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04)
1072화 One Game (5)
2020년 7월 22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리그 우승을 우리의 손으로 결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슬프게 한다.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 나의 노력보다 다른 누군가의 실수가 더 중요하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우승을 향한 절박함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를 수만 있다면, 난 과거 게리 리네커가 그랬던 것처럼 팬티 바람으로 카메라 앞에서 춤이라도 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안필드에서 펼쳐질 리버풀과 첼시의 경기가 펼쳐지기 30분 전,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화상으로 각자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라힘 스털링) : 고작 그거? 좀 더 센 걸 걸어 봐.
(카일 워커) : 그래- 그건 진짜 약하잖아.
(로드리) : …….
우승하면 각자의 집으로 최고급 스테이크와 와인을 보내주겠다는 로드리의 공약은 금전적인 부분으로는 1등이었지만 누구의 구미도 당기게 만들지 못했다.
현재 화상 미팅에 참여한 모두는 음식이나 선물 같은 것보다는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다.
코로나 이후 현재까지 65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Keep Britain Free’라는 이름의 멍청한 단체가 터무니없는 시위를 주도하는 일이 매일 발생하는 요즘, 우린 웃을 거리가 필요했다.
또 오늘은 500년이 넘는 역사의 런던탑 경비병들의 첫 정리해고가 이뤄진 날이기도 하다.
본래 뉴스를 즐겨 보던 스톤스도 “정신이 피폐해진다.”라는 이유로 TV를 멀리하고 있을 정도로 잉글랜드의 코로나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봉쇄와 거리두기 완화가 올바른 선택인가 싶을 정도다.
물론, 우리야 편했지만 말이다.
“기왕 하는 거, 점수도 내기 종목으로 걸자.”
(베르나르두 실바) : 난 찬성이야.
(카일 워커) : 나도. 뭘로 내기하지?
“1만 유로.”
(카일 워커) : 뭐?! 그건 좀 많지 않아?
“여기에 있는 사람을 전부 합치면 10만 유로가 나오잖아. 그만큼 구호 물품을 사서 병원으로 보내자. 그리고 우승자가 기부한 사람이 되는 거야.”
별다른 반발 없이 내기가 성립되고, 이런 상황에서 의견을 취합하는 데에 능숙한 베르나르두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어 오늘 경기 스코어를 예상한다.
중간에 차례가 되었지만, 베르나르두가 “넌 마지막에 할 거야.”라며 불리한 상황으로 나를 몰아갔다.
내기의 특성상 앞서 선택한 점수는 뒷사람이 선택할 수 없었기에, 뒤에 할수록 선택지가 사라졌다.
(베르나르두 실바) : 좋아. 넌 뭔데?
“넌 진짜 빌어먹을 녀석이야.”
(베르나르두 실바) : 나도 알아.
베르나르두가 쿨하게 인정을 해 버리자, 영상 속에서 몇몇 인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2:2도 있었던가?”
(케빈 더브라위너) : 내가 했어.
“젠장. 1:2는 카일이 했고, 1:3 지뉴가 했지?”
(베르나르두 실바) : 응. 1:0, 1:1, 3:2 다 있어.
“…….”
이런 쓸데없는 일에 경쟁심리가 발휘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천성인 것 같다.
리버풀과 첼시라는 팀의 특성을 생각하면, 0:0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거다. 물론 승부에 절대라는 건 없긴 하지만, 최소 두 개 이상의 득점이 나올 거로 예상 중이다.
리그 우승을 위해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하는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4점을 챙겨야 하는 첼시 모두 승리가 절실하다.
첼시야 무승부만 거둬도 38라운드 경기에서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지만, 리버풀은 무조건 승점 3점을 챙겨야 한다.
그래서 일단 구도는 리버풀이 공격에 집중하고, 선제 득점이 터진 이후부터는 난타전이 될 거로 생각하는 중이다.
먼저 골을 터뜨리는 쪽이 리버풀이 되었던 첼시가 되었건 상관없이, 뒤지게 된 쪽이 라인을 높이고 공격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거라는 게 나의 예상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보았을 때, 3:3이나 3:4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누군가가 선택했다.
모두가 첼시의 승리를 원하는 만큼, 리버풀이 승리한다는 결과를 예상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0:1/0:2/1:1/1:2/1:3/2:2/2:3/3:3/3:4.
첼시의 3:0 승리가 과연 가능할까?
(베르나르두 실바) : Vamos, 너 너무 뜸 들이잖아.
“시끄럽고 잠시만 있어 봐.”
설령 리버풀 쪽에서 퇴장자가 이른 시점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첼시가 세 골 차로 승리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이기에 0:0이라든가 0:3의 첼시 승과 같은 결과를 선택하지 않은 거다.
“될 대로 되라지. 4:4에 걸겠어.”
(베르나르두 실바) : 쿡쿡. 알겠어.
“웃지 마. 전부 네가 꾸민 일이잖아.
(베르나르두 실바) : 꾸미다니. 난 결백하다고.
“시끄러워.”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중계방송이 시작됐다.
현재 방송가에서는 이번 2019/20 시즌을 통틀어서 리버풀과 첼시의 매치업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고 예상하는 중이다.
그리고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과장 하나 없이, 어제 우리가 왓포드를 제압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세상은 온통 프리미어리그 우승클럽을 예상하는 목소리뿐이었다.
심지어 ‘BBC’와 ‘Sky Sports’ 같은 대형 방송사들은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케이블로 시청 가능한 미국의 스포츠채널 ‘ESPN’도 무려 9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ESPN’은 기록을 사랑하는 미국인답게 수많은 전례와 기록 또 징크스 등을 다뤘다.
역대 리버풀과 첼시의 37라운드 승률이 어땠는지를 이야기할 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왔었다.
또 하나 더 내 인상에 남아 있는 건.
【“2012/13 시즌 이후, 다온은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놓쳐 본 적이 없습니다. FC 노르셸란에서 SL 벤피카로 이적한 2011/12 시즌 각각의 팀이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다온이 속한 클럽은 무려 7시즌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물론 그가 각 리그의 최고의 클럽에서 뛴 경험이 많긴 하죠. 그렇지만, 2016/17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라 리가 우승으로 이끈 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란 뜻입니다. 이건 분명 대단한 기록입니다. 축구 역사상 누구도 이뤄 내지 못한 업적이죠.”】
나도 알고 있었다.
매년 리그에서 우승해 왔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생각하거나 입 밖으로 끄집어냄으로써, 괜한 설레발을 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나 역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동료들을 만났다.
누군가는 그것이 내가 이미 최고의 레벨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이 되었기에, 그러한 클럽들에서 뛸 수 있었던 거라고 말한다. 이것 역시 올바른 이야기일 거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지난날의 성공을 오늘날의 실패를 자위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카일 워커) : 오! 이제 시작이야, Mate.
(페르난지뉴) : 다들 화상은 켜 둬.
“네.”
(일동) : …….
침묵이 찾아오고, TV 화면을 한참 지켜보다가 랩톱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어느새 화상에 참여한 인원은 16명으로 더 늘어나 있었다.
‘17. 아니, 19이네.’
하늘색 알파벳으로 쓰인 이니셜만 적혀 있었던 회색빛 화면에 동료들의 얼굴이 하나둘 나타나고, 켈리 케이츠(Kelly Cates)가 진행하는 프리(Pre)게임 쇼가 시작되었을 땐 스쿼드 전원이 화상에 참석해 있었다.
앞으로 약 2시간 뒤.
우린 환호할까?
아님 좌절할까?
이것에 대한 답은 오직 시간만이 제시해 줄 것이다.
***
【10분 뒤】 리버풀 L4 0TH, 잉글랜드. 안필드 로드, 안필드, 안필드.
.전반 00분
리버풀 0 : 0 첼시
삐?익!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시작됐습니다. 어쩌면 프리미어리그 우승클럽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경기-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이기도 합니다.”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이런 멋진 시즌을 팬들이 현장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모두가 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마틴 타일러)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즌입니다. 그렇지만 첼시 역시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승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지금으로부터 약 72시간 전, 첼시의 감독 프랭크 램파드는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로부터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리버풀에 관한 모든 것들을 주겠네.”] [“정보를 넘기겠다는 겁니까?”] [“그래. 자네가 필요하다면 말이지.”]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가 만든 시스템과 그를 중심으로 뭉친 전력분석 사단의 명성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만약 첼시가 승리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었다면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램파드 역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르디올라의 제안을 수락하고 얼마 뒤, 램파드는 자신의 메일 계정에 도착한 자료 화면을 열어 보았다.
거기엔, 맨체스터 시티가 7월 2일 리버풀을 5:0으로 제압할 수 있었던 근거가 된 모든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을 새우다시피 한 프랭크 램파드는 이튿날 훈련부터 새로운 전략 아래 훈련을 진행했다. 시티와 같은 방식으로 축구를 하진 않겠지만, 나름 최선이라 믿는 것들을 해 왔다.
지난 8경기에서 줄곧 사용해 온 4-3-3을 과감히 버리고, 변형된 형태의 3-4-3을 들고나온 것도 이 선택이 승리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웠던 프랭크 램파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 나간다.
“…….”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양 팀 감독 모두 승리를 원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오늘 경기 결과에 엄청나게 집착하고 있을 겁니다. 첼시가 이겨 주거나 무승부를 거두게 되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본인들의 손으로 확정 지을 수 있거든요? 리버풀의 다음 경기가 뉴캐슬 원정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오늘이 역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횝니다.”
.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리버풀은 휘슬이 불린 순간부터 라인을 일제히 끌어 올리고 첼시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그들이 자랑하는 마누라 라인이 계속 공격을 시도 중이다.
그중 모하메드 살라를 향한 기대는 남다르다.
비록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의 자리는 김다온에게 양보하게 되겠지만, 지난 2년 동안 모-살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윙어의 자리를 이어받아 왔다.
하지만.
탁-
“!!”
이집트의 영웅은 오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내에 의해 경기 초반부터 힘을 쓰고 있지 못했다.
첼시의 3-4-3시스템에서 왼쪽 스토퍼로 출전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모-살라를 괴롭히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가 왼쪽 스토퍼로 출전한 건, 커리어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안토니오 콘테 시절에는 오른쪽 스토퍼로 뛴 경험이 있지만, 단 한 번도 왼쪽 스토퍼로는 뛴 적이 없다.
하지만 프랭크 램파드는 시티가 리버풀을 꺾을 때 모-살라를 제어한 방식을 참고, 아스필리쿠에타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신이 바라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모-살라로부터 볼을 빼앗아 낸 순간, 리버풀의 라인이 덜컹거리고 첼시의 반격이 시작됐다.
패스가 아닌 드리블을 택한 아스필리쿠에타는 어렵지 않게 하프라인 근처까지 전진했고, 한 차례 볼을 옆으로 접어 두며 반대편에서 뛰어가는 윌리안을 바라보았다.
손을 쭉 뻗은 램파드가 패스를 요구한다.
“반대로 패스해-!!”
팡-!!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스필리쿠에타는 램파드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오른쪽 측면으로 보내는 롱패스를 시도했다.
단숨에 리버풀의 파이널 써드에 진입한 첼시는 빠르게 공격진을 끌어 올렸고, 1:1을 시도하던 윌리안이 코너킥을 얻어 낸 순간 첼시 벤치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숫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트피스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펩, 당신은 역시 대단해.’
최근 2년 위르겐 클롭의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맹위(猛威)를 떨치는 동안, 그들을 상대하게 될 팀들은 모-살라를 막을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반대편 사디오 마네에게 너무 좋은 기회를 주었고, 여기에 피르미누의 공간 활용 능력이 더해지면서 ‘마누라 라인’은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FC 바르셀로나의 MSN에 비견되기도 한 리버풀의 공격진은,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조합이었다.
그런데, 과르디올라가 이를 새롭게 해석했다.
정확히는 과거의 것을 끄집어 온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라니.’
시티의 감독은 리버풀의 공격진이 움직이는 방식이 MSN이 있던 FC 바르셀로나가 아닌 2013/14 시즌 카를로 안첼로티가 이끌던 레알 마드리드와 똑같다는 해석을 내어놓았다.
당시 안첼로티는 왼쪽 공격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프리롤을 주어 카림 벤제마와 거의 투톱처럼 활용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수비가 호날두가 있는 쪽으로 몰리게 되면, 반대편에서 너른 공간을 확보한 가레스 베일에게 볼을 보내어 득점을 만들어 냈다.
현재 리버풀 역시 좌우만 바뀌었을 뿐 거의 흡사한 공격 전개를 가져갔는데, 모-살라의 위치가 오른쪽이었기에 리오넬 메시가 오른쪽에 선 MSN과 자주 비교됐던 것이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위르겐 클롭이 의도적으로 혼선을 준 것이라면 이는 꽤 오랜 기간 성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는 사람은 둘이 됐다.
만약 시티에 이어 첼시마저 모-살라를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모든 축구 감독은 두 팀이 리버풀을 상대로 한 경기를 비교 분석하여 공통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하나의 클럽이 특정 클럽을 공략했다면 그건 큰 참고 자료가 되지 못하지만, 두 개의 클럽이 특정 클럽을 공략했다면 별 의미가 없었던 것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오늘 경기 첫 번째로 얻은 첼시의 코너킥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나버렸지만, 프랭크 램파드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세팅해! 위치를 잡아!!”
빠르게 갖춰지는 첼시의 수비.
리버풀 공격의 속도가 늦춰진다.
전반전 첫 5분, 수치는 5:5로 팽팽하지만 의도가 발휘되고 있는 쪽은 원텅 팀인 첼시 쪽이다.
***
.전반 20분
리버풀 0 : 0 첼시
위르겐 클롭은 첼시가 현재까지 보여 주고 있는 경기력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는 첼시의 감독 프랭크 램파드에게 감탄하는 중이다.
본인의 축구를 이토록 잘 분석하여 준비해 왔을 거라곤,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략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선수로서의 프랭크 램파드는 21세기 가장 뛰어난 미드필드 중 하나였다.
특히 룩업(Look Up)을 이용해 피치의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에 있어선 가히 독보적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보태어, 경기를 이해하는 능력 자체도 탁월했다.
여기에 천부적인 득점 감각과 정교한 기술이 더해지게 되자, 프랭크 램파드는 역사상 가장 득점력이 탁월했던 미드필드로 남게 되었다.
그렇지만 감독으로서의 프랭크 램파드는 아직 설익은 느낌이었다.
본인의 전술적 색채도 뚜렷하지 않고, 이것저것을 짬뽕하여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기본적으로는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을 표방했지만, 압박의 의도가 무엇인지 선수들에게 설명하지 못했고 공격 전개도 너무 정직한 맛이 짙었다.
그런데 오늘, 밍밍한 투박함 그 자체였던 프랭크 램파드의 축구에 세련됨이 묻어나고 있었다.
감독 프랭크 램파드의 축구를 지켜본 후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었지만, 클롭은 어쩐지 익숙한 감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잠시 뒤.
‘아- 그건가?’
클롭은 답에 도달했다.
‘펩이로군.’
프랭크 램파드가 펩 과르디올라에게서 정보를 건네받았고, 그걸 바탕으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버티드(Inverted/반대 발) 수비수를 활용해 모-살라의 파괴력을 억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피르미누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건 시티의 축구였다.
그러나, 온전히 시티를 모방하진 않았다.
약간 향신료 정도로 쓴 정도다.
그렇기에 클롭은.
‘좋은 시도네, 프랭크. 하지만 그거 아나?’
자신의 선수들이 곧 첼시를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시티에 0:5로 패배한 경기는 지금까지도 전력분석 때마다 선수들과 함께 지겹도록 돌려 보고 있다.
만약 하프타임이 오기 전 선수들이 그를 깨닫는다면, 스스로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줄 것이다.
더구나 램파드의 축구는 과르디올라 축구의 겉면만을 핥은 것에 불과하다.
자존심 때문이겠지만, 클롭은 진정으로 챔피언스리그를 원한다면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과르디올라의 축구 전부를 받아들여야 했다고 생각했다.
과르디올라가 첼시에게 건넨 정보 역시, 이후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되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선수들이 깨닫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첼시를 공략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퍽-!!
“!!”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온 나비 케이타의 중거리 슈팅처럼 말이다.
흘러나오는 세컨볼에 그대로 발을 가져다 댄 케이타의 슈팅이 빠르게 첼시의 골문으로 날아들어, 케파 아리사발라가의 손을 지나쳐 그대로 그물을 뒤흔들었다.
“JAAAAAA-!!!!”
주먹을 힘껏 휘두른 클롭이 두 손을 불끈 쥐며 포효를 내지르고, 첼시에 앞서나가기 시작한 리버풀의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서로 뒤엉킨다.
분명 첼시가 유리해 보였던 상황.
그렇지만, 골은 리버풀이 먼저였다.
축구란, 본래 그런 것이다.
.
(마틴 타일러)
“나비 케이타의 엄청난 골입니다!! One Nil, Liverpool!! 그들이 정말 중요한 득점을 먼저 만들어 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