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11)
1079화 Pride (2)
2020년 8월 5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오늘은 경기가 없는 날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찾은 건,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저 남자들을 위해서다.
네이선 아케와 엘링 홀란.
우리의 새로운 동료다.
“촬영이 다 끝나가네요.”
“그럼 가도 되는 거죠?”
“네. 그런데, 이렇게 눈에 띄는데도 용케 안 걸리네요.”
“하하.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
“Come on, It`s Sign Day.”
Sign Day.
계약을 체결하는 날을 뜻한다.
“가죠. 저 둘을 좀 놀라게 해 보자고요.”
클럽의 소셜미디어 프로듀서인 아비게일과 함께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선 뒤, 안내를 받아 아래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현재 우리의 곁엔, ‘City TV’가 함께한다.
코로나 브레이크가 오면서 한동안 중단되었던 ‘You Tube’ 활동은, 이번 입단식을 시작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이번 깜짝 이벤트 역시, 이들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저 앞쪽, 경기장으로 나가는 출구가 보인다.
그리고 난 어느 정도 걸은 뒤.
“Good Afternoon, Mates!!”
“??”
“?”
마지막 사진 촬영을 끝내 놓고 스태프들과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나를 발견한 엘링 홀란은 눈이 살짝 커졌고. 반대로 네이선 아케는 오랜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해왔다.
“만나서 반가워. 요즘 좀 어때?”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고 있지.”
“하하.”
“내년에는 너도 함께하는 거야. 환영해, 엘링. 이미 불렀지만, 엘링이라고 불러도 되지? 아니면, 문도 박사가 더 나은가?”
“하하하. 엘링이 좋아요.”
“그래. 그러면 그렇게 부를게.”
제법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홀란을 보며, 나는 희찬이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FC RB 잘츠부르크에서 홀란과 함께 뛴 희찬이는 이 친구가 예의 바르고 겸손하며, 축구장 밖에서는 친(親) 자연주의적인 삶을 사는 소박한 남자라고 했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희찬이 당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오- 그래? 걔는 내 욕밖에 안 했을 건데.”
“어떻게 알았어요?”
“뭐? 진짜?”
“큭큭. 아니, 농담이에요.”
민재보다 훨씬 더 커다란 체격을 가진 친구가 순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더 정이 갔다.
나는 이후로도 잠깐 두 사람과 더 이야기를 나누었고, 일정이 없다는 말에 저녁 식사를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장소는 우리 집이었고, 음식은 이미 준비되고 있다.
현재 잉글랜드의 코로나19 규정은 최대 6인까지는 집 안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한다.
“전 좋아요.”
“음- 난 일정이 있는데, 잠깐만 있어 봐.”
“그럼. 얼마든지.”
아케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사이, 홀란은 입단식을 가지는 날부터 이런 깜짝 이벤트가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해왔다.
특히 집에 초대받는 일은 조금도 상상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래서 난 이게 한국인의 정(情)이라고 말해 줬다.
“희찬이는 안 그렇던데요.”
“아, 그건 걔가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이라 그래.”
“쿡쿡쿡쿡. 이거 말해도 돼요?”
“얼마든지. 걘 나한테 아무 말도 못 해.”
“쿡쿡쿡.”
사실 지금은 시즌 도중이고,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시합을 이틀 남겨 둔 시점이다.
꼭 이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처음 만나는 사이를 집을 초대하는 경우가 드문데, 대뜸 나타나 집으로 초대했으니 둘은 적잖이 놀란 듯했다.
잠시 뒤 통화를 끝낸 아케가 초대에 응했고, 각자의 차량에 탑승한 후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떠나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홀란과 아케는 에이전시에서 보낸 SUV가 있었는데, 두 사람의 대리인과 운전 기사들에게도 역시 별도의 공간에서 음식을 대접할 계획이다.
그렇게 절반 정도 집과 가까워졌을 때, 나는 집에 있는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네. 지금 가고 있어요. 네. 둘 다 같이요. 네. 엘링은 바로 수락했고, 네이선은 고민을 좀 하더니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네. 이건 좋은 기회죠.”
새로운 신입생들의 입단 소식은 이틀 전인 3일, 치키에 의해 선수단 전체에 알려졌다.
영입에 관한 선수단의 반응은 상상 속에 맡겨 두고, 나의 경우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 일정을 끝낸 뒤에 펩에게 찾아가 둘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 펩은 방역상의 이유로 이를 반대했지만, 바로 마음을 바꾸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야외 테라스에 6인, 주방이 있는 2층에 6인과 같은 식으로 머무는 공간을 완벽히 분리할 수만 있다면, 클럽 스태프가 동행한다는 가정 아래 허락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그리고 펩 역시, [“나도 함께하지.”] 라며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금방 나와 통화한 사람이 바로 펩이다.
그는 한발 앞서, 집에 도착해 있었다.
‘New City라.’
프리미어리그 시즌이 끝나고 펩과 함께했던 자리에서, 그는 내게 2020/21 시즌부터 확연하게 달라질 새로운 맨체스터 시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왔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시티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남자 중 하나가 바로 엘링 홀란이다.
네이선 아케의 경우는 미안하지만, 그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해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영입해놓고 무슨 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시티에 합류했다는 것 자체가 기량을 인정받았다는 뜻이 된다.
펩이 합류한 이후 맨체스터 시티 영입정책의 기조(基調)는 ‘1군에서 뛸 모든 선수의 영입은 오직 매니저의 요청과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라는 것이었다.
반면 EDS 소속의 유망주는 스카우트 그룹의 주도로 영입이 이뤄지며, 그중 해외 유망주의 영입은 육성보다는 사업의 측면에서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시즌만 해도 더글라스 루이스/마누 가르시아/파블로 마리라는 세 명의 해외 유망주를 판매해 2천만 유로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우수한 해외 유망주를 육성해 판매하고, 그들이 EDS에 머무는 동안 잉글랜드 출신 유망주들에게 경쟁력과 경험을 심어 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클럽의 육성 정책이다.
포든이 그렇게 성장한 첫 번째 세대고, 리암 델랍/토미 도일/콜 파머와 같은 또 다른 잉글랜드 출신들이 두 번째 세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이런 육성 정책에 있어 유일하게 예외를 허락받은 게 바로 한국임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한국 출신의 유망주를 잉글랜드 출신과 같은 시각으로 대우할 것임을 내게 약속했었다.
‘여긴 내게 모든 것을 해 주고 있어.’
언젠가 SL 벤피카로 돌아가겠다는 꿈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기왕이면 오래오래 이곳 시티에 남아 클럽을 위해 이바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난 이 클럽을 사랑하고, 또 이 클럽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고 싶다.
저 앞쪽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하는 사거리가 보였고, 난 깜빡이를 켜며 불이 들어올 때까지 대기를 했다.
그러곤 후방거울로, 뒤따르는 차들을 살폈다.
‘음, 잘 따라오고 있네.’
오늘은 제법 즐거운 저녁이 될 것 같다.
***
2020년 8월 6일. 마드리드, 스페인. 깜. 씬트라, s/n, 28055 발데베바스.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를 하루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는 맨체스터로 떠날 채비에 한창이다.
우선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오전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을 진행했는데, 두 가지의 이슈로 인해 분위기는 별로 끓어오르지 않고 있었다.
“뭐? 집으로 돌아가? 그게 무슨 말인가?”
“허리가 좋지 않다더군요.”
“…….”
“이대로면 훈련에 방해만 될 것 같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걸 받아들였고요.”
“허-! 자넨 그 말을 믿는단 말인가?”
“아뇨.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하아-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아서요. 이미 그가 동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선수들도 알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웨일즈 녀석 같으니!!”
쿵-!
“…….”
휴가를 보내고 챔피언스리그 준비가 한창이던 때, 지네딘 지단에게 다가온 가레스 베일이 맨체스터 원정 명단에서 자신을 완전히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감독이 아닌 선수가 자발적으로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뛰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지단은 그 이유를 물었지만, 가레스 베일은 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자신을 데려가 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답을 했다.
부상과 재활 도중 잦은 골프 라운딩으로 클럽과 꾸준히 마찰을 빚어 온 가레스 베일은 현재, 축구에 대한 의욕과 클럽을 향한 신뢰를 모두 잃어버린 상태다.
전부 본인이 자초한 일이었지만, 인간이 모두 그러하듯 베일 역시 자신 위주로 상황을 해석했다.
가레스 베일은 자신을 주전으로 투입하지 않는 지단에게 불만을 품어 왔고, 최근 2년 동안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며 주급만을 받아 갔다.
언제인가부터 웨일스의 윙어는 레알 마드리드의 골칫덩어리가 되었는데, 판매하고 싶어도 주급이 너무 높은 데다가 본인이 받는 돈을 깎을 마음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가레스 베일은 매주 60만 유로(약 8억 1,500만 원)의 유지 비용이 나가는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 버린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기술 이사인 에밀리오 부트라게뇨가 가레스 베일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두통에 시달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람들이 물을 걸세.”
“압니다.”
“어떻게 말할 셈인가?”
“…….”
챔피언스리그 규정상, 모든 클럽은 하루 전에 이튿날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모두 포함된 소집명단을 UEFA와 기자들에게 제출해야 한다.
베일의 이름이 빠져 버린 지금, 부트라게뇨는 지단이 이를 어떻게 다룰지가 궁금했다.
“솔직히 말을 해야죠.”
“주변이 시끄러워질 거야.”
“어쩔 수 없습니다. 감춘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니까요. 그가 부상으로 뛸 수 없다고 해 봤자, 어차피 이튿날 골프장에 있는 사진이 찍힐 것 아닙니까? 베일은 오래전부터 파파라치들의 좋은 먹잇감이었으니까요.”
어떻게 해도 베일 스스로 명단 제외를 요청한 사실을 감출 수 없고 팀 분위기 역시 이미 망가졌다면,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최선이기는 했다.
클럽의 위상이 한 남자로 인해 추락함에 두통을 느끼던 에밀리오 부트라게뇨는 결국, 지단의 생각을 받아들인다.
“회장님께는 내가 말을 하지.”
“네.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
“정말 괜찮겠나? 베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묻는 걸세.”
“승부는 언제나 5:5입니다.”
“지주. 그게 아니지 않나.”
“…….”
가레스 베일의 일탈 외에도, 세르히오 라모스가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점은 레알 마드리드가 보유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일단 선수 본인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원정에 동행키론 했지만, 피치 위에서 라모스란 선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지난 몇 년, 레알 마드리드는 세르히오 라모스가 뛰지 않은 모든 경기에서 수비가 흔들려 왔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지네딘 지단은 지난 수년 동안 센터백을 보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남자였다.
수비수에 몇천만 유로를 쓸 바에야, 화력을 보강하는 데 같은 비용을 투자해 더 화려한 팀을 만들려고 했다.
갈락티코스 1기 때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고도, 수비의 중요성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거다.
“후우~”
플로렌티노 페레스에게 가레스 베일 관련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떠난 에밀리오 부트라게뇨가 감독실을 나선 뒤, 혼자가 된 지단은 근심에 빠진다.
현재 그의 머릿속엔, 1차전 세르히오 라모스가 카드를 받던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거기에서 끝났나?’
감독이 된 이후, 지단은 현역 시절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본인의 약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잦았다.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라 요구하면서도, 가슴속 한편에서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를 위선자라 느낄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게다가 내일 마주해야 하는 상대는 지단과 레알에게는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김다온이 있는 맨체스터 시티다.
지난 2월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도, 지단은 그 악마가 자신의 팀을 망가뜨리는 것을 목격했다.
‘젠장, 운도 없지.’
인간이 약해지는 순간.
이때만큼은 제아무리 지네딘 지단이라고 할지라도 운과 신에 기댈 수밖에 없다.
***
[가레스 베일의 명단 제외 이유를 밝힌 지네딘 지단, “베일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가 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내게 있어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하지만 뛰고 싶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명단에서 뺐다.” – BBC(U.K)].
.
[현재 팀이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말한 펩 과르디올라, “코로나 브레이크 이후부터 팀이 점점 성장했음을 느낀다. 지금 시티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 – Sky Sports(U.K)]***
2020년 8월 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레알 마드리드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3-3
GK ? 에데르송 / GK ? 티보 쿠르투아
RB ? 카일 워커 / RB ? 다니 카르바할
CB ? 김민재 / CB ? 라파엘 바란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에데르 밀리탕
LB ? 주앙 칸셀루 / LB ? 페를랑 멘디
DM ? 로드리 / DM – 카세미루
CM ? 일카이 귄도안 / CM ? 루카 모드리치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토니 크로스
RW ? 필 포든 / RW ? 호드리구 고이스
LW ? 라힘 스털링 / LW ? 에덴 아자르
ST ? 김다온 / ST ? 카림 벤제마
.
.
무대 뒤편. 가뜩이나 코로나로 사람들의 숫자가 거의 없는 지금, 거친 단어들을 섞어가며 분노를 토해 내고 있는 남자는 카림 벤제마다.
“그 머저리 새끼는 완전히 병신이야!!”
“…….”
전날 팀과 동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레스 베일. 그는 조금 전, 마드리드에 있는 한 골프 코스에서 발견되었다.
사진 속의 베일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X 같은 새끼!! 마드리드로 돌아가면 죽여 버리겠어!!”
“진정해, 카림.”
“지금 나보고 진정하라고?”
“어쩌겠어. 원래 그런 놈이잖아.”
“PUTAIN!!”
분노하는 벤제마를 말린 세르히오 라모스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인다. 이러한 일이 있을까 싶어 동행을 택했는데, 잘한 건 둘째치고 분위기가 너무 좋지 못했다.
전날에도 라모스는 베일에게,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말하지 않을 테니 오늘만큼은 골프를 참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베일은 라모스의 요청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드리드 최고급 골프 코스에 모습을 드러냈고, 질이 나쁜 무리와 어울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파파라치에게 찍혔다.
더욱 가관인 건, 사진이 찍히는 줄 뻔히 알고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사실상 팀에 엿이나 먹으라고 말한 셈이다.
당연히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이래서야, 리그 우승은 의미도 없겠어.’
코로나 브레이크 이후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처음으로 밝혀졌을 때, 라모스는 재개에 기뻐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즌의 종료 시점과 챔피언스리그 재개 시점 사이의 공백이 너무 길어, 우승한 기세를 안고 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자신이 뛸 수 없는 경기인 만큼,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기세가 있었을 때 경기를 치렀으면 했다.
더구나, 상대는 김다온이 뛰는 팀이다.
“Vamos! 다시 집중하자!”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원정팀 드레싱 룸에 들어선 뒤, 세르히오 라모스가 손뼉을 두드리며 억지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니 팀은 여전히 신경질적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대화가 단절되었고, 몇몇 이들이 간헐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그게 전부였다.
“…….”
결국 맥이 빠져 버린 세르히오 라모스가 이곳저곳을 돌며 선수 개개인에게 파이팅을 전하는 것으로 행동을 바꾼다.
지금 이곳에서 승리를 가장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세르히오 라모스다. 이런 아이러니함이, 레알 마드리드의 오늘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좋아, 얘들아. 이건 챔피언스리그야!”
“…….”
“우린 이미 리그와 FA컵을 놓쳤어! 그런데 이것까지 놓치진 않을 거야! 제대로 해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자. 그리고 빅이어를 여기로 가져오는 거야!”
“Yeah- Let`s Go!!”
“Vamos!”
아직 본격적인 웜업을 시작하기도 전이건만, 맨체스터 시티는 레알 마드리드를 박살 낼 준비가 진즉에 끝난 팀처럼 보이고 있었다.
확연하게 갈리는 양 팀 분위기 속,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한 후 칼을 갈았던 한 남자가 조용히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