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99)
1067화 The King (16)
『“뛰어난 선수들은 많다. 내 생각에 빅리그에 속한 모든 팀은 최소 한 명의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체력, 기술과 같은 부분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뛰어난 선수들과 차별되는 극소수의 존재. 그러니까, 소위 위대하다고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은 정신적인 면에서 훨씬 더 특별하다. 그들은 중압감을 견뎌 내어 가장 필요한 순간 사람들을 소리 지르게 할 일들을 해낸다. 그들은 자신이 그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온은 위대한 선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브리짓 프린츠 전(前) 독일 여성 국가대표, 월드컵 위너, 현(現) 스포츠 심리학자』
***
상상해 보라.
처음 다온이 덴마크로 향했을 때, 그는 누구 하나 주목하지 않는 : 심지어 그의 모국에서조차 : 어린 소년이었다. 그는 클럽이 임대한 낡은 주택에서 지냈고, 네 가족이 600유로(약 80만 원)로 한 달을 보냈다.
본인은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가난했다며 덴마크에서의 삶은 괜찮았다고 말을 하지만,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건 틀림없이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그는 결국에 해냈다.
17살의 나이에 녹록지만은 않은 덴마크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풀백 중 하나가 되었고, 이후 그의 삶은 해냄의 연속이었다.
불과 16살의 나이에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되어야 했음에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것을 지켜봤다.
런던 올림픽 은메달, 유로파 리그 우승, 월드컵 8강, 바이에른 뮌헨 이적,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발롱도르 후보 선정에 이르기까지. 3년이 조금 넘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을 말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어느새 그의 팬이 되어 있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너무 많은 감정을 투영한 탓에 힘든 시간도 보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온을 쫓기로 한 나의 판단은 옳았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날아온 소년이 청년이 되고, 그리고 남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나의 인생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2020년 7월 11일. 고요한 아멕스 스타디움에서 일어난 일은, 번아웃에 지쳐 있었던 나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상상해 보라.
그 놀라운 일.
그 놀라운 해냄은.
김다온이 의심할 여지 없는 역대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인식을 세상에 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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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다온 자서전(Wonder – Kid, Boy And Man/Written By. Lennox Baker/2030년 출판)에서 발췌
***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목소리였다.
【“VAMOS–!!!!”】
전반전 44분.
케빈 더브라위너의 코너킥을 로드리가 헤더로 떨궈 주고 주변에 있던 김다온이 그대로 마무리한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선 레녹스 베이커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째서 눈물이 흐르는지, 그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감정은 끊임없이 북받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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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이건 축구가 생겨난 이래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Thirty Goal! Twenty Assist! In One Season! 지금까지 그 어떠한 축구 선수도 빅리그에서 단일 시즌 30-20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과거형이 되겠군요!! 역사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의 눈앞에 있습니다!! THIS IS WONDER!!”
(개리 네빌)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저는 지금 다온에게 경배하고 싶습니다. 그가 지금 막 축구를 새롭게 정의했거든요. 앞으로 성장하게 될 모든 유망주가 다온이 해낸 일들을 목표로 성장할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20-20과 같은 기록을 보면서 말하겠죠. 그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지는 알지만, 훨씬 더 대단한 것들을 보았다고요. 패러다임이 바뀌는 겁니다. 우린 지금 그것을 목격했고요. 이제부터, 축구는 훨씬 더 차원 높은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
삑-! 삐?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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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2019/20 EPL 35R)
브라이튼 0 : 6 맨체스터 시티
[골] 라힘 스털링 : 전반 21분(김다온), 후반 08분(리야드 마레즈), 후반 36분김다온 : 전반 44분(로드리)
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11분(김다온)
가브리에우 제주스 : 후반 25분
김다온 ? 97분 출전(1골 2어시스트/평점 10.0/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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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불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의 기분을 만끽한 나는 피치를 천천히 거닐었다.
“혹시, 유니폼을 줄 수 있어?”
“미안. 오늘은 안 돼.”
“그래. 이해해.”
“응.”
복도를 향해 걸어가기까지, 거의 모든 브라이튼의 선수들이 와 유니폼 교환을 요구해 왔으나 오늘만큼은 그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입고 있는 유니폼과 축구화 그리고 양말은 고이 집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그렇게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펩이 두 손을 뻗어 와 나를 끌어안았다.
“축하하네. 이 모든 순간은 자네를 위한 거야.”
“네. 정말 기분이 좋아요.”
“자네가 세계 최고야. 다른 녀석들은 자네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고. 자네가 정말로 자랑스럽네.”
펩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충족감을 안겨다 준다. 축구로 인정받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라서 그렇겠지만, 난 가끔 이 남자의 칭찬에 집착한다.
“이런 날 팬이 없는 게 무척 아쉽군.”
“그러게요. 그랬다면 참 좋았을 건데.”
“하하. 그럼 아마 내가 자네에게 미움받을 행동을 했겠지. 후반 40분쯤에 자네를 교체했을 거야.”
“그 정도는 용서해 드릴게요.”
“큭큭큭.”
“그런데, 리버풀은요?”
“비겼어.”
“진짜요?”
“그래. 금방 치키가 소식을 전하더군.”
이번 원정길엔 치키가 동행했는데, 그는 지금 복도의 입구에 서서 지나가는 동료들을 붙잡곤 뭔가를 이야기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리버풀 소식을 전하는 중일 거다.
“정말 잘됐네요. 그렇죠?”
“그래. 이젠 4점이야.”
“네.”
사실, 리버풀이 무승부를 거뒀다는 건 뜻밖의 소식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대가 번리고 안필드에서 경기를 치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펩과 헤어져 복도로 들어서자, 앞쪽에서 걷고 있는 케빈이 보였다.
“케빈!”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온 케빈과 손바닥을 마주친 후, 나는 리버풀의 소식을 들었는지를 물었다.
“그래. 진짜 놀랐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나도 몰라. 그치만, PL이잖아.”
“그거 많은 게 설명되는 말이네.”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어.”
“응. 걔넨 앞으로 아스널이랑 첼시를 만나야 하니까. 두 팀이 힘내주면 뒤집는 것도 꿈이 아니야.”
상황이 이렇게 되니, 지난 32라운드 리버풀전 승리가 정말로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 우리가 역전 우승의 희망을 놓지 않은 것도, 리버풀이 시즌 막판 아스널과 첼시라는 팀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리버풀이 유리한 건 맞지만, 축구는 모르는 거다.
더구나, 케빈이 말한 것처럼 PL이 아니겠나.
이곳은 무슨 일이든지 가능한 곳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번리가 우리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다 줬다. 전반기 홈에서 0:3으로 패배해놓고, 안필드에서 용맹하게 싸운 끝에 무승부를 거머쥐었다.
“에-이! 누가 리버풀 경기 좀 확인해 봐!”
드레싱 룸으로 들어서자마자 케빈이 크게 소리를 쳤고, 잠시 뒤 우리는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의 눈부신 선방과 리버풀의 자멸이 무승부의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걸 좀 봐. 얘네 거의 못 뛰어.”
“그래- 지쳤네, 완전.”
“이러면 진짜…….”
“쉿- 일단 우리가 이기는 게 먼저야.”
“응.”
개막 전부터 리버풀의 빈약한 선수층은 우려되는 부분으로 지적받았다.
지난해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거둔 성공에도 1군 스쿼드 보강이 전혀 없었고, 기존 로테이션 자원들이 클럽을 떠나며 가용 가능한 선수 폭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서 카라바오 컵과 FA 컵을 과감히 포기하며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만 집중했는데, 그것도 조금 벅차 보인다.
너무 많은 재능을 스쿼드에 채워 넣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챔피언스 리그에 나서는 팀이라면 최소 더블 스쿼드 + @는 만들어 두어야 한다.
시즌 동안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또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체력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오늘은 30-20을 달성한 뜻깊은 날이지만, 현재 나를 더 기분 좋게 해 주는 것은 멀리 안필드에서 날아온 리버풀의 무승부 소식이다.
이제 나의 눈은 우리가 다음에 상대해야 할 AFC 본머스로 향한다.
‘어쩌면 진짜 할 수 있을지도.’
난 우리가 저질렀던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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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GOAL-! 20 ASSIST-! : He should be Da(o)nish. – 엑스트라 블라데트(덴마크)]? (중략) 이 위대한 축구 선수는 15살에 덴마크로 건너와 노르셸란 소속으로 약 3년 반을 뛰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었다.
그는 반드시 덴마크인이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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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Rei : 8년 전 독수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 아 볼라(포르투갈)]? (중략)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다.
왕이시여(O Rei).
오, 왕이시여(O R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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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 Kicker. Brauchen Sie nicht etwas Neues? – ESPN(미국)]? (중략)다온은 오늘 새로운 역사를 썼고, 그래서 이런 메시지를 키커에 전달하고 싶다.
“이봐요, 키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지 않습니까?”
(Ay, Kicker. Brauchen Sie nicht etwas Ne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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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mich(우주적인) – 키커(독일) Via ESPN의 기사에 트위터로 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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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onish(형용사) : 한 축구 선수가 완벽한 혹은 김다온과 비슷한 퍼포먼스를 펼칠 때 쓰이는 표현 ? 데일리 미러(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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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시즌 30골 20어시스트 50+공격포인트. WOW ? Sky Sport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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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퍼디난드, “만약 다온이 영국인이었다면, 내일 왕실에서 작위를 수여했을 것.” – BT Sport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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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SSENTIAL OF FOOTBALL ? BB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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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김다온의 시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축구협회 via 브라이튼 경기 직후 업데이트된 홈페이지에 나온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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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내가 한국인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수비수로서 3회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다는 것만으로도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부를 수 있는데, 공격수로 데뷔하더니 그해 30골 2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것도 1년이나 쉬고 나서.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 SPORTV via 경기 중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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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더브라위너, “GOAT.” – 경기 후 Sky Sports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김다온을 묻는 말에 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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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그에게 지금 당장 발롱도르를 가져다 줘라.” – 경기 후 Sky Sports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2020년 7월 1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어느덧 코로나 프로토콜에도 완전히 익숙해졌다. 매일 같은 검사가 지겹고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모두가 건강하려면 감수해야만 한다.
탁-
검사 과정 뒤 주차장에 차를 대어 두고 클럽하우스 건물로 들어선다. 전날은 브라이튼에서 가볍게 회복훈련을 진행한 뒤, 집으로 돌아가 곧바로 휴식을 취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는 건 이틀 만이었다.
“응? 그게 뭐예요?”
“…….”
“??”
클럽하우스 건물로 들어섰을 때, 클럽의 소셜미디어 프로듀서 아비게일 위티가 무언가를 가리며 내게 다가왔다.
잠시 뒤 난 그것이 축구공 모양의 케이크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상단에는 숫자로 된 초가 꽂혀 있었다. 당연히 그 숫자는 30과 20이다.
“SURPISE-!!”
“하하. 이거 제 거예요?”
“그럼요. 물론이죠.”
“와-우. 그럼 촛불을 불까요?”
“잠깐만요. 사진 한 번만 찍고요. 있다가 트위터에 업로드할 건데, 팬들이 정말 좋아할 거라고요.”
찰칵-
아비게일의 부탁에 따라 사진 촬영까지 끝낸 후, 나는 초를 힘껏 불어서 껐다.
“후우~”
“휘-익! 휘?익!!”
현재 이곳엔 아비게일 외에도 많은 백룸의 직원들이 모여 축하를 보내오고 있었다. 사실 30-20 달성 이후 팬이 없어 조금 허전한 기분이었는데, 그 아쉬움이 조금 채워졌다.
역시, 사람들이 있어야 뛰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지금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팬이 있어야 선수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다.
“이런 날 조금 미안하긴 한데.”
“사인할 게 있군요. 그렇죠?”
“응. 특별한 곳에 전달될 예정이거든.”
“VIP요?”
“뭐, 그것도 있고.”
“네. 알겠어요.”
가끔 우리에겐 훈련 외의 임무가 부여되기도 하는데, 지금처럼 소수의 사람을 위해 유니폼에 사인하는 것 역시도 그런 일 중 하나였다.
팬이 아닌 중요한 VIP와 그들의 자녀들을 위해 간다는 게 조금 싫었지만, 그들이 특권을 누림으로써 클럽이 돌아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일단은 싫은 일 먼저 할까?’
맛있는 건 언제나 마지막에 먹는 성격인지라, 난 옷을 갈아입자마자 라커에 놓여 있던 유니폼 더미를 들고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걸어가는 길, 만나는 이 모두가 축하를 건네 온다.
“그제는 정말 대단했어.”
“고마워요.”
“곧 리버풀도 따라잡을 거야.”
“그럼 더 서둘러야죠. 시간이 없다고요. 겨우 네 경기밖에 안 남은 거 알죠?”
“물론이지.”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겠다는 마이클 클리더로에게 난 엄지를 치켜세운 후 더 안쪽으로 움직였다.
여긴 클럽하우스 내에서 가장 사용하는 이가 적은 독서실로, 약 2천 권 정도의 서적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새 책인 상태 그대로 기부된다.
그리고 난 이곳을 가끔 이용하는 정말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안녕, 말로리. 오늘은 어때?”
“좋죠. 언제나처럼요.”
“하하. 그럴 줄 알았어.”
말로리 페이튼(Mallory Payton)은 이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로, 사실상 클럽 내 스태프 중에서 가장 근무 환경이 좋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사랑한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클럽의 사서로 취직해, 원하던 책을 마음껏 읽고 있다.
딱히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 어떨 때는 종일 책만 잃다가 집에 가는 날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백룸 내에서도 말로리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부부와는 꽤 친하게 지내는 중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예의 바르고 또 어여쁜 미소를 지닌 말로리는 이곳에서 번 돈으로 두 명의 동생을 먹여 살리는 가장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경제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대학 진학도 포기했었는데, 우리 부부가 학비를 대면서 현재는 맨체스터 대학에서 인문학을 배우는 중이다.
다만 아직, 말로리는 자신을 후원하는 이가 50대의 한 자산가라고만 알고 있다.
“오-! 오늘은 독서가 아니네요?”
“하하. 응. 임무가 떨어져서 말이야.”
“흠- 열심히 하세요. 물 한 잔 드릴까요?”
“그럼 좋지. 고마워.”
“잠깐만 기다리세요.”
언제나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말로리가 물을 가지러 돌아서고, 난 펜의 뚜껑을 열어 사인을 시작했다.
얼추 30장 정도 되는 양인데, 이정도야 뭐 5분도 걸리지 않는다.
탁-
“고마워, 물은 잘…… 응?”
말로리가 내려둔 물병의 곁으로, 뭔가 눈에 띄는 것이 들어왔다. 검은색의 작고 네모난 상자였는데, 고개를 들어 눈빛으로 이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선물?”
“네. 평소 저랑 제 동생들을 잘 챙겨 주시기도 했고, 이틀 전에 30-20을 달성하셨잖아요? 축구는 잘 모르지만, 동생들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시내로 나가서 선물을 골랐죠, 비싼 건 아니에요.”
“아니, 아니. 금액은 전혀 중요치 않아.”
“하하. 대신 나중에 열어 보세요 아셨죠?”
“응. 그럴게. 정말 고마워.”
뜻밖의 선물에 살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 나는 자꾸만 상자 쪽으로 가는 시선을 필사적으로 돌리며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얼마 뒤 난 사인을 모두 끝냈고, 사인이 끝난 유니폼과 말로리가 준 상자를 집어 들고 도서실을 나섰다.
“고마워. 바로 확인해 볼게.”
“네. 오늘도 힘내세요.”
“덕분에 그럴 수 있겠는걸?”
도서실을 빠져나온 나는 약간 빠른 걸음걸이가 되어 복도를 지나쳤다. 그리곤 아비게일의 사무실을 찾아, 비어 있는 테이블 위에 유니폼들을 올려놓았다.
그런 뒤에는 다시 라커룸으로 돌아와 말로리가 준 상자를 열어 보았다.
“…….”
상자 안에는 시티의 유니폼 색과 똑같은 하늘색 빛의 실리콘 팔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엔 다소 낯간지럽지만, 그래도 팬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이 흰색 글자로 새겨져 있었다.
The King.
‘하하. 이거 난감하네.’
이걸 손목에 채웠다간, 동료들이 날 갈가리 찢어버릴 거다. 종일 놀려도 아깝지 않은 소재를 스스로 착용했으니,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이 되어 달려들 게 뻔했다.
그렇지만, 난 이걸 두르고 싶었다.
말로리도 그걸 원할 거고 말이다.
“에라 모르것다.”
고된 하루가 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난 팔찌를 착용하곤 훈련할 장소로 들어섰다.
놀림을 받는 하루가 되겠지만, 그것으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난 기꺼이 샌드백이 될 생각이다. 역전 우승을 노리는 우리에겐, 그런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테니 말이다.
개인 기록과 팀 성적.
무엇이 내게는 더 중요한지 확실히 알게 된 시간 이후, 난 조금 더 팀을 위해 헌신하기로 했다.
왕이란, 본디 그런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