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61)
1129화 Together (15)
2020년 11월 16일. 2340 뫼들링, 오스트리아. 노이도르퍼 슈트라세 7. 피닉스 7(Phoenix 7. Neudorfer Str. 7. 2340 Modling, Austria).
어제 오후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휴식을 취한 이후 오늘 오전 경기가 펼쳐질 BFSZ 아레나에서 적응 훈련을 끝마쳤다.
그러곤 숙소로 돌아와 내일 경기에서 뛰게 될 Best 11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이다.]“…….”
예상했던 대로, 감독님은 강인이를 선발 10번(AM)으로 기용했다. 전형 역시 더블 볼란치를 쓰는 4-2-3-1로 바뀌었고, 난 거기에서 변함없이 오른쪽 풀백으로 뛰게 됐다.
실험이라면 두재가 민재의 센터백 파트너로 나서게 된 것인데, 벤투 감독님은 강팀을 상대했을 때 민재를 수비적으로 눌러앉힐 경우를 생각하고 계신 듯했다.
하루의 일과가 모두 끝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던 도중 난 강인이를 다시 옆으로 불렀다.
“축하한다. 선발이네.”
올 시즌 선발로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강인이는 세간에 깊은 인상을 안겼다.
리그 개막전에서는 사실상 10번 역할을 하는 투톱 중 하나로 출전해 모두를 압도하는 활약을 선보이며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직후 2라운드 경기에서 동료들에게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는데, 그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었다.
개인적으론 하루라도 빨리 발렌시아 CF를 떠나는 게 득이 될 걸로 보곤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발렌시아는 어떻게든 강인이를 통해 한밑천 단단히 잡아 보려고 노력 중이고, 감독은 스쿼드와 어울리지 않는 강인이를 울며 겨자 먹기로 출전시키고 있다.
마르셀리노의 경질 과정 이후, 발렌시아 CF의 선수들이 강인이를 존중하지 않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것 때문일까?
이번 대표팀에서 본 강인이의 성격은 처음 만났던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채찍과 당근을 섞어 가며 많은 이야기를 하곤 있지만, 과연 그중 몇 개가 마음에 와닿았을지 모르겠다.
“있잖아.”
“?”
“사람들은 대표팀을 증명하는 자리라고 그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있잖아. 그전에 나는 축구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네가 플레이하는 것을 보았을 때, 팬이 아니라 동료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
식사하는 내내 농담으로 강인이의 표정을 풀어 주려 애쓴 이후, 나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식당에 남아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보태려 하고 있었다.
발렌시아 CF에서도 또 대표팀 훈련 때도 강인이의 플레이를 보며 가장 느끼는 건, 벤투 감독님이 내게 했던 말과 완전히 똑같았다.
[“저 친구는 가르칠 수 있는 유형이 아냐.”]워크에씩(Work Ethic)이란 면에서, 강인이는 매우 훌륭한 태도를 유지하는 축구 선수다.
모든 훈련에서 최선을 다하고, 훈련 시간 외에도 발전할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절제된 삶을 살아가며 엄격한 루틴을 지키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너 혼자 축구를 할 순 없어.”
강인이는 때때로 그라운드 위에서 외로워 보였다. 자세한 이야기를 피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본인의 실력이 부족해 주변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 생각하는 게 아닌가 했다.
그러다 보니 잘하려는 생각이 앞서게 되고, 팀이 요구하는 전술이 아닌 스스로 빛나기 위한 행동들을 피치 위에서 해 왔던 것이다.
감독의 역량이나 취향 여부를 떠나, 선수가 독자적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이 보이게 되면 당연히 그 감독은 당연히 해당 선수를 제외할 수밖에 없다.
리그 개막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단 한 경기 만에 기회가 사라진 것이라든가, 번뜩이는 하루를 보낸 뒤에도 동료가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등은 강인이도 분명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형이 이번에 저 걸개를 가져 다닌 것 알지? Together. Juntos. 왜 그랬겠냐. 축구를 좀 해 보니까 알겠거든.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강인아. 넌 성공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축구를 하는 건 맞지만, 피치 위에서 네가 만들어야 할 건 적이 아닌 친구야. 네 축구와 삶을 이해하고, 너를 위해 기꺼이 열심히 뛰어 줄 친구. 질문할게. 넌 지금 그런 친구가 있니?”
“…….”
강인이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이 어린 친구의 탓으로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내년 3월까지 다시 만나기는 힘든 상황에서, 나는 강인이가 본인을 위한 올바른 판단을 해 나가길 바라고 있다. 언제든 기꺼이 전화를 받을 준비 역시도 되어 있다.
“먼저 간다. 너무 깊게 생각 말고.”
“…….”
강인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는 희찬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래는 역할은 재성이 형과 정운 형이 맡게 되었는데, 둘은 나보다 훨씬 더 자상한 방식으로 이야기들을 해 줄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더 직설적으로 굴 수 있었던 거고 말이다.
“와~”
“뭐, 인마?”
“나도 옛날에 저랬어?”
“야, 더했으면 더했지.”
“에~이. 내가 언제?”
“어쭈? 말해 줘?”
생각해보면 희찬이와도 처음부터 마냥 가깝게 지낸 사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표팀에서 가장 자주 붙어 다니는 사람 중 하나가 됐고, 수호가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영상통화를 걸어준 대표팀 동료도 희찬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집으로 큰 선물 보따리도 도착했다.
“이거 봐. 네가 선물해 준 거.”
“오-! 잘 어울리네.”
“그치? 아영이도 네가 센스 있다고 칭찬하더라고.”
“아우~ 당연하지. 내가 또 패션 죽이잖아?”
“아이 새끼, 또 칭찬해 준다고.”
“큭큭큭큭.”
예전부터 그랬다.
대표팀은 늘 언젠가 돌아올 마음의 고향이었다.
그것을 깨닫게 해 준 2012 런던 올림픽 팀. 그중에서도 어쩌면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캡틴일 성용이 형은 내게, 대표팀 생활을 고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방인이기에 필연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설움과 낯선 타지 생황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드는 외로움.
축구로 그것을 버텨 내곤 있지만, 대표팀으로 온 순간 그런 정신적인 힘듦은 모두 눈 녹듯 사라지곤 했다.
물론 팬들의 걱정처럼 멀리 이동해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은 불편한 부분이었지만, 어차피 전 세계의 모든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겪고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내게 대표팀은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니 강인이에게도, 앞으로 이곳이 그런 의미였으면 좋겠다.
“잘 알아들었을 거야, 형.”
“그랬으면 좋겠네.”
“형 진짜 열심히 해. 그건 내가 장담한다.”
“…….”
“응? 왜 그렇게 봐?”
“어우 씨. 네가 칭찬해서 소름 돋았어.”
“아~ 진짜. 칭찬해 줘도 난리야.”
“이 새끼, 일루와!”
어떻게든 뽀뽀하려는 나와 필사적으로 이를 막아 내는 희찬이의 모습은 얼마 뒤 엘리베이터의 문 앞에서 등장한 코치들에게 발각되어 버렸다.
우린 그대로 잠시 굳어 버렸고, 먼저 정신을 차린 희찬이가 나를 밀치면서 부리나케 객실이 있는 복도로 걸어가 버렸다.
그리고 홀로 남은 나.
[하하. 하하하. 칭찬을 들어서요.] [……칭찬을 받으면 그러나?] [실험해 보시겠어요?] [사양하지.]웃음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벤투 감독님과 교차해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나오며, 나는 끝까지 어색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왜 내가 손을 흔드는 거람?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
2020년 11월 17일. 2344 마리아엔처스도르프, 오스트리아. 요한 슈타인뵈크-슈트라세 5b, BSFZ 아레나(BSFZ Arena. Johann Steinbock-Straße 5b, 2344 Maria Enzersdorf, Austria).
.전반 00분
대한민국 0 : 0 카타르
&Match-Up`s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5-3-2
GK ? 구성윤 / GK ? 메샬 바샴
RB ? 김다온 / RB ? 페드로 미구엘
CB ? 원두재 / RCB ? 타렉 살만
CB ? 김민재 / CB ? 부알렘 쿠키
LB ? 정운 / LCB ? 모함메드 와드
RCM ? 정우영 / LB ? 압델카림 핫산
LCM ? 손준호 / RCM ? 압둘라지즈 하템
RAM ? 황희찬 / LCM ? 카림 부디아프
CAM ? 이강인 / AM ? 하산 알-하이도스
LAM ? 손흥민 / RST ? 아흐메드 알라엘딘
ST ? 황의조 / LST ? 알모에즈 알리
.
.
지난 2019 AFC 아시안컵 우승과 함께,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직후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1무 2패로 부진했고, 지난 10월 A매치 주간엔 가나에 1:5로 허무히 무너지며 전력이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그런 만큼 우리를 상대로 분위기 쇄신을 꾀할 것 같았는데, 그걸 박살 내자는 게 오늘 나의 유일한 목표다.
삐?익!
주심 율리안 바인베르거(Julian Weinberger)의 휘슬과 함께, 카타르의 선축으로 전반전이 시작된다.
오늘 카타르는 수비적인 형태의 전술을 들고나왔는데, 피치로 나와서 보니 전형적인 파이브백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삑!
경기 시작부터 강하게 전방 압박을 가져간 결과, 10초도 채 되지 않아서 볼을 가져왔다.
희찬이의 강한 압박에 상대 레프트백인 압델카림 핫산(Abdelkarim Hassan)이 트래핑 실수를 범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희찬이가 볼을 가져간 순간 파울이 발생했다.
곧바로 프리킥을 처리한 희찬이가 뒤쪽의 내게 패스를 보냈는데, 난 그것을 다시 골키퍼에게 이었다.
.
(정지현) – SBS 해설위원
“오늘 카타르는 상당히 수비적으로 나올 겁니다. 파이브백으로 수비를 단단히 한 후에 단번에 긴 패스를 전방으로 보내서 그다음을 노릴 거거든요? 중요한 건 만약 한국이 볼을 빼앗겼을 때 얼마만큼 빠르게 롱패스를 저지하느냐에 있을 것 같습니다.”
(배정세) – SBS 캐스터
“벤투 감독이 평소와 같은 4-3-3이 아니라 4-2-3-1을 사용한 것도 전방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정지현)
“충분히 가능한 이야깁니다. 아무래도 4-3-3을 쓰게 되면 전방압박의 숫자가 조금 모자라거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미드필드 라인 전체를 높이 끌어 올려야 합니다. 그러면 단번에 롱패스가 왔을 때 수비진영의 숫자가 부족해지거든요? 하지만 지금처럼 4-2-3-1을 쓰게 되면, 전방 압박에 네 명의 공격수를 가담할 수 있고, 또 풀백을 높은 위치로 전진하는 것으로 숫자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벤투 감독의 스타일이 큰 줄기를 정해 두고 상대에 맞춰 변화를 주는 것인데, 오늘도 그러한 방법으로 경기를 접근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강인! 강인!!”
“…….”
“올라가-! 내려오지 마!”
볼을 받으려 자꾸 아래로 내려오는 강인이를 향해, 벤치의 최태욱 코치님이 높은 위치에 있으라며 목소리를 전달했다.
발렌시아 CF에서는 미드필드에서 볼을 전방으로 잇기 위해 자주 아래로 내려서 주어야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굳이 그런 일까지 도맡을 필요가 없다.
최근 라 리가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발렌시아 CF는 창의와 전술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팀이다.
그런 클럽에서 유일하게 창의성을 더해 주는 게 강인이었고, 그래서 강인이가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공격력 차이가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더블 볼란치를 가져간 거다.
지난번 멕시코전에서 전형적인 박스-투-박스로서 빌드업에 많은 기여를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한 준호 형과 아시아권에서는 최고 수준이 우영이 형에게 강인이 뒤를 지키게 했다.
두 사람의 역할은 포켓(Pocket)에 자리 잡고 있을 강인이에게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는 것이고, 동시에 부족한 수비 가담도 채워 줘야 했다.
팡-
‘그렇지!’
첫 번째 공격 과정.
준호 형에게서 패스를 전달받은 강인이가 유려한 동작으로 마크하는 수비수를 따돌린 뒤에 틈이 없어 보이는 공간으로 축구공을 밀어 넣었다.
흥민이 형이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며 패스를 향해 뛰어들지만, 이번엔 카타르 골키퍼의 판단이 좋았다.
재빨리 앞으로 튀어나온 메샬 바샴(Meshaal Barsham)이 다이빙하며 축구공을 품에 안았고, 아슬아슬한 차이로 발이 짧았던 흥민이 형이 아쉬워하다 강인이에게 박수를 보냈다.
바로 저런 부분이다.
대표팀에 필요한 것.
장단점이 워낙 극명하게 갈리고 있긴 하지만, 강인이가 갖고 있는 저런 부분은 공격의 모든 부분에서 도움이 된다.
포켓에서 저러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미드필드든 센터백이든 강제적으로 한 명 이상이 강인이가 있는 곳에 묶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헤이-!!!”
“?!”
팡-!
측면에는 이렇게 널따란 공간이 생겨난다. 파이브백을 세운 카타르였음에도, 준호 형이 보낸 패스가 향하는 공간에 자리를 잡은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인이가 두 명의 카타르 수비수를 상대로 볼을 지켜 내 준 덕에, 뒤쪽의 준호 형이 패스를 받아 든 순간 일시적으로 한쪽 측면이 비어 버린 것이다.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단숨에 찔러 온 패스를 나는 오른발을 사용해 발 앞에 부드럽게 잡아 둔다.
툭.
“…….”
마치 처음부터 나의 발밑에 딱 붙어 있었다는 것처럼, 공은 미동도 없이 내가 원하는 위치에 머물렀다.
트래핑을 가져간 순간부터 페널티 박스 안을 바라보고 있었던 나는 크로스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인했고, 곧장 오른발을 휘둘러 빠른 타이밍에 크로스를 보냈다.
카타르의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로 향하는 축구공. 그리고 그곳에 의조 형이 등장했다.
하지만.
“아우-!”
크로스가 조금 길었는지 아니면 의조 형의 대쉬가 느렸는지, 정말 한 끗 차로 크로스가 그냥 흘러 나가 버렸다.
반대 방향에 있었던 흥민이 형이 굴러가는 축구공을 향해 잠깐 달려 보았지만,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막아 내는 것은 무리였다.
.
(배정세)
“아깝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거세게 카타르를 몰아붙이는 대한민국! 지난 아시안컵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려는 의지가 상대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정지현)
“2019년의 대표팀. 그리고 현재의 대표팀. 선수 구성도 그렇지만, 풀백의 수준 자체가 차원이 다릅니다.”
(배정세)
“네- 생각해 보면 당시 김다온과 정운 모두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정지현)
“그렇습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에서 풀백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풀백의 컨디션에 따라서 경기력 자체가 좌우된다고 말해도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김다온이 합류한 후의 경기들만을 놓고 봐도, 아시안컵이나 그 전후와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지금과 같은 크로스도 굉장히 날카롭고 또 타이밍도 수비가 예측하기 힘든 순간에 올라왔습니다.”
(배정세)
“김다온과 같은 선수는 팀을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다. 실제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어제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정지현)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그렇지만, 대표팀에서도 김다온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사흘 전 멕시코 경기만 보더라도 벤투 감독이 어째서 김다온의 출전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어제저녁 이야기를 나눈 이후, 지금까지 강인이와 더 특별한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혼자 생각할 시간도 필요할 테니 말이다.
다만, 이건 꼭 알아줬으면 한다.
“…….”
지금은 강인이가 볼을 길게 끌다가 패스를 보낼 타이밍을 놓쳤고, 볼을 빼앗은 압둘라지즈 하템(Abdoulaziz Hatem)이 하산 알-하이도스(Hasan Al-Haydos)에게 패스를 이었다.
카타르가 역습을 시작하는 순간이었고, 침투를 시작하는 알모에즈 알리(Almoez Ali)에게로 다시 볼이 연결되려고 했다.
스타트가 조금 늦었던 두재가 필사적으로 스프린트 하지만, 속도 면에서 상대가 좀 더 빠르다.
“저쪽 봐!!!”
그래서 나는 두재에게 반대로 가는 패스만 신경 쓰라 소리를 내지르며 알모에즈 알리의 왼편에서 접근하여 슬라이딩 태클로 정확히 볼을 먼저 처리했다.
알모에즈 알리가 피치에 넘어진 순간 카타르 진영 곳곳에서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축구공은 반대로 뛴 두재가 붙잡았다.
이후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흥민이 형에게로 이어지는 패스를 보았고, 주심이 다음 플레이에서 페드로 미구엘(Pedro Miguel)의 파울을 선언하자 카타르는 더욱 날뛰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강인!!”
“?”
“괜찮아!! 형 있어!! 자신감 있게 해!! VAMOS!!!”
나는 강인이에게 실수에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라고 소리쳤다.
설령 내가 실수를 범하더라도, 피치 위에서는 늘 그것을 무마해 줄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실수를 만회할 기회 역시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내가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완벽해지고 싶은 강인이의 마음인 충분히 이해하지만, 세상의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우리는 피치 위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그렇기에 동료가 필요하다.
축구는 혼자가 아닌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그리고 그 의미를 나는.
‘넌 혼자가 아니야.’
강인이가 하루라도 빨리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