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90)
1058화 The King (7)
모든 것이 낯선 광경이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경기가 끝났을 때, 모두가 약간 안도했던 것 같다. 누구 하나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난 사람들이 안심하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그건 틀림없이, 반가움에서 출발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본 데에서 발견한 반가움 말이다.
지난 나흘, 난 사람들이 꼭 움켜쥔 것을 보았다.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그것은 지금 여기.
바로 피치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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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전반 21분
맨체스터 시티 0 : 0 번리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4-2(D)/4-4-2
GK ? 에데르송 / GK ? 닉 포프
RB ? 키런 트리피어 / RB ? 매튜 로튼
CB ? 페르난지뉴 / CB ? 제임스 타코우스키
CB ? 김민재 / CB ? 벤 미
LB ? 올렉산드르 진첸코 / LB ? 찰리 테일러
DM ? 로드리 / RAM ? 조쉬 브라운힐
CM ? 다비드 실바 / CM ? 잭 코크
C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애쉴리 웨스트우드
AM ? 필 포든 / LAM ? 드와이트 맥닐
ST ? 김다온 / ST ? 제이 로드리게스
ST ? 세르히오 아궤로 / ST ? 마테이 비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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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뎀프시) – BT Sports 코멘테이터
“다비드 실바. 다온. 번리의 왼쪽 진영에서 계속해서 괴롭혀 주고 있습니다. 막아서는 테일러. 그 뒤에는 벤 미가 버텨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다온. 곧바로 빠른 속도를 냅니다. 베르나르두가 뒤에서 붙어 주고- 다온이 패스를 보냅니다. 베르나르두 실바. 그리고오–!!! 들어갑니다!! 마침내 득점을 뽑아내는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One Nil, 번리가 어떻게든 잘 틀어막고 있었습니다만, 기어코 뚫어 냅니다!”
(로비 새비지)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지금은 빌드업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왼쪽에 힘을 두었다가 다비드 실바의 전환 패스 한 번으로 다온이 공간을 점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오-! 이 속도를 좀 보세요. 단숨에 치고 나가는 걸 찰리 테일러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베르나르두 실바의 패스와 필 포든의 마무리까지 전부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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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사실 중 몇 가지는 팬이 있건 없건 득점은 똑같이 기쁘다는 점이다.
시즌 재개를 준비하면서 “득점해도 별로 신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것으로 두 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포든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카메라 앞에서 멋지게 주먹을 휘두른 후 해맑게 웃는 녀석에게 다가서며, 난 모여 있는 동료들에게 더 분발하자고 말했다.
“더 밀어붙이자! 전반이 끝나기 전에, 그냥 승부를 결정짓는 거야! 알겠지?”
“좋아.”
“Let`s Go-!!”
사실 코로나 브레이크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팀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위축되어 있었다. 패하지 말아야 할 경기에서 패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던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 본다면 현실 감각이 조금 무뎌졌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편이 더 나은 것 같다.
우승이란 압박에서 벗어났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게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
삐?익!
주심 안드레 매리너가 휘슬을 불어 킥오프를 알리고, 뒤로 볼을 돌린 번리가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조립하려고 한다.
‘어림없지.’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둘 순 없다.
“조심해!!”
“?!”
“잇-!”
실점 직후 다소 느슨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던 제임스 타코우스키(James Tarkowski)가 나의 압박에 당황해 볼을 처리하다가 실수를 범했다.
그의 발에 맞은 축구공은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났고, 킥오프 후 몇 초 되지 않아 우린 다시 볼을 점유하게 되었다.
펩이 이런 나를 향해 잠깐 박수를 보내왔고, 살짝 기분이 좋아진 나는 쿤에게 위치를 알리며 오늘 내내 자리를 잡고 있었던 오른쪽 측면으로 움직였다.
분명 전형 자체는 다이아몬드 4-4-2이지만, 실제 모습은 비대칭 형태의 4-3-3이라고 보는 게 옳다.
동료들에게 포지셔닝의 개념을 쉽게 인지하도록 만들고자 다이아몬드 4-4-2를 택했을 뿐이다.
실제로 나는 오늘 사실상 오른쪽 윙처럼 뛰고 있다. 다만 리야드처럼 넓게 벌려서지 않고, 하프 스페이스를 기점으로 포켓과 페널티 박스 안을 오갔다.
조금 전 득점 상황에서의 돌파도 오른쪽 델란떼로(Delantero Derecho)에서 이뤄졌다.
왼쪽 중앙 미드필드로 나선 베르나르두 역시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머물면서 나와 같은 역할을 했는데, 그의 자리는 로드리가 위로 올라서면서 채웠다.
포든은 오늘 가장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으로, 본인이 원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측면 돌파는 직선적인 성향이 강한 두 명의 풀백이 맡았다.
수비적으로 잔뜩 내려앉을 게 분명한 번리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지만, 펩이 이렇게 전략을 택할 수 있었던 건 지금 내가 기특하게 바라보는 한 수비수 때문이다.
‘기특한 녀석.’
오늘은 페르난지뉴와 호흡을 맞춘 민재야말로, 우리가 이런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핵심이다.
오른발잡이임에도 왼쪽 센터백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고, 지뉴를 볼란치(Volante/DM)로 올린 후 혼자서 에데르송의 앞을 지킬 수 있는 센터백은 민재가 유일하다.
리크에게 같은 역할을 맡겨도 괜찮게 해내겠지만, 민첩성에서 민재를 따라갈 수 없다.
190cm가 넘는 장신 수비수 중, 민재보다도 민첩하게 반응하여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선수는 버질이 유일하다.
게다가 본래 리크의 장점이었던 후방빌드업과 앞으로 나와 주는 타이밍도, 민재는 지난 2년 동안 눈이 부실 수준으로 성장해 있었다.
저 녀석이 있기에, 번리 정도 되는 수준의 팀을 상대론 이렇게 공격일변도의 전술을 짤 수 있는 거다.
지금도 우리의 뒤쪽 라인이 약하다고 판단한 번리가 역습을 시도해 보았지만, 민재가 능숙하게 볼을 커트했다.
‘기회……일 수도?’
역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번리의 라인 사이에 간격이 발생했다. 미드필드가 위로 올라가면서, 포백 앞쪽에 너른 공간이 생긴 거다.
그곳을 이용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쿤의 위치가 조금 아쉽다.
기본적으로 라인 브레이킹 상황에서 강한 쿤은 이런 상황에서는 습관적으로 약간 낮은 위치에 머문다. 설령 내가 저 공간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볼이 앞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득점이 만들어진 직후.
반대로, 실점 다음 상황이란 거다.
모두가 모두에게 승리할 수 있고 모두가 모두에게 패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라면, 자연히 끓어오를 거다.
‘그래서 더 아까운 거야.’
만약 지금의 이 장면이 위험했다고 판단한 번리의 선수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당분간 이런 기회를 붙잡기는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우리와 번리의 전력 격차를 생각하면, 꼭 이 기회가 아니더라도 득점 기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놓치고 싶지 않다.
“…….”
공간이 만들어진 포켓 대신, 난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는 선택을 했다.
오늘 중 어느 때보다 사이드라인에 가까워졌고, 손을 들어 올린 순간 민재와 눈이 마주쳤다.
‘보내. 얼른!’
팡-!!
뒤쪽에서부터 단숨에 패스가 보내져 온다.
적당한 높이와 빠르기를 간직한 채.
나는 그것을 가슴으로 트래핑했고, 이후 볼을 발아래에다 놓아두며 슬쩍 시선을 위로 올렸다.
‘좋았어. 파악 끝.’
가까운 곳에 찰리 테일러(Charlie Taylor)가 있다.
그는 나를 측면으로 내몰려 할 거다.
현재 번리가 바라는 건 지연.
‘그렇다면?’
처음부터, 답은 하나였다.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서기로 선택한 순간, 나는 번리의 대처와 그것을 망가뜨릴 방법을 전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조금 전 룩업(Look Up)은 그저, 확인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가 보자.’
툭-
“?”
공격수로 시즌을 시작한 후,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이런 상황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측면에서 1:1을 맞는 순간을 말이다. 굳이 1:1을 한다면 할 수 있는 순간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선택은 듀얼(Duel)이 아닌 조율이었다.
내 다리가 전처럼 빠르게 몸을 이끌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시험해 보고 싶다.
‘당황했네, 다리가 꼬이고 있어.’
시선을 고정해 둔 찰리 테일러의 스텝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며, 나는 번리의 왼쪽 풀백이 정면 돌파를 택한 것에 당황하는 중이라고 확신했다.
듀얼의 주도권은 자연히 내게 온다.
필요한 건, 한 번의 속임수.
여태껏.
그러니까, 2018년 여름까지 줄곧 해 왔던 플레이다.
“…….”
“?!”
어깨를 왼쪽으로 집어넣어 찰리 테일러에게 한 차례 혼선을 준 뒤, 직후 바로 오른발 옆쪽으로 볼을 길게 밀어 넣었다.
곧바로 반응해 몸을 트는 찰리 테일러지만, 이미 몸의 중심을 한 번 오른쪽으로 가져갔었다. 코어의 위치가 중심인 것과 그러지 않은 것에는 다음 동작에 미묘한 차이를 가져온다.
그 약간의 지연이 내가 언제나 원해 왔던 것이었고, 그걸 손에 쥔 이상 1:1에서 패배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야의 왼쪽 끝에 머물던 찰리 테일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페널티 박스는 아까 전 진입했고, 지금은 오른쪽 페널티박스 모서리와 골에어리어 모서리의 중간 위치일 거다.
본능이 말해 주는 현 위치를 파악하고자, 나는 다시 한번 룩업을 실시한다.
‘역시.’
난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퍽-!!!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 차례 왼발 스텝을 가져간 후 바로 축구공에 오른쪽 발등을 가져갔다.
축구공은 순식간에 내게서 멀어졌고, 곧이어 닉 포프의 곁을 뚫고 번리 골대의 그물을 흔들었다. 경기장이 텅 비어 있어, 그물과의 마찰음이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촤르르르르륵-!!!
“YEAH-!!!!”
삑-! 삐?익!!
아까도 말했지만, 사실 지금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더라도 승리 여부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째서냐고?
‘그야…….’
.
(폴 뎀프시)
“This is Incredible-!! 이 슈팅은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한국에서 온 남자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So Powerful-!!”
(로비 새비지)
“지금은 순수한 개인 기량으로 만든 득점입니다. 1:1 상황에서 찰리 테일러를 완벽하게 압도했습니다. 테일러로서는 화가 날 겁니다. 본인이 다온을 완벽하게 놓치면서,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으니까요. 그렇지만, 과연 누가 다온과 저런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환상적인 속도입니다.”
.
조금 전, 난 선제득점에 기뻐하는 동료들에게 번리를 더 밀어붙이자고 말했다. 셀레브레이션 때 그렇게 말한 주제에, 어쩌면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게 내가 알고 있던 시티였다.
무자비하고 또 사정없이 몰아치는.
2년 전 우리는 선제득점 이후 다음 득점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짧은 팀이었다. 상대가 흔들리는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는 뜻이다.
득점 후 코너플랫을 향해 달리던 중, 카메라가 눈에 띈 나는 방향을 바꿔 뛰어가 그것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렌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VAMOS를 외쳤다.
뭐랄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비단 크게 소리를 내질러서는 아니다.
“COME ON-!!!”
“혼자서 다 하려고?”
“훌륭한 슛이었어. 그건 훌륭한 슛이었다고.”
이번에는 굳이, 동료들에게 더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다.
‘후우- 계속해 보는 거야.’
내가 지금 생각하는 우리의 최선은 눈앞의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고 승리를 위해 매진하는 일이다.
당분간, 그 최선에만 집중할까 한다.
그 외의 것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엔, 축구는 너무나도 즐겁고 또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존재다. 물론 가끔 나를 괴롭게 하고 절망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러나, 두려운 것이 겁나진 않는다.
삐?익!!
순식간에 2:0으로 벌어진 경기가 재개되고, 나는 아까처럼 다시 힘차게 상대를 압박했다.
내가 겁나는 건 이 발이 멈추는 것뿐.
그렇기에 계속, 난 다리를 움직일 거다.
팡-!
“?!”
.
(폴 템프시)
“오-! 이번에도 다온의 전방 압박이 성공할 뻔했습니다. 번리의 코너. 그렇지만, 션 다이치와 번리의 수비수들은 김다온이 엄청난 골칫거리로 느껴질 겁니다.”
(로비 새비지)
“세계 최고의 수비수였습니다. 그런 선수가 전방에서 저런 식으로 뛰어다니는 건, 반칙처럼 느껴질 겁니다.”
.
닉 포포의 골킥.
축구공은 하프라인 너머, 우리 진영으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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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9/20 EPL 30R)
맨체스터 시티 6 : 0 번리
김다온 : 전반 24분(김민재), 전반 43분(페르난지뉴), 전반 48분(세르히오 아궤로)
다비드 실바 : 후반 06분(베르나르두 실바)
김다온 ? 98분 출전(3골/평점 9.4/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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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FULL’ DA-ON : 시즌 25호 득점 ? 데일리 미러]? 또 다른 ‘SIX IN THE CITY’엔, 파괴적이었던 김다온의 활약이 있었다. 하프타임이 되기도 전에 김다온은 이미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시즌 득점의 숫자를 25로 늘렸다.
이제 2위 그룹과의 격차는 7골이 되었고, 프리미어리그 최초 아시아인 득점왕에 한층 더 근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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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 항소가 통과되어 UEFA의 징계가 철회될 경우, 엘링 홀란을 영입할 맨체스터 시티 ? Goal.com]? 도르트문트와 맨유가 홀란과 강력하게 연결된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가 클럽 레전드의 아들을 영입하기 위해 잘츠부르크에 정식 오퍼를 제안했다.
***
2020년 6월 2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실내 재활용 연습장.
리그 재개 후 두 차례 연속 승리에 성공한 맨체스터 시티의 분위기는 무척 밝았다. 승리도 승리지만, 경기력 자체가 중단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스쿼드에 휴식을 준 펩 과르디올라 역시, 지난 두 경기는 제법 훌륭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온에겐 오히려 도움이 됐어.”
“음- 미국행이 효과를 봤군.”
전날 하프타임 이전에 해트트릭을 완성한 김다온의 퍼포먼스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본인이 충분히 득점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에게 골을 양보한 세르히오 아궤로의 영향인지, 후반전에는 철저히 이타적으로 뛰며 동료의 득점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것은 일종의 선순환이었다.
골대를 네 번이나 맞추는 불운이 가장 큰 적이었던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전 점유율을 84.2%까지 끄집어 올렸는데, 이는 이번 시즌 PL을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막상 보고 나니까 더 알 것 같더군.”
“말했지 않나. 70%라고.”
“그래. 이제는 믿어.”
“쿡쿡쿡쿡.”
현재 펩 과르디올라와 대화 중인 사람은 시티의 비디오 분석인 카를레스 플랜차르트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나?”
“……이미 결정한 일이야.”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나.”
“…….”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은 과르디올라의 철학이었다. 감독을 준비하면서부터 줄곧 그려 온 것으로, 그 완성까지 마지막 단계를 남겨 둔 것이기도 했다.
바로, 완벽한 가짜 9번을 찾는 것.
“다온은 내년이 되면 공격 쪽에서 더욱 잘 뛰어 줄 걸세. 프리시즌을 통째로 넘겼는데도 지금 하는 것을 보면 100% 확신할 수 있어.”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도 말인가?”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다음 시즌에도 공격수로 쓰자는 플랜차르트를 똑바로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진심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험을 해 보는 것뿐이었다.
“Lo excesivo.”
“?”
“Lo excesivo es tan malo como lo poco, Carles.”
“…….”
Lo excesivo es tan malo como lo poco는 지나친 것은 사소한 것만큼이나 나쁘다는 뜻의 스페인 속담이다.
뭐든 정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리오가 올걸세. 그리고 CAS에서 징계를 철회하면, 홀란도 영입될 거야.”
맨체스터 시티가 RB 잘츠부르크의 공격수 엘링 홀란에게 관심이 있다던 ‘Goal.com’의 뉴스는 진실이었다. 사흘 전, 시티는 잘츠부르크가 거절하기 힘든 금액을 제안했다.
5,000만 유로의 이적료와 함께, 에이전트인 미노 라이올라에게로 갈 수수료까지 전부 부담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당연히 잘츠부르크는 이를 수용했고, CAS 항소 경과에 따라 정식으로 이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거기에 굳이 다온까진 필요치 않네.”
“홀란이 더 잘할 거라고 보는가?”
“아니. 전혀.”
“그런데도?”
“Vamos, Carles. 나를 계속 떠보는 건 관두지 그러나. 홀란은 아직 애송이야. 프리미어리그에서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녀석을 이번 시즌에 데려오려는 건, 그 꼬맹이가 리오와 쿤에게서 뭔가를 배울 거라고 믿기 때문일세. 본인에게 무척 좋은 경험일 테니까. 그리고 라힘과 리야드도 남을 거야. 여차하면 베르나르두도 전방에서 뛰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재능이 너무 많네. 그럼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아.”
사람들은 과르디올라의 FC 바르셀로나가 시대의 지배자였다고 말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바이에른 뮌헨이 더욱 큰 지배력을 보였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당시의 FC 바르셀로나는 센터백과 왼쪽 풀백이 약간 취약한 편이었고, 그것을 세 얼간이와 리오넬 메시라는 존재로 교묘히 가렸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공격-미드필드-수비-골키퍼의 밸런스가 거의 완벽했다.
“다온이 뒤에서 중심을 잡아 줘야만 해.”
불쑥 튀어나온 김민재가 수비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곤 있지만, 라포르트라든가 스톤스의 경우를 본다면 내년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리그고 그런만큼 전술과 대처 방법의 회전이 빠른 곳이다.
계속 발전하지 않는다면, 자신보다 뒤에 있었다고 믿었던 이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그가 뒤에 있어 줘야, 비로소 중심이 맞아.”
2020/21 시즌 개막에 맞춰, 김다온은 본래의 포지션은 풀백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건 좌우 중 어디냐는 거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누군가는 팀을 떠나야 한다.
현재는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방출될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만약 김다온을 오른쪽 풀백으로 보낸다면 키런 트리피어가 클럽을 떠나게 될 수도 있었다.
그 정도 되는 사이드백을 방출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출전 기회가 부족해 불만을 품게 된다면 팀에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준다.
시즌 직후 이어질 시티의 리툴링(Retooling)은, 김다온의 위치를 정확히 정하는 것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내가 착각했어.”
“…….”
“나의 이상을 실현한다면, 그게 완벽한 축구일 줄 알았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네. 산의 정상이라고 믿었던 봉우리에 가까워지자, 더 높은 봉우리가 보였던 거야. 본래 축구란 그런 녀석이었지. 그리고 좀 더 젊었을 땐, 그것을 똑바로 볼 줄 알았고. 어느샌가, 난 타협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지난 2개월, 과르디올라는 본인의 철학을 하나하나 현대 축구와 대조하는 일을 했다. 그 결과, 과르디올라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함을 느꼈다.
때마침 스쿼드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었다.
새로운 축구를 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란 거다.
“망설임은 없네, 카를레스. 난 새로운 축구를 할 생각이야.”
굳건한 의지를 보이는 과르디올라를 보며, 플랜차르트는 더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가 손에 쥔 물병을 들어 올렸다.
“건배나 하지.”
“건배?”
“그래. 우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말이야.”
“후후. 물로 말인가?”
“지금은 아침 10시야. 벌써 술을 입에 대고 싶지는 않다고. 자네가 와인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이걸로 만족해 주게.”
“얼마든지.”
물병을 손에 쥔 과르디올라가 비슷한 높이로 그것을 들어 올리고, 한참 동안 시선을 교환하던 두 남자는 미소와 함께 대화를 다음 단계로 이끌었다.
“다온은 쉬게 할 생각인가?”
“아니. 그럴 순 없지.”
“내 생각도 그래.”
시티의 다음 경기는 이틀 뒤,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펼쳐지는 첼시 FC 원정이다.
상대는 지금 3:0 패배의 복수를 원한다.
그렇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작별할 본인의 축구에 큰 확신을 품고 있다.
‘이길 수 있어.’
조용한 클럽하우스.
시티의 감독은 이 침묵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