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21)
1089화 Pride (12)
(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쿠치뉴-! 하지만 막힙니다! 좋은 포지셔닝을 보여 주었던 민재. 오늘만 벌써 두 차례 바이에른 뮌헨의 슈팅을 길목에서 막아섭니다! 그리고 바로 반격에 나서는 맨체스터 시티. 다온이 아래로 내려와 있고, 양쪽에서 달립니다! 베르나르두 실바. 좋은 패스가 앞으로 향합니다. 리야드 마레즈. 마레즈. 반대편에서 필 포든이 손을 흔듭니다. 마레즈 크로스. 그리고 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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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속도를 뽐낸 두 남자가 마침내 득점을 만들어 낸 순간, 난 승리를 확신하며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됐어!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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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5분
맨체스터 시티 2 : 0 바이에른 뮌헨
(스티브 바워)
“이 골은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이 골은 맨체스터 시티를 일요일 결승전으로 이끌 것 같습니다! Two Nil-! 펩 과르디올라 역시 환호하고 있습니다!”
(클라이브 앨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전반전과 비슷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주도권을 쥐고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고, 반대로 맨체스터 시티는 그들에게 주어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대의 실점은 도리가 없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게 될 팀이 결정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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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뛰어다닌 세르주 그나브리의 활약과 우직하게 몰아붙이던 이반 페리시치로 인해 무척 어려웠던 후반전이었다.
사실 한때는 큰 위기를 맞았다고도 여겼다.
하지만 레비의 헤더가 골대를 두들기고 영락없는 실점 상황이라고 믿었던 장면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 뮐러가 헛발질해 버린 순간,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던 것 같다.
그렇게 치고받는 공방전 속에서 점수의 변동은 없었고, 후반 40분 이후부터는 공격적인 선수들을 투입한 뮌헨에게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으며 버티는 게 최선인 상황이 됐다.
리버풀과 토트넘에 패배하던 경기에서도 그 정도로 수세에 몰리진 않았었는데, 이는 뮌헨이 얼마나 강한 팀인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승부를 가른 건 아주 작은 차이.
결과로 이어진 실수 몇 개다.
삑-! 삐?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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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경기 끝납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두 골 차의 승리를 거두면서, 오는 일요일에 펼쳐질 결승전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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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판이었기에 더 절실하고 짜릿했던 경기가 끝난 뒤, 나는 환호하며 피치로 뛰어드는 동료들을 보며 가까운 곳에 주저앉은 이에게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패배의 진한 아픔을 그 어느 때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옛 동료의 곁으로 말이다.
“유감이야.”
“……그래.”
“위로될는지는 모르지만, 진짜 힘들었어.”
“하하, 딱히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손을 뻗어 온 알라바를 일으켜 세우며, 난 녀석과 포옹을 하곤 머리를 가볍게 두들겼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승해라.”
“응. 너희가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고 말할게.”
“이건 좀 기분이 나아지네.”
“또 연락할게.”
“응.”
알라바와 헤어진 이후 나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던 키미히를 만났다.
“운이 좋았어.”
“다들 그렇게 말하지.”
“진짜로. 아까는 뒤집히는 줄 알았다고.”
“그래- 우리가 운이 없었던 거야.”
“그게 축구잖아?”
“빌어먹을 놈이지. 있다가 유니폼 좀 줄 수 있어?”
“물론. 나중에 안에 가서 바꾸자.”
“멋지네. 먼저 들어가지 마.”
“그럴게.”
키미히가 떠난 뒤에도 나는 노이어와 티아고 등이 계속해서 내게 다가왔다. 애써 태연한 척하는 이들의 진짜 표정은 드레싱 룸에 들어선 뒤에야 나올 것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라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패배했으니 그 아쉬움이 오죽하겠나.
실패를 경험해 보지 못한 것도 아니고, 이들이 어떠한 감정일진 당장 겪고 있는 일이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유니폼?”
“미안. 요주아랑 약속했어.”
“젠장.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미안.”
“흠- 미안하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부탁?”
“응. 알폰소를 위로해 줘.”
“뭐? 내가? 어째서?”
“쟤 말이야. 아까 네 달리기를 보고 좌절했거든. 그러니까 네가 한마디를 해 주면 의욕이 되살아날 거야.”
티아고가 손으로 가리킨 곳엔, 전반 중반 이후부터 실책이 잦았던 알폰소 데이비스가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양쪽 윙어 컨디션이 무척 좋았기에, 알폰소 데이비스의 스프린트까지 더해졌다면 우리로선 훨씬 더 힘든 경기가 되었을 거다.
예전 동료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난, 붉게 충혈된 눈을 한 데이비스에게 다가섰다.
“좋은 경기였어.”
“좋은 경기였어요.”
“실망스럽겠지. 이해해. 하지만 넌 여전히 어리잖아. 다들 네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네가 바로 다음일 거야. 지금 그 기분을 잊지 말고 꽉 붙잡으라고. 무슨 말인지 알지?”
“네.”
한 손으로 데이비스를 안고 녀석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나를 생각하니, 시간이 어지간히도 많이 흘렀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중요한 길목에서 패배하고 울음을 멈추지 못했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어떨 때는 분해서 밤새 잠을 못 이루기도 했었다.
‘정말, 벌써 이렇게 됐어.’
피치를 빠져나가고자 걸음을 옮기던 도중 어느새 가까이 온 펩과 포옹을 나눴고, 이후로도 난 많은 이들과 악수나 포옹을 하며 승리를 기념했다.
그러곤 복도로 들어선 뒤엔, 약속대로 키미히와 유니폼을 교환했다.
“사인도 좀 해 줘 봐.”
“뭐? 사인까지?”
“응. 기념이잖아.”
“아- 이거 진짜 낯부끄러운데.”
“얼른.”
“아, 알았어.”
인근 스태프에게 구했을 것이 분명할 펜을 건네받아 유니폼 위에 사인까지 휘갈긴 뒤, 나는 다음엔 반드시 승리할 거라는 키미히와 인사했다.
생각해 보면 경기가 끝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저 말이었던 것 같다.
토마스, 레비, 쿠치뉴, 코망, 노이어에 이르기까지. 그들 모두가 다음을 예고하며 복수의 날을 세웠다.
‘뭐, 그런 거지.’
축구를 계속하고 있는 한, 누군가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와 피치에서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어지간해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며, 승부는 둘 중 하나가 은퇴할 때까지 이어진다.
행여 두 사람 모두 감독이라도 되는 날이면, 영원히 그라운드와 작별할 때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예전 친정팀이기도 한 바이에른 뮌헨과 만나 버블 속에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치른 나의 감상은 정확히 여기까지였다.
드레싱 룸에 가까워진 순간부터 난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실내로 들어서자 유니폼을 흔들거나 하며 춤을 추는 동료들이 보였다.
버블로 인해 쌓인 것이 많았던 만큼, 다들 이런 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려는 거다.
자리로 돌아와 축구화를 벗기 시작하며, 곁에 있던 베르나르두와 슬쩍 주먹을 부딪쳤다.
“Mais quatro dias?”
(4일 더?)
“하하.”
베르나르두가 건네 온 말처럼, 우리는 4일을 더 리스본에 머물게 되었다.
지루한 버블로 돌아가는 건 조금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승리를 거둔 기쁨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빅이어를 들어 올린다면, 우리의 모든 수고는 보상받을 것이다.
그래서 난 맞장구를 치기 전, 베르나르두가 틀린 부분을 살짝 고쳐 주기로 했다.
“Sao cinco dias, Ber.”
(5일이야, 베르)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 이번에는 베르나르두가 씨익 하고 웃었다.
우승을 하게 되건 그렇지 못하건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리스본을 떠나게 되는 날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다음 날인 8월 24일이다.
과연 그때 우리가 웃고 있을지 아니면 침울해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당장은 승리의 기쁨을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난.
“꼭 이기자, 베르.”
“응.”
“니코랑 다비드. 그리고 가비와 올렉스를 위해서도.”
“……응. 그러자.”
올 시즌 후 팀을 떠나게 될 이들을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두자는 필승을 다졌다. 또 한 번, 베르나르두와 나의 주먹이 허공에서 가볍게 부딪쳤다.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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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UCL Semi-Final)
맨체스터 시티 2 : 0 바이에른 뮌헨
[골] 김다온 : 전반 13분(케빈 더브라위너)필 포든 : 후반 45분(리야드 마레즈)
김다온 ? 95분 출전(1골/평점 8.6)
MoM ? 에데르송(평점 8.8)
***
[맨체스터 시티, 2년 만에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다. – BB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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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의 경기였다. 그러나 승부는 아주 미세한 차이에서 결정되었다. – 빌트(독일)]? 바이에른 뮌헨은 어떠한 팀보다도 맨체스터 시티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들은 필요할 때 득점을 만들지 못했고, 그로 인해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맨체스터 시티가 충분히 승리할 만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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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의 2:0 승리 :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다온은 패배하지 않는다. – 아 볼라(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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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p Maker : 단 한 경기라도 출전한 최근 6번의 시즌에서, 4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팀을 이끈 김다온. – Goal.com(INT)]? 부상으로 시즌 전체를 결정한 2018/19 시즌을 제외하고. 다온은 그가 직접 뛴 여섯 번의 시즌(뮌헨 3,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 맨체스터 시티 2)에서 무려 다섯 차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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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853 M/H !! : 맨체스터 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첫 번째 득점에서 나온 다온의 스프린트는 가볍게 기존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 ESP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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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의 기사 발표 후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김다온의 득점 장면. – 스포츠뉴스2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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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8.6KM!! 경이로운 스프린트!! – OSEM(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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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온은 자신의 경력에 다섯 번째 빅이어를 추가하고 싶어 한다. 김다온, “리스본으로 날아올 때부터 우승 이외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 Sky Sport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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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 Champions League Final ? UEFA 홈페이지]? 2020.08.23. @ Estadio Da Luz
Paris Saint Germain VS Manchester City
***
2020년 8월 20일. 1250-191 리스본, 포르투갈. R. 호드리구 다 폰세카 4. 알티스 프라임 호텔.
[“자고 깨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은 현재의 내겐 적합하지 않지만, 그 이야기 외로는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다.“진짜네.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휘이- 이게 얼마라고?”
“38.6.”
“킬로미터?”
“당연하지, 이 바보야. 마일이었으면 얘는 그냥 인간이 아닌 거야. 가만 보자, 38.6마일이면 대충 얼마야?”
“대충 60 정도?”
“낄낄, 그 정도면 아예 자동차 아니야?”
“헤이, 나 여깄거든? 사람을 기계 취급해?”
“뭐, 어때 재미있잖아.”
호텔로 돌아와 바로 숙면을 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온 세상이 전날 나의 득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 기록된 속도가 23.9853마일이기 때문인데, 통계 사이트인 ‘opta’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해 버렸다.
“이거 봐. 얘보고 외계인이래.”
“뭐? 어디가?”
“데일리미러.”
“아- 젠장. 얘네 또 시작이네.”
“낄낄낄. 뭐, 그렇지.”
런던에 있는 타블로이드인 ‘데일리미러’는 많은 표본으로 그들의 황색(黃色) 성향을 철저히 중화하는 언론사다.
워낙에 많은 기자가 있으니 그들을 하나하나 통제할 수 없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워, 어떨 때는 ‘BBC’ 저리 가라 할 품질의 기사를 내다가도 어떨 땐 ‘메트로’보다도 못했다.
자극적인 기사들을 써내는 기자들을 통해 조회수와 수입을 채우고, 소수의 우수한 기자들에게 타블로이드의 명성을 맡기는 방식의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어제의 스프린트를 두고 나를 ‘외계인(Alien)’이라 칭했는데, 솔직히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솔직히 안심했잖아.”
“뭐가?”
“너 처음 복귀한 다음에 잘 뛰어다니지 않았잖아. 전술적인 이유라곤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고. 그런데, 이제는 온전히 너 같아 보여.”
“…….”
가끔 느끼는 거지만, 라힘은 99% 시답잖다가도 가끔 이렇게 1% 있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워낙 격식이 없어서 본질을 더욱 잘 볼 수 있달까?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누구보다 날카로운 안목을 빛낼 때가 있는 것처럼, 라힘 역시 종종 본질을 꼬집었다.
완전히 회복된 지금이라면 진실을 말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굳이 그런 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진실을 말하는 건, 좀 더 뒤의 일이 될 것 같다.
“공격수로는 처음 뛰어 보니까.”
“하긴. 적응이 필요하긴 해.”
“응. 사실 지금도 어렵게 느껴져.”
“얘 봐. 지금 우릴 죽이고 있어.”
“말 그대로 말이야. 큭큭큭큭.”
“Come on-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
어린 시절 윙어로 뛰었던 적은 있지만 그건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고, 유럽에 온 이후에는 전술상의 이유에서 앞쪽에 있어 본 적은 있어도 풀타임 9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도 어렵게 느껴진다는 말은 100% 진심이며, 복기할 때마다 좀 더 좋은 포지셔닝을 가져가지 못한 것에 자책하곤 했다.
역대 공격수 중 가장 포지셔닝이 뛰어났던 인자기의 플레이를 몇 번이고 돌려보았지만, 그의 재능은 후천적인 노력으론 배울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솔직히 올 시즌 나를 발전하게끔 도와준 건, 지금 곁에 있는 나의 동료들이다.
“뭐야, 갑자기. 부끄럽잖아?”
갑작스러운 칭찬에 라힘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곁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쿤이 나의 챔피언스리그 골 개수를 물었다.
“아마, 11개일 걸요?”
“흠- 1위가 누구였지? 레반도프스키?”
“네. 14개에요.”
“득점왕은 어렵겠다. 안 그래?”
“기대도 안 해요. 우승이 최고라고요.”
“하하. 들었냐? 얘가 이타적으로 뛴단다.”
“다행이네. 혹여 네가 골 욕심에 경기를 망쳐 버리기라도 하면 무척 곤란하단 말이야.”
“뭐?! 그건 네 얘기겠지!”
금세 티격태격하는 라힘과 나를 보며 사람들이 낄낄대는 사이, 본인이 직접 만든 파스타를 가져온 카일이 테이블에 합류했다.
카일은 선수단 내에서 가장 요리를 즐겨하고 또 잘하는 남자로, 바쁠 때면 본인이 먹을 것은 직접 챙긴다.
이제는 이곳의 사람들도 그것이 완전히 익숙해서, 카일이 주방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그의 메뉴는 열에 아홉은 볼로네제다.
어렸을 때 카일의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셨는데, 지금도 그의 최애 음식으로 남아 있다.
나로 따지자면 엄마가 만들어 준 김치볶음밥이나 누나가 만든 떡볶이 정도 될 것 같다.
메뉴를 한 번 정도는 바꿔도 되지 않느냐는 포든의 말에, 카일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을 거라면서 최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정도는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 또 시작이네.”
“그거 알아? 넌 잔소리쟁이야.”
“잔소리라니! 요리는 좋은 거야! 마음의 평화와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의 노고를 알 수 있다고.”
평화로운 식사 시간이 지나가고,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수영장, 사우나 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른 공간에서 족구 비슷한 것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실내가 좋은 이들은 본인의 객실에 틀어박혀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중 내가 선택한 것은 수영장인데, 한참 어린아이처럼 동료들과 물놀이를 한 다음에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후우- 그래도 말이야. 좋지 않아?”
“뭐가?”
“버블.”
“뭐? 진심이야?”
“응. 솔직히, 우리가 이렇게 오래도록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적은 없잖아. 벤피카를 떠난 뒤엔 늘 그랬어. 아, 뮌헨은 조금 달랐지. 거긴 서로 돕는 문화가 있었으니까.”
“네 콘돔 얘긴 전설이야.”
“빌어먹을, 토마스.”
“큭큭. 그래도 복수했잖아?”
“그래- 그렇지.”
현재 리스본에서 보내고 있는 생활을 통해, 나는 동료들과 더욱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엔 클럽하우스에서 만나는 몇 시간이 전부였고, 친한 일부하고만 개인적인 시간에도 교류를 나누었을 뿐 모두가 이렇게 하하호호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99% 선수단보다 백룸에 더 친한 이들이 많다. 나만 하더라도 그렇고 말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든 버블은 내게 동료들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더욱 깨닫게 해 주었고, 가능하면 내년 합류할 이들과도 같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버블을 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늘었으면 한다는 거다.
“뭐, 네가 주장이니까.”
“흐음-”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 주앙의 말에 숨을 내뱉은 나는 곧 호흡을 멈추면서 잠수를 시작했다. 그리곤 수영장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친해지는 것과 좋은 축구를 펼치는 것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
따지고 보면 케미스트리(Chemistry)라는 것도 직업적인 부분에서 잘 맞아 나오는 것이지, 개인적인 친분으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지거나 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인 친분이 파벌을 만드는 식으로 이어져 문제가 된다.
프로페셔널하게 동료들을 대하는 일이 최선일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곤 있지만, 이렇게 버블을 겪고 나니 또 복잡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푸아-!”
잠수를 끝낸 후, 난 한쪽에 모여 수영 내기를 하는 동료들을 참지 못하고 곁으로 다가섰다.
“뭔데? 내기? 나도 낄래.”
“당연히 그래야지. 50유로야.”
“좋아. 괜찮네.”
축구 외 시간에도 끊임없이 내기하며 경쟁을 하려는 우리. 어쩌면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은 우리에겐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슴에 품은 채로, 나는 경기일 이후의 하루를 마음껏 만끽했다.
“Ready? Set, GO!!!”
풍덩-
풍덩-
길고 길었던 시즌의 끝까진, 이제 단 사흘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