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60)
1027화 Team Da-On (8)
2019년 12월 5일. 맨체스터 M31 4BH, 잉글랜드. 캐링턴. 에이온 트레이닝 콤플렉스.
알렉스 퍼거슨의 은퇴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빠르게 그들의 유산을 소모하고 있다. 이들의 영광은 오래전의 일이 되었으며, 클럽의 정체성 또한 상실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중심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단장 에드 우드워드가 있었다.
전(前) JP 모건 체이스의 투자 컨설턴트였던 에드 우드워드는 맬컴 글레이저가 맨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담당, 본격적으로 축구계에 발을 내디뎠다.
우드워드가 보기에 축구 산업. 그중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이름이 지니는 값어치는 상상 이상이었고, 그는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맨유의 마케팅 전권을 위임받게 되었다.
이후 우드워드가 선보인 행보는 가히 천재적이었는데,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축구 클럽 운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에드 우드워드는 위대한 마케팅 담당이기는 했어도, 평범한 단장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산업은 이해하고 있으나 축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단장의 전형적인 한계를 보여 준 것인데, 급기야 몇 년 전부터는 이적 시장에서도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
잦은 감독 교체로 인해 전술과 철학이 수시로 변하다 보니, 이전 시즌에 중용 받던 선수가 도태되며 자연스럽게 가치가 떨어지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이전시와의 협상 능력 역시 형편없어서, 선수들 사이에선 [“맨유로 가면 주급을 최소 1.5배는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생겨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드워드의 입지는 굳건하다.
과거 맨유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자 필사적으로 몰아내었던 한 남자를 컨설턴트로 복귀시킨 덕분이다.
“또, 또. 또 그 소리입니까?”
“인정하게나, 에드. 그런다고 해서 자네가 쫓겨나기라도 할 것은 아니지 않나?”
“뭐라고요?”
“자네나 글레이저 가문이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족속들이었나? 그저 그들의 주머니에서 땀 흘려 번 돈을 강탈해 가면 그만이었지. 올레도 그것을 원하고 있어.”
“당신. 지금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고 있어.”
얼굴이 붉어진 에드 우드워드가 손가락질하고 있는 상대는, 다름 아닌 모든 축구인들에게서 반드시 존경받아야만 하는 알렉스 퍼거슨이다.
그 모습에 발끈한 데이비드 길이 일어서려고 했지만, 알렉스 퍼거슨이 손을 뻗어 이를 제지한다.
“나를 복귀시킨 것은 실수였네, 에드.”
“아니. 실수한 건 당신이야.”
“그래. 난 실수했지. 자네가 이렇게 머저리일 거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상상을 초월하는 병신 짓거리를 보고 있으니, 절로 힘이 생기더군. 그건 고맙게 생각하네. 덕분에 다시 피가 끓기 시작했어. 물론, 전과는 다른 이유에서지만.”
“…….”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는 두 남자의 사이에서 진땀을 흘리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담당 변호사로 활동 중인 벤자민 보터(Benjamin Boughter)다.
그는 맨유의 기술 이사 맷 저지(Matt Jersey)의 대리인으로서 클럽 선수 영입에 관여하고 있었는데, 클럽이 추락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 중 하나였다.
벤자민 보터는 축구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으로, 맷 저지 등과 함께 맨유의 주급 체계를 망가뜨린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드워드는 벤자민 보터를 신뢰한다.
자신과 같은 JP 모건 체이스 출신인 데다, 각자의 아내가 같은 요리/요가 클래스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시스 산체스에게 덜컥 50만 파운드(약 7억 9,000만 원)를 쥐여 준 것을 포함, 비상식적인 옵션을 덕지덕지 붙이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만들어 냈다.
알렉시스 산체스의 주급 규모가 알려진 직후엔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잇따라 재계약 협상을 벌여야 했다.
자연스레 맨유는 협상 테이블에서 을(乙)이 되어 버렸고, 선수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수락해 주기 바빴다.
이것이 좋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이 클럽을 존중하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는 거다.
클럽의 강령은 무시되었고, 선수들은 그걸 어기는 걸 별로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많은 벌금을 부과해도 매주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으니,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끔 만든 것이다.
처음 현장으로 복귀했을 때, 알렉스 퍼거슨은 그런 맨유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여기 이 X병신부터 자르는 게 어떤가?”
“어림도 없지. 당신이 먼저 잘려 나갈 거야.”
“그렇게 하든가.”
“익!”
“하아- 쓸데없는 기 싸움은 그만하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스포르팅의 한 꼬마를 데려와 달라는 것 때문이지. 그게 아니라면, 구역질 나는 자네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할 이유는 없어.”
거침없는 알렉스 퍼거슨의 발언. 에드 우드워드는 자신을 지속적으로 모욕하는 알렉스 퍼거슨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었지만, 그걸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홈 경기가 있을 때마다 물러나라는 걸개가 걸리고 있는 지금, 알렉스 퍼거슨을 쫓아낸다면 여론은 바닥을 쳐 버릴 거다.
이제는 오기(傲氣)로라도 직책을 내려놓고 있지 못한 에드 우드워드에게 있어, 그러한 방식으로 사직을 한다는 건 무척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알렉스 퍼거슨을 클럽으로 불러들인 것이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인내심과의 싸움이 되어 가는 중이다.
알렉스 퍼거슨의 편에 선 사람들은 이를 업보(Karma)라고 불렀으나, 마찬가지로 에드 우드워드는 그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이름.”
“브루누 페르난드스.”
“당장 꺼지시죠.”
“얼마든지.”
목적을 달성한 알렉스 퍼거슨이 부회장실을 떠난다.
데이비드 길 역시 뒤를 따랐고, 알렉스 퍼거슨이 나선 문을 한참 동안 노려보던 에드 우드워드가 넥타이를 풀어헤치면서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후우- 내 인생 가장 후회스러운 결정이야.’
벤자민 보터를 통해 맷 저지에게 이름을 전달한 에드 우드워드가 혼자 된 사무실에 서서 창밖을 바라본다.
지금도 에이온 트레이닝 콤플렉스 바깥엔, 에드 우드워드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근할 때면, 차량에 달걀 등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반대로 알렉스 퍼거슨이 출근할 때면, 애정을 듬뿍 담은 응원과 환호성을 보냈다.
‘무식한 인간들. 은혜도 모르고.’
알렉스 퍼거슨의 말대로, 에드 우드워드는 팬들을 돈줄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팬을 향한 존중이 없으니,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더비(Derby)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알 턱이 없다. 맨유는 이제, 맨체스터의 왕이 아니다.
알렉스 퍼거슨의 시대 이후 맨유는 단 한 번도 맨체스터 시티보다 높은 곳에 서 보지 못했다.
이런 수치스러운 역사를 청산하기를 바라는 게 팬들의 진심이었으나, 거듭된 실패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에드 우드워드의 눈은 진실을 보고 있지 않았다.
5승 6무 4패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며 리그 6위로 처진 맨유.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있어, 에티하드 스타디움 원정은 쉽지 않은 일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맨체스터 더비까지, 이틀이 남아있다.
***
2019년 12월 6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중요한 더비를 앞두고 긴장감이 잔뜩 높아져 있는 에티하드 캠퍼스. 마지막 선발 명단 발표를 앞에 두고, 맨체스터 시티의 코치들은 약간의 여유를 찾고 있다.
각자의 취향에 맞춘 음료를 하나씩 손에 쥔 채, 최근 이틀 동안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는 중이다.
“He`s like a warrior.”
“같다고? 아니, 그냥 전사였어.”
“큭큭큭. 굉장했지.”
“혼자서 봄인 것처럼 보여. 안 그래?”
“그가 옳은 거야.”
“응?”
“우린 이미 봄이야. 리버풀전에서 패배한 순간부터 쭉 말이지.”
“…….”
핵심을 짚는 카를레스 플랜차르트의 말에, 웃고 있던 시티의 코치들이 머쓱해한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과르디올라에게 향한다.
“누구 하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서 다행이지.”
펩 과르디올라가 말한 ‘누구 하나’는 김다온을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어떠한 축구 클럽이건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선수가 있는 법인데, 이번 맨체스터 더비를 앞두고서는 김다온이 그 역할을 자처하며 나섰다.
덕분에 훈련의 집중도는 무척 높았고, 선수들은 다음 경기가 마치 우승을 결정지을 경기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린 우리의 일을 하면 돼.”
“…….”
“사흘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
폴 포그바가 부상으로 뛸 수 없는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의 상황을 고려, 펩 과르디올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선수단에 강조했다.
중원 경쟁력의 상실로 선(先)수비 후(後)역습을 택할 게 분명했기에, [“많이 뛸 것.”]과 [“패스를 통해 볼을 지배할 것.”]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 클린시트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시티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수비는 재능이야.”
펩 과르디올라가 수비 훈련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 왔던 건, 수비가 무엇보다도 재능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진정한 재능을 갖춘 수비수는 극히 드물었고, 과르디올라는 운 좋게도 그런 선수를 둘이나 가졌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과르디올라가 어느 때보다 점유율을 높이는 일에 커다란 집착을 보이는 이유도, 시티가 볼을 점유하면 점유할수록 수비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였다.
그런데도 불구, 맨체스터 시티는 클린시트를 기록한 경기(7)보다 그렇지 않은 경기(8)가 더 많다.
특히 상대의 공격 시도횟수 대비 실점률에서는 리그 중위권 팀보다도 못한 지표를 기록 중이다.
뱅상 콩파니가 클럽을 떠나고 김다온을 당분간 공격수로 활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재능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가는 선수가 있다는 점이다.
“민재의 재능은 확실해.”
사실 과르디올라가 제2의 뱅상 콩파니로 점찍었던 것은 존 스톤스였다.
시티 합류를 결정지은 과르디올라는 뮌헨 시절부터 주목해 온 에버튼의 센터백을 팀에 합류시키길 원했고, 그래서 클럽은 거절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을 제안했었다.
처음엔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었지만, 수비 라인이 싹 바뀐 2017/18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이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스톤스의 발목을 붙잡은 건 실력을 따라 주지 못하는 내구성이었다.
계속되는 부상 속에 스톤스는 실력이 더 성장하지 못했고, 여기에 지난 시즌에는 여자친구와 그녀의 가족들이 관련된 문제로 축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성장할 것 같았던 2017/18 시즌 이후, 존 스톤스는 2년 가까이 정체된 상태다.
그리고 그런 사이, 대한민국의 센터백이 불쑥 치고 들어왔다. 처음엔 쉽게 신뢰를 주지 못했지만, 근래는 스톤스보다 먼저 이름이 적히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여전히 시간이 필요했고, 과르디올라는 김민재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카일 워커의 경기력 하락은 맨체스터 시티 내에서도 화제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주앙 칸셀루 또한, 작년만큼의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키런 트리피어와 앙헬리뇨의 활약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두 사람의 최대치는 과르디올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후우~ 우린 클린시트가 필요해.”
“명백하지.”
“그건 습관과도 같은 거야. 올바른 습관이 들기 시작하면, 완전히 달라진 사람처럼 수비하게 되지.”
“…….”
재능과 습관.
수비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그들에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극복할 수밖에 없어.”
유나이티드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고민과 불안 요소를 떠안고 있는 시티. 흔들리고 있는 두 맨체스터 클럽의 대결까진 24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
【6시간 뒤】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중요한 맨체스터 더비를 이틀 앞두고, 나는 팀 동료들 대부분을 집으로 초대했다.
파티보다는 가족/연인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자리라고 볼 수 있었는데, 이룰 위해 모두를 놀라게 한 인물을 함께 집으로 불러들였다.
“고마워요, 모건. 좋은 식사였어요.”
“별말씀을.”
“모두!!”
“??”
“이 멋진 음식을 대접해 준 시티의 명(名) 헤드 쉐프에게 박수를 보내 주세요!”
그렇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서 나는 모건에게 케이터링 서비스를 부탁했다. 그리고 클럽의 영양사인 한나 마이호가 오늘 저녁에 나온 식단을 짰다.
지금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약간 먼 쪽 테이블 자리에 앉아 있는 상태다.
“너도 참 대단하다.”
“뭐가?”
“이걸 다 하루 만에 준비했잖아.”
“내가 한 건 없어. 전부 사람들이 수고했지. 내가 한 거라곤, 더비에서 꼭 이기겠다고 약속한 것뿐이야. 그리고.”
“?”
“이렇게 해야, 펩이 허락해 주니까.”
“하하. 그건 그러네.”
술이 아닌 포도 주스를 담은 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더브라위너가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 우린 간이 천막이 펼쳐진 정원에 모여, 디저트가 담긴 접시를 앞에다가 두고 자리를 슬슬 마무리하려고 했다. 실은 이미 몇몇은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루틴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남자들이었는데, 그중엔 지뉴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뉴랑은 잘 풀었고?”
“응. 처음부터 다툴 필요도 없는 일이었어.”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싱겁긴.”
“뭐?”
“아무것도 아니야.”
사흘 전 지뉴는 내게 화가 났던 게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는 와중에 자꾸 실책이 겹치다 보니, 스스로 견디기 어려웠던 것뿐이다.
말했지만, 시티 정도 되는 클럽에서 뛰는 남자라면 누구나 본인의 축구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한데 그걸 의심받게 되었으니,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고, 지뉴도 내가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다툰 것도 아니다.
약간의 언쟁일 뿐.
“확실히 넌 달라.”
“뭐가?”
“다른 동양인들 같지 않다고.”
“그건 편견이야, 케빈. 민재도 봐.”
“그래- 어쩌면 한국인들이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 이것도 편견이나 인종차별 같은 건가?”
“아슬아슬해. 그치만 괜찮아.”
“큭큭큭큭.”
오늘 내가 이런 자리를 만 이유는, 뱅상이 떠난 이후 선수단 전체가 별도로 모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이런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통해, 우린 좀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서로의 가족들을 만나 몰랐던 부분을 공유하면서, 단순한 직장 동료 이상으로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클럽의 주장인 다비드와 나와 함께 공동 부주장직을 맡은 케빈은 사교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많이 먼 남자들이다.
이들은 애초부터,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았을 때, 지금의 시티는 좀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클럽이었다.
동료들이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따라올 수 있고 아니고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진정 서로를 팀으로 여기고 있는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팀이란, 서로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느냐는 거다.
“그래서? 네 꿈은 뭐야? 2017/18 시즌으로 돌아가는 거?”
“…….”
“나도 그러고는 싶어. 하지만 너도 알잖아. 우리가 눈높이를 너무 높여 놨어. 그리고 이런 상황이면 늘 그러하듯, 선구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보지.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닦아 놓은 길 위로 걸어만 오면 되니까. 우리가 열심히 레일을 설치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편하게 뒷짐 지고 지름길을 찾는 데 에너지를 쏟을 수 있어. Come on. 지금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때와 같은 모습이 될 수는 없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케빈의 말이 옳다.
선구자는 선두에 서기 어렵다.
그들이 계속해서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선구자로 남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
성장하다가도, 때론 지체된다.
그래서.
“맨체스터의 주인이 될 거야.”
“……잠깐, 지금 뭐?”
나는 케빈에게 펩하고만 공유하고 있었던 꿈을 털어놓기로 했다. 펩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미 오래전에 베르나르두에게 말을 함으로써 난 비밀을 깨트렸다.
무엇보다, 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쫓고 있는 상대는 챔피언스리그조차 진출하지 못한 현재의 유나이티드가 아니라, 현재의 프리미어리그가 가진 위상을 만든 알렉스 퍼거슨의 유나이티드다.
동료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펩과 약속했어. 맨유를 뛰어넘자고. 고작 한두 해 그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게 아니야. 시티를 맨유보다 더 위대한 클럽으로 만들자고 했지.”
“…….”
“무슨 뜻인지 이해해? 젠장. 난 그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쳤다고 생각했어. 펩도 아마 그럴 거야. 그런데 진짜 될 것 같았어. 네가 말한 그 시즌은 완벽했거든.”
하지만 현실은 지금 이 모양이다.
알렉스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뛰어넘기는커녕, 고작 2년 만에 리그 1위를 수성하기에도 위태로운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2014~2016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조차 뛰어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 한 번으로, 우린 큰 진전을 보였지. 그런데 있잖아. 경쟁자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따라붙고 있어.”
“리버풀.”
“응. 위르겐 클롭은 굉장한 남자야. 만약 내가 펩이 아닌 그를 먼저 만났다면, 어쩌면 난 지금 에티하드가 아니라 안필드에서 뛰고 있었을 수도 있을 거야.”
“……그거 끔찍하네.”
“큭큭큭. 그래. 난 시티의 악몽이었을 거야.”
“…….”
“…….”
자연스럽게 찾아온 침묵 속, 케빈과 내가 바라보는 곳엔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동료들과 우리의 가족들이 있었다.
아영이 역시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렇게 각자의 감상에 잠긴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마저 남은 주스를 모두 털어 넣은 케빈이 툭 튀어나온 듯한 목소리로 나직이 한마디를 더해 왔다.
“I`m in.”
“……그래.”
지금 막, 케빈이 우리의 꿈에 동참한 네 번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난 이 숫자를 계속해서 늘려 갈 생각이다.
“그래서?”
“?”
“다음은 누구야?”
“아마 다비드. 그리고 쿤, 라힘, 존, 카일. 일단 새롭게 온 녀석들한테는 좀 여유를 주려고. 다른 것보다 먼저, 우리의 커트라인을 통과하는 게 먼저니까.”
“그거 마음에 드네.”
“그렇지? 좋아할 줄 알았어.”
우리는 힘들고 또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할 수 있어.’
이곳의 이들과 함께라면, 나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 할지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 나도 그럼 이제 집에 갈래.”
“그래. 슬슬 정리하자.”
“응. 좀 도와줄까?”
“그럼 좋지.”
“Let`s go.”
맨체스터 더비 하루 전, 지금 나는 올 시즌의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