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0)
109화
전반전 5분이 흐른 현재, 나는 세 개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선 첫 번째.
스위스는 엄청나게 거친 팀이다.
자철이 형이나 흥민이 형이 앞서 말을 해주기는 했었지만, 스위스의 선수들은 상대 팀 선수들의 건강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듯 몸의 가장 단단한 부위들을 사용해왔다.
박치기는 기본이고, 팔꿈치나 무릎을 이용해 틈이 날 때마다 가장 가까운 선수를 아프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스위스는 엄청나게 느린 팀이다.
아마도 저들은 선발 명단을 확인한 순간, 우리가 어떠한 의도로 그런 배치를 가져갔는지 알아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축구를 해오면서 느껴왔던 것처럼, 그 무엇으로도 차이를 극복할 수 없는 재능이 바로 타고나는 것들이다.
오늘 팀의 공격진 중 두 사람은 무척이나 빠르다.
태희 형은 볼이 없을 때 더 빠르지만, 흥민이 형은 볼이 발아래에 있으나 없으나 일관되게 빨랐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이 뒷공간을 파고들 때마다, 성용/자철/보경이 형의 패스가 어김없이 이어졌다.
세밀함이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감독님은 전반 15분까진 세밀함을 잊고 과감한 플레이에 주력하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그 결과.
삑-!!!
.
.
·전반 6분
대한민국 0 : 0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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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 MBC 아나운서
“아~ 다시 파울입니다. 이쯤 되면 옐로카드 하나 정도는 나와도 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제가 본 것만 해도 세 번은 되는 것 같은데 말이죠.”
(허정무) – MBC 특별 해설위원
“주심의 성향이 조금 카드를 아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 전반전 지금까지 정말 잘해주고 있습니다.”
.
이제 마지막 세 번째.
“형! 제가 찰게요!”
“뭐? 여긴 가깝잖아.”
“아- 저 새끼 X나 재수 없단 말이에요.”
스위스의 오른쪽 풀백 미첼 모르가넬라(Michel Morganella)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선수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재수 없다.
그러니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아까 입장을 준비하던 복도에서부터 모르가넬라는 단연 눈에 띄었는데, 그건 저 녀석의 헤어스타일이 장기에프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을 무렵, 나와 눈이 마주친 모르가넬라가 갑자기 씨익 웃으며 가운뎃손가락을 슬쩍 들어 올렸다.
난 해보자는 건가 싶어 양손을 사용했고, 그러자 그는 급기야 손을 눈으로 가져가 길게 찢으면서 혀를 내밀었다.
줄이 세워진 뒤쪽에서 간단히 몸을 풀면서 일어난 일인지라, 우리 두 사람과 몇몇 스태프 외에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야, 여긴 그래도 네가 참자.”
“아, 진짜. 알았어요.”
현재 프리킥의 위치는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2m 정도 벗어난 지점이었는데, 성용이 형이나 자철이 형이 해결하려는 것 같았다.
양보의 미덕을 잘 알고 있었던 나는 구시렁대면서도 뒤로 물러났고, 속으로 정말 간절히 저 멍청한 녀석의 2세가 평생 태어날 일이 없기를 기도했다.
그러니까, 슈팅이 녀석의 다리 사이로 향하길 바랐다는 거다.
뭐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조화(弔花) 정도는 보내줄 용의가 있다.
어쨌든 그것도 조문해야 할(?) 일이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성용이 형의 프리킥은 모르가넬라가 선 위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쪽으로 날아갔다.
“어어어어-??”
파앙-!!!
“으아아-!! 이씨!!”
디에고 베냘리오(Diego Begnalio)의 선방.
자철이 형이 말한 대로, 실력 좋은 골키퍼다.
현재 스위스 팀에는 자철이 형과 같은 팀에서 뛰는 선수가 두 명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저 남자다.
“집중, 집중!! 다시 수비부터!!”
경기의 양상 자체는 일진일퇴라 부를 수 있겠지만, 좋은 장면은 우리 쪽에서 조금 더 많이 가져가는 중이다.
다만 나의 경우 평소보다 공격에 가담하는 빈도를 줄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기의 이 작은 친구 때문이다.
“야, 나 또 왔어.”
[?]“어, 그러니까. See you, 아니. Meet Again.”
이노센트 에메그하라(Innocent Emeghara)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이 친구는 나이지리아 태생의 스트라이커다.
하지만 스위스 대표팀에서는 현재, 메흐메디와 함께 공격 포지션 전체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키는 작지만, 그런 만큼 무척이나 빠르다.
그리고 이 친구가 하는 행동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난 이노센트와의 대결을 즐기는 중이었다.
물론 스트라이커 포지션이나 왼쪽에 있을 때가 많아 직접 부딪치는 건 이번이 고작 세 번째였지만, 수비수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달려나갈 것처럼 움찔움찔하는 게 재미있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친구들은 대부분이 주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세네갈의 사디오 마네라든가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퀴노도 같은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아까 뭐였더라?’
아까 잠깐 자철이 형한테 독일어로 ‘달리다’가 무엇인지를 물었었는데, 지금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쩐지 달려보라고 말하면 한 번 있는 힘껏 달려줄 것도 같은데, 지금 이 녀석은 근처에서 머물다가 스트라이커 위치로 이동해 버렸다.
‘에이, 뭐야. 김새게.’
스위스도 우리처럼 공격진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꿔보곤 있지만,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축구공이 진입되는 횟수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더블6를 활용한 팀답게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에는 확실히 장점을 보였지만, 솔직히 그게 전부다.
현재까지 내가 볼 땐, 스위스의 가장 큰 단점은 골에 적극적으로 욕심을 내는 선수가 파이팀 카사미(Pajtim Kasami)단 혼자뿐이라는 것에 있다.
최전방으로 나선 메흐메디는 골잡이라기보다는 펄스 나인에나 어울릴법한 10번이었다.
메흐메디가 아래로 내려와 빌드업에 숫자를 보태주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가 빠져버리고 나니 최전방을 채워줄 선수가 아예 없다시피 했다.
뒤늦게 누군가 가려고 하니, 자꾸만 타이밍이 늦는 거다.
그나마 아까 내가 재미있다고 말했던 에메그하라가 이따금 적극적인 쇄도를 보여줬지만, 막상 그쪽으로는 패스가 잘 보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전반전 현재까지의 스위스는, 조직력에서도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스위스 선수들의 짜증이 늘고 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어? 저 새끼!!”
우리한테 풀려 하고 있었다.
감히?
난 넘어지는 보경이 형을 보며,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
대한민국과 스위스 경기의 주심을 맡은 라울 오로스코(Raul Orosco)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스위스 올림픽팀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짜증이 많은 거친 경기가 될 것으론 예상했지만, 그 시점이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주심인 본인이 보기에도, 전반 10분까지의 스위스 경기력은 볼은 가지고 있지만 하는 것은 없는 축구의 전형이었다.
‘이런!! 또?!’
그라운드 한쪽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다급히 휘슬을 불며 달려나간 그는 양 팀 선수들이 충돌 중인 곳으로 향한다.
거기엔 넘어져 있는 붉은 유니폼의 선수가 있었다.
삐익-!! 삑! 삑!
.
(김정수)
“아~ 스위스. 아무래도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이건 격투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도 보면…… 에이~ 저건 아니죠~”
(허정무)
“굉장히 비신사적이고, 더러운 플레입니다 저건.”
(김정수)
“네? 아, 네. 더, 더러운 플레이라고 하십니다.”
.
상황을 지켜보지 못한 오로스코는 부심에게 다가가 상황을 물어보았다.
같은 볼리비아 국적의 부심 아롤 발다(Arol Valda)는, 스위스의 17번이 대한민국의 12번에게 팔을 휘둘렀다고 말하고 있었다.
거친 동작이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팔꿈치는?”
“거기까진 못 봤어. 하지만 팔을 쓴 건 분명해.”
“…….”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오로스코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는 발다가 말한 스위스의 17번 앞으로 다가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오로스코는 얼굴을 가린 채 엎드려 있던 대한민국의 12번이 곁눈질을 하며 미소짓는 것은 보지 못했다.
잔뜩 억울한 표정을 한 스위스의 17번이 어필을 시작하지만, 독일어나 이탈리아어는 기본적인 수준으로만 할 수 있었던 그는 말을 잘라내며 자리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대한민국의 메디컬스태프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치료가 이뤄지는 동안, 오로스코는 카드 뒷면에 붙여놓은 메모지에다 스위스의 17번을 기재 해 넣는다.
‘이름이 뭐였더라. 살모넬라?’
그러다 그는 곧, 자신이 병균을 떠올렸음을 알아챈다.
‘이런! 살모넬라라니. 나도 참.’
***
메디컬스태프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뒤, 난 엎드려 있던 자세에서 몸을 돌렸다.
조금 전, 미첼 모르가넬라의 팔이 내 얼굴 앞을 스쳐 지났다.
그랬다.
정확히, ‘내 얼굴 앞을’ 스쳐 지났었다.
“괜찮아?”
“네, 멀쩡해요.”
“? 뭐야~ 일부러냐? 놀래라.”
“그래도 저 살모넬라 새끼.”
“응? 뭐?”
“살모넬라요. 꼭 생긴 건 기생충처럼 생겨서, 하여간에 하는 짓까지 재수 없어요.”
지금으로부터 대략 10분 정도 전, 모르가넬라가 보경이 형을 넘어뜨린 뒤에 일부로 발목을 지그시 밟는 일이 일어났다.
주심과 부심 모두 볼에 정신이 팔려있던 상황이었지만, 바로 근처 벤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똑똑히 봤다.
분개한 감독님은 보경이 형의 양말이 뜯어진 것을 보라면서 거칠게 어필했지만, 주심은 어깨를 으쓱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후부터, 난 복수를 꿈꿨다.
“야, 괜찮냐?”
“괜찮아요. 맞지도 않았으니까.”
“뭐?”
“복수, 복수. 형 아까 밟힌 거.”
“!! 뭐~야. 정말 그거냐?”
물병을 손에 쥔 보경이 형이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내 머리를 마구마구 만지고는 저쪽으로 움직였다.
“다른 덴 어때? 발등은?”
“팔팔합니다.”
“그래? 그래도 조금만 더.”
“네. 그래야죠.”
지금 이렇게 치료를 받는 척하는 이유는, 스위스가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던 에메그하라 쪽으로 패스가 이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위스의 전체적인 공격력이 되살아났다.
지금은 아예 메흐메디가 아래로 내려가 공격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고, 그만큼 스위스의 오른쪽 풀백이 위로 전진한 상태다.
금방 모르가넬라와 충돌한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후우- 옐로카드 없어지는 거 4강부터죠?”
“어, 맞아. 왜?”
“아, 씨. 8강부터면 경기 끝나기 전에 저 새끼 한 대 먹이려고 그러죠.”
사이드라인으로 나가 물을 마시면서, 난 투입을 기다린다.
하고 싶은 행동은 많은데, 그걸 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오, 왔다. 저, 가요~”
“그래~ 힘내고!”
황인우 팀장님께 엄지를 척하고 세워 보이며, 난 다시 왼쪽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내가 드러누운 동안 많은 대화들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까까지의 다급한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지금도 후방으로 패스를 보낸 성용이 형이, 날 바라보며 씨익 하고 슬쩍 미소를 보내왔다.
가장 강한 압박을 받는 사람인데, 저렇게 웃는 것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나 보다.
뭐, 그건 우리에게 무척 좋은 신호다.
“다온!!”
지금은 차분히 후방에서 빌드업을 해나가는 단계다.
스위스로 넘어간 기세를 무디게 만들려면, 저들이 볼을 점유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용이 형도 깊숙이 내려와 있었고, 대신 종우 형이 성용이 형 자리로 올라 박스투박스 역할을 맡았다.
멕시코경기와 정 반대라 보면 된다.
시간은 어느새 전반 30분을 향해 가고, 우리나 스위스 모두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오른쪽 측면의 태희 형이 로드리게스를 잘 공략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지만, 보경이 형은 피지컬 면에서의 경쟁이 또 흥민이 형은 볼 없는 움직임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은 이번의 공격기회도 자철이 형의 중거리 슛으로 끝나버렸는데, 어쨌거나 슛으로는 연결했다고 하나 영양가는 부족했다.
분명 나아가려곤 하는데, 바퀴가 돌부리에 걸린 느낌이다.
“……형!”
“?”
“나 다음에 좀 올라갈게요.”
“그래! 책임은 너가 지고!”
“베에~~”
영권이 형의 농담에 메롱으로 답을 해준 나는 일단 스위스의 골킥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순식간에 센터서클을 넘어온 축구공이, 카사미의 머리를 맞고 성룡 형님의 앞으로 굴러갔다.
빠르게 공수가 바뀌는 순간.
성룡 형님이 볼을 아래로 굴려 내게 보내주었고, 난 곧장 획하고 몸을 돌리면서 축구공의 방향을 앞쪽으로 가져갔다.
아까부터 조금씩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데, 에메그하라가 사실상의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은 지금은 굳이 눌러앉아 수비에 힘을 보탤 필요가 없었다.
성용이 형이 아래로 내려와 준 것도 도움이 될 것이고, 스위스의 오른쪽 공격을 책임지는 살모넬라 녀석은 저 아래에 있다.
물론, 내가 나아가면서 생기는 공간은 위험지역이 된다.
하지만 제수스 감독님이 늘 말씀하셨길.
‘내어주는 게 없다면, 얻는 것도 없어.’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늘 다른 무언가를 희생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공짜라고 여기는 것도, 시간과 약간의 수고를 희생하지 않으면 그것마저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만약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도 시간적인 여건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면, 잃는 것이 크면 클수록 보상도 그만큼 크게 바뀐다고 말씀을 하셨다.
지금 축구경기가 딱 그렇다.
재화는 한정적인데, 시간 역시 제한되어 있다.
SL 벤피카로 이적한 이후 FC 노르셸란 시절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된 건, 이런 제수스 감독님의 철학이 내게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쯤에서 강찬일 감독님의 이야기를 보태자면, 대표팀이란 결국 그동안 배워 온 것을 증명하는 자리랬다.
그러니.
파앙-!
난 센터라인 근처까지 올라선 뒤에,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을 취하는 보경이 형에게로 패스를 보냈다.
그리곤 곧장 속도를 붙여, 사이드라인을 타고 앞으로 쭈욱 달려나갔다.
지금까진 나의 오버랩이 아예 없었다고 봐도 괜찮았기에, 스위스는 내 이런 갑작스러운 달리기가 당황스러운 것 같았다.
[“막아!! 저기!!”]화들짝 놀란 스위스의 감독이 앞으로 불쑥 다가오며 나를 가리키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삿대질이야.’
그리고 나의 달리기와 동시에, 보경이 형에게 달라붙으려던 미첼 모르가넬라의 위치가 다소 애매해졌다.
결국에 그는 멈춰섰고.
‘멍청이.’
난 그런 모르가넬라의 판단에 조소를 보냈다.
자고로 풀백이라면, 망설여서는 안 된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축구에서 수비수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볼을 골대 가까이 보내려는 행위다.
슈팅은 말할 것도 없고, 위협적이지 않은 패스까지도 최대한 골대와 가깝지 않은 쪽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풀백들이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측면이 아닌 중앙을 좁히도록 교육받는 이유이며, 측면에서는 결정적인 장면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했다.
크로스 위험지역.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슈팅하기에는 썩 좋지 않은 지역이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풀백에게 빠른 스피드와 많은 활동량 등이 요구되는 이유도, 단순하게 앞뒤로 움직이는 것만이 아닌 가운데로 좁혔다가 측면으로 넓혀주는 행위를 수십 번씩이나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드에 자신이 있는 풀백들은 첫 번째는 중앙 그리고 그다음은 측면이라는 회로가 갖춰져 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지금 모르가넬라의 플레이를 보고 실수라고 말한 것도, 그가 망설이는 순간 보경이 형이 등진 상태에서 몸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였다면 상대 풀백이 오버랩하든 어쩌든 상관없이, 오히려 볼을 가진 선수를 더욱 압박하는 방법을 택했을 거다.
멕시코전에서 내가 도스 산토스를 퇴장시키기 직전에 했었던 행동이 바로 정확히 그런 것이다.
골대를 등지는 것보다 골대를 정면으로 보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는 거야,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거다.
몸을 돌려 가운데로 볼을 차 놓을 수 있었던 보경이 형이 순식간에 스위스에 위험경보를 울리게 했고, 수비가 가운데로 몰리자마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정확히 내게 패스를 보내왔다.
스피드나 몸싸움.
미안하지만, 보경이 형은 이중 어느 하나에도 장점이 없다.
그러나 그런데도 저 형이 올림픽팀에 뽑힌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저 형은 피치를 넓게 볼 줄 알고, 무엇보다 축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생각하는 일에 능숙하다.
시야에 어떤 선수가 보였을 때, 시야에 없는 다른 필드를 머릿속에 그릴 줄 안다는 거다.
그래서 난 보경이 형이 내게 패스를 보내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파앙-!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온 패스를, 난 그대로 왼발로 받아쳤다.
슈팅이냐고? 아니.
그렇다고 크로스도 아니다.
내 선택지는 컷백.
그리고 거기엔, 패스를 보낸 뒤에 다시 쇄도하고 있던 보경이 형이 쇄도하고 있다.
.
(허정무)
“슈우우우우우우우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