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74)
1042화 ESL (4)
2020년 2월 25일. 28036 마드리드, 스페인. C. 아구스틴 데 폭사, 32. 바르셀로 이마히네(Barcelo Imagine. C. Agustin de Foxa. 28036 Madrid, Spain).
“다온 파스타.”
“저도요. 다온 파스타.”
“Yup. Two Da-On Pasta.”
“…….”
에티하드 캠퍼스에서 훈련을 마친 후, 우린 오후 느지막해서야 마드리드행 전용기에 올라탔다. 비행은 대체로 쾌적했고, 그 흔한 난기류조차 한 번 만나지 않았다.
석양과 함께 우리를 맞이한 마드리드의 풍경은 정말이지 근사했고, 난 거의 3년 만에 찾은 도시를 보며 감상에 잠겼었다.
그리곤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던 디에고 시메오네와 코케 등을 만났다.
동료들은 거기에 관심을 보였다.
“아까 무슨 이야기 했어?”
“응?”
“시메오네랑 만났잖아.”
“아, 그냥. 별 이야기 아니었어.”
“그래?”
“응.”
“흠-”
묘한 반응을 보이는 케빈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그는 내가 이적을 생각하는 줄 알았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직설적인 성격답게, 표현에 거침이 없다.
“징계를 이미 받았다면 그랬을 수도 있지.”
“그런데?”
“오늘은 아니야. 그냥 평범한 일상적인 인사였어. 거의 3년 만에 보는 거니까. 이적 이야기가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를 박살 내라는 말을 들었는걸. 그리고 그들이 정보도 줬어.”
“무슨 정보?”
약 10여 분의 대화가 끝나고 헤어짐을 준비할 무렵, 시메오네가 곁에 놓아두었던 커다란 종이봉투를 내게 건네주었었다.
[“이게 뭐죠?”] [“보면 좋아할 거야.”] [“??”]안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분석한 레알 마드리드가 적힌 종이들이 들어 있었는데, 시메오네는 그것이 오랜만에 만난 내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난 곧바로 그것을 펩에게 전했는데, 선물에 놀라워한 그가 고맙다는 말을 대신 부탁하기도 했다.
경기 하루 전에 전달받은 내용이라 팀 전술에 특별히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어떠한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넌 진짜 어떻게 할 거야?”
“남을 거야.”
“진심이야?”
“응. 여기가 내 집이고,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야. 시티를 버릴 수는 없어. 설령, 강등이 된다고 해도 말이야.”
시티에 큰 충성심을 보이는 케빈을 보며, 베르나르두가 아깝지 않으냐고 이야기했다. 축구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그걸 낭비할 거냐고 했다.
“그래도 남을 거야.”
“……넌?”
개인적으로, 지금의 이런 대화들이 싫다. UEFA가 우릴 징계할 거란 이야기가 나오고 난 이후, 식탁 위에서 이런 대화가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나 역시 시메오네와의 대화를 두고 이적의 뉘앙스를 풍기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주제를 빨리 돌리려고 했다.
이래선 될 것도 안 된다.
“AY-! AMIGOS!!”
“??”
“제발. 우린 전부 여기에 남을 거야.”
“…….”
머쓱해진 표정의 이들이 식사에 집중하고, 피식하고 웃어 보인 케빈이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우린 시티고 또 블루야. 그 사실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변함없어. 시즌이 끝나고? 그 뒤에는 너희 마음대로 해. 하지만, 앞으론 절대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리고 또 너희들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와 같은 행동을 해 줬으면 해. 알겠지?”
“그래-”
“내 실수야.”
“좋아- 다시 이야기나 하자.”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나라를 이동하는 원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단을 제외하고도 수십 명의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가져오는 물품들만 해도 수백 kg을 가볍게 넘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를 쓰는 사람들에 비하면, 축구를 하는 것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만약 우리가 징계를 받게 된다면, 실제로 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저기 백룸 스태프들이다. 직업을 잃을 수 있고, 그럼 가족을 부양하는 일에 애를 먹을 것이다.
그런데 우린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징계 때문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토록 취약했던가?’
새로운 시티를 위해 함께하자고 손을 모았던 동료들의 믿음이 약해지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며, 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약간의 회의를 마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생각은 없다. 가장 최악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다면, 현상 유지조차 할 수 없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가만히 있는 이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 지금까지 26년을 살아온 결과, 난 이것을 삶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니 내일도, 나는 열심히 발버둥 칠 것이다.
최소 제자리에라도 머물거나.
아니면.
‘1mm라도 나아가야겠어.’
어색함을 특유의 농담과 친화력으로 털어내는 베르나르두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 받아든 파스타를 입으로 가져갔다.
함께 곁들인 생선이 제법 근사하다.
***
(제이크 험프리) – BT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매치업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룹 스테이지 A조 2위였던 레알 마드리드가 C조를 1위로 통과한 맨체스터 시티를 만납니다. 대진이 정해졌을 때, 양 팀 모두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왜 하필 얘네들이야? 안 그래요?”
(리오 퍼디난드) – BT Sports 스튜디오 리드 펀디츠
“Big Match-Up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겁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이 역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와 만났으니까요.”
(제이크 험프리)
“Head to Head.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양 팀이 경기를 치른 횟수는 생각보다 그리 얼마 되지 않습니다. 2016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 유일하며, 당시 레알 마드리드가 종합전적 1:0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와 다온이 버티던 바이에른 뮌헨에 2:1로 패배했죠. 그렇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산 시로의 밤’입니다. 일명, ‘다온의 밤’이죠.”
(리오 퍼디난드)
“굉장한 시합이었죠.”
(조 콜) – BT Sports 스튜디오 펀디츠
“최고의 결승전 중 하나였어요.”
(제이크 험프리)
“그렇습니다. 두 분이 인정하는 것처럼, 그 경기는 2000년대 최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 장면을 연출했던 다온은, 놀랍게도 자신이 뛴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레알 마드리드에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6번 맞붙어서, 6번 모두 승리했죠. 바이에른 뮌헨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기록을 전부 포함한 겁니다. 한 차례 뮌헨이 0:4로 패배했지만, 그땐 다온이 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뛴 경기에서 5:0으로 승리하면서 기적을 만들었죠.”
(조 콜)
“이 정도라면 분명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를 신경 쓰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다온이 레알에 강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모르고요.”
(제이크 험프리)
“오늘이 또 다른 ‘다온의 밤’이 될지, 아니면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의 부진한 흐름을 깨고 승리를 거둘지는 잠시 뒤에 전부 알게 될 겁니다. 저희는 광고 뒤에 돌아옵니다.”
***
2020년 2월 26일. 28036 마드리드, 스페인. 데 콘차 에스피나 거리, 1.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 시작 10분 전
레알 마드리드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4-2/4-3-3
GK ? 에데르송 / GK ? 티보 쿠르투아
RB ? 카일 워커 / RB ? 다니 카르바할
CB ? 김민재 / CB ? 라파엘 바란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세르히오 라모스
LB ? 주앙 칸셀루 / LB ? 페를랑 멘디
RM ? 리야드 마레즈 / DM – 카세미루
CM ? 올루프 뫼르크 / CM ? 루카 모드리치
CM ? 로드리 / CM ? 페데리코 발베르데
LM ? 베르나르두 실바 / RW – 이스코
ST ? 김다온 / LW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ST ? 케빈 더브라위너 / ST ? 카림 벤제마
.
.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전부 끝났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주장인 다비드 실바를 포함 베테랑 다수가 맨체스터에 머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주장 완장을 차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무척 좋은 수준의 부담감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좋아, 잘 들어. 저 바깥엔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7만 5천 명의 사람이 있어. 저들은 우릴 욕할 거야. 심지어 우리의 가족까지. 왜? 승리하고 싶거든. 하지만 그거 알아? X까라고 해. 오늘 이곳에서 우리보다 더 승리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니까. 그러니까, 쟤들이 뭐라고 하면 골로 보답해 주자. 쟤네들이 입을 다물 것을 생각해 봐. 그래- 기분 좋지? 안 그래?”
지금 미소 짓고 있는 이들은,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귀담아들은 친구들이다.
남은 몇몇은 아직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나쁠 건 없다.
“최근. 우리가 더는 챔피언스리그로 오지 못할 거란 이야기가 있어. 난 너희가 무슨 뜻인지를 전부 안다고 생각해. 그런데 있잖아. 너희도 알다시피 말이야. 꼭 그게 아니라도, 이번 챔피언스리그가 마지막일 수 있어.”
“?!”
“!!”
“무슨 의미인지 이해해?”
징계가 없다는 전제하에, 난 시티가 내년에도 빅이어를 위해 도전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린 그럴 만한 팀이며, 결승전으로 향하는 여정에 매년 참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당연히 손에 쥐어진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우린 매 경기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망신을 당해 버릴 테니까 말이다.
“징계? X까라고 해. UEFA든 FIFA든 뭐든 전부 다 X까라고 하란 말이야. 그리고 벌써 이적을 말하는 태도? 그것 역시도 X까. 역겨워 죽겠으니까.”
“…….”
“우린 시티야. 블루고, 승리를 위해 이곳에 왔어. 최소한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아. 왜? 그야 겨울 이적 시장이 끝났으니까, God Damn it! 난 반드시 승리하고 또 승리해서, 시즌 끝에는 챔피언에 설 거야. 그럼 UEFA는 챔피언을 상대로 징계를 먹이겠지.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물론 누군가는 우리가 멍청한 짓을 했다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영광이 불법적인 행동에서 나왔다며, 평가절하 역시도 해 올 거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가 한 노력까지 깎아내릴 수는 없다.
“부끄러운 건 실패가 아니야.”
마지막 순간, 난 어제 생각한 것을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부끄러운 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거고, 더 부끄러운 건 거기에 핑계를 만드는 거지. 그래. 우리의 상황이 지금 나쁘다는 건 인정해. 밖에서 다들 블라블라 떠들고 있잖아? Vamos. 마음대로 하라고 해. 난 오늘 이길 거야. 그리고. 그 빌어먹을 귀 큰 녀석을 집으로 데려가야겠어.”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베르나르두가 뒤쪽 라커를 손바닥으로 두들기기 시작했고, 남은 이들이 거기에 반응하더니 드레싱 룸은 이내 큰 함성으로 휩싸였다.
전날까지 도망칠 길을 찾던 이들의 눈빛에서 난 전의를 느꼈고, 대화를 끝내기로 하며 손바닥을 강하게 두들겼다.
“VAMOS!! 오늘 우린 이길 거야!!!”
“COME ON-!!!”
“박살 내 버리자!!!”
부담을 주는 것과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정말로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아직 그 경계선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드레싱 룸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난 폭풍이 있고 난 뒤, 난 조용해진 공간에서 아내의 사진에 입을 맞췄다.
‘다녀올게.’
2년 전 팀과 함께하기 위해 멈추었던 루틴을 최근 다시 시작한 건 아영이의 사진을 새롭게 바꾼 것도 거지만, 그녀의 배 안에 우리의 아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날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할 거야.’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번 시즌 내내, 나는 단 한 번도 내 축구에 100점을 준 적이 없지만 그래도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어느 때보다 많은 걸 배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월드컵 이후 나의 삶은 감독/공격수란 낯선 환경의 연속이었고, 클럽에서 또 가정에서 변화가 있었다.
부상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전혀 다르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난 아마도 그 속에서 혼란을 겪었고, 그게 내 축구에 고스란히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궁금한 건, 언제쯤 나의 축구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돌아오느냐는 거다.
풀백으로 돌아갔을 때?
과연 그건 언제일까?
누구보다 내가 신뢰하는 두 명의 박사님 모두, 메이요 클리닉의 치료를 받는 것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난 지금 거길 갈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쩌면.
‘후우- 상관없어.’
애초부터 지름길로 걸어오지 않은 삶이다.
믿는 건 오직 이 두 다리뿐.
비록 하나는 온전치 않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난 나를 이길 것이다.
‘나를 이긴다.’
3년 만에 돌아온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난 성대한 환영을 기다리고 있다.
***
챔피언스리그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데 있어, 주제곡인 ‘Ligue des Champions’가 미치는 영향력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한 번이라도 이 노래를 들은 이들은 이것을 아예 축구 전체의 주제곡쯤으로 생각한다.
【“Ils sont les meilleurs-!!”】
(그들은 최고/프랑스어)
【“Sie sind die besten-!!”】
(그들은 최고/독일어)
【“These are the champions-!!”】
(이들은 챔피언)
그러나 모든 건 질리기 마련이다.
“식상하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VIP석.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칼둔 알 무바라크와 대화를 나눈다.
“이 노래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Die Meister-!”】
(장인들/독일어)
【“Die Besten-!”】
(최고들/독일어)
“처음 이 노래가 나왔을 때,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던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세리에 A죠.”
“정확합니다.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쿡쿡쿡쿡.”
UEFA에게 의뢰를 받은 토니 브리튼(Tony Britten)은 최초, 챔피언스리그의 주제곡을 네 개의 언어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면 배분이 정확히 떨어지지 않았고, 별생각이 없었던 토니 브리튼은 곡이 주는 느낌과 언어의 억양을 고려하여 이탈리아어를 최종 제외키로 했다.
그렇게 완성본이 나왔을 때 UEFA의 관계자들은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이를 전달받은 세리에 A 측은 본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크게 화를 냈다.
세리에 A는 빠져야 한다면 챔피언스리그 초대 경기에 참여하지 않은 영어가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범용적인 측면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 세리에 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리그 중 하나였다.
【“Les grandes equipes-”】
(위대한 팀들/프랑스어)
“저는 새로운 노래를 네 개의 언어로 만들 겁니다.”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 겁니까?”
“이런 일은 망설이는 순간 끝이니까요.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죠.”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UEFA나 FIFA와 모두 무관한 리그 창설을 주장한 건 2009년부터였다.
당시 이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받아들여졌고, 레알 마드리드를 제외한 다른 클럽들 역시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새롭게 유럽 리그에 참가한 외부 자본들은 이를 매우 그럴 듯한 생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UEFA와 FIFA가 지나칠 만큼 간섭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 단체는 클럽에 속한 선수를 보호할 어떠한 장치도 마련해 놓지 않았으며, 이를 공론화하려고 할 때마다 애국심을 들먹이며 클럽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군다고 했다.
미디어는 오래전부터 UEFA와 FIFA의 것이었고, 클럽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계기가 무업니까? 아니. 알 것도 같군요.”
질문의 답을 듣지 않고 막아선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켭 결승전.
그리고 이번의 FFP 위반 징계.
이 두 가지가 맨체스터 시티로 하여금 FIFA와 UEFA를 버리고 자신에게 오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클럽의 손해를 외면해 왔으면서, 본인들의 규정은 원칙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필요합니다.”
새 시대라는 칼둔의 말에, 미소를 지어 보인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손을 앞으로 내민다.
이제 슬슬, 노래는 끝나 가고 있다.
【“Les grandes equipes-!”】
(위대한 팀들/프랑스어)
“ESL에 온 걸 환영합니다.”
“…….”
이윽고 손을 맞잡는 두 사람.
【“The champions-!!”】
(챔피언들)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오랫동안 꿈꿔온 ESL(European Super League)은 오늘, 아주 큰 진전을 맞이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