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25)
1093화 Pont Or (4)
(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마르퀴뇨스. 파레데스. 하프라인을 넘어섭니다. 앞을 가로막는 더브라위너. 파레데스가 패스하지만, 엉뚱한 곳입니다. 멀리 보는 베르나르두 실바. 스털링.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입니다. 케러를 따돌리는 스털링. 시티가 박스 안으로 볼을 가져갑니다. 스털링. 오, 저런. 스털링의 나쁜 패스. 다온을 겨냥한 것 같았습니다만, 마르퀴뇨스에게 향합니다. 에레라. 시티가 볼이 전진되지 못하도록 압박합니다. 하지만 에레라. 볼이 베르나트에게 향하고 오르사토가 그대로 경기를 속개합니다. 베르나트. 앞쪽에서 음바페가 달립니다. 볼이 공간으로. 음바페. 빠릅니다! 상황이 역전됩니다! 너른 공간을 질주하는 음바페! 그의 앞에는 에데르송만이 있습니다! 음바페! 음바페! 네이마–! ……?! OH-! WHAT A EFFORT!! ABSOLUTELY HEROIC TACKLE-!! SUPER SAVE BY DA-ON!! 어째서 저 남자가 저기에 있는 것입니까?!?! 믿기지 않는군요!!”
.
.
.전반 종료
파리 생제르맹 0 : 0 맨체스터 시티
경기 시작 때의 점수 그대로 전반전이 끝난 지금, 사람들은 온통 김다온의 태클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소로 배치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행요원들을 시작으로, 경기 화면을 송출하는 카메라맨들을 비롯한 방송가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중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만 11차례 담당한 총괄 디렉터 나자리오 피사노(Nazario Pisano)는 벌써 몇 번째 김다온의 태클 장면을 돌려보고 있었다.
“이걸 좀 봐. 이게 출발 지점이야.”
“한참 뒤네요.”
“한참? 그것도 모자라. 그냥 마지막 장면에서 그곳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리야. 그리고 생각해 봐. 과연 몇 명이나 되는 축구 선수가 저런 상황에서 수비 진영으로 전력으로 달려가겠나? 도달 여부는 둘째치고라고 말이지.”
“…….”
역습에 실패하고 반대로 역습을 허용하게 된 상황이었다. 보통 이럴 때 공격진영에 머무는 선수는 적당히 달리다가 하프라인 근처에 머무른다.
하지만 김다온은 볼이 PSG에 다시 넘어간 그 순간 잠시 지켜보더니, 후안 베르나트에게 볼이 연결되자마자 그 즉시 전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이마르에게로 연결되려던 패스를 태클로 저지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치.
“꼭 알고 있었던 것 같지 않나. 자기가 지금부터 달리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이런 장면은 내 평생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정말이지 놀라워.”
지금 이 말이 다른 이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나자리오 피사노가 쉽게 감동 받지 않는 남자기 때문이었다.
방송가의 러브콜을 모조리 거부하고 오직 UEFA, 그중에서도 챔피언스리그만을 담당하는 일을 맡아온 나자리오 피사노는 본인이 맡은 일에 걸맞은 영상미를 추구해왔다.
사람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 각종 챔피언스리그 영상들 역시, 나자리오 피사노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한데 그런 그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다.
심지어 ‘The Shoot’ 때도 이러진 않았다.
너덜너덜한 발로 엄청난 슈팅을 때려 넣어 바이에른 뮌헨에게 빅이어를 안겨다 준 2016년 5월 28일에도, 나자리오 피사노는 냉정하게 중계 화면을 디렉팅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대단한 슛이었어. 이젠 그가 최고로군.”] 이라는 짧은 말을 남긴 게 전부였다.
“다시 한번 봐야겠어.”
딸깍-
하프타임 광고가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자리오 피사노는 본인의 손길을 멈추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은 또 보는 거냐며 속으로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확실히, 질리지 않는 장면이긴 했다.
스티브 바워가 표현한 대로 ‘Heroic Defending’으로 부를 수 있는 순간들은 원더골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전달한다.
공격이 화려함과 번뜩임으로 팬과 시청자에 커다란 환희를 선사한다면, 지금과 같은 수비에서 전해지는 감정은 놀라움을 거친 잔잔한 전율이다.
봐도 봐도 여전히 소름이 돋는 이유는 그 조금씩 밀려드는 감정의 여운이 길게 남기 때문일 것이다.
“후우- 광고 시간은 얼마 남았지?”
“대략 3분입니다.”
“이런. 화장실도 못 가겠군. 좋아. 첫 화면은 어떤 거지?”
“네. 우선…….”
마침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방송 화면을 확인하는 나자리오 피사노지만,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반복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어.”
“…….”
현재 그와 함께 방송실에 머무는 사람들은 이것에 적응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
@ PSG의 드레싱룸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다온의 그 태클은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토마스 투헬은 지금 약간 좌절한 상태다.
“득점이 되어야만 했어.”
“…….”
“그건 들어가는 거였다고. 나의 모든 경험과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열에 아홉, 아니. 열에 열은 그런 상황에서는 득점이 나와야지 만이 정상이야. 그 음바페가 이타적으로 패스했다고. 녀석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득점할 기회를 동료에게 양보하는 일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해? X팔, 정말이지 X같아. 이건 말이 안 돼.”
자신의 스태프들 앞에서 격노하는 토마스 투헬을 보며,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보통 토마스 투헬의 격노는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에서 출발한다. 애초부터 스스로도 공감하지 않기에, 타인의 공감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 토마스 투헬은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질문했고, 이는 PSG의 코치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니.
진짜로 충격받은 사람은 토마스 투헬이다.
“후우-”
감독실을 빠져나와 그라운드로 걸어가는 길 내내, 토마스 투헬은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현재 그의 머릿속엔 이 생각뿐이다.
과연 그 같은 기회가 또 올까?
앞일은 모르는 것이고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 클럽도 완벽할 수는 없는 만큼, 그와 같은 득점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투헬은 자신이 없다.
‘완전히 병신이 됐어.’
사소한 자기혐오.
투헬은 언제나 이것을 갖고 있었다.
***
(오웬 하그리브스) – BT Sports 스튜디오 펀디츠
“아마도 지금쯤 양 팀 모두 강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겁니다. 그것들은 경기를 더 어렵게 풀어가도록 만들고, 보다 상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끔 합니다. 그래서 더 정신력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피치에 있는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니까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저들은 최선을 다해도 평소와 같은 플레이가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눈에 드러나는 실수가 꼭 아니라고 해도, 선수들은 알고 있어요. 그들의 플레이가 조금씩 어긋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다온의 태클이 더 놀랍습니다. 본인의 역량과 에너지를 100% 쥐어짜 내지 않고는 그런 장면이 나오기 힘들죠. 전반전만 봤을 땐, 다온은 피치에서 유일하게 평소와 같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건, 결정적인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후반전 PSG에도 그런 선수가 나올 수 있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
.후반 00분
파리 생제르맹 0 : 0 맨체스터 시티
별로였다.
잘 뛰어줬다는 펩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플레이가 아직 충분한 수준이 당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최대치가 10이라면 전반전은 7이나 8 정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PSG, 그것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면 나는 전반전보다 훨씬 더 잘해야만 한다. 물론 그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꼭 되는 것은 아니다.
삐?익!
시계를 바라보던 다니엘레 오르사토가 후반전을 시작하고, 볼을 뒤로 보낸 후 곧바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
전력을 다한 스프린트에 네이마르가 살짝 당황해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 달리는 이유는 아까 드레싱 룸에서 케빈과 나눈 대화 때문이다.
잃을 것이 거의 없다는 판단 아래, 나와 케빈은 준비된 플레이를 해보기로 했다.
PSG의 진영 중간쯤에 다다랐을 때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케빈이 다리를 휘두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팡-
대략 3M 정도 되는 높이로 떠오른 축구공은 사람들의 머리 위를 지나 빠르게 내가 달려 나가는 곳으로 당도했다.
이제 난 앞과 뒤를 동시에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추돌사고를 방지코자 정면의 PSG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 좀 더 중점을 뒀다.
이대로라면, 프레스넬 킴펨베와 경쟁하게 될 것 같다.
‘쟤라면…….’
평균을 상회하는 피지컬과 주력(走力). 투헬과 함께하며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들이 상당히 개선되면서 완전체에 가까운 센터백으로 진화 중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기복과 느린 상황판단 능력, 특히 기습적이거나 본인의 예상을 벗어나는 플레이에는 약점을 보인다.
그러한 상황에서 킴펨베는 자주 파울을 범했는데, 우수한 주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커버 범위가 좁다거나 태클 실력이 나쁘지 않은데도 파울이 잦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현재 내가 궁금한 건 이 상황을 킴펨베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다.
‘50:50? 늘 그랬어.’
만약 킴펨베가 지금과 같은 기습적인 플레이에 대비가 되어 있다면 내 작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고, 반대라면 무언가 좋은 상황을 기대해봐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얼마 뒤, 나와 킴펨베의 거리는 5m 이내로 좁혀졌다. 눈이 살짝 커진 그가 주춤하는 게 보인다.
나는 한 번 더 고개를 뒤로 돌려 축구공을 바라봤고, 대략 1,2초 후에 볼을 받아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난 몸을 살짝 옆으로 틀며 가슴팍을 내밀었다.
툭-
“…….”
“헤?이!!”
“레프리-!!”
공은 분명 나의 오른쪽 어깨에 닿았다.
그리고 휘슬 역시 불리지 않는다.
VAR이 도입된 이후 결과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게 되면서, 주심들은 어쨌든 인-플레이를 끝까지 이어가려고 하는 중이다. 우리 역시, 일단은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킴펨베가 여기서 실수를 했다.
주심에게 어필하는 것은 동료들에게 맡겨두고 나를 막는 일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자신도 어필에 동참하느라 퍼스트터치와 그다음 동작을 전혀 방해하지 못한 거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투헬의 목소리가 터졌다.
“!@$!@%%#-!!!”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프랑스어로 꽤나 험한 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독일에 있을 때부터 투헬의 입은 늘 거칠었고, 만족스럽지 못한 플레이를 펼치는 본인의 선수들에게 “죽여버리겠다.”라고 소리치는 등의 막말도 꽤 내뱉었다.
그에 반응한 것인지 킴펨베가 뒤늦게 발을 뻗었지만, 오히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탁-
“!!!”
“…….”
의도적으로 다음 스텝을 짧게 가져간 나는 킴펨베가 뻗은 오른발 앞으로 내 오른발을 놓아두며 그 뒤의 일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동작에 맡겼다.
곧 몸의 무게중심이 뒤틀렸고, 전진하려는 힘과 맞물린 회전운동은 나를 그라운드로 이끌었다.
그리고.
삐?익!!
.
(스티브 바워)
“미묘한 위치입니다! 페널티인가요? 킴펨베의 파울이 선언됩니다! 곧바로 심판에게 달려드는 PSG의 선수들. 아무래도 그전 상황을 말하고자 하는 듯 보입니다.”
.
“%#!%#%!!!”
“!@xx!”
“!@$#@!!”
다니엘레 오르사토의 주변으로 모여든 PSG 선수들을 중심으로, 복잡한 목소리가 근처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왼손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을 귓가로 가져간 오르사토는 VAR 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가까이 온 케빈과 베르나르두를 보았다.
“잘 달리던걸?”
“당연하지. 이건 내 특기라고.”
“하하. 죽여줬어.”
활짝 웃는 케빈과 베르나르두의 손을 붙잡아 몸을 일으켜 세운 후, 나는 다니엘레 오르사토가 VAR을 확인하겠다는 수신호를 보내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근처에 도착한 군도가 페널티냐고 내게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진짜?”
“응. 아까 밑을 봤거든.”
“젠장. 그거 아쉽네.”
“그런데, 조금 애매해.”
“뭐?”
킴펨베의 발에 걸렸을 때, 공은 확실히 페널티 박스 안에 있었지만 나의 몸 위치는 라인 밖이었던 것 같다.
다만 오른발의 1/3 정도가 라인에 걸쳐 있기는 했다. 100% 정확하다고 장담하긴 어려우나, 페널티가 아닐 확률이 절반은 훨씬 넘는다고 본다.
그런데.
“…….”
“…….”
삐?익!!
“!!!!”
본인이 직접 VAR을 확인하고 온 다니엘레 오르사토는 놀랍게도 페널티를 알리고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힘껏 쥔 두 주먹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쳤고, 당황해하는 PSG의 선수들 사이사이에서 다른 동료들 역시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여줬다.
이건 솔직히 예상 밖의 일이다.
.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핸드볼은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페널티킥이냐 아니면 프리킥이냐의 여분데. 아, 네. 지금 화면이 나오죠? ……. 네에-! 지금 보면 페널티박스 외곽선 안쪽에 김다온 선수의 다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볼은 확실히 안에 있고요. 그리고 지금 걸리지 않았다면 1:1이 되었을 거라는 점도 감안된 것 같습니다.”
.
PSG의 선수들이 오르사토에게 계속해서 어필을 이어 나가는 동안, 다시 내게 다가온 케빈이 계속해서 기발함을 이어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왔다.
그건 바로.
“너 미쳤어? 펩이 화낼지도 몰라.”
“성공하면 되지, 뭐.”
“너 참 그거 쉽게 말한다.”
“왜? 자신 없어?”
“미친놈.”
“큭큭큭. Come on, 난 진심이야.”
“…….”
윙크를 더한 전혀 진심 같지 않은 표정의 케빈이 축구공을 가지고 페널티 스폿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사이, 고개를 돌린 나는 펩을 바라봤다.
일단 팀 내의 강령으로도 또 순서로도, 이번 페널티는 내가 처리하는 게 맞다.
그런데 케빈이 볼을 가지고 움직였으니, 의아한 펩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 시선의 의미를 아시겠어요?’
앞으로 흘러갈 상황은 대략 이렇다.
페널티는 케빈이.
슛은 내가.
P.K 때 패스를 해도 되는 거야 이젠 많은 이들이 아는 상식이 되었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무대에서 그런 당돌한 짓을 할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않을 것이다.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승패와는 상관없이 엄청난 비난을 들을 게 분명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이야기 역시 나올 것이며, 특히 나나 케빈 정도 되는 위치라면 오만으로 가득 찼단 프레임 역시도 씌워질 것이다.
솔직히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게 훨씬 더 많을 것이 뻔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케빈의 제안에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순간, 무언가를 알아차린 건지 펩이 두 팔을 좌우로 길게 쭉 뻗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자신과 장난을 하는 거냐는 뜻의 제스처일 거다.
그래서 난 한 손을 그에게 들어 보인 후, 페널티를 준비하는 케빈의 곁으로 다가섰다.
페널티에 더해 킴펨베의 옐로카드까지 선언된 지금, 토마스 투헬마저 대기심에게 강하게 어필하다 주심을 불러들인 탓에 시간은 무척 넉넉했다.
“좋아. 하자.”
“그럴 줄 알았어.”
“단.”
“?”
“벤치를 돌아보지 마. 아마 지금쯤 펩이 죽일 듯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을 거니까.”
“… 와우. 순간 상상했어.”
“그치?”
“큭큭큭. 하여간 넌 그럴 줄 알았어.”
“시끄러 미친놈아. 너 때문이야.”
“그게 왜?”
“그야 네가 거절 못 할 제안을 하니까.”
지금 보이는 약간의 티격거림은 틀림없이 페널티를 누가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기싸움을 펼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시티에 합류했던 시즌 프리킥 처리를 두고도 약간(?)의 신경전을 펼쳤던 우리 둘인지라, 이렇게 쑥덕대는 모습은 더 그렇다고 신빙성을 줄 게 틀림없다.
나는 이 역시, 앞으로 우리가 하려는 일을 PSG가 더욱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 거로 생각했다.
“좋아. 내가 짜증 내면서 돌아설게.”
“그거 좋은 아이디언데?”
“그럼. 누구 생각인데.”
“난 너를 무시해야겠어.”
“그렇게 해.”
다독임조차 없이 획 돌아선 내가 머리를 사납게 헤집고 돌아서자, 이번엔 주변 동료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어놓았다.
그래서 난 입술을 삐죽이면서 어깨를 으쓱했고, 한껏 불만스러운 상태가 되어 케빈이 패스를 굴려보낼 오른쪽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심드렁한 상태로 허리춤에 손을 올린 나를 흘끗 쳐다본 마르퀴뇨스가 곧바로 관심을 다론 데로 쏟는 것이 보였다.
‘연기자나 될 걸 그랬네.’
아영이가 이 말을 듣는다면 배를 잡고 뒹굴겠지만, 어쨌든 나는 연기가 통했음에 기뻐하고 있었다.
삐?익!
다시 휘슬이 불리고, 제자리에서 스텝을 조금 밟은 케빈이 평소 본인의 페널티 루틴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볼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본래, 저 녀석은 저렇게 늦장을 부리지 않는다.
1,2초면 바로 슈팅과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나와의 패스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잔뜩 시선을 집중한 채로 페널티가 진행된 이후의 상황을 기다렸다.
그리고.
툭-
“????”
“!!!!”
케빈의 오른발 아웃프런트에 닿은 축구공이 옆으로 구르기 시작한 순간, 난 허리춤에 있던 손을 떼고 재빨리 앞으로 뛰어나갔다.
마르퀴뇨스가 다급히 나를 붙들려고 했지만, 그의 손은 내 유니폼을 전혀 건들지 못했다.
‘완벽해.’
공은 딱 좋은 위치에 있었고, 케빈이 바로 페널티를 처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바스는 몸을 이미 한쪽으로 움직인 상태다.
뒤늦게 속았음을 깨닫고 다급히 중심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내가 축구공을 라인 안쪽으로 밀어 넣는 것을 전혀 방해할 수 없었다.
퍽-
달려가던 속도를 그대로 살린 슈팅이 쏜살처럼 날아, 그토록 흔들고 싶어 했던 그물과 마찰을 일으킨다.
촤르르르륵-!
기만(欺瞞)에 기만을 다시 더한 득점.
난 환호하며 높이 뛰어올랐다.
“VAMOS—!!!!”
후반 시작과 동시에, 우리가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
작가의 말 : 치료 끝나고 예후가 생각보다 너무 나빠서 작업을 못 했습니다. 내일 2편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