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79)
1147화 Boxing Day (3)
2020년 12월 30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코로나19가 클럽을 휩쓴 후 사흘, 확진자가 추가되지 않자 우리의 삶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카일에 관한 부분은 결정된 게 없다. 어제 따로 동료들을 소집해 의견을 물었지만, 다들 난감해하며 선뜻 이야기를 꺼내 들지 못했다.
다만 카일이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본인 스스로 판단해 보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제, 카일에게 꽤 긴 메시지를 보냈다.
“뭐래?”
“생각해 보겠대.”
“그게 다야?”
“달리 뭐가 또 있겠어.”
“하긴. 그건 또 그러네.”
카일의 이번 문제가 무척 어려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선수단에 공개적으로 사과한다고 해도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없는 동료와 시즌을 치른다는 건 팀 전체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그가 축구 선수로서 좋은 동료가 아니었더라면, 결정은 훨씬 쉬웠을 것이다.
“있잖아.”
“응?”
“나는 보드진이 단순히 우리에게 책임을 미루려고 이런 과제를 준 건 아니라고 생각해. 이건 메시지야.”
“메시지?”
“응.”
지난 사흘 동안, 난 정말 끊임없이 생각해 봤다. 카일의 처분은 물론이고, 어째서 보드진이 우리 선수단에 그를 받아 줄 수 있는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지도 말이다.
난 그게 어떤 메시지라 믿고 있었다.
“어떤?”
“팀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제아무리 카일 워커 정도 되는 선수라도, 말썽을 일으킨다면 언제든 팀은 그를 쫓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
“…….”
“엘링에게 말했지만, 우린 좀 더 겸손해야 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이 세계엔 본인의 부와 명성을 일종의 특권처럼 여기는 이들이 존재한다.
지난여름 그리스로 여행을 떠난 해리 매과이어가 경찰에 대한 폭행과 폭언, 체포 저항,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지역 21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건 유명한 일이다.
특히 그 자리에서 매과이어는 [“내가 누군지 아는가. 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이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얼마를 원하는가?”]라고 발언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것이 비단 매과이어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는 매년 오프 시즌이 되면 크고 작은 뉴스와 가십들이 벌써 수십 년째 미디어를 채워 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린 본인의 능력으로 엄청난 돈을 받는 일종의 전문직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번 카일의 일은 시즌 도중에 일어난 일이며, 코로나19란 특수성으로 파급력이 더 컸다.
“카일은 우릴 존중하지 않았어. 그건 그가 겸손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야.”
“어려운 말이네.”
“그렇지. 그리고 어려운 문제기도 해.”
베르나르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우리 선수단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건 보드진의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사실 카일이 재수가 없어서 그런 것뿐이지, 그 외에도 몇몇 이들도 파티를 열고 있다는 건 선수단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가뜩이나 제약이 많은 삶을 사는 상황에서, 팬데믹으로 더 빡빡해지니 일탈을 저지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알면서도 눈을 감아 주었지만, 이번 카일의 일로 보드진은 팀 전체에게 그러한 행동을 멈추라고 외친 것과 다름없다.
당연히 일이 터졌으니 다들 행동을 조심하겠지만, 팀이 원하는 건 그보다 더 엄격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조만간 소식이 있을 수 있어.”
“……응.”
이적이 되었든 아니면 임대가 되었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번 겨울 카일이 팀을 떠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점은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직후가 될 것이다.
“문을 닫게.”
“네.”
선수단의 의견과 이를 종합한 내 개인적인 생각을 펩에게 전달했을 때, 다소 피곤한 얼굴의 그가 문을 닫도록 권하며 소파로 걸어왔다.
나 역시 감독실의 문을 닫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네의 생각이 옳아. 카일은 팀을 떠날 걸세.”
“…….”
“두 번. 그리고 오프시즌도 아니고 시즌 중에 스태프들을 끌어들여서 그러한 일을 벌인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네. 치키와 오마르가 몇몇 클럽과 협상 중일세. 카일은 이제 에티하드를 밟을 수 없을 거야.”
에티하드를 밟을 수 없다는 말.
난 그것이 무척 차갑게 느껴졌다.
“우린 지금 위대함에 도전하려고 하고 있지. 그건 누구도 도달해 본 영역이 없는 곳이야. 그러려면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줘야 해. 코치나 선수뿐만 아니라, 백룸과 보드진 모두. 카일은 거기에 위해를 가했어. 우리가 쌓아 올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단번에 무너뜨리려고 했지. 그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건 실수가 아니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하나?”
“그럼요. 물론이죠.”
한 번의 잘못은 실수라 생각하고 눈감아 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건 실수가 아닌 습관이고 그 사람을 정의하는 행동이 된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실력은 기본이고, 피치 안팎에서 팀을 성장시키고 또 단단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성 역시도 갖춰야 한다.
이것은 앞으로도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이 추구하여 나갈 가치일 것이며, 규율을 따르고 준수하는 엄격함을 스스로 보유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펩과 이야기를 마친 후 다시 밖으로 나섰을 때, 나는 절친했던 동료와의 이별이 슬프기보다는 클럽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알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 컸다.
“뭐래?”
“대충 이야기는 끝났어. 이젠 위에서 처리할 거야.”
“그래?”
“응.”
박싱 데이의 시작부터 우리를 휩쓸고 간 작은 폭풍. 난 앞으로 이것이 그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팀을 보호할 생각이다.
바로 그게 시티의 주장이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우리의 다음 경기는 내년 3일(EPL과 6일(EFL Cup). 상대는 만만치만은 않은 첼시 FC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
2021년 1월 2일. 코범 KT11 3PT, 잉글랜드. 64 스토크 로드. 스토크 디`아버논. 첼시 FC 코범 트레이닝 그라운드.
연말과 새해 첫날 주어진 이틀 동안의 휴가가 끝나고, 첼시 FC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는 리그 3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뒀을 때부터 시작된 프랑크 램파드를 향한 의심의 시선 역시 다시 쏟아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불안함에 가까웠던 프랭크 램파드를 향한 시각은 리그 12/13라운드 연패 때 불신의 불씨가 지펴져, 최근 두 경기의 결과(패배와 무승부)로 활활 타오르는 상태였다.
특히 지난 16라운드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애스턴 빌라와 1:1로 비기자, 첼시의 팬들은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면 프랭크 램파드의 경질을 요구했다.
하지만 클럽의 전설을 그렇게 쉽게 해고할 수 없었던 첼시의 보드진은 일단, 감독을 믿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나는 더 그를 믿을 수 없어.”
“그렇지만 로만…….”
“듣기 싫네. 어째서 내가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거지? 매년 수많은 내 돈이 이 클럽에 쓰이고 있어.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 건, 매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함이야. 지켜봐 달라고? 어째서?”
“…….”
첼시 FC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클럽의 감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사실 이전의 성명문도 로만이 아닌 마리나 그라노브스카이아의 지시 아래 작성된 것이었는데, 그녀는 프랭크 램파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쪽이었다.
최근 10경기에서 심각하게 부진한 건 맞지만, 초보 감독이기에 시간을 더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딸깍-
“후우-”
가까스로 로만을 진정시키는 일에 성공한 이후, 마리나는 램파드를 만나기 위해 감독실로 걸음을 옮긴다.
흐름이 매우 나쁜 상황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만나는 가혹한 일정이 눈앞에 있었기에, 프랭크 램파드를 응원할 겸 방문을 택한 것이다.
똑똑똑-
“?”
“들어가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커피라도 드릴까요?”
“차가 좋겠네요. 홍차로요.”
“바로 준비하죠.”
2020년 여름, 첼시 FC는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하여 재도약을 꿈꿨다.
많은 클럽이 군침을 흘리던 하킴 지예흐와 티모 베르너를 예상보다 저렴한 4,000만 유로와 5,300만 유로에 영입했고, 1억 유로 이상이 필요할 거로 여겨지던 카이 하베르츠의 영입도 8천만 유로라는 저렴한(?) 금액에 성사시켰다.
여기에 레스터가 절대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벤 칠웰마저도 5,020만 유로에 영입하는 기염을 토해 낸 마리나는 누구보디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큰 사람이었다.
탁-
“로만이 절 해임하겠다고 하던가요?”
“아뇨. 오히려 당신을 보호하려고 했죠.”
“……거짓말이 서투시군요.”
“후후. 그렇게 티가 났나요?”
“그보단, 로만을 안다고 말해야겠죠.”
“…….”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애정이 조금 지나쳐, 자주 선을 넘는다는 게 문제다.
하프타임 때 직접 드레싱 룸으로 와 전술 지시를 하는가 하면, 패배한 경기 직후에 감독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게 그런 것들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로만도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고 조금 자중하는 모양새였지만, 인내심 부족까지는 고쳐지지 않았다.
“선수로 뛸 때, 로만과 무척 친했거든요.”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이젠 옛말이 됐죠.”
첼시 FC의 구단주를 평가하는 부분에 있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점이 바로 [“필요 이상으로 선수들과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클럽의 전설인 프랭크 램파드와의 사이는 유독 각별했는데, 두 사람은 과거 거의 매일 통화를 주고받을 정도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프랭크 램파드가 첼시를 떠나고 또 현역을 관둔 뒤에도 이런 관계는 유지됐는데, 근래엔 도통 연락이 없었다.
정확히는 첼시가 울버햄튼에 1:2로 패배한 경기 다음부터였는데, 램파드는 이를 자신을 경질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현재 팀 운영의 전권은 마리나를 포함한 보드진이 쥐고 있다곤 하나, 구단주가 감독을 갈아 치우길 원한다면 이들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요즘 들어서 느낍니다.”
“뭘 말이죠?”
“축구가 참 어렵다는 걸 말이죠. 그리고 선수로 뛸 때가 편했다는 생각 역시도 하고 있습니다. 그땐 감독의 지시를 듣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운 좋게도 훌륭한 감독들과 함께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 그들로부터 배운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성적을 보면, 그렇다고밖에 할 수 없겠네요.”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 램파드를 보며, 마리나가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램파드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건 그 개인에게도 또 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 그녀다.
구단주와 감독을 동시에 달래는 힘든 하루를 끝마친 뒤, 본인의 사무실로 돌아온 마리나는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하필이면 이때…….’
정말 하필이면, 첼시 FC가 가장 힘겨운 순간일 때 맞닥뜨린 상대가 맨체스터 시티였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마리나는 맨체스터 시티를 우승 후보로는 인정했지만, 그들이 이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줄 거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다음 경기에서 몇몇 선수가 코로나19로 결장하는 건 반가운 사실이었지만, 그들의 부재가 시티의 전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역시 분명해 보였다.
그것이 더 시티를 무섭게 보이도록 만든다고 생각하는 마리나다. 그녀는 부디 내일, 최악의 결과는 피해 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0:3까지는 괜찮아.’
홈에서의 세 골 차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로 받아들이고 있는 마리나의 모습.
이는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 FC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비춰 주는 장면이다.
***
2021년 1월 3일. 런던 SW6 1HS, 잉글랜드. 풀럼 로드. 스탬퍼드 브리지.
.경기 시작 10분 전
첼시 0 : 0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1-4-1
GK ? 에데르송 / GK ? 에두아르드 멘디
RB ? 김다온 / RB ?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CB ? 김민재 / CB ? 안토니오 뤼디거
CB ? 후벵 디아스 / CB ? 치아구 시우바
LB ? 주앙 칸셀루 / LB ? 벤 칠웰
DM ? 로드리 / DM ? 은골로 캉테
RCM ? 일카이 귄도안 / RAM ? 하킴 지예흐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RCM ? 마테오 코비치치
RW ? 리오넬 메시 / LCM ? 메이슨 마운트
LW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크리스천 풀리식
ST ? 엘링 홀란 / ST ? 티모 베르너
.
.
다사다난했던 지난 수일. 코로나 프로토콜로 다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칼둔이 던지고 간 과제 때문에 집중하기 조금 어려웠을 거로 생각한다.
또 연말과 새해 휴가까지 끼어 있어, 팀을 정돈할 시간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는 어제 훈련 때도 잘 드러났는데, 근래 중 가장 많이 훈련이 멈췄고 펩이 목소리를 높이는 빈도도 근래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았다.
“좋아. 다 여기에 모이자.”
“…….”
“…….”
준비를 모두 끝내고 그라운드로 나서기 전, 나는 언제나처럼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본래라면 오늘은 지뉴가 마지막 팀 토크를 진행해야 했지만, 내가 양해를 구해 그를 대신해 이야기를 진행하게 됐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모인 것도, 펩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좀 할 이야기가 많다.
“우린 팀이야.”
“…….”
“빌어먹도록 훌륭한 팀. 무슨 말인지 알아? 우린 정말 빌어먹도록 뛰어나서, 어떠한 고비가 있든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거야. 나도 알아. 최근 우리가 좀 어려웠던 거. 시합과 관련된 건 아니야. X같은 코로나 때문이지.”
“Fuck Covid-!!”
베르나르두의 추임새가 동료들을 웃게 했고,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나는 팀을 본래의 모습을 되돌려 놓기 위한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건 바로, 우리의 목표와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을 말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그 전에, 나는 반드시 이 단어를 모두에게 알려 줘야 했다.
“Together. 몇 번이나 했던 말이야.”
팀으로써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 위해.
또 승리를 쟁취하는 싸움을 위해.
나는 이번 시즌 초반부터 Together라는 단어를 강조해 왔고, A매치 주간 동안에 걸개를 만들어 클럽하우스 곳곳에 걸어 두기까지 했다.
지금 역시, 그것들은 에티하드에 걸려 있다.
“우린 다 같이 기뻐하고. 다 같이 슬퍼하며 또 다 같이 분노할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무척 아쉬워. 우리의 결속력을 흔들어 놓았으니까. 나도 알아.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니 좋지 않겠지. 그런데 있잖아? 우리 모두 상처받았어. 그러니 난 우리끼리 그걸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수긍한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해 오고, 그것을 잠깐 기다렸던 나는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좋아. 오늘 승리와 함께, 우리는 다시 궤도로 돌아오는 거야. 한 경기를 넘기게 되었지만, 지금은 박싱 데이야. 숨 막히는 시기라고.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자. 우선 16연승이야. 지금 당장은 이것만 신경 쓰자. Vamos. Let`s Go!”
큰 박수와 고함이 스탬퍼드 브리지의 원정 팀 드레싱 룸을 채우고, 난 그들과 함께하며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박싱 데이의 첫날부터 뭔가가 많이 엇나가 버렸지만, 다시 본래의 궤도로 돌아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또 나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로 믿고 있다.
약간의 균열과 잡음 따위가 펩과 우리가 지난 3년 반 동안 쌓아 놓은 팀을 망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녀올게.’
가족사진에 손키스를 보내는 것으로 루틴을 끝마쳤을 때, 나는 작은 망설임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오늘 역시, 우린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