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61)
1028화 Team Da-On (9)
2019년 12월 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캠퍼스.
.전반 08분
맨시티 0 : 0 맨유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4-2 (D6)
GK ? 에데르송 / GK ? 다비드 데헤아
RB ? 카일 워커 / RB ? 아론 완-비사카
CB ? 김민재 / CB ? 해리 매과이어
CB ? 존 스톤스 / CB ? 빅토르 린델뢰프
LB ? 주앙 칸셀루 / LB ? 루크 쇼
DM ? 로드리 / DM ? 프레드
CM ? 다비드 실바 / CM ? 스콧 맥토미니
CM ? 케빈 더브라위너 / RAM ? 다니엘 제임스
RW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마커스 래쉬포드
LW ? 라힘 스털링 / ST ? 제시 린가드
ST ? 김다온 / ST ? 앙토니 마르시알
.
.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 클린시트를 향한 우리의 꿈은 경기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난, 고개를 떨군 친구에게 손을 뻗었다.
“고개 들어. 그럴 수 있었어.”
“빌어먹을.”
“괜찮아. 일단 기다려 보자.”
“…….”
출발은 비교적 좋았다.
맨유는 우리를 상대로 굳이 볼 다툼을 하려는 대신 페널티박스 주변에 수비 블록을 세웠고, 편하게 점유율을 높여 간 우린 상대를 가둬 두고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 갔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허락한 코너킥 상황에서, 베르나르두가 래쉬포드를 밀어 넘어뜨리고 말았다.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동작이었던 건 맞지만 P.K를 줄 장면 역시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토록 우리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오늘 VAR을 맡은 심판이 앤서니 테일러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사적 감정을 많이 쏟아붓는 남자 말이다.
앤서니 테일러는 빨강(Reds)을 사랑한다.
리버풀, 아스널, 그리고 맨유.
반대로 파랑(Blue)의 팬들은 앤서티 테일러를 끔찍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빌어먹을.’
잠시 뒤, VAR 결과를 전달받은 마이클 올리버가 페널티 스팟을 손으로 가리켰다.
역시나.
“……난 그 대머리가 정말 싫어.”
“나도.”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 놓고 VAR을 돌리는 시늉만을 했을 앤서니 테일러를 생각하니 절로 속이 뒤틀렸다.
하지만 앤서니 테일러가 빨강을 사랑한다는 건 물증이 전혀 없는 심증일 뿐이다. 그저 지금처럼 화를 삼키면서 나름의 불만을 표현하는 게 유일한 감정 해소의 방법이었다.
P.K를 얻어 낸 마커스 래시포드가 직접 킥을 찰 준비를 하고, 난 에디가 잘 막아 주기를 기대하며 초조히 장면을 지켜봤다.
삑-!
마이클 올리버의 휘슬과 함께 래쉬포드의 발이 바로 움직인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나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 버리고 말았다.
삑-! 삐?익!!
전반전 10분이 채 되어 버리기도 전, 클린 시티의 꿈은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이쯤 되니, 화가 나려고 한다.
그게 이토록 어려웠던가.
‘후우- 할 수 있어. 이제 뒤집으면 돼.’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전의를 다시 한번 다져 보지만, 6분 뒤 역습 상황에서 또 한 번 느슨한 수비가 나오면서 앙토니 마르시알에게 추가 실점을 허락하고 말았다.
지금 내 머리가 차가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이유가 식어 버린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화가 나기 때문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토록 클린시트를 이야기하며 준비를 해 왔는데, 이 빌어먹을 축구란 녀석은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 주려고 하지 않는다.
밀려드는 허탈함과 좌절감에 고개를 떨어트린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피치에 찰싹 달라붙은 나의 두 발이었다.
특히, 왼발.
‘웃기지 마. 아직 안 끝났어.’
내가 피치로 돌아오지 못할 거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지금, 그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본인이 틀렸다는 사실조차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 위선이 어찌나 가증스럽던지.
겨우 의견 하나 틀린 것뿐인데.
어쨌든 나는 그때 결심했다.
모두가 끝났다고 했을 때 그것을 부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된 성공을 보여 주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별것 아니다.
‘겨우 두 골이야. 세 골 넣으면 돼.’
풀백으로 뛸 때만 해도,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난 여전히 스스로 풀백이라 생각한다.
먼저 구겨진 얼굴을 편 뒤,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난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세 골을 넣자-!!!!”
“??”
“!!!”
“LET`S GO!!!!”
나는 오늘, 파랑으로서 빨강을 박살 낼 생각이다.
***
.전반 26분
맨시티 0 : 2 맨유
두 골 차의 리드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올레 군나르 솔셰르는 초조함을 감추고 있지 못했다.
‘미묘하군.’
맨체스터 시티를 겨냥한 4-4-2는 여전히 단단해 보였지만, 한편으론 잘 감춰두었던 빈틈을 자꾸만 노출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시티의 선수 중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는 거였지만, 점차 정답에 가까워지는 선수가 있다는 건 불안 요소였다.
‘……조짐이 좋지 않아.’
팡-!
벤치에 앉아 있던 솔샤르가 엉덩이를 떼며 일어선다.
“스콧!!”
솔셰르는 오늘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기 위해, 컨디션이 충분하지 않았던 두 명의 선수를 선발로 기용했다.
부상에서 막 회복된 스콧 맥토미니와 약간의 진통제가 필요했던 마커스 래쉬포드가 그 주인공들이다. 맨유의 감독은 이들의 에너지와 헌신을 중요하게 여겼다.
“자리를 지켜!!”
본인이 지정한 영역을 자꾸만 벗어나는 맥토미니에게 소리친 뒤, 솔셰르가 몇 개의 지시사항을 추가로 선수들에게 전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이 해석한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축구는 잦은 전환으로 수비수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도록 만든 뒤 그 틈으로 쇄도를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했지만, 핵심은 정확히 짚었다.
그런데.
‘반대로 가고 있어.’
두 골 차가 된 이후, 맨체스터 시티는 그들이 평소 하던 것과 정반대의 형태로 공격을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형태의 공격수를 보여 주기 시작한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 모두, 전환 패스를 보내는 대신 우직하게 중원으로 침투하며 굳이 맨유가 지정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당연히 맨유에게 더 유리한 싸움이었고, 겉으로 볼 땐 맨시티가 답답한 경기를 이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본인들이 정한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음에도, 스콧 맥토미니는 자꾸만 본인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
고민하는 솔셰르.
그는 생각한다.
영리한 유형과는 거리가 먼 맥토미니지만, 그래도 맨유와 같은 클럽에서 주전급으로 뛰고 있는 선수다.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실력을 갖췄다.
한데도 포지셔닝과 같은 부분에서 자꾸만 실수가 나오고 있다는 건, 피치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축구의 어떠한 면은 벤치에서나 TV로 경기를 볼 때 더 잘 보이지만, 어떠한 면은 피치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약간의 답답함을 느낀 솔셰르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일단 흘러가는 경기 내용에 집중한다.
시합이 시작된 후 줄곧 그랬지만, 경기를 지배하고 또 주도하고 있는 쪽은 맨체스터 시티였다.
인(In) 플레이의 8할은 맨유의 진영에서 이뤄졌고, 맨시티의 진영이 볼이 머물 때조차 공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유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유율의 과대포장된 부분이 상당수 벗겨졌고, 감독 대다수가 더는 숫자가 지니는 모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다.
중요한 건 볼을 얼마나 점유하느냐가 아닌, 상대보다 한 골 혹은 그 이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였다.
전환이 현대 축구의 새로운 키워드로 도약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한 경기에서 볼을 30%만 점유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득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역습이다.
래쉬포드의 출전을 강행한 것 역시, 그가 맨유에서 가장 역습을 이끌기에 적합해서였다.
전반 15분 만에 맨체스터 시티에 두 골을 앞서나간 결과가 이런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그런데, 그 역습이 멈췄다.
지금도 프레드로부터 시작되는 좋은 역습 기회를 붙잡은 맨유였지만, 어딘가에서 나타난 김다온이 그것을 막아 내며 강제적으로 지공을 가져가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맨유가 준비해 온 방식이 아니다.
중앙 미드필드의 숫자와 중원에서의 재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지공을 택한 맨유는 시티 미드필드의 압박을 이겨 낼 수 없다.
본래부터 시티를 상대로 점유율의 우위를 가져가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으나, 현재 맨유가 볼을 빼앗기는 위치는 솔샤르가 계산한 것보다 훨씬 더 위에 있었다.
흡사 게겐프레싱에 성공한 직후의 모습과 비슷해진 것인데, 위험 지역에서 볼을 빼앗기다 보니 자연히 심장이 철렁할 만한 순간은 늘어났다.
만약 저기에서 시티가 좀 더 활발한 전환을 택했다면, 맨유는 좀 더 위기에 몰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티는 집요하게 중앙을 노렸고, 맨유가 볼을 빼앗고 그것이 또 하프라인을 벗어나기 전에 시티에게 넘어가는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과정의 반복 속에, 시티 풀백의 위치는 점점 더 높아졌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는 솔셰르.
‘일단 실점 없이 끝내야 해.’
전반전은 아직 1/3 정도가 남아 있다.
***
.전반 33분
맨시티 0 : 2 맨유
경기를 뒤집을 방법을 열심히 궁리하던 와중, 케빈이 내가 말을 걸어왔다.
두 차례의 실점 과정에서 동료들이 맨유의 역습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라인 간의 간격이 벌어져서 공격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단 이야기였다.
케빈의 분석은 무척 정확했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되는지를 물었다.
[“자신감을 전해 줘.”] [“??”] [“그건 너밖에 못 하는 거야.”] [“도대체 무슨…….”] [“네가 풀백일 때, 난 진짜 든든했거든.”] [“?!”]경기 도중이라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케빈의 의도는 정확히 이해했다.
실점 이후 팀의 라인이 후퇴한 것이나 그로 인해 공격 숫자가 부족해 고립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모두, 수비진이 추가 실점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비수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하면, 그건 곧바로 팀의 나머지 포지션에 전달된다.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수비진에 있었더라면 이 불안은 얼마 가지 않았겠지만, 스톤스는 리더 타입과는 거리가 멀고 민재는 이제 겨우 시티 5개월 차다.
그렇기에 수비수들이 실점할 거란 부담감을 떨쳐내려면, 맨유가 아예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했다.
오늘 맨유의 공격 방법은 역습.
그 시발점은 중앙 미드필드.
과거 지성이 형이 피를로를 마크했던 것처럼, 나는 프레드와 맥토미니를 동시에 견제하며 맨유가 역습을 가져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9번(ST) 자리에 있었지만, 실제 역할은 지연(遲延)이란 축구의 덕목을 충실하게 따르는 수비수였다.
대신, 그로 인하여 생긴 빈자리는 케빈과 베르나르두가 두 배는 더 열심히 뛰어서 채워 주었다. 어차피 현재 맨유의 수비벽을 상대로 빠른 공격을 가져가긴 힘들다.
볼을 점유하며 상대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방법 역시 케빈이 찾고 있다.
‘널 믿고 있어.’
리버풀 경기 이후 베르나르두의 앞에서 시티를 이끌겠다고 말했을 때, 녀석은 내게 이런 조언을 했었다.
[“좀 더 주변을 믿어 줬으면 해.”] [“그러고 있어.”]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그럼?”] [“넌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녀석이야. 최소한 내겐, 넌 축구의 신이라고. 그래서 너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고충을 몰라. 네가 원하는 수준과 속도를 맞추느라 다들 똥꼬 빠지게 뛰어다니고 있어. 내 말은 그러니까, 그들에게 여유를 주라는 거야. 우리도 너만큼 승리를 원해. 지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싫다고. 그들이 너와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줘. 네 말이 옳으니까 널 따르라가 아니라, 우리가 너와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해?”]사실, 나보다는 베르나르두가 리더에 더 적합하다. 누구에게서든 호감을 얻을 수 있고, 또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법을 안다.
반면에 난 그보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과르디올라나 베르나르두처럼 내 삶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타인의 방법을 따르기보다는 나의 방법을 강요하는 편이었다.
베르나르두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진,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언제까지고 펩하고만 공유할 거라고 생각했던 꿈을 케빈에게 말했던 건, 나의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100%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난 지금 너무 빠른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속도를 한 차례 조절했음에도 말이다.
[“조금만 기다려줘. 우리가 따라붙을 때까지 말이야.”]재활밖에 할 수 없었던 지난 1년은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아내와 가족, 그리고 Team CFG의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난 결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한편으론, 난 시간을 낭비해 버린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조급했던 것일 수도 있다.
내게 필요했던 건 아마도.
“후우-”
여유를 가지는 것.
열심히 뛰어 프레드로부터 볼을 강탈해 케빈에게 전달한 후, 나는 저 월드클래스 미드필드가 맨유를 어떻게 해체하는지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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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오-! 오늘 다온의 투지는 정말 놀랍습니다. 프레드에게서 볼을 빼앗습니다. 더브라위너. 계속 해서 패스를 보내고 있습니다만, 결과는 썩 신통치 않습니다.”
(스티브 맥매너먼)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그답지 않게 너무 정직합니다. 창의적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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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는 오늘 두 명의 센터백과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를 내세워 중앙에 사각형으로 된 수비 블록을 만들어 두었다.
지금까지 우리를 상대한 팀은 내가 아래서 내려서는 플레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솔샤르는 두 명의 볼란치(Volante)를 센터백 앞에 두어 내가 뛸 영역을 잠가 버렸다.
그리고 볼이 측면으로 향할 때마다, 센터백 사이에 설 한 명의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빼고 남는 중앙 미드필드 한 명을 볼이 없는 곳으로 보내 버렸다.
다시 반대 방향으로 볼이 전환되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가 서로의 역할을 바꿨다.
단점 역시 확실한 전략이지만, 두 골이나 앞서 나가는 지금은 잠그기에 완벽한 방법이다.
그런데도 케빈은 굳이 맨유가 의도한 대로 정직하게 말려드는 패스만을 보내고 있다. 다른 이들은 공격이 계속 막히는 것에 답답해하고 있지만, 저건 의도된 플레이다.
공격은 99번 실패해도 한 번 성공하면 끝. 다시 말해, 그 99번을 모두 미끼로 써도 된다는 뜻이다.
‘풀백이 충분히 올라왔어.’
케빈이 머릿속으로 짜둔 무대는 점점 더 완성되어 가고 있다. 부족한 건 배역을 맡아 줄 이들이었는데, 풀백의 위치가 높아지면서 머릿수 역시 채워졌다.
이제 남은 건, 무대를 감독한 케빈이 언제 그 시작을 끊느냐는 거다.
실은 이미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솔셰르도, 또 피치에서 뛰는 맨유의 선수 일부도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입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인다.
‘놀라워.’
하프 라인까지 뛰어 다니엘 제임스에게로 향하던 패스를 끊어낸 뒤, 다시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며 케빈 더브라위너라는 명연주자의 곡(曲)을 감상해 본다.
그건 정교한 기계보다 더 치밀한 구조를 가졌지만, 놀랄 만큼 우아하고 섬세하다.
그리고.
‘지금.’
포켓이 자리를 튼 케빈이 좌우로 패스를 연결하기 시작한 순간, 단단했던 맨유 수비에 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작가의 말 ? 솔셰르가 올바른 발음으로 확인되어, 이후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아닌 올레 군나르 솔셰르로 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