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87)
1055화 The King (4)
2020년 5월 2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실내 훈련장.
Small Group Training이라고 이름 붙여진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훈련방식은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매일매일 바뀌는 다섯 명의 그룹이 15분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출근하는데, 이들 모두 15분 이내에 준비를 끝마치고 첫 번째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조가 15분 사이클 머신을 타고 웨이트트레이닝룸으로 이동하면, 두 번째 조가 사이클 머신을 15분 탄 후에 웨이트트레이닝룸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러는 사이 첫 번째 조는 또 다른 훈련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 네 개에서 여섯 개의 과정을 끝내고 나면, 마찬가지로 15분 이내에 몸을 씻고 클럽하우스를 떠난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지도 않고, 같은 조에 속해 훈련할 때도 서로 간에 주고받는 대화는 거의 없다. 타액이 분비되어 코로나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은 매우 기묘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리그가 재개되고 규정이 완화될 거란 희망을 품으며 살고 있다.
비록 영국 총리가 코로나 별것 아니라고 말하다 감염된 후 말을 바꾸고,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집단 면역은 실패였으며, 코로나 대응 방안 자문이던 작자가 집에 유부녀를 끌어들였다가 사퇴한 데다가 역학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정부의 대처는 최악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곳 프리미어리그는 잉글랜드의 어떠한 곳보다도 방역 지침이 엄격하게 이뤄지는지라, 각 단체의 모범 사례가 되어 주고 있는 중이다.
자연히, 리그 재개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늦어도 일주일 이내에는 발표할 거야.”
“진짜요?”
“그래. 경기 준비까지 다시 또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늦어도 6월 중순에는 리그가 시작될 것 같아.”
“휘이~ 3개월이로군요.”
“그렇지.”
훈련장을 찾은 치키가 우리에게 정부와 사무국의 협상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된 이후 쭉 있어 온 일로, 우리 선수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걸 최대한 억눌러 주기 위함이다. 막연함보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없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리그 재개에 관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는 상태인 것 같다
“재개되면 첫 경기는 누구야?”
“아스날.”
“홈? 원정?”
“홈. 그새 까먹은 거야?”
“젠장. 꼭 시즌이 끝난 기분이라고.”
“하긴. 누군들 안 그렇겠어.”
실전을 치른 기억이 까마득한 제주스가 재개 첫 경기가 홈인지 원정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다고 투덜거린다. 오늘 나는 네 번째 조에 속해 주앙/로드리/제주스/포든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제주스의 말을 가만히 듣던 로드리가 가장 현명한 건 한 경기마다 집중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면, 시즌이 끝나 있을 거라면서 말이다.
난 그게 무척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젠장. 이래서야 휴가도 없겠어.”
“미쳤어? 지금은 집이 휴가지야.”
“쯧. 브라질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Vamos. 네 마음은 알지만, 지금은 참아야 해. 나도 한국으로 가고픈 마음이 굴뚝 같으니까.”
6월 시즌이 시작되면 언제쯤 끝날까?
빨라도 8월은 되어야 할 거다.
무엇보다, 더욱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
바로 챔피언스리그.
한 국가 내에서만 경기를 치르는 프로리그나 컵 대회와는 달리, 챔피언스리그는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는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 일부에선 2019/20 챔피언스리그를 취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2020/21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회 상금을 어떻게 분배하는 게 옳으냐는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만약 프리미어리그 재개와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어긋난다면, 오프시즌이라는 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좋아요. 이제 다음 단계로 이동하죠.”
“…….”
“…….”
팀 스트렝스&컨디셔닝 코치인 배리 해밀턴(Barry Hamilton)의 지시에 따라, 우린 사이클을 타던 것을 멈추고 실외에 있는 피치를 향해서 걸었다.
오늘은 오전부터 비와 우박이 떨어지며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지금은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얼음 알갱이를 발바닥을 슬쩍 비벼 가며, 난 다섯이 진행하는 볼(Ball) 훈련을 시작했다.
‘후우- 이래서야.’
매일 17시, 우리는 랩톱 앞에 모여 펩이 진행하는 전술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 화상회의는 보통 20~30분 정도 짧게 진행되는데, 이론만 자꾸 차곡차곡 쌓여 가는 느낌이다.
화면 속 펩 역시도 답답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국 그제부터는 본래 하려던 것을 접고 우리에게 익숙한 축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유불리를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 진행하는 훈련 방식은 모두 EPL 사무국이 전달한 가이드라인에 맞춘 것이라, 20개의 클럽이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한다고 들었다.
“그만! 15분이야!”
“벌써?”
“Come on-! 5분만 더하자고요!”
“안 돼! 다음 조가 곧 올 거야.”
“하아~”
매일이 아쉬운 요즘.
우린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
[영국 정부는 모든 안전 수칙을 준수한다는 전제 아래, 프리미어리그 2019/20 시즌 재개 일정을 6월 17일로 정하는 데에 잠정적으로 합의하였다. – BBC(U.K)/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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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L 컵 결승 일정으로 연기되었던 맨체스터 시티 VS 아스날 경기는 6월 17일이 개최될 예정이며, 전체 라운드의 시작은 6월 19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또한 남은 92경기는 Covid 19의 영향으로 무관중으로 치러지게 되었으며, 경기를 볼 수 없는 팬들을 위해 잉글랜드 내에 한정하여 파트너 방송사들이 남은 92경기를 모두 생중계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 Sky Sports(U.K)/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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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의 CAS 항소 심리가 6월 둘째 주에 약 사흘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2월, 2012년에서 2016년 사이의 회계장부 조작 혐의로 향후 2년 동안 유럽대항전 출전 금지와 3천만 유로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 Goal.com(INT)/2020.05.29.]***
2020년 6월 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회장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든 코로나19는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챔피언스리그 및 유로파리그 중단과 그로 인한 중계권료의 상실 등으로, UEFA의 경제적 사정이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이 범국제적인 축구 단체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얼마라고?”
“1,500만 유로. 기존의 절반 수준입니다.”
“음- 나쁘지 않군.”
“그렇습니다.”
6월 1일 자정, UEFA의 한 고위 관계자가 스튜어트 톰슨을 통해 은밀한 제안을 건네왔다.
외부로는 평범한 스카우트로 알려진 스튜어트 톰슨은 자유롭게 해외를 오갈 수 있는 직업적 특성을 이용, 시티를 위해 각 단체의 사람들에게 로비를 벌여왔다.
시티 외에도 많은 축구 클럽이 이른바 ‘스카우트의 탈을 쓴 로비스트’들을 두어 왔고, 당연히 고위 관계자들은 그들의 목록을 전부 알고 있었다.
UEFA와 클럽 사이의 비밀스러운 창구들인 셈이다.
고개를 끄덕인 칼둔이 톰슨에게 다시 질문한다.
“실제로 나가는 돈은 얼마지?”
“1억 유로입니다. 1,500만 유로는 시티에서 UEFA의 스위스 계좌로 입금되고, 남은 8,500만 유로는 아부다비에서 케이먼 제도의 한 유령회사로 입금하면 됩니다.”
“그럼 우리가 받는 대가는?”
“유럽대항전 박탈 철회.”
“겨우?”
“아뇨. 그리고 향후 5년 동안 어떠한 경우도 FFP로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5년이라. 나쁘지 않군.”
“그렇습니다.”
FIFA와 마찬가지로, UEFA 역시 축구를 빌미로 다양한 음지 사업을 펼쳐 온 단체다.
그들의 주요 목적은 축구의 발전이 아닌 이익의 극대화에 있었고, 각종 대회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 대부분은 고위 관계자들의 뒷주머니로 향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저축이 없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의 위상과 축구라는 전 세계적인 스포츠의 특성 등을 종합해 보면 이것이 중단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이는 UEFA가 재정적으로 해이해지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어차피 매년 비슷한 시기에 돈이 들어올 텐데, 굳이 미래를 위해 자금을 비축해 둘 필요가 없었던 거다.
게다가 UEFA의 고위직은 평생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짧으면 3년에서 길어도 7~8년이면 수명이 다했고, 그 기간 최대한 많은 돈을 챙겨야만 했다.
물론 아프리카축구협회처럼 노골적인 행위는 벌어지고 있지 않았지만, 미디어와 대중에게 쓴 가면의 뒤로는 그에 거의 못지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고작 3개월 만에, UEFA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계약서는 당연히 존재하겠지?”
“그렇습니다. 그 부분도 약속했습니다.”
“좋아. 생각보다 일이 더 쉽게 풀리겠어.”
UEFA가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일부 조작된 것임이 밝혀지면서, 맨체스터 시티는 처음부터도 CAS 항소를 거치게 되면 징계가 철회될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UEFA가 계속해서 시티를 붙들고 늘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현 상황이라면, UEFA가 항소에서 패한 뒤에 시티를 깔끔히 포기하게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향후 5년 동안 FFP 문제로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이다. 우수한 선수를 채워 넣는데 있어, 눈치를 볼 이유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물론 몇몇 PL 클럽들이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그야 UEFA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각 클럽에 보내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수입과 지출을 동시에 계산해서 정해지는 게 FFP인 만큼, 수입 규모를 알지 못하는 이상 지출한 돈만 가지고 징계를 운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또 하나.
“토트넘은 어떻게 됐지?”
“일단, 한발 물러서는 분위깁니다.”
“후후. 그래야지.”
맨체스터 시티는 오래전부터 제임스 그래험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그림자(Shadow)이며, 많은 카르텔의 자금을 세탁하는 일을 도왔다는 사실을 알 고 있었다.
그리고 ‘Predator’를 만들어 써드 파티로서 불법 행위를 많이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최근에는 브라질 쪽 어린 선수들을 쓸어 담았다.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게 된다면 제임스 그래험의 명예는 땅으로 처박힐 것이고, 영국 왕실이 나서서 그의 직위를 아예 몰수해 버릴 수도 있다.
영국에서 귀족이란 나쁜 것보다 좋은 게 훨씬 더 많은 직책이지만, 그만큼 추락할 때의 충격도 컸다.
“만남을 주선하게.”
“직접 하실 겁니까?”
“뭐, 어떤가. 어차피 화상회의일 텐데.”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준비하죠.”
“그래. 그리고 페란과 오마르를 불러 주게.”
“알겠습니다.”
UEFA 관계자와의 만남을 주선할 스튜어트 톰슨이 회장실을 나서고, 만족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던 칼둔의 사무실에 페란 소리아노와 오마르 베라다가 들어섰다.
그들에게, 칼둔은 금방 들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그거 멋지군요!”
“그래. 환상적이지. 하지만 너무 과할 필요는 없어. 적당히. 그렇지만 사람들이 우리가 분노의 영입을 했다고 믿을 수준 정도면 되네.”
맨체스터 시티는 현재 몇 개의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진즉 발표되었을 수도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 포함된 테이블들이다.
우선 시티는 FC 바르셀로나가 공을 들이던 유망주 얀 코투(Yan Couto)를 하이재킹 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발렌시아 CF에서 맹활약하던 페란 토레스(Ferran Torres)와 합의점을 찾는 데 거의 접근한 상태다. 선수가 유벤투스와 시티를 두고 마지막 고민을 하는 단계다.
또한,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이탈을 대비해 클럽에 네 번째 센터백을 추가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기왕이면 왼발잡이 센터백을 노리고 있었고, SL 벤피카의 후벵 디아스는 벌써 2년째 시티의 레이더망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만약 이 두 건의 계약이 성립된다면, 존 스톤스 역시 클럽을 떠날 가능성이 컸다.
여기에 또 한 명.
가장 중요한 이적이 있다.
“생각보다 잘 틀어막고 있군.”
“하지만 곧일 겁니다.”
“음- 본래 사무국에는 쥐새끼가 많은 법이지.”
“그렇습니다.”
어제부로, 리오넬 메시가 정식으로 바르셀로나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클럽은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고, 동시에 사무국으로도 내용 전달을 하기에 오늘 자정부로 리오넬 메시의 계약 만료 기간은 2020년 6월 30일이 되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FIFA와 UEFA의 해석에 따라 계약 종료는 시즌이 끝난 뒤에 이뤄지게 되겠지만, 어쨌든 이제부터는 메시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여도 된다는 뜻이었다.
이에 페란 소리아노가 호르헤 메시와는 3일 저녁쯤에 통화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것 역시 안심할 단계는 아닐세.”
“명심하겠습니다.”
오전 짧지만 굵직했던 두 개의 미팅을 끝내고 난 뒤, 다시 따라낸 따듯한 커피와 함께 아침 하늘을 바라보는 칼둔의 기분은 마치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클럽을 휘청이게 한 유럽대항전 진출 문제도 해결되었고, 리오넬 메시 역시 클럽 합류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좋군. 아주 좋아.’
6월의 첫 번째 날.
칼둔은 무척 여유롭다.
***
2020년 6월 5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오늘은 아영이가 3주 동안의 산후조리를 끝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훈련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이미 아내는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
“자기!”
“워어-! 뛰어도 괜찮아?”
“그럼~ 아무렇지 않은걸.”
“그래?”
“응!”
맨체스터에서 가장 훌륭한 시설을 자랑하는 산후조리원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인지라 답답한 부분이 제법 많았던 것 같다.
집이 가장 좋고 편안하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냥 조리원 예약을 취소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는 것 좀 봐. 천사가 따로 없네.”
“자니까 그렇지.”
“네?”
“밤마다 배고프다고 똥 쌌다고 울어 봐. 지금처럼 천사처럼 안 보일걸? 엄마하고 아빠 방에 무전기랑 다 가져다 놨으니까, 애 울면 우리가 맡을게. 알겠지?”
“힘드실 건데요. 그리고 보모를 쓰면…….”
“됐어. 보모는 무슨.”
본래는 산후조리 후 일주일 정도만 부모님이 더 도와주시기로 했는데, 손주를 보자마자 생각이 바뀌신 것 같다.
난 부모님이 굳이 연세를 드시고서도 육아의 고통을 맡아야 하는지 의심되었지만, 두 분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이를 꺾는 것은 조금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수호를 보며 껌뻑 죽는 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차마 거절하지 못하겠다.
일단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되, 두 분이 힘들어 보인다면 이후 보모를 고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미 클럽 내 많은 사람이 유명한 분들을 소개해 준 상태다.
“17일이던가?”
“네, 아버지.”
“훈련은? 아직도 그 조금만 따로 하는 거냐?”
“일단 10일까지는요.”
“그 뒤에는?”
기존의 봉쇄조치가 하나씩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내려왔다.
현재 다섯 명씩 진행 중인 소규모 훈련은 8일부터 10명으로 확대되고, 그렇게 사흘을 더 진행한 뒤에 10일부터 스쿼드 전체가 모이는 걸로 바뀌게 된다.
대략 40명 정도가 될 전망이다.
“40명이나?”
“네. 일정이 빡빡하거든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남은 경기를 7월 말 이내에 끝내고자 했고, 그에 따라 리그 일정이 다소 빡빡해졌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사무국은 각 팀의 프리미어리그 등록 스쿼드를 40인으로 확대하는 한편, 모든 경기에서 9명의 교체 후보를 두고 그중 다섯을 투입할 수 있게끔 규칙을 바꿨다.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밥 먹는 거야?”
“응. 조리원 밥도 맛은 있었는데, 전부 서양식이라서 한식이 진짜 그리웠거든.”
“좀 더 차려서 먹지?”
“아니, 됐어, 이거면 돼.”
물에 만 밥에 강된장.
오이와 당근.
그리고 김치.
소박하게 상을 차려서 밥을 먹는 아영이는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 맞은편에 앉아, 아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진짜 수고했어.”
“응. 나 수고했어.”
“하하. 응. 진짜.”
“그래도 있잖아.”
“?”
“사람들이 수호 예쁘다고 하고, 아이가 막 나 보면서 웃을 때. 가슴이 찡한 거 있지. 너무너무 행복하더라.”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의 시선은 수호에게 향한다.
수호는 지금 아버지와 놀고 있다.
“……앞으로 더 잘할게.”
“응. 나두.”
자연스럽게 식탁 위로 꽉 잡은 손.
우리 부부는 이제, 아빠 엄마가 됐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게, 수호야.’
과연 내게도, 분유 버프라는 게 있을지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