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80)
1048화 Destiny (6)
우리의 두 번째 득점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케빈이 찬 코너킥의 낙하지점으로 정확히 움직여 들어간 로드리가 프레데릭 길베어의 수비를 떨쳐 내고 편안하게 헤더를 성공한 것이다.
전반전 30분, 이제 경기는 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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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로드리-!! Two Nil-! 애스턴 빌라의 상황이 더욱 나빠집니다. 케빈 더브라위너의 날카로웠던 코너. 로드리가 그것을 헤더 득점으로 연결합니다!”
(제이미 레드냅)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애스턴 빌라의 수비 집중력에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 실점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너무 쉽게 선수를 놓치고 있습니다. 결승전까지 올라온 만큼, 조금 더 집중해야 합니다.”
(마틴 타일러)
“과르디올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쥡니다.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은 대체로 만족스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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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0분
맨체스터 시티 2 : 0 애스턴 빌라
주도권은 온전히 우리에게 있다. 빌라의 감독 딘 스미스가 조직한 4-3-3은 카라바오 컵 내내 단단했지만, 그의 축구를 분해하는 작업 자체는 우리에게 그리 어렵지 않다.
4-2-3-1로 나선 빌라는 빌드업 때 풀백을 3선에 위치시키며 2-3-4-1로 전형을 바꾸어 왔는데, 투톱을 상대로 같은 것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중원에서 위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여 주어야 할 도글라스 루이즈의 활동 반경이 제한된 것도 같은 이유다.
“앞쪽에서 압박해!!”
“…….”
“내가 뒤에서 가!”
트리피어와 함께 맷 타겟을 압박해 볼을 되찾아 오자, 답답함을 느낀 딘 스미스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소리를 질렀다.
팀 경기력에 분명한 불만을 표출하며, 상대의 의도대로 어울려 주지 말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그렇게 되지 않아서 축구인 거다.
“헤이, 여기!”
스로인을 전달할 곳을 찾던 트리피어가 볼을 던져 오고, 제기를 차는 듯한 동작으로 트래핑한 나는 수비 진영 깊숙이 패스를 보내어 재정비를 하고자 했다.
공을 발아래에다 둔 지뉴가 정면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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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좋습니다. 오늘 맨체스터 시티는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애스턴 빌라가 한 수 아래의 팀인 건 맞지만, 전통적으로 컵 대회에 강했고 올해도 결승전에 오른 팀입니다. 그런데 경기를 완전히 지배할 만큼,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상당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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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뉴가 볼을 발아래에다 두고 전진할 때면, 민재가 어김없이 약간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파트너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팀 전체가 라인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어 주는 중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센터백이 동료를 위해 본인의 위치를 끌어내린 선택 하나가, 남은 필드 플레이어 9명의 전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다.
후방에서 빌드업할 때의 모습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가 역삼각형 형태의 중원을 구성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지뉴의 전진은 로드리와 다비드를 더 높은 위치에 머물도록 해 준다.
그리고 주앙과 트리피어가 지뉴와 높이를 맞추고 있어, 양쪽 측면 미드필드도 좀 더 자유롭게 피치를 오갈 수 있다.
어떻게 본다면 민재를 원(One) 센터백으로 두고 1-3-4-2 형태로 빌드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당연히 홀로 후방에 머무는 민재에겐 부담이 가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중원에서 볼을 빼앗기지 않고 있어 특별히 그게 문제가 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재의 건실한 수비력이 지금과 같은 도박적인 전형을 가져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촤아악-!
‘그렇지!’
지금도 애스턴 빌라가 지뉴가 복귀하기 전에 빠른 공격을 시도해 보았지만, 여유 있게 좋은 위치를 선점한 민재가 안정적인 태클로 볼을 걷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지연을 이뤄 낸 것만으로 수비 성공인 셈인지라, 벤치에서 연이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둘러 스로인을 이어 보려던 트레제게가 수비 진영이 갖춰진 것을 확인하곤 실망하며 볼을 맷 타겟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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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래드냅)
“민재는 이제 수준급의 센터백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큰 키와 강한 신체를 지녔는데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사우샘프턴에서 임대로 뛰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때도 나쁘진 않았지만,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톱 티어를 두고 경쟁할 만합니다. 아직은 2티어라고 보는 게 옳으나 그중에선 가장 나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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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과 함께한 이래로 올 시즌만큼 힘들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부상자들이 이유는 아니다. 부상이 많았던 시즌은 전에도 있었다.
그래도 예전엔, 우리의 축구가 옳다는 믿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3개월. 그러니까, 리버풀에 1:3으로 패배한 작년 11월 10일 이후부터 우리의 축구가 더는 정답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팀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것을 확인한 뒤엔, 나는 팀이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져 정체된 상태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뼈저린 교훈(패배)을 겪으면서 할 수 있었던 자기 객관화.
그것이 끝났을 때 택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유행의 선두가 아님을 인정하고 가장 앞서 나간다고 믿는 축구를 모방하는 것이었다.
‘그래.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말이야.’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우리는 맨체스터 시티가 아닌 펩과 나를 뜻한다.
우린, 현재 시티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축구가 디에고 시메오네가 만든 뼈대에 위르겐 클롭이 만든 철학을 끼워 넣은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건 심지어 토털 풋볼도 아니다.
애초에 압박이라는 것 자체가 사키이즘에서 출발했고, 클롭의 게겐프레싱도 아리고 사키가 만든 토대에 ‘4면 압박’과 ‘역습’이란 새로운 개념을 끼워 넣은 전술이다.
“내가 가-!”
부지런히 움직여 골키퍼를 강하게 압박한 내가 외르얀 닐란의 헛발질을 유도해 냈다.
빗맞은 축구공은 힘없이 날아 사이드라인을 벗어났고, 우린 파이널 써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스로인을 얻어 내게 되었다.
웸블리의 팬들은 이런 내게 박수를 보냈지만, 펩은 지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느껴져.’
정말로 느껴진다.
현재 팀이 보여 주는 경기력에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마냥 기뻐하거나 즐길 수 없는 펩의 고뇌가 말이다.
승리라는 절대적 가치 앞에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택했지만, 남의 것을 모방해야만 그 절대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현실은 그를 괴롭게 만들고 있다.
삑-!
왼쪽 측면에서 얻어 낸 프리킥.
잠깐 경기가 멈춘 틈을 타, 난 다시 한번 펩이 있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쪽을 쳐다보았다.
“…….”
축구란, 정말로 큰 골칫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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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Carabao Cup Final)
맨체스터 시티 3 : 0 애스턴 빌라
[골] 세르히오 아궤로 : 전반 19분(키런 트리피어)로드리 : 전반 30분(케빈 더브라위너)
김다온 : 후반 37분(일카이 귄도안)
김다온 ? 96분 출전(1골)
***
2020년 3월 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웸블리에서 돌아온 선수단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과르디올라의 발걸음은 클럽하우스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시티는 이틀 뒤, 셰필드 웬즈데이와 FA컵 경기를 치른다.
딸깍-
전날의 승리로, 맨체스터 시티는 리버풀과 함께 카라바오 컵 통산 우승 횟수(8회)에서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한 두 번째 클럽이 됐다.
이런 부수적인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단은 우승 후 무척 행복해 보였고, 과르디올라 역시 그사이에 섞여 올 시즌 첫 타이틀 획득을 기뻐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카라바오 컵 우승 이후 있었던 ‘Sky Sports’의 스튜디오 분석 시간에서, 개리 네빌은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이 좋아진 이유를 전방 압박에서 찾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꽤 신선했다.
방송사의 리드 스튜디오 펀디츠는 김다온이 스트라이커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가 전방 압박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이번 시즌 김다온의 경기당 평균 달린 거리는 9.1km(90분 환산)로 커리어 중 가장 적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 중인 공격수들만을 놓고 보았을 때도 이는 해리 케인(10.3km), 피에르-에밀 오바메양(9.8km).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9.6km)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개리 네빌은 다른 숫자에 주목했다.
하프라인 위쪽. 그러니까 공격 진영에서의 활동량만을 놓고 보았을 때, 김다온(6.8km)은 위에 언급된 선수들보다 최소 1.2km 이상을 더 뛰었다.
즉 아래쪽으로 많이 내려서지 않아 활동량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을 뿐, 전방 압박 때의 활동량은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중에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다온이 있는 곳을 주요한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말이죠. 시티가 전방 압박을 시작하면서 경기력이 좋아진 건, 다온이 경기에 개입하는 장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과르디올라가 계속 이런 압박을 시도할 거라고 봅니다. 예전과 같은 방식으론, 다온을 경기에 충분히 개입시킬 수 없으니까요. 물론, 다온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빛나는 건, 득점이나 어시스트 이상의 뭔가를 보여 줄 때죠. 저는 과르디올라가 드디어 그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개리 네빌의 이러한 평가는 과르디올라에겐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자신이 지극히 당연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 위주로 전술을 짜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바르셀로나 시절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전술을 꾸린 것. 뮌헨을 감독할 때 필리프 람과 김다온이 있는 사이드백 위주로 전술을 짠 것처럼 말이다.
무패(無敗)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2017/18 시즌 때도 마찬가지다.
김다온은 과르디올라가 시행한 시티 리빌딩(Rebuilding)의 핵심이었고, 그래서 과르디올라는 팀의 가장 뛰어난 선수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술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김다온은 전술이 충분히 세팅된 상태에서 경기에 뛴 경우가 전혀 없었다.
어디까지나 과르디올라가 이상으로 삼던 펄스 나인의 틀 안에서 역할을 부여받았을 뿐, 본인을 위한 전술적 배려는 전혀 받지 못했다.
‘전혀 몰랐어.’
알고 있었다던 개리 네빌의 말이 완벽주의자인 과르디올라의 가슴을 아프게 찔러 온다.
만약 자신이 정말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스트라이커 김다온을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8년 전 안식년을 가지며 자신이 구상했던 이상적인 스트라이커의 틀 안에, 김다온을 가둬두진 않았을 거란 거다.
그렇다.
무려 8년 전이다.
“후우~”
낡아 가며 구식(舊式)이 되어 간다는 기분은 과르디올라에겐 익숙한 감정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외면하긴 어렵다.
‘골치 아프군.’
과르디올라에게도, 축구는 큰 골칫거리였다.
***
.2020.03.04. 경기 결과(FA 컵 5라운드)
셰필드 웬즈데이 0 : 1 맨체스터 시티
[골] 세르히오 아궤로 : 후반 08분(올렉산드르 진첸코)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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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 웬즈데이를 격파하며 8강 진출에 성공한 시티. 다음 상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 맨체스터 시티 홈페이지]***
[이탈리아 내 모든 스포츠 경기가 무관중으로 전환되면서, 세리에 A 역시 관중 입장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 – Go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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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 A에 이어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한 유럽 리그. 프랑스 리그 앙과 그리스 수페르리가 엘라다 역시, 향후 4주간의 모든 축구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했다. – Go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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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3월 A매치 주간 취소 가능성을 시시한 FIFA.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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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A매치 주간이 고비가 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무관중과 리그 연기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 – Sky Sportts]***
2020년 3월 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피치.
갑작스럽게 모든 게 정신없이 흘러가기 시작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일, 우린 다시 올드 트래퍼드를 찾는다.
“다비드! 더 빨리!!”
“헤이, 여기!!”
지난 카라바오 컵 준결승전 때 올드 트래퍼드를 찾아 한 차례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은 좀 더 어려운 시합이 될 거다.
카라바오 컵 결승전 다음 날부터 등에 통증을 호소한 케빈이 내일 경기에는 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중원 사령관을 잃었고, 이는 대체하기 힘든 손실이었다.
“그만!!”
훈련을 멈춘 펩이 자신의 불만을 분명한 어조로 표출한다. 몇몇 사람의 위치가 조정되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에야 다시 우린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같은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는데, 결국 펩은 폭발해 버렸다.
“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야?!?!”
“…….”
“피곤한가?! 모두가 피곤하다!! 전 세계의 모두가 피곤하다고!! 쉬고 싶다면 말해라!! 바로 짐을 싸서 클럽하우스를 떠나면 돼!! 집에서 푹 쉬고, 내일부터 다른 직장을 알아봐!!”
셰필드 웬즈데이 원정이 끝난 다음부터, 펩은 굉장히 예민해졌다. 2부 리그 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우린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경기를 선보였었다.
나와 케빈 그리고 주앙 정도를 제외한 전원을 출전시켰음에도, 3개의 유효슈팅만을 기록하며 간신히 1:0 승리를 거뒀다.
졸전이라 불러도 할 말 없는 수준이었는데,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나도 꽤 괴로웠다.
“더비 경기야!! 상대는 맨유라고!!”
펩이 토해 낸 격한 감정이 그라운드를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고, 우리는 그가 진정될 때를 조용히 기다렸다.
“제기랄.”
“…….”
“후우- 지금부터 조금 더 그럴듯한 모습을 보여 주도록. 다비드. 더 선택을 빨리 해. 베르나르두. 너무 측면으로 빠지면 안 돼. 실전은 훈련보다 더 어렵다. 그렇기에 지금 완벽해야만 해.”
그렇게 다시 훈련이 시작된 후엔, 처음보다는 조금 더 나은 플레이가 나왔던 것 같다.
다행히 이후 펩이 화를 내는 일은 없었고, 훈련이 전부 끝난 뒤 식사까지 마친 우린 내일 경기 선발 명단을 알고자 미팅이 이뤄질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펩이 등장했다.
그가 손으로 단상을 가볍게 두드린다.
탁-
탁-
“전에,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
“축구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우리가 승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이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축구가 어려울 이유는 하나도 없다. 승리하든 혹은 패배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애정도, 열정도 필요치 않다.”
2년 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펩이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실망은 기대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그리고 기대한다는 건,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감정은 우리가 노력하도록 만들고, 감정을 쏟는 영역에서 무언가를 얻게 되길 열망하게끔 해 준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절망을 안겨다 주기도 하고 말이다.
삶의 모든 게 그렇다.
“아마도 난, 내가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 기대했던 것 같다. 우리가 2년 전과 같거나 혹은 비슷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이지. 오해는 마라. 너희에게 실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너희를 실망하게 했지.”
“?”
“??”
“…….”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펩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듯했다.
무리도 아니다.
현재 펩이 짊어지고 있을 고민은 나조차도 그게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의 이야기로 미루어 보아, 내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라바오 컵 결승전 2:0으로 앞서 나가던 때 본 펩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우린 더욱 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말했지만, 그건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내가 너희들의 가능성을 억눌렀다. 할 수만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 최선은 더욱 노력하는 거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겠다. 그저, 이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미팅을 시작하지.”
“…….”
갑작스러웠던 이야기에 모두가 당황했던 것도 잠시, 선발 명단 발표가 시작되면서 실내의 분위기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다들 조금 전의 일을 펩의 변덕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난 그 진심을 충분히 전달받았다.
“내일, 우리는 4-3-3으로 나선다.”
빠르게 채워지는 선발 명단 속, 나의 이름이 팀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