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94)
1062화 The King (11)
버질 판데이크.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인 그는 완전무결(完全無缺)한 수비수로 알려져 있다.
193cm/92kg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지녔고 순간 시속 34.5km까지 달릴 수 있으며, 완벽한 수준에 가까운 전술 이해도와 집중력과 침착함까지 모두 갖췄다.
이런 판데이크를 두고, ‘Sky Sports’의 공동-코멘테이터 겸 분석가 그리고 ‘데일리 메일’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제이미 래드냅은 [“리오 퍼디난드, 존 테리, 네마냐 비디치의 장점을 섞어 놓은 선수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판데이크는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방법 역시도 알고 있다.
리버풀의 캡틴은 여전히 조던 헨더슨이지만, 사람들은 판데이크의 리더십이 리버풀의 수비 수준을 몇 단계나 끌어올렸다고 이야기하는 중이다.
오늘 역시, 판데이크는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피치 위에서 발휘하는 중이다.
‘몇 분 전까지는 말이지.’
한 차례 스프린트를 마친 판데이크가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며 호흡을 고른다, 그리곤 바로 목소리를 높여, 그의 파트너에게 소리쳤다.
“조-! 침착해!!”
.
.
.전반 19분
맨체스터 시티 0 : 0 리버풀
‘젠장. 멀어지고 있어.’
판데이크는 흐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리버풀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든 김다온의 중거리 슈팅이 있었던 이후, 파트너인 조 고메즈가 눈에 띄게 흔들리며 수비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었던 탓이다.
끊임없이 고메즈를 향해 소리치며 어떻게든 버티곤 있었으나, 그쪽으로 많은 신경이 쏠려 다른 부분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파이프의 물이 새는 부위를 임시방편으로 틀어막았더니, 곧바로 다른 곳에 누수가 생겨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제아무리 판데이크라지만, 몸이 열 개가 아닌 이상 모든 누수를 막아 내기는 무리다. 게다가 축구 경기장에 설치된 파이프는 피치 전역에 걸쳐 설치되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판데이크의 선택지는 점점 더 좁아지게 된다. 어느새, 그는 골대 앞을 지키는 게 최선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팡-!
맨체스터 시티는 이런 리버풀의 상황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빌어먹을! 트렌트!!!”
“!!”
가까운 위치의 센터백이 흔들리자 덩달아 실책을 범하기 시작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포지셔닝 실수. 이를 놓치지 않은 더브라위너의 패스가 리버풀의 뒷공간을 겨냥한다.
판데이크의 목소리에 알렉산더-아놀드가 다급히 뒤돌아 달리지만, 무리한 수비의 결과는 박스 주변에서의 파울과 옐로카드로 이어졌다.
휘슬을 분 앤서니 테일러가 달려와 안타까워하는 알렉산더-아놀드에게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든다.
‘젠장, 대체 어딜 보고 있었던 거야?’
리버풀의 수비를 향한 세간의 평가는 판데이크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는 판데이크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한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했다.
조 고메즈(1997년생)를 포함,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1998년생)와 앤드류 로버트슨(1994년생) 모두 젊은 축에 속한다.
재능은 넘칠 정도로 충분히 갖추고들 있지만, 수비수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는 부분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위르겐 클롭이 판데이크를 중심으로 수비 전술을 짜고 그가 팀에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것이 팀 수비를 안정시킬 유일한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선수 역량에 전적인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머릿속이 복잡해진 리버풀의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잠시 서성인다.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미 잊힌 장면이겠지만, 위르겐 클롭 역시 김다온의 중거리 슈팅이 흐름을 뒤바꾼 분기점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도한 걸까?’
조 고메스의 가장 큰 단점은 스스로 판단을 내렸을 때 좋은 결과물을 만들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압박이 주어졌을 때면 패닉(Panic)에 쉽게 빠져들곤 했다. 침착함을 상실한 수비수는 시야가 좁아지게 되고, 눈앞의 것 이외를 볼 수 없게 된다.
왜곡에 의한 혼란(Distraction by Distrotion).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능력의 저하가 불러일으킨 주의력 부족 현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설마, 그럴 리가.’
조 고메즈를 압박함으로써 오히려 버질 판데이크의 영향력을 저하한다는 발상은 위르겐 클롭의 생각에 상식적으로 나오기 힘든 것이었다.
물론 리버풀을 상대하는 모든 팀이 판데이크와의 상대를 꺼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조 고메즈만을 노골적으로 공략하게 할 만큼 어설프게 전술을 짜 두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라인의 높이를 높여 둠으로써, 고메즈가 실수하더라도 미드필드나 풀백이 바로 도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무엇보다 전방에서 상당히 강한 압박이 이뤄지기에, 조 고메즈만을 노리고 흔드는 것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오늘, 맨체스터 시티는 놀라울 만큼 리버풀의 전방 압박을 쉽게 벗겨내는 중이다.
결국, 클롭은 그럴듯한 답을 찾지 못한다.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이 상태로?’
전반전 10분부터 20분이 조금 넘은 지금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볼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와 같은 선수가 있는 팀이 그들의 방식으로 뛰게 된다는 건, 단순히 주도권을 넘겨준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세계 최정상 레벨의 두 남자는 할 수 있는 게 많아질수록 그들의 실력을 더욱 잘 발휘한다.
그리고.
삐?익!!
“……Fuck.”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뒤집어쓴 모자 위로 두 손을 얹은 위르겐 클롭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된다.
***
(롭 호스론) – Sky Sports 코멘테이터
“Sterling Goes Down-! It`s a Penalty-! 앤서니 테일러가 조 고메즈가 파울을 했다고 알립니다! 그리고 경고입니다. 리버풀 수비진에만 벌써 두 번째 경고가 주어지는군요. 이건 어쩌면 페널티보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앨런 스미스)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솔직히, 저는 저기서 왜 고메즈가 저런 방식으로 수비했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는 스털링보다 훨씬 더 크고 힘이 셉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힘에 달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좋지 못한 수비입니다.”
.
.전반 22분
맨체스터 시티 0 : 0 리버풀
펩은 리버풀의 전방 압박을 파훼하고자 중앙 미드필드의 운용법을 약간 특이하게 가져갔다.
평소 군도가 선발로 나섰을 땐 군도를 공격적으로 쓰고 케빈에게 박스-투-박스의 역할을 맡겼지만, 오늘 펩은 군도를 철저히 인콘트리스타(Incontrista)로 활용했다.
우리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가져갈 때면, 군도는 로드리의 곁에 서서 더블 볼란치(Double Volante)가 된다.
이는 위르겐 클롭이 팀의 9번(ST)을 상대 6번(DM)을 맨마킹 하게 하는 전술을 사용한다는 점을 공략하는 선택이었다. 물론 중앙의 힘은 부족해지겠지만, 펩은 그 답을 측면에서 찾았다.
우린 오늘 후방빌드업을 시행할 때면, 순간적으로 백포 라인을 백쓰리로 만들었다.
카일이 오른쪽 센터백이 되고 리크를 왼쪽으로 이동시킨 후 주앙을 메짤라(Mezz`ala) 위치로 이동시켰는데, 보통 이러한 변화는 세 명의 공격수를 두는 팀을 상대론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렇지만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수비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드를 압박한다.
즉, 수비를 셋만 두더라도 상대 공격보다 숫자를 하나 더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떻게 본다면 지금까지 위르겐 클롭이 교묘하게 그들의 수단을 감추어 왔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거다. 결과적으로 선수 하나를 낭비하게 만든 셈이니까 말이다.
두 명의 공격수를 상대로는 세 명의 수비를.
세 명의 공격수를 상대로는 네 명의 수비를.
전방 압박에 참여할 수 있는 선수보다 정확히 한 명만을 더 놓아두는 일은 빌드업이 강조되기 시작했던 때부터 일종의 공식처럼 존재해 왔던 내용이다.
그런데, 클롭은 이를 교묘히 역이용했다.
역시나 대단한 남자랄까?
삑-!
앤서니 테일러가 휘슬을 불고, 페널티를 찰 준비를 하던 케빈이 골키퍼 쪽을 슬쩍 쳐다보곤 다리를 움직였다.
팡-!
축구공과 정 반대 방향으로 점프한 알리송 베커가 빠르게 포기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그물이 출렁이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달리는 케빈을 따라 골대 옆쪽으로 달려갔다.
오늘부터 골대 뒤편에 특별한 스크린이 설치되었는데,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의 모습이 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팬들에겐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 선수에겐 좀 더 힘이 될 방법을 생각하던 스태프들이 즉석에서 제안한 것을 페란 소리아노가 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저것들이 설치되기까지 1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하여간, 대단한 사람들이다.
“호들갑 떨지 말자. 상대는 리버풀이야.”
“뭐야? 기뻐하려고 온 거 아니었어?”
“그러려고 했는데, 아닌 것 같아.”
“들었지? Kevin De General이 그렇게 하잖다.”
“뭐? 그건 또 뭔데?”
“네 새로운 별명.”
“구려. 완전히 구려.”
“쿡쿡쿡쿡. 아무튼, 잘 넣어줬어.”
“이봐! 그건 내가 얻은 거거든?”
“그래, 라힘. 너도 좀 해줬지.”
“좀? 내 생각엔 최소 90%의 지분은 있다고 보는데?”
“그래, 맞아. 네가 다 한 거 맞아.”
“……기분이 별로야.”
뭔가 묘하다던 라힘을 달래며, 나는 동료들과 함께 다시 자리를 찾아서 움직였다.
우리가 리버풀의 후방빌드업을 수월하게 벗겨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메짤라가 된 주앙이 케빈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케빈의 오늘 컨디션이 최고라는 것.
이 세 가지의 이유가 있었기에, 나는 조 고메즈를 흔들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하나라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되레 판데이크가 날뛸 판을 만들었을 거다. 그리고 판데이크가 활약하면, 리버풀 전체가 그에 호응한다.
현(現) 프리미어리그 1위 팀의 가장 중요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 고메즈가 흔들리게 되면, 앞서 말한 이유와 더해져 판데이크는 자신이 활동할 영역을 좁힐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수는 기본적으로 실점을 막는 존재들이다.
클린시트를 승리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마지막 부분은 조금 과장한 것이기는 했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수비수인 판데이크기에 자신마저 흔들리면 안 된다고 판단하면 소극적으로 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나라도 당연히 그랬을 거니까.
결국 이 모든 건.
‘당신을 흔들려고 했던 거야.’
말수가 부쩍 줄어든 판데이크를 바라보며, 나는 계획을 다음 단계로 가져가기로 했다.
***
리그 첫 패배가 있기 전까지 리버풀은 누구에게도 패배할 것 같지 않은 팀처럼 보였고, 계속된 승리에 취한 선수들은 조금씩 느슨해져 갔다.
경기가 있기 하루 전, 위르겐 클롭이 화상으로 실시된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선전은 명백히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리버풀 에코’의 기자이자 리버풀의 ITK기도 한 제임스 피어스(James Pearce)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분명 1,2월의 리버풀은 정상이 아니었다.
꾸역꾸역 승점은 챙겼지만, 실제 경기력은 그들이 가장 좋았었던 11월에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했다.
리버풀엔 자극이 필요해 보였고, 이들이 빠르게 무승부와 패배를 축적하는 사이 맨체스터 시티가 빠르게 달라붙었다.
그토록 바라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제임스 피어스는 현시점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리버풀의 저점과 맨체스터 시티의 고점이 겹쳐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최소 오늘 경기만을 놓고 보면 양 팀의 격차는 분명해 보인다.
특히 선제골이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마치 강팀이 약팀을 가둬 두고 공격을 하는 전개가 펼쳐졌다.
지금도.
“오-!”
완벽한 연계에 이어 날린 김다온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리버풀의 오른쪽 골포스트 옆으로 빗나갔다.
김다온/케빈 더브라위너/필 포든이라는 세 명의 기교파가 만들어 낸 화려한 전개에, 리버풀의 수비는 휘둘리기만 하다가 두 번째 실점을 내어 줄 뻔했다.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표했던 제임스 피어스. 그는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었다.
‘이런 적은 본 적 없어. 최소한 올 시즌은.’
리버풀이 전술적으로 고전한 경기는 간혹 있었다.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셀허스트 파크 원정이 그랬고, 울버햄튼 역시 어려운 안필드 원정에서 좋은 역습 전술로 리버풀이 경기를 어렵게 풀어 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리버풀은 증명해 왔다.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를 발휘한 선수들이 전술적인 문제를 실력으로 극복하며, 그들이 왜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릴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 온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오늘은 되고 있지 않다.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는 오늘 평범한 수준의 윙어처럼 느껴졌고, 2019 발롱도르 2위에 빛나는 판데이크마저도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김민재가 판데이크처럼 보이고, 라힘 스털링은 그렇게 비판받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명백하게도,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는 피치 내에서 차이를 만들고 있다.
특히 몇 분 전부터 아래로 내려서 움직이기 시작한 김다온을 리버풀은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마치 자신을 막는 선수가 없는 피치에서 뛰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조 고메즈를 흔듦으로써 리버풀의 센터백 라인을 강제로 낮추고 그러면서 발생한 공간으로 뛰어들었다는 걸 파악하지 못한 제임스 피어스에겐, 이 모든 건 마법처럼 느껴지고 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임스 피어스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김다온은 지금 하프라인에 있는가.
그리고 어째서.
‘위치가 저렇게 된 거지?’
케빈 더브라위너가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섰는가.
공격을 전개해 보려고 했던 리버풀의 패스가 시티의 파이널 서드 앞 10m 지점에서 끊긴 순간, 제임스 피어스는 맨체스터 시티의 포지셔닝(Positioning)을 보며 혼란함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 혼란함과 혼란함 속에서 발생한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하프라인에 선 김다온이 일카이 귄도안의 패스를 받아 부드럽게 몸을 돌려세우고, 마치 스트라이커처럼 보이는 케빈 더브라위너에게 볼을 연결했다.
그리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쪽으로 크게 빙 돌아 달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등을 지고 있던 더브라위너가 논스톱으로 필 포든에게 다시 패스를 보냈을 때, 김다온은 어느새 최고 속도에 도달하여 빠르게 리버풀의 진영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김다온은 나머지 선수들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버린다.
‘빨라.’
조금 전에도 리버풀은 볼을 중심으로 뭉친 저 세 남자에 의해 위기를 맞이했었다.
자연스럽게 리버풀의 수비는 다급해졌고, 김다온이 파고들어감에 따라 판데이크와 앤드류 로버트슨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조절되었다.
두 명의 수비수가 한 명의 공격수에 의해 딸려 들어가며 생긴 공간으로 더브라위너가 움직이고, 다시 필 포든은 그런 더브라위너를 찾는다.
팡-
리버풀의 공격을 차단하고 이뤄진 네 번째 패스. 그리고 곧바로 다섯 번째 패스가 나온다.
“케빈!”
팡-
또 한 번 논스톱으로 이어진 패스.
이제는 리버풀도 깨닫는다.
어마어마한 속도를 자랑했던 김다온이 더미(Dummy)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 뒤늦게나마 판데이크가 반응해 앞으로 달려 나왔지만, 포든의 마지막 패스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포지셔닝과 오프-더-볼, 그리고 여섯 차례의 패스 과정에서 완벽하게 간과된 남자는 완벽하게 홀로 서 있다.
팡-
필 포든의 왼발을 떠난 축구공은 페널티박스 안에 자리를 잡고 있던 라힘 스털링의 발에 안착한다.
조 고메즈와 버질 판데이크가 오프사이드를 주장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면서 고개를 돌려보지만, 그들은 머지 않은 곳에 있는 동료를 발견하곤 절망을 느꼈다.
끝까지 김다온이 더미(Dummy)임을 깨닫지 못하고 오프사이드 라인을 맞추는 게 늦었던 앤드류 로버트슨이 라힘 스털링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리버풀의 오프 사이드라인은 완벽하게 파괴됐다.
그리고 비록 커리어 전체의 xG 값보다 한참 낮은 커리어 득점을 기록 중인 라힘 스털링이지만, 이번만큼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잘 감아 찬 슈팅은 알리송 베커를 통과해 골대의 반대편 옆쪽 그물 안으로 정확히 떨어진다.
촤르르륵-!
“YEAH–!!”
맨체스터 시티의 벤치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그것을 듣고 있던 제임스 피어스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본인의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정말 솔직한, 감탄사와 함께.
“Oh God.”
전반 35분, 프리미어리그 우승까지 몇 걸음 남지 않은 리버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