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27)
1095화 Pont Or (6)
(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로드리. 귄도안. 멀리 패스를 보냅니다. 베르나르두 실바. 칸셀루가 뒤로 돌아가고, 거기로 볼이 이어집니다. 일단 멈추는 칸셀루. 베르나르두 실바가 앞쪽에서 움직입니다.”
(클라이브 앨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OH- Good Play.”
(스티브 바워)
“PSG가 저 두 사람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파고드는 베르나르두 실바. 페널티 박스 안입니다. 크로스가 올라가고, 거기에는 다온이. 다온. 그리고 더브라위너-!!!! This is Critical-!! Two Nil, Manchester City-! 다온이 뒤쪽으로 헤더를 떨궜고, 거기로 케빈 더브라위너가 정확하게 뛰어들었습니다. What a Beautiful Football By Manchester City! 지금 이 시점에서 두 골 차가 된 것은 결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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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9분
파리 생제르맹 0 : 2 맨체스터 시티
두 번째 실점이 있고 난 후 약 10분이 더 흐르고서야, 토마스 투헬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단 한 순간도 펩 과르디올라에게 승리한 적이 없었음을 깨닫는다.
눈앞의 결과도 결과지만, 자신이 시도했던 모든 전술적인 모험은 결국 무모함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깊은 좌절감에 침묵하는 투헬.
“…….”
몇 분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감독의 모습에, PSG의 선수들 역시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후우–”
“제발-! 한 골 넣어!!”
“!! 이런, 젠장!”
PSG는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체 카드를 전부 활용했다. 몸을 푸는 곳에 머무는 이들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벤치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코너플랫 주변에 모여 있다.
조금이라도 더 피치와 가까운 위치에서 동료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서였지만, 그들의 입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카이 귄도안과 베르나르두 실바를 빼고 페르난지뉴와 필 포든을 투입한 맨체스터 시티 역시 수비를 강화했는데, 이를 PSG의 공격진이 뚫어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조함만을 더해 가며 흘러가는 시간, 정규시간은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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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 – SPORTV 캐스터
“넘어지는 필 포든. 주심이 음바페의 파울을 선언합니다. 아- 음바페. 상당히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입니다.”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토마스 투헬이 전술적으로 이렇게까지 막힌 적은 처음 봅니다. 용병술이 전부 막히고 있거든요? 율리안 드락슬러. 막심 추포-모팅. 파블로 사라비아. 전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 실점이 있고 나서 쓰리백으로 전환하며 공격에 더 집중하곤 있는데, 오히려 역습 상황에서 더욱 많은 공간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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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
휘슬 이후 주심이 사이드라인 한쪽을 돌아보며 손짓하자, 토마스 투헬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번째 교체를 준비 중인 펩 과르디올라는 존 스톤스를 투입하기로 했다. 대기심이 들어 올린 판넬엔, 카일 워커의 등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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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이렇게 되면 맨체스터 시티도 쓰리백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수비를 더 강화해서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겠다는 생각 같거든요? 오른쪽 윙백 포지션에 누가 들어가느냐가 문제인데, 리야드 마레즈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맡길지가 궁금합니다.”
(김정명)
“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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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로 들어선 존 스톤스가 누군가의 이름을 크게 외친 순간, 경기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던 토마스 투헬의 눈빛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맨체스터 시티는 4-3-3에서 3-5-2로의 전형을 바꾸면서 김다온을 오른쪽 윙백으로 보내 버렸다. 그러곤 전방에 마레즈와 포든을 뒀다.
이번 시즌, 김다온이 9번이 아닌 위치에서 뛰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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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앨런)
“대범한 선택입니다. 물론, 다온은 본래 풀백이고 윙백으로도 얼마든지 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러니까. 잘 모르겠네요. 이 변화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의외성이 크다는 생각 역시도 지울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만. 아니. 저것 외에는 쓰리백으로의 변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데…… 어째서죠? 마냥 놀랍습니다.”
(스티브 바워)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과르디올라입니다. 이번 시즌 기어코 50골을 채운 다온을 본래 그가 뛰던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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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변화에, 사람들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지 못한다.
펩 시티(Pep City)로 합류한 첫해, 김다온이 줄곧 왼쪽 사이드백으로 뛰었다는 것을 말이다. 대표팀에서는 오른쪽에서 뛰었지만, 클럽에서는 왼쪽이 그의 위치였다.
조금 특별한 의미에서 김다온에게 이목이 집중된 지금, 그는 자신이 어째서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했는지를 바로 보여 준다.
필사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PSG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남자는 킬리안 음바페였다.
경기 내내 카일 워커와 김민재의 집중 마크에 고전했던 그는 카일 워커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수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한두 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고, 1분 전에도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보여 줬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볼을 툭 앞으로 차 넣는 음바페의 앞으로 능숙하게 팔을 끼워 넣은 김다온의 플레이에, 출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티에게 볼을 넘겨주고 말았다.
오른쪽 스토퍼 위치로 들어선 존 스톤스가 가볍게 공을 가져가고, 직후 아래로 내려선 김다온에게 패스가 이어진다.
퍼스트터치와 함께 몸을 정면으로 가져간 김다온은 피치 전체를 넓게 바라보았고,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시선을 아래로 두더니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파앙-!!
앞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축구공.
그곳엔, 필 포든이 뛰고 있었다.
***
(정지현)
“아아아— 지금은…… 이건 넣어 줬어야죠. 필 포든. 정말로 아쉽습니다. 하지만 수비진영에서 단번에 전방으로 찔러 주는 김다온의 패스는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PSG의 수비 빈틈이 저기밖에 없었는데, 그곳으로 정확하게 볼을 찔러 넣었거든요? 스트라이커. 윙백. 왼쪽. 오른쪽. 모든 곳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뛸 수 있는 게 바로 김다온이라는 선수입니다.”
(김정명)
“오래전부터 김다온을 두고 뤼디 휠릿에 비교하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습니까?”
(정지현)
“그렇습니다. 뭐, 뤼디 휠릿하면 우승청부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 남자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 줬지만,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필드 포지션에서 월드클래스 레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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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5분
파리 생제르맹 0 : 2 맨체스터 시티
잦은 교체 때문인지, 5분의 긴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숫자였지만, 끝날 때까지 클린시트를 유지한다는 마음가짐은 흔들리지 않았다.
멀리 왼쪽 먼 곳에서 파울이 발생했고, 시간을 끌 마음이 듬뿍 있었던 리야드가 피치 위를 뒹굴었다.
그러는 사이, 난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갔다.
허리를 굽혀 물병 하나를 집어 든다.
툭.
등 위로 손길 하나가 느껴지고, 몸을 일으켜 세우자 가까이 온 펩이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말을 걸어왔다.
“이건 예고편이야.”
“하하. 다음 시즌이요?”
“그래.”
비록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된다면 만족스러웠던 시즌이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추구하는 완벽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부를 수 있는 시즌 말이다.
세 개의 타이틀(UCL/카라바오 컵/커뮤니티 실드)을 획득했고, 내 개인적으론 발목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우선, 경기를 끝내고 올게요.”
“그러게. 다치지 말고.”
“설마요.”
“진심이야.”
“네. 그것도 알아요. 아무튼, 기다리고 계세요.”
리야드가 거의 1분을 끌어준 덕택에, PSG 선수들의 조바심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프리킥을 센터서클로 보내자마자 네이마르가 케빈에게 달려들었고, 다시 거칠게 밀치면서 파울을 범했다. 주심이 휘슬을 불자, 분노한 그가 고함을 내질렀다.
파울인 것을 인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모든 게 짜증 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다시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가고, 평정심을 잃은 PSG를 상대로 우리는 여유롭게 볼을 돌리는 일을 계속 반복해 나갔다.
상대가 중원에 몰린다 싶을 땐, 앞쪽으로 길게 볼을 차 넣어 리야드와 포든이 패스를 받도록 했다.
얄밉게 축구를 하는 분야에서 팀 내 첫손가락을 다투는 둘은 코너플랫 앞에서 능숙하게 볼을 지켰다.
결국은 PSG에 골킥이나 스로인을 주긴 했지만, 그들이 끌어 주는 10초 20초가 우리에게는 천금과도 같다.
팡-!!
정규시간의 끝이 거의 다가오면서부터, PSG의 축구는 무척 단순하게 바뀐 상황이다. 막심 추포-모팅의 머리를 겨냥해 길게 패스를 보내고, 이후 세컨볼에 뛰어든다.
하지만 수비시 파이브백을 형성하고 거기에 로드리-페르난지뉴라는 두 명의 6번(DM)을 더한 우린, 세컨볼 다툼에 있어서도 우위를 가져가고 있다.
더구나, 파울을 하나 범할 때마다 시간이 뭉텅이로 잘려 나간다는 걸 알게 된 PSG의 선수들은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한 상황이다.
그래도 어떻게 볼을 따내어 음바페를 바라보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곁을 지키는 상황이다.
결국 베라티가 볼을 오른쪽 파블로 사라비아가 있는 곳으로 보내지만, 그를 막아 내는 건 네이마르나 음바페를 막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쉬운 일이다.
주앙의 압박에 밀려난 사라비아는 볼을 뒤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순간 좌절한 PSG의 몇몇 선수들이 양팔을 들어 올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거였어.’
코로나19로 A매치를 치를 수 없게 되면서, 나는 후방에서 바라보는 필드의 풍경이 어땠는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뒤쪽에서, 나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상대의 전술적인 의도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형과 공간 그리고 몸짓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들의 감정 등을 보며, 난 계속해서 축구와 질답을 주고받아 왔다.
공격수로 뛰며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고(思考)하게 되고 색다른 방법으로 공략하게 된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난 이곳이 나의 위치라 생각하고 있다.
팡-!
오른쪽에 잔뜩 힘을 실어 두었던 PSG가 단숨에 이쪽으로 길게 볼을 보내어 오고, 재빨리 몸을 돌려 달려 나간 나는 이내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여유 있게 공을 획득했다.
분명 음바페와 같은 라인에서 동시에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저 한참 뒤에 있었다.
난 여유롭게 에데르송에게 패스를 보냈고, 오직 추포-모팅만이 달려드는 것을 PSG가 백기를 들어 올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슬슬 추가 시간이 끝나간다고 생각이 들 무렵.
삑-!
“!!”
삐?익! 삐—익!!!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끝을 알려 왔다.
.
.
.경기 종료(UCL Final)
파리 생제르맹 0 : 2 맨체스터 시티
[골] 김다온 : 후반 03분(P.K)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29분(김다온)
김다온 ? 97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9.0/MoM)
***
경기가 끝난 순간, 내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그러곤 고개를 다시 똑바로 하곤, 바로 네이마르를 찾아서 움직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나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저 남자에게 패배를 위로받았었다.
이번엔, 내가 그것을 할 차례다.
“네이.”
“…….”
울고 있는 네이마르를 끌어안으며, 나는 이번엔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얼마간을 더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경기할 때 우리는 서로를 적으로 마주했지만, 경기가 끝난 지금은 친구 관계로 돌아왔다.
“훌쩍. 우승 축하해.”
“고마워. 이따가 또 보자.”
“응. 훌쩍. 유니폼 교환할까?”
“그래. 이따가 안에서. 괜찮지?”
“응.”
챔피언스리그 우승 유니폼은 간직하는 게 보통이지만, 난 이번 것은 친구를 위해 양보키로 했다.
이렇게 네이마르를 위로하는 일을 끝내고 나서야, 나는 기뻐하는 동료들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순수하게 승리를 기뻐하는 로드리가 춤을 추는 게 보였다.
“마-!”
“?? 형!!”
“그래 이 새끼야. 고생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민재와 포옹을 나누며, 나는 조금 얼떨떨해하는 녀석에게 얼른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을 건넸다.
내년에 또 같은 일을 해낼 테니 말이다.
“와아- 진짜. 형, 기분이…….”
“말로 표현 못 하겠지?”
“어! 알아?”
“알지, 인마. 형도 그랬는데.”
“와아- 진짜…….”
민재가 없었다면, 우리의 이번 시즌은 굉장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PL 2위를 차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진즉에 탈락해 고배를 마셨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PL에 이어 UCL Best 11에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관계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
“맘껏 즐겨. 알았지?”
“어, 형.”
“그래.”
민재의 등을 토닥인 후, 나는 다음 발걸음을 케빈이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케빈 더브라위너.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예전부터 케빈을 세계 최고의 메짤라(Mezz`ala)로 생각하긴 했지만, 공격수로 뛰어 보고야 그것마저도 과소평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Fifty Goal- Man.”
“하하. 1/5는 네가 만들어 줬잖아.”
“겨우? 겨우 1/5라고?”
“1/3쯤 되려나?”
실없는 나의 반응에 피식하고 웃어 보인 케빈과 포옹을 나눌 무렵, 느긋하게 걸어 이쪽으로 온 베르나르두가 어느새 챙겨 둔 축구공을 우리 쪽으로 굴려 보냈다.
“이건 누가 가질 거야?”
“난 아냐.”
“나도.”
“그래? 그럼 내가…….”
“안 되지, 베르.”
“응?”
“이걸 가져갈 주인은 따로 있어.”
“??”
눈치 없이 구는 베르나르두의 손에서 공을 냉큼 빼앗으며, 나는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서 있던 한 남자에게 걸어갔다.
“다비드!”
“응?”
팡-!
일부러 강하게 굴려 보냈는데, 다비드는 발에 자석이라도 붙은 것처럼 내 패스를 받아 냈다. 그러곤 발끝으로 축구공을 튕겨 공을 옆구리에 꼈다.
이게 뭐냐는 다비드의 질문에, 나는 그에게 줄 선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오직 당신만이 그걸 가질 자격이 있어요.”
“……그라시아스.”
“별말을요. 주인을 찾아준 것뿐인데요.”
아마도 펩은 마지막 순간까지 다비드의 투입을 고민했을 것이다.
내일을 끝으로 클럽을 떠나게 될 전설에, 단 1분이라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뛰게 해 주고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교체 카드는 끝내 쓰이지 않았다.
“아, 그거? 내가 괜찮다고 했어.”
“네?”
“물론 그건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거야. 만약 팬들이 이곳에 있었다면, 난 펩의 제안을 받아들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다른 사람이 뛰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이곳에서 더 오랫동안 뛸 사람 말이지. 그런데 펩은 그냥 교체 카드 하나를 버리더라. 그 나름대로 나를 존중했던 거라고 생각해.”
다비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시티를 위해 헌신하려고 했다. 그는 벤치에 있던 어린 선수가 결승전 무대를 밟는 것이 팀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다.
“당신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넌 잘할 거야.”
“그러고 싶어요. 그리고 그래야죠. 멘토들이 절 잘못 가르쳤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
“노력할게요.”
“그래. 널 믿어.”
“…….”
다비드와 나누는 포옹은 조금 더 길고 특별했다.
이 남자와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
이내 피치 한쪽에 사람들이 전부 모였고, 난 이후로도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얼마 뒤.
“준비됐어?!?!”
“Come on!! 얼른 하라고!!”
“ONE!! TWO!!”
“…….”
“THREE-!!!!!”
“YEAH—!!!!!”
우린 빠르게 설치된 간이 무대 앞에서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빅이어 셀레브레이션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초라했지만, 기쁨의 크기를 줄어들게 하진 못했다.
하늘색 꽃가루가 쏘아져 올라가고, 몇십 번이고 빅이어를 들어 올린 우린 챔피언의 기분을 마음껏 만끽했다.
길고 다사다난했던 2019/20 시즌의 끝.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유럽 최고의 자리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