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71)
1039화 ESL
2020년 2월 10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TV 화면 속, BBC의 아나운서가 초기 우한 폐렴(Wuhan pneumonia)으로 불렸던 코로나19(Covid 19)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잉글랜드에서 8번째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등과 같은 개인위생 보건을 챙겨야 한다고 말이다.
한국은 이것보다 엄청나게 심각한 상태여서, 4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9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무섭다.”
“그러게. 조심해. 알겠지?”
“응. 약속도 다 취소했는걸.”
“잘했어.”
아영이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난 자리에서 일어나 1층에 있는 개인 훈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통증이 가신 후 시작된 본격적인 재활 진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더 심하게 다쳐 재활을 끝마친 지 몇 개월 안 된 상태다 보니, 이 정도의 발목 부상은 별것 아니었다.
지난 토트넘전을 끝으로 2월 A매치 주간에 들어간 상태라, 다행히도 결장 경기는 더 없을 것 같다.
부르르르-
“응?”
부르르르-
‘Hydrowork 350’에 몸을 싣고 천천히 걷고 있을 무렵, 민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래~”
– 형, 뭐 해?
“뭐 하겠냐? 운동하지.”
– 이따가 저녁에 밥 먹으러 가도 돼?
“심심하냐?”
– 아우~ 죽겠어, 진짜.
“그래라~ 이따가 보자.”
– 형수님 뭐 필요한 건?
“있다가 물어보고, 문자할게.”
– 네, 형님. 이따가 봐.
-딸깍-
아시아 전체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쪽 A매치 일정 역시도 전부 취소되었다.
처음에는 조류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염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고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사람들의 삶을 빠르게 바꿔 놓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축구가 취소되다니.
과연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후우~”
나흘 전, 겸사겸사 바르셀로나와 뮌헨을 차례대로 다녀왔다. 바르셀로나 방문은 팀의 권유에서 이뤄졌고, 뮌헨 방문은 내가 따로 일정을 만들었다.
진실을 알고 계신 쿠가트 박사님과 볼파르트 박사님은 서로 다른 각자의 방식으로 내 발목 상태를 점검해 주셨고, 이번 부상이 상태를 악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다친 부위가 지난번에 찢긴 쪽보다 한참 아래쪽에 있다나? 물론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번 시즌 클럽 내에서 재미있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바로, 내가 예전처럼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실제로 난 전력질주 상황에선 약간의 힘을 더는 중이었다.
기껏 있는 힘껏 달렸는데, 예전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들키면 큰일이니까 말이다.
경기 때 라인 브레이킹을 하지 않고 굳이 아래로 내려서는 이유도 사실은 이것 때문이다.
[“미국에 훌륭한 시설이 있네.”] [“네?”] [“자네를 두 달 정도 그곳으로 보내고 싶군.”] [“하하.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글쎄.”] [“?”] [“못 할 것도 없는 것 같네만.”] [“???”]수수께끼와도 같았던 이야기를 한 쿠가트 박사님 말씀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州)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이란 곳에서 매우 혁신적인 발목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작년 겨울 제네바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관심이 생겨 자세히 살펴봤다고 하셨다.
이곳에 있는 탁자의 위엔, 쿠가트 박사님이 준 메이요 클리닉과 관련한 팸플릿이 놓여 있다.
‘두 달이라…….’
축구선수에게 있어, 두 달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쓸 수 있는 기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대치로 뽑아 봐야 3주 정도.
5월 말이나 6월 초에 시즌을 마무리하고 나면, 7월 중순에는 다시 팀에 모여야 한다. 그리고 보통 6월 중순에 A매치 일정이 있어, 실제 휴가는 그때 이후에나 이뤄진다.
어딘가 몸이 아픈 상황이라면 모를까, 건강하다는 전제 아래 축구선수들의 자유시간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뭐.’
딱히 거기에 불만은 없다.
다만.
“…….”
만약 내가 미네소타에서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을 때 예전의 몸 상태에 좀 더 가까워질 수만 있다면, 꾀병을 부려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웅-
웅-
웅-
웅-
발바닥과 런닝벨트가 닿는 소리와 그에 따른 물이 출렁이는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기계의 모터 소리를 들으며, 난 시선을 팸플릿이 놓인 테이블 위로 가져갔다.
웅-
웅-
웅-
***
2020년 2월 1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물리치료실.
A매치 주간이 끝나고 다시 팀 훈련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클럽의 기조가 조금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집중도를 조금 낮추는 대신, 오는 26일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와 내달 1일에 치러지는 카라바오컵 결승전에 몰두키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승을 포기한 건 아니다.
평소처럼 약간의 변화를 준 것뿐.
“아프진 않고?”
“넵. 전혀요.”
“좋아. 이만하면 완전히 나은 것 같은데?”
내 발목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도너 홀로한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고, 그가 작성한 차트가 펩이 있는 감독실로 전달되는 모습이 보였다.
현재 나는 소집 시간에 앞서 클럽하우스를 찾아 개인 훈련을 약간 진행한 후, 도너 홀로한을 찾아 점검을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부상 선수는 정도에 따라 사흘에 한 번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도너에게 점검을 받은 후 그 결과를 팀에 보고해야 했다.
그럼 팀은 그걸 참고 자료로 삼아 로테이션을 계획하고, 부상 선수의 복귀 시점을 가늠한다.
“그런데, 말이야. 소문은 들었어?”
“소문요? 무슨 소문요?”
“그게 있잖아…….”
“?”
“앞으로 유럽대항전에 못나갈 수도 있어.”
“?!?! 뭐라고요??!!!”
“쉬이잇-! 조용히 해. 나도 그냥 들은 이야기니까.”
“대체 그게 무슨 말인데요?”
팀이 UEFA와 FIFA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난 실제 징계로는 이어지지 않을 거로 믿었고, 기껏해야 첼시나 다른 클럽들처럼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정도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밝힐 수 없는 이에 의해 들었다는 도너 홀로한의 말에 따르면, 현재 UEFA에서는 우리의 유럽대항전 진출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 논의가 활발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했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했으며, 그걸 안 시티 측도 당황하고 있다고 말이다.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정보원은 꽤 확실해.”
“매리언이군요.”
“뭐, 뭐, 뭐? 뭐?! 하핫-! 무, 무슨…….”
“그럴 필요 없어요, 도너. 당신 동생이 매리언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한테 말하진 않을 거지?”
“또 누가 알죠?”
“글쎄. 보드진들은 전부 알 거야. 그것 때문에 지금 난리니까. 그리고 아마 펩도 알고 있을 거고.”
“알겠어요. 그럼.”
“헤이!! 다오니!! 말하지 않을 거지?!?! 어??”
당황한 도너를 물리치료실에 홀로 남겨 두고, 난 얼른 복도로 빠져나와 펩이 있는 감독실로 향했다.
페란 소리아노의 비서인 매리언은 도너의 동생과 몇 달 전부터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두 사람은 그걸 비밀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똑똑똑-
“응?”
“잠깐 대화할 수 있나요?”
“물론이지. 들어오게.”
“네.”
안경을 벗고 쉬고 있던 펩이 몸을 일으키더니, 한쪽에서 음료를 가지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급해 보이는 데 무슨 일인가?”
“누구에게 들었는지 묻지 마세요.”
“뭐라고?”
“우리가 유럽 대항전에 나가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
“사실이군요. 이런, 세상에나.”
표정에서 나타난 진실을 읽어 낼 수 있었던 내가 놀라는 사이, 머리를 긁적이던 펩이 열려있던 문을 닫고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다.
“터무니없는 헛소문이라 말하고 싶지만, 자네라면 그걸 믿지 않을 것 같군. 누구에게 들었지?”
“밝힐 수 없어요.”
“그런가? 음, 알겠네.”
고개를 끄덕인 펩은 자신도 사흘 전에 들었다면서, 현재 시티가 그것을 막아 내는 데 모든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본래는 징계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UEFA 내의 어떤 세력이 가진 힘이 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이다.
그들이 누구이고 또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시티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고도 했다.
“그럼, 정말 내년에 못 나가는 건가요?”
“아니. 그렇진 않아.”
“?”
만약 UEFA가 정말로 징계를 내린다면, 우리는 바로 CAS(스포츠 중재 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에 제소해 철회를 요구할 거라고 했다.
수많은 변호사가 투입될 것이며, 마찬가지로 많은 자본 역시 스위스 로잔으로 투입될 거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UEFA가 AUDG가 가진 재정에는 승리하지 못할 거라고도 했다.
판정이나 도핑과 같은 잘잘못이 분명한 사례를 제외한 이런 종류의 소송에선, 언제나 돈이 많은 쪽이 승리하기 나름이라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우리를 비난하겠지만 말이야.”
“……그렇겠죠.”
“혹시 실망했나?”
실망?
놀랍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과정에서 스포츠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보고 직접 경험까지 했다. 또 당시까지만 해도, 난 시티의 자본을 검은돈이라며 거부했었다.
하지만 보라.
난 지금 여기에 있다.
내가 벌어들이는 돈의 출처가 100% 깨끗할 거란 환상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버렸다.
스스럼없이 매년 많은 돈을 주변을 위해 기부하는 것도, 당당하지 못한 출처에서 벌어들인 돈을 이웃을 위해 쓴다는 위선(僞善)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내 나름의 속죄인 셈인 거다.
그러니, 실망할 이윤 없다.
“성장했군.”
“어른이 되는 게 이런 거라면, 평생 아이이고 싶었죠.”
“하하. 나도 그러하네.”
“그런가요?”
“물론. 아무튼, 우리가 징계를 받게 되면 그것이 신호탄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줄줄이 징계를 받을 거란 의미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야.”
“그럼?”
UEFA가 만든 FFP 규정은 더 큰 자본이 유럽 축구계로 뛰어드는 것을 막고 있다.
주로 중앙아시아의 석유 재벌인 그들은 심지어 시티의 구단주보다도 훨씬 더 막대한 자본을 보유 중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각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를 사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갖가지 규정들이 그것을 못 하게 만드는 중이다. 이것들은 일종의 도덕 윤리로, 현실 세상의 법이나 사회적 규범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를 벗어던지려는 움직임이 있다.
“슈퍼리그.”
“?!”
“페레스는 그걸 그렇게 부르더군.”
“페레스?”
펩이 말하는 페레스가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놀란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된 다음이었다.
***
2020년 2월 19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전반 18분
맨체스터 시티 0 : 0 웨스트햄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4-2/5-3-2
GK ? 에데르송 / GK ? 우카시 파비안스키
RB ? 카일 워커 / RB ? 라이언 프레데릭스
CB ? 김민재 / CB ? 안젤로 오그본나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이사 디우프
LB ? 주앙 칸셀루 / CB ? 아론 크레스웰
DM ? 로드리 / LB ? 아르투르 마수아쿠
CM ? 다비드 실바 / CM ? 토마시 소우체크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데클란 라이스
AM ? 베르나르두 실바 / AM ? 마크 노블
ST ? 김다온 / ST ? 로버트 스노드그래스
ST ? 세르히오 아궤로 / ST ? 미하일 안토니오
.
.
지난 A매치 주간,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깜짝 뉴스는 슈퍼리그 창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좋은 의미로 팀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있었다.
일러도 4월에야 복귀할 걸로 점쳐졌던 라포르트가, 건강한 상태로 팀 훈련에 합류한 것이다.
정확한 시점은 맨유와의 카라바오컵 2차전 경기가 끝난 직후였고, 약 3주가량 몸을 끌어올린 결과 오늘 선발로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팀에 왼발잡이 센터백이 생긴 거다.
“리크!”
팡-
라포르트가 콜(Call)을 보내온 주앙에게 패스를 전달하고, 우린 웨스트햄의 전방 압박을 빠르게 벗겨 내며 빌드업을 시작했다.
최근 만나는 팀들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지만, 확실히 이제 축구의 트렌드는 전방 압박이라는 게 나타나고 있다. 전환을 극대화하려면, 앞쪽에서 볼을 빼앗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데이비드 모예스는 마크 노블이라는 베테랑 미드필드를 10번(AM) 위치에 기용했다.
‘좋은 접근이야. 하지만.’
슬쩍 고개를 돌려 웨스트햄의 왼쪽 수비진영을 바라본 나는 마수아쿠와 크레스웰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음을 깨닫곤 오른쪽 하프스페이스 부근으로 움직였다.
작년 홈 경기와는 다르게, 웨스트햄은 오늘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왔다.
마누엘 란치니와 세바스티앵 알레라는 확실한 공격 자원을 빼고, 로버트 스노드그래스와 마크 노블이라는 부지런한 미드필드를 전방에 배치했다.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우리 수비진영에서 볼을 빼앗고, 그것을 단숨에 미하일 안토니오에게 이어 한 방 득점을 노려보겠다는 의미였다.
만약 세트피스가 주어진다면, 왼발 킥이 좋은 스노드그래스를 통해 득점을 노리고 말이다.
하지만, 수비 쪽 메커니즘은 1차전과 비슷하다.
“베르! 여기!!”
하프라인을 통과한 볼이 케빈을 거쳐 베르나르두에게 부드럽게 이어지고, 미리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점령하며 간격을 벌리고 있었던 나는 손을 들어 올려 패스를 요구했다.
데이비드 모예스는 파이브백의 왼쪽에 아론 크레스웰과 아르투르 마수아쿠라는 두 명의 풀백을 동시에 놓아두는 전술을 즐겼는데, 이는 측면을 비대칭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공격 상황이 되면 웨스트햄은 마수아쿠를 왼쪽 윙어처럼 쓰고, 왼쪽 스토퍼로 기용한 크레스웰에게 풀백 역할을 맡겼다.
발상과 메커니즘 자체는 나쁘지 않은 시도지만, 두 명의 풀백을 이렇게 몰아 두는 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금도 보면 마수아쿠가 내게 달라붙고 크레스웰이 자리를 지키는 게 올발랐는데, 둘 모두 왼쪽 풀백이 주 포지션인지라 참지 못하고 동시에 달려들었다.
이렇게 되면.
‘측면이 비거든.’
툭-
“??”
“!”
마수아쿠와 크레스웰을 충분하게 끌어들인 후, 왼발 뒤꿈치를 사용해 축구공을 측면으로 슬쩍 굴려 보냈다.
그곳엔 오버랩을 시작했던 워커가 있었고, 텅 비어 버린 오른쪽 측면에서 기회를 붙잡은 그가 반대 방향으로 날카롭게 크로스를 띄워 보냈다.
잘 꺾어지는 크로스가 매섭게 웨스트 햄의 진영으로 파고들고, 어느새 공격에 가담했던 케빈이 발을 갖다 대려 시도하지만 단 한 끝이 부족했다.
{“아…….”}
안타까움의 탄식이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고,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베르나르두와 주앙이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걸 보곤 아직 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대 방향으로 넘어온 볼을 오그본나가 그대로 걷어 내려고 시도하지만, 빗맞은 축구공은 그리 멀리 가지 않는다.
힘없이 떠오른 공을 향해 주앙과 프레데릭스가 뛰어오르고, 헤더 경합이 나온 후에 볼은 베르나르두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일어나는 동안, 난 페널티 박스 안을 케빈과 쿤에게 양보하고 포켓(Pocket)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베르!!!”
아까보다 조금 더 큰 외침.
베르나르두가 다시 패스를 보내온다.
“에이!! 가고 있어!!!”
베르나르두의 패스와 동시에 박스 안쪽에서 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재빨리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나는 박스 바깥으로 달려 나오는 선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토마시 소우체크(Tomas Soucek).
체코 슬라비하 프라하 SK에서 임대되어 온 선수로, 뛰어난 체격조건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박스-투-박스 유형의 미드필드다.
어떻게 보면 프리미어리그에 딱 어울리는 선수라고 볼 수 있는데, 매 경기 12.5km가 넘는 활동량을 보여 주고 있다.
뭐, 물론.
‘난 옛날에 그것보다 더 뛰었어.’
상대를 확인했으니, 이제 다시 눈을 볼에다가 둔다.
완벽한 컨디션을 자랑하는 잔디는 공이 매끄럽게 굴러오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불규칙 바운드는 없을 거다.
그렇다면.
탁.
스으윽-
“!!!!”
“…….”
베르나르두의 패스를 오른쪽 발바닥으로 받아 놓은 뒤, 그걸 그대로 바깥쪽으로 끌고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정면을 바라보도록 동작을 가져갔다.
왼발을 살짝 뒤로 뺀 덕분에, 소우체크가 커트를 위해 가져다 댄 발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른다.
192cm의 꺽다리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왼쪽 시야 바깥으로 밀어내며, 골대를 바라본 나는 오른쪽 아래가 허술하다는 것을 확인하곤 그대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퍽-
속도보다는 정확도에 초점을 더 맞춘 슈팅.
볼은 복잡한 틈을 비집고 지나.
촤르륵-
우카시 파비안스키를 얼어붙게 만들며 그대로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