역사를 떠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지.’
오는 24일, 맨체스터 시티는 김다온의 부상 이후 처음으로 쓰리백을 꺼내 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