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88)
1156화 Leadership (7)
(테오 베이커) – Pitch Side 호스트
“지옥의 8연전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2월 내내 꽉 찬 일정을 보내야 하는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질 겁니다. 그리고 모레, 무척 중요한 시합이 있습니다. 바로 안필드 원정이죠. 놀랍게도, 시티는 2003년 이후 안필드에서 승리가 없습니다. 과르디올라 체재에서도 2무 1패를 기록 중이죠. 유일하게 과르디올라가 원정지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곳도 바로 안필드입니다. 현재 전승 중인 시티가…….”
***
2021년 2월 5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피치.
지난해, 우리는 안필드 원정에서 1:3으로 패배했다. 2019/20 시즌의 두 번째 패배였는데, 아직도 당시의 상처는 내 몸 어딘가에 선명히 새겨져 있다.
다가올 안필드 원정을 앞두고, 내가 의욕을 활활 불태우고 있는 이유다.
“후우~”
“치—익.”
“……뭔 지랄이냐?”
“형. 삼겹살도 구워지겠다.”
“미친 새끼. 야, 맛있냐?”
“어우~ 형. 맛집이야, 여기.”
“쿡쿡쿡.”
민재의 실없는 장난 덕분에, 조금 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나는 일정 이후 개인 훈련을 하던 중이었는데, 어쩌면 조금 무리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한쪽에 놓아둔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물병을 꺼낸 민재가 하나를 내게 건넸고, 난 그걸 받아 그대로 피치에 주저앉았다.
맨체스터의 2월이라곤 믿기 힘든 따뜻한 날씨 덕에, 땀이 식고 있었음에도 별로 춥지 않았다.
“퇴근 안 하냐? 왜 왔냐?”
“그냥 잠깐 들렀지, 뭐.”
“그래?”
“응.”
민재는 무척 상냥한 녀석이다.
친화력으로는 베르나르두와 함께 첫손가락에 꼽힐 수준이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 분위기를 위해 힘써 주고 있다. 좀 더 나서도 될 텐데, 일부러 날 위해 그늘에 숨는다.
그래서 내가 그런 말을 했던 거다.
언젠가, 대표팀을 맡아 달라고.
“형 진짜, 이번 월드컵까지만 할 거야?”
“야, 누가 보면 나 은퇴하는 줄 알겠다.”
“아니, 그래도 형이 주장해야지.”
“에효~ 이것만 해도 벅차다.”
“에이, 누가 봐도 잘하고 있으면서.”
“그렇게 보이냐?”
“아냐?”
“뭐, 네가 그렇게 보고 있으면 노력하는 티는 나는가 보다.”
“……힘들어?”
힘드냐고 물어보는 민재는 내가 걱정되는 것 같다. 꾸겨진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져서 나도 모르게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곤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몇 번 어깨를 두드린 후, 아직은 버틸 만하다고 이야기했다.
혹시나 또 괜한 걱정을 할까 싶어 아직이라고 말한 것에 별 의미를 두지 말라고 덧붙였다.
“주장이라는 게, 생각보다 더 일이 많더라고.”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이미 많~이 도와주고 계시거든요? 정 더 도와주고 싶으면 3월부터 네가 대표팀 주장 맡을래?”
“아~ 또 왜 얘기가 그렇게 돼?”
“킥킥킥킥. 말했잖아. 너 얻을 거 없다고.”
“진짜. 이젠 걱정 안 해.”
“할 거면서.”
“…….”
“인정하냐? 이렇게 쉽게?”
민재와 함께 보내는 지금의 이 평화로운 순간이 내게는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참, 인생 재밌다.”
“갑자기?”
“처음 대표팀에서 너 봤을 때, 잘하는 놈이고 또 잘할 놈인 것도 알았지만 이렇게 잘할 줄 누가 알았겠냐?”
“뭐, 아직 멀었지.”
“어쭈? 발롱도르라도 타게?”
“…….”
“뭐야? 진심이냐?”
“뭐, 꿈은 있으니까.”
“이욜~~ 민재! 좋아, 그 꿈. 계속 간직해.”
일주일 전, 민재는 EPL 사무국이 선정한 1월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개인 첫 번째 EPL 이달의 선수상 수상으로, 난 그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시계를 하나 선물했다. 지금 민재가 손목에 차고 있는 게 바로 그거다.
“근데 이 시계 좀 무겁다.”
고맙게도, 민재는 내가 퇴근 준비를 끝마칠 때까지 곁에 있어 줬다.
난 그런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자 했지만, 녀석은 마음만 받겠다며 지금 맞은편 본인의 차량 앞에서 가방을 집어넣고 있었다.
선물 받은 시계가 조금 무겁다고 말하는 민재를 보며, 나는 환하게 웃으며 일부러 그런 걸 골랐다고 답했다.
“왜?”
“왜일 거 같냐?”
“몰라?”
“언젠가는 알게 될 거다.”
“??”
“아무튼, 고맙다. 퇴근 잘하고. 운전 조심히. 알지?”
“내가 애야?”
“애지, 그럼. 아주 크으은 애. 잘 가라.”
“어, 형도.”
민재에게 굳이 무거운 손목시계를 선물한 건, 앞으로 녀석의 어깨에 계속해서 무언가가 얹어질 거기 때문이었다.
이미 작년 한 해 유럽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센터백으로 뽑히기도 했고, 모든 미디어가 유럽 내(內) 최고의 센터백을 꼽을 때 반드시 민재의 이름을 거론하는 상황이 됐다.
축구밖에 모르고 또 사치는 꿈도 꾸지 않는 순박한 녀석인지라 체감이 조금 느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민재의 어깨에도 무거운 것들이 많이 올라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알았기에 나는 민재의 도움을 거부했고,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일부러 무거운 시계를 골랐다.
언젠가 저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때쯤이면, 녀석은 내가 왜 그런 선물을 택했는지를 알게 될 거다.
워낙에 똑똑한 녀석이니까.
분명 속뜻도 이해하겠지.
“하아~ 그럼 가 볼까?”
사실 오늘 내가 별도로 남아 개인 훈련을 진행한 건 예정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오후 팀 훈련 도중 몇몇 친구들이 좀처럼 따라와 주지 못해서 살짝 짜증이 나 있던 상태였는데, 딱히 화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따로 남았던 거다.
머리를 비우고 피치에서 몇 번 발을 휘두르면, 내일 평소처럼 동료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난 매우 개운한 기분이다.
“내일 보자-!!”
“형, 잘 가요!!”
“어~ 수고하고~”
하여간에 정말 상냥한 녀석.
저런 친구들이 있어, 난 매일 잘 지내고 있다.
***
2021년 2월 6일. 리버풀 L33 7ET, 잉글랜드. 아바워 레인. 리버풀 FC 트레이닝 그라운드.
최근 2년,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과 함께 클럽 역사에 남을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2018/19 시즌에는 클럽 역사상 여섯 번째 빅이어를 들어 올렸고, 2019/20 시즌엔 EPL 챔피언에 등극하며 19번째 리그 우승 타이틀을 안필드로 가져갔다.
그렇지만 현재, 리버풀은 그들이 거머쥐었다고 믿었던 영광을 빠르게 손에서 잃어가고 있다.
“멈춰-!!”
“…….”
“그게 아니잖아-! 우리가 연습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플레이야-! 대체 무슨 생각들이야?! 다음 상대는 시티라고-!”
“…….”
이번 시즌 리버풀 FC가 맞이한 비극은 리그 5라운드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시작됐다.
전반기 가장 끔찍한 태클로 꼽힌 조던 픽포드의 태클에 버질 판데이크가 시즌 아웃 부상을 입었고, 같은 날 티아고 알칸타라 역시 히샤를리송의 태클로 전반기를 통째로 결장했다.
설상가상으로 조 고메스와 조엘 마티프 역시 시즌 아웃 부상을 입으며 전력에서 이탈했는데, 부실한 이적 시장을 보냈던 리버풀은 허둥지둥 서둘러 센터백 자원을 구해야 했다.
챔피언십 프레스턴 노스 엔드에서 뛰던 벤 데이비스(Ben Davies)를 50만 유로에, FC 샬케 04에서 오잔 카바크(Ozan Kabak)를 급하게 임대로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거래가 겨울 이적 시장 마지막 24시간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이다.
리버풀 수준에서 쓸 만한 센터백들을 영입하기엔 시간이 충분치 못했고, 이는 벤 데이비스와 오잔 카바크의 숨겨진 문제들을 파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빌어먹을. 돈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셈이야.”
“적응까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시간?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
딱 잘라 말해, 벤 데이비스와 오잔 카바크의 기량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벤 데이비스는 부상까지 입었다.
훈련 도중 리버풀의 백업 공격수인 디보크 오리기를 뒤쫓다가 햄스트링이 찢어진 건데, 그걸 본 순간 클롭은 두통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디보크 오리기를 수비하려다 햄스트링이 찢어질 정도라면, 엘링 홀란과 같은 선수에겐 처참히 찢겨질 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때 FC 샬케 04의 미래로 불렸던 오잔 카바크도 본인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인 선수였다.
준수한 피지컬을 앞세워 신체적인 경합에는 경쟁력을 드러냈으나, 도통 전술을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저 둘은 이곳에서 뛸 수준이 못 돼.”
“그러면 내일도…….”
“어쩔 수 없지.”
“후우~”
지난여름, 위르겐 클롭은 보드진에 센터백을 추가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부상을 떠나 세 명의 센터백만으로 네 개의 대회를 치르는 건 엄청난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버풀의 보드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로 [“모든 요청을 들어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클롭은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앤드류 로버트슨 외에는 전무한 레프트백. 맨체스터 시티와 UCL을 상대로 늘 고전했던 높은 클래스의 중앙 미드필드. 그리고 마누라 라인을 보조해 줄 백업 공격수.
본래는 센터백과 써드 골키퍼까지 욕심내고 싶었던 클롭이지만, 리버풀의 재정적 한계를 알고 있었던 그는 세 자리를 보강한 것에 만족하며 이적 시장을 닫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센터백 영입을 포기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되어 가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지만…….’
클럽을 다시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독일 출신 명장의 눈엔, 현재의 리버풀은 너무나도 연약하고 볼품이 없다.
어쩌면 EPL 우승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경기.
이를 하루 앞두고, 클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
[디트마어 하만, “냉정하게 말해, 현재의 리버풀은 맨체스터 시티보다 한참 못한 팀이다.” – 리버풀 에코]***
2021년 2월 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주차장.
최종 훈련 후, 우린 안필드로 떠날 준비 중이다.
삐이-
버스의 문이 열리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얼른 올라타 지정된 좌석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안필드까진 차로 40분 남짓 걸린다.
“클롭의 징징거림은 정말 못 봐주겠어.”
“지금 힘든 상황인 건 맞잖아.”
“그는 그저 미리 핑곗거리를 만드는 거라고.”
“그럴 수도 있지.”
옆자리에 앉은 라힘은 전날 클롭의 사전 인터뷰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안필드에서 있었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클롭은 [“우리도 맨체스터 시티처럼 돈을 쓸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난 시티의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해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전자의 경우 기존에 그가 보여 주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말인 데다가, 후자는 단순한 깎아내리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따금 강하게 압박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클롭은 이해할 수 없는 인터뷰를 해 오곤 했는데, 도르트문트 때도 자주 그러더니 리버풀로 와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가뜩이나 리버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라힘은 클롭의 인터뷰를 리트윗하며 우습다는 이모티콘을 넣었고, 직후 몰려든 리버풀 팬들이 테러에 가까운 댓글을 다는 일도 있었다.
클럽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라힘은 이모티콘을 없애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은 그칠 생각이 없다.
사실 본인도 그에 딱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갈 것 같다.
“뭘 읽고 있어?”
“리 스콧이 쓴 책이야.”
“누구?”
리 스콧(Lee Scott)은 오래전부터 축구와 관련된 서적을 출판하고 때때로 칼럼과 같은 것들을 기고해 왔던 인물로, 작년 우리와 관련된 책을 발간했다.
조금 더 엄밀하게 따지면 펩의 전술을 다뤘는데, 타인의 관점에서 비춰지는 우리의 축구가 재미있어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리 스콧은 마르셀로 비엘사의 축구와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을 리빌딩 하는 과정을 책으로 썼었는데, 그 두 서적도 꽤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현재 읽는 책의 제목은 ‘Mastering the Premier League.’로, 부재는 좀 더 거창한 ‘The Tactical Concepts Behind Pep Guardiola`s Manchester City’다.
솔직히 동의하는 부분은 별로 없긴 했지만, 말한 것처럼 타인의 관점이 재미있어서 취미 삼아 읽고 있다.
“넌 진짜 운 좋은 녀석이야.”
“뭐?”
“네 부인 말이야. 어쩌다 너 같은 녀석을 거둬 준 건지. 그 머릿속에 축구 말고 다른 건 없는 거야?”
“가족. 축구. 외에 뭐가 더 필요한데?”
“Mate, 넌 진짜 운이 좋다니까.”
“시꺼- 잠이나 자.”
“낄낄. 안 그래도 그러려고. 깨우지 마.”
“코나 골지 마.”
안대와 헤드셋을 착용한 라힘이 짧은 낮잠을 택하면서, 난 비로소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됐다.
서적에서 밝히고 있는 리 스콧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르면, 펩은 기존 잉글랜드에 존재해 오던 축구의 개념 전부를 뒤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게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는 게, 펩은 잉글랜드만이 아니라 전 세계 축구의 통념을 바꾼 사람이다.
라볼피아나(Lavolpiana)나 포지션 플레이와 같은 한물갔다고 여겨진 개념들을 축구의 중심으로 올려놓았고, 하프-스페이스/포켓을 현대 축구의 기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일명 트랜지션(Transition)이라고 불리는 전환을 새로운 화두로 올려놓았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3-4-2-1 전술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며, 기존의 3-5-2나 3-4-3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미 챔피언십과 그 아래 하부리그에서는 우리의 전술을 좇는 팀들이 많이 생겼을 정도다.
서적을 계속해서 읽어가던 도중, [‘다온은 과르디올라를 전술적 천재라고 설명한다.’]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참으로 신기한 건, 단 한 번도 이런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 꺼낸 적이 없다는 거다.
‘전형적이네.’
귀여운 날조(捏造)에 코웃음을 치며, 나는 내가 펩을 타인의 앞에서 설명해 왔던 것을 떠올렸다.
[“펩은 그냥 펩이다.”]펩 과르디올라라는 축구 감독을 설명하는 데 있어, 굳이 다른 수식어를 붙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가 곧 현대 축구이며,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만난 이후 펩은 내겐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로 굳게 믿고 있다.
‘그게 사실인걸.’
오늘도 우리가 안필드에서 펼칠 축구를 생각하며, 나는 상상과는 다르게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어느새, 버스는 맨체스터를 벗어났다.
“…….”
고요한 버스 안.
앞쪽에서 펩과 코치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뒤쪽까지 들려온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내겐 안도감을 주는 백색소음과도 같다.
부지런히 연구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는 저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안필드에 도착할 때까지 잠깐 눈을 붙일 생각이었던 나는 계획을 바꿔, 아래에다 놓아둔 작은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들었다.
기기 안에는 언제나처럼 상대할 팀에 관한 분석 자료와 팀 전술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다.
‘뭐, 다 아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미 안다고 믿었던 것도 계속해서 파고 들어가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생겨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센터백이 전멸한 리버풀은 최근 파비뉴와 조던 헨더슨이라는 중앙 미드필드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 중이다.
의외로 쏠쏠하게 활약을 보이면서 승리를 챙겼으나, 최근 안필드에서 강등권인 브라이튼에게 0:1로 패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덕분에 현재 리그 순위도 4위까지 추락했고, 분위기 역시 좋지 못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가혹한 시즌을 보내는 중인 리버풀.
이들을 더 몰아붙일 수 있을까?
‘그래야만 해.’
그 대답은 잠시 뒤 피치가 내게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