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75)
1043화 Destiny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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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3분
레알 마드리드 0 : 0 맨체스터 시티
2017/18 시즌 이후 지단과 결별한 레알 마드리드는 부침의 시간을 겪었다.
지네딘 지단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았던 줄렌 로페테기(Julen Lopetegui)와 산티아고 솔라리(Santiago Solari) 두 사람을 합쳐,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로스 블랑코스(Los Blancos/하양)를 지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자리는 다시 지단이 차지하고 있다.
[선을 지켜!!]경기 시작부터 수비수들의 위치를 억누르는 지단을 보며, 난 변함없는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전술적인 면에서는 보수적인 남자다.
지네딘 지단과 함께한 레알 마드리드는 빅클럽 중 가장 수비라인을 깊게 내리는 팀이었다.
심지어 볼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100% 확신이 들지 않으면 센터백의 전진을 막았다.
그리고 이는 풀백의 공격 가담을 극대화하려는 선택이기도 했는데, 다니 카르바할과 마르셀루로 구성되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사이드백은 공격적으로 매서운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다니 카르바할)과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마르셀루)로, 레알 마드리드의 측면은 분명 예전만큼 강인하지는 않았다.
이번 시즌 부활에 성공했다곤 하나, 다니 카르바할의 전진은 예전만큼 매섭진 않다. 그리고 페를랑 멘디(Ferland Mendy)는 파이널 써드에서의 플레이가 아쉽다.
이외의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호날두를 대체해주길 바라고 영입한 에당 아자르는 어딘가 아쉽고, 루카 모드리치도 가장 좋았을 때의 위치에서 많이 내려선 상태다.
FC 바르셀로나가 전처럼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음에도, 레알 마드리드가 라 리가 1위가 아닌 이유다.
‘허술해.’
전반전 3분이 지났을 때, 난 레알 마드리드의 백포가 전방 압박에 약한 면을 드러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단 특유의 낮은 수비 라인이 오히려 독이 되어, 백포의 고립을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앞쪽에 영향을 준다.
레알의 라인 전체가 전반적으로 낮아진다.
“민재!!”
역시 펩이다.
아무리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건 우리 역시 마찬가지고 큰 경기에 강한 DNA는 강함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발휘된다.
지금처럼 펩이 기민하게 반응해 주고 있다는 건, 그가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우리에겐 좋은 일이다.
“케빈!”
“?”
“아래쪽에서 눌러 줘!”
엄지를 치켜세우는 케빈을 보며, 난 좀 더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향하는 곳엔, 왼쪽 센터백 자리에 들어선 세르히오 라모스가 있다. 볼을 빼앗을 생각까지는 없고, 의도적으로 그가 왼발을 쓰도록 만들 생각이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는 왼발도 적당히 쓸 수 있는 바란을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시켰지만, 라모스의 기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좌우의 위치를 바꿨다.
예나 지금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사이드백 중 더 공격적인 곳은 왼쪽이라, 그 파트너인 왼쪽 센터백이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머물러 줘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른쪽 센터백은 종종 전진하여 빌드업 때 숫자를 더해 주거나, 아니면 앞에서 먼저 상대의 공격을 끊어 주는 스토퍼 역할을 함께 겸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배치가 가능한 이유는, 다니 카르바할이 지닌 전술 이해 능력 때문이다.
전술 이해도가 높은 우수한 풀백은 단순히 전진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센터백 파트너의 플레이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난 펩이 대(對) 레알 마드리드 전술로 전방 압박을 택했을 때부터, 의도적으로 레알이 왼쪽으로 볼을 보내도록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셋.
우선.
[멘디-!!]“이잇…….”
파팡-
“에?이!!”
작년 6월 5,300만 유로(약 710억 원)의 이적료에 레알로 이적한 페를랑 멘디는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여 주고 있지 못하다.
올랭피크 리옹에서 뛰며 리그 앙 최고의 레프트백으로 불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쉬운 상황 판단과 부족한 전술 이해 능력으로 자주 좋지 못한 결정을 보여 줬다.
특히 지금처럼 위험 지역에서 압박을 받으면 얼어 버리는 모습을 보여 줬는데, 지금도 판단이 늦어 어물쩍거리다가 내게 볼 터치를 허락했다.
뒤늦게 걷어내려고 시도했지만, 내게 가로막히며 볼을 우리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사이드라인 밖으로 볼이 빠져나가기 전, 멘디의 무릎을 맞아 버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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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CBS 코멘테이터
“Great effort of Da-On. 맹렬히 달려가 다시 맨체스터 시티에 소유권을 가져다줍니다.”
(로버트 그린) – CBS 컬러-코멘테이터
“저는 왜 이 남자가 예전만큼 주목받고 있지 못하는지 궁금합니다. 공격수로서도, 다온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리그에서만 벌써 20개의 골을 집어넣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5골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의 기여가 굉장합니다.”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수비수로 뛰어 봤기에 전방 압박을 하는 상황이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조금 전에도 좋은 수비를 보여 줬죠. 다시 볼을 점유한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는 압박하지 않고 라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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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도 기본적으로 볼을 점유하는 팀으로 봐야 한다. 특히, 이곳 베르나베우에서의 점유율은 60%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리고 굳이 홈&원정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레알 마드리드가 점유율에서 상대보다 낮았던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개막전 셀타 비고 경기와 FC 바르셀로나와의 이번 시즌 첫 ‘엘 클라시코’다. 외의 모든 경기에서 레알은 상대보다 볼을 더 오래 점유했다.
그래서 경기 초반의 전방 압박이 전술적으로 유효했던 거다. 미드필드와 공격의 라인을 낮췄고, 볼 다툼이 벌어지는 영역을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전쟁터를 상대의 안방에서 펼쳤다는 거다.
레알 마드리드에 익숙한 상황이 아니기에, 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부담감을 얹어 줄 수 있다.
그것도 전반 초반부터.
[멘디!]팡-
흐름이 답답하게 변하자, 자연스럽게 라모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빌드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보니, 본인이 직접 나서서 뭔가를 해 보려는 것 같다.
여기에서도 펩의 용병술은 빛난다.
군도나 다비드가 아니라, 로드리와 올루프라는 활동량 좋고 피지컬이 뛰어난 떡대들을 배치함으로서 상대적으로 체격이 뒤떨어지는 레알의 중원을 강하게 억눌렀다.
그러자 앞뒤에서 고립된 카세미루는 전형적인 안 풀리는 경기의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 전반전 7분이 지나는 현재까지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상대의 공격은 단조로워진다.
팡-!!
라모스가 전방으로 직접 길게 패스를 보낸다.
카림 벤제마가 우리 수비의 뒷공간을 노려보지만, 오히려 민재에게 밀려나다가 유니폼을 붙잡는 파울을 범했다. 주심을 돌아본 그는 살짝 놀란 것 같다.
‘어서 와. 괴물은 처음이지?’
프리미어리그의 빠르고 강한 공격수를 상대로도 힘에서 밀리지 않았던 민재다.
어떻게 보면 그간 시티에는 없던 유형으로, 스톤스나 라포르트 모두 발밑 기술이 좋고 전진에 능한 센터백이었지 민재처럼 속도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발밑 기술이 부족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를 증명하는 예가 바로 지난 셰필드 원정이다.
민재는 그 경기에서 팀에서 가장 많은 볼 터치(79회)를 기록했고, 자주 하프라인 위쪽까지 올라서며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처음엔 펩의 신뢰를 온전히 받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민재가 시티의 붙박이 오른쪽 센터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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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 – SPORTV 캐스터
“카림 벤제마에게 밀리지 않는 김민재! 최근 김민재 선수의 활약상은 실로 엄청납니다!”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뭐, 아시아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적할 만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지를 의심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하지 않습니까? 카림 벤제마도 지금은 무척 놀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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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이렇게 되자, 레알 마드리드는 자연스럽게 측면 전환에 집중했다.
팡-!
힘겨운 상황에서도 전방 압박을 뚫어 낸 뒤, 센터서클 바로 앞에서 패스를 받은 모드리차가 부드럽게 몸을 돌려세우며 왼쪽 비니시우스 주니오르(Vinicius Junior)에게 패스를 보냈다.
브라질 U-15 팀 시절부터 주목을 받은 비니시우스는 17살에 4,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에 안착했다.
지난 시즌 31경기 4골 9어시스트로 가능성을 증명했고, 올 시즌도 비슷한 모습이지만 외적으로 이슈가 조금 있다.
훈련에 열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나왔었는데, 헤타파전이 끝난 후 별도의 컨디셔닝 훈련 지시를 거부하면서 내용이 크게 두드러졌다.
본인이 재능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어린 선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론.
‘그렇지.’
오늘 우리가 준비한 두 줄의 플랫(Flat)을 뚫을 수 없다.
지금은 카일이 먼저 전진을 잘 지연했고, 이후 리야드가 측면 수비에 합류하면서 비니시우스를 측면에 고립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드리블에 자신이 있던 비니시우스는 두 명의 수비를 상대로 뚫어내는 모습을 보여 줬지만, 그 뒤에서 로드리가 나타나자 볼을 더 가지고 있지 못했다.
다시, 볼은 우리에게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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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
“지단 감독이 조금 답답할 것 같습니다.”
(한희준)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상당히 준비를 잘해 왔습니다.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라는, 어떻게 보면 공격형 미드필드에 더 가까운 선수들을 최전방에 놓아두고 두 줄 수바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는 전술인데, 이런 깜짝 시도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잘 억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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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생각하는 변수는 벤제마의 개인 역량과 아직까지는 조용한 오른쪽의 이스코다.
저 두 사람에게서 뭔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압박하는 일이 가능할 것 같다. 지금은 단단하게 버티고 있지만, 언젠간 실수가 나올 거다.
그리고 이런 내 예상대로, 전반 13분이 지났을 때 레알 마드리드의 첫 번째 실수가 나왔다.
“!!”
[헤?이!!]볼을 줄 곳이 마땅치 않았던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몸을 돌리는 과정에서 발을 살짝 헛디뎠고, 볼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틈을 타 올루프가 압박해 볼을 빼앗았다.
때마침 케빈이 아래로 내려서는 중이었는데, 공은 바로 전방에 투입되었다.
멘디를 압박한 후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로 막 진입해 있었던 난, 바로 고개를 돌려 레알 마드리드의 포백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지를 파악했다.
‘오케이. 접수 완료.’
전방 압박을 뚫어 내고 막 미드필드 지역으로 볼을 연결했던 참이라, 라모스와 바란 모두 전진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들 둘과 티보 쿠르투아 사이에 20m 정도 되는 공간이 생겼는데, 난 그곳을 침투해야 할 공간으로 정의 내렸다. 이제 남은 건 눈을 마주치는 일이다.
지금은 아니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금.
“케빈!!”
케빈의 이름을 외치면서 뒷공간을 파고든 순간, 오른쪽 어깨를 잡아채는 힘이 느껴졌다.
이것을 이겨만 낸다면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뿌리치려고 시도했지만, 곧이어 아예 목이 감겼고 난 그대로 엉덩이부터 넘어졌다.
쿵!
그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
“이봐—!!!!!”
“레프리!!!!!”
오늘 경기에서 휘슬을 쥔 다니엘레 오르사토(Daniele Orsato)는 거의 매년 올해의 세리에 A 심판상을 수상하지만, 팬들에게선 리그 최악의 심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2년 전엔 극성스럽기로 소문난 유벤투스와 나폴리의 팬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아, 경찰 보호를 받기도 했다.
유럽 리그에서 활약 중인 주심을 통틀어서도 관대하기론 손에 꼽히기 때문인데, 그래도 거기엔 일관성이 있고 카드를 주는 상황에서는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역시, 다니엘레 오르사토는 이런 본인만의 철학을 마음껏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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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당연히 경고입니다. 지금은 사실 퇴장을 당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만한 수준이었거든요? 《느린 화면을 확인하며》 아- 저건 아니죠. 김다온 선수가 한발 앞서 나가자 어깨를 붙잡았고, 바로 목을 휘어 감았는데. 글쎄요. 경고가 적당할 수도 있다고는 봅니다만, 얼마든지 레드 카드가 나왔어도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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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프리킥을 얻은 지점은 골대로부터 약 25~27M 정도 되는 위치다.
얼마든지 직접 슈팅이 가능했는데, 난 최근 다시 케빈에게 프리킥을 양보하려던 태도를 잠깐 접어 두고 스스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좋아, 네게 맡길게.”
“고마워.”
“하나 보여 줘.”
“응.”
케빈은 지금 나를 존중해 주고 있는 거다. 누구나 욕심을 낼 법한 거리인데도, 아무 망설임 없이 비켜 줬다.
작은 책임감 하나가 어깨에 얹어진다.
“난 이런 게 좋아.”
시즌 초반 프리킥을 통해 득점에 성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 조준은 예전만 못했고 그래서 특별히 감이 좋은 때가 아니면 세트피스는 늘 케빈에게 맡겨 왔다.
즉, 11월 이후 단 한 번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킥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의심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공격 포인트를 더해 가자 자연스럽게 그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케빈 역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득점 빈도는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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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오-! 다온입니다. 더브라위너가 프리킥 지점에서 완전히 멀어지며, 다온이 키커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군요.”
(클라이브 앨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이번 시즌 다온은 거의 프리킥을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2년 전까지 세계 최고의 프리키커였던 남자가 어째서 세트피스에 참여하지 않는지를 모두가 궁금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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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클럽에서 지내다 보면,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같은 선수가 아니다.
그들은 보통, 백룸에서 일한다.
나만 해도 베르나르두를 빼면, 개인적으로 만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전부 백룸의 스태프들이다. 같은 선수들은 어디까지나, 직장 동료에 더 가깝다.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 말이다.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건, 훈련 후 따로 남아 프리킥을 찰 때 지켜본 사람들이 전부 백룸의 이들이기 때문이다.
[“휘이- 여전하잖아?”] [“……아뇨. 그렇지 않아요.”] [“진짜? 난 충분해 보이는데.”] [“하하. 보실래요?”] [“응?”]며칠 전, 난 장비 담당인 리처드 분에게 속도측정기를 쥐여 줬다.
클럽의 물건이 아니라, 내 개인 장비다.
어리둥절한 리처드에게 윙크를 찡긋 보낸 후, 난 볼을 놓아둔 위치로 걸어가 연속으로 다섯 개의 프리킥을 찼다. 그리고 그중 어느 것도, 110km/h를 넘지 못했다.
세 자리 숫자는 찍었지만, 전이라면 120km/h는 우습게 넘겼을 킥들이 기대치의 한참을 밑돈 것이다.
물론 100km/m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속도에서는 중상위권에 속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역대 프리킥 최고 속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에 언제나 자부심을 느껴왔다.
[“보셨죠? 전 여전하지 않아요.”] [“너 설마…….”]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고요. 물론, 이걸 아는 사람이 몇 명 더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귀찮아지는 것은 딱 질색이에요. 부탁을 들어줄 거죠?”]약간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리처드를 보며, 내가 할 수 있었던 거라곤 쓴 미소를 짓는 것뿐이었다.
“후우~~~”
벌써 20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지난날의 상처는 내 발목을 붙들고 있다. 실제 다친 부위도 발목이니, 표현 그대로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감정을 마주할 때면 항상, 나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느낀다.
내가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기도 한데, 그럴 때면 언제나 주문처럼 되어 버린 세 단어를 되새김질한다.
“나는 나를 이길 거야.”
축구공을 가랑이 사이에다 놓아두고 골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던 나는 거리를 재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삑-!!
프리킥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잔디 위쪽에 놓인 축구공을 뚫어지라 바라보던 나는 마지막으로 숨을 들어마신 후 왼발을 앞으로 힘껏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