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58)
1025화 Team Da-On (6)
2019년 11월 24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패배의 아픔을 치료할 방법은 오직 승리뿐이다.
이건, 100% 옳은 이야기다.
리버풀 경기가 끝난 뒤에 우린 의심했다. 가진 능력과 현실을 저울질해 가며, 6개월 뒤 우리가 챔피언의 왕좌에 오를 가능성을 판단했다.
그리고 짐작건대, 그 확률은 무척 낮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린 마치 챔피언처럼 보인다. 리버풀과의 격차는 여전히 4점이지만, 클럽 전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어제 거둔 승리가 가져다준 건, 승점 3점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이래야지. 클럽은 자고로 이래야 해.”
“값비싼 승리였어.”
“……그렇긴 해.”
전날 쿤의 부상은 생각보다도 더 좋지 못했다. 본인의 발로 걸어 나가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며 한 달 가량을 결장하게 됐다.
3주 정도 뒤에 제주스가 돌아올 예정이긴 했지만, 그때까진 공격진을 활용하는 것에 제한이 생겼다.
펩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남은 자원으로 첼시 전과 같은 스리백 전술을 활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물론, 라힘이 쿤의 역할을 할 수 있긴 했다.
문제는 좌우 밸런스다.
‘라힘을 오른쪽으로 보낼 수는 있어.’
접시에 담아둔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며,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제한된 자원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려야 한다.
어디까지나 코칭스태프들이 해야 할 일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선수가 입만 벌리고 마냥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코치들은 코치대로.
선수들은 선수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가 걸어가고자 하는 일은 가시밭길이다. PL 최고의 팀에게서 1위 자리를 탈환해야 하고, 수없이 많은 경쟁자를 이겨 내고 빅이어를 다시 이 도시로 가져와야 한다.
카라바오컵과 FA컵 우승은 당연한 거다.
펩은.
아니 우리는 언제나 욕심쟁이였다.
‘우린 더 나아질 수 있어.’
사흘 뒤 샤흐타르 원정을 앞두고, 난 나의 욕심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
[VS 샤흐타르 도네츠크 City`s Best Eleven : GK ? 에데르송 RB ? 카일 워커 CB ? 김민재, 니콜라스 오타멘디 LB ? 앙헬리뇨 DM ? 올루프 뫼르크 CM ? 일카이 귄도안, 다비드 실바 RW ? 리야드 마레즈 LW ? 베르나르두 실바 ST ? 라힘 스털링 ? 맨체스터 시티 홈페이지]***
2019년 11월 2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후반 24분
맨체스터 시티 1 : 1 샤흐타르
지금 막, 우린 샤흐타르에 동점 골을 허용했다.
“기본적인 것들은 같아.”
“꼭짓점이 되는 거요?”
“그래. 자네가 저 둘을 도와야 해.”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펩이 케빈에게로 걸어가고, 그러는 동안 내게 다가온 플랜차르트가 전술 노트를 펴들면서 지금까지 관찰한 샤흐타르의 모습을 말해 주었다.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야 하는 샤흐타르는 오늘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왔는데, 예상 밖의 공격성에 당황한 우리 쪽에서 잦은 실수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상대가 준비를 잘했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던 게 시합의 70%가 지난 현재까지 경기력이 답답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부턴, 그것을 바꿀 때다.
.
(사이먼 브라더튼) – BT Sports 코멘테이터
“동점을 허락하자마자 과르디올라가 정예를 내보내는군요. 다온과 더브라위너가 투입됩니다.”
(짐 베글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아탈란타가 디나모에게 승리하면 조 1위가 확정되긴 합니다만, 승점 3점을 확보해 자력으로 조 1위를 확정하는 게 과르디올라의 스타일입니다. 빡빡한 일정이라 주전에게 휴식을 줄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까지의 내용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이먼 브라더튼)
“선수가 바뀝니다. 스털링과 다비드 실바가 빠져나옵니다. 오늘 경기 첫 번째 선수 교체입니다.”
.
축구에서 선수 교체는 보통 네 가지 이유에서 이뤄진다.
컨디션, 체력, 부상, 그리고 전술.
당연하게도, 지금은 마지막 때문이다.
“리야드! 라힘!”
두 명의 공격수에게 좌우의 폭을 좁힐 것을 요구하며, 나는 일단 최전방에 섰다.
4-1-4-1을 택한 샤흐타르는 여전히 공격 의지가 컸고, 타라스 스테파넨코가 포백을 보호하는 한편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표면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건 샤흐타르의 오른쪽을 구성한 테티(Tete)와 도두(Dodo)라는 두 명의 브라질리언이지만, 실제론 저 남자가 전술적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
따라서.
‘일단 저기서부터.’
샤흐타르를 허물고자 한다면, 타라스 스테파넨코의 평정심을 먼저 무너뜨려야 한다.
선수가 평정심을 잃도록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거칠게 대하는 것이지만, A매치만 50경기 이상 출전한 베테랑에게 그런 어설픈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쭉 괴롭혔다면 모를까, 본인의 의도대로 70분 동안 경기를 끌어왔다면 마음은 호수처럼 잔잔할 거다.
그러니 방법은 정공법이 전부다.
축구가 저 남자를 무너뜨릴 유일한 수단이다.
왼쪽 수비가 뚫리며 실점을 허락한 우린 복수를 위해 잔뜩 흥분해 있다. 홈그라운드인 에티하드에서 샤흐타르에게 승점을 주지 않겠다는 열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뜨겁다.
약간은 식혀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저 친구가 함께 투입된 거다.
“케빈!”
팡-
어김없이 아래쪽으로 내려선 나는 케빈이 원하는 수준까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자존심이 상한 앙헬리뇨가 수시로 높은 위치까지 올라섰지만, 그럴 때마다 케빈과 나는 그를 무시하고 반대 방향으로 패스를 돌리거나 후방으로 볼을 보냈다.
결국 거기에 불만을 표현해 왔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앙헬리뇨도 머리가 차가워진 것 같다.
올라서 있는 위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전진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수비 밸련스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무색무취(無色無臭)해져 버린 군도를 최소 1인분은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케빈이 없는 상황에서 군도는 수비는 수비대로 안 되고 공격은 공격대로 안 되는 전형적인 난관에 빠진 상태였다. 그래서 우린 군도가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부족한 기동력을 걱정하지 않도록, 케빈이 올루프와 함께 중원을 지키고 내가 아래로 내려와 빈자리를 채웠다.
샤흐타르에 역습을 허용커나 수비로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내가 먼저 수비로 내려서서 상대를 지연하며 군도가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물론 이 모든 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금세, 케빈과 나로는 부족해졌다.
흐름을 뒤엎으려면 추가적인 지원군이 필요했고, 이를 이해한 펩이 후반 33분 군도를 빼고 포든을 투입해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가 샤흐타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경기 시각이 정확히 78분이 지나서 이뤄진 일이자, 본래라면 75분 정도 전부터 시작되었어야 했던 일이다.
샤흐타르가 우크라이나의 강호인 것도 맞고 충분히 UCL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도 맞지만, 로테이션을 했다고 해서 고전한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부상을 핑계 댈 수야 있겠으나, 맨체스터 시티 정도 되는 팀이라면 이것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
“다온!”
.
(사이먼 브라더튼)
“다시 다온이 아래쪽에서 시티의 공격을 풀어줍니다. 베르나르두 실바. 앙헬리뇨가 앞쪽에서 뛰어 주고, 그의 앞에는 도두가 버티고 있습니다.”
(짐 베글린)
“지금이 적기입니다.”
(사이먼 브라더튼)
“베르나르두 실바. 앙헬리뇨. 좋은 패스가 이어졌습니다. 앙헬리뇨. 박스로 진입. 더브라위너가 뛰어 들어가 주고 있고, 반대편에서 마레즈가 기다립니다. 앙헬리뇨. 다온에게.”
.
펩의 요구 사항을 충실하게 수행한 앙헬리뇨는 언더랩의 방향을 왼쪽 델란떼로(Delantero Izquiero)로 잡았다.
베르나르두는 훈련한 지역으로 파고드는 앙헬리뇨를 외면할 수 없었을 거고, 자연스럽게 볼을 거기로 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쇄도다.
[“공격수는 페널티 박스 안에 있을 때보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 안으로 뛰어들 때가 훨씬 더 위협적이다.”]이는 지난 수년 동안 펩이 셀 수도 없이 많을 만큼 강조해 온 것인데, 현재 시티의 선수 중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본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EDS와 그 이하 맨체스터 유스들 전체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앙헬리뇨에게 패스가 도달했을 때, 컷백을 원하는 케빈과 반대편 크로스를 뛰어들며 헤더로 연결하려는 리야드가 동시에 안으로 움직였다.
당연히 수비는 그들을 막기 위해 딸려 들어갔고, 그로 인해 발생한 공간으로 내가 뛰어들었다.
바로 이거다.
내가 9번에 서는 이유.
공격수로 뛰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부터, 나는 줄곧 이 포켓(Pocket)을 나의 영역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늘 수비수가 머무는 위치지만, 지금처럼 제대로 된 곳으로 패스를 보낼 수만 있다면 쇄도라는 과정을 통해 이 위치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탁-
앙헬리뇨의 패스가 내 발에 도달했을 때, 골대를 바라보는 나와 타라스 스테파넨코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지금 아차 하는 얼굴이다.
‘이제 알았어?’
경기 투입 후 지금까지, 모든 건 이 장면을 위해서 나왔다.
스테파넨코는 처음 몇 번 나를 따라 하프라인까지 올라서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 줬지만, 내가 공격이 아닌 단순 빌드업을 위한 패스를 계속 전달하자 금세 경계를 풀었다.
그러다 이후 군도가 위로 올라서고 마치 그가 전방 플레이메이커처럼 경기를 풀어 나가자, 나를 아예 방치하고 군도를 마크하려는 위치를 가져갔다.
지금도 스테파넨코의 주변을 보면 군도가 있었는데, 덕분에 나는 아무런 수비적인 압박을 받지 않게 되었다.
[헤—이!!!!]샤흐타르 벤치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큰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난 축구공 정 가운데 바로 아랫부분에 오른쪽 발등을 가져갔다.
세트피스도 아닌데, 프리킥을 찰 때보다 훨씬 더 여유 있게 가져간 슈팅이었다.
퍽-!
발등에 얹히는 좋은 느낌과 함께 축구공이 빠르게 떠올랐고,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이른 시점에 그물과 만나 마찰음을 만들어 냈다.
촤르르륵-!!
{“YEAH—-!!!!”}
승리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던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크게 들썩거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돌아선 나는 곧 달려든 동료들에게 곧 둘러싸였다.
지금 특별한 셀레브레이션을 펼치지 않은 이유는 상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다.
나는 이걸 또 할 수 있어.
이건 아무것도 아닌 거야.
만약 샤흐타르에게 내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되었다면, 저들은 내게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할 것이다.
그러면 난, 그걸 그냥 흘려보내면 된다.
굳이 무리해서 그 에너지에 맞서는 대신, 상대가 낭비라는 것을 알아챌 때까지 부드럽게 흘려내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 옳다.
어차피 균형은 깨진 상태다.
흐름은 지금의 득점 이전부터 우리가 손에 쥐었고, 이젠 저들이 우리가 이끄는 대로 끌려오기를 기다리면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본래 축구는 공격이 주도하는 스포츠다.
수비는 거기에 반응하는 거고.
‘마음에 안 들어.’
풀백으로 뛸 때면 언제나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공격수로 뛰고 있으니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퉤-”
괜히 쓴 입맛에 침을 피치에 뱉은 내 표정은 아까보다는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
.
.경기 결과(UCL G.Stage)
맨체스터 시티 3 : 1 샤흐타르
[골] 일카이 귄도안 : 전반 11분(라힘 스털링)김다온 : 후반 37분(앙헬리뇨)
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43분(F.K)
김다온 ? 25분 출전(1골/평점 7.9)
***
2019년 11월 28일. 75001 파리, 프랑스. 에두아르드 콜론 2번가. 샤틀레 극장(Theatre du Chatelet. 2 Rue Edouard Colonne, 75001 Paris, France).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김다온의 발롱도르 수상 연설이 있었던 지도 어느덧 11개월 가까이 흘렀다.
현재 ‘France Football’은 2019년의 발롱도르 수상자 발표를 준비 중이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파스칼 페레만이 그 대상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상자는 근래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물론 선수의 기랑 자체에는 의심이 없으나, 논란이 될 여지가 넘치고도 남았다.
무엇보다, 파스칼 페레 본인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기권표가 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무슈? 무슈!”
“응?”
“한참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으셔서요.”
“아, 미안합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괜찮습니다. 한 번 살펴봐 주시겠어요?”
“…….”
다음 달 3일, ‘France Football’은 오페라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샤틀레 극장에서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역사적인 건물인 만큼 내부 시설은 손을 댈 수 없었지만, 축구 시상식 분위기에 맞는 조명이라든가 무대 장비 등은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었다.
뒤집어쓴 안전모가 답답한 듯, 얼굴에 감긴 줄을 살짝 잡아당긴 파스칼 페레가 공사 단계를 확인한다.
“아직 장식물들이 덜 도착했는데, 놓을 곳들은 확실히 지정해 두었습니다.”
“좋군요. 아주 좋습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해도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저는 잠깐.”
“그러시죠,”
공사 담당자가 사라지고 난 뒤, 파스칼 페레가 텅 비어 있는 무대를 보며 한 남자의 얼굴을 떠올린다.
‘어째, 쓸쓸하군.’
파스칼 페레가 전달받은 2019 발롱도르의 주인공은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였다. 2015년 이후 4년 만의 수상이자, 개인 통산 6번째 발롱도르 트로피였다.
이로서 메시는 공동 1위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따돌리며 최다 발롱도르 수상자에 올라서게 되었고, 본인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세계에 과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FC 바르셀로나의 팀 성적이다.
2018/19 시즌, FC 바르셀로나가 들어 올린 트로피는 라 리그 우승으로 얻은 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탈락했고,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서도 세비야에 우승컵을 내어 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3:0 리드를 지켜 내지 못하고 리버풀에 4:3으로 역전당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 줬다.
만약 리오넬 메시의 수상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런 패배는 있어서는 안 됐다.
게다가 이어 펼쳐진 2019 FIFA 코파 아메리카 브라질에서도,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는 3위에 머물렀다. 우승은 홈팀의 것이었고, 메시는 심지어 Best 11에도 뽑히지 못했었다.
오히려 올해 발롱도르 수상은 리버풀에 빅이어를 안긴 버질 판데이크가 수상하는 게 옳았다.
“후우~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이번 발롱도르 결과를 확인했을 때, 파스칼 페레가 느낀 좌절감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기껏 김다온에게 3연속 발롱도르를 주며 수많은 편견과 공정성을 향한 의심을 불식시켰는데, 이번 수상으로 다시 여론에 불이 지펴질 게 틀림 없다.
발롱도르가 결국 소수의 슈퍼스타만을 위한 것이며, 진정으로 한 해의 활약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심의 불이.
더 최악인 건, 이번엔 부정이 어렵다는 거다.
‘빠르게 잊어 가는군.’
파스칼 페레는 이번 결과를 인종의 측면에서 해석했다. 김다온의 부상 이후, 많은 유럽인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빈자리를 다른 선수들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대로 김다온이 은퇴했으면 한다는 말들까지 나왔다.
그런 이들이 평소 본인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지칭했을 때 어떠한 위선을 보일지가 선명했던 파스칼 페레는 한때, 편집국장직을 계속 이어 가는 것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사람들은 자네가 아닌 메시의 시대를 여전히 원하고 있어. 왜냐하면 동양인이 유럽 축구의 지배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군. 그들은 판데이크라는 또 다른 유색인에게 최고 자리를 양보할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리오가 선택을 받았지.’
생각보다도 더 복잡한 전후 사정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듯한 파스칼 페레에겐, 이번 2019 발롱도르는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이유는, 언젠간 돌아올 남자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에서 발롱도르 수상자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서, 파스칼 페레는 언제나 본인을 축구 역사의 산증인으로 여기며 거기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렇기에 더욱더, 왕의 귀환을 기다렸다.
‘돌아오게나.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테니.’
시상식 준비가 거의 끝나가는 극장의 한복판에서, 파스칼 페레는 커다란 쓸쓸함을 느끼고 있다.
사명감이란 이름의 그의 갈증은 올해, 조금도 채워지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