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60)
1128화 Together (14)
아시아에 속한 국가가 축구의 주류에 진입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술의 부재’다. 그리고 그 이유를 확인하려면, 좀 더 근본적인 부분까지 짚어 봐야 한다.
처음 벤투 감독님이 부임하고 아시안 컵을 치렀을 때, 사람들은 대표팀의 변화된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라인을 잔뜩 끌어 올리고 공격적인 부분을 강조했던 삼파올리 감독님의 축구가 워낙 직관적이다 보니, 벤투 감독님의 축구가 재미없게 느껴졌던 거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A 대표팀이 부진한 경기력을 선보이자, 사람들은 감독 선임을 잘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일부 안티들이 [“파울루 벤투는 애초부터 실패한 감독이었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벤투 감독님은 애초에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지 않았다.
2004년 은퇴 후 스포르팅 CP의 유스 감독직을 맡자마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능력을 인정받아 2005/06 시즌 중간에 1군 팀을 맡으셨다.
당시 스포르팅 CP는 챔피언스리그는 고사하고 유럽 대항전 티켓을 따내는 것조차 힘든 상태였는데, 벤투 감독님이 부임하자마자 10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2위를 차지했다.
통산 229경기 139승 51무 39패.
승률 60.7%.
게다가 스포르팅 CP 창단 역사상 최초로 팀을 챔피언스리그 16강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10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포르투갈을 2012 유로에서 4강까지 올려놓았다.
물론 월드컵에서 부진하며 입지가 흔들리다 해임을 당하시긴 했지만, 이때의 포르투갈은 호날두밖에 없는 골짜기 세대였다.
이후 브라질 리그의 크루제이루 EC/그리스 올림피아코스 FC/중국 슈퍼 리그 충칭 당다이 리판의 감독직을 차례대로 맡았으나, 단 한 개의 클럽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크루제이루 EC는 월드컵 유치를 위한 지나친 투자로 경제가 파탄 직전까지 몰린 브라질의 사정으로 인해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올림피아코스는 구단주가 정상이 아니었으며 중국이야 뭐 말할 것도 없다.
절제된 행동과 프로다운 태도를 크게 강조하는 벤투 감독님의 성향을 생각하면, 중국 축구 선수 다수는 망나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였을 거다.
게다가 안티들이 가장 신랄하게 지적하는 [“중국에서도 실패한 감독.”]이란 비난도, 당시 충칭 보드진이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벤투 감독님 이전 충칭의 감독은 한국인 장외룡 감독님이었는데, 일단 두 사람이 바라보는 축구가 완전히 달랐다.
장외룡 감독님의 축구는 수비를 단단히 한 후 역습을 가져가는 점유율을 포기한 축구였고, 당시 팀은 그에 맞춰 스쿼드가 갖춰진 상태였다.
처음 충칭의 스쿼드를 확인한 벤투 감독님은 자리를 고사하려고 했으나, 워낙에 많은 연봉을 제안하고 팀을 갈아엎겠다는 약속을 하며 설득에 성공했다.
하지만, 계약하기 이전 보드진이 했던 약속 중 지켜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중국 대표팀이라는 이유로 지각을 밥 먹듯이 반복하고 훈련 태도가 나쁜 몇몇 주요 선수들과의 불화에서 보드진이 선수의 편을 들어준 것 역시도 컸다.
아무튼 그렇게 벤투 감독님은 상호 해지 방식으로 중국을 떠나게 되었는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무작정 [“중국에서도 실패한 감독.”]이란 꼬리표를 가져다 붙이고 있다.
어쨌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개인적으로 파울루 벤투라는 감독의 임명은 성용이 형의 은퇴가 일어난 상황에서는 장점도 또 단점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결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솔직히 대한민국 미드필드 중에서 후방 빌드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도 성용이 형 딱 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성용이 형 역시 완벽한 6번(DM)은 아니지만, 그래도 PL에서 인정받은 최고 수준의 볼란치였다.
하지만 현재 성용이 형의 후계자로 점찍어진 우영이 형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낮은 수준의 팀을 상대론 괜찮지만, 높은 레벨의 팀 앞에서는 솔직히 불안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린 [“왜 파울루 벤투 같은 후방 빌드업 감독을 데려왔는가?”]가 아닌 조금 다른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
바로, [“지금은 전술이라고 부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낡고 당연해진 개념인 후방 빌드업을 어째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충분히 소화할 수 없는가?”]를 말이다.
전술가(戰術家)이기보다 전략가(戰略家)에 더 가까운 파울루 벤투라는 사람을, 나는 대한민국의 현 대표팀 수준이 충분히 끌어내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축구를 보여 주기 위한 기초 단계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니, 전술은 당연히 무색무취(無色無臭)해지고 특정 선수에 더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거다.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경기가 바로 오늘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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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 조선 TV 해설위원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빌드업, 공격 전개, 마무리. 물론 멕시코가 지금 한 명 부족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걸 고려해도 플레이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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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3분
대한민국 2 : 0 멕시코
분명 우리는 작년에도 대표팀에서 경기를 치렀고, 당시 뛰었던 대부분의 멤버들이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했는데, 그건 바로 민재의 성장이다. 본래부터 잘하던 녀석이긴 했지만, 지금은 센터백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줄 알았다.
특히 벤투 감독님에게 중요한 후방 빌드업에 있어, 민재는 안정성을 제공하고 또 다른 패스 옵션이 되어 준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컸다.
나 말고도 중앙에서 자신들을 지켜 줄 수 있는 센터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자, 팀의 미드필드도 좀 더 자신 있게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볼을 지키는 시간이 경기 중에도 조금씩 길어졌고, 훨씬 편안하게 멕시코를 상대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후방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지켜 낼 수 있게 되자, 벤투 감독님의 가장 큰 장점인 좁은 공간에서의 세밀한 전략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후반전과 동시에 멕시코는 세바스티안 코르도바를 빼고 베티스 소속의 레이바를 투입, 전형을 4-4-1로 바꿔 부족해진 측면 공격력을 최대한 보완하는 변화를 주었다.
이를 바로 캐치한 벤투 감독님은 나와 후반전에 투입된 희찬이를 따로 불러 빠른 피드백 지시를 내렸고, 후반전 두 개의 득점에 우리 모두가 관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벤투 감독님은 멕시코가 플랫(Flat)이 아닌 윙백의 형태로 측면 미드필드를 쓰고 중앙 미드필드를 종렬로 배치할 것을 예상, 하프 스페이스 공략을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그 결과 멕시코의 포지셔닝이 가진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지금도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희찬!!!”
팡-
멕시코가 미드필드를 종(從)으로 배치한 이유는 역습 상황에서 보다 빠르게 공격진영에 선수를 추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양쪽 하프 스페이스 수비가 부실하게 되는데, 헤라르도 마르티노는 이를 풀백을 안쪽으로 좁히게 하는 것으로 만회하려고 했다.
측면은 미드필드에 맡기고, 풀백이 하프 스페이스에서의 움직임을 지연하는 동안 전형을 가다듬는 시간을 벌려고 한 거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맹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날 억누를 수 있느냐는 것.
만약 좀 더 수준이 높은 사이드백이었다면 지연을 함에 있어 나를 좀 더 귀찮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헤수스 가야르도(Jesus Gallardo)로는 무리다.
더구나 애초부터, 가야르도는 수비력에 문제를 겪고 있는 친구다.
경기 시작 전에 말한 대로 멕시코의 전통적인 성향상 공격적인 풀백을 선호해 가야르도가 선발로 뛰고는 있지만, 만약 다른 팀이었다면 좀 더 안정적인 선택지를 가져갔을 거다.
툭-
“??”
지금까지 몇 번이나 똑같은 방법에 당했으면서도, 가야르도는 이번에도 너무 쉽게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수비 하나를 벗기고 파이널 써드로 진입하자, 내겐 너무나도 많은 선택지가 나타나고 있었다.
나를 주시하는 수많은 눈동자.
거기엔 전부 의지가 담겨 있다.
“…….”
의조 형은 아마도 내가 수비와 골키퍼 사이로 패스를 보내기를 바랄 것이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지런히 고개를 돌린 데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희찬이는 이미 목소리를 높이면서 내게 공간으로 패스를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레이바를 넉넉히 따돌리고 크로스로 이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는 보지만, 지금 저곳으로 패스를 보내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프 스페이스에 진입했다면, 그 의미를 살려야 한다.
가끔 K리그 경기나 연령별 대표팀 경기를 시청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 잡은 선수들이 측면으로 볼을 돌려 무의미하게 속도를 죽이는 걸 자주 봤다.
애초에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한다는 것 자체가 측면에 빠진 선수를 더미(Dummy)로 써서 수비수 하나를 떼어 내겠다는 뜻인데, 그곳으로 볼을 보내는 건 무의미하다.
펩이 사이드라인 앞쪽이 아닌 델란떼로(Delantero)를 주요한 측면 공격 루트로 이용하는 것도, 하프 스페이스에서 사이드라인 쪽으로 향하는 패스의 90%가 낭비기 때문이다.
때마침, 흥민이 형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뒤쪽으로 슬그머니 빠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 결정했어.’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정해 두며, 나는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단계를 밟아갔다.
가야르도가 내게 돌파당하면서 멕시코의 수비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 되었고, 조금만 더 올라서게 되면 직접 슈팅으로 득점할 확률이 높아지는 곳으로 진입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멕시코의 왼쪽 센터백인 엑토르 모레노가 참지 못하고 달려 나올 것이다.
그럼 그의 전진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센터백 파트너가 채워야 하고, 풀백이 오른쪽 센터백 역할을 대신해 의조 형을 잡아 두는 포지셔닝을 가져갈 거다.
바로 이러한 변화.
이런 방식으로 멕시코의 전형이 변화할 경우, 흥민이 형이 포켓(Pocket) 왼쪽에서 기회를 잡을 거란 판단이 내려졌다.
그래서 난 볼을 앞으로 차 뒀고.
툭-
모레노가 달려 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곧바로 오른발 안쪽으로 축구공 옆면을 걷어차며 볼을 흥민이 형이 움직이는 장소로 굴려 보냈다.
예상했던 대로 흥민이 형은 안으로 파고드는 게 아닌 뒤로 빠지는 걸 택했는데, 내 패스를 다이렉트로 처리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저건 못 막지.’
지금까지 많은 축구 선수를 만나 왔지만, 순수한 슈팅의 질에 있어서 흥민이 형보다 높은 수준을 꾸준히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많은 축구 선수가 골을 집어넣기 위해 그냥 슈팅을 시도하지만, 흥민이 형은 골을 ‘만들기 위해’ 슈팅을 날린다.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파앙-!
특유의 자세로 시도한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 빠르게 꺾이며 골대를 향해 날아가던 축구공은 골키퍼가 반응할 수 없는 곳으로 움직여 그물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촤륵-!
삑-! 삐?익!
득점을 확인함과 동시에 환하게 웃는 흥민이 형이 코너플랫을 향해 뛰어가고, 나는 형이 제대로 셀레브레이션을 할 수 있도록 일부러 천천히 뒤에서 따라붙었다.
어느새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어 버린 찰칵 셀레브레이션이 이뤄지고, 이후 돌아선 흥민이 형이 나를 가리켰다.
“바로 그거지-!”
“아~ 손 사장! 내가 제대로 봤제?!”
“제대로 했지~!”
“하하.”
대표팀에서도 하게 된 핸드셰이크에 이어, 우린 나란히 카메라를 바라보며 한 번 더 찰칵 셀레브레이션을 가져갔다. 그런 뒤엔, 다른 대표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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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이야~ 오늘은 정말로 좋습니다. 멕시코가 네덜란드도 잡아낸 팀이거든요? 최고의 전력을 모두 가동한 멕시코를 상대로 대한민국 대표팀이 지금 3:0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는 건, 벤투호에 희망을 걸어 봐도 되는 신호라고 생각이 듭니다.”
(김주성) – 조선 TV 캐스터
“1년 넘게 A매치 경기를 하지 못해서 대표팀이 어떠한 모습일지를 궁금해하신 축구팬 여러분들이 많을 거라고 보는데, 이 경기가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에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하이라이트로 시청하시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아침을 시작하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박성문)
“그렇습니다. 오늘 대표팀.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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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A매치)
대한민국 3 : 0 멕시코
[골] 황의조 : 전반 14분(손흥민)손흥민 : 후반 07분, 후반 26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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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벤투 감독, “승리를 위해 몇몇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 결과가 아주 만족스럽다.” – 풋볼리스트(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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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감독, “몇몇 한국 선수들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김다온과 김민재가 버티는 수비를 뚫어 내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퇴장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핑계는 대지 않겠다. 한국의 승리를 축하한다.” – 매일경제(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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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의 뼈 있는 한마디! : 김다온, “전술은 감독이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잘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감독이 선수의 색에 맞는 전술을 짜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그에 맞춰 전술을 짠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면 나쁜 전술로 보이는 법이다.” – YNA(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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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올림픽 대표팀과의 경기 후 비난을 받는 파울루 벤투 감독을 지지한 손흥민, “그분이 우리의 감독님이고, 우리가 믿어야 하는 분이다.” – 스포츠뉴스24]***
2020년 11월 15일. 2700 비너노이슈타트, 오스트리아. 비너 슈트라세 ? 베르크슈트라세 113. 빈버짓 B&B.
기분 좋았던 승리 덕분에, 어제 대표팀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정을 끝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곤 다 함께 식사를 한 뒤, 각자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 이튿날인 오늘, 우리는 호텔 내에서 회복훈련을 하며 오후 두 번째 도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말 맞지?”
“네.”
“그거 봐. 형이 그랬잖아. 두 번째는 뛸 거라고.”
이번 A매치 기간, 각 대표팀에게 제공된 교체카드는 다섯 장이다.
그리고 어제 우리는 그것을 모두 활용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희찬이와 태희 형이 투입된 것을 시작으로, 경원이 형을 대신해 태욱이가 A매치 데뷔전을 가졌고 이후엔 주용이와 규성이도 첫 대표팀 경기를 뛰었다.
다만 강인이는 끝까지 벤치를 지켰는데, 대놓고 표현은 안 했지만 뛰지 못했던 게 많이 서운했던 것 같다.
한데 조금 전, 강인이가 벤투 감독님으로부터 다음 경기에 뛰게 할 수도 있으니 컨디션 관리를 잘해 놓으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마지막까지 선발 명단을 감춰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선발 출전을 약속받은 셈이다.
“야, 그럼 다음은 뭐냐?”
“글쎄. 더블 볼란치도 괜찮지 않나? 그리고 뭐 내가 감독이야? 다음 경기 전술을 벌써 어떻게 알아.”
“아니 뭐, 너야 늘 잘 아니까.”
일부러 의조 형에게 투박하게 답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강인이가 기용되었을 때의 전형은 더블 볼란치를 활용하는 4-2-3-1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발렌시아 CF에서도 공격력만큼은 인정받는 강인이지만, 늘 수비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만 할 줄 아는 선수는 9번(ST)이 아니고서야 절대 성공할 수 없는데, 이번 대표팀 기간 내내 강인이를 끌고 다니는 것도 이를 깨우쳐 주기 위함이다.
어디까지나 바꿀 의지를 갖고 시도하는 것은 당사자인 만큼 강요할 생각은 없으나, 가능하다면 이 어린 재능에 도움을 전해 주고 싶었다.
문제는 이 녀석이 황소 심줄보다도 더한 똥고집을 자랑한다는 건데, 얼마나 먹혔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허벅지 괜찮아?”
“야, 볼래? 멍 진짜 X나게 크다?”
“……으-! 안 아퍼?”
“근데 신기한 게, 진짜 별로 안 아퍼.”
“그래?”
“어. 봐.”
대퇴부를 족히 1/4는 덮었을 멍을 꾹꾹 누르면서, 의조 형이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멍과 상처는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프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고통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뿐이다.
대표팀 내 피지컬을 담당하는 페드루 페레이라(Pedro Pereira)의 주도로, 우린 전날 쌓인 피로를 풀어내는 훈련을 계속했다.
이후엔 바로 밥을 먹을 예정인데, 전날 많이 뛴 만큼 많이 먹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영양보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야 근데, 카타르 요즘 좀 하냐?”
“글쎄. 요즘 그걸 누가 알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지난번에 걔네한테 지지 않았었나?”
“맞을걸? 아시안 컵이었나?”
작년 U.A.E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8강에서, 우린 카타르에 충격적인 0:1 패배를 했다.
벤투 감독님을 향한 의심의 시선이 시작되었던 계기로, 유럽파를 모두 총동원했음에도 우승에 실패하자 하루라도 빨리 경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야, 그 말 하지 마라. 아프다.”
슬쩍 다가온 우영이 형이 아픈 상처를 건드리지 말라며 말을 걸어왔는데, 나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복수를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카타르가 돈을 꽤 썼다지만, 그래도 우리가 더 낫다.
“이제부턴 한 게임도 지지 않는 거야.”
“뭐? 언제까지?”
“일단은… 월드컵 본선 전까지?”
“얘 봐라. 지금 부담 주는 거냐?”
“왜? 쫄려? 쫄리면 뒤지시든지.”
“아~ 이 새끼, 누가 쫄았다고 그래?”
한결 밝아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회복훈련.
우린 오후 오스트리아 마리앤처스도르프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