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64)
1132화 Together (18)
.전반 08분
맨체스터 시티 0 : 0 토트넘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 하나의 사실이 있다.
그건 바로.
“PEAKY-!!!”
“…….”
토트넘 선수들이 잭 그릴리시를 부를 때, ‘깡마른 잭(Peaky Jack)’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는 사실이다. 아마, 유니폼을 입는 스타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릴리시가 보낸 패스가 왼쪽에서 스프린트하던 흥민이 형에게 전달되고, 미리 쫓고 있었던 나는 패스가 도달하기 몇 발 앞에서 여유롭게 끊어 내며 후벵에게 볼을 전달했다.
확실히, 토트넘의 역습은 체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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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전반 초반, 토트넘이 몇 차례 역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보면 후방에서 단숨에 잭 그릴리시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거기에서 바로 손흥민에게 패스가 전달됐거든요? 김다온의 좋은 예측 수비가 아니었다면, 토트넘이 좋은 기회를 잡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명) – SPORTV 캐스터
“예상했던 대로 경기가 흘러간다는 느낌입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점유율을 높여 가고, 토트넘이 간간히 역습을 시도하고 있는데 말이죠.”
(정지현)
“그렇습니다. 펩 과르디올라와 주제 무리뉴. 두 감독의 스타일이 그대로 경기 내용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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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토트넘의 역습 패턴은 해리 케인이 아래로 내려와 센터백을 끌어내고 그 뒤로 파고드는 두 명의 윙이 공간으로 침투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의 토트넘은 거기에 몇 가지 옵션을 추가했는데, 해리 케인과 잭 그릴리시의 포지셔닝을 이용해 피치 양쪽에 각각 두 명의 공격수를 두었다.
예를 들어 조금 전 상황에서, 해리 케인은 니모가 있는 측면으로 치우쳐 오른쪽에 무게를 실었다.
흥민이 형이 스프린트 할 수 있는 너른 공간을 만든다는 기본적인 컨셉은 그대로였지만, 케인이 높은 위치에 머무는 만큼 수비를 집중하기는 좀 더 어려웠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득점 패턴을 봐도, 전보다 흥민이 형이 더 많은 자유와 공간을 얻는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가 쓰리백을 가져온 거다.
케인/흥민/베가/그릴리시의 사각 편대에 맞서 수비의 수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여차하면 로드리까지 내려 최대 여섯 명의 선수를 빠르게 수비진영에 둘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만큼 우리가 빠른 역습을 가져가기도 어렵지만, 전방에 있는 이들에게 조금 더 의지하면 된다.
토트넘이 그들만의 확실한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듯, 우리에게도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공격 무기가 있다.
삐?익!
그리고 그 공격 무기에 위협을 느낀 은존지가 리오를 잡아채 넘어뜨려 옐로카드를 받는다.
피치를 뒹굴었던 리오는 항의하려다 옐로카드가 꺼내지는 것을 보곤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재빨리 다가간 베르나르두와 엘링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지금 건 엄청난 이득이야.’
스티븐 은존지가 전반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경고를 받았다는 건, 우리에겐 무척 긍정적인 신호다.
2018년 여름 세비야를 떠나 토트넘으로 합류한 은존지는 피에르와 함께 무리뉴의 축구에서 엔진(Engine)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거 스토크시티 FC에서 뛰던 시절엔 피지컬만 좋은 미드필드란 이야기를 들었으나, 세비야 FC에서 뛰는 동안 그것이 단순한 편견이었음을 증명했다.
PL로 복귀한 뒤에도 은존지는 토트넘의 주요한 자원으로 활약했는데, 현(現) 토트넘의 공격 시스템이 갖춰진 후엔 거의 붙박이 선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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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지금 경고는 토트넘에는 분명한 악재입니다. 전방과 2선에 배치된 선수들이 모두 공격적인 이들인데, 이들이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호이비에르와 은존집니다. 물론 벤치에 해리 윙크스나 이번에 영입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같은 선수들이 있긴 합니다만, 무리뉴 감독의 시스템에 가장 익숙하고 잘 맞는 선수는 호이비에르와 은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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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경고는 리오에게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파울이 아니고는 완벽히 막아 내는 게 거의 불가능한 선수인데, 옐로 카드를 한 장 받은 상태에선 더 힘들어진다.
현재까지의 경기 흐름 자체는 5:5의 팽팽한 느낌이었지만, 이번 경고가 우리에게 무게추를 살짝 더해 줄 것 같다.
중요한 건 그 추의 무게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느냐다. 그것이 50g일지 아니면 50kg이거나 그 이상일지를 결정하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무게를 더하기 위해, 나는 은존지의 경고가 경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흐름이 살짝 꺾인 토트넘은 우리에게서 볼을 되찾는 것에 애를 먹었고, 자연스럽게 높은 위치에 올라선 나는 빌드업에 참여하며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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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확실히 전반 10분이 지나면서는 맨체스터 시티가 조금씩 기어를 높이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좌우 윙백의 위치가 전반 초반보다 많이 올라왔지 않습니까? 이번 시즌 사용하고 있는 3-4-2-1 전술인데, 중앙에 많은 선수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측면쪽에 살짝 많은 공간이 납니다.”
(김정명)
“과거 과르디올라 감독이 김다온을 두고 공간 지배자라 표현했던 게 떠오르는데요.”
(정지현)
“공간 지배자. 실제로 없었던 공간을 만들어 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박지성을 연상케 하기도 하는 게 김다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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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존지가 리오를 상대하는 것에 애를 먹자, 토트넘은 왼쪽 풀백인 뱅자멩 멘디를 중앙으로 움직이는 식으로 대처했다.
아마 처음부터 준비해 온 전략 중 하나인 것 같았는데, 측면에 비는 공간을 흥민이 형이 커버하도록 만들어 시간을 벌고 이후 수비를 정돈한다는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흥민이 형은 수비를 잘하지도 또 수비할 의지 역시 많지도 않다.
윙어가 수비에 가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공격에서의 위력도 덩달아 줄어드는 게 보통이긴 한데, 흥민이 형은 이 현상이 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유형이다.
차라리 그릴리시를 더 아래로 내리고 흥민이형과 케인을 계속 전방에 두는 게 옳다고 보지만, 무리뉴는 이렇게 선택했고 그러면 나는 그걸 이용하면 됐다.
멘디의 포지셔닝을 한두 차례 관찰한 이후, 나는 바로 다음 포제션에서 과감한 오버랩을 선택했다.
리오가 베르나르두에게 패스를 보내는 타이밍이었는데, 흥민이 형이 그쪽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이기도 했다.
보통 수비가 괜찮은 윙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마크하는 상대를 신경 쓰겠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않았을 때의 흥민이 형은 수비에 쉽게 흥미를 잃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흥민이 형은 나를 완전히 놓쳤고, 베르나르두가 내가 뛰어드는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 왔을 땐 앞을 가로막는 수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
탁-
주제 무리뉴가 있는 곳에서 격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나는 베르나르두의 전환 패스를 간단히 앞으로 받아 놓으며 크로스를 올릴 타이밍을 쟀다.
이전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더 뛰어가는 판단을 내렸겠지만, 지금은 일단 여기에서 한 번 멈춘다.
멘디의 이탈로 왼쪽 측면이 비면서 퀴르트 주마의 위치가 자연스레 끌려왔고, 그러면서 센터백 파트너인 프란체스코 아체르비(Francesco Acherbi)과의 거리가 벌어졌다.
그러면서 생긴 공간으로 뛰어들고 있는 사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엘링이었다.
‘개코 녀석 같으니.’
솔직히 나는 남은 시간 평생을 축구에 쏟아붓더라도, 절대 레비 같은 공격수는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믿어 왔다.
박스 안에서 보여 주는 집중력과 침착함. 우아하기까지 한 볼 터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온볼(On-Ball) 능력. 헤더에도 능숙하고 마무리야 두말하면 입 아프다.
SL 벤피카 시절부터 뛰어난 공격수를 많이 경험했지만, 그중에서 단언코 레비가 최고였다.
한데, 순식간에 내 마음속 No. 2 공격수 위치까지 뛰어오른 노르웨이 출신의 녀석이 레비의 자리를 무시무시할 정도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가끔 엘링을 보고 있으면, 저 녀석은 그냥 득점하기 위해서 태어난 놈이라는 게 느껴졌다.
지금도 보면, 엘링은 가장 득점하기 쉬운 위치로 정확히 뛰어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녀석은 자신을 득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나의 역량이라며 도발을 보내왔다.
본인이 선택한 최상의 선택지로 볼을 전달할 수 있느냐는 건데, 저런 눈빛에 응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
‘찍소리도 못 하게 해 주겠어.’
팡-!
사이드백 100명 99명이 참지 못했을 너른 공간을 앞쪽에 많이 남겨두고, 나는 퍼스트 터치 이후 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크로스를 보내는 것을 택했다.
얼리(Ealry) 크로스에 요리스가 당황해 앞으로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자신의 앞쪽에서 탱크처럼 뛰어드는 엘링을 확인하곤 생각을 바꾸는 것처럼 보였다.
다소 강하고 빠르지 않았나 싶었던 패스.
하지만, 엘링은 어떻게든 다리를 뻗는다.
툭.
탁-!
“!!”
“?!”
나의 크로스에 엘링이 쭉 뻗은 왼발을 가져가는 데 성공했지만, 방향만을 굴절시킨 슈팅은 놀라운 반사신경을 보여 준 요리스에 의해 가로막힌다.
눈으로 보고 있는 나도, 어떻게 엘링의 슈팅을 막을 수 있었는지가 의심되는 선방이었다.
요리스의 오른손에 맞은 축구공이 앞으로 흐르고, 엘링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컨볼을 획득하려고 했으나 아체르비가 먼저 멀리 클리어링을 해냈다.
그리고.
“쏘니-!!!!!”
흥민이 형을 향해 거센 불만을 토해 내는 요리스.
이건,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본 장면이다.
우리도 찍었던 ‘All or Nothing’ 시리즈.
지난 시즌 ‘Amazon’은 토트넘을 주인공으로 두 번째 EPL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나는 그 완성본을 틈틈이 집에서 시청했었다.
“수비해!!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나보고 어쩌라고?!!”
화를 내는 요리스도, 똑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반박하는 흥민이 형의 심정도 전부 이해는 된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롭게 이를 지켜봤겠지만, 지금 나의 솔직한 감정은 미안한 마음이 조금 더 컸다.
반대편에서 주어진 스로인.
나는 한껏 짜증 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트린 흥민이 형을 향해 손을 슬쩍 내밀었다.
그러고는 다 알면서도, 형의 편을 들었다.
[쟤 오늘 뭐 잘못 먹었대?] [몰라-! 매번 나한테만 그래-] [나쁜 새끼. 내가 혼내 줄까?] [아니, 그건 필요 없는데?] [아~ 안 통하네.] [쿡쿡쿡. 야, 너 같으면 속겠냐?] [절대 안 속지~]다행히도, 흥민이 형은 금세 화가 풀린 것 같다.
***
.전반 21분
맨체스터 시티 0 : 0 토트넘
“워-오!!”
“우-!”
토트넘의 입장에서 가슴이 철렁했을 장면이 벌써 몇 차례나 지나고 있다.
지금은 리오넬 메시가 토트넘의 골대를 향해 위협적인 감아 차기를 시도했고, 토트넘 벤치에서 본 그 슈팅은 영락없는 실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슈팅은 아슬아슬한 차로 벗어났는데, 안도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턱을 괴고 앉은 무리뉴는 근심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전 9분 스티븐 은존지에 이어, 전반 14분 김다온을 막아 세우던 뱅자멩 멘디 역시 경고를 받았다.
이후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는 활기가 더해졌고, 지금은 그가 완전히 경기를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주제 무리뉴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다온을 좀 봐.”
“?”
“메시의 주변에 늘 절묘하게 자리잡고 있어. 마치, 위성처럼 말이야. 아까 그 크로스가 컸어. 우리 선수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줬다고. 자신을 떨어트리면 대가를 치를 거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말한 셈이지.”
17년 동안 자신의 곁을 지켰던 후이 파리아(Rui Faria)가 감독이 되길 꿈꾸면서, 오랜 친구를 존중하기로 한 무리뉴에겐 팀 공격을 조립해 줄 남자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무리뉴의 곁에 앉은 이 남자다.
주앙 사크라멘투(Joao Sacramento).
현(現) 토트넘 홋스퍼의 수석코치는 SC 브라가의 유스에서 생활했으나, 일찌감치 선수로서의 삶을 정리했다.
무리뉴와 마찬가지로 사크라멘투 역시 본인이 선수로서의 재능이 없단 것을 알았고, 만 18세가 되던 해에 바로 사우스 웨일즈대학에 입학해 지도자로서의 출발을 했다.
스무 살이던 해에는 카디프 시티 FC의 스카우트와 U-15 팀 코치를 동시에 맡았고, 석사과정을 마친 후엔 프랑스로 날아가 AS 모나코와 LOSC 릴을 거쳤다.
사크라멘투와 함께하던 당시, AS 모나코와 LOSC 릴은 매력적인 공격을 펼치는 팀으로 거듭났었다.
“후우~ 다온이 끊임없이 우리 선수들의 위치를 강제하고 있어, 지금 쏘니를 봐. 완전히 윙백처럼 뛰고 있잖아.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야. 타개책이 필요하네, 주앙. 이대로라면, 시티에게 승리를 그냥 헌납하고 말 거야.”
실점하지 않으면 패배하지 않지만, 득점하지 못한다면 승리 역시 챙길 수 없다.
그래서 주제 무리뉴는 공격이 답답해지는 순간이면 언제나 사크라멘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 본인의 생각을 더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 침묵이 길다.
굳게 입을 다물고 피치를 주시하는 주앙 사크라멘투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 무리뉴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삑-!
전방에서 압박을 시도하던 해리 케인의 파울로 맨체스터 시티에 프리킥이 주어지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 무리뉴의 시선은 어느새 김다온을 쫓았다.
‘벌써 몇 번이나…….’
주제 무리뉴는 과거, 김다온을 영입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무리뉴는 자신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는데, 최근까지도 그러한 후회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만약 김다온을 그때 첼시로 데려왔다라면.
과연 자신의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분명한 건 트로피가 몇 개는 더 있었겠지.’
주제 무리뉴는 현재, 감독이 된 이후 어느 때보다도 축구에만 온전히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었다.
첼시 FC에서의 성공이 있기 전까지 무리뉴는 자신이 뛰어난 감독임을 증명해야 하는 강박과 맞서야 했고, 인테르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각각 보드진/선수들과 마찰이 컸다.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화해의 악수를 청한 첼시와 다시 손을 잡아도 보았지만,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깨달으며 나쁜 모습으로 클럽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그다음 여정지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2년은 무리뉴에겐 가장 힘들고 회의가 컸던 시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축구 클럽이 아니다.
거긴 그냥 망나니들의 집합소다.
선수들은 승리나 트로피보다는 맨유가 가져다주는 부와 명성에 심취해 있었고, 배부른 돼지가 되어 버린 그들은 진흙탕에서 뒹굴며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토트넘에 부임한 뒤, 무리뉴는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열정을 되찾게 되었다.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구단주. 그리고 단순한 공수표로 끝나지 않은 약속. 현재 토트넘의 스쿼드가 이 사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풀백만큼은 어떻게 되지 않았다.
다닐루, 뱅자멩 멘디, 맷 도허티, 벤 데이비스. 분명 이들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사이드백이었지만, 무리뉴에겐 놓친 토끼의 크기가 너무나도 컸다.
‘하필이면…….’
그리고 하필이면, 놓쳐 버린 토끼가 자신이 가장 좋아했고 또 가장 싫어하는 남자에게로 향해 버렸다.
FC 바르셀로나에 이어 김다온까지.
무리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스쿼드가 충분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무리뉴는 과르디올라를 향한 어떠한 적개심도 드러내지 않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시비를 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고 믿었다.
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를 박살 낼 만큼 강하고, 자신 역시 이전보다 더욱 나은 축구를 구사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은 꽤 확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무리뉴는 자신의 팀이 여전히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큰 차이는 김다온과 리오넬 메시가 나란히 버티고 선 측면에서 느껴졌고, 거기에서 발생하고 있는 영향력이 조금씩 피치 전체로 번지고 있다.
단 한 번도 과르디올라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아 오지 못했었던 주제 무리뉴.
그의 근심이 점점 더 깊어지는 동안, 맨체스터 시티가 또 한 번 득점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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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
“아쉽습니다-! 케빈 더브라위너의 날카로운 슈팅! 골대 위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또 한 번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
무리뉴가 과르디올라를 저격해 온 이유.
그건 바로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것들과 함께했거나 혹은 함께하고 있는 옛 친구를 향한 타오르는 질투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