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35)
1103화 Disaster
***
.경기 결과(2020/21 EPL 1R)
맨체스터 시티 6 : 0 애스턴 빌라
[골] 케빈 더브라위너 : 전반 08분(김다온), 후반 26분(김다온)라힘 스털링 : 전반 26분(베르나르두 실바)
에므리크 라포르트 : 전반 39분
엘링 홀란 : 후반 05분(리오넬 메시), 후반 40분(리오넬 메시)
.
.
[HERE`S ANOTHER SIX IN THE CITY!! : 애스턴 빌라를 압살해 버린 맨체스터 시티의 매서웠던 경기력 ? BBC(U.K)]? 무자비했고 또 파괴적이었다. 2020년 9월 12일 토요일, 맨체스터 시티의 홈 경기장인 에티하드 캠퍼스에서 열린 2020/21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은 맨체스터 시티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 6:0으로 끝이 났다.
전후반을 통틀어 애스턴 빌라에 단 두 개의 슈팅만을 허락한 맨체스터 시티는 78:22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과 유효슈팅 17:0을 바탕으로 그들이 왜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인지를 보여 주었다.
(중략)
후반전, 리오넬 메시와 엘링 홀란이 교체로 투입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력은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애스턴 빌라의 왼쪽 수비는 두 명의 발롱도르 위너를 조금도 제어하지 못했고, 그 대가로 왼쪽 진영에서만 16개의 크로스와 득점으로 이어진 네 개의 결정적 장면을 제공했다.
(중략)
경기 후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짧았던 프리시즌으로 인해 아직 팀 전력이 충분히 올라온 것은 아니라며, 갈수록 더욱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애스턴 빌라의 감독 크리스 와일더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겨우 리그 1라운드를 치렀을 뿐이지만, 내 생각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맨체스터 시티의 것이 될 것 같다.”라고 인터뷰하며 맨체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맨체스터 시티의 다음 경기는 일주일 뒤인 19일, 울버햄튼 원더러스 원정 경기다.
***
2020년 9월 13일. 리버풀 L33 7ET, 잉글랜드. 아바워 레인. 리버풀 FC 트레이닝 그라운드(Liverpool FC Training Ground. Arbour Ln. Liverpool L33 7ET, England).
맨체스터 시티의 10:0 승리가 되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2020/21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이 끝나고 난 뒤, 그 영향은 고스란히 다른 팀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오늘 오후 4시 30분, 안필드에서 승격팀인 리즈 유나이티드를 맞이할 리버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쳤던데? 빌라를 리그1 팀처럼 보이게 했어.”
“완전 레벨이 달랐어.”
“다온과 메시가 함께인 건 사기야.”
“거기에 더브라위너도 있잖아.”
“스트라이커도 무시할 수 없었어. 걔는 본능적으로 득점 방법을 아는 녀석이야. 언젠가 곧 문제가 될 거라고.”
프리미어리그 개막 경기가 충격과 공포를 안겨다 준 채로 끝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올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가 역대 최고의 팀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손쉽게 ‘갈락티코스’의 레알 마드리드를 이야기했지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을 포함한 골수 축구팬들은 AC 밀란을 이야기했다.
맨체스터 시티에 의해 깨어지기 전까지 58경기 무패를 기록하고, 세 명의 발롱도르 위너를 보유했던 진짜 밀란을 말이다.
당시의 AC 밀란은 세 차례의 발롱도르에 빛나는 마르코 판 바스턴(Marco Van Basten)을 비롯, 뤼디 휠릿과 프랑크 레이카르트로 이어지는 ‘더치 커넥션’을 구축했다.
외에도 로베르토 도나도니(Roberto Donadoni), 프랑코 바레시, 파올로 말디니와 같은 선수들 역시도 보유하고 있었다.
“약점이 보이지 않아. 굳이 말하자면 왼쪽 공격 정도?”
“라힘도 최고 수준 아니야?”
“말했잖아. 굳이. 라고.”
“후우- 정말 모르겠다.”
역대 유럽 축구를 지배했던 클럽 중, 1990년대의 AC 밀란이 가장 밸런스가 좋은 팀이었다.
공격-미드필드-수비에 한 명 이상의 월드클래스 선수를 보유한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여겨졌던 골키퍼 포지션 역시도 세바스티아노 로시(Sebastiano Rossi)가 나타나 채워 주었다.
비록 잔루카 팔리우카(Gianluca Paliuca)나 발테르 쳉가(Walter Zenga)와 같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골키퍼에 밀려 국가대표가 되진 못했지만, 세바스티아노 로시 역시 밀란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이후 많은 슈퍼 클럽들이 유럽 축구계에 태어났지만, 어떠한 팀도 이때 당시의 AC 밀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2017/18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도 말이다.
최고의 경기력을 앞세워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 내려간 것 자체는 인정받으나, 과거의 밀란과 비슷한 수준이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 시즌의 시티는 달랐다.
김다온의 풀백 복귀와 리오넬 메시의 합류로 인해, 맨체스터 시티는 공격-미드필드-수비에 현시점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고들을 보유하게 됐다.
그렇다고 다른 포지션이 약한 것 역시 아니어서, 조금 전 조 고메즈가 언급한 왼쪽 동포지션 몸값 Top 3에 올라 있는 라힘 스털링이 맡고 있었다.
“걔네랑 언제 보더라?”
“8라운드. 11월이야.”
“후우- 꼭 이겨야 하는데 말이지.”
“…….”
최종 훈련이 시작되기 전 삼삼오오 모여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코치들과 함께 등장한 위르겐 클롭이 약간 위축이 된 모습을 발견한다.
따로 이유를 묻진 않았지만, 클롭은 저런 모습들이 전날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좋지 않군.’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 단계에 도달한 선수들에게 있어, 집중력은 그 아래 단계에 있는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집중력을 포함한 심리적인 부분들이 자잘한 미세한 변수들을 만들고, 그것이 쌓이게 되어 차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데 지금처럼 다른 팀의 경기력과 결과에 신경을 쓰고 있으면, 감독이 바라는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피치에서 발휘하기란 불가능해진다.
제아무리 잠시 후 맞붙게 될 팀이 승격팀이고 지난 시즌 수비의 핵심이던 벤 화이트(Ben White)가 원소속 클럽으로 복귀를 했다지만, 리즈의 감독은 타고난 전술가다.
LOSC 릴 이후 1년의 안식년을 가졌던 마르셀로 비엘사는 위르겐 클롭에게도 까다로운 상대다.
잠시 뒤, 클롭은 팀 분위기를 수습고자 한다.
“요즘 세상이 참 시끄럽다.”
“…….”
“온통 맨체스터 시티에 관한 이야기밖에 없더군. 그렇지만 너희들도 알다시피, 미디어는 본래 그런 존재다. 그들은 돈이 되는 곳에만 집착해. 하지만 그들이 돈이 된다고 해서,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는 뜻은 아니다. 물론 그들은 중 하나겠지.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너희가 본인의 임무를 잊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 집중하도록. 지금부터 두 조로 나누어서 몸을 풀겠다.”
한결 조용해진 리버풀의 훈련장.
그러나.
‘전혀 듣질 않는군.’
위르겐 클롭은 전년도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빛나는 팀이 겁을 집어먹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게 되었다.
***
【같은 시각】 엔필드 EN2 9AP, 잉글랜드. 홋스퍼 웨이, 화이트웹스 레인. 토트넘 홋스퍼 풋볼 클럽 트레이닝 그라운드(Tottenham Hotspur Football Club Training Ground. Hotspur Way, Whitewebbs Ln, Enfield EN2 9AP, England).
지난 2019/20 시즌은 토트넘 홋스퍼에게 있어 무척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다.
선수 영입 문제로 보드진과 마찰을 빚어 온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부진한 성적을 거듭하다 해고되었고, 이후 주제 무리뉴가 부임했으나 UCL 진출은 이뤄 내지 못했다.
영국의 자본으로 석유 자본을 능가하는 클럽을 만들겠다던 야심 찬 포부의 제임스 그래험. 그는 약간 커다란 실망과 작은 회의에 휩싸여 있다.
쿵-!
“왜?! 어째서 다들 거부하는 거지?”
“…….”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도 유로파리그에 나갔다고! 대항전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제기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해고와 함께 물러난 다니엘 레비의 빈자리는 현재, 제임스 그래험의 수족과도 같은 한 남자가 맡고 있다.
UC 삼프도리아의 스카우트를 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마침내 유벤투스 FC의 단장 자리까지 올랐던 파비오 파라티치(Fabio Paratici)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현재 그는 조금 좌절 중이다.
“후우- 그를 빼면 누가 남지?”
“……메팜. 그리고 로든이요.”
“겨우?”
“올 시즌은 준비 기간이 짧아요. 그리고 많은 클럽이 헐값에 그들의 주요 선수들을 처분하는 걸 두려워하죠.”
“헐값이라고? 시세보다 1.5배가 말인가?”
“뭐, 유로파는 싫단 사람도 있고요.”
“…….”
토트넘 홋스퍼는 현재, 주제 무리뉴의 요청으로 수비와 미드필드 보강에 힘쓰고 있다.
잭 그릴리시의 합류로 KSG라인이 형성되며 공격 쪽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토디 알더베이럴트-얀 베르통언 시대가 끝난 이후부터 수비는 줄곧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 축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이드백에 있어서도, 토트넘은 최고 수준의 클럽보다는 한 단계 떨어졌다.
뱅자멩 멘디-다닐루의 좌우 풀백은 경쟁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멘디는 너무 쉽게 다쳤고 다닐루는 불안한 수비 쪽에서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맷 도허티(Matt Daugherty)와 세르히오 레길론(Sergio Reguilon)을 영입한 것 역시, 주제 무리뉴가 기존의 주전 사이드백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서였다.
또 토비 알더베이럴트 외에는 신뢰할 수 있는 센터백이 없다는 것도 토트넘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인테르의 밀란 슈크니아르(Milan ?kriniar)를 영입 대상으로 지목해 클럽 간의 이적료 협상까진 완료했으나, 제안을 받은 선수 쪽에서 단번에 거절했다.
이유는 인테르를 포기할 만큼 토트넘 홋스퍼라는 행선지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토트넘에 굴욕적인 일이었고, 이를 전해 들은 파라티치는 분노하며 클럽의 스카우트 그룹을 닦달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이래선 경쟁이 안 돼.’
과거부터 PL을 말할 때 Big 4를 이야기한 이유는 리그 4위까지 UCL 진출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막대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영입할 때 기본적인 조건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그들이 지닌 명성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준의 조건으로 영입을 이뤄 낼 수도 있긴 했지만, 토트넘은 명성이란 부분에서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구단주와 감독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파라티치에, 이번 이적 시장은 무척 잔인한 시간이 되어 가고 있다.
‘그들의 경기력은 말이 안 됐어. 최소한 우리도 우승 경쟁을 하는 팀 중 하나가 되려면, 리스트에 있는 선수 중 최소 셋은 여기로 데려와야 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자금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전날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으로 위기를 느낀 토트넘의 단장. 그는 포기하려고 했던 자신의 한심함을 탓하며,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 간다.
***
[2020/21 Premier League 1R Best ? – 프리미어리그 공식 트위터]? GK ? 조던 픽포드(에버튼)/RB ? 리스 제임스(첼시)/CB ? 김민재, 에므리크 라포르트(맨체스터 시티)/LB ? 김다온/CM ? 로드리, 케빈 더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RW ? 리오넬 메시(맨체스터 시티)/LW ? 모하메드 살라(리버풀)/ST – 제이미 바디(레스터)
***
2020년 9월 15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피치.
리그 개막전이 끝난 뒤부터, 훈련장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본래 훈련 전 오전 시간은 나와 후벵이 클럽하우스를 전세 내다시피 했었는데, 이틀 전부터는 많은 이들이 소집 시간 한 시간쯤 전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러한 동료들의 모습은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럼, 나도 좀 일찍 와 볼까?”
“뭐? 진심이야?”
“응. 괜히 눈치 보인단 말이지.”
“……Who are you?”
“Ah- Shut Up.”
부지런해지겠다고 다짐하는 리야드를 향해 넌 누구고 진짜 리야드는 어디에 있느냐는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 본다. 질색한 녀석이 손을 휘젓자, 주변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늘은 몇 명이었어?”
“여덟.”
“여덟이나?”
“응. 나, 후벵, 민재, 로드리, 엘링, 라힘, 올루프. 그리고 에디. 라힘이랑 에디는 오늘 새롭게 추가된 거야.”
“휘이~”
“너도 일찍 나올 생각 없어?”
“전혀.”
“진짜?”
“응. 이 형님은 이미 이 루틴대로 움직인다고.”
본인의 루틴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말하는 베르나르두의 의사를 존중하며, 나는 내일이면 일찍 출근하는 멤버가 몇 명까지 늘어날지를 생각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오늘보다는 많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 역시도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경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중심에 있는 한 남자에게 이동했다.
“Hey, Beast.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아, 그게요.”
후반전 투입 후에 보여 준 모습만으로, 엘링은 단숨에 짐승(Beast)이라는 별명을 손에 넣었다.
본인 역시 그 별명이 마음에 든 듯했고, 이틀 전 본인의 계정에 아예 해당하는 기사 타이틀과 해쉬태그까지 박아 넣으면서 이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 내에서는 엘링을 짐승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런 녀석에게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어때?”
“완전 환상적이죠.”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지 않아?”
“뭐, 약간 어려운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헤더요.”
“헤더라고?”
“네. 어렸을 때부터 헤더는 늘 젬병이었거든요. 좀처럼 늘지 않아서 고민이죠.”
“……하-!”
엘링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너무 의외였던지라, 나는 잠시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공격수에게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부분이라든가 전술적인 것들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엘링은 태연한 표정으로 본인이 헤더에 관한 부분만을 말했다.
“외의 것들은 없는 거야?”
“뭐, 딱히요. 어째서 그렇게 묻죠?”
“보통은 펩의 이야기를 알아먹지 못하겠다고 말하거든. 아니면 그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말이야.”
내 이야기를 들은 엘링이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손가락을 퉁기면서 답을 해왔다.
“아. 확실히 그건 있네요.”
“?”
“펩이 많은 것을 요구하긴 해요. 그래서 전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다고 말하죠. 언제까지고 못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전 포처로 뛸 때 훨씬 더 축구가 즐겁고, 펩에게도 그걸 존중해 달라고 했어요.”
“oh, god.”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 선수도 펩 과르디올라에게 자신은 이게 더 편하니 거기에 맞춰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20살의 어린 친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자신에 펩에게 한 일을 이야기했다.
여기에서 한가지 조금 놀라운 건, 그러한 말을 듣고도 펩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사흘 전, 엘링은 본인이 바라던 대로 포처로 뛰었다.
“저 녀석이 그런 말을 했다고?”
“네. 당돌하더라니까요?”
“후후. 자네 생각은 어떤가?”
“네?”
“내가 엘링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긴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일세.”
“…….”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펩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고, 나는 그를 따라 같은 장소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앞에서 흘러나오는 펩의 목소리를 들었다.
“과거 내가 9번을 아래로 내리려고 했던 이유는 아래쪽에서 내가 바라는 만큼 충분한 축구를 만들지 못해서였지.”
“…….”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자네도 있고 또 리오나 케빈도 있어. 베르나르두, 로드리. 전부 패스에서는 한가락 하는 친구들이지. 그러니 굳이 엘링에게 많은 역할을 맡길 필요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자네들의 패스를 저 녀석이 최대한 많이 잡아먹게 하면 되네. 어쩌면 올 시즌, 자네가 쓴 기록이 깨어질 수도 있어.”
“뭐, 그거야 괜찮아요.”
“하하.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저 먼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나는 펩과 함께 여유로운 오후를 즐긴다.
주장으로서 가지는 미팅 시간이 끝날 때까진 이제 5분이 채 남지 않았는데, 나는 펩에게 더 할 이야기가 없다면 동료들에게 합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게나.”
“네.”
앞으로 달려 나가다가 돌아본 펩의 얼굴엔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 강한 자신감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난 그게.
‘마음에 들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