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76)
1044화 Destiny (2)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CBS 코멘테이터
“It`s 29 Yard-Long. 다온이 프리킥을 준비합니다. 그리고오-! OH- YES!! OH? YES!!! 이겁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던 다온의 프리킥입니다!! 슈팅이란 이것입니다, 여러분! 슈팅이란-! 이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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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5분
레알 마드리드 0 : 1 맨체스터 시티
세상의 모든 빛나는 주연에겐, 그에 못지않은 조역들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삶이 영화와 다른 점은 누구도 들러리이길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피치에 드러누워 머리를 감싼 티보 쿠르투아가 이번엔 멋진 조역이었다.
김다온의 발등에 맞은 프리킥은 쿠르투아에게 무게 중심을 오른쪽으로 두도록 했지만, 곧장 반대 방향으로 꺾여 떨어졌다.
몸을 날리기 직전이었던 쿠르투아는 다시 반대로 다이빙을 할 수 없었고, 마법과도 같은 궤적을 보인 슈팅을 맥없이 바라보다 그대로 쓰러졌다.
회전이 전혀 걸리지 않았던 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저항에 맞춰 춤을 췄는데, 인간이 그걸 쫓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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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정) – SPORTV 캐스터
“먼 거리에서의 프리킥 득점!! 우리가 알던 김다온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선제 펀치를 먼저 날립니다!!”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정말 완벽한 무회전 슈팅이었습니다! 쿠르투아 골키퍼가 처음 판단했을 때와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꺾였거든요? 이건 야신이 와도 못 막을 슈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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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떨군 지네딘 지단이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다. 요행에 기댈 생각은 없었지만, UEFA의 징계가 어떠한 식으로든 나쁜 영향을 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전술 준비에서부터 실제 경기력에 이르기까지, 맨체스터 시티가 레알 마드리드보다 훨씬 준비가 잘 되어 있는 팀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중요한 건, 현재 레알 마드리드가 내세운 Best 11과 전술이 최선에 가깝다는 점이다.
에당 아자르가 부상으로 빠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이적료(1억 유로 + 6,000만 유로 옵션)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 준 기간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첼시 FC에 있을 때부터 지적받아 온 방만한 자기 관리가 하필이면 이적 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팀 내 최고 이적료 + 최고 연봉 선수가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현재, 지네딘 지단이 이보다 더 나은 라인업을 꾸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변화를 주고 싶어.”
“어떻게?”
“그게 문제로군.”
“…….”
함께 근심에 젖어 있던 베토니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두들긴 후, 자리에서 일어선 지단이 앞쪽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선다.
‘완전히 당했군.’
축구 감독에게 있어 가장 최악의 순간은 선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나 실수가 아니라, 전술적으로 처음부터 말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나의 경기를 실타래를 푸는 일로 비유하자면, 처음 붙잡은 실 끝이 오히려 타래를 더 꼬이게 만든 셈이다.
그래도 다른 실 끝이 보인다면 그나마 희망적이지만, 현재 지단은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4-4-2를 교묘하게 비튼 펩 과르디올라의 4-4-2는 오로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편적인 전술적 가치는 접어 두고, 자신의 전술적 특징과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만을 겨냥했다.
본인의 판단과 분석력, 팀 전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지간한 자신감이 있지 않고야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특정 팀을 겨냥한 전술을 짜긴 쉽지 않다.
자칫하다간 선수들이 전술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기존의 전술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있었던 건가?’
경기가 재개되고 후방으로 볼을 돌린 레알 마드리드가 빌드업을 시도해 보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강한 전방 압박에 다시 허무히 볼을 넘겨주고 만다.
김다온의 빠른 압박에 밀린 라파엘 바란의 킥은 목적지 없이 날아가다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났다.
상황이 이쯤 되자.
{“대체 뭐 하는 거야!!!”}
{“병신들아! 이건 챔피언스리그야!!”}
{“좀 더 제대로 된 축구를 하라고!”}
제대로 된 축구.
2000년대를 전후한 가장 위대한 미드필드인 지네딘 지단. 평생을 축구와 함께해 온 그였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배울 수만 있다면 억만금이라도 내겠어.’
레알 마드리드엔, 조금 힘든 밤이 되어 가는 중이다.
***
상대가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 전반 20분쯤 지네딘 지단이 한동안 길게 목소리를 높이고 난 다음부터였다.
빌드업 상황에서 이스코를 아예 10번(AM) 위치로 이동시켜 중원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바꿨고, 비니시우스를 좀 더 고립시키고자 벤제마를 약간 오른쪽에 머물게 했다.
노골적으로 오른쪽에 힘을 모아 둔 후, Overload to Isolate를 통해 경기를 풀어 나가겠다는 심산이었다.
전환이라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더욱 극대화하겠다는 심산이었는데, 중요한 건 이 덕목은 속도라는 보조장치 없이는 아무런 위협도 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루카를 봐줘!”
펩이 오늘 전방에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나와 케빈을 투톱으로 놓아둔 건, 평소에도 많이 뛰는 우리에게 좀 더 강한 전방 압박을 주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전방 압박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부분은 두 명의 센터백이 거리를 최대한 벌리도록 만들어, 유기적인 빌드업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방 압박에서 수적 위를 점하고자 경기 초반부터 쿠르투아를 적극적으로 빌드업에 개입시켜야 했고, 케빈과 나는 그가 볼을 잡았을 땐 굳이 압박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센터백 주변에 머무르며, 카세미루의 위치 정도만 파악한 채 포지셔닝에 집중했을 뿐이다.
쿠르투아가 패스한다면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아니면 모드리치나 발베르데가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 줘야 했는데 이렇게 되면 레알의 선택지가 제한된다.
짧은 순간이나마 2vs3의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측면이 유일한 옵션이 되는데, 수비에 의도대로 이끌린 측면으로의 패스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중원에서의 숫자를 늘리고 공격의 다양성을 더하고자 이스코를 중앙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말한 것처럼, 아무리 중앙에 숫자를 더해도 후방에서 미드필드로 이어지는 패스의 속도를 더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지금만 해도, 마드리드는 모드리치를 아래로 내려 전방 압박이 이뤄지는 위치에서 숫자를 늘렸다.
이렇게 되면 카르바할이 위로 전진할 수 있게 되고, 이스코까지 다시 측면으로 움직여 주게 되면 레알 마드리드는 오른쪽 사이드라인 앞쪽 영역에서 숫자를 한 명 더 둘 수 있다.
그러나.
팡-!
‘이미 알고 있거든.’
이것조차 우리가 예상하고 또 의도한 것이라면, 과연 지단은 어떠한 기분을 느끼게 될까?
이스코가 포지셔닝으로 주앙의 위치를 강제한 순간, 카르바할이 앞쪽으로 튀어 나가면서 얼핏 오버랩을 시도하는 모양이 갖춰졌다.
모드리치의 패스는 정확히 카르바할이 뛰어드는 지점으로 향했고, 우리의 전방 압박을 뚫어 낸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사이드백이 오버랩한 선수에게 들러붙으면서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 잡은 선수(이스코)에게 기회가 나기 마련인데, 여기에서 우린 다시 전형 변화를 가져간다.
주앙이 카르바할에게 붙는 사이 리크가 이스코에게 붙었고, 민재가 벤제마를 맡으면서 생긴 공간으로 올루프라 내려섰다.
포지셔닝을 통해 전형은 파이브백으로 바뀌었고, 로드리가 홀로 6번(DM)을 담당하는 동안 아래로 내려온 케빈과 내가 마치 중앙 미드필드처럼 자리를 잡아버렸다.
이렇게 되면 역습은 전혀 생각할 수조차 없긴 하나, 애초부터 우리는 역습을 버린 상태다.
더구나 지금은 원정에서 1:0으로 앞서는 상황. 급한 건 레알 마드리드지 우리가 아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파이널 써드의 측면으로 볼을 보내고도 아무것도 못 하고 다시 수비 진영으로 후퇴했다.
.
(한희준)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은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 얼핏 디에고 시메오네의 4-4-2처럼 보이지만, 실제 메커니즘은 완전히 다릅니다.”
(황은석)
“수비 진영으로 다시 볼을 돌린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
“라인을 지켜!”
우리의 전술적 의도는 매우 명확하다.
전방 압박은 최초 빌드업 때뿐이다.
일단 상대가 파이널 써드로 볼을 한 차례라도 보내고 우리의 전형이 파이브백으로 바뀌게 되면, 케빈과 나는 레알이 후방으로 볼을 돌려도 무리해서 전방 압박을 하지 않았다.
체력을 보존하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였고, 레알 마드리드의 센터백이 라인을 높이도록 하여 그들이 계속 뒷공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도록 하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역습을 버렸다곤 하나, 하프라인 부근에서 실수가 나오게 되면 상대를 몰아붙이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뒤에 있어!!”
“에이에이에이!!”
“내가 맡아.”
어떻게든 수비를 뚫어 내려는 마드리드와 자그마한 틈도 넘겨주지 않는 우리. 약간의 포지셔닝 변화로 미드필드로의 볼 연결은 되고 있으나, 중요한 공격 작업은 되지 않는다.
왼쪽에서 뭔가를 만들어 보려던 레알 마드리드지만, 멘디의 크로스는 아무 위협도 주지 못했다.
높이 뛰어오른 에데르송이 볼을 캐치해 내고, 시간을 조금 끌며 우리의 전형이 갖춰지는 것을 기다렸다.
이번엔 반대의 상황.
하지만 레알의 전방 압박은 없다.
“…….”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2017/18 시즌 우리가 Overload to Isolate로 대표되는 ‘전환’이란 키워드를 심어 두었다면, 리버풀로 대표되는 ‘전방 압박’이 이의 안티테제(Antithese)로 나왔다고 말이다.
공에서 수 혹은 수에서 공.
좌에서 우 혹은 우에서 좌.
피치 위에서 할 수 있는 이 모든 전환엔 ‘속도’가 꼭 필요한데, 클롭은 전방 압박으로 이를 억제했다.
때마침, 그의 철학도 게겐프레싱이다.
분데스리가에 있을 때부터 전방 압박을 주요한 전술로 삼아 온 그에게 있어, 전환하는 속도를 억누르는 일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전환이 아니었어.’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환’이나 ‘전방 압박’이 아닌 ‘속도’였던 거다.
얼마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냐.
얼마나 빨리 볼을 반대로 보내냐.
또 얼마나 빨리.
‘판단을 내리는가.’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이지만, 난 어떠한 문제의 정답에 다다른 듯한 기분이 들어 전율이 일었다.
부상으로 피치를 떠나 있지 않았다면 진즉에 알았어도 알았을 것이지만, 1년의 공백을 따라붙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나는 시즌 절반이 넘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축구는 현재,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얼마나 더 빠르게 할 수 있어?”]라고.
그리고 그에 대한 내 대답은.
‘난 언제나 빨랐어.’
였다.
물론.
‘침대에선 빼고. 너무 빠른 건 딱 질색이야.’
경기장에서 이런 엉큼한 말도 할 줄 알고 다 컸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며, 나는 축구가 내고 있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준비를 시작했다.
워낙 변덕쟁이라 곧 다른 질문을 해 올 게 뻔하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녀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다.
“올루프! 여기!!”
편안하게 아래로 내려서서 패스를 받아 든 후, 난 지체하지 않고 반대편 베르나르두에게 길게 패스를 보냈다.
빠른 측면 전환에, 레알의 진영이 흐트러진다.
‘이거지.’
복귀 이후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뭐랄까.
즐겁다고 할까?
‘지금부터 즐겨 보자고.’
난 지금, 경기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다.
***
.하프 타임
@ 레알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
전반전 내내, 레알 마드리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그저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점유율 자체는 크게 뒤처지지 않았으나 공격에서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팀 사기(士氣)는 크게 떨어졌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도 많이 사라졌다.
감독이 구세주가 되어야 하는 순간.
영웅적인 반전이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팀을 상대론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단은 나아갈 줄 아는 남자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기 때문이다.
“전반전은 상대가 더 잘했다.”
“…….”
“솔직히 인정하겠다. 우린 조금 부족했어. 이유가 뭐냐고? 간단해. 저들이 더 공격적이었거든.”
사색의 길을 걸어오는 내내, 지단은 고민했다.
자신도 대세를 따라야 할까?
지단 역시 근래의 흐름을 알고 있었다.
김다온이 있었던 2017/18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는 약점이 보이지 않는 팀이었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클럽 축구 역사를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팀인 것은 분명했다.
많은 팀이 이런 시티를 파훼코자 노력했지만 끝내 무릎을 꿇었고, 결국 그들에게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의 19개 팀을 포함, 총 28개의 팀이 도전장을 내민 결과다.
하지만 김다온 없는 1년 동안, 시티는 약해졌다.
다른 팀들이 그만큼 더 강해졌다고 표현하는 게 올바를 수도 있지만, 시티가 김다온의 공백으로 허우적거리는 데 정신이 팔려 약점을 노출했다고 보는 게 좀 더 그럴듯했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빅이어는 안필드에 안착했고, 시티를 향했던 모든 경이로움은 눈 녹듯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세간의 시선을 딛고 김다온이 극적인 복귀를 한 뒤에도, 맨체스터 시티를 대하는 타(他) 클럽의 태도는 2년 전과는 판이했다.
김다온을 제외한 이들은 2년 전의 영광에 잡아먹힌 것처럼 느껴졌고, 오히려 큰 부상으로 1년을 쉰 이가 나머지를 이끌어야 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현재 김다온은 부주장직까지 맡고 있으며, 그가 시티 리더십의 중심이란 소식은 먼 스페인 중심부까지 퍼져 있었다.
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하지만.
‘그걸 극복하는 게 스타인 법이지.’
국가대표로서 두 개의 메이저 대회 트로피(월드컵/유로)를 손에 쥐어 본 지네딘 지단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 극복한 선수만이 훗날 최고란 소리를 듣는다는 걸 알았다.
평판은 결과로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김다온/메시와 경쟁한 우수했던 조연 혹은 악역으로 남겠지만, 시간이 지났을 때 오히려 그 평가가 덜해질 것이다.
특정 기간 세계 정점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에는 단 하나의 빅이어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그도 결국 알렉스 퍼거슨이란 명장의 그늘에서 성장한 선수일 뿐이다.”]라는 리오 퍼디난드의 일침이 공감을 얻는 것도, 호날두가 남긴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오히려 본인 커리어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메시/김다온의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는 등. 축구선수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물론 이 역시 후대엔 중요하지 않게 되겠지만, 호날두의 평가가 이인자에 그칠 거란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레알 마드리드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김다온이 빅리그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부터, 레알 마드리드는 단 한 번도 유럽의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다.
무려 두 번이나 챔피언스리그의 높은 단계에서 김다온이 뛰고 있는 팀에 패배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축구선수는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
지단은 이제, 평범한 방법으론 김다온을 넘을 수 없다고 여긴다.
‘우린 더 과감해져야 해.’
그래서 그는 큰 변화를 주기로 한다.
“후반전, 우린 4-1-4-1로 간다. 비니와 이스코가 조금 내려오고, 카를루스(카세미루)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에 선다. 상대가 후방에서 빌드업할 땐, 카림과 비니가 전방에서 좀 더 압박해야 한다.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야. 전반전에는 상대가 너무 쉽게 후방에서 볼을 다뤘다. 우린 후반전에 그것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해. Vamos. 여긴 우리의 홈이다. 후반전에는 팬들이 실망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
라인을 낮추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에 익숙한 지네딘 지단도, 후반전은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가할 준비를 한다.
목적은 시티가 그들이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며, 바로 거기에서부터 자신의 팀이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하나의 트렌드를 만든 펩 과르디올라.
그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지네딘 지단.
이러한 두 사람은 지금, 위르겐 클롭이 빅이어를 가져온 강한 전방 압박으로 본인의 철학을 바꾸고 있다. 한 사람이 조금 빠르고 한 사람이 조금 늦었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결국 유럽 축구 리그에서는 빅이어를 품으로 가져온 클럽이 언제나 옳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현재 축구가 추구하는 키워드는 김다온이 가장 자신 있어 하던. 그렇지만 지금은 잠시 잃어버린 속도로 수렴하고 있다.
마치 김다온에게, 속도를 얼른 되찾아 오라고 강요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쩌면 뛰어난 선수가 불쑥 나타나는 게 아니라, 축구가 직접 선수를 고르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