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20)
1088화 Pride (11)
1800년대부터 대영제국 전역에 걸쳐 보급되기 시작한 축구는 금세 영국인들의 낙이 되었지만, 실제 경기의 모습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엔 무척 원시적이었다.
모든 축구팀이 1-1-8이나 1-2-7과 같은 공격 일변도의 전형을 사용했고, 공을 넓은 공간으로 뻥 차 두고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게 유일한 전술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1872년 11월 30일. 축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혁명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혁명의 주인공은 잉글랜드와 축구 역사상 최초의 A매치 경기를 펼친 스코틀랜드 대표팀이다.
FA 컵의 창시자이자 축구 선수, 행정가, 그리고 작가이자 편집자였던 찰스 윌리엄 알콕(Charles William Alcock). 그는 스코틀랜드 대표팀의 주장 겸 감독으로 선수 선발과 전술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선수가 감독을 맡는 건 흔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 위대한 선구자는 잉글랜드와의 경기가 성사된 이후부터, 기존의 전형이 아닌 두 명의 풀백(센터백)과 두 명의 하프백(미드필드)를 두는 2-2-6 전술을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기존의 뻥 차고 달려드는 축구가 아닌,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방법을 시도키로 한다.
그렇게 스코틀랜드 대표팀의 흥미진진한 모험 속에 경기가 시작되고, 당시 최초의 A매치 경기를 관전하던 모든 이들(심지어 잉글랜드 대표팀조차)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당연한 모습이 혁명처럼 여겨진 그 날 이후, 축구계는 짧은 패스와 다양한 전형을 쫓았고 진정한 의미의 전술과 포지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00년대 초 오스트리아 올림픽 대표팀의 컨설팅 역할을 맡았던 지미 호건(Jimmy Hogan) 역시, 1872년 11월 30일이 아니었다면 ‘다뉴브 학파(Danubian School)’를 만들지 못했을 거다.
찰스 알콕이 만든 2-2-6에 열광하던 지미 호건은 이를 한 단계 더 발전, 중앙에 세 명의 하프백을 놓아두는 2-3-5 전술을 만들어 단숨에 추종자들을 만들었다.
특히 1900년대 초 최강자인 독일을 5:1로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1912 스톡홀름 하계 올림픽에서 오스트리아 대표팀이 보여 준 축구는 우고 메이슬(Hugo Meisl)과 같은 또 하나의 위대한 감독에게 강한 영감을 주었다.
그 유명한 ‘경이로운 팀(Wunderteam)’을 만들며 오스트리아 대표팀을 세계 최강자의 위치로 올려놓은 우고 메이슬은 2000년대 후반 축구의 트렌드가 된 펄스나인을 최초로 사용했다.
위대한 혁명과 위대한 두 명의 남자가 약 60년에 걸쳐 축구를 완전히 새로운 종목으로 바꿔 버린 후, 축구의 전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늘 선수를 앞질렀다.
특히 2000년대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세상이 큰 성장을 보인 이후엔, 전술과 선수의 격차는 한참 벌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오직 단 한 명의 축구 선수만이 전술을 자신의 발아래에다 놓아두었다.
리오넬 메시는 전술 그 자체였지만, 그 남자는 전술을 완전히 지배하며 원자단위로 분해하고 상대가 갖고 있던 수(手)를 전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바로 이게, 내가 김다온을 역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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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생략)
Football Column : Batter than Tactics / Written By ? Jo Billingsley / 30 November, 2033
***
.전반 40분
맨체스터 시티 1 : 0 바이에른 뮌헨
키히미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주고자 했던 내 의도는 좋은 판단이 되고 있다.
전방 압박을 포기한 바이에른 뮌헨이 공격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빌드업해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한쪽 측면이 빡빡해진 거다.
물론 알라바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빌드업 자체의 난도는 어렵지 않았지만, 한쪽으로 치우쳐진 공격 전개를 막아 내는 건 우리에겐 무척 쉬운 일이었다.
여기엔 팀 수비 라인에 속한 동료들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다는 것도 한몫 거들고 있다.
‘아니. 사실 그게 전부긴 해.’
전술이 아무리 좋아도, 선수의 컨디션이 나쁘면 말짱 꽝이다.
반대로 선수들이 완벽해도 형편없는 전술이 경기를 망가뜨리는 경우도 허다하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접근과 그걸 수행하는 인간의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뮌헨 정도의 팀을 완벽하게 막아 내는 것까진 무리긴 하나, 이 정도면 훌륭하게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만 해도.
퉁-!
티아고가 박스 안으로 날카롭게 띄운 크로스를 민재가 레비의 앞쪽에서 먼저 커트해 냈다.
허리 높이로 뻗어간 수비수가 잘라 내기 쉬운 크로스가 아니었음에도, 민재는 몸을 가볍게 날리면서 보는 사람이 편안해 할 수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정말이지, 매일매일 발전하는 친구다.
그리고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건데, 사실 처음 민재는 무조건 중국 리그에 진출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중국 슈퍼 리그로 유명한 명장들과 돈에 이끌린 유럽의 수준급 선수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민재는 그곳에서 주전을 보장받으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팬들은 무조건 유럽으로 가야 할 선수가 중국으로 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겼고 나 역시 비슷했지만, 민재가 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엔 절로 수긍이 되었었다.
하지만 민재는 1년 반의 소튼 임대를 보장한 시티의 제안과 나의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소튼에서의 경쟁은 CSL로 진출했을 때보다 훨씬 더 어려웠지만, 기존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빠르게 경험을 쌓아 나갈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운이 좋았다는 거다.
덕분에 결과적으로, 민재가 CSL이 아닌 PL을 택한 것은 최고의 결정이 됐다.
비록 중국에서 만날 수 있는 명장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프리미어리그를 감독의 밑에서 축구를 배웠고, 피치에서 만나는 공격수들의 수준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민재의 성공에 한 점 의심도 없었던 내겐 이 모든 일이 당연했지만, 본인 스스로는 얼마나 불안해했는지를 알았기에 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현시점 전 세계 최고의 9번(ST)일 레비를 상대로 당당하게 맞서는 민재의 모습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어쨌든 이번의 크로스도 왼쪽 측면에서 이뤄졌다. 오른쪽으로 공격을 진행했을 때의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컨디션이 좋은 페리시치가 있는 왼쪽으로 지분이 집중되고 있는 거다.
답답했는지, 한지 플리크가 잔뜩 인상을 썼다.
‘후우- 그래도 쉽진 않은데?’
전반전의 끝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1:0 그대로 하프타임을 맞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5분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 케빈과 베르나르두가 좀 더 편안하게 측면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낮은 위치에 머물렀다.
삐익-! 삐?익!!
스코어의 변화 없이 전반전이 끝나고, 드레싱 룸을 찾아 들어가는 내 앞으로 한 남자가 등장했다.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무척 젊어 보인다는 점에서 나는 이 남자가 다니 뢰흘일 거로 생각했다. 뮌헨의 옛 동료들이 인정한 언젠가 뛰어난 감독이 될 남자이다.
“Es war wundervoll.”
“Bitter?”
(네?)
“정말 놀라웠다고. 이게 다야.”
“?? Danke?”
대뜸 칭찬을 보내온 다니 뢰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나는 계속 발걸음을 움직여 드레싱 룸으로 들어섰다.
힘겨운 초반부를 이겨 내고 리드까지 잡으며 전반을 끝마친 터라, 실내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은 편이었다. 하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어서, 우린 펩의 지시를 기다렸다.
잠시 뒤 드레싱 룸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펩이 화이트보드에 앞에 서서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잘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훌륭했어.”
“…….”
“우선, 전반전에 내가 본 뮌헨의 움직임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전방 압박이 아니다. 우린 그걸 벗겨 냈지. 내가 말하려는 건, 그들의 포지션 플레이 방식이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가정한 빨간색 마그네틱의 위치가 바뀌고, 펩은 뮌헨이 비대칭을 서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렸다.
***
【같은 시각】
@ 바이에른 뮌헨의 드레싱 룸
“상대에게 당했다. 아니, 한 명에게.”
“…….”
“우린 다온을 제어코자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알피. 넌 정말 잘해 줬다. 하지만…….”
“저…….”
“응?”
후반전 빠르게 흐름을 바꾸어야 했던 한지 플리크는 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교체 카드가 많은 만큼, 빠른 변화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도 전, 플리크는 변수를 맞이한다.
전반 40분 이후부터 살짝 발을 절뚝이던 제롬 보아텡이 손을 들어 올리면서 교체를 요구해 온 것이다. 그는 자신이 후반전에 뛸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
후반전 수비의 핵심이 이탈한다는 말에, 뮌헨 드레싱룸의 분위기는 빠르게 식어 간다.
“어쩔 수 없지. 제롬 자넨 검사를 받도록. 니클라스가 제롬의 자리로 들어간다. 그리고 알피? 네가 계속 뛴다. 넌 오늘 너무 실수가 잦아. 좀 더 집중하도록.”
“네.”
“좋아. 그럼 시작하지.”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했던 뮌헨의 결승 도전은 현재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
.후반 00분
@ 맨체스터 시티의 벤치
키메라(Chimera).
현 바이에른 뮌헨의 전술이 곧 축구의 역사라고 생각해 온 과르디올라는 속으로 한지 플리크를 키메라에 비유해 왔다.
‘하지만 그것도 최후를 맞이했지.’
사자/염소/뱀으로 구성된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합성수(合成獸)는 페가수스를 탄 영웅 벨레로폰의 창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
외부의 공격에 무적을 자랑했던 키메라를 일반적인 방법으로 무찌를 수 없다고 판단한 벨레로폰은 본인의 창에 납을 녹여 괴물의 입으로 창을 집어 던졌다.
입 안에 창이 꽂힌 키메라는 고통스러움에 불꽃을 내뱉었고, 그 고열에 납으로 된 창이 녹으며 납중독으로 인한 질식과 내장 파열로 그 운명을 다했다.
이번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를 준비하며 펩 과르디올라는 어느 때보다 깊은 고뇌에 빠졌었고, 최후의 순간 그가 찾아낸 것이 바로 시티에 벨레로폰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최고의 하이브리드에도 약점은 있는 법이니까.’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는 전술가로 명성 높은 축구 감독들에겐 신선한 교재가 되어 왔다.
어떠한 경기에서 한지 플리크는 팀을 FC 바르셀로나처럼 보이게 했고, 어떠한 경기에서는 클롭이 되었다가 다른 경기에서는 로거 슈미트가 되고 펩 과르디올라가 되었다.
리누스 미헬스의 ‘토털 풋볼’.
펩 과르디올라의 ‘포지션 축구.’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
로거 슈미트의 ‘사키이즘’.
이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조합한 한지 플리크는 불가능으로 여겨져 왔던 영역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았고, 전술가들에게 특정한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현재 자신의 축구가 추구해 온 영역을 더 끌어올릴 수 없다면, 차라리 타협점을 찾아 움직이는 게 나음을 말해 준 것이다.
마르셀로 비엘사와 대화를 나누기 전, 과르디올라가 망설임을 시작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불운하게도 뮌헨 역사상 최악의 단장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플리크에게 드리운 최악의 그늘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것을 이겨 낼 만큼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그거 아나? 최초가 최고는 아니었다는 거.’
사람들은 지미 호건이나 우고 메이슬의 이름을 기억하긴 해도, 찰스 윌리엄 알콕의 이름은 거의 알지 못한다.
단순히 오래되어서가 아니라, 축구에서 최초란 최고가 아니기에 특정한 영역 혹은 시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만을 기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리누스 미헬스의 ‘토털 풋볼’도 결국은 축구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를 발전시킨 것에 지나지 않았고, 아리고 사키의 철학 또한 [‘상대가 넓은 공간으로 볼을 차기 전에 저지한다.’]라는 초기 축구 수비 형태를 현대적으로 만든 것에 불과했다.
물론 이런 식이면 모든 축구 전술이 의미 없게 되는 비유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세상의 그 누구도 이러한 방식으로 축구를 바라보진 않는다.
그렇지만 때때로 냉정해질 때면, 모든 전술가는 자신의 축구가 새로운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좌절에 빠진다.
탁월한 전술가로 인정받았던 감독들이 결정적인 순간 과오를 저지르며 치명적인 패배를 당해 온 것도, 고민이 깊어지고 깊어지다 새로운 것에 너무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거 아나? 나도 그랬을 걸세.’
펩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김다온이 뮤즈(Muse)인 이유는, 단순히 그가 전술적 영감을 전해 주어서가 아니라 그가 자신을 냉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영감을 받은 예술가의 상태가 활활 타오르는 새빨간 불꽃이라면, 김다온에 의해 자극받은 펩 과르디올라의 영혼은 차가워 보이지만 실은 그 무엇보다 뜨거운 파란 불꽃이었다.
어려운 시합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다 엉뚱한 전술을 택하려고 할 때면, 과르디올라는 그 방법으론 김다온의 역량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곤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 결과, 과르디올라는 김다온과 함께 세 개의 빅이어를 들어 올리고 다섯 차례의 리그 우승을 기록했다.
펩 과르디올라는 한지 플리크라는 뛰어난 전술가에게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김다온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다온은 축구를 똑바로 마주 보게 해 주거든.’
자신의 전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피치에서 보여 주는 것을 넘어, 김다온은 언제나 과르디올라를 향해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준비가 된 자신을 올바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고 말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단 한차례도 빅이어를 들어 올리지 못하면 최고의 위치에서 자연히 내려왔다.
김다온은 누가 보기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재능을 지녔고, 그것이 발(發)할 최고의 시기(20세~23세)를 자신과 함께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함께하는 동안, 과르디올라는 단 하루도 그런 질문을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다시 만났을 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트레블을 안기고 돌아온 김다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가 되어 있었고 전혀 다른 질문을 안겨다 줬다.
난 지금 당신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라고.
디에고 시메오네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명장(名將)과 시간을 보낸 김다온은 새로운 축구를 접하곤 과르디올라에게 언제든 자신이 떠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전해 줬다.
김다온이 자신의 곁에 머무는 이유는 자신이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고 믿기 때문이며, 그 기대가 어긋났을 때는 언제든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어느새, 김다온은 ‘축구 괴물’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생태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포식자(捕食者) 말이다.
실제로 오늘의 김다온은 한지 플리크라는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감독의 전술을 차원이 다른 전술 이해도와 본인이 자랑하는 스프린트로 파괴해 버렸다.
이후 뮌헨의 전술 변화를 이해하며 포지셔닝을 조절하고 요주아 키미히를 압박했을 땐, 과르디올라는 경이로움을 넘어 소름이 끼쳤다.
대체 어떠한 축구 선수가 치열한 피치 위에서 마치 경기 후 천천히 비디오를 분석하는 것 같은 이해도를 보여 준단 말인가?
그에 과르디올라는 다시 한번 위기감을 느끼는 동시에, 공격수로 뛰던 지난 시간 동안 또 한 번 성장한 김다온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상처 입었다.
‘이젠 아프지도 않지만 말이야.’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무엘 에투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인격적 결함이 있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냉담했던 펩 과르디올라.
본인의 방법만이 성공에 도달할 거란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이 있었던 그에겐, 김다온은 뮤즈이자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안겨다 주는 존재였다.
뮌헨 부임 이후 과르디올라는 상상 속에서 숱한 실패를 겪었고, 그때마다 상대는 며칠 뒤 마주하게 될 적이 아닌 자신의 팀에서 뛰는 김다온이었다.
그러한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다.
삐?익!
후반전의 시작.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은 다시 한번 그들이 빅이어에 도전하게 되길 고대하고 있다.
***
작가의 말 ? 이번 에피소드는 앞으로 김다온이 집착하게 될 부분이자, 그의 축구 동반자인 펩 과르디올라가 어째서 김다온에게 매료되었고 실제 현실에서 저지르고 있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는가에 관한 제 나름의 생각이 포함된 회차였습니다.
이번 글을 최초에 기획하면서 작품의 시대라든가 김다온이 오랫동안 함께하게 될 감독을 결정할 때, 저는 언제나 과르디올라가 저지르는 실수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천재들이 사회에서 도태된다거나 결정적인 순간 실수를 저지르는 게 어쩌면 자신을 자극할 존재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했고, 김다온을 통해 단순한 감독-선수 관계가 아닌 천재를 평범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전작의 마커스 스마트가 어떻게 보면 펩 과르디올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뮌헨 경기는 다음 편에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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