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83)
1051화 Destiny (9)
[코로나 바이러스 : 영국 전역에 있는 모든 대학, 학교, 어린이 집의 운영이 오늘부터 중단. 외에도 영국 전역의 카페와 펍, 식당 역시 영업이 중단된다. – BBC(U.K)/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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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매장 폐쇄를 결정한 맥도날드, 사상 초유의 사태. – BBC(U.K)/20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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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봉쇄령을 내린 보리스 총리 : 생필품 구입, 운동(하루 한 번), 의료 지원, 직장 출퇴근 외의 목적으로 집 밖 출입 금지. 장례식을 제외한 집단 모임 역시 금지되다. – BBC(U.K)/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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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뉴욕시. 필라델피아와 보스턴 역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 뉴욕 타임스(U.S)/2020.03.24.]***
2020년 3월 25일. 미네소타 55905, 미국. 로체스터, 200 퍼스트 스트리트 사우스웨스트, 메이요 클리닉.
미국에 온 지 8일, 그리고 치료가 시작된 지는 정확히 일주일이 흘렀다.
“다섯 개 더!”
“후욱-!”
“마지막 네 개!”
“후욱-!”
“셋!!”
처음 라일런 프레고조로부터 전문 재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평범한 피지오들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이들은 피지오가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퍼스널 트레이너였고, 한 명은 심지어 몇 년 전까지 대학 무대에서 맹활약한 미식축구 선수였다.
미네소타 대학의 골든 고퍼스(Golden Gophers) 소속으로 4년 동안 뛴 마이크 테임즈(Mike Thames)는 진지하게 NFL 드래프트 상위 지명 가능성이 점쳐지던 남자였다.
하지만 주니어(3학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겪었고, 회복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주저 없이 은퇴를 결정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바로 시험을 치고 자격증을 획득해 이곳 메이요 클리닉에 취업한 상태다.
“좋아요! 수고했어요!”
“하악- 하악-”
“1분만 쉬자고요.”
“후우~”
마이크 테임즈가 진행하는 훈련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어떠한 피지컬/컨디셔닝보다 힘들었다.
산 채로 해부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던 과정 이후 클리닉은 나의 신체 밸런스가 엉망이란 판단을 내렸고, 그를 바로잡기 위한 운동 일정을 잡았다.
“좋아요. 다 쉬었어요?”
“후우- 네. 계속하죠.”
“흠-”
“Let`s go.”
마이크 테임즈는 힘들면 쉬어도 된다는 눈빛을 보내왔고, 그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난 쓰러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훈련을 이어 갔다.
“일단, 이걸 허리에 채워요.”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이제 절 묶기까지 하게요?”
“하. 하. 재미있네요.”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허리 쪽에 저항감 있게 늘어나는 고무로 된 줄을 채우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훈련이다.
다만 마이크 테임즈가 날 막아서기 위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과 그의 신호에 맞춰 그의 저항을 뿌리치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움직여 줘야 한다.
“준비는 됐죠?”
“Hell Yes.”
“Okay. Ready?”
“…….”
“……Go!!”
마이크 테임즈가 이렇게 나를 육체적으로 괴롭힌다면, 또 한 명의 전문 재활의인 애디슨 프로지엔스키(Addison Prosienski)는 날 정신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현재 내가 진행하는 모든 훈련은 이곳저곳에 설치된 첨단 장비들을 통해 수치화되어 컴퓨터에 옮겨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가장 좋았던 2016년~2018년의 실전 경기 자료들을 통해 대조되고 있다.
이곳에서 직접 수집한 자료가 아니라 오차는 있었지만, 슈퍼컴퓨터가 나의 모든 경기 영상을 분석해 가상의 수치를 만들어 두었다.
클리닉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그 수치에 근접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어때?”
“나빠. 아직이야.”
“흐음- 들었어요?”
“Yup! 고마워요, 애디슨!!”
“Welcome!!”
애디슨이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때마다, 난 어김없이 좌절하곤 했다.
고작 일주일 만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치료를 받을 때마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상쾌함 때문에 기대하게 된 탓이다.
치료를 위해 내 왼쪽 발목을 생전 처음 보는 기기에 밀어 넣을 때만 해도, 정말로 이걸로 차이가 느껴질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너무 달랐다.
매일같이 두통을 앓아 거기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머리가 아프지 않았던 기분이 뭔지 잊고 살다가 깨닫게 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발목 재건술 이후 발목에 미세 염증이 발생했단 클리닉의 말은 완전히 사실이었다.
“좋아요. 그럼 오후에 또 뵙죠.”
오전 운동이 끝나고, 난 병실로 돌아온다.
물론 그보다는 남자를 위한 장비들이 갖춰진 별장이라고 보는 편이 더 옳겠지만, 내가 휴가를 온 것이 아니라는 걸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난 여길 병실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병원과는 거리가 먼 침대의 크기라든가 그 반대편에 설치된 네 대의 대형 모니터 등을 보고 있으면, 이곳에서 휴식을 하는 나를 절로 상상하게 된다.
땀으로 젖은 옷을 벗고 들어간 욕실 역시 마찬가지다. 여긴 단순한 샤워실이 아닌, 최첨단을 달리는 회복실이다.
병원 측이 적어 준 매뉴얼에 맞춰 세팅을 한 후, 회복용 스파에 몸을 담근다.
[아~ 좋다.]충분히 몸이 말랑말랑하게 느껴진 뒤엔, 곁에 놓인 리모컨을 집어 들어 높은 곳에 설치된 TV를 켰다.
딸깍-
요즘은 항상 TV를 켜면 뉴스에 채널을 맞춰 두었는데, 난 언제나 ‘BBC’에 채널을 맞추곤 잉글랜드의 상황을 확인했다.
“…….”
화면 속에서는 영국 의사협회의 회장이라는 여성이 개인보호장비 부족을 호소하며, 정작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의사들을 ‘버림받은 병사’에 비유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도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방호복에 관한 이야기가 연일 쏟아지는 중이다.
며칠 전 이곳에서 뉴스를 보며 도움을 줄 방법을 궁리했었는데, 일이 잘 처리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쪽에 놓아둔 휴대 전화를 집어 들어, 요나스에게 메시지를 보내 본다.
***
[김다온, 맨체스터와 런던시에 각각 방호복 5천여 벌 기부 : 요나스 보럽(대변인), “의뢰인은 자신의 기부가 더 많은 이들을 보살필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의뢰인은 방호복 외에도, 앞으로 나흘 동안 의료진을 위한 식사를 준비했다. 또한 의뢰인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근무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 맨체스터 이브닝(U.K)/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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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다온이 기부한 방호복은 그의 개인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은 회사의 공장 일부에서 방호복을 만들었고 맨체스터와 런던, 뮌헨, 리스본, 쾨벤하운 등의 도시로 방호복을 전달했다. – BBC(U.K)/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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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도 월드클래스. 기성용/한희진 부부에 이어, 김다온 역시 1억원 규모의 방호복과 마스크를 국내 의료진을 위해 기부했다. – YNA(한국)/2020.03.29.]***
2020년 3월 30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리그가 중단된 지도 어느덧 3주 가까이 흘렀다. 그리고 며칠 전 보리스 총리가 내린 봉쇄 조치로, 사실상 팀 훈련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자연히, 관리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화상을 이용하죠.”
“…….”
최근 전면적인 코로나 검사를 실행한 결과, 맨체스터 시티 내부에서 총 7명의 확진자가 나왔음이 밝혀졌다.
클럽하우스와 아카데미 그리고 HQ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티는 당분간 클럽하우스 폐쇄를 결정했다.
현재는 시설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과 보드진만이 출퇴근하는 실정이었다.
“리그 중단은 장기화할 수 있어요.”
“음-”
백신은커녕 치료제조차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하루가 멀다고 세(勢)를 더해 가는 중이다.
사흘 전에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직접 본인의 소셜미디어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텔래그래프’는 발표된 것보다 확진자(11배)와 사망자(3배)가 모두 많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출발한 350만 명분의 진단 키트가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공표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이 5G 네트워크망을 이용해 코로나19를 퍼트린단 음모론까지 돌았다.
코로나19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우한시가 중국 최초로 5G 망을 개통했기 때문인데, 이 말도 안 되는 소문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통행 제한과 이러한 이유가 더해지면서, 맨체스터와 런던을 포함한 잉글랜드 전역은 유령도시처럼 변한 지 오래다.
사무국이 리그를 중단하겠다고 정한 날짜까진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현재의 추세로는 5월 1일 재개는 어려워 보인다.
“맨유는 리그를 끝내자고 주장해.”
“그들이요?”
“그냥 미완성인 시즌으로 남겨두자더군. 우승도 강등도 모두 하지 말자고 말이야.”
“……추하군요.”
“뭐, 그들이 그렇지.”
맨체스터 시티의 FFP 위반 처벌 때문에 손을 잡았던 것도 잠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첼시는 곧바로 리그 사무국에 연락해 리그를 끝내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들이 낸 의견에는 2019/20 시즌을 우승자 없이 끝내자는 것과 강등팀 또한 없애자는 내용. 그리고 유럽대항전 출전 자격을 정하는 토너먼트 대회가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안건은 맨유에 의해 강력하게 주장 되었는데, 그들이 현재 리그 6위라는 점에서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빠르게도 균열이 일어나는군요.”
“우리에겐 잘된 일 아니겠나.”
“덕분에 리버풀이 발을 뺐죠.”
“어차피 이득에 의한 유대였어.”
맨유와 첼시의 이러한 움직임은 곧바로 리버풀에도 알려졌다. 당연히, 그들은 강하게 분노했다.
리버풀의 회장 스탠리 크랑키(Stanley Kroenke)는 EPL 클럽에게만 전달된 비공식 성명서를 통해, 맨유의 비열한 행동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중 가장 압권이었던 부분은 [“우리가 남은 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맨유가 남은 경기에서 전부 이긴다고 해도 그들은 우리보다 승점을 단 1점 앞설 뿐이다.”]라는 곳이었다.
맨유의 형편없는 성적을 비꼰 크랑키의 말에, 맨유를 종하하지 않는 이들은 속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 일이 시티에 더 좋았던 건, 크랑키가 이를 계기로 UEFA와 CAS에 청원 목록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한 부분이다.
고작 클럽 하나의 이름이 빠진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리버풀이 빠지면서 청원을 보낸 팀은 과반 이하가 됐다.
항소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거다.
“선수들의 집으로 장비를 보내야겠군.”
페란 소리아노는 각자의 집에서 격리하게 될 선수들의 컨디셔닝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보내고 단체 화상 채팅을 할 수 있는 플래폼을 신설키로 했다.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클럽 내의 ‘유튜브’ 촬영 팀이 놀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일거리를 주면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어. 빠르게 준비하도록.”
“네.”
“그래. 아, 그리고.”
“?”
“펩과 다온은 어떻게 됐지?”
현재 시티의 선수단 내에서 맨체스터에 머물고 있지 않은 사람은 김다온과 펩 과르디올라 둘 뿐이다. 두 사람은 본인의 목적을 위해 각기 다른 곳에 머물고 있다.
그중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
“이틀 뒤에 돌아온다더군요.”
“음- 그럼 정확히 열흘인가?”
“네.”
“뭐, 그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겠지.”
“치키도 함께인 만큼…….”
“그래.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만 가봐도 좋네.”
“네. 그럼.”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이 머무는 곳은 바르셀로나도, 그렇다고 그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아파트가 있는 뉴욕 역시도 아니었다.
과르디올라는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州)에 있는 한 도시를 찾아,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만나고 있다.
‘재미있군.’
소리아노는 현 상황이 무척 흥미로웠다.
모두가 코로나19를 일종의 휴가쯤으로 생각하는 동안,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은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록 프리미어리그 우승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나, 시티는 이미 카라바오 컵을 들어 올렸고 남은 두 개의 대회(UCL/FA 컵)에서 생존해 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의 의미를 생각하면, 아직은 이번 시즌을 실패라고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둘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그들은 실패한 것처럼 행동 중이다.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어떻게든 더 나아질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여전히.
‘그 둘이 중심이야.’
맨체스터 시티는 김다온과 펩 과르디올라의 팀이다.
그리고 이것이 변치 않는 한.
‘우린 계속 성공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성공은 언제나 시티의 곁에 있을 것이다.
***
【6시간 뒤】 리즈 LS10 1PZ, 잉글랜드. 채드윅 스트리트. 리즈 시티 센터 아파트먼츠(Leeds City Centre Apartments. Chadwick St. Leeds LS10 1PZ, England).
리즈 외곽에 자리 잡은 한 임대 아파트. 단순히 ‘코스트코’가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을 집으로 택한 한 괴짜 감독은 근래엔 시간이 아깝단 이유로 거의 드나들지 않고 있었다.
그는 대신, 본인의 직장에서 숙박을 해왔다.
정확히 여드레 전까지는 말이다.
“모레 돌아가는 건가?”
“그렇습니다. 언제까지 자리를 비울 순 없으니까요.”
“흠- 또 쓸쓸해지겠군.”
“쿡쿡쿡. 그럼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갑니까?”
“아마도.”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그만하는 건 어떱니까?”
“흥! 내 마음이네.”
“뭐, 그렇게 답할 줄 알았습니다.”
“흥!”
기분 좋게 웃는 두 사내 중 한 명의 표정에는 한동안 그의 얼굴을 차지했던 근심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한 맞은편의 남자가 이 부분을 이야기한다.
“이제, 좀 정리가 됐나?”
“네. 덕분입니다.”
“뭘. 내가 한 건 이야기를 들어준 게 전부야.”
“아뇨. 더 많은 것을 알려주셨죠. 언제나처럼요.”
“펩. 자넨 최고의 감독일세.”
“…….”
약간은 서글픈 듯한 미소를 짓는 펩 과르디올라를 보며, 맞은 편에 앉은 마르셀로 비엘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어있던 잔에 커피를 채우기 위함이다.
“말했지만, 한 가지 정답에 집착할 필욘 없네.”
“네. 그 부분이 잘 안되긴 합니다.”
“당연하겠지. 그렇지만 삶은 수학이 아니지 않은가.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정답은 하나가 아니야. 수십 아니, 수십만 개라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휴식기가 내려지자마자, 펩 과르디올라는 주변을 정리한 후 바로 자신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며칠 뒤,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 마르셀로 비엘사의 집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옛 추억에 빠져들었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축구에 관한 이야기르 새벽까지 토론을 펼치다가 먼동이 틀 무렵에야 지쳐 잠드는 생활을 일주일 동안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다룬 축구 주제는 없었던 것을 찾는 게 더 빠를 만큼 다양했다.
비엘사는 과르디올라가 고민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본인이 직접 이야기할 때를 기다렸고 어제 자신을 찾은 목적을 들을 수 있었다.
과르디올라는 현재, 본인이 추구해왔던 축구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해했다.
앞으로 그것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데, 거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올바른 일인지 혼란스러워한 것이다.
그러한 고백을 들으며, 마르셀로 비엘사는 다시 한번 과르디올라를 기다려주었다.
모든 것을 거의 토해 내고 감정이 잦아진 뒤에야,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왔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나만 해도 보게나.”
“…….”
“현재 나의 축구는 어떻게 보이는가?”
2018년 6월 15일, 마르셀로 비엘사는 챔피언십 단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던 리즈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는 부임한 시즌부터 리즈를 탈바꿈시켰는데, 기존 감독에게서 소외되던 선수들까지 폭넓게 활용하는 한편 부족했던 위닝 멘탈리티 역시도 심어 놓았다.
비록 후반기 부상 선수가 늘어나면서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은 코로나 중단 직전 팀을 챔피언십 1위로 올려놓았다.
현재 리즈는 챔피언십에서 가장 매력적인 팀이 됐다.
“전이었다면, 난 이런 축구를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럼 어째서.”
“간단해. 나의 이상이 정답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물론, 모두가 틀린 것은 아니야. 부분적으로 수정할 것이 생긴 것뿐일세. 여전히 뿌리는 같아. 하지만 완전히 다르게 보이지. 안 그런가?”
“네. 그렇습니다.”
“바로 그게 축구가 어려운 이유일세.”
마르셀로 비엘사의 리즈 유나이티드는 챔피언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전방 압박과 클럽의 사이드백을 가장 높이 끌어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기존 비엘사가 추구해왔던 축구의 모습과는 약간 궤를 달리했다.
본래 마르셀로 비엘사의 축구에서 사이드백은 공격보다는 플레이메이킹에 좀 더 무게를 두어야 했고, 전방 압박이 아닌 지역(Zone)을 지키는 수비를 선호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야. 인간의 성장은 본인이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멈추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대답하겠지만, 나이가 든 인간 대부분은 본인의 삶이 정답이라고 여기지. 오직 무언가를 배울 준비가 된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 펩. 난 지금까지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네. 자네의 축구를 보면서는 물론이고, 변방 시골에서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감독에게서도 무언가를 배운다는 뜻이야. 그리고 말하는데, 그건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세. 부끄러운 건, 자신에게 배울 게 남았다는 걸 부정하는 일이지.”
“만약 제가 틀린 거라면요?”
“뭐가 말인가?”
“변화하기로 한 선택이 틀렸다면 어떻게 하죠?”
“그래도 나아가야지.”
비엘사는 고민을 토로하는 과르디올라에게 현재 그런 생각은 안주하는 자신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을 찾아온 것만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분명, 자네가 지금 생각하는 게 있을 거야.”
“…….”
“고집은 전부 벗어던지게. 부끄러움도 같이. 자네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에 있어, 누군가를 실망하게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느낀다면, 자네는 망설이지 말고 그렇게 해야만 해.”
이야기를 마친 마르셀로 비엘사가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과르디올라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곤.
“그렇다면 한 번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남아있는 이틀로는 시간이 한참 부족한 이야기를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다.
리그 중단이라는 변수가 자신의 삶을 또 다른 운명(Destiny)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말이다. 그리고 이는 미네소타에 있는 김다온 역시 마찬가지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