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86)
1054화 The King (3)
2020년 5월 1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오늘은 프리미어리그 재개에 앞서, 사무국이 그 첫 번째 과정을 점검하는 날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보안 팀장을 맡은 배리 사우스(Barry Soth)가 아침부터 분주한 이유다.
“그들이 오고 있어.”
“얼마나 걸린다지?”
“모르지. 아무도 모를 거야. 전에 없던 일이니까.”
“……저기 오는군.”
“휘이~ 대군단이야.”
오랜 시간 정부와 논의한 끝에,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잉글랜드의 방역 절차를 지키고 몇 개의 규칙을 더하는 것을 조건으로 리그 재개를 허락받았다.
다만, 확정된 일은 아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EPL에 속한 모든 클럽에 코로나19 특별 세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클럽하우스 출입 때마다 해야 하는 코로나 확진 검사와 개인당 2M의 거리두기, 그리고 직원들의 코로나 확진 검사를 위한 간이 검진소 설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에 걸쳐 테스트를 해 볼 겁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프로토콜은 여기에 있습니다. 무사히 테스트가 끝나면, 그 뒤에 주주들과 미팅을 진행할 것이고요. 그리고 이르면 화요일 오후부터, 소규모 훈련은 할 수 있을 겁니다.”
배리 사우스가 프리미어리그 공사를 지켜보는 동안, 시설 디렉터인 클라이브 월튼(Clive Walton)이 사무국 직원에게서 전달받은 내용을 보드진에 전한다.
첫 이삼일은 선수들도 적응하는 기간이 될 거라며, 모든 게 자연스러워질 때까진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도 덧붙였다.
“우리가 바라는 속도는 아니긴 해요. 그렇지만…….”
“그래. 희망이 중요한 거지.”
“한동안 이곳은 유령 건물 같았으니까.”
“…….”
“사람은 누구나 잃어버리고 나서야, 가졌던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 지루하다고 믿었던 일상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이토록 뒤늦게 알게 되지 않았나. 인간이 어리석다는 증거야. 그러니, 이번엔 제대로 해 보고 싶군.”
프리미어리그가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멈춘 적은 없었다. 설령 비시즌이라고 해도, 이적시장으로 리그는 언제나 분주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멈춰 버린 채,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칼둔은 코로나 이전 시절이 벌서 그리웠다.
“그럼, 잘 부탁하네.”
“네.”
클라이브 월튼과 배리 사우스에게 현장에서의 업무를 맡긴 후, 칼둔은 주주들을 소집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런 그의 시선에, 익숙한 차량 하나가 보였다.
‘일찍 출근하는군.’
운전 중 창문을 내려 분주한 클럽하우스를 확인하는 과르디올라. 잠시 뒤 칼둔과 눈이 마주친 그가 미소와 함께 윙크를 찡긋 보냈다.
‘제법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고 말이야.’
최근, 과르디올라는 다시 에너지를 얻은 듯했다.
그의 사무실에선 늘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아직 선수들이 없어 그 열기가 어떠한 것인지는 확인이 어려웠지만, 칼둔은 리그가 재개되었을 때 팀이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갈 것을 알 수 있었다.
“제2막이로군.”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은 리그가 멈췄던 기간, 팀이 새로운 원동력을 얻은 뒤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중이다.
Project Restart.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러고 보니, 내일인가?’
시티의 중요한 행사가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칼둔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마가렛? 날세, 칼둔. 잘 부탁한다고. 그래.”
***
2020년 5월 14일. 맨체스터 M8 5RB, 잉글랜드. 딜라우니스 로드, 크럼프솔. 노스 맨체스터 종합병원(North Manchester General Hospital. Delaunays Rd, Crumpsall, Manchester M8 5RB, England).
아영이가 분만실로 들어선 지도 벌써 40분 정도가 흘렀다. 초조함을 이기지 못한 내가 복도를 배회하는 것과는 달리, 부모님은 무척 평온해 보였다.
초산(初産)치고는 분만 과정이 너무 매끄럽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 부모님은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하지만 난 무엇도 믿을 수 없었다.
건강한 아내를 봐야 안도할 것 같다.
“아들. 그러다 먼저 지치겠어. 얼른 와 앉아.”
“못 앉아 있겠어.”
“호호호. 여보, 우리 아들 좀 봐.”
“나도 저랬었나?”
“이이는. 우리 엄마 말 벌써 잊었어? 당신 병원에서 줄담배만 쭉쭉 피워 댔잖아. 그러다 나한테 담배 냄새 난다고 쫓겨났고. 씻고 와서야 우리 딸 안았던 거 몰라?”
“내가 그랬나?”
“다온이는 저 정도면 양반이야.”
“크흠. 흠.”
아버지가 쑥스러워하시며 헛기침을 하실 무렵, 손에 쥐고 있던 휴대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현재 영국의 방역지침은 출산의 경우, 가족 그리고 최대 3인에 한하여 대기를 허락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령으로 애초 이곳으로 오는 게 힘들다.
그렇지만 고맙게도, 많은 사람이 수시로 내게 전화를 걸어 날 진정시켜 주고자 노력해 주고 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는 펩과 베르나르두가. 그리고 도착한 뒤에는 다비드와 케빈이 전화를 걸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 먼 곳에서 걸려 온 전화다.
“비니!”
– 어때? 잘 버티고 있어?
“40분 정도 됐는데, 정말 피가 마르는 기분이에요.”
– 하하. 그거 뭔지 알지. 노스 맨체스터라며. 믿을 수 있는 곳이니까, 안심해도 좋아. 우리 시에나도 거기에서 태어났어.
“그래요?”
– 응.
시에나 콩파니(Sienna Kompany)는 비니의 딸이다. 유일한 자녀로, 아내인 칼라와는 아이를 더 가지지 않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딸 시에나가 태어났을 때, 벨기에 축구협회 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아들을 낳으란 권유를 해 왔기 때문이었다.
무슨 조선 시대냐고 하겠지만, 놀랍게도 실화다.
딸의 출산을 기뻐하지 못할망정 본인의 유전자가 벨기에 축구에 도움이 될 거란 식의 행동에 비니는 크게 실망했고, 뒤늦게 벨기에 축구협회 회장이 찾아와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이미 콩파니 부부는 마음을 닫은 상태였고, 자신들의 아이가 벨기에 성인 대표팀에서 뛰는 일은 절대로 만들지 말자면서 맹세를 했다.
비니와 칼라 모두 한 성깔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아무래도 그 사람은 몰랐었던 것 같다.
여튼, 그래서 이런 농담을 하는 거다.
– 넌 협회랑 어긋날 일은 없겠다.
“Come on- 너무 이르다고요.”
– 쿡쿡쿡쿡.
그렇다.
우리 부부의 첫째는 아들이다.
개인적으론 딸이기를 바랐지만, 아영이는 첫째가 아들이라는 것을 무척 기뻐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도 순수하게 아이를 세상으로 초대할 준비를 했던 것 같다.
– 이름은 뭐야?
“수호. 한국어로 무언가를 지키고 보호한다고 할 때 쓰는 말과 발음이 똑같아요.”
– 그거 멋지네. 어쩐지 어울려.
“아내가 지었어요.”
– 세계 최고의 풀백인 아빠가 아들에게 Defending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거 사람들이 낭만을 느낄 법한 일인데? 확실히 아영의 센스는 타고났어.
“저도 동감이에요.”
수호는 외에도 재스퍼(Jasper)라는 서양식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다.
페르시아어(語)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물을 가져다주는 사람(Bringer of Treasure)’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 부부에겐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고 또 누군가의 보물이 되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영문 이름을 재스퍼로 지은 거다. 그리고 그걸 수호로서 지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뭐야? 결국 제 앞가림 잘하란 거잖아?
“당연하죠. 남자아이인걸요. 강하게 커야죠.”
– 이런! 벌써 네 아이가 불쌍해지기 시작했어.
문득,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꼭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으면 했다.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친구가 꼭 많을 필요도 없지만, 좋은 이들에게서 미움받지 말고 좋은 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여기의 비니만 해도 그렇다.
우린 친구는 아니다.
하지만, 그와 나는 서로의 삶에 기꺼이 손을 뻗는다.
“고마워요. 덕분에 편안해졌어요.”
– 뭘, 나는 네가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려고 전화한 건데. 오히려 생각보다 더 침착해서 실망한 지경이야.
마지막까지 짓궂게 말을 건넨 비니가 나중에 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사람들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복도 중간에 놓인 문 너머로 보니, 요나스도 여기저기에서 전화를 받는 듯했다.
올루프와 통화를 하며, 나는 세상으로 나오려 하는 아이에게 응원을 보냈다.
‘보여?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널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순간.
—!!!!!
세상 그 어떠한 것보다도 선명하고 또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 각인 된 울음소리가, 분만실 안쪽에서부터 울려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이런 내 눈에서는 눈물이 맺혔다.
지금 막, 순천 김가와 안동 권씨 집에 새로운 가족이 한 명 추가되었다.
***
2020년 5월 1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힘이 드는 때일수록, 웃을 일은 많을수록 좋았다. 지난 이틀 동안, 맨체스터 시티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이야기다. 그리고 외에도 한 가지, 재미있는 단어가 존재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베이비 샤워라니까.”
“누가 아니래.”
그렇다.
Baby Shower.
이틀 전 건강하게 태어난 김다온의 아들과 무사히 출산을 끝낸 권아영을 위해, 맨체스터 시티의 스태프들은 공을 들여 파티를 준비해 왔다.
다만 2M의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지침 등으로, 기존의 파티 모습과는 많이 다른 풍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대신 그들은 그 어떠한 때보다, 공을 들여 클럽하우스를 꾸미는 일에 집중했다.
현재 시티의 퍼스트 팀 센터 건물은 김다온의 개인 시설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거 엄청나군.”
“그가 어떠한 존재인지가 드러나는 거야.”
“진짜 리더가 되다니. 대단한 녀석.”
김수호가 세상에 무사히 태어났던 날 밤, 페란 소리아노는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클럽의 킷(Kit)맨이자 클럽 스태프 노조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브랜든 애쉬튼이 전화를 걸어, 16일 전체를 클럽하우스를 꾸미는 일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해 온 것이다.
처음 페란 소리아노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곧 브랜든 애쉬튼이 열정적인 목소리로 노조의 의견을 전해 왔다.
“만약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 라더군.”
“쿡쿡쿡쿡. 사상 초유의 일 아닌가?”
“당연히.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된 것을 축하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말하는 킷맨은 전 세계를 통틀어 브랜든이 유일할 걸세. 뭐, 때마침 한가하기도 했고 말이야.”
본인의 주급을 포기한 것 외에도, 김다온은 200만 유로 이상을 들여 맨체스터 시티 모든 스태프의 집에 마스크와 비상식품 등을 보냈다.
실은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 전체가 나선 일이지만, 최초로 의견을 낸 사람은 김다온이었다.
본래는 혼자 하려고 하다가 아내로부터 동료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마자 팀 전체가 모인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날려 버렸다.
처음 그것을 생각한 김다온도 김다온이지만,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도 꼼꼼히 남편을 챙긴 권아영도 권아영이었다.
‘그 남편에 그 부인인 건가?’
존 스톤스가 잘못된 연애로 축구에까지 지장을 받는 것을 본 요즘, 칼둔은 다시 한번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연애와 결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연애와 결혼이 행복한 결말로 끝날 수 없는 만큼, 더욱더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일이 중요했다.
“HEY-!!!!”
“응?”
칼둔이 로비에 2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스태프들을 2층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무렵, 킷맨 중 하나인 테이트 보리스가 호들갑을 떨며 등장했다.
주인공이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고 알리는 것이다.
“HE`S COMING!! HE`S COMING!!!”
그와 동시에 클럽하우스의 불이 모두 꺼지고, 단 한 번도 처진 적이 없었던 암막 커튼이 로비에 있는 모든 창문을 가리며 햇빛을 차단했다.
이제, 센터 로비는 어둠이 된다.
‘왕의 행차로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상황을 잔뜩 기대하는 페란 소리아노. 곧 퍼스트 팀 센터의 자동문이 좌우로 열리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김다온은 입구에서 잠시 주춤거렸고, 이후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디디며 이렇게 말했다.
“헤, 헬로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이 다시 켜지면서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딱-!
딱-! 딱-!
따다닥-!!
놀라며 몸을 움츠리는 김다온.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SURPRISE!”라는 외침과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상황 파악을 위해 잠시 시간이 필요했던 김다온이 곧바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구 하나 그와 포옹하지 않고 또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기묘한 장면이었지만, 사람들의 표정만으로도 이들이 어떤 기분인지를 제대로 느껴졌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상황.
시티의 단장은 이렇게 생각했다.
‘최소한, 저것 하나는 확실하게 얻었어.’
시티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던 새로운 리더.
클럽은 이미, 그것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선수단과 잘 지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통적으로 훌륭한 리더들은 선수들보다 백룸의 사람들과 더 가깝게 지냈다.
뱅상 콩파니 역시 킷맨이나 론더리 스태프들을 확실하게 챙겼고, 그들과 실제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그래야 백룸이 선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기 때문이었다.
백룸이 선수들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할 때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고, 리더가 대표로 그것에 감사해야 선순환은 계속해서 이뤄진다.
만약 김다온이 아니었더라면, 콩파니처럼 킷맨과 론더리 스태프와 친한 케빈 더브라위너가 차기 주장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김다온은 외의 모든 백룸 스태프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백룸 스태프들의 사소한 경조사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챙기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김다온이 리더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
“어? 이게 뭐야?”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코로나 검사를 위해 속속 클럽하우스를 찾는 선수들. 김다온을 위한 깜짝 파티로 잔뜩 끓어오른 센터의 분위기는 다른 이들에게도 곧바로 쉽게 전염된다.
여전히 선수들도 2M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리그 중단 기간 모두가 떨어져 있었음에도, 오히려 그 유대는 더 진하다고 느끼는 페란 소리아노다.
‘느낌이 좋군.’
아직 많은 것을 남겨둔 시즌.
콩파니 이후의 시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2020년 5월 18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실로 기묘한 출근길이다.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는 입구의 차단기를 지난 순간부터,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표지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Testing Station’이란 곳이 나온다.
그럼 우린 앞에 차를 세워 두고 방호복을 착용한 직원이 우리 입과 코에 얇고 긴 검진용 면봉을 집어넣도록 허락해야 한다.
앞으로 매일, 우리가 마주할 일상이다.
“감사합니다. 수고했어요.”
“크흠. 네. 고생하세요.”
어제도 코로나 검사를 미리 진행하긴 했지만, 사실 이 과정은 간단하긴 해도 편안함을 주지는 않는다. 입은 괜찮은데, 코로 면봉을 집어넣었을 때면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걸 해야 할까?
어쩌면 평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묘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Hello, Doctor.”
“Good Morning. 기분이 어때?”
“이상하죠. 아침부터 코가 쑤셔졌다고요.”
“하하.”
팀의 헤드 스포츠 메디신인 맥스 사라(Max Sala)에게 인사를 건넨 후, 난 트렁크를 열어 두고 짐이 실릴 때를 기다렸다.
이게 뭐냐면 오늘 훈련 동안 내가 사용하게 될 장비들인데, 훈련이 끝나면 이 상자에 도로 이것들을 넣어두고 다음 날 다시 받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코로나는 인간의 분비물을 통해서 가장 쉽게 전염되기에, 사용한 훈련 장비들은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별도의 인력을 통해 세척/소독되어 다시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이 과정 역시 사무국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전이라면 클럽하우스 입구를 통과한 순간부터 건물에 들어서기까지 3분도 걸리지 않았으나, 지금은 이것저것을 하느라 벌써 10분이 훌쩍 넘어 버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다시 축구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최악의 경우 시즌이 그대로 끝나 버릴 수도 있었고, 다음 시즌의 재개 역시도 장담이 어려웠다.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은 0.1%도 되지 않을 거라고 믿긴 했지만, 코로나라는 통제가 아예 불가능한 변수로 인해 매일 은근히 마음을 졸였던 게 사실이다.
“Hey-! What`s up?”
“Morning, 브랜든. 이 화살표를 따라가면 되죠?”
“응. 2M는 꼭 지키고,”
“Yup. 이따가 봐요.”
“그래-!”
어제 있었던 깜짝 파티 사진을 아영이에게 전달하자, 그녀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행복해했다. 난 백룸에게 빚이 하나 생겼고, 조만간 그를 갚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후우-”
마침내 도착한 라커룸.
난 조용히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완벽해.”
전해지는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왼쪽 발목의 상태에 만족해 짙은 미소를 피워 올렸다.
재소집 훈련 첫 번째 날.
난 무척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