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89)
1057화 The King (6)
『진짜를 발견하게 되면, 어쩐지 눈부시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본 건 재능이라는 이름의 반짝거림이다. 그래서 스카우트는 유망주를 원석이라고 부른다. 가공되기 전의 상태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내가 그때 본 것은 단순한 재능이 아닌 최초의 반짝거림이었던 것 같다. 마치, 태초의 빛처럼. – 티아고 로보』
***
몇 개의 질문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전에 여기, 몇 개의 이름이 있다.
펠레, 마이클 조던, 무하마드 알리, 베이브 루스, 타이거 우즈, 로저 페더러, 페이커. 이들은 각자의 스포츠 종목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로 불리는 존재들이다.
여기에서 첫 번째 질문.
“왜 이들이 위대한가?”
위에 언급한 이들에게는 공통점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본인 종목의 인기를 세계적으로 끌어올렸고,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위용을 떨친 시기를 보냈다.
특정 시대에 존재하는 최고 중 하나가 아닌, 유일한 존재로서 같은 시간대에서 뛴 이들의 우상이자 스타로 군림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질문.
“과연 그게 전부인가?”
위에 언급한 것들과 몇몇 부가적인 요소만으로 그들이 진정으로 위대해진 것일까? 그게 아니면 우리가 쉽게 바라볼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 걸까?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히 단 한 가지로 인해 이들이 위대해질 수 있었던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패러다임을 바꿨다.
우선, 펠레는 당시 모든 흑인의 우상이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종교와도 같았다.
나이지리아는 1967년부터 1970년까지 내전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쟁이 멈춘 시간은 딱 48시간이었다. 펠레가 뛰던 산투스 FC가 방문했던 기간이다.
디디에 드로그바 역시 자국의 내전을 멈춘 적이 있지만, 펠레는 무려 타국의 내전을 멈추도록 만든 것이다.
외에도 펠레는 미국 국무장관과 브라질 대통령이 기 싸움을 벌이게 한 유일한 축구선수기도 했다. 그는 단순한 축구선수 이상이었고,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보여 줬다.
그리고 마이클 조던은 농구를 전 세계의 보편적인 스포츠 중 하나로 성장시켰고, 타이거 우즈 또한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를 대중의 곁으로 가져왔다.
나머지 언급하지 않은 혹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위대한 스포츠 레전드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들 모두, 무언가를 바꿔 놨다.
세 번째 질문.
“사회적 의미와 대중화가 위대함의 기준인가?”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단언컨대 “NO.”다.
사실 이러한 것은 부가적인 것들이다.
진짜 중요한 건, 이들 모두가 그들 스포츠 전체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통해, 그들의 종목을 바꾸어 놓았다.
펠레는 한 명의 축구선수가 공격/미드필드/수비 심지어 골키퍼까지도 전부 완벽한 수준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리고 본인의 플레이를 통해, 각 포지션에 어떠한 선수가 있어야 하는지를 모든 축구 감독에게 알렸다.
펠레의 플레이는 현대 축구선수들의 기원이라 불러도 될 만큼 앞서 나가는 것이었고, 심지어 마라도나조차도 펠레의 플레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었다.
마이클 조던 역시 그 이전 센터들의 스포츠였던 농구를 가드로 가져왔고, 로저 페더러는 코트의 특성을 타지 않는 테니스 선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줬다.
게임은 잘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선수인 페이커 역시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역사상 유일한 레전드로 평가받는 선수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들이 속한 스포츠계 전체와 종목 그 자체에 커다란 영감(靈感)을 전했다.
그들이 있고 난 직후의 해당 종목이 얼마나 급격하게 발전하고 변화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위대한 선수들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발전으로 이어진다.
그 방법은 플레이로서 직접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브레인 스토밍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건, 우리가 감히 G.O.A.T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은 모두 이러한 일들을 해냈다.
이제 마지막 질문.
“과연 나의 G.O.A.T는 누구인가?”
이것은 내겐 무척 쉬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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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다온 자서전(Wonder – Kid, Boy And Man/Written By. Lennox Baker/2030년 출판)의 머리말에서 발췌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Stunnishing-!! Absolutely Great Goal-! This is how football wast meant to be played-!!”
(빌 레슬리)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전개였습니다. 열 차례 정도 패스가 오갔고, 팀 전체가 이번 득점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심지어 에데르송조차도요.”
(마틴 타일러)
“펩 과르디올라가 미켈 아르테타에게 축구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
.
.전반 36분
맨체스터 시티 2 : 0 아스널
미켈 아르테타가 자신했던 대로, 아스널의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가 어떠한 축구를 펼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가 전날 그의 선수들에게 말한 것처럼, 아무리 상대를 잘 안다고 해도 플레이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보가 된다.
경기 시작 후 첫 5분 동안 아스널은 강하게 저항하는 듯했지만, 전반전 06분 김다온이 30M 거리에서 쏜 슈팅이 그물을 가르면서 급격히 무너져 갔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08분 크라니트 자카가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24분엔 파블로 마리 역시 발목이 뒤틀리며 다비드 루이즈와 교체되었다.
준비해 왔던 모든 것이 꼬여 버린 상황.
궁지에 몰린 팀을 어떻게든 수렁에서 끄집어내고자 미켈 아르테타가 열심히 소리쳤지만, 조금 전 맨체스터 시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수를 꽂아 버렸다.
벵거 볼(Wenger Ball)이 절로 연상되는 완벽한 연계에, 누구도 탓할 수 없게 된 미켈 아르테타가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과르디올라가 바라본다.
‘미안하네, 미켈. 축구는 늘 잔인하지.’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정을 두지 않기로 한 과르디올라가 전(前) 수석코치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며 그의 선수들을 바라본다.
조금 전 득점 장면은 2019/20 시즌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 필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확신할 정도로 멋진 것이었다.
겉모습은 비록 벵거 볼에 더 가까웠지만, 패스와 포지셔닝을 끊임없이 거듭하며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가까운 이가 뛰어드는 장면은 과르디올라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너희들이 최고다! 너희들이 최고야!!”
사기를 북돋우는 칭찬과 함께 손뼉을 두들긴 과르디올라가 벤치로 돌아가 곁의 코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조금 전의 플레이가 얼마나 좋았는지. 그리고 십중팔구 많은 이들이 놓쳤을 것이 분명한 한 남자의 플레이를 칭찬하기 위함이었다.
“사실상 마지막은 다온이 만든 셈이야.”
“그래. 베예린을 끌어들였지.”
파이널 서드로 진입하는 패스는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진영에서 이뤄졌다.
그곳엔 넓게 벌려선 리야드 마레즈가 있었고, 동료의 1:1 상황을 만들어주고자 측면으로 움직인 일카이 귄도안이 조 윌록(Joe Willock)과 다비드 루이즈의 위치를 강제했다.
이 과정에서 중원에서 패스를 뿌렸던 더브라위너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은 위치로 이동했고, 패스는 거기로 전달됐다.
측면의 옵션을 차단했다고 믿었던 아스널의 수비는 +1이 되어 나타난 더브라위너에게 정신이 팔려 수비의 중심을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선택을 가져갔다.
하지만 케빈 더브러위너가 바라본 곳은 반대 방향이었고, 아스널의 선수들이 보기엔 김다온이 위험 지역으로 움직이려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오른쪽 풀백에서 오른쪽 센터백 위치로 움직인 엑토르 베예린은 김다온을 밀착 마크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포켓으로 움직이는 그를 따라간 이유다.
그런데 케빈 더브라위너의 패스는 김다온을 향하지 않았다. 볼은 반대 측면에서 뛰어든 라힘 스털링에게 이어졌다.
뒤늦게 베예린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공은 이미 아스널의 골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온은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
대부분의 스트라이커는 그와 같은 상황에서 본인의 발밑으로 패스가 굴러오기를 바란다. 혹은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할 생각을 하며 박스 안에 머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러한 판단은 주변의 다른 동료의 공간을 잡아먹는 행동이다.
물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정도 되는 남자라면 그렇게 판단해도 괜찮으나, 지구상에 ‘레반골스키(LewanGOALski)’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렇기에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팀 9번(ST)이 공간이란 개념을 완벽히 이해해 주길 바랐다.
“그는 알았던 거야. 자신이 포켓으로 빠지면, 스털링에게 공간이 주어질 거라는 걸. 바로 저런 플레이야. 바로 저런 플레이가 팀에 필요한 거라고.”
“천재적이지. 안 그래?”
“그 이상이야.”
손을 휘저어가며 김다온의 플레이 수준을 말한 과르디올라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간다.
‘그거 아나, 미켈?’
미켈 아르테타는 2016/17 시즌부터 과르디올라의 가까운 곳에서 세계 최고 감독의 모든 것을 가져가고자 노력했다. 실제로 그 열정은 눈에 쉽게 보일 정도였다.
특히 수비 전술만큼은 더 배울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는데, 이는 실제로 아스널 부임 직후부터 효과를 보았다.
처참했던 포백라인은 빠르게 안정되었고, 단 한 번도 수비가 좋은 적이 없었던 그라니트 자카를 순수 전술적인 안배로 수비를 할 줄 아는 선수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올곧은 성격이 그를 본인의 철학에 잠식되는 것을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전술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충분히 먹혀드는 상황일 때, 미켈 아르테타의 축구는 누구라도 너끈히 제압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자그마한 변수가 발생해 그것을 어그러뜨리면, 아르테타의 축구는 속절없이 무너져버린다.
그런데 맨체스터 시티엔, 프로 선수로서 뛰어 온 평생 변수를 만들어 온 이가 뛰고 있다.
아스널은 김다온의 위치에 따라 세 명의 선수(마테오 귀앵두지/엑토르 베예린/키어런 티어니)에게 김다온을 1:1로 마크할 것을 주문했다.
빈 곳을 찾아 움직이는 일에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김다온에게 그를 허락하지 않기 위한 대처였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미켈 아르테테가 잠시 간과했던 건, 김다온이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꼭 내가 공간을 차지하란 법은 없지.’
뮌헨 시절 ‘공간지배자(Raum-Lineal)’로 불리며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그것을 지켜 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여 준 김다온이지만, 그는 언제나 타인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왔다.
측면과 중앙중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선택해 왔고, 측면 윙어에게 공간을 주고자 언더랩과 오버랩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를 스스로 판단했다.
그런 김다온에게 있어, 측면보다 훨씬 더 선택지가 많은 중원은 즐거운 놀이터와도 같을 것이다.
본인이 뛰는 측면과 중앙 두 개의 옵션밖에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중앙에서 김다온은 피치의 모든 곳에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치, 토마스 뮐러와도 같다.
라움도이터(Raumdeuter).
김다온은 언제나 정확한 타이밍에 올바른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그것은 최고 수준의 체스플레이어처럼 몇 수 앞을 읽어 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김다온을 아직은 전술적으로 경직된 미켈 아르테타가 감당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였을 거다.
지금도 김다온은 계속 시티의 윙어들이 중앙으로 쇄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휘둘리다 보면, 아스널이 반드시 막아야 할 한 명의 선수에게 자유가 부여된다.
케비 더브라위너.
지금도 그는 완전히 자유로웠다.
미켈 아르테타는 김다온 외에도 케빈 더브라위너를 맨투맨으로 억제하려고 했지만,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스트라이커로 인해 그것은 불가능해졌다.
‘가-!’
골대를 슬쩍 바라본 케빈 더브라위너가 볼에 시선을 고정하며 슈팅 동작을 가져가고, 곧 그의 발을 떠난 축구공은 빠른 속도로 골대로 나아갔다.
몸을 날리는 베른트 레노.
비록 두 개의 실점을 허락하긴 했지만, 베른트 레노는 오늘 몇 차례나 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슈팅을 막아냈다.
팡-!
몸을 날린 베른트 레노의 멋진 선방.
텅 빈 경기장에 파열음이 울려 퍼진다.
“FUCK!!!”
관중석이 텅 비어 있어 더욱 잘 들리는 케빈 더브라위너의 안타까운 목소리.
허리춤에 손을 얹고 침을 그라운드에 뱉은 벨기에 출신의 미드필드가 본인에게 공간을 만들어 준 김다온을 향해 미소와 함께 윙크를 찡긋 보낸다.
‘정말 70%였던 건가?’
얼핏 김다온은 올 시즌 내내 해 왔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과르디올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김다온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고, 한층 더 높은 적극성 역시도 보여 주고 있다. 얼핏 보기에도 그 차이가 체감될 정도였다.
‘놀랍군.’
본인이 원했던 이상적인 9번의 모습을 모두 보여 주는 김다온.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나아가야 해.’
과르디올라는 마르셀로 비엘사와 만난 이후 과거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기존의 이상을 더 추구하지 않고, 현재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상을 처음부터 쌓아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9번은 지금 김다온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자넨 되돌아와야 하고.’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이 그리는 새로운 축구에서, 풀백의 의미와 중요도는 전혀 변하지 않을 예정이다.
‘자넨.’
Game Changer.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풀백의 의미를 영원히 바꿔 놓은 김다온은 곧, 본인이 가장 사랑하고 또 가장 잘 어울리는 위치에서 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펩 과르디올라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었다.
삑-! 삐?익! 삐—익!!
많이 기울어진 경기.
사색의 길을 걷고 있는 과르디올라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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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맨체스터 시티 5 : 0 아스널
[골] 김다온 : 전반 06분(리야드 마레즈)라힘 스털링 : 전반 36분(케빈 더브라위너)
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06분(리야드 마레즈)
올루프 뫼르크 : 후반 25분
필 포든 : 후반 46분
김다온 ? 97분 출전(1골/평점 8.4)
MoM ? 케빈 더브라위너(1골 1어시스트/평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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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Strong City : 감동적이었던 맨체스터 시티의 리그 재개전 ? 맨체스터 시티 홈페이지]***
생각 외로 손쉽게 풀린 경기였다. 특히 후반 4분 만에 다비드 루이즈가 내게 무모한 태클을 시도하다가 다이렉트 퇴정을 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경기는 사실상 그때 끝났고. 후반전은 우리의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관심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텅 비어 있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뛴 감상이다.
“집중하기 어렵지 않았어?”
“맞아. 어색하더라니까.”
오늘 새삼,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얼마나 큰 경기장인지를 깨달았다. 가끔 눈을 돌리다가 외부를 잇는 통로를 보았을 땐, 유령이 나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본래 프리미어리그 경기 대부분은 관전하기 좋은 오후 시간 때 편성되었지만, 지금은 중계방송 관계로 저녁 8시 이후 경기가 제법 되었다.
이번 아스널전 역시 킥오프 시간은 밤 9시 15분이었고, 그래서 더 음산한 분위기가 났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마킹한 보람은 있었잖아?”
“그래- 그건 확실히 그래.”
오늘 나와 함께 Stay Strong Manchester를 적은 이들 모두 득점을 기록하는 진풍경이 나왔다.
그래서 아까 귄도안이 다음 경기부터는 팀 전체가 그것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했다. 한데 실제로, 이를 적지 않은 이들은 오늘 좋은 기회를 놓쳤다.
“있잖아, 난 이게 캠페인처럼 됐으면 좋겠어.”
“캠페인?”
“응.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지. 이 도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팀의 사람들도 그들의 도시를 위해서 메시지를 적는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축구를 하는 것뿐인데, 그게 사람들을 더 기쁘게 만들지 않을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아.”
“그렇지? 해쉬태그나 달아 볼까?”
“어떻게?”
“Stay Strong. 그게 끝이야.”
곁에 모인 동료들은 이런 내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듯한 반응을 보여줬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팀 내에서 가장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포든이었다.
구글에서 냉큼 본인의 득점 장면이 찍힌 사진을 검색한 포든은 업로드한 후 뒤에 #staystrong을 달았다.
“좋네. 우리도 나중에 같이 하자.”
“응.”
“그럼 난 씻고 올래.”
오른쪽 발등에 하고 있던 아이싱을 풀며, 난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로 샤워실로 향했다.
다비드 루이즈를 퇴장으로 이끈 태클 때, 오른쪽 발등에 약간의 타박상을 입었다. 꽤 통증이 있었지만, 그래도 승리 보장과 맞바꿨으니 어느 정도 수지타산이 맞았다.
쏴아아아-
따뜻한 물로 몸을 적시며, 왼쪽 발목에 있는 흉터를 바라봤다. 전에는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X팔. X나 좋네.’
오늘, 난 모처럼 마음껏 뛰었다.
경기 내내 자유로움을 느끼면서 말이다.
“이봐-! 누가 샴푸 좀 줘!”
“네 건 어쩌고?”
“다 떨어졌어.”
“헤이. 내 거 써.”
“오- 고마워.”
승리를 한 것보다 내 왼발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는 데에서 온 죄책감을 숨기고자, 샴푸를 워커에게 건넸다는 건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자꾸만 치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부여잡으며, 나는 다시 씻는 일에 집중했다.
지금 난, 다음 경기를 학수고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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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The Perfect City ? 맨체스터 이브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