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9)
118화
2 : 1로 경기를 뒤집은 이후부터, 잉글랜드는 무척이나 거세게 저항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잉글랜드의 저항이 시작된 이후에 오히려 팀이 정신을 바짝 차렸던 것 같다.
아마도 그건, 잉글랜드 선수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절박함과 플레이를 통하여 드러난 투지가 함께 필드에서 뛰는 우리를 자극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잉글랜드는 동점을 위해 부지런히 공격해왔고, 우린 골대를 사수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부지런히 수비했다.
하지만, 연장전 후반 7분.
이 치열함도 마침표가 찍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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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손흥민! 달립니다! 손흥민!”
.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잉글랜드는 페널티에어리어 주변에서 부지런히 패스를 돌리며 수비의 균열을 만들려고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스콧 싱클레어가 측면의 애런 램지에게로 패스를 준다는 게 그만 흥민이 형에게 흘러버렸고, 앞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형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엄청난 스프린트를 보여주며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갔다.
그리고 나 또한, 흥민이 형의 반대편에서 함께 속도를 맞추면서 앞으로 달렸다.
최종 수비라인에 서 있던 코커가 돌파를 막아내기 위해 움직여보았지만, 그는 흥민이 형의 스프린트를 막아내기에는 너무나도 느려져 있었다.
공격하고 있는 선수는 둘, 수비수는 하나.
흥민이 형과 내 사이에 있던 크레이그 도슨은 선택이 필요했고, 결국 도슨이 흥민이 형을 막기로 선택한 순간, 곧장 흥민이 형의 왼발을 떠난 패스가 내 앞쪽으로 굴러왔다.
다소 강하기는 했지만, 난 충분히 그것을 발아래로 가져올 수 있었다.
현재 내가 선 지점은 페널티에어리어 바로 안쪽.
더 앞으로 나아가는 편이 옳은 선택이겠지만, 이미 볼을 잡아두는 과정에서 속도를 늦췄기에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다.
나는 골대의 먼 방향을 바라봤고, 곧장 오른발을 휘둘러 낮게 깔려 나가는 슈팅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우와아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아아아-!!!!!”}
커다란 함성이 귓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몸을 돌린 나는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나갔고, 얼마 있다 그대로 무릎으로 슬라이딩하며 미끄러졌다.
그러곤 곧바로 일어나 주먹을 힘껏 휘둘렀는데, 그 순간 신기하게도 서로 얼싸안고 계신 부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나.
90분, 아니 115분 내내 찾았는데!
난 부모님을 본 순간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하트 표시를 만들었고, 그러곤 가슴팍에 있는 엠블럼을 손에 꼭 쥐며 반대쪽 손으로 두 분을 가리켰다.
엠블럼이 있는 곳은 심장이 있는 곳이었고, 이 심장을 뛰게 해준 건 부모님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래.
‘어라?’
“야이 새끼야!!!!”
다른 누군가를 발견하자마자, 난 멀리에서 달려온 동료들에 의해 바닥에 깔려 눕게 되었다.
“아-! 아파-! 무겁다고오-!!”
살려달라고 열심히 소리쳐보지만, 형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내 위에서 비켜주었다.
기진맥진한 기분을 느끼며 널브러져 있던 내게로, 곁에 있던 성용이 형이 손을 내밀어 온다.
“야, 일어나.”
“누가 보면 나 짜부 안 시킨 줄 알겠네.”
“뭐? 야! 좋으니까 그랬지.”
“그 말, 절대 잊지 마요.”
“응?”
“저기, 저쪽.”
“??”
종일 관중석을 스캔하고 있었던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과연 다른 이들도 알까?
성용이 형 역시 나처럼 대놓고는 아니어도, 틈이 날 때마다 한희진 배우님을 찾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게 뭔지 알아요? 바로 뒤에, 우리 부모님 있다?”
“아, 진짜?”
“저기. 보이죠?”
하프라인을 향해 달려나가기 전, 난 부모님이 계신 곳을 성용이 형에게 알려주었다.
아마, 틀림없이 한 번에 찾았을 거다.
그 아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야, 김다온.”
“왜요?”
“이제, 한 번 남았지?”
“…….”
아직 연장 후반전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지만, 잉글랜드 선수들의 표정으로 보아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 한 번.
그 한 번이면, 가장 큰 목적을 이룬다.
하지만.
“아뇨, 두 번.”
“뭐?”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우승해야죠. 그때는 또 형이 쫄까 봐 그렇게 말했던 거고.”
“하-! 미친 새끼.”
자리로 돌아가라며 날 밀쳐내는 성용이 형.
하지만 형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2등은 싫어.’
FC 노르셸란과 SL 벤피카에서, 난 항상 2등이었다.
2011/12 시즌 FC 노르셸란이 수페르리가엔 1위를 차지했다지만, 정작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자리에 나는 없었다.
프로축구선수로서 아직, 난 1등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반드시.
삑-!! 삐익!! 삐이이이익-!!!
“이겼뜨아아아아-!!!!”
피치 위에 대짜로 뻗어 누우면서, 난 어둑한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뻗어 보았다.
어쩐지 저기에, 금메달이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
.
·경기결과(연장)
대한민국 3 : 1 잉글랜드
[골] 전반 14분 : 김다온(손흥민)연장 6분 : 기성용(P.K/김다온)
연장 22분 : 김다온(손흥민)
[강찬일 號, 4강 진출!! 메달까지 한 걸음만 더! – OSEM] [개최국에 충격을 안겨다 준 강찬일 호, 런던 웸블리를 지배한 건 잉글랜드가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 스포츠서울] [18살의 어린 풀백, 웸블리의 지배자가 되다. – 풋볼일레븐] [2골 1어시스트! 단순한 풀백이라 말하기엔 너무나도 매섭다. – 동아] [The KING of London : 영국 축구 팬들에게 끔찍한 악몽을 선사한 김다온. 그는 120분 내내 영국의 가장 커다란 골칫덩어리였다. – Goal.com(INT)]***
(개리 리네커) – BBC Match of the Day 호스트
“올림픽 특집으로 보내드리고 있는 Match of the Day입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슬픈 소식을 전한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번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He is the King of Wembley.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ITV의 중계를 맡은 조너선이 3 : 1이 된 순간 했던 말이죠.”
(댄 워커) – BBC Match of the Day 패널
“100% 동의합니다. 그는 단순히 8강전뿐만이 아니라, 이번 대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죠. 기록이 어떻게 되더라…… 3골 3어시스트인가요? 보자고요. 그는 풀백입니다. 윙어나 미드필드가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수비를 잘 하지 못하느냐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개리 리네커)
“벌써 수많은 팬들은 이 친구가 EPL에서 뛰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죠.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궁금한데요.”
(마크 채프먼) – BBC Match of the Day 패널
“당연하겠죠. EPL의 팬들이라면, 이런 친구가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고 있는 걸 못 견딜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은 이래요. 만약 그 본인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길 원한다면, 우린 그가 EPL에 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수준의 팀에서 뛰느냐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겁니다. 유나이티드, 시티, 첼시, 아스널, 리버풀. 저는 이중 최소 두세 개의 팀에서 충분히 선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봐요.”
***
[올림픽 최초의 본선 무대 한일전 성사! – OSEM ] [삿포로 참사 이후 1년, 올림픽 대표팀이 선배들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 SPORTV]***
2012년 8월 6일. 런던, 잉글랜드. 27 폴트리. 더 네드(The Ned. 27 Poultry. London EC2R 8AJ, England).
한국과 일본.
이 두 나라의 관계는 한두 가지의 문장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앙금이 무척이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내일은 무척이나 거칠 겁니다.”
“그렇겠지요.”
“이래서 조선만큼은 절대 만나지 않았으면 했는데…….”
올림픽 동안, 일본의 축구팬들이 유일하게 마음껏 기뻐했던 순간은 일본 대표팀이 스페인을 1 : 0으로 꺾고 두 번째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의 시기였다.
하지만 양 국가가 나란히 스위스와 모로코를 꺾으며 2승으로 선두에 오르게 되자, 그때부터 일본의 네티즌들은 죽어도 한일전만큼은 안된다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전통적으로 일본의 축구관계자와 팬들은 일한전을 꺼리는 반면, 한국의 축구관계자와 팬들은 한일전을 목놓아 기다린다.
한국국민들은 스포츠를 통해, 자국 대표가 일본 대표를 꺾음으로써 과거 식민지 시절 수탈당했던 설움을 갚아주는 것에서 커다란 기쁨을 느껴왔다.
반대로 일본은 그런 과거를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아, 늘 한국이 과민반응한다는 식으로 해석을 하였다.
과거부터 쌓인 감정들이 다양하게 발전되어, 새로운 갈등과 앙금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7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런 지금, 일본은 이상하리만치 한국만 만나면 꼬이곤 하는 상황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그래도 저희는 강합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살아 있고, 상대가 누구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거예요.”
“그렇겠지요.”
“감독.”
“?”
“그런데, 무엇을 그렇게 고민합니까?”
“…….”
일본 올림픽팀의 감독 다카시 세키즈카(Takashi Sekizuka)는 그저, 한가로이 일본의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는 항상 곁에 있는 무카이 마사히로(Mukai Masahiro) 코치가 항상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했다.
“이 단계에서 고민은 사치입니다, 무카이 상. 할 수 있는 준비는 전부 다 했고, 언제나처럼 결과를 가져오면 되는 일이지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역시, 감독!! 전부 계획이 있었군요!!”
“계획이라. 얼른 올림픽이 끝나고 돌아가, 긴자에서 맛있는 초밥이나 먹고 싶군요. 그게 내 유일한 계획이라면, 계획입니다.”
“하핫-! 역시나! 배포가 참 크십니다!”
호쾌하게 웃으며 박수를 보내는 무카이 마사히로에게, 다카시 세키즈카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말한다.
“그럼. 푹 쉬시죠, 감독.”
“고맙습니다.”
딸깍-
무카이 마사히로가 객실을 떠나자, 비로소 자료를 손에 쥔 다카시 세키즈카가 정리된 글자들에 눈을 두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은 없었지만, 유난스러운 주변의 반응은 조금 걱정이 됐다.
현재 일본의 언론은 이번 런던 올림픽 대표팀이 ‘사상 최강의 세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한국이 강하긴 하지만, 일본 역시 강하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백여 개의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급기야 ‘삿카 매가진’은 주장 마야 요시다(Maya Yoshida)의 사진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한 개그맨의 유행어를 본뜬 ‘메달이다, 메달이다, 메달이다!!’를 표지 문구로 걸어놓기도 했다.
또 어제는 오츠 유키(Otsu Yuki)가 이런 인터뷰도 남겼다.
[“한국의 풀백이 강하다고? 난 그를 뚫어버리고 일한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겠다!”]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분명 만족스러운 것이었지만, 다카시 세키즈카는 사람들이 너무 들뜨고 있는 모습을 경계하고 있었다.
어쩐지 내일은, 느낌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호로로로록-
따뜻하게 마시는 호우지차 한 모금으로, 다카시 세키즈카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었다.
어느새 그의 안경엔, 모락모락 김이 서리기 시작한다.
***
·2012 London Olympic Japan U-23 Squad
GK ? 곤다 슈이치(FC 도쿄/일본)
GK ? 안도 슌스케(카와사키/일본)
RB ? 사카이 히로키(하노버96/독일)
RB ? 사카이 고토쿠(슈트트가르트/독일)
CB ? 요시다 마야(VVV펜로/네덜란드)
CB ? 야마무라 카즈야(가시마/일본)
CB ? 유헤이 도쿠나가(FC 도쿄/일본)
CB ? 스즈키 다이스케(니가타/일본)
DM ? 오기하라 다카히로(오사카/일본)
DM ? 무라마츠 다이스케(시미즈/일본)
DM ? 호타루 야마구치(오사카/일본)
MC ? 히가시 케이고(오미야/일본)
AM ?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독일)
AM ? 오츠 유키(묀헨글라트바흐/독일)
W ? 우사미 다카시(호펜하임/독일)
W ? 사이토 마나부(요코하마/일본)
ST ? 스키고토 켄유(도쿄 베르디/일본)
ST ? 나가이 켄스케(나고야/일본)
***
런던, 영국. 심슨즈 로드. 프리미어인 런던 브롬리 호텔.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기쁨은 딱 그날 하루였던 것 같다.
4강전에서 만나게 될 상대가 일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느슨한 태도로 감독님께 지적받았던 선수들까지도, 앞장서서 구호를 외치거나 하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물론, 1승만 더하면 군 면제가 확정이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야!! 이거 뭐야?? 이거 봤어??”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씩씩거리며 들어온 사람은 자철이 형이다.
작년 8월, 한국 A대표팀은 삿포로에서 펼쳐진 친선경기에서 0 : 3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단순히 스코어만이 아니라 경기력 자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었고, 경기 이후에는 일본 A대표팀의 카가와 신지가 ‘한국 선수들은 우리를 따라오지 못했다.’라는 인터뷰를 했을 정도였다.
당시에 뛰었던 사람 중 꽤 많은 사람이 현재 올림픽팀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자철이 형이다.
또 다른 한 명은 내 뒤의 성용이 형이고.
“와-이, 씨팔새끼. 해트트릭이래! 어? 내일 해트트릭을 한다고 말했대!”
“뭐야, 나도 좀 보자.”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흥민이 형이 자철이 형의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가고, 곧 그것을 손을 내민 성용이 형에게 전달했다.
“야, 진짜 내일 다 죽여버릴 거야! 그 쪽바리 새끼들! 아유!”
“…….”
마지막으로 내가 휴대폰을 전달받아, 자철이 형이 흥분하게 된 축구 기사를 살폈다.
인터뷰를 한 녀석은 오츠 유키라는 놈이었고, 인터뷰에서 아예 대놓고 날 저격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형, 얘가 걔죠? 그, 독일에서 뛴다는.”
“어, 맞을 걸?”
“야, 넌 화 안 나냐?”
휴대폰을 전달받는 자철이 형의 질문에, 난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지금 화내면 뭐해요. 괜히 기운만 빠지지.”
“야, 그래도. 하여간에 씨팔, 일본 새끼들은…….”
자철이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이게 생에 첫 한일전이고 그래서 다른 형들처럼 뚜렷한 적의를 표출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마찬가지로 일본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특별히 그들이 내 인생에 태클을 건 것도 아니지만, 그냥 한국인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오츠 유키의 인터뷰만큼은, 내일 필드 위에서 제대로 돌려받을 생각이긴 하다.
“형. 기분도 꿀꿀한데, 아까 그거 할까요?”
“뭐? 정말?”
“어? 뭔데 그래?”
놀라는 건 흥민이 형, 질문해 오는 건 자철이 형이다.
성용이 형은 가만히 앉은 채, 날 보며 웃고 있었다.
그러고는 곧.
“하자!!”
나와 같은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있으면 다들 취침에 들어갈 시간.
자철이 형을 뺀 우리 세 사람은 호텔의 복도를 돌며 사람들을 바깥으로 불러냈다.
“어, 형님은 안 오셔도 돼요.”
“왜? 뭔데 그래?”
와일드카드로 뽑힌 곽태휘 형님을 뺀, 나머지 와일드카드 두 명과 다른 15명의 선수 전원이 호텔 복도 한가운데에 모였다.
여긴 엘리베이터가 오가는 곳이다.
“야, 김다온. 준비 됐냐?”
“아유, 그럼요.”
“왜? 뭔데 그래?”
우리 세 사람을 빼놓고 모두가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강제로 어깨동무를 하고 스크럼을 짜게 한 성용이 형이 헛기침을 한두 번 하곤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집 떠나와~”
“어?”
“여얼차, 타고.”
“훈련소오오로, 가는 날.”
“야, 이거?”
“부모님께~”
지금은 고인이신 김광석 가수분의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왜 이 시점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모두가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후렴구를 부를 땐.
“이제 다시이이- 시자악이다아-!!”
우린 다 함께 노래를 합창하게 되었다.
띵-!
어라,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야! 너네들 다 여기에서 뭐해?”
야식이라도 드시고 오셨던 건지,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있던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향해서도 난 함께 하자는 손짓을 보냈다.
내일이 되면, 군면제을 위해서가 아닌 한일전의 승리를 위해서 뛸 테니까.
뭐, 아주 조금은 물론.
‘면제도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지.’
***
작가의 말 ? 실제 2012년 동메달 결정전 하루 전날, 오츠 유키는 자신이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을 거라고 단언하듯 인터뷰를 했습니다.
패배한 뒤에도 2골 실점을 했지만 자신이 3골이나 4골을 집어넣었으면 이겼을 거란 인터뷰를 했고, 직후 SNS에서 엄청나게 욕을 얻어먹자 자신이 더 잘했어야 한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죠.
또 실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한일전 직전에 선수들을 불러모아 라커룸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단체로 부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에서 등장한 제임스 그래험 관련으로 말씀드리자면, 모든 스포츠가 돈에 지배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1990년대 이후로 거대자본이 급격히 프로스포츠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세계 스포츠 시장의 절반은 도박에 의해 움직인다는 식의 이야기를 ‘블리처 리포트’, ‘더 타임즈 런던’, ‘ESPN’ 등에서 시시때때로 해왔죠.
이탈리아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알프레도 페둘라는 칼초폴 리가 터지고 1년 뒤, 2007년 CDS를 퇴사하기 직전에 본인의 SNS에 ‘올림픽이라고 안전할 것 같은가?’라는 맨션을 띄웠다가 이틀 만에 삭제한 일도 있습니다.
특히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은 연간 1,500억 달러(약 160조), 세계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은 연간 4,100만 유로(550억)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이 이렇게 큰 이유는 배팅항목과 배당금 등, 합법 스포츠 도박과 비교해 재미와 리워드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많은 문제가 일어나자 결국 미국 연방 법원은 2019년 5월 스포츠 도박 시장을 규제해 오던 규정의 99%가량을 합법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후 미국의 배팅 사이트를 보시면, 한국 토토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항목/보상이 엄청납니다.
올림픽/월드컵 등. 세계인의 축제 역시 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자본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되었다고 봅니다.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해당하는 국제대회에서 판정 때문에 분통 터지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실 거고, 그중 일부는 실수이지만 그중 일부는 실수가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말씀드렸듯, 제임스 그래험은 악당 캐릭터인 건 분명하지만 극중 악역이 될 일은 없습니다.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