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8)
107화
후반 9분, 마침내 때가 왔다.
패스를 받은 도스 산토스가, 내 앞에서 요리조리 재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Vamos, Chico!! Vamos!!”
SL 벤피카에서 사람들이 나를 Garoto라 부르는 동안, 니코라든가 아이마르처럼 스페인어에 더 익숙한 이들은 날 같은 꼬마라는 뜻의 Chico라고 불렀다.
거기에선 내가 나이도 가장 어렸고 또 가장 늦게 합류해서 그렇게 부른 것이지만, 지금 내가 도스 산토스에게 이렇게 외친 것은 명백한 도발의 의미다.
처음 오른쪽 윙 포지션에 자리한 도스 산토스가 중앙이나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던 건, 그가 더 잘 쓰는 왼발이 내 앞에서는 장점으로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인버티드 윙어와 인버티드 풀백.
두 선수의 기량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땐, 수비수 쪽에 손을 들어주기가 훨씬 더 쉬운 상황이다.
드리블의 속도를 살짝 죽인 도스 산토스는 내가 먼저 반응을 해 다리를 내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난 엉덩이를 바짝 낮춘 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잰걸음 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불리한 쪽이 공격수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금 녀석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얼굴을 쳐다볼 여유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다.
자신감이야 늘 넘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그리고 이때, 도스 산토스의 뒤를 스쳐 지나는 초록빛의 유니폼이 눈에 들어온다.
‘오버랩?’
지금으로부터 2분 전, 멕시코는 빠른 타이밍에 교체 카드 한 장을 활용했다.
오른쪽 풀백을 나섰으나 사실상의 센터백이던 네스토르 비드리오를 불러들이고, 하비에르 코르테스(Javier Cortes)를 투입하며 쓰리백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기존 히람 미에르와 디에고 레예스의 곁에 카를로스 살시도가 자리했고, 왼쪽에서부터 차베스-에레라-파비안-코르테스 순으로 중원이 갖춰졌다.
4-2-3-1에서 3-4-3으로 변경.
지금 도스 산토스의 뒤를 파고든 것도, 오른쪽 미드필드에 자리 잡은 등 번호 7번의 코르테스다.
순간 숫자가 부족해지면서 판단이 필요해진 상황.
난 깊이 고민하지 않고 전진을 택한다.
이런 순간 망설이는 건, 풀백으로서 최악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물론, 이런 행동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난 도스 산토스가 패스를 보내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전반전 내내 철저히 봉쇄를 당한 데다가 많은 주목을 받는 상황이라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어떻게든 나를 뚫어보려고 할 것으로 생각했다.
북중미 선수들의 성향이 정확히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남미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그럴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 판단은 옳았다.
‘됐다!’
예측하여 뻗은 오른발 앞에, 축구공이 걸려든 것이다.
도스 산토스는 왼발을 한번 축구공을 위에서 움직인 뒤, 곧바로 바깥 부분으로 축구공을 쳐 놓으려고 한 것 같았다.
괜찮은 시도였지만, 이번엔 내가 이겼다.
아니, 이번에도 인가?
‘아무튼.’
난 곧장 넓은 공간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 오른발로 축구공을 앞에다가 밀어 놓았고, 유니폼이 잡아끌린다는 것을 느낀 순간 달려나가는 것을 멈추고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물론.
“아악-!!”
비명이 빠지면 섭섭하겠지.
.
(서승철)
“반칙. 반칙입니다!”
(이수용)
“아~ 지금은…….”
.
드러누운 뒤에 몸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난 슬쩍 유니폼의 상의를 바지 바깥으로 빼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곤 자리에 앉은 채 오른손으로 그것을 잡아 주심에게 보여주면서, 왼손으로는 도스 산토스를 가리켰다.
곧바로 내 왼손가락은 두 개가 되었고, 이것은 도스 산토스의 이런 반칙이 처음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가까이 달려오고 있던 주심의 손이 뒷주머니를 향해간 순간.
{“우오오오-!!”}
관중석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찾은 한 사내는 그라운드 한쪽에서 들려진 노란색 카드를 보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이내,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쿡쿡쿡쿡쿡쿡.”
이후 고개를 들어올린 그는 아예, 폭소를 터뜨린다.
이 사내의 이름은 루디 소넨펠트(Rudi Sonnenfeld).
그는 이번 런던 올림픽을 지켜보기 위해 영국으로 날아온, 수많은 스카우트 중 한 사람이다.
‘완전히 당해버렸군, 그래.’
유럽의 많은 축구 관계자들에게 월드클래스 수준의 감독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묻는다면, 꽤 많은 숫자가 이러한 대답을 한다.
‘월드클래스 감독은 피치에서 선수들이 개자식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저 그런 감독은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따르는 순한 양이기를 바란다.’
유럽 축구에서 선수와 감독의 경계는 명확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관계는 수평적이다.
상호 존중과 서로의 직책과 임무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하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정립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진 관계에서는, 선수들이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하여 즉흥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쉬웠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축구 경기를 ‘감독과 팀이 준비한 것’이 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 나가도록 바꾸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내 것이기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집착은 욕망을 부르고, 이런 승리에 대한 갈구는 선수들에게 ‘교묘하고 이기적인 개자식’이 되도록 자연스레 유도한다.
다만 여기에서 더 중요한 건, 선수 본인 역시 그런 개자식이 될 준비가 되어있느냐의 여부다.
일반적인 세계 스카우트의 눈으로 보기에, 동북아시아에서 온 선수들은 이런 점이 조금 부족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12번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 이런. 정말 재미있어.”
노련한 스카우트의 눈으로 보기에, 지금 김다온이 도스 산토스의 파울을 유도한 건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처음부터 저런 상황을 예측했던 것인지, 아니면 유니폼이 끌리자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린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떠한 쪽이든 매력적인 것만은 분명했다.
저 풀백은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땅바닥이 내팽개치는 유형이었고, 그것은 전반 종료 직전 하의의 가랑이가 찢어졌음에도 보여준 투혼으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머리를 긁적이던 소넨펠트는 다시 생각한다.
‘본래, 저 녀석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2010년 10월 30일 함부르크 SV에서 데뷔한 어떤 한국국적의 공격수가 환상적인 데뷔골을 기록한 순간부터, 루디 소넨펠트는 그가 가는 곳 어디든 따라다녔다.
이것은 팀의 감독이 직접 요청한 사항이기도 했으며, 그의 선수 보는 눈을 잘 알았던 스카우트 팀은 주저하지 않고 그런 부탁에 응했다.
그리고 그는 오늘 두 골을 터뜨리며, 팀과 본인뿐만이 아니라 오래도록 스카우트를 해온 자신 역시 흡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소넨펠트의 눈에 들어오고 있는 건, 선제골을 직접 어시스트하고 또 지금까지 멕시코의 오른쪽 공격력을 억제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도스 산토스를 퇴장시키기까지 한 대한민국의 오른쪽 풀백이다.
그는 단순한 승리 이상을 바라는 감독과 팀이 꼭 필요로 하는, 틀림없는 ‘개자식’이었다.
그것도, 빌어먹을 수준의.
***
삑-!! 삐익-!! 삐이이이익-!!!
{“이야아아아-!!”}
.
(서승철)
“경기 끝납니다!! 대한민국!! 2012런던 올림픽 본선 첫 번째 조별예선 경기에서, 멕시코를 2 : 0으로 완파하며 승점 3점을 가져갑니다!!”
.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저 앞에서 현준이 형이 무릎을 꿇으며 기도에 들어갔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현준이 형은 승리로 경기를 끝낼 때마다, 늘 저렇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곤 한다.
그리고 난 시선을 돌리면서, 관중석에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시작될 때부터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준 한국팬분들에게도, 정말 수고하셨다고 말해드리고 싶었다.
“야!!”
“윽-!”
등 뒤에서 덮쳐와 날 끌어안은 건 종우 형이다.
“멕시코 별거 아이네!”
“그러게요. 좀 쉽긴 했어요.”
“아- 후반전에 한 골만 더 넣었으면 딱 좋았는데.”
“이따가 공격수들 혼 좀 내줘야죠, 뭐.”
“니가?”
“아뇨. 형이요.”
“뭐? 내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종우 형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멀리 밀쳐냈다.
바라던 바였던 지라, 난 그대로 밀려 나갔다.
‘인터뷰는 흥민이 형인가 보네.’
한쪽에서 인터뷰를 준비 중인 여성 리포터가 보이고, 난 복도로 들어서기 전 다시 한번 관중석을 올려다보며 머리 위로 손을 올려 하트 표시를 만들었다.
그러자 생각보다 더 큰 반응이 터져 나왔는데, 비명처럼 느껴진 여자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자철이 형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 말했다.
“야, 저기에 진아 있다?”
“에?”
“저기, 바로 저기 있잖아.”
“…….”
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몇 명이 경기장을 찾아주었다.
그리고 아까 버스에서 내릴 때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또 난 심지어 선물도 받았다.
이진아 선수가 직접 만들었다는 휴대폰 액세서리였는데, 난 일단 고맙다며 그것을 냉큼 받아들었었다.
“석호 형! 석호 형 어딨어요!?”
문득, 불길한 예감이 스쳐와 석호 형을 찾아본다.
그러자 자철이 형이 다른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곤.
“야. 적당히 해라, 적당히.”
“…….”
시간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지만, 아까 버스 앞에서도 나만 이진아 선수에게 선물을 받고 또 함께 사진도 찍었었다.
그런 내 주위에는 항상 석호 형이 맴돌고 있었는데, 그것이 몹시 눈치 보였던 난 서둘러 자리를 떠나고자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는 다, 말짱 헛수고가 돼버렸다.
“형. 오해인 거 알죠?”
“이 씨. 말 걸지 마, 너.”
“형! 오해라니까요! 혀엉!”
단단히 삐져버린 석호 형이 쒱하니 사라지고, 복도 앞에 남겨진 나는 약간의 경멸이 담긴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형들은, 하나 같이 나를 탓하는 중이다.
“너 이따가 사과해라. 알지?”
“넌, 인마 하여간.”
“쯧쯧쯧쯧.”
계속해서 비난(?)이 이어지고, 몹시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나는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커다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런 작고 귀여운 여자는 취향이 아니다.
그러니까, 제발.
“나 따돌리지 말라고, 이 씨!!!”
더는 오해가 생길만한 일은 없었으면 한다.
.
.
·경기결과
대한민국 2 : 0 멕시코
[골] 손흥민 : 전반 31분(김다온), 전반 37분***
※ 2012 런던 올림픽 B조 진행 상황
대한민국 2 : 0 멕시코
가봉 1 : 1 스위스
1. 대한민국 : 승점 3점, 1승 0무 0패, 2득점 0실점
2. 가봉 : 승점 1점, 0승 1무 0패, 1득점 1실점
3. 스위스 : 승점 1점, 0승 1무 0패, 1득점 1실점
4. 멕시코 : 승점 0점, 0승 0무 1패, 0득점 2실점
***
리스본, 포르투갈. 24 7월의 거리(24 de Julho Avenue. Lisboa, Portugal).
낭만적인 이름의 7월의 거리는 그것에 걸맞은 근사한 풍경 역시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아래쪽에 지어진 한 고급 아파트에서는 타구스 강의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처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 사내는, 듣고 싶지 않았던 벨 소리에 이맛살을 찌푸린다.
‘이런, 제기랄.’
그는 지금 막 끝내주는 석양을 내려보낸 뒤에, 한쪽에 떠오른 달빛과 함께 술 한 병을 비워내던 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전화기를 꺼버리고 싶었으나, 그는 이 벨소리가 의미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긴 의자 옆에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는, 같은 기종과 같은 색상의 휴대폰이 세 대나 놓여 있다.
술잔을 내려놓은 사내는 이 세 대의 휴대폰 중 불빛을 깜빡이고 있었던 것을 집어 들었다.
“크흠.”
물론 그는 전화를 받기 전, 목을 가다듬는 걸 잊지 않았다.
이건, 사업상의 통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Hello?”
그래서 그가 택한 언어도 가장 보편적인 영어였다.
하지만, 정작 들려온 것은 스페인어다.
“지금 이 시각에 방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얼마든지요.”
속으론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사내가 선글라스를 벗자, 거기에 가려진 얼굴이 은은한 조명 아래로 드러났다.
그는, SL 벤피카의 단장인 에두 크루즈였다.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뿐만이 아니라, 총 다섯 개의 언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었던 그는 스페인어로 곧장 대화를 이어나간다.
“무슨 일입니까? 단순히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 전화를 한 건 아닐 테고 말이죠.”
“바로 그겁니다. 일 이야기죠.”
“누구 말입니까?”
주요 관계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휴가를 보내게 되었긴 하지만, 여전히 유럽 축구 시장은 이적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대강의 선수단 구성을 마친 SL 벤피카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한 악셀 비첼과 하비 가르시아는 여전히 방출리스트에 올라 있기에 빠른 판매가 필요했다.
괜히 남겨뒀다간, 팀 분위기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두 크루즈는, 지금 전화를 건 상대라면 필시 그 두 명의 선수 중 하나를 바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킴.”
“엥?”
들려온 목소리에는 전혀 엉뚱한 이름이 실려 있었다.
“디에고가 그의 판매 금액을 궁금해하고 있어요. 그리고 난, 거기에 대답하지 않으면 오늘 밤 잠은 다 잤죠.”
“…….”
“에두?”
“아뇨. 그는 절대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이제 겨우 팀에 합류한 지 반년밖에 안 된 선수를 팔라는 게, 진심입니까?”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의 이름은 페드로 파블로(Pedro Pablo).
2008년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헤드 풋볼 오퍼레이터로 근무해 온 경험 많은 남자였다.
“팔라는 게 아닙니다, 에두. 말했지 않습니까. 디에고가 그의 판매 금액을 궁금해하고 있다고요. 이런 빌어먹을. 솔직하게 말하죠. 우린 절대 이적 시장에서 큰돈을 쓸 처지가 못 됩니다. 당신네들이 에두아르도를 사가기로 했다가 갑자기 포기해서 말이죠. 알바로를 판매하며 번 돈으론,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하거든요.”
“…….”
“그러니, 말해 봐요. 난 그냥 금액만 듣고, 그 금액을 디에고에게 전달한 뒤에 편히 잠들고 싶습니다.”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는 필리페 루이스(Filipe Luis)와 후암프란(Juanfran)이라는 두 명의 걸출한 풀백이 있다.
물론 수준급의 백업 풀백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인 조건으로 따졌을 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김다온을 영입할 수 없다.
이런 계산이 내려지자, 에두 크루즈는 경계심을 풀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대략적인 금액을 말했다.
“4천만 유로.”
“허-! 그거, 참 잘 됐군요. 그 말을 듣고 나면, 디에고가 곧바로 포기할 테니까 말이죠.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그럼.”
딸깍-
“…….”
쉽게 전화가 끊기자, 에두 크루즈는 다시 선글라스를 뒤집어쓰고 술잔을 손에 쥐었다.
그리곤 휴대폰을 놓아둔 뒤, 다시 느긋한 자세가 되어 리스본의 밤하늘을 즐겼다.
‘흐음- 너무 싸게 불렀나?’
작년 6월 5일, SL 벤피카는 파비우 코엔트랑을 레알 마드리드에 3천만 유로로 팔아넘겼다.
분명 코엔트랑은 당시 훌륭한 활약을 펼쳤고 또 22살의 어린 나이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요소도 갖췄지만, 당시 논란이 일만큼 과도한 금액이긴 했다.
사람들은 그런 이적료를 지불한 레알 마드리드가 또다시 레알 마드리드다운 행동을 했다면서 이적 시장을 망친 그들을 비난했지만, 셀링 클럽의 입장에선 무조건 좋은 일이었다.
현재 에두 크루즈가 자신 있게 4천만 유로라는 금액을 부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18살의 풀백. 좌우 모두 수준급으로 소화 가능. 잠재력. 무궁무진.’
잠깐 김다온을 네 개의 짧은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한 에두 크루즈는, 아까 있었던 올림픽 경기를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녀석.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였어.’
SL 벤피카는 이미 큰돈을 손에 쥐었다.
이제 남은 건, 그것을 어떻게 불리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에두 크루즈는 이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재능 넘치는 어린 선수를 보호하고 또 관리해가는 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클럽이 바로 SL 벤피카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이 녀석의 세대에서 저주를 깨트리는 거겠군, 그래.’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벨라 구트만의 저주.
풀백에 혁신을 일으킨 벨라 구트만이 남긴 저주를, 또 다른 환상적인 풀백이 깨트리는 것만큼 드라마틱한 장면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면을 그려 보이며, 에두 크루즈는 술을 입에 한 모금 머금었다.
은은한 달빛이, 참으로 기분 좋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