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45)
1113화 Disaster (11)
2020년 10월 3일. 리즈 LS11 0ES, 잉글랜드. 엘런드 로드, 비스턴. 엘런드 로드(Elland Road. Elland Rd, Beeston. Leeds LS11 0ES, England).
.경기 시작 20분 전
리즈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4-2-1/4-1-4-1
GK ? 에데르송 / GK ? 일렁 멜리에
RCB ? 후벵 디아스 / RB ? 루크 아일링
CB ? 김민재 / CB ? 로빈 코흐
L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리엄 쿠퍼
RWB ? 김다온 / LB ? 스튜어트 댈러스
CM ? 일카이 귄도안 / DM ? 칼빈 필립스
CM ? 케빈 더브라위너 / RAM ? 엘데르 코스타
LWB ? 주앙 칸셀루 / CM ? 마테우시 클리츠
RAM ? 리오넬 메시 / CM ? 타일러 로버츠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에즈잔 알리오스키
ST ? 엘링 홀란 / ST ? 패트릭 뱀포드
.
.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한 시티의 역대 전적은 생각보다도 나빴다.
총 14번을 상대하여 승리한 횟수는 단 네 번뿐이고(4승 4무 6패),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두 차례의 원정(2002년/2004년)에서 3:0과 2:1로 패배했다.
디비전1이나 컵 대회의 성적까지 포함하면 47승 18무 43패로 우리가 나았지만, PL에만 국한했을 때의 리즈는 우리에게 늘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16년 전의 일. 나는 New City가 New Leeds를 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좋은 선수야.”
“네.”
“그런 만큼 자네의 활약이 더 중요해. 이쪽에서…….”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펩이 가장 중요한 장소로 꼽은 지역은 피치의 오른쪽 측면이다.
리즈 유나이티드의 왼쪽 풀백 스튜어트 댈러스(Stuart Dallas)는 비엘사의 축구에 핵심적인 선수로, 후방 빌드업과 역습 차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전통적인 북아일랜드 스타일답게 속도에서는 단점이 두드러졌지만, 넘치는 체력과 특유의 부지런함을 앞세워 피치의 다양한 위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그런 스튜어트 댈러스를 무너뜨리는 게, 펩이 부여한 오늘 나의 임무다.
리오의 경우 평소보다 중앙에서 좀 더 많은 움직임을 가져갈 것이기에, 내가 공격 상황에서 얼마만큼 해 주느냐에 따라 피치의 좌우 밸런스가 맞춰질 것이다.
자신이야 당연히 있다.
“쟤네는 화끈한 팀이야.”
준비하는 과정이 모두 끝나고, 선수와 코치 가릴 것 없이 스크럼을 짠 상태에서 내가 마지막 목소리를 더했다.
시즌 초반 두 번의 4:3 경기를 만드는 등. 마르셀로 비엘사의 리즈 유나이티드는 어떠한 팀을 상대로든 두려움을 갖지 않는 용맹한 모습을 보여 줬다.
전력의 차이를 떠나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팀은 언제나 까다롭기에, 방심하다간 펀치 한 방을 얻어맞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동료들이 정신줄을 단단히 붙잡고 있도록 하는 게,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팀의 주장으로서,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보탰다.
“알겠지? 우린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을 더 이어 나갈 거야. 난 확실한 승리를 원해. 그러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Come on, Lads. Hustle and Grind. Together. Let`s Go!!”
손뼉을 강하게 두들기며 파이팅을 북돋운 후, 나는 언제나처럼 마지막 루틴을 이어 갔다.
요즘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아내가 주는 사진이 바뀌었는데, 그래서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내 라커는 일종의 가족사진 전시회처럼 보인다.
지금은 액자에 넣어 둔 사진을 하나 가져왔는데, 아내의 얼굴에 입을 맞춘 나는 원정팀 드레싱 룸을 떠나 복도로 나섰다.
“오늘도 잘 부탁하지.”
“최선을 다해야죠.”
탁-
드레싱 룸 밖에서 날 기다리던 카를레스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야.’
지난 리그 3라운드 레스터 시티 경기가 끝난 다음 날부터, 나는 오늘의 매치업을 학수고대(鶴首苦待)했다.
펩을 만난 이후부터 많은 것들이 변한 나의 삶 속에서, 마르셀로 비엘사의 철학(비엘시즘)은 나의 축구를 말해 주는 것이 되었다.
뮌헨에서 뛸 땐 사흘이 멀다 하고 펩에게 비엘시즘에 관한 내용을 전해 들었고, Team CFG를 맡으며 나는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 계승되고 있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 적용키엔 몇몇 부분들은 낡아 버렸긴 하지만, 많은 전술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래된 것이라고 하여 버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또 하나의 비엘시즘 추종자였던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님은 내게, [“원류는 그 자체만으로 영원히 이어지는 가치를 가진다.”]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그렇다.
비록 마르셀로 비엘사라는 전술적 광인(狂人)을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지만, 나는 그의 철학을 계승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난 지금 평소와는 조금 다른 두근거림을 느끼는 중이다.
마치 오래된 스승의 앞에서, 지금까지 갈고닦은 기량을 보여 주는 자리인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응? 자네 살짝 긴장한 것 같군.”
“하하. 조금요?”
“허-! 별일도 다 있군. 자네라면, 어떠한 순간에서도 떨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저도 사람이니까요.”
“그래. 이제야 알겠어.”
농담을 던져온 마이크 딘이 우리의 앞에 서고, 잠시 뒤 선수 입장을 알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원정팀은 우리가 먼저 피치에 들어서고, 뒤이어 홈팀 리즈 유나이티드가 잔디를 밟았다. 그리고 그 과정 내내, 나의 눈은 홈팀의 벤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과연, 비엘사는 날 어떻게 평가할까.
쓸데없다면 쓸데없다고 말할 수 있는 궁금증을 안은 채로, 나는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민재. 칸셀루. 더브라위너가 볼을 받아 주기 위해 움직이고, 리즈가 강하게 압박합니다. 실바. Oh Great Touch.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합니다. 귄도안. 메시. 바로 오른쪽에서 다온이 등장합니다. 다온. 크로스. 그리고 홀란! 오-! 안타깝습니다! 그대로 득점이 이뤄지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 준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
.
.전반 08분
리즈 0 : 0 맨체스터 시티
경기 초반, 마르셀로 비엘사는 벌써 고민에 빠져 있다. 상징과도 같은 아이스박스 위에 걸터앉아, 곁에 놓아둔 믹스 커피를 입으로 가져간다.
후루룩-
“…….”
축구 감독으로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비단 그들의 스쿼드 뎊스 때문만은 아니다.
절대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세계 최고의 팀이 약팀에게 덜미를 붙잡히는 경우는 줄곧 있어 온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전술적인 수가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는 전술적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기가 매우 어렵다. 선발 명단을 구성할 때부터, 한발 뒤지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만큼 과르디올라가 손에 쥐고 있는 패(牌)가 너무 많았고, 이를 일일이 고려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이는, 축구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과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로 많은 추종자를 만들어 낸 마르셀로 비엘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곤란하군.’
종이컵을 다시 본래의 위치에다 놓아두며, 턱을 괸 마르셀로 비엘사가 고민의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이런 그의 뒤로 파블로 콰이로가가 다가왔다. 비엘사의 축구 동반자가 된 아르헨티나 출신의 코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전형이 무너졌군요.”
“…….”
“과르디올라가 우리의 수를 낭비하도록 만들었어요. 이렇게 되면, 맨투맨은 의미가 없습니다.”
마르셀로 비엘사가 리즈 유나이티드에 이식한 수비철학은 지역(Zone)이 아닌 사람을 걸어 잠근다는 것이었다.
스쿼드가 PL에서 경쟁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설프게 공간을 걸어 잠그려고 했다가는 승격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강등될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측면에서 상대편 윙을 1vs1로 막는 것이 중요했는데, 과르디올라가 전술적으로 이를 멋지게 받아쳐 버렸다.
“중앙의 움직임이 좋아.”
“미리 준비해 온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상대는 주제프 과르디올라야. 전술적인 천재라고. 무엇보다, 그와 나는 서로를 잘 알고 있지.”
“…….”
“후우- 정말 곤란하게 됐어.”
리즈 유나이티드의 수비 시스템은 두 가지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첫째, 최대한 빠르게 볼을 되찾아 역습할 것.
둘째, 상대가 롱패스를 하게끔 할 것.
이를 위해서 마르셀로 비엘사는 선수들에게 1vs1 수비에 대한 강의를 수십 차례 했었고, 두 번째 이유를 위해서 로빈 코흐(Robin Koch), 리엄 쿠퍼(Liam Cooper)처럼 공중볼에 장점을 갖춘 선수를 포진시켰다.
그리고 이들의 부족한 기동력을 채우고자, 신체적 기능이 뛰어난 칼빈 필립스를 박스-투-박스에서 라볼피아나(Lavolpian)를 소화할 수 있는 6번(DM)으로 만들었다.
“보게나. 오늘 시티는 롱패스를 하지 않아.”
“네. 크로스도 전부 낮게 보내더군요.”
“그런 낮은 크로스에는 우리가 제대로 반응할 수 없어. 무엇보다, 어째서 라힘 스털링과 로드리가 아닌 베르나르두 실바와 일카이 귄도안인지 알겠더군.”
1vs1을 강조하는 마르셀로 비엘사의 리즈 유나이티드는 기본적으로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피치 위 모든 선수가 많이 뛸 수 있어야 했고, 90분 동안 이를 소화할 수 없는 사람은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하거나 팀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 과르디올라는 베르나르두 실바와 일카이 귄도안이라는 키핑 능력과 전진성이 뛰어난 두 명의 선수를 배치해 볼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경기를 시작하는 휘슬이 불린 직후부터 열심히 뛰어다닌 리즈의 선수들이지만, 들인 수고에 비해 얻는 성과가 부족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게다가 포지셔닝 역시도 문제였다.
“엘링이 내려오지 않아.”
“네?”
“보게나. 우리가 분석한 시티와는 다르게, 오늘 엘링은 거의 내려오지 않고 있어. 늘 박스 주변에만 머무르고 있지. 덕분에 칼빈이 어정쩡해졌어. 센터백 쪽으로 붙자니 중원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내버려 두자니 포켓이 비지 않나. 저것도 윙을 두는 전술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야.”
3-4-2-1과 윙을 두는 여타 전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2선에 자리 잡은 두 명의 선수에게 엄청난 전술적 자유도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대의 전술적 특성이나 흐름에 따라 엔간체(Enganche)와 메짤라(Mezz`ala)를 오갈 수도 있고, 아니면 측면으로 넓게 벌려 윙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 리오넬 메시와 베르나르두 실바는 이러한 3-4-2-1의 장점을 마음껏 즐기는 중이다.
서로 번갈아 가며 엘링 홀란이 센터백 둘을 낮은 위치에 묶어 두면서 만들어진 포켓(Pocket)의 공간으로 침투하는가 하면, 낮은 위치로 움직여 빌드업에 힘을 보탰다.
이런 두 사람을 칼빈 필립스 혼자만의 힘으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고, 그래서 리즈의 선수들은 스스로 판단을 해 측면 풀백에게 중앙을 돕도록 했다.
선수들이 직접 상대의 전술을 분석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러기엔 시티의 선수들이 지나치게 똑똑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제기랄. 또 뚫렸어.”
피치를 바라보던 마르셀로 비엘사가 몸을 일으키며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쪽으로 걸어 나간다.
현재, 리즈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환상적인 티키타카로 리즈의 혼을 빼놓은 사이, 사각(死角)에서 등장한 김다온이 측면 깊숙이 파고 들어간 것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다온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리즈가 신경 써야 하는 위치로 이동했고, 정신을 차렸을 땐 현재 피치 위에서 가장 까다로운 지역으로 움직여 수비를 허물어뜨렸다.
낭비(浪費).
파블로 콰이로가가 마르셀로 비엘사에게 전달한 전술적 낭비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본래였다면 김다온의 전진은 왼쪽 윙어인 에즈잔 알리오스키(Ezgjan Alioski)가 먼저 막아 줘야 했다. 하지만 오늘 김다온은 윙백이고, 그의 위치는 늘 윙과 풀백의 중간이었다.
그래서 알리오스키는 평소처럼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신경 쓰기 어려웠고, 스튜어트 댈러스 또한 중앙을 돕느라 본인의 영역을 비워 두고 말았다.
만약 맨체스터 시티가 4-3-3을 사용해서 두 명의 윙을 배치했다면, 지금과 같은 장면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숫자 하나를 줄임으로써, 과르디올라는 리즈가 자원을 낭비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잉여가 된 자원이 방황하는 틈을 타, 그들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를 밀어 넣고 있다.
순식간에 리즈의 왼쪽 진영을 파고든 김다온이 파이널 써드로 접근하고, 조금 더 전진할 구석이 남아 있었음에도 그는 빠르게 발을 휘둘러서 크로스를 띄워 보냈다.
이번에도 역시, 김다온의 크로스는 엘링 홀란의 머리가 아닌 다리를 찾아 움직여 들어간다.
얼핏 조금 길어 보이는 패스.
그러나.
촤아악-!
퉁-!
“?!?!”
“…….”
처음부터 먼 쪽 포스트를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한 엘링 홀란은 태클을 하는 듯한 동작을 가져가며 본인의 오른쪽 발을 정확히 축구공에 가져다 댔다.
크로스가 갖고 있던 힘을 그대로 이용해 방향만을 꺾어 두는 절묘한 터치.
너무나도 간단하게 득점을 만들어낸 노르웨이 국적의 20살 공격수는 리그 네 경기 만에 여섯 번째 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 자리를 견고히 다진다.
그리고 김다온 역시, 여섯 번째 어시스트로 리그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린다.
“…….”
고개를 푹 숙이고 마는 마르셀로 비엘사.
그의 눈엔 결과가 보이는 듯하다.
‘일단 전반은 이대로 마쳐야 해.’
하지만 비엘사는 단 한 번도 경기를 쉽게 포기해 본 적이 없었고, 모든 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을 독려하며 반전을 만들기 위해 버티는 길을 택했다.
“에-이!! 지키자고!! 지켜!!”
전반전을 0:1로 끝마치는 것.
이는 마르셀로 비엘사의 목표였지만, 남아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길어 보인다.
.
(김정명) – SPORTV 캐스터
“오늘도 전반 13분 만에 1:0으로 앞서 나가는 맨체스터 시티! 리즈 유나이티드는 벌써 위기를 맞이합니다!”
***
.전반 20분
리즈 0 : 1 맨체스터 시티
우리가 전술적으로 리즈를 제압했다는 건, 경기가 시작되고 3분도 채 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맨투맨 수비를 하는 팀에서 늘 서너 명의 선수가 수비하는 선수 없이 서 있다는 게, 그들의 전술적 낭비를 잘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몇몇 변화를 시도하는 듯했지만, 그것이 주효하기엔 중원에서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삐?익!!
지금도 리즈는 케빈-군도-리오-베르가 구성한 중원에서의 다이아몬드에 휘둘리다가 페널티 박스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프리킥을 내어 주고 말았다.
‘이번엔 내 차례잖아.’
파울을 확인하자마자 냉큼 달려간 내가 바닥에 놓인 축구공을 집어 들었다.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아, 지금 이 위치라면 김다온이죠? 맨체스터 시티에 일류 프리키커가 너무 많아서 누가 찰지 매번 헷갈립니다만, 이 정도 거리라면 당연히 김다온이 차야 한다고 보거든요? 아직 이번 시즌 리그에서는 득점이 없습니다.”
.
새로운 시즌을 맞아 펩이 정한 세트피스 규칙은 대강 이렇다.
P.K는 미리 정해 둔 순서에 맞춰서 진행하되, Top 5에 포함된 선수가 P.K를 얻어 냈을 경우 우선권이 주어진다. 단, 해당 P.K를 놓치면 이후 3번 우선권이 사라진다.
그리고 코너의 경우, 골대 안쪽으로 휘어지게끔 하도록 케빈과 리오가 번갈아 가며 좌우에서 처리했다.
마지막으로 프리킥이 가장 큰 난제였는데, 오죽하면 펩이 전술을 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을 했을 정도다.
현재 팀에서 지정한 프리키커는 셋.
우선순위는 없다.
“이번엔 내 거 맞지?”
“응. 도와줘?”
“Nope. 혼자 할 수 있어.”
“그래. 잘해 봐라.”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정신병자 같으니.”
“땡큐베리머취~”
“쿡쿡쿡쿡.”
너 머리를 살짝 두들긴 케빈이 프리킥 지점을 떠나고, 리즈 유나이티드가 세운 벽 앞에 자리 잡은 리오가 날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윙크를 건네 왔다.
지금 이야기한 이 두 명이 나와 함께 올 시즌 시티의 전담 프리키커를 맡게 된 이들인데, 셋이 집어넣은 프리킥 득점만 합산해도 세 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지난번 울브스 경기 때 우리 세 사람이 프리킥 지점에 서 있는 장면이 일종의 밈처럼 떠돌아다닐 정도다.
하지만 이번 프리킥은 30m가 조금 못 되는 지점에서 얻어진 것이었고, 여긴 온전히 내가 맡은 영역이었다.
“후우-”
케빈의 프리킥 실력이 향상되고 리오가 합류하면서, 이런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노려볼 기회가 이전과 비교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난 그것을 아쉬워하기보다,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한국의 팬분들이야 내 득점 기회가 줄어든 것에 여러 말들을 하고 있지만,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매년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지 많은 득점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또 득점이라면, 지난 시즌 질릴 정도로 했다. 물론 정말로 질렸다는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삑-!
주변을 정리한 마이크 딘이 휘슬을 불고, 난 정면을 똑바로 바라봤다.
각도는 거의 없는 위치.
기껏해야 10도 정도?
리즈의 골키퍼인 일렁 멜리에(Illan Meslier)도 위치를 고려해 골대의 정 가운데에 서 있다.
‘상관없어.’
“푸우우-!”
한 번 더 길게 숨을 내어 쉰 후, 난 정확히 세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곤 축구공으로 시선을 내려, 임팩트가 이뤄질 지점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난 이번에 무회전 슈팅을 시도할 생각이다.
계획대로라면, 벽을 넘은 후 뚝 떨어질 거다.
탁.
왼발을 먼저 가져가며,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을 이끈다.
처음엔 왼발.
오른발.
다시 왼발.
그리고.
펑-!!
약간은 다른 임팩트와 약간은 다른 소리.
하지만 슈팅은 벽을 넘긴 후 좌우로 크게 흔들리다 오른쪽 아래로 급격히 떨어져 내리며 골라인을 통과한다.
.
(대런 플레처)
“다오오오오오오오온-!!! BRILLIANT!! WHAT A BEAUTIFUL GOAL BY SUPER KOREAN-!! This is Absolutely Magnificent Goal of This Season-!!”
.
임팩트 순간부터 득점을 예감했던 나는 프리킥 지점에 그대로 서서 팔짱을 끼었고, 잠시 뒤 이런 내게로 달려든 동료들에게 둘러싸였다.
“이 미친 새끼!! 진짜 해냈잖아!!”
“VAMOS-!!!”
2:0.
오늘도 우린, 손쉽게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
.
.전반 종료
리즈 0 : 3 맨체스터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