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37)
1105화 Disaster (3)
여기, 허버트 채프먼(Herbert Chapman)이라는 위대한 혁신가가 있다. 축구팬의 대다수가 모르지만, 전술을 공부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봤을 남자다.
허버트 채프먼은 셰필드 기술 대학에서 광업 공학을 전공한 숙련공으로서, 셰필드 웬즈데이 소속으로 성공한 해리(Harry) 채프먼의 형제기도 했다.
젊은 시절 숙련공으로 일하며 축구를 취미 삼았던 허버트 채프먼은 1901년 노샘프턴과 프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던 선수였다.
그렇게 프로가 된 허버트 채프먼은 8년 동안 노샘프턴/셰필드 유나이티드/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92경기 33골을 기록했고, 커리어의 마지막 2년은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 당시의 축구는 ‘스코틀랜드 혁명’ 이후 침체기를 걷던 중이었고, 모든 축구팀이 똑같은 전술을 흉내 낼 뿐 새로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던 1907/08 시즌. 노샘프턴이 압도적으로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노리치 시티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하자, 허버트 채프먼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허버트 채프먼은 기존 2-2-6 형태의 전술에 풀백을 한 명 더 추가하고 기존 포워드(Forward)로만 구분되던 공격수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역할을 맡기기 시작했다.
노샘프턴 역대 최다 출장 선수인 프레드 맥다이어미드(Fred McDiarmid)와 어떻게 보면 최초의 스위퍼라 부를 수 있는 데이비드 맥카트니(David McCartney)의 탄생 배경이다.
이러한 변화를 등에 업고, 1908/09 시즌의 노샘프턴은 혁신을 일으켰다.
두 명의 윙어와 두 명의 인사이드 포워드. 그리고 스위퍼에게 수비를 맡기고 플레이 메이킹까지 전담하는 포지션인 플레이 메이킹 센터(Play Making Center)와 함께, 노샘프턴은 해당하는 시즌 남부 리그 정상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당시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고, 오직 많은 득점만이 축구의 진정한 재미라고 믿던 이들은 허버트 채프먼의 선택을 비난하게 된다.
특히 세계 1차 대전 후 부임한 허더즈필드 소속으로 FA 컵 우승을 차지했을 때, 협회가 직접 나서 [“시답잖은 반칙으로 얼룩진 형편없는 경기다. 협회가 목격한 것들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 앞으로 어떠한 결승전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허버트 채프먼은 본인의 철학을 굽히지 않았고, 1925년 아스널에 부임한 후 마침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아스널을 맡은 9년 동안 3회의 리그 우승과 1회의 FA컵 우승을 이끌며, 창단 이후 그저 그런 팀에 머물던 아스널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허버트 채프먼의 시대는 계속될 것 같았으나 1934년 1월, 노츠 카운티 등을 스카우트하려고 떠나던 도중 폐렴으로 쓰러져 1월 9일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째서일까.
본인의 집 거실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하던 레녹스 베이커는 과거 허버트 채프먼이 구상했을 축구를 계속해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
.전반 19분
울버햄튼 0 : 1 맨체스터 시티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첼시 FC의 감독을 맡았던 안토니오 콘테는 축구계에 아주 커다란 메시지를 불어넣었다.
그건 바로 쓰리백.
당시까지만 해도 축구 관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른 리그에서는 몰라도 잉글랜드에서는 쓰리백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 같은 것이 존재했다.
이유는 PL이 전통적으로 윙(Wing)에 많은 비중을 두는 리그인지라, 제대로 된 측면 자원이 윙백 하나밖에 없는 쓰리백 전술은 통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토니오 콘테는 그것이 편견이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간단히 입증해 버렸다.
2016/17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첼시 FC는 포백 시스템 아래에서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을 보인 클럽이었다. 그리고 이는 선수 구성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당시 첼시의 중앙 수비는 그들의 영원한 캡틴 존 테리의 노쇠화로 크게 흔들리던 중이었고, 그의 파트너인 게리 케이힐 역시 속도와 발밑이 영 좋지 않은 남자였다.
게다가 오른쪽 주전 풀백인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 역시, PL의 윙어들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
총체적인 난국.
수비의 불안 속에 첼시는 9월에 치른 PL 경기에서 3승 1무 2패의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고, 고민을 이어 가던 콘테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로 한다.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존 테리를 월등히 앞서지만, 지나친 공격 성향과 다소 떨어지는 축구 지능을 지닌 다비드 루이스를 리베로처럼 쓰기로 결정.
왼쪽 스토퍼 자리에 게리 케이힐을 두어 스위퍼 역할을 맡기고, 오른쪽 스토퍼에 아스필리쿠에타를 기용에 뒤떨어지는 기동성을 보완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대칭적인 배치에서 드러나는 약점을 상쇄코자, 왼쪽 윙백에는 정통 사이드백을. 그리고 오른쪽 윙백에는 윙어를 두는 비대칭 전술을 가져간 것이다.
이 창의적이면서도 과감했던 결정은 그대로 성공. 첼시는 이후 32경기에서 27승 2무 3패를 기록하며 해당 시즌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르게 된다.
누군가에겐 단순히 첼시의 위대했던 시즌처럼 느껴졌을 이 기간은 많은 축구 감독의 영감에 불을 지폈다.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 역시, 당시 첼시의 전술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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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오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들고나온 3-4-2-1 전술은 굉장히 창의적입니다. 본래는 센터백 포지션에서 좌우 스토퍼가 앞선 수비를 합니다만, 지금은 반대로 중앙에 있는 김민재가 적극적으로 앞에서 끊어 주고 있거든요? 오히려 오른쪽 스토퍼인 후벵 디아스가 커버에 힘쓰고 있습니다.”
.
탁-
‘그렇지!’
울버햄튼의 역습이 김민재에 의해서 차단된 순간, 과르디올라는 움찔하며 넘어질 듯 몸을 움직이는 누누 산투를 보게 되었다.
벤치를 돌아보며 허탈하다는 듯 양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과르디올라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꿈에도 몰랐겠지.’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쓰리백을 사용하기로 한 것은 물론, 그것이 작동되는 형태 역시 모든 이들의 예상을 벗어났을 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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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어떻게 보면 사실상 김민재는 리베로처럼 뛰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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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바이에른 뮌헨이나 레알 마드리드/파리 생제르맹과 같은 클럽을 만났다면, 과르디올라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쓰리백을 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전에, 쓰리백을 택했을지조차 의문이다.
그런 강팀을 상대로 쓰리백을 사용하기엔 전술적인 숙달이라든가 선수들이 느끼는 익숙함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단순한 스쿼드의 무게만으로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과르디올라는 얼마든지 자신의 창의력을 펼쳐 보일 수 있다.
네덜란드의 토털사커와 그에 영향을 받은 FC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보여 준 4-3-3과 또 다른 큰 줄기인 비엘시즘이 추구하는 3-3-3-1의 사이에서, 과르디올라가 찾아낸 답이 바로 3-4-2-1이다.
현재 축구계가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모든 축구 전술을 표현할 수 있고, 그 각자의 전술이 지니는 단점 역시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때마침,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포지션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이제 빅리그 풀타임 2년 차에 접어든 김민재 역시, 과르디올라의 이상을 위해 꼭 필요한 남자다.
김민재가 있기에 김다온은 본인의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풀백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윙백이 되어 피치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지금도 김민재의 폭발적인 전진으로 울버햄튼의 시선이 중앙에 집중된 사이, 김다온은 보이지 않는 사각(死角)지대에서 정확히 +1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스퀘어 무브먼트(Square Movement).
바로 비엘시즘의 근간이다.
‘물론, 저 둘만으론 불가능해.’
팡-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통과한 김민재가 눈앞에 보이는 리오넬 메시에게 볼을 연결하고, 왼발 바깥쪽으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간 아르헨티나의 전설이 곧바로 다리를 휘두른다.
팡-!
패스치고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축구공이 날았지만, 김다온이 그것을 받아 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꼭 리오가 아니어도 돼.’
리오넬 메시와 케빈 더브라위너.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있어 이 두 남자는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늘 세계 최고 레벨로 유지해야 하는 링커(Linker)다.
이 둘은 패스와 드리블과 같은 기술과 창의력으로 피치 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오프-더-볼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불필요한 낭비들을 줄여 준다.
의지와 의지 사이를 잇는 연결자.
그중 하나에 의해 의지가 이어진다.
그리고.
탁-
그것을 전달받은 사람.
‘다온은…….’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김다온은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존재이다. 긴 축구의 역사 속에서, 오직 김다온만이 유일하게 그와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자극적으로 표현하면 풀백으로서 2년 연속 20-20을 기록하고 3회 연속 발롱도르 위너가 되었으며, 발목의 기관이 80%가량 절단/파손되는 부상을 딛고 돌아와 스트라이커로서 50골을 기록하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그것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전술적인 측면에서 김다온은 99% 완성된 선수다. 피치에 있는 모든 순간, 낭비하는 시간과 움직임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이는 김다온이 피치 위에서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스포츠 심리학에 근거한 축구에 유용한 모든 영역에 있어, 김다온은 나머지 축구 선수들보다 월등히 높은 단계에 올라서 있다.
피치 전제를 바라볼 때 훨씬 더 빼어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공격수로 뛸 때보다 사이드백으로 뛸 때의 축구에 훨씬 흥미를 느끼는 건 이런 부분 때문이다.
지금만 하더라도, 과르디올라는 분명 김다온이 측면후방에서 피치를 넓게 바라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중앙이 피치를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인간의 시야와 정보수용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오히려 한쪽 측면을 닫아 둘 수 있는 측면이 축구를 넓게 보는 데 훨씬 더 쉽다.
김다온으로부터 시작된 영리하고 다재다능한 사이드백이 강팀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 역시, 이들이 경기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김다온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차이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엄청나다.
메시의 전환 패스를 받은 김다온이 곧바로 전진을 시작한 순간, 자신들이 가장 위험한 선수를 내버려 뒀다는 사실을 깨달은 울버햄튼의 수비는 급격히 흔들렸다.
하지만 이는, 맹수를 상대로 오히려 약점만을 드러낸 꼴이 됐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와중에도 김다온은 그의 숨겨진 능력과도 같은 룩업(Look Up)으로 바르게 피치를 살폈고, 머잖아 피치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완전히 파악했다.
파이널 써드에 진입함과 동시에 몸을 살짝 돌리며 오른발로 크로스를 띄운 김다온을 본 순간,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표현할 그럴싸한 단어를 찾아낼 수 있었다.
‘He is Oracle.’
오라클(Oracle).
신관 혹은 예언자.
고대 그리스 종교에서 오라클은 사람들의 질문에 신들의 대답을 내어놓는 사제였다.
실제로 신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과르디올라는 항상 그들이 실제로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현명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현명한 존재가 내어놓은 대답 때문에 문화가 형성되었고, 더 나아가 문명으로 발전되었다.
축구로 적용하자면 이렇다.
김다온은 본인의 역량으로 다재다능한 사이드백이 필요하다는 문화를 형성했고, 마침내 그것을 필수적으로 여기게 만든 문명으로 정착시켰다.
선구자(Frontier)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는 예언자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팡-!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감아 찬 김다온의 크로스가 안쪽으로 휘어지며 울버햄튼의 페닐티박스 안으로 움직이고, 볼을 뒤쫓던 한 남자는 곡예적인 동작을 가져가며 흡사 공중에서 드러누운 것과 같은 동작으로 득점을 만들어 낸다.
교란병(Trickster).
상대가 전술의 핵심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엘링 홀란 역시, 과르디올라가 그토록 찾아 헤맨 퍼즐 조각 중에 하나다.
“!”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하나의 근사한 오케스트라와도 같았던 장면이 득점으로 마무리된 순간,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은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이 되어 두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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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 – SPORTV 캐스터
“이번에도 김다온과 엘링 홀란입니다!! 2:0으로 앞서 나가는 맨체스터 시티! 벌써 시즌 네 골의 엘링 홀란! 그리고 김다온 역시! 벌서 시즌 네 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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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메시. Oh-! Good Pass-! 다온이 왼쪽에서 달리는 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넓은 공간의 다온. 트라오레는 저 뒤에 있고, 윌리 볼리가 막아섭니다. 돌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중앙으로 볼을 띄워 보내고, 홀란-!!! 엘링 홀란!! WHAT A GREAT STRIKE-!! 맨체스터 시티가 이제 두 골 차로 앞서 나갑니다!! THIS IS INCRED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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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 손을 들어 올린 펩 과르디올라를 바라보며, 마넬 에스티아르테는 전율을 느낀다.
누구보다 오랜 기간 펩 과르디올라를 알아 왔고, 그의 전술적인 스승들 못지않게 축구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왔던 자신이다.
2000년대 이후 최고의 축구 클럽들을 지도해 왔음에도, 펩 과르디올라의 갈증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차마 입 밖으로 이야기를 끄집어내진 못했지만, 에스티아르테는 거듭된 고민에 괴로워하는 친구를 보며 이만하면 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꺼내 들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생각하는 건, 결국 언제나처럼 펩 과르디올라가 옳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추구해 온 축구의 정점. 그것이 모든 축구의 최고봉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 펩 과르디올라라는 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최고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준비야 진즉에 되어 있었지.’
마넬 에스티아르테는 김다온을 영입했다고 바이에른 뮌헨 측이 알려 왔던 날, 빅이어를 들어 올렸을 때보다 기뻐했던 과르디올라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이 된 뒤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를 떠난 김다온을 보며 노심초사했던 것도 말이다.
당시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이 디에고 시메오네의 축구에 매료될 것을 걱정했는데, 이는 마치 장거리 연애 중인 연인이 상대에게 생겨난 절친한 친구 때문에 마음을 졸이는 것과도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국 김다온은 과르디올라의 품으로 돌아왔고, 맨체스터 시티는 그 순간부터 움직였다.
‘그렇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였어.’
김다온의 부상 당시 실의에 빠진 과르디올라를 보며, 에스티아르테는 질투와 원망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다 축구선수가 아니라는 본인의 한계에 밀려 두 사람의 유대를 온전히 받아들이긴 했지만, 100% 둘의 관계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순수하게 기뻐하는 과르디올라의 모습을 지켜보며, 에스티아르테는 애초부터 승부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감독은 피치 밖에 있으니까.’
축구 감독에게 이상적인 축구선수란, 감독이 바라는 것들을 피치에서 실현해 주는 존재였다.
김다온이 있었기에 김민재가 있을 수 있었고, 베르나르두 실바/리오넬 메시/엘링 홀란과 같은 선수들도 차례대로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하게 되었다.
선수 영입은 클럽의 몫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파고들다 보면 그 중심엔 결국 김다온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8분 뒤.
“OH-!”
“WHAT THE…….”
오늘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김다온과 엘링 홀란의 플레이에 자극이라도 받은 것 같은 리오넬 메시가 오른쪽 델란떼로를 파고드는 환상적인 드리블 후에 팀 세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그의 드리블 기술이 몽땅 발휘된 장면 속에서 울버햄튼의 수비수 세 명이 희생되었고, 득점이 만들어진 순간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가는 메시의 뒤로 시티의 선수들이 움직였다.
뒤로 돌아서며 팔을 펼친 메시에게 시티의 선수들이 달려들었고, 김다온과 엘링 홀란에 이어 메시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은 울버햄튼은 전의를 상실했다.
전반 30분.
시티는 오늘도, 경기 1/3만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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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20/21 EPL 2R)
울브스 0 : 5 맨체스터 시티
[골] 엘링 홀란 : 전반 03분(김다온), 전반 22분(김다온)리오넬 메시 : 전반 30분(일카이 귄도안)
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16분(주앙 칸셀루)
케빈 더르바위너 : 후반 35분(F.K)
김다온 ? 97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8.6)
MoM ? 엘링 홀란(2골/평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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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메시의 비중이나 활약이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아직 적응 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