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44)
1112화 Disaster (10)
.2020.09.30. 경기 결과(EFL Cup 3R)
맨체스터 시티 2 : 1 본머스
[골] 리암 델랍 : 전반 18분(필 포든)필 포든 : 후반 30분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
2020년 10월 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피치.
전날 있었던 본머스와의 EFL Cup 3라운드 경기는 클럽의 젊은 자원들을 시험해 보는 무대였다.
델랍/파머/도일/베르나베/은메차/하우드-벨리스와 같은 젊은 자원이 대거 출전했고, 평소 기회가 부족했던 1군 멤버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스쿼드를 두 개로 나눈 팀은 회복훈련과 다가올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경기를 준비하는 훈련을 진행 중이다.
“Up-! Up-!!”
리그 개막 후 2승 1패를 기록 중인 리즈 유나이티드는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년도 PL 우승 클럽인 리버풀과의 안필드 원정에서도 3:4로 아쉽게 패배했고, 이후 풀럼과 셰필드를 상대로 승리를 기록하며 리그 7위에 올랐다.
잉글랜드 내의 전문가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 제이미 캐러거는 리즈의 축구를 [“역동적이며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든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펩 역시, 리즈 유나이티드를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 온 클럽 중 가장 까다로운 팀”이라고 설명했다.
삑!
“그만-!!”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펩이 훈련을 중단하며 피치 한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로드리-! 더 올라가-! 그리고 군도! 이리로! 더 빠르게 판단해! 지금 속도로는 굼벵이도 잡을 수 없어!!”
팡-!
펩이 지금처럼 훈련에 진심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팀의 집중력은 높아진다. 우리 사이에 쌓인 유대와 신뢰가 그의 에너지와 생각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좋다.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내는 느낌이랄까?
“Too Much-!! 여기가 비었잖아!!”
“베르!!!”
파앙-!!
열두 번째 선수로서 훈련에 참여한 펩은 실시간으로 우리가 어떠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지금도 그는 밸런스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을 지적했고, 그래서 볼이 머무는 곳의 반대편에 있었던 나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 나가 전환하는 패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왼쪽에서 길게 뻗어 온 축구공이 나의 발아래에 도착했고, 앞을 가로막은 네이선을 상대로 1:1을 가져갔다.
‘……지금.’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 모두, 나는 볼이나 다리보다는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려 노력한다. 처음엔 상대의 다리를 많이 보았지만, 3년 전부터 변화를 가져갔다.
리버풀의 센터백인 버질 판데이크가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보고 참조하여 얻은 결과물이다.
특히 수비할 땐, 상대의 얼굴에서 다리를 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곤 했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변화.
그리고 시선.
이 두 가지를 잘 파악해 적절히 조합하는 것만으로, 마치 상대의 의도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능숙했던 것은 아니라서, 훈련 때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고 난 뒤에야 실전에서도 쓸 수 있는 만큼의 수준에 올라섰다.
지금도 나는 네이선의 시선과 표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그래서 그가 발을 뻗는 타이밍과 교차하여 공을 앞쪽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스탠딩 태클 시도로 인해 무게 중심이 쏠린 네이선은 돌파하는 나를 붙잡을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시합이었다면 수비수는 경고 한 장과 나의 돌파를 교환했을 것이다.
그건 또 그것대로 이득이다.
“…….”
네이선을 돌파한 후에 곧장 페널티 박스 쪽을 쳐다보며 다른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포켓(Pocket)에서 안쪽으로 뛰어드는 엘링과 저 멀리 달려오는 베르나르두가 눈에 들어왔다.
슬쩍 고개를 왼쪽으로 더 꺾어 보지만, 펩이 지적한 대로 전형이 너무 오른쪽에 몰려 있어 뒤쪽에서의 도움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렇게 컷백(Cut Back)이라는 옵션을 빠르게 지워 버린 후, 나는 마저 남은 선택지마저도 좁히기로 했다.
‘얼리냐, 더 가느냐인데…….’
네이선을 돌파한 지금, 내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선수는 훈련을 돕고자 EDS에서 콜업된 루크 음베테(Luke Mbete)다.
185cm/70kg의 신체조건을 지닌 호리호리한 왼발잡이 센터백으로, 클럽 내에서 꽤 기대를 받는 친구다. 순수 센터백 자원 중에서는 하우드-벨리스와 더불어 가장 앞선다.
하지만 아직 17살.
PL 수준은 아니다.
만약 이게 훈련이 아닌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실전이었다면, 나는 과연 어떠한 판단을 해야 옳을 것인가. 솔직히 상대가 음베테라면, 그냥 돌파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좋아, 결정.’
팡-!
“!!”
나의 판단은 돌파가 아닌 얼리(Ealry)였다.
일차적으로 엘링의 다리를 겨냥하고, 그를 지나치더라도 반대편에서 쇄도 중인 베르나르두까지 생각한 땅볼 크로스를 길게 날렸다.
내가 조금 더 전진할 것으로 예상했던 음베테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볼을 흘려버렸고, 그렇게 앞쪽에서 저지해 줘야 할 센터백이 뚫리자 수비엔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현재 중앙에서는 리크가 엘링과 경쟁하고 있다.
클럽의 주전 스트라이커와 주전 수비수의 격돌.
그리고 그 승자는 바로.
촤르륵-!
“좋아-!! 아주 멋졌다!!”
“브라보오-!!”
훈련을 지켜보던 코칭스태프들이 박수를 보내도록 만든 노르웨이 출신의 커다란 녀석이다.
“젠장.”
“…….”
실점을 확인한 후 안타까워하는 음베테를 보며, 나는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탁.
“?”
“판단이 너무 일러, 루크.”
“……네.”
“순서대로 생각해야지. 상대가 돌파를 선택하고 너와 마주하기까지 지금은 최소 2초는 걸렸을 거야. 하지만 크로스는 그 전에 이뤄질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크로스를 먼저 생각해야 해. 크로스 각도를 먼저 차단하고, 그다음에 돌파를 생각해도 늦지 않아.”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 음베테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표정을 푼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다음에는 제대로 해 보라며 격려를 보냈다.
그러곤 뒤로 돌아 수비 진영으로 움직이며, 다시 훈련이 세팅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잠시 뒤, 펩이 특정한 상황을 가정한 후에 볼을 한쪽으로 굴려 보냈다. 그와 함께 피치에 있는 22명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런 과정은 이후 몇 번이나 계속 반복됐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10월의 첫 번째 날, 우리는 지금 마르셀로 비엘사라는 전술가의 팀과 치를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
2020년 10월 2일. 웨더비 LS23 7BA, 잉글랜드. 쏠프 아치 그레인지, 월튼 로드. 리즈 유나이티드 트레이닝 그라운드(Leeds United Training Ground. Thorparch Grange, Walton Rd. Wetherby LS23 7BA, England).
리즈 유나이티드는 과거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강팀이었다.
돈 레비(Don Revie)로 알려진 도널드 레비와 함께 그 유명한 ‘Dirty Leeds’로서 악명(惡名)을 떨치며, 그들의 클럽 역사의 첫 번째 황금기를 연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레비 시대 이후 리즈 유나이티드는 암흑기를 겪었고, 이후 1990년대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나 방만한 운영으로 팀은 다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 기간 구단주만 세 차례 바뀌는 등. 화려했던 ‘리즈 시절’을 꿈꾸던 화이츠(The Whites)에게 희망 고문과도 같았던 시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나 2017년 안드레아 라드리차니(Andrea Radrizzani)가 리즈 유나이티드의 대주주가 되면서, 회생 불가능해 보였던 클럽에 희망의 빛줄기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임대료를 내며 홈구장을 이용해야만 했던 상황이 끝난 것 역시, 안드레아 라드리차니가 엘런드 로드를 다시 구매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팀 성적은 여전한 리즈 유나이티드의 고민으로 남아 있었는데, 워낙 오랫동안 침체에 빠져 있어 스쿼드의 수준이 승격을 경쟁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안드레아 라드리차니는 클럽의 수준과 경제력 등을 모두 고려, 선수들이 원하는 클럽으로 만들기 위해 감독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다.
마르셀로 비엘사가 리즈 유나이티드의 48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이유다.
2018/19 시즌을 앞두고 리즈에 부임한 비엘사는 그해 팀을 챔피언십 3위로 이끌었고, 지난 시즌 마침내 챔피언십 우승을 기록하며 16년 만에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켰다.
그 결과, 마르셀로 비엘사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누구도 침범하기 힘든 본인만의 입지를 만들었다.
물론, 그 혼자만의 힘은 아니긴 하다.
“내일이 경기 아니야?”
“맞아. 하지만 너도 알잖아.”
“휘이- 늘 느끼는 거지만, 코치들이 뭔 고생이야.”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늘 마르셀로의 방식이 옳았잖아. 그가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올려놓았어. 우린 그런 마르셀로를 위해 일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지.”
“뭐, 딱히 불평하는 건 아니야.”
“그래?”
“응!”
현재 리즈의 백룸 직원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본인들의 사무실에 갇힌(?) 코치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소위 ‘비엘사의 아이들’로 알려진 코치들인데, 이들의 어마어마한 업무량은 첫날부터 큰 충격을 몰고 왔었다.
파블로 콰이로가(Pablo Quiroga)/디에고 레예스(Diego Reyes)/디에고 플로레스(Diego Flores).
마르셀로 비엘사와 함께 남미에서 날아온 이 세 명의 코치들은 클럽 감독이 요구하는 엄청난 수준의 자료들을 매일같이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되며, 오후 6시에 이전 클럽하우스를 떠나는 날이 거의 없다.
외에도 상대의 모든 것을 알길 바라는 비엘사는 상대 훈련장에 인턴을 염탐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는데, 2017/18 시즌 더비 카운티의 훈련을 염탐하다 발각된 것은 매우 유명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비엘사의 아이들은 이런 스타일에 익숙했고, 그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넌 어떻게 생각해?”
“뭐가?”
“정말 마르셀로가 말하는 것처럼 과학이 축구를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
“글쎄, 거기까진 모르겠는데? 넌?”
“난 아니야.”
“아니라고?”
“응. 스포츠는 과학과 같은 이론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특히나 축구는 더. 피치에서 얼마나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데, 그걸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저건 너무 과하다고 봐.”
리즈의 선수들은 이미 한참 전에 클럽하우스를 떠났다. 오전의 훈련 세션 이후 오후에 전력분석 미팅을 진행했고, 그때도 어김없이 최첨단 기술이 팀과 함께했다.
마르셀로 비엘사의 훈련에는 총 네 대의 태블릿이 함께했고, 따로 클럽하우스 건물에 설치된 전용 공간에서는 드론을 통해 찍은 영상이 실시간으로 분석되었다.
본래는 없었던 공간이었지만, 비엘사의 요청으로 2년 전 선수들의 휴게실 옆에 만들어졌다.
“아무튼, 누군지 몰라도 별명 참 잘 지었어.”
“!!”
“El Loco라니. 도저히 그게 아니고서야…….”
“그게 아니고서야 뭔가?”
“!!!!!”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갈색 머리를 하고 있던 리즈 유나이티드의 백룸 스태프가 화들짝 놀란다.
고개를 뒤로 돌린 그의 몸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금발 머리의 스태프는 형편없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갈색 머리의 스태프는 의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친구의 행동이 원망스러웠지만, 당장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마르셀로를 욕하는 건 내가 용서치 않아.”
“저, 저는 그저…….”
“그저?”
“…….”
차가운 시선을 내뿜고 있는 짧은 머리의 남성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북부의 콜론(Colo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파블로 콰이로가다.
인구 25,000명의 소도시인 콜론은 작은 와인 농장 빼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곳으로, 콰이로가는 그곳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학업을 끝낸 뒤엔 피지컬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 본인이 뛰었던 엘 포르틴(El Fortin)에서 무료로 선수들을 가르치며 밤에 나이트클럽에서 일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2007년, 콰이로가는 친분이 있던 호라시오 가르시아(Horacio Garcia)의 소개로 비엘사를 만나게 되고, 그길로 그의 인생에는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엘 포르틴에서의 헌신을 알고 있었던 호라시오 가르시아는 당시 칠레 대표팀을 맡았던 비엘사에게 콰이로가를 추천, 그 길로 그는 비엘사의 아이들이 되었다.
갑자기 감독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유명한 비엘사라 갑자기 실업자 신세가 될 때도 있었지만, 콰이로가는 단 한 번도 그 기간 다른 직업을 구하려고 들지 않았다.
한 날은 펩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의 분석관 중 하나로 콰이로가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의 대답은 [“마르셀로가 은퇴하기 전까지 나는 그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이렇듯, 콰이로가는 비엘사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콰이로가의 앞에서 비엘사의 뒷말을 하다 발각되었으니, 아직 인턴에 불과한 갈색 머리의 스태프가 사색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동안 스태프를 바라보던 콰이로가가 눈앞에서 사라지라며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고, 창백한 얼굴로 돌아선 갈색 머리는 해고를 걱정하게 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보아하니, 마르셀로를 욕했나 본데?”
“멍청한 녀석이야.”
“하하. 너무 딱딱하잖아, 파블로. 상사에 대한 욕은 누구라도 할 수 있어.”
“…….”
콰이로가의 뒤쪽에서 등장한 남자는 또 다른 ‘비엘사의 아이들’인 디에고 레예스다.
프로페셔널하면서도 겸손한 성격을 지닌 쪽이 콰이로가라면, 레예스는 적극적인 열정가다. 본래는 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체육 교사였지만, 무턱대고 마르셀로를 찾아가 자신을 고용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비엘사는 이런 레예스의 열정과 간헐적으로 번뜩이는 날카로운 시각을 인정했고, 이후 자신의 팀에서 지원 스태프를 총괄하는 직책을 내려 주었다.
활달한 성격으로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레예스에겐 적합한 위치였는데, 중요한 건 그 역시 비엘사에게만큼은 절대적으로 충성한다는 사실이었다.
상사의 욕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젊은 스태프를 용서하려는 것 같았던 레예스지만, 눈빛을 번뜩인 그의 다음 말은 당사자가 들었다면 무릎이라도 꿇었을 이야기였다.
“물론 그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말이야.”
“……변함없는 악취미야, 자넨.”
“하하. 마르셀로를 욕했다면 그 정도는 받아들여야지. 해고로는 부족해. 두 번 다시는 어떠한 축구 클럽에서도 일할 수 없게 하는 거야. 어때?”
“난 빼 줘. 싫으니까.”
“쯧. 하여간에 넌 재미가 없어.”
김샜다는 표정이 된 레예스가 조금 전까지 인턴들이 앉아 있던 소파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조용히 앉은 콰이로가를 유심히 바라봤다.
얼핏 사이가 나빠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실제론 누구보다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있다.
표정을 슬쩍 보는 것만으로, 상대가 무슨 생각 중인지를 알 수 있는 이유다.
“잘 안 되는 거야?”
“그래.”
“휘이- 뭐, 실은 나도 그래.”
“어처구니없는 팀이야.”
“그 스쿼드. 게다가 감독은 과르디올라야. 물론 마르셀로도 그를 알지만, 그도 마르셀로를 알아. 전술적으로는 대등한데, 문제는 선수단의 차이지. 시티에는 다온과 메시가 있어. 두 사람은 그 대단한 더브라위너도 한 수 아래로 비치게끔 만드는 남자들이야. 내일은 우리에게 정말 엄청난 도전이 될 거라고. 그나마 유리한 점은 우리의 홈이라는 건데…… 솔직히 말해서 파블로. 난 그게 이점인지도 잘 모르겠어.”
“…….”
거의 기계처럼 일하는 이 두 남자가 이례적으로 중간에 휴식 시간을 갖는 건, 조금 전 나눈 대화처럼 시티를 상대하는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전력분석을 하면 할수록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마지막엔 거의 넋을 놓고 봤어.”
“……쓰리백.”
“응?”
“모르겠어. 난 마지막에 마르셀로에게 쓰리백을 권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의 생각이 너무나도 확고했어. 일주일 전부터 계속해서 말해 왔으니까.”
파블로 콰이로가는 리즈 유나이티트가 다가올 맨체스터 시티 경기에서 쓰리백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엘사는 칼빈 필립스(Kalvin Phillips)의 컨디션을 무척 높게 평가했고, 그에게 홀로 6번(DM)의 중책을 맡겨 시티의 공격을 막아 내려고 했다.
칼빈 필립스가 리즈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혼자서 시티의 공격진을 상대하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건, 시티가 어떠한 식으로 나올지 조금도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골키퍼로 나설 에데르송과 케빈 더브라위너를 빼면, 시티의 Best 11과 전술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들 최고의 선수인 김다온(왼쪽/오른쪽)과 메시(윙/중앙) 역시 마찬가지다.
우직한 성격의 친구가 고민이 깊어지는 것을 보며, 레예스는 콰이로가가 너무 침울해지지 않도록 일부러 활달한 모습을 보여 준다.
고민해서 나오는 건 없으니, 마르셀로 비엘사를 믿고 해 왔던 것들을 계속 이어 나가자고 말한 것이다.
“그나저나.”
“?”
“다온의 축구도 확실히 재미있었지.”
“아, 그거 말인가?”
“응.”
1년 전, 콰이로가와 레예스는 Team CFG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맨체스터 시티의 아카데미 스타디움을 찾았었다.
당시 김다온은 꽤 창의적인 형태의 전술을 펼쳤고, 마르셀로 비엘사 역시 그것에 관심을 나타냈었다. 이들 세 사람은 언젠가, 김다온이 좋은 감독이 될 거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당시의 기억은 축구에 푹 빠진 이 세 남자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만약에 말이야.”
“?”
“다온이 언젠가 감독이 되면, 그에게 한번 찾아가 볼까도 해. 그때쯤이면 마르셀로도 쉬고 있을 테니까.”
“하하. 그거 진심이야?”
“응.”
아직 한참 남은 미래에 관해 말하는 레예스를 보며, 콰이로가는 이제 완전히 걱정을 잊는다.
축구에 진심인 이들로 가득한 리즈 유나이티드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고, 그동안의 노력을 내일 경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두 남자.
이들은 제법 오랫동안 토론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