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24)
1092화 Pont Or (3)
축구의 전술은 그것을 채택한 감독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한 남자의 지난 인생과 철학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 등이 모두 드러난다.
온화한 성격을 지닌 마누엘 펠레그리니의 경우, 그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조화를 중시한다.
자신의 선수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팀플레이를 강조하는가 하면, 폼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선수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들이 다시 자신감을 되찾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리고 정돈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주제 무리뉴는 그의 성격만큼이나 똑 부러진 축구를 추구한다.
실점하지 않으면 패배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수비 훈련에 높은 비중을 두고 선수의 개성을 중시하기보단 본인의 철학에 부합하는 선수만을 사용하는 편이다.
커리어가 쌓여 갈수록 무리뉴의 축구가 쉽게 패배하는 이유 역시,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바라본 토마스 투헬의 축구는 늘 타협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시류(時流)에 맞춰 최선이라 판단되는 것을 가져온다는 면에서는 무리뉴보다 얼핏 유연해 보이지만, 투헬은 선수의 개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본인이 지시하는 역할에 따를 것을 주문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바라는 역할을 해내지 못해 도태되는 선수가 생겨도, 투헬은 해당 선수에게 휴식이나 조언을 건네기보다는 계속해서 피치에 나설 것을 권유한다.
개성을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자 극단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토마스 투헬의 축구는 언제나 ‘차가운 편’이었다.
그렇기에, 열기를 주는 선수가 중요하다.
“Ay, Ney!”
“?”
“Estar Vivo.”
.
.
.전반 11분
파리 생제르맹 0 : 0 맨체스터 시티
코너킥을 만들어 낸 네이마르에게 다가서며, 나는 그에게 조금 살살해도 되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인 네이마르가 약간 굳은 얼굴과 목소리로 내게 이렇게 대답했다.
“넌 안 그럴 거잖아?”
“……물론. 그렇고말고.”
네이마르가 멀어지고 난 뒤 대답한 나는 손뼉을 강하게 부딪치면서 이번 PSG의 공세를 받아넘겨야 한다고 소리쳤다. 네이마르의 분투(奮鬪)로, 흐름이 약간 상대에게 기울었다.
PSG는 약 2분 동안, 우리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팡-!
낮은 코너킥이 올라오고, 거기로 뛰어든 치아구 시우바에 한발 앞서 로드리가 먼저 머리를 가져다 댔다.
공은 그래도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움직였고, 안데르 에레라가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보지만 터무니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의외인 부분으로, 펩도 또 나도 마르코 베라티가 선발로 나설 줄 알았다.
마르셀로 비엘사의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맹활약하며 한때 스페인을 이끌어 나갈 재목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맨유 이적 후 번뜩임을 전부 잃어버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PSG 이적 후에 폼이 많이 올라왔긴 하지만, 에레라와 파레데스가 버티는 중원은 약간 무색무취하다.
짐작이긴 하지만 아마도 투헬은 공격은 전방의 세 남자에게 맡겨 두고 중원에서부터 그 아래를 강하게 걸어 잠그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우리가 다시 볼을 가져온 상황이다.
PSG는 전방 압박을 별로 가하지 않는 팀이다.
팡-
.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보면 PSG 쪽이 살짝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반 맨체스터 시티가 점유율에서 우위를 가져갔지만, 그것을 잘 막아 내면서 본인들의 흐름으로 가져왔거든요. 맨체스터 시티가 좀 더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 나가려면 중원에서 좀 더 활약이 있어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김다온 선수를 9.5번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미드필드 다툼은 가위바위보와도 같아서, 전력에서 확실하게 우세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면 승패를 장담하기 어렵다.
조합 간의 상성이라든가 개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뀌는데, 주변의 도움 역시도 미드필드에서의 다툼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네이마르에 의해 로드리에 위치가 평소보다 낮은 쪽에 고정되고, 수비 상황에서 PSG의 미드필드는 역삼각형이 아닌 플랫을 이루는 형태로 나서며 숫자 싸움에서 줄곧 우위를 가져갔다.
케빈과 군도를 상대로 늘 2:3 다툼을 벌인 것인데, 주앙이 도움을 가려고 해도 앙헬 디 마리아의 위치를 늘 신경 써야 해서 평소만큼의 지원이 어려웠다.
‘탐색전은 이제 끝났어.’
전반전 14분, 펩이 내게 수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PSG가 4-2-3-1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 나를 9번(ST) 위치에 고정해 두고 좌우 윙어를 하프 스페이스에 놓아두는 전술을 준비했다.
이런 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가게 되면, 포백과 두 명의 미드필드 사이에 세 명의 공격수가 자리를 잡게 되어 수비가 대단히 까다로워진다.
가장 쉽게 이를 막는 방법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를 내리는 방법이고, 우리는 그렇게 넓어진 2선과 3선 사이의 공간을 활용해 중원 우위를 꾀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4-3-3을 활용하고 가운데를 일렬로 놓아둔 상황이라면, 우리가 준비해 온 것들은 사실상 쓸모없는 게 되어 버린다.
좌우 풀백의 공격력을 활용하려고 해도, 상대가 음바페-네이마르-앙헬 디마리아인 만큼 이전처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없다.
마지막 미팅에서 PSG가 4-3-3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한 우리이긴 하지만, 준비해 온 전술을 바로 포기할 수도 없어 일단 그것을 가지고 15분을 뛰어 보았다.
그리고 펩은 금방 더 밀어붙이는 게 무모하다고 판단, 준비해 온 PLAN B를 빠르게 가동했다.
전형은 여전히 4-3-3이지만, 몇몇 선수들의 역할과 포지셔닝이 바뀔 것이기에 전혀 다른 축구가 될 것이다.
“군도!”
팡-
거의 하프라인까지 내려선 내가 중원에 합류해 빌드업을 돕기 시작하면서, PSG는 플랫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좋았어.’
이제 남은 건, 마르퀴뇨스를 더 끌어들이는 일이다. 그가 동료에게서 멀어질수록, 우리에게는 더 도움이 된다.
.
(정지현)
“지금 김다온 선수가 굉장히 깊숙한 위치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시티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공격수인 김다온이 아래까지 내려서는 것입니다.”
(김정명) – SPORTV 캐스터
“현재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두 팀. 볼을 전개하던 김다온을 마르퀴뇨스가 밀어 넘어뜨립니다.”
.
삑-!
“그렇게 강하게 안 밀었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너 공격수로 뛰더니 다이버가 다 됐는데?”
“아- 닥쳐.”
작은 신경전을 펼치고 간 마르퀴뇨스를 향해 속으로 중지를 치켜세워 준 후, 난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MNM(음바페-네이마르-디 마리아) 트리오를 앞세운 PSG의 공격력은 여전히 그 날카로움을 빛내고 있지만, 그래도 중원에서 풀어 나가는 부분이 약간은 수월해졌다.
전반전 초반 PSG의 왼쪽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한 게, 인제 와서는 아쉽게 느껴진다.
공격 상황에서 후안 베르나트를 전진시켜 기존의 플랫 3와 함께 네 명의 미드필드 라인을 유지하고, 케러를 움직여 변형 쓰리백을 가져가는 메커니즘에 안정감이 왔다.
수비 때는 베르나트와 마르퀴뇨스가 빠르게 라인으로 복귀, 마치 파이브백을 서는 것처럼 섰다.
이를 깨부수려면 공격을 전개하는 속도를 더 높여야 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처럼 되겠는가.
일단은 차분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
(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두 팀입니다. 스털링. 틸로 케러가 앞을 막아서고, 주앙 칸셀루가 뒤에서 뛰어듭니다. 칸셀루. 그리고 다시 스털링. 안쪽을 바라봅니다만, 시티의 선수들이 없습니다. 뒤늦게 전진하는 다온. 그리고 갑작스러운 슈팅이 그대로 크로스바를 두들깁니다!!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9골을 집어넣은 다온입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지금과 같은 중거리 슈팅이었습니다.”
(클라이브 앨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벼락과도 같았던 슈팅입니다. 사실 일반적인 스트라이커라면, 저런 위치에서 슈팅을 잘 시도하진 않습니다. 패스를 다시 보내고, 본인이 더 득점하기 편한 위치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다온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저런 위치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상대를 위협할 수 있죠. 그래서 막기 더 어렵습니다.”
(스티브 바워)
“현재까지 맨체스터 시티가 만들어 낸 장면 중에서 가장 위협적이었습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쉽겠네요. 반대로 PSG는 안도하고 있을 겁니다.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뼈아픈 실점을 허락할 뻔했으니까요.”
***
.전반 30분
파리 생제르맹 0 : 0 맨체스터 시티
“우–!!”
“젠장!”
혼전 상황에서 연출된 맨체스터 시티 수비의 실수를 틈타, 앙헬 디 마리아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었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 슈팅은 너무 강해 골대 위를 벗어났다.
코너킥을 어필해보나, 주심은 그걸 가볍게 무시한다.
“…….”
토마스 투헬은 대번에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이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김다온을 9번이 아닌 10번(AM)처럼 쓰는 건, 올 시즌 내내 과르디올라가 보여 준 축구다.
그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해 두지 않은 것은 아니나, 투헬은 일단 신중하다.
전반 극초반 위기를 넘기고 나쁘지 않은 흐름에 굳이 손을 대고 싶지 않다.
‘멍청한.’
다만, 토마스 투헬은 언제나처럼 몇몇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올 시즌 PSG를 지휘하며, 투헬은 자신이 도르트문트에서 해 왔던 것들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실전보다 나은 훈련은 없다는 절대적인 믿음 아래, 강팀이 아닌 팀과 붙는 리그앙 경기에서 파격 혹은 무모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만큼 매 경기 전술을 달리 가져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번 시즌 PSG가 무승부나 패배한 경기 중엔, 리그앙 강등권에 있는 팀이 둘씩이나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무승부나 패배들은 승리 수당이 걸려 있는 몇몇 선수들의 불만을 샀다.
강한 클럽과의 대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리그 최하위권 그것도 본인들이 못해서가 아닌 전술적 미스로 수당을 놓치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더구나 PSG의 선수 중 상당수는 클럽이 제안한 보너스 조건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선수에 따라 승리한 경기에서 최대 주급에 맞먹는 돈을 챙겼고, 네이마르나 음바페의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그와 비슷한 수준의 득점 보너스 역시도 가지고 있었다.
유독 PSG라는 팀에 P.K를 두고 다툼이 잦았던 것도,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상당한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선수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PSG의 보드진에게도 전달됐다. 당연히 보드진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패배가 싫었고, 투헬과 대립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하지만, 토마스 투헬은 굳게 믿고 있다.
수준이 낮은 팀과의 경기를 통해 다양한 전술을 체득해야, 결국엔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도르트문트 시절부터 공간(Spacing)이라는 개념에 엄청난 집착을 보여 온 토마스 투헬에겐,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기를 볼 줄 알아야 자신의 전술을 100%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런 투헬의 눈으로 보기엔,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도 여전히 헤매는 선수들은 한심하기만 했다.
그래도 그나마.
‘아직 불씨는 타오르고 있어.’
MNM이 피워 올리고 있는 PSG의 불꽃은 맨체스터 시티를 태워 버릴 만큼의 화력을 갖추고 있다.
전방에서 버티는 세 남자가 볼을 보유하며 미드필드와 풀백들이 전진하는 시간을 벌어 주자, 계속해서 맨체스터 시티의 박스 주변에서 슈팅이 나오고 있었다.
에데르송의 놀라운 집중력과 몸을 아끼지 않는 시티 센터백들의 투혼이 슈팅을 막아 내고 있긴 하지만,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득점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전반 36분.
.
(스티브 바워)
“오, 실수입니다.”
.
전진하는 과정에서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엉뚱한 곳으로 패스를 보내 PSG의 위기를 초래했다.
가장 볼을 빼앗기지 말아야 하는 순간에 실수가 터져 나오자, 투헬이 주먹을 휘둘러 가면서 PSG의 미드필드에 본인의 분명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런 X발, 레오!!! 대체 무슨 개지랄이야!!!”
다급해진 레안드로가 볼을 전달받은 라힘 스털링을 맹렬히 추격하고, 이제 토마스 투헬의 시선은 볼과 시티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아래로 내려서고 있던 김다온은 재빨리 몸을 돌려 어느새 페널티박스 주변까지 스프린트했고, 마지막으로 골대를 향해 뛰어드는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팡-
라힘 스털링의 왼발을 사용한 패스가 뻗어 나간 순간,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졌다.
본래 오른발잡이인 스털링은 타이밍을 빨리 잡을 요량으로 왼발과 오른발 아웃프런트를 쓰는 것 중에 망설였고, 결국 왼발을 택했으나 집중력이 온전치 못했다.
스털링의 왼발 크로스는 김다온이 뛰어들어 가는 곳이 아닌, 그를 뒤따르던 마르퀴뇨스의 발밑으로 향했다.
탁.
이제, 정반대의 상황.
“돌아와-!!! 수비해!!!”
맨체스터 시티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재빨리 몸을 돌린 마르퀴뇨스가 안데르 에레라에게 패스를 이으며 역(逆) 역습을 준비한다.
위기를 느낀 일카이 귄도안과 케빈 더브라위너가 압박을 시도해 보지만, 간신히 베르나트에게 볼을 연결한 에레라는 본인의 임무를 전부 해냈다.
팡-!
‘좋아…… 응?’
킬리안 음바페가 뛰어갈 방향을 겨냥한 후안 베르나트의 전진 패스가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 뒤쪽 공간으로 길게 뻗어 나간 순간, 토마스 투헬은 무척 이질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마치, 피치 한 곳만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본인의 팀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투헬은 홀로 1.5배속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뛰어가고 있는 김다온의 등에 시선이 고정된다.
독일 크럼바흐(Krumbach)에서 태어난 괴팍한 성격의 감독은 피치 위에서 대단히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피치에 떨어진 공을 향해 달려가는 킬리안 음바페는 맨체스터 시티의 키퍼 에데르송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약 40여 미터를 내달린 음바페의 스프린트는 상당히 빨랐고, 준족을 자랑하는 카일 워커와 김민재마저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윽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한 음바페게 슈팅을 할 것이라는 듯 골대를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여기!!”
들려오는 목소리.
평소라면 이를 가뿐하게 무시하고 슈팅을 그대로 가져갔을 음바페지만, 에데르송의 각도를 좁히는 전진이 너무나도 좋아 본래 슈팅을 가져가려고 했던 위치가 막히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
바로 마음을 틀기로 한 음바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런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팀이 패배했을 때의 비난을 상상해 보면, 그냥 네이마르에게 패스를 보내고 이타적인 척을 하는 게 훨씬 나았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전형적인 소셜미디어 세대의 음바페에겐, 사람들의 비난이 무엇보다도 두려웠다.
팡.
충분히 에데르송을 끌어들인 음바페게 왼발 안쪽으로 볼을 밀어 넣고, 생각만큼 잘 맞지는 않아 속도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득점으로 연결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네이마르는 볼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렸고, 이제 몇 초만 있으면 PSG가 오늘 경기 선제골을 집어넣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촤아아아악-!!!!
“????”
“!!!!!!”
네이마르의 발에 볼이 닿기 직전에 등장한 김다온이 정확한 슬라이딩 태클로 볼만을 먼저 긁어내며 축구공을 멀리 차 버리는 데 성공했다.
순간, 토마스 투헬이 얼굴을 감싸쥐며 쓰러졌다.
‘말도 안 돼.’
김다온은 지금 최소 100m 정도를 달렸다. 레안드로 파레데스의 실책 상황에서 PSG의 골대를 향해 30~40m 정도를 뛰었고, 그리고 거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페널티 박스 안까지 연이어 달렸다.
제아무리 지금이 전반전이라지만, 육상선수도 아닌 축구 선수가 그런 긴 거리를 엄청난 빠르기를 유지하며 달리는 건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60~70m를 전력 질주하는 것과 100m 가량을 전력 질주하는 것은 다르다.
하물며 빠르게 역습과 역(逆) 역습이 진행되어 방향을 바꾸고 제대로 생각해 반대로 운동 에너지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릎을 꿇은 채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린 토마스 투헬의 얼굴은 말 그대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엔.
‘젠장.’
한창 피어오르던 PSG의 불꽃의 기세가 눈에 띄게 사그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