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73)
1141화 Predator (7)
【1시간 뒤】
@ 더 퍼스트 팀 센터, 게임 룸.
이곳 퍼스트 팀 센터에는 수많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게임 룸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이다.
아내나 여자 친구가 해외에 거주 중인 친구들은 남들이 전부 퇴근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와서 백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보통은 FIFA나 플레이스테이션의 소프트웨어를 즐겨 하지만, 몇몇은 FPS나 MOBA 장르의 게임을 즐긴다.
엘링 역시 MOBA 장르를 즐겨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그 오브 레전드’에 푹 빠져 있다.
라인은 탑.
주 챔피언은 신지드와 문도 박사다.
“탑으로 갈게.”
“역갱 조심해요.”
“접수했어.”
하루 일정을 모두 끝마친 이후, 나는 엘링에게 게임 룸에서 조금 있다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의아해하던 녀석은 내게 자신은 FIFA나 콘솔에는 별 흥미가 없다 대답했고, 나는 그런 게 아닌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녀석이 내게 할 줄 아는 거냐며 물었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떠한 국적을 지녔다고 생각하느냐며 답을 했다.
성급한 일반화를 해 버린 것이긴 했지만, 내가 게임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데 그보다 나은 대답은 없었다고 본다.
【First- Blood!】
“나이-스!”
“호응 좋았다.”
사실 내가 롤을 즐겨 했던 시기는 덴마크와 포르투갈에 있을 때까지였다.
뮌헨으로 이적한 후엔 한 달에 몇 번 정도로 횟수가 줄었고, 이듬해 FC 바르셀로나에 패해 UCL에서 탈락한 후론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아예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한국 리그와 MSI나 월즈 같은 것들은 늘 챙겨 보고 있어서, 메타나 게임의 감각만큼은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YEAH-! 이겼다-!”
“넥서스 쳐, 넥서스.”
“오-! 그렇지, 참.”
약 30여 분 동안 이어진 게임 끝에 승리를 거두고, 다음 큐에서도 상대 팀에서 탈주자가 발생하면서 어렵지 않게 연속 승리를 가져왔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이 흐르고, 나는.
“저기, 엘링.”
“네?”
“혹시 내기한 거 기억해?”
“…….”
굳이 이곳에서 예전에 접었던 게임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Be Humble. 맞죠?”
“그래- 하지만 그 전에.”
“?”
“왜 내가 네가 맨유와의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케빈에게는 그냥 감이라고 답하긴 했지만, 내심 속으로 생각하는 근거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질문에, 엘링이 머리를 긁적인다.
“글쎄요. 전 당신이 예언가나 뭐 그런 거라도 되는 줄 알았죠.”
“하하. 그럴 리가.”
“아니면 제가 믿음직스럽지 못했거나요.”
“그것 역시 아니야.”
“그래요?”
“응.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엘링. 나는 네가 곧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거라고 믿어.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
과거 바이에른 뮌헨에 있었을 때, 레비가 ‘ARD’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이런 인터뷰를 한 기사를 읽었었다.
[“예전에는 오직 득점하는 것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경기력이 일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했고, 내가 동료들을 도와야 더 쉽게 득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료들이 수비에 위협을 주면, 그들 덕분에 나에 대한 견제가 줄어든다. 스트라이커가 되기 이전에, 팀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무슨 뜻인지 알겠어?”
“전 팀 플레이어가 아닌가요?”
“답하기 조금 어려운 질문이지만, 내 생각에는 그래.”
“어째서죠? 저는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어요. 훈련에도 늦은 적이 없고, 매번 피치에서 최선을 다한다고요. 그런데도 당신은 제가 팀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요?”
본인 스스로 어필한 것처럼, 엘링은 성실하고 열심히 뛰는 친구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한 팀 플레이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묘한 개념이다.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평온한 집단에 목소리가 큰 녀석이 합류하게 되면, 처음엔 그로 인해 활기를 띠지만 누군가는 예전의 조용한 분위기를 그리워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제가 목소리가 큰 게 문제라고요?”
“어쩌면.”
“그럼 제가 조용히 해야 하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대체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엘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는 야구의 예시를 들어야 했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을 앞두고 있으면,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
자칫 실수라도 해 투수의 집중력을 깨트리기라도 하면, 대기록이 무산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려는 건 바로 그런 거야.”
팀 플레이어라는 것.
그건 팀을 이해하는 것이다.
“너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려는 버릇이 있어. 그건 아마도 네가 지금까지 어떠한 리그에서고 어떠한 팀을 만나건 득점을 해 왔기 때문이겠지. 그건 네 능력이 맞아, 엘링. 그리고 난 그것을 인정하고 있어. 하지만, 너와 함께 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라힘, 리야드. 그 둘은 지금 몸부림치고 있어. 왜냐하면 늘 너와 비교되고 있으니까.”
“…….”
“Come on. 넌 그들의 앞에서 득점이 쉽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일을 멈춰야 해. 그리고 말하는데, 레비나 쿤은 절대로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말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일일뿐더러, 득점이 없어 고민하는 동료가 상처받을 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오늘만 해도 라힘과 리야드는 따로 피치에 남아, 계속해서 슈팅 연습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한 부분들은 스태프들이 펩과 내게 메시지로 보고해 주는데, 아까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밝아진 화면에서 두 사람이 남아 있다는 글자들이 보였었다.
팀이 잘나가고 있고 엘링이 그러는 데 큰 도움을 주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두 사람이 지난번 식당에서 불쾌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득점에 관해서는 자신만 믿으라고 말하던 엘링의 목소리는 분명 두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나도 알아. 네게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이겠지. 나조차도 볼 수 없는 것들이 말이야. 그것들이 네가 득점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있잖아? 그래서 너는 더 겸손해야 해. 굳이 네가 하는 일이 어렵다고 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멈춰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 라힘이나 리야드와 뛸 때 그들로부터 패스를 받는 횟수가 최근 들어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그때마다 우리는 늘 상대에게 크게 앞서 있었고, 라힘과 리야드는 패스보단 본인이 직접 마무리하려고 시도했다.
많은 연봉을 받는 축구 선수로서 언제나 프로다운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 전에 우리 역시 인간이다.
왠지 싫은 녀석에겐 패스를 주기 싫다.
둘에겐 엘링이 그런 케이스다.
이번 시즌 커리어 최악의 모습으로 리그와 UCL에서 공격포인트가 전혀 없는 리야드는 계속된 방출 루머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만약 리야드와 엘링으로 이어지는 패스가 몇 번 생겨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쟁하고 거기에서 살아남는 게 프로의 섭리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상은 팀으로서 생각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봐. 넌 득점하길 원하지?”
“……네.”
“그것에 중독되었고. 안 그래?”
“네, 맞아요.”
“그래. 나는 네가 그것을 계속해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탐욕적일 정도로 많은 골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거 알아? 네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 너는 동료가 네게 패스하도록 만들어야 해. 단순히 좋은 위치를 찾아 뛰어다니는 게 아니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Be Humble?”
“바로 맞췄어.”
동료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기 시작하게 되면, 축구란 스포츠는 조금 더 편해진다.
나를 위해 기꺼이 손을 뻗어 주거나, 나의 실수를 메우는 데 나보다 더 열심인 이들이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최소 20명 이상 만들어야 한다.
마음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부지런함조차도 고깝게 볼 수 있는 게 인간이다.
“그게, 당신이 생각하는 제가 맨유전에서 침묵한 이유인가요? 동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서?”
“어느 정도는. 물론 진짜 이유는 있어.”
“그게 뭐죠?”
“…….”
“???”
내 침묵에 엘링이 호기심을 잔뜩 피워올리고, 난 조금 더 녀석을 애태우다가 이내 짓궂은 미소를 얼굴 한가득 피워 올리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너 그냥 그날 X나게 못한 거야.”
“뭐?!?! 그건 아니거든요??”
“쿡쿡쿡. 아무튼, 막겜 할까?”
“얼마든지요. 빌어먹을 상대 탑을 완전히 찢어 놓을 거라고요.”
“Easy Tiger, Easy.”
“이번에도 탑 먼저 파 줄 거죠?”
“Hell Yes. 우린 팀이잖아.”
“That`s my Brother.”
“Big Brother?”
“흠- 그건 좀 봐서요.”
“이런. 한 방 먹었네.”
“쿡쿡쿡. 오-! 큐가 잡혔어요.”
“그래. 막겜은 이겨야지. 전승하고 돌아가자.”
“좋아요.”
자연스럽게 서로를 향해 뻗는 주먹.
그것이 지금 막 두 PC의 중간에서 맞닿았다.
***
2020년 12월 18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퍼스트 팀 실내 피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금요일 오후, 우리는 내일 있을 사우샘프턴 원정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 모처럼의 원정 경기인데, 리그에서만 5연속으로 홈 경기를 치러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덕분에 조금 편안했긴 하지만, 후반기에 힘들다는 뜻이라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나흘 뒤 아스널과 EFL Cup 대회도 치러야 하는 만큼, 펩은 적절하게 로테이션을 돌릴 예정이다.
그렇기에, 약간은 날카롭다.
왜냐하면.
“그만-! 너희 둘! 더 내려와! 그리고 너희! 너희는 반대로 올라가야지! 대체 언제까지 이런 부분을 지적해야 하나! 제대로 할 때까지 훈련은 끝나지 않는다! Let`s Go!!”
우리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사우샘프턴은 현재, 7승 3무 3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자리 잡고 있다.
시즌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들이 이런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많은 전문가가 사우샘프턴의 순위를 12~16위 정도로 예측했는데, 지금까지는 그 예상을 멋지게 깨트리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원동력은 3년째 사우샘프턴의 지휘봉을 잡은 랄프 하젠휘틀의 명민(明敏)한 전술에서 찾을 수 있다. 올 시즌 사우샘프턴은 4-2-2-2를 온전히 습득한 걸로 보인다.
“기억해라! 저들은 인내할 거야!”
“…….”
“우리를 상대한 그 어떠한 팀보다도 볼을 후방에서 오랫동안 보유할 거다! 사우샘프턴이 볼을 쥔 시간의 1/3은 그들의 수비진영에서 돈다! 저들은 상대가 압박해 오기를 원해! 그렇기에 더 포지셔닝에 신경 써야 한다!”
훈련 중간중간 끊임없이 피드백하는 펩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내일 경기에서 어떠한 컨셉으로 뛰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미지를 정립해 나갔다.
펩이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사우샘프턴은 이번 시즌 55%가 넘어가는 점유율 기록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과 그 직전 시즌 각각 43% 그리고 46%의 점유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일취월장한 수치다.
조금씩 신체적 능력이 떨어져 가던 라이언 버트란드를 과감히 왼쪽 스토퍼로 돌리는 변형 쓰리백을 갖추면서, 후방에서 볼을 돌릴 더 많은 옵션을 보유하게 된 게 원인인 것 같았다.
무사 제네포(Moussa Djenepo)의 성장 역시도 말이다.
2019년 여름 벨기에 스탕다르 리에주를 떠나 사우샘프턴에 합류한 제네포는 올 시즌 하젠휘틀 전술의 핵심이었는데, 양쪽 윙/윙백/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터라 변형 쓰리백 상황에서 비게 되는 측면 한쪽을 담당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말했으면 대강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내일은 내가 선발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다.
삑-!
“그만! 모두 씻고 미팅 룸에서 보겠다!”
대략 30분 동안 알차게 진행된 훈련이 끝나고, 가볍게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진정시킨다.
“이봐.”
“?”
“너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무슨 뜻이에요?”
“아니, 저 녀석 말이야.”
“??”
지뉴가 말한 저 녀석이란, 바로 엘링을 뜻하는 것이었다.
“엘링이 왜요?”
“갑자기 라힘과 리야드랑 어울려 다니기 시작했다니까?”
“……그게 문제가 되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됐죠, 뭐.”
“이, 이봐. 잠깐!”
날 붙잡으려는 지뉴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하며, 나는 베르나르두를 찾아 움직였다. 그러는 길에 고개를 쓱 돌려 바라본 엘링은 리야드와 함께 즐거운 모습이었다.
사실 라힘과 리야드가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린 동료고 기본적으로 서로를 좋아한다.
얼핏 소원해 보였던 관계도 하루아침에 절친처럼 보이게끔 탈바꿈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감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저 변화는 솔직히 흥미롭다.
워낙 솔직하고 순수한 놈이라 가능한지도.
“그럴 수도 있지.”
베르나르두 역시 엘링의 변화를 눈치챈 것 같다. 식당에 들어서면 늘 저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어제부터는 조용했던 것 같다면서 말이다.
개구쟁이 같은 짓궂은 면모는 그대로긴 했지만, 이전처럼 속 편안하게 속을 긁는 말은 하지 않았다.
“좀 더 지켜봐야지. 겨우 이틀이야.”
“보모 납셨어.”
“Vamos, Amigo. 너도 도와야 한다고.”
“내가? 내가 왜?”
“그건 네가 이 팀의 부주장 중 한 명이기 때문이지, 이 빌어먹을 녀석아.”
“쿡쿡쿡쿡. 으악-! 살려줘!”
꼭 이렇게 매를 벌어야 속이 시원한 베르나르두를 응징한 후, 나는 엄살을 피우는 녀석을 데리고 클럽하우스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러기 무섭게.
“다온!”
“아, 이런. 또 호출이네.”
“인기인은 어쩔 수 없네, 정말.”
“Fuck You.”
끝까지 날 놀리는 베르나르두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워 주며, 나는 펩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섰다.
함께 계단을 오르며 펩은 내게 최근 라힘과 리야드의 개인 훈련을 알고 있는지를 물었고, 그렇다고 답을 하자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는지를 질문했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런가?”
“네. 지금 잠시 장애물을 만난 것뿐인데, 곧 넘어설 수 있는 친구들이니까요. 무엇보다…….”
“? 무엇보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가? 아무튼, 잘 알겠네. 그리고 또 말인데.”
“네.”
“엘링의 태도가 변했더군.”
“…….”
“혹시 거기에 대해 아는 건 없나?”
엘링에 관해 묻는 펩의 말에 잠시 침묵한 후, 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 오히려 질문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뭐랄까, 주변을 더 보기 시작했어.”
“저는 잘 모르겠던걸요.”
“뭐, 내 착각일 수도 있지.”
오늘은 실전을 가상해 둔 훈련이었고,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실전 때와 같은 몸놀림을 요구했다. 그렇기에 피치 위에서 모두가 한 행동은 진심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 펩은 평소라면 나쁜 포지션으로 갔을 상황에서 몇 번이나 멈춰서는 엘링을 보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미드필드에서 전방으로 볼을 줄 곳이 생겼고, 이후 연계를 통해 본인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옵션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뜬금없는 말이지만요, 펩.”
“말해 보게.”
“엘링이야말로, 포식자예요.”
엘링이 그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뛰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는 모습을 보면, 나조차도 그걸 막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백이면 백 수비를 할 자신은 있지만, 그래도 꽤 어려워했을 거란 뜻이다.
엘링은 모든 각도에서 모든 방법으로 어떻게든 골을 뽑아낼 줄 안다. 좀 더 어리고 폭발적인 속력을 지닌 즐라탄의 느낌인데, 아크로바틱한 득점을 볼 때면 그저 감탄만 나왔다.
엘링은 득점하기 위해 태어난 녀석이다.
전에도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걔는 언젠가 모든 골을 독식할 거예요.”
“……복잡한 의미같군.”
“네. 아무튼, 녀석은 포식자에요. 골을 원하고 있고, 실제로 골을 성공할 재주도 갖췄죠. 하지만 녀석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녀석을 길들이기로 했어요.”
“길들였다고?”
“네. 겸손을 가르쳤죠.”
“흐음-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군, 그래. 알겠네. 돌아가 봐도 좋아. 혹시 내가 또 알아야 하는 건 있나?”
“아뇨. 전혀요.”
“그래. 수고했네. 조금 이따가 보도록 하지.”
“네.”
펩이 더 질문을 하지 않고 나를 돌려보낸 건, 나라는 사람과 나의 방식을 신뢰해 주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그것에 꽤 기분 좋았고, 샤워실로 들어설 때는 콧노래를 부를 정도가 되었다. 펩에게서 인정받는 일은 아무리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엘링이 골에 관한 포식자라면, 나는 펩의 인정에 집착하는 포식자라고 할 수 있겠다.
“Ay, Beast.”
“??”
“네 새로운 별명 말인데.”
“????”
샴푸하고 있던 엘링이 눈을 잔뜩 찌푸린채 나를 본다.
그리고 난 비누로 여유 있게 몸을 씻으며, 엘링에게 지어 주고픈 새로운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Predator. 어때?”
“……그저 그런데요?”
“하하. 점점 좋아하게 될 거야.”
“뭐.”
조금은 심드렁한 반응.
하지만.
‘천천히 가도 괜찮아.’
나는 조금의 조바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