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89)
1157화 Leadership (8)
【2시간 뒤】리버풀 L4 0TH, 잉글랜드. 안필드 로드, 안필드. 안필드.
.경기 시작 20분 전
리버풀 0 : 0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4-2-1/4-3-3
GK ? 에데르송 / GK ? 알리송
RCB ? 존 스톤스 / RB ?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CB ? 김민재 / CB ? 조던 헨더슨
LCB ? 후벵 디아스 / CB ? 파비뉴
RWB ? 김다온 / LB ? 앤드류 로버트슨
RCM ? 로드리 / DM ? 조르지니오 베이날뒴
LCM ? 일카이 귄도안 / RCM ? 커티스 존스
LWB ? 주앙 칸셀루 / LCM ? 티아고 알칸타라
RAM ? 리오넬 메시 / RW ? 모하메드 살라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W ? 사디오 마네
ST ? 엘링 홀란 / ST ? 호베르투 피르미누
.
.
Three Center-Back VS Zero Center-Back.
양 팀 선발 명단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리버풀의 벤치에는 오잔 카바크와 너새니얼 필립스(Nathaniel Phillips)라는 센터백들이 있었지만, 오늘 선발을 차지한 건 미드필드인 파비뉴와 조던 헨더슨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려 한다.
“그들은 수비수가 아니다.”
“…….”
“장점보다는 단점이 드러나게 만들어야 해. 두 사람 모두 센터백 포지션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야. 최고는 아니라는 뜻이지.”
무려 17년 9개월 동안 안필드에서 승리가 없는 시티는 오늘,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를 위해, 과르디올라는 리오넬 메시에게 중책을 맡겼다. 따로 선수를 불러내어 원하는 플레이를 주문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공격이 이뤄질 거란 사실을 주입했다.
물론 파이널 써드에서 가장 많은 득점 기회를 붙잡는 것은 엘링 홀란이 될 가능성이 컸지만, 그것도 결국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에서 비롯될 것이다.
파비뉴가 센터백이 되면서 발생한 리버풀의 가장 큰 문제점. 그건 바로 조르지니오 베이날뒴이 6번(DM) 포지션에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이날뒴은 때때로 경기를 관망한다. 가장 부지런해야 할 선수가 피치 위에서 가장 큰 게으름뱅이가 된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이 친구 주변으로 리오를 보낼 거다. 이 게으름뱅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만들겠어.”
과르디올라는 조르지니오 베이날뒴이 흔들리는 경기에서, 파비뉴가 전진하는 규칙을 발견했다.
풀백 출신임에도 민첩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는 파비뉴 역시 속도감을 갖춘 드리블러에겐 취약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는 종종 파울로 끊는 선택을 한다.
이 말은 즉 리오넬 메시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파비뉴의 단점을 나타낼 수 있고, 박스 주변에서 많은 프리킥을 얻어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세트피스 스페셜리스트가 즐비한 시티.
과르디올라는 이 부분을 강조한다.
“파비뉴를 전진하도록 만든다. 이게 전술의 핵심이야. 이 라인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아놀드도 전진하지 못하게 되지. 리버풀의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공격이 집중되겠지. 모 살라는 고립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오른쪽에 누가 있는가를 생각하도록.”
“…….”
“…….”
자연스럽게 김다온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머쓱해진 그는 헛기침하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킨다.
“크흠. 아직 펩의 말이 안 끝났잖아?”
“하하하하.”
“하하.”
미팅 도중 웃음소리가 번져 가는 모습을 보며, 과르디올라는 새로워진 팀 문화에 만족감을 표한다. 현재 팀은 새로운 주장을 완벽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리오넬 메시라는 2000년대 초반 굵직한 축구 아이콘과 넘치다 못해 철철 흐를 정도의 개성을 가진 최고의 선수들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어 버린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그 가장 큰 이유로, 김다온이 피치 위에서 보이는 꾸준한 퍼포먼스를 꼽고 싶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훌륭하지만, 이건 그 이상이야.’
이번 시즌 김다온은 EPL 전 경기 출전, UCL 그룹 스테이지 6경기 중 5경기에 출전하며 맨체스터 시티에서 가장 많은 출장 횟수를 가져가고 있다.
그리고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고개를 절로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절대 입 밖으로 자신을 따르라고 말하지 않지만, 김다온은 실전에서 본인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순수한 실력으로 보여 주고 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이 얼마나 대단한가?
‘자넨, 이 세계의 걸작이야.’
뮤즈(Muse)에서 걸작(Masterpiece)으로. 과르디올라는 선수로서 오래전에 완성된 김다온이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완벽한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팀 토크가 끝난 뒤, 과르디올라는 주장으로서 팀 스피릿을 고양(高揚)하는 김다온의 목소리를 듣는다.
“18년이야!”
“…….”
“시티는 이곳에서 18년 동안 승리가 없고, 그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야! 우리와 같은 팀은 절대로 이런 불필요한 기록을 가져서는 안 돼! 우린 우리의 실력과 품격에 걸맞은 기록만을 끌고 갈 거야! 오늘!! 우린 이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끝낼 거야!! 하지만 이건 나 혼자서는 안 돼!! 어떻게?!”
“Together.”
아마도 김다온은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베르나르두 실바의 입에서 Together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움찔하며 본인의 친구를 돌아봤다.
이내 그의 입에서 미소가 피어오르고, 올 시즌 내내 시티를 관통하는 단어를 꺼내 드는 그의 얼굴에선 숨길 수 없는 자신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주변에 전파됐다.
신뢰하는 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집단은 리더의 감정이 쉽게 동화(同化)된다.
가끔 힘든 날이면 일정 이후 피치에 남아 홀로 킥을 몇 번이고 하다 돌아가는 걸 아는 과르디올라로선, 그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게 기특하기만 했다.
소년이 청년으로.
청년이 남자로.
현재도 또 미래도 틀림없이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하나로 영원히 기억될 김다온의 서사를 지켜보는 일은, 과르디올라가 축구 감독을 하면서 겪은 가장 벅찬 경험이다.
“오늘-! 우린 이긴다-!!”
“YEAH-!!”
“VAMOS!!!!”
17년 9개월의 악연. 이를 끊어내는 일은 이보다 몇 배는 더 길었던 벨라 구트만의 저주를 끊어 낸 김다온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마네. 모처럼 리버풀이 공격을 시도해 보지만, 바로 막히고 맙니다. 다온. 로드리에게 패스. 앞쪽의 메시. 베이날뒴이 근처에 있지만 손쉽게 벗어납니다. 메시. 베르나르두 실바가 곁에 있고, 파비뉴가 올라섭니다. 메시가 실바에게. 실바. 안쪽의 홀란. OH-! It`s Penalty-!! 마이클 올리버가 휘슬을 불어서 맨체스터 시티의 페널티를 선언합니다-! 알렉산더-아놀드의 파울입니다. 리버풀에 위기가 찾아오는군요-!”
(앨런 스미스)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이것이 바로 제가 우려하던 부분입니다. 전문적인 센터백 없이 시티와 같은 팀을 상대하는 게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부분 말입니다. 둘이 힘들다면 최소 한 명의 센터백인 것이 옳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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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아, 지금은 조던 헨더슨과 파비뉴의 호흡에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파비뉴가 전진했을 때 조던 헨더슨이 포지셔닝을 조금 다르게 가져갔으면 지금처럼 공간을 많이 허용하진 않았을 겁니다. 아무래도 미드필드와 수비의 메커니즘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앞서 나갈 절호의 기회를 잡는 맨체스터 시티. 리오넬 메시가 페널티킥을 처리할 준비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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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1분
리버풀 0 : 0 맨체스터 시티
안필드의 절대강자답게, 리버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첫 15분 동안 강하게 맞섰다.
미드필드에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준 커티스 존스(Curtis Jones)와 창의력 그 자체인 티아고가 힘을 내어주면서 우리에게 위협을 안겨 준 것이다.
하지만 정작 리버풀의 전방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되자, 그 기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리버풀의 엔진(Engine)이 보인 노력이 빛을 잃게 되면서, 경기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로 왔다. 가장 좋은 건, 로드리가 조금 숨통이 트였다는 거다.
“로드리-!”
“?”
“잘했어! 잘 벗겨 냈다고!”
약간이긴 하지만, 피식하고 웃는 로드리의 얼굴에서 자신감 비슷한 게 피어난다.
잘 나가는 중인 팀과는 별개로 로드리는 조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미디어로부터 [35살인 페르난지뉴에게도 밀린 선수]라는 말을 들었다.
가뜩이나 본인의 퍼포먼스에 신경 쓰던 로드리였기에, 기사가 확실히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당연히 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고, 얼마 안 되어 인터뷰 자리에서 해당 기사를 적은 기자를 만났을 때 두 명의 동료를 변호하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해당 기사를 무례하게 느낀 건, 단순히 로드리를 저격해서만이 아니라 지뉴까지도 동시에 깎아내리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몇 번 스티브 스태머스(Steve Stammers)는 자극적인 기사를 ‘데일리 미러’에 기고해 왔는데, 벼르던 중 때마침 기회가 주어졌던 거다.
[“만약 누군가 페르난지뉴를 단순한 35살의 미드필드라고 부른다면, 그 사람은 멍청한 것이다.”]이 문장이 나옴과 동시에 스티브 스태머스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는데, [“로드리는 지난 시즌부터 팀에 믿을 수 없는 이바지를 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는 말로 이었을 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한 듯했다.
해당 인터뷰가 끝나고 일부러 늦장을 피우는 나를 보며,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 온 이유다.
그리고 그런 스티브 스태머스에게 나는, [“사과할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다.”]란 말을 남기곤 자리를 떠났다.
이후 며칠이 더 지나 클럽하우스에 출근했을 때, 나는 라커룸에 놓여 있는 작은 인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호가 좋아하는 곰돌이 캐릭터였다.
현재 그것은 수호의 침대에 있고, 잠을 잘 때면 매번 그것을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내 아들에게, 로드리라는 삼촌이 생긴 날이다.
‘Vamos, Leo. 집어넣어요.’
삐?익!
약간의 실랑이 끝에 마이클 올리버가 페널티를 진행했고,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있던 리오가 이내 발을 움직이더니 축구공으로 발을 가져갔다.
알리송이 오른쪽으로 몸을 던졌지만, 리오의 선택은 그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촤륵-!
“YEAH-!!!”
득점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난 선 자리에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곤 리오에게 달려가는 대신, 뒤를 돌아보며 늘 홀로 기뻐했던 에디를 가리켰다.
관중이라도 있었다면 덜 외로웠을 수도 있었을 건데, 그렇지 않아서 늘 우리에게 달려오고 싶었을 거다.
물론 경기가 멈춘 상황이라서 얼마든지 셀레브레이션에 참가해도 됐지만,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그러기도 조금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멀리에서 눈빛과 손짓을 주고받으며, 난 에디와 함께 셀레브레이션을 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하프라인으로 내려오는 리오를 만나 포옹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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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김다온과 리오넬 메시. 뭐, 말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이기도 합니다만, 두 사람이 보여 주는 케미스트리가 정말로 끈끈합니다.”
(양은석)
“벌써 두 사람의 티키타카 스페셜 영상까지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김다온과 리오넬 메시. 리오넬 메시와 김다온.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라인을 책임지는 두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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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요, 리오. 완벽했다고요.”
“팀이 만든 거니까.”
“네. 우리가 만들었죠.”
“가자.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어.”
“가죠. 당신 말 대로에요.”
“응.”
지금 리오와 꽉 잡은 이 손은 서로의 팔이 더는 닿지 않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우린, 피치 위에서의 서로를 굳게 믿고 있다.
***
.후반 36분
리버풀 0 : 5 맨체스터 시티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며, 위르겐 클롭은 뼈아픈 패배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본인이 평생 사랑했던 클럽인 FSV 마인츠 05의 감독직을 맡은 두 번째와 세 번째 해의 결정적인 패배라든가, 2012/13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 등이 바로 그랬다.
앞의 두 패배는 FSV 마인츠를 분데스리가 승격에 실패하도록 만들었고, 뒤의 패배는 라이벌 팀의 들러리로 전락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까지의 경기 결과는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시즌 도중의 패배니까 말이다.
그것도 팀의 주전 센터백 세 명이 통째로 시즌 아웃당하는 게임 속에서나 나올법한 특수한 상황 속에서 리그 최고의 팀에 당한 패배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은 잠시 뒤 받아들일 경기 결과가 그 어떠한 패배보다도 뼈아팠다.
“…….”
지금으로부터 약 3주 전, 위르겐 클롭의 모친인 엘리자베스 클롭 여사가 코로나19로 타계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클롭은 팬데믹 상황에서 사적인 이유로 잉글랜드와 독일을 오갈 수 없었고, 가족이 있는 지역 미디어인 ‘Schwarzwalder Bote newspaper’를 통해 헌사를 바쳤다.
자신에게 모든 것이었던 단 하나뿐인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괴로움과 좌절. 이는 최근 위르겐 클롭이 지나치게 예민한 이유기도 했다.
게다가, 오늘 패배는 여러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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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이렇게 되면 리버풀은 사실상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뭐, 다들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생각하곤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거든요. 18년 만의 안필드 패배. 그리고 리버풀이 시티에 더블을 허락한 건, 양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격돌한 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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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에게 허락한 더블. 그것도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고 9골이나 실점한 완벽한 더블 패배다. 그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단 생각이 드는 이유다.
좌절한 클롭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진다.
‘이대로는 안 돼.’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갈락티코스(Galacticos)’는 축구 운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다.
육성의 도움 없이 영입만으로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으며, 투자가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것이다.
이후 이적 시장의 중요성은 유럽 축구계에서 점점 더 높아졌고, 현재는 유럽 축구의 가장 큰 재미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리버풀은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이적 시장을 외면해 왔다. 영입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늘 돈이 없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동안 위르겐 클롭은 이런 리버풀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센터백의 부재가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 리버풀의 행보는 위르겐 클롭이 부임과 동시에 쌓아 올렸던 기틀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가뜩이나 클롭의 철학인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은 선수들의 내구도를 갉아먹는 전술이다.
스쿼드가 얇으면 얇을수록 선수단 전체에 강한 부하가 주어지고, 그것을 해소해 주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체력이 저하되어 팀 전체 퍼포먼스의 저하로 이어진다.
유럽대항전 진출 팀의 필수인 더블 스쿼드조차 이루지 못한 리버풀의 몰락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삑-! 삐?익! 삐—익!!
리버풀에 굴욕적인 역사가 하나 추가된 순간. 클롭은 애써 웃으며 적장인 과르디올라에게 다가간다.
최근, 둘 사이 장외 신경전이 있었다.
“정말 유감일세.”
“?”
“자네가 얼마나 비통한 심정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군. 그에 비하면, 축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세. 고인의 명복을 비네. 그녀는 틀림없이 훌륭한 분이었을 걸세. 자네와 같은 아들을 곁에 두었으니 말이야.”
“…….”
감독으로서도 또 한 인격체로서도 완패했다는 생각에, 클롭은 어째서인지 홀가분한 기분이 느껴졌다.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었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과르디올라의 말에 인자한 미소로 화답하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고맙네. 그리고 미리 축하하지.”
“하하. 운이 좋았을 뿐이야.”
“운? 그거야말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 아닌가? 아무튼, 다시 한번 고맙네. 어머니도 좋아하실 거야.”
“후후. 다음에 또 만나지.”
“그래.”
축구는 마치 조력(潮力)이 작용하는 것과도 같아서, 밀물과 썰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클럽 역사상 가장 화려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페이지에서 찢어 버리고 싶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리버풀은 밀물과 썰물의 기로에 선 것처럼 보인다.
큰 꿈을 가지고 리버풀을 선택한 위르겐 클롭으로선, 리버풀이 이대로 추락하는 걸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지금은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했지만.
‘다음은 다를 거야.’
뜻밖의 말 한마디가 모든 망설임을 날려 버린 지금, 위르겐 클롭은 자신감과 여유가 가득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패배한 선수들의 앞에 선다.
“고개를 들어라. 시티에게 진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상대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로부터 냉정히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 이는 위르겐 클롭이 끊임없이 성장한 이유이자,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이 된 결정적 부분이기도 했다.
“웃어라. 내일은 틀림없이 더 나을 거니까.”
오랜만에 마주하는 위르겐 클롭의 자신감은, 대패에 시무룩한 리버풀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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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2020/21 EPL 22R)
리버풀 0 : 5 맨체스터 시티
[골] 리오넬 메시(28) : 전반 22분(P.K/엘링 홀란/4), 후반 31분(베르나르두 실바/7)일카이 귄도안(9) : 전반 49분
필 포든(3) : 후반 38분(리오넬 메시/17)
라힘 스털링(8) : 후반 46분(필 포든/5)
김다온 ? 96분 출전(평점 7.8)
MoM ? 리오넬 메시(2골 1어시스트/평점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