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47)
1115화 Together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에서 FC 포르투, 마르세유, 올림피아코스와 한 조가 된 맨체스터 시티 – 맨체스터 이브닝(U.K)/2020.10.04.(오후)].
.
[A 매치 주간에만 무려 네 명의 선수를 잃게 된 맨체스터 시티 ? Sky Sports(U.K)/2020.10.13.(저녁)].
.
[선수들의 부상에 좌절한 펩 과르디올라, “언제나 이런 상황엔 좌절하게 된다. 클럽을 떠난 선수가 국가 대회에서 다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 국가대표팀은 선수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대표팀 경기 전에 일주일 동안 선수가 몇 분이나 뛰었는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무척 실망스럽다.” – 데일리 메일(U.K)/2020.10.14.(오전)]***
2020년 10월 15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지난 A매치 주간 동안, 나는 무척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과 민재를 데리고 로디즈우드 저수지로 가 낚시를 하는가 하면, 집에서 푸짐하게 고기를 굽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구운 고기들을 앞에다 놓아두고, 태블릿으로 한국에서 펼쳐지는 대표팀과 올림픽팀의 경기를 시청했다.
물론 실시간은 아니고, 전날 경기를 다시 보기로 돌려 본 것이었다.
하지만, 좋은 휴식 기간을 가졌던 나와는 달리 팀은 조금 상처를 입었다.
가장 먼저, UEFA 네이션스를 소화하기 위해 벨기에 대표팀에 뽑힌 케빈에게 문제가 생겼다.
팀 훈련 도중 근육에 이상을 느꼈고, 무리해서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출전했다가 후반 28분 더 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스스로 교체를 요구했다.
벨기에 팀 주치의는 단순한 근육 뭉침으로 진단했고, 벨기에는 케빈을 클럽으로 복귀시켜 달라는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케빈은 벨기에 대표팀 일정 전부를 소화했고, 아이슬란드 원정까지 동행한 뒤에야 맨체스터로 돌아왔다.
펩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좋지 않아. 다음이 아스널 경기라고.”
“걔네도 문제가 있지 않아?”
“그래?”
“응. 누가 코로나 확진자랑 접촉했다던데?”
그리고 케빈 외에도 올루프(무릎), 주앙(햄스트링), 리크(발목) 역시 A매치 기간 훈련/경기 중에 다쳤다. 특히 올루프와 리크의 경우, 꽤 오랜 기간 결장이 예상된다.
사실상 휴식기 없이 새로운 시즌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보니, A매치가 되기 무섭게 부상자가 속출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스톤스도 A매치 주간이 되기 전에 발목과 골반을 다쳐서 뛸 수 없다. 몇몇 이들의 결장에도 꽉 차 보였던 스쿼드가 갑자기 휑해진 기분이 든다.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나고,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우리는 전력분석 미팅을 위해 미팅룸으로 향했다.
“너희도 알겠지만, 상황이 조금 힘겨워졌다.”
“…….”
“지금 내가 실망스러운 만큼 너희들도 그럴 거로 생각한다. 나를 믿으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최선을 다하마. 너희도 그래 주길 바란다.”
펩이 특정한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처럼 스스로 대단치 않은 사람처럼 말을 한다는 건, 펩의 위기 단계 중 2에서 3단계 정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가장 최악인 5단계가 오면, 펩은 그냥 좌절해 버린다.
직접 그것을 본 적은 없고, 마넬과 카를레스가 내게 펩의 가장 심한 좌절을 말해 주어서 아는 것이다.
“현재의 아스널은 예전과는 다르다. 완전히 달라졌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미켈은 나를 안다. 그리고 너희들도 알고 있다. 그는 단단히 준비해서 올 거야. 그리고 우리의 스쿼드가 약해진 것을 이용하려고 할 거다. 너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
전력분석이라기보다 동기부여 미팅에 더욱 가까웠던 시간이 끝나고 난 뒤, 나는 라커룸에서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펩이 채찍질에 가까운 말들을 했으니, 내가 당근을 주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상자들 없이도, 우린 여전히 리그 최고의 스쿼드를 유지하고 있다.
전술적인 폭이 좁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 역시 문제 될 것 없다.
다친 선수들이 있었던 만큼, 돌아온 이들 역시도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 시즌 기간 다쳤던 카일과 길고 길었던 재활에서 돌아온 쿤이 스쿼드에 합류한 것이다. 특히 카일은 수비 전술에 유동성을 줄 수 있는 남자다.
쓰리백의 오른쪽 스토퍼로 배치에 비대칭 전형을 가져갈 수도 있고, 포백일 땐 본래의 포지션인 풀백으로 가거나 아니면 몸이 더 올라와 있는 키런을 포백의 오른쪽에 둘 수도 있다.
왼쪽이야 내가 맡으면 되고, 네이선 역시도 버텨 주고 있어서 백업 걱정 역시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케빈의 빈자리지만, 그것 역시도 어떻게든 될 거라고 본다.
이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리오도 있고 베르나르두도 메짤라(Mezz`ala)에서 충분히 활약해 줄 수 있다. 오히려, 엘링이 건재하다는 게 우리로선 가장 다행인 부분이다.
페널티 박스를 완전히 장악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생기면서, 9번(ST)을 아래로 내리고 윙어를 침투시키는 방식의 축구와 정반대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에게 다양성을 일깨워 준다는 면에서는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다.
“미켈이 우리를 안다지만, 그건 지난 시즌까지의 우리야. 지금의 우리를 그가 알지는 못해. 자신감을 가지자. 우리의 축구를 하자고. 알겠지? Stay Strong, Keep Together. 알겠지? 오늘 푹 쉬고 내일 다시 훈련장에서 보자. Let`s Go-!”
동료들의 표정과 반응으로 미루어 보건대, 펩이 걱정하고 있는 만큼 팀은 흔들리고 있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순항을 이어 나가는 과정에서 맞이한 작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를 궁리하며 즐기는 듯했다. 벽이 세워졌다는 건,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난관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하기 전, 나는 로비에서 감독실이 있는 2층을 살짝 올려다봤다.
불이 켜진 펩의 사무실에선 지금 한창 미팅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 시선을 잠깐 고정해 둔 채, 난 들리지 않을 한마디를 전한다.
“우릴 믿어요, 펩. 우린 당신의 생각보다 더 강하니까.”
당연히 펩은 우리를 믿고 있다.
우리 역시 펩을 믿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믿음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나는 반대로 여유를 가지려고 생각하는 편이다.
힘든 시기는 언젠가는 지나가니까.
사라질 것들에게 미련을 갖는 것만큼 바보 같은 행동도 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재미있겠어.’
난 이번에도, 위기를 즐기고 그것을 지배하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말이다.
“수고하세요, 데이브.”
“내일 보자고.”
“그럼요. 물론이죠.”
우리를 주저앉히는 건, 우리 자신 외에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나다.
***
[부상으로 많은 선수가 빠졌지만, 그래도 시티가 여전히 뛰어난 팀이라고 말하는 미켈 아르테타. “다온과 메시가 여전히 팀에 남아 있다. 그들이 있는 이상 맨체스터 시티는 언제나 월드클래스다.” – Sky Sports].
.
[아스널을 경계하는 펩 과르디올라, “아스널은 이전에 비해 젊고 빨라졌다. 그들은 조금씩 승리하는 방법을 알아 가는 중이다. 그런 팀은 늘 까다롭다.” – Sky Sports]***
2020년 10월 1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1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아스널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1-4-1-1/3-4-3
GK ? 에데르송 / GK ? 베른트 레노
RCB ? 카일 워커 / RCB ? 다비드 루이스
CB ? 김민재 / CB ?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LCB ? 후벵 디아스 / LCB ? 키어런 티어니
DM ? 로드리 / RM ? 엑토르 베예린
RM ? 키런 트리피어 / CM ? 다니 세바요스
CM ? 일카이 귄도안 / CM ? 그라니트 자카
CM ? 베르나르두 실바 / LM ? 부카요 사카
LM ? 김다온 / RW ? 니콜라 페페
SS ? 리오넬 메시 / LW ?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ST ? 엘링 홀란 /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
경기 진행요원에 의해 선발 명단이 양 팀 감독에게 전달된 순간, 펩 과르디올라와 미켈 아르테타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헛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경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명단만을 보고 구체적인 전술을 예상할 수는 없었으나, 몇 가지의 대목에서 두 감독은 상대가 변형 쓰리백을 들고나왔을 거로 추측했다.
과르디올라는 아스널의 공격수가 넷이라는 점에서, 또 아르테타는 오른쪽 풀백이 두 명 배치된 것을 보고 각자의 전술을 알아낼 수 있었던 거다.
‘역시 펩이로군.’
‘역시, 쉽게 나오진 않겠다는 건가?’
A매치 주간이 끝났을 때, 미켈 아르테타 역시 과르디올라 못지않게 마음을 졸였다.
10월 A매치 첫 번째 경기에서 세아드 콜라시나츠의 결장이 확정된 상황에서, 하나 남은 왼쪽 풀백인 키어런 티어니 역시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방역 지침상 밀접 접촉자는 보름간 정부가 지정한 시설이나 자택에서 보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했고, 티어니 역시 그렇게 분류되었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아스널과 티어니의 에이전트가 스코틀랜드 정부와 협상을 끝내며 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아스널은 티어니의 코로나 검사를 매일같이 시행했고, 경기 일인 오늘 오전에도 음성을 확인한 자료를 FA 측에 전달했다.
애초부터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변형 쓰리백을 사용하려고 했던 미켈 아르테타에겐, 키어런 티어니의 출전 여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변형 쓰리백이야.”
“워커와 트리피어가 둘 다 있군.”
“그래. 워커가 스토퍼를 보겠지. 이전에도 펩이 종종 썼던 방법이야. 그럼 다온이 왼쪽이겠어. 문제는 중앙이로군. 3-4-2-1일지, 아니면 3-4-3일지 모르겠단 말이야.”
“어쩌면 3-5-2일 수도 있지.”
“엘링과 메시가?”
“그래.”
“흠- 가능한 일이야.”
선발 명단이 발표되고 나서 경기 전 마지막 미팅이 이뤄지기까지의 40분. 어떠한 감독들은 이 시간에 숙면하고, 어떠한 감독들은 책을 읽거나 코치들과 잡담을 나누면서 긴장을 풀기도 한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와 함께해 온 미켈 아르테타는, 자신이 보고 배운 대로 끊임없이 축구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런 아르테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과르디올라 또한, 현재 아스널의 전술을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주제는 조금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틀 전과 어제 부쩍 달라진 팀 분위기에 관해 이야기한 것인데,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이 여유를 되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뭐, 뻔하지.”
“뻔해?”
“다온이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나?”
“들은 거라도 있나?”
“리야드가 그러더군. 이틀 전에 훈련을 마치고, 다온이 선수들을 5분 정도 멈춰 세웠다고 말이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자세히 묻지 않았네. 그편이 더 나아 보였으니까.”
“……Great Captain.”
“늘 그랬지, 펩. 늘 그랬어.”
“…….”
김다온이 주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거라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지만, 현재 그가 해내고 있는 일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어떠할 때는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심이었는데, 경기 내에서의 퍼포먼스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며 천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네이선 아케를 감쌌을 때나, 크리스 서튼이 상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한 트리피어가 클럽을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 직후의 인터뷰는 최고였다.
카일 워커의 부상 기간에도 벤치를 달굴 때가 많은 트리피어가 전성기를 낭비 중이란 스턴의 말에, 김다온은 [“키런은 우리의 소중한 동료이며, 그는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행복하다.”]라는 인터뷰로 받아쳤다.
그러자 곧이어 트리피어는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김다온의 인터뷰를 링크하며, 끈끈한 우애를 상징하는 이모지를 달았다.
트리피어가 측면 미드필드로서 뛰는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것 역시, 이런 김다온의 인터뷰가 있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과르디올라는 트리피어의 킥 능력이 훨씬 더 피치에서 잘 발휘되길 원했고, 윙백이나 윙이 아닌 정통 측면 미드필드로 뛸 때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서른의 나이에 애착을 가졌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건 괴로운 일이었지만, 다온의 믿음이 트리피어에게 용기를 주었다.
오늘은 그간의 성과를 확인해 보는 날로, 트리피어는 현재 의욕이 넘치는 상태다.
“최근 우리의 가장 잘한 결정은 리오나 엘링을 데려온 것도 아닌, 다온에게 주장을 주기로 한 거야. 훨씬 전부터 결정된 일이긴 했지만 말이지.”
“모든 위대했던 팀엔, 위대한 캡틴이 있었지.”
“카를레스와는 달라.”
“그래. 또 비니와도 다르지. 마치, 디에고와 옵둘리오를 섞어 놓은 것만 같아.”
“마라도나?”
“그래.”
많은 축구 팬이 디에고 마라도나의 성격을 신의 손 사건/도핑/마약/각종 기행 등으로 기억하는 것과는 달리, 디에고 마라도나는 함께했던 선수들에겐 위대한 리더로서 남아 있다.
승리를 향한 무시무시한 집착과 집념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라서, 18살의 나이에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 1군 팀의 주장을 맡을 정도였다.
나폴리로 이적한 뒤에는 강등만을 면하는 게 목적이었던 팀을 개혁하며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 있었던 경기에서 피해자가 된 게리 리네커 역시, [“마라도나를 본 순간, 우리 모두 학생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을 정도다.
또 펠레를 만난 자리에서, 리오넬 메시를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주장이 될 만한 성격은 아니다. 그는 예전의 우리와는 같지 않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였다.
그랬던 마라도나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결승전에 오른 이후, [“김다온이야말로 나와 같은 사람이다. 그는 진짜 리더다. 그가 아르헨티나 사람이 아니라는 게 안타깝다”]라는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로 꼽히는 옵둘리오 바렐라(Obdulio Varela)의 경우, 마라도나와 같은 아우라는 없었으나 차원이 다른 리더십으로 우루과이에 월드컵을 안겼다.
타고난 연설가였던 바렐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었고, 그의 목소리에는 용기를 불어넣는 신비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특히 1950 FIFA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 준 스피치는 영화로 나와도 될 수준이었다.
“자네도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 않나.”
“후후. 그런가? 어떻게?”
“여유가 생겼지.”
“여유라…….”
“내가 아는 자네는 언제나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어. 그건 아마도 축구라는 미지에 세계의 존재라고 생각하네. 자넨 그곳에서 외로워 보였고, 누구의 손길도 거부했어. 그런데, 갑자기 다온이 나타난 거야.”
FC 바르셀로나 시절의 과르디올라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묘사한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편집증적인 성격을 가진 예민한 사람이긴 했다.
언제나 선수들이 자신의 앞에서 표정을 찡그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선생님처럼 선수들을 가르치려고만 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김다온과 함께한 이후부터, 과르디올라는 선수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게 되었다.
가끔 누군가가 표정을 찡그릴 때면 본인의 원칙보다 상대의 감정을 먼저 살폈고, 어깨를 가볍게 한 번 두들겨 주거나 위로하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리오도 비슷한 말을 했지.”
“그런가?”
“그래. 내가 변했다더군. 여유로워 보인다고 했어. 그게 마음에 든다고도 말이야. 후우- 확실히. 전이었다면 나는 지금의 상황에 더 과민반응을 했을 거야. 그리고 전술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겠지. 나에게 자신감이 없으니까. 그 책임을 선수들에게 미룬 거야.”
“혹시 이번에도 그런가?”
“하하. 설마. 난 평온하네. 그것도 매우.”
“그렇게 보여.”
시티에 찾아온 작은 난관. 하지만 김다온과 과르디올라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이것이 시티의 발목을 붙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느덧, 최종 미팅을 준비할 때가 됐다.
“곧 돌아오겠군.”
“준비하지.”
“부탁하네.”
딸깍-
플랜차르트가 먼저 떠나고 감독실에 홀로 남게 된 과르디올라의 눈은 과거의 한 날을 비추고 있다.
그것인 김다온과 축구 이야기를 지새운 수많은 시간 중에 하나이자, 처음으로 자신이 뮤즈(Muse)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 날이기도 했다.
“함께라…….”
Together.
과르디올라는 지금, 김다온의 철학을 관통하는 단어에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